△ 타운십(Township) 카투투라(Katutura)에 위치한 하바나(Havana) 마을


사람이 삻기 싫은 곳, 타운십(Township) 카투투라(Katutura)


아프리카 여행의 마지막 날. 카투투라(Katutura)라고 불리는 타운십(Township, 인종분리 정책이 있던 시절의 흑인 거주 구역) 엘 방문했다. '카투투라'란 '살기 싫은 곳'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인종분리 정책이 있던 독립 전, 핍박받던 흑인들의 감옥이자 불운한 삶의 현장인 이곳 카투투라의 타운십 하바나(Havana) 마을은 여전히 나미비아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 극빈곤층의 참혹한 생존 구역으로 남아있다.


혼자 가면 총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는 빈민촌에, 나는 레드아프리카의 고급 JEEP를 타고 우아하게 들어왔다. 양철 지붕 위에선 모락모락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경사진 비탈에 창문도 전기도 없는 삶의 터전. 창문을 하나 내는데 우리 돈으로 3~4만 원 정도의 비용이 필하기 때문에, 창문이 있는 집은 거의 없다고 한다. 한인 선교사가 운영하는 Smart Kids 유치원과 주일학교만이 유일하게 창문이 있을 뿐이었다.


'저 뜨거운 태양에 양철 집안은 얼마나 더울까?', '화장실은 어떻게 갈까?'


△ 레드아프리카 대표님의 빨간 JEEP. 마을 한 가운데 주차된 고급차가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 것처럼 어색해 보인다. 


△ SMART KIDS 유치원 옆 벽에 장식된 태극기와 나미비아 국기 스티커.


△ 박진호 선교사가 운영하는 SMART KIDS 유치원


양철 지붕 아래서 희망을 꿈꾸는 하바나의 아이들


이번 아프리카 여행은 약 2주간의 캠핑을 마친 후, 이곳 나미비아에 도착해서 하바나를 둘러보기로 했다. 2주 동안 국경을 여러 차례 넘으며(남아공→잠비아/짐바브웨→보츠와나→나미비아) 캠핑을 해야 했기에 짐을 최소화했는데, 때문에 아이들에게 건네줄 선물 하나 준비를 하지 못 했다. 참 궁색한 변명이 아닐 수 없고, 부끄러웠다. 다행히 하바나 아이들과의 만남을 주선(?) 해주신 레드아프리카의 엄 대표님께서 알록달록한 새 연필을 나에게 건네주시며, 아이들에게 선물로 전해주고 친해지라고 말씀하신다. 감사합니다!  


SMART KIDS에도 나름의 규칙이 있었는데, 학교를 다니는 초등부 아이들은 왼편, 아직 학교에 가지 않는 유치부 아이들은 오른 편으로 나뉘어 앉아있었다. 나는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초등부 아이들에게 연필을 한 자루씩 나누어 주었다. 여학생들에게는 단연 핑크색과 노란색이 인기가 있었고, 남학생들에게는 파란색 연필이 인기 있었다. 여학생의 핑크 사랑은 만국 공통인가 보다. 


△ 주일학교 예배가 시작되기 전, 초등부 아이들에게 선물로 새 연필을 나눠 주며 대화를 나누었다.

 

△ ABCD... 영어 공부 중에도 주의가 산만한 아이들.


검은 대륙 아프리카. 식민지 시대를 거치고, 인종 차별 정책 등의 어두운 과거를 빠져나오는 동안 빈부 격차는 심해졌고, 흑인들은 빈민으로 전락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양철집의 마을 하바나. 빈민층의 아이로 태어나 양철 지붕 아래 살면서 꿈조차 꿀 수 없었던 아이들을 위해, WE LOVE AFRICA는 꿈마저 메말라 버렸던 이 척박한 땅에 희망의 씨앗을 심었다. 박진호 선교사는 WE LOVE AFRICA라는 단체를 만들고 하바나의 아이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교육을 위해 힘을 쓰고 계셨다. 나의 소박한 응원이 하바나 아이들에게 희망의 거름으로 쓰이기를 바라본다.


△ WE LOVE AFRICA FOUNDATION 이라는 단체를 만들고 이 곳 하바나의 아이들을 후원하고 계신 박진호 선교사님.


영어 공부가 끝나갈 무렵 몇몇 아이들이 그동안 준비한 노래와 춤이 있다며 보여주겠다며 앞으로 나선다. 수줍게 노래를 부르고, 앙증맞은 춤을 추면서도 새 연필을 손에 꼭 쥐고 놓지 않는다. 작은 연필 하나로도 행복해하고 기뻐하는 아이들이 사랑스러웠다. 



