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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책 더하기 · 리뷰

[심산의 마운틴 오딧세이] 산이 만든 책, 책 속에 펼쳐진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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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학교 4주차 "산악 문학"수업. 2시간 반 남짓한 시간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심산 선생님 소개해주는 산악인과 산서를 따라가다 보니 이내 빠져들었고, 짧은 수업시간이 아쉽기만 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 심산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산서를 따라 읽기 시작했고, 그 첫 번째는 산서들의 리뷰를 엮어 직접 쓰셨다는 『마운틴 오딧세이』를 찾아 읽었다. 유쾌한 입담만큼이나 과연 달필이었다.


이 책에서 소개한 산서들을 몇 차례나 읽으셨는지 저자의 심리와 소설에서는 주인공의 심리까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눈으로 스무 권이 넘는 산서들과 함께 그 배경 지식들, 그리고 책에 소개된 산악인에 얽힌 이야기들이 종합선물세트처럼 포장된 책이었다. 그야말로 산이 만든 책이었고, 책 마디 마디에서 산을 느낄 수 있었다. 소개된 모든 산서들이 좋은 느낌으로 나에게도 아로새겨졌다. 따라 읽을 산서들이 또 한바닥 늘어났다.




# 이 책에서 소개한 책들


『난다 데비』, John Roskelly(존 로스켈리), 1987

『파미르, 폭풍과 슬픔』 로버트 크레이그/성혜숙, 수문출판사, 1989

『레카피툴라티오』 김성규 장편소설, 미세기, 1995

『꿈속의 알프스』 임덕용, 평화출판사, 1982

『타오르는 산』 오마르 카베싸/황진우, 청년사, 1986

『신들의 트래버스』 봅 랭글리/김일모, 신어림, 1995

『죽음의 지대』 라인홀트 메스너/김영도, 평화출판사, 1985

『내 청춘 산에 걸고』 우에무라 나오미/곽귀훈·김성진, 평화출판사, 1994

『빙벽』 이노우에 야스시 장편소설/김석희, 현대소설사, 1991

『알프스에서 카프카스로』 앨버트 머메리/오정환, 수문출판사, 1994

『너에게 이르기 위하여』 장호 산시집, 평화출판사, 1981

『북한산 벼랑』 장호 산시집, 평화출판사, 1987

『별빛과 폭풍설』 가스토 레뷔파/김성진, 평화출판사, 1990

『최초의 8000미터 안나푸르나』 모리스 에르족, 수문출판사, 1997

『자일 파티』 닛타 지로 장편소설/주은경, 일빛, 1993

『하얀 능선에 서면』 남난희, 수문출판사, 1990

『71일 간의 백두대간』 길춘일, 수문출판사, 1996

『영광의 북벽』 정광식, 수문출판사, 1989

『역동의 히말라야』 남선우, 1999

『엄마의 마지막 산 K2』 제임스 발라드/조광희, 눌와, 2000

『8000미터 위와 아래』 헤르만 불/김영도, 수문출판사, 1996

『친구의 자일을 끊어라』 조 심슨/정광식, 산악문화, 1991

『남부군』 이태, 두레, 1988

『K2-죽음을 부르는 산』 김병준, 평화출판사, 1987

『히말라야의 아들』 자크 란츠만/김정란, 세계사, 2000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른다』 카이 페르지히·슈테판 글로바츠/유영미, 중앙M&B, 2001

『14번째 하늘에서』 예지 쿠쿠츠카/김영도·김성진, 수문춢ㄴ사, 1993



# 서문 - 6p.


책을 내다 버릴 때 나의 기준은 극히 단순하다. 이 책을 다시 볼 것이냐 말 것이냐다. 제 아무리 세계적 평판을 얻은 저서들일지라도 다시 들춰볼 일이 없다면 한낱 진열품이요 지적 허영심의 표출에 지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서 두 번 이상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내다 버려도 그만이다. 좀 더 잔혹하게 말하자면, 두 번 이상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 번 읽을 가치도 없다. 나의 이 자의적이되 지극히 잔혹한 선별기준을 언제나 만족시켜주는 책은 오직 산서뿐이다.



# 죽음의 지대, 라인홀트 메스너 - 75p.


메스너는 티롤지방에 위치해 있는 커다란 고성(古城)에 산다. 어느 날 잠깐 앞마을에 외출을 갔다가 돌아온 메스너는 자기가 열쇠를 안 갖고 나온 채 문을 걸어 잠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보통사람이라면 당연히 열쇠수리공을 불렀겠지만 그는 세계 최강의 클라이머 메스너다. 그는 이까짓 성벽쯤이야 하는 생각에 맨손으로 클라이밍을 시작했다. 결과는? 성벽 중간쯤에서 얼토당토 않게 슬립을 먹어 떨어지는 바람에 발목에 금이 갔다! 농담이 아니다. 몇 년 전 국내신문의 해외토픽란에 가십처럼 실렸던 실화이다. 인류 최초로 8000m급 14봉을 모두 오르고 살아 돌아온 세계 최강의 클라이머가 자기 집 담을 넘다가 추락했다?



# 빙벽(氷壁), 이노우에 야스시 


- 91~92p.

그 서정성은 도시인의 내면세계 및 정서와 엄격하게 대(對)를 이루며, 그래서 이해받지 못한 자의 고독 혹은 천상천하유아독존을 연상케 하는 절대적 기개를 느끼게 한다. 산과 도시는 너무 다르다. 산악인과 도시인은 서로 다른 인종이다. 이 두 세계 사이에는 결코 화해할 수도 넘어설 수도 없는 벽이 존재한다. 그것이 『빙벽』이다.


- 96p.

고사카는 등산가다. 등산가인 그가 친구와 암벽을 오르면서 자살할 리가 없다. 그것은 산의 신성을 모독하는 행동인 것이다. 등산가는 산을 위해서는 생명을 내던지지만, 속세의 인간관계를 청산하려고 산에서 생명을 끊는 그런 짓은 결코 하지 않는다.



# 알프스에서 카프카스로, 앨버트 머메리 - 101p.


알피니스트들은 다만 '산에 오르기 위해서' 산에 오른다.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말한다면 알피니즘이란 곧 '고도의 위험이 농축되어 있는 유희'이자 '무상의 행위' 인 것이다.



# 자일 파티, 닛타 지로 - 150p.


자일 파티란 무서운 것이다. 두 존재를 맺어주고 있는 자일이란 우정을 넘어서 사랑이고 운명이며 불가사의한 교감이다. 도시코는 그 환청을 듣고 미사코의 죽음을 확신한다. 어렸을 때부터 '울지 않는 아이'로 불리웠던 도시코는 그 순간 넋을 잃고 울음을 터뜨린다. 그녀의 신랑은 도시코를 오해한다. 너무 행복에 겨워 우는 것이겠거니 넘겨짚고는 그녀를 달래려든다. 그러나 남편이 아니라 그 누구라해도 필생의 자일 파티를 떠나보내는 절망과 슬픔을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심산의 마운틴 오딧세이>

심산

풀빛, 2002


심산의 마운틴 오딧세이 (산이 만든 책, 책 속에 펼쳐진 산)
국내도서
저자 : 심산
출판 : 풀빛 200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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