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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책 더하기 · 리뷰

[나오미와 가나코] 비장미에 대한 새로운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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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교육 중에 (본의 아니게) 참 많은 책을 읽었다.

2박 3일의 마지막 날 더 이상 읽을 책이 없어서 룸메이트였던 지영이에게 책을 빌렸는데.. 

다 읽지 못해서 그 주말에 마저 읽고 돌려주기로하고 책을 내가 가져왔다.


그리고 다음날 일상으로 복귀하니,

거짓말처럼 책 한 장 넘길 여유 없는 한 달이 훌쩍 지나가고..

"시원한 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하루 종일 책이나 읽고 싶다"는 허세(?)스러운 소망을 품고 있다가...


드디어! 추석 연휴 여행을 떠나와서야 그때 그 책을 꺼내들었다. 


좋다!


가장 높은 커피숍, 시야 탁 트인 좋은 자리도.

그림처럼 맑은 하늘도.

책 읽다 고개들면 빼곡히 보이는 홍콩 마천루들도. 

적당히 달달한 바나나 머핀도. 

머리까지 쭈삣하게 시원한 아메리카노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긴장감 넘치는 소설의 전개도.

좋다. 그냥 다 좋다!

좋다. 오늘 참 좋다!


지영아~ 연휴 끝나고 책 반납할게, 연체료는 치맥으로! 




■ 본문 중에서


- 170p.

다쓰로를 제거할 계획에 몰두하고부터는 회사 일이 전부 하찮게 여겨졌다. 고객의 클레임이나 납기 문제, 사내의 알력 등으로 고민하는 것도 바보스럽게 느껴졌다. 자신의 생존이 걸려 있으니 일상의 고민 따위는 별것 아니게 된다는 걸 나오미는 새삼 통감했다. 중국인의 강함도 분명 그런 데서 나오는 것이리라. 리아케미를 비롯한 화교들은 매일 생존경쟁을 볼인다. 그래서 거짓말도 하고 다른 사람 물건도 훔친다. 그러고도 태연하다.

나오미는 만약 일이 잘되면 리아케미 밑에서 일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벤처 사업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도 있고,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176~177p.

전날 밤, 사내 친목회가 있어서 부담스럽지 않은 동기들과 오랜만에 알코올을 입에 댔더니, 자연스럽게 그동안의 긴장이 풀려 과하게 마시고 말았다. 입사한 지 칠 년째. 저마다 일하면서 느껴온 울분과 체념을 가지고 있어서 그걸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풀렸다. 이 세상에는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생각하는 사람 쪽이 더 많은 것이다. 나오미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이제 와서는 희망하던 일을 시켜주지 않는 것보다 훨씬 이전의 성장 과정이나 청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마음속으로 투덜거렸다.


눈을 뜨나 오전 10시가 지나고 있었다. 푹 잠자고 난 충족감이 온몸을 감싼다. 꿈도 꾸지 않은 게 대체 얼마 만일까. 여운을 더 느끼고 싶어서 잠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햇볕을 차단하는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온 빛은 그리 밝지 않았다. 귀를 기울이니 희미하게 빗소리가 들린다. 일기예보에서는 아침부터 하루 종일 비가 온다고 했다. 맑은 날보다 그쪽이 더 낫다. 태양이 비치면 평일 낮, 혼자 방에 있는 자신을 혼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나오미는 이불 속에서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기지개 켜는 동작을 반복했다. 그렇게 하면 축적된 피로가 전부 몸 밖으로 배출되어 스무 살 무렵의 젊음을 되찾는 듯했다.


내년이면 서른이 된다. 한참 후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어느덧 '젊은 여자'라는 마법의 카드는 쓸 수 없게 됐다. 아직 아무것도 손에 쥐지 못했는데.



- 440p.

가나코의 머릿속에서 '게임 오버'라는 말이 떠올랐다. 끝났다. 더 이상 시나리오를 준비할 필요할 필요가 없었다. 마음이 해방됐다. 두려움도 없다. 요코와 대치하기를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죄(淨罪) 의식이라도 치른 듯한, 그러면서 마침표를 하나 찍은 것도 같은, 스스로도 잘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 가득히 번진다. 다만 더욱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웅 옮김

예담


나오미와 가나코
국내도서
저자 : 오쿠다 히데오(Hideo Okuda) / 김해용역
출판 : 예담 2015.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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