△ 뜨거운 태양 아래 아지랑이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양철 지붕을 수리 중인 하바나의 소녀.


△ (좌) 하바나의 화장실. (우) 마을 공용 수도에서 카드를 넣고 물을 받아 사용한다. 카드로 사용료를 지불하게 된다고


어느덧 예배가 시작되고, 나는 슬그머니 유치원을 빠져나와 동네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지만, 천주교인인 나는 예배 시간 동안 이방인이 된 기분 탓이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양철 지붕 위에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내 집, 네 집의 경계가 모호한 마당을 끼고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나무판자들을 이어 붙여서 공용 화장실을 만들어 두고 있었다. 그나마도 밤에는 어둠으로 덮여 사용하기 여의치 않아 보였다. 마을의 공용 수도 시설에는 물 구입을 위한 카드를 이용해서 물을 구입한다. 카드를 통해 물 사용료를 지불하게 되는데, 예전에는 물 공급을 위한 시설이 없었는데 지금은 이 시설 덕분에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 하바나의 아이들은 사진 찍는걸 무척 좋아한다. 승용차에 기대서고 본인 사진을 찍어 달라며 멋들어지게 포즈를 취한다.


△ 미소가 아름다운 하바나의 청년. 하얀 이를 수줍게 드러내고 미소를 지어 보인다.


하바나에서 만난 청년, 소녀, 아이들의 공통점. 하나같이 미소가 아름답다. 인위적으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행복한 표정을 짓고 친절하게 말을 건네온다. "Good Morning!", "What's your name?"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본인의 사진을 보고는 수줍어한다.


△ 폐 타이어에 사슬을 묶어 만든 그네.


△ 폐 타이어에 사슬을 묶어 만든 그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하바나 아이들과의 만남은 나에게 진한 향기를 남겼다. 풍요롭고 물질이 넘쳐나는 도시(서울)에 살면서 우리는 작은 것의 소중함을 너무 잊고 살아가곤 한다. 수도꼭지만 돌리면 콸콸 쏟아지는 물, 똑딱하고 스위치만 누르면 켜지는 밝은 형광등,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누리고 사는 것들이 하바나에서는 너무도 귀한 것들이다. 하바나의 아이들은 작은 교육의 기회에도 감사하며 꿈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우리는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쉴 새 없이 공부하고 스스로를 닦달하지만, 내 꿈이 무엇인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잊은 채로 그저 앞을 향해 달려가기만 하는 것은 아닐까. 누구에게나 잠시 달리는 것을 멈추고 어느 방향을 향해 달려가야 할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생각할 시간조차도 없다는 주변의 많은 이들. 그들을 에워싼 무거운 삶의 무게가, 빠른 삶의 템포가 안타까울 뿐이다.

# 공부란, 인간 다음의 일이다

'무슨 일을 하고 싶으냐?'고 물으면, '모르겠다' 혹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정말 웃기는 일이다. 하고 싶은 일을 대답할 수조차 없는데 취직을 하려고 한다니. 면접 때 그들이 내뱉는 대답은 기껏해야 "무슨 일이든 맡겨만 주시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것이다. 시켜만 주면 그게 뭐든 일의 종류를 가리지 않겠다는 말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아직 뭘 잘하는지는 잘 몰라도 취직만 시켜달라는 뜻이다. 일단 취직만 하고 보자는 것이다. 삶의 방향을 정하지 않고 주입식 교육을 통해 성장한 사람의 표본이다. 30대, 40대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 역시 하고 싶은 게 없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시작한 일을 계속하게 되고, 그게 익숙해지니 별생각 없이 시작한 일을 평생 지속하게 된다. 이 얼마나 허무한 인생인가. 그들에게 묻고 싶다. 대체, 태어난 목적이 무엇인가? 


나(김종원)는 사람의 인생을 자동차에 비유한다. 뒷바퀴를 돌리는 것은 엔진이지만 앞바퀴를 굴려 가야 할 곳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내 두 눈으로 바라본 후 내린 판단이다. 가야 할 곳을 정하지 않고 액셀을 밟는 사람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 


- 가장 낮은 데서 피는 꽃 中


INFORMATION


- 위치: Katutura, Namibia

- 후원 정보 : ① 레드아프리카 (http://blog.naver.com/redafrican/140200477438) ② 위 러브 아프리카 (http://cafe.naver.com/weloveaf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