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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추억의 책장 · 메모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윤동주 유고시집 (1955년, 10주기 기념 증보판 복간 - 정음사 오리지널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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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自畵像(자화상) - 22~23p.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랑 바람이 불고 가늘이 있읍니다。


그리고 한사나이가 있읍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엽서집니다。

도로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읍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追億(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읍니다。


- 1939年 9月




# 무서운 時間(시간) - 42~43p.


거 나를 부르는것이 누구요、


가랑잎 잎파리 푸르러 나오는 그늘인데、

나 아직 여기 呼吸(호흡)이 남아 있소。


한번도 손들어 보지못한 나를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어디에 내 한몸 둘 하늘이 있어

나를 부르는 것이오。


일을 마치고 내 죽는날 아침에는

서럽지도 않은 가랑잎이 떨어질텐데... ...


나를 부르지마오。


- 1941年 2月 7日



# 눈 감고 간다 - 49p.


太陽(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아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밤이 어두었는데

눈 감고 가거라。


가진바 씨앗을

뿌리면서 가거라。

발뿌리에 돌이 채이거든

감었든 눈을 와짝 떠라。


- 1941年 5月 31日



# 별헤는 밤 - 54~57p.


季節(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읍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


來日(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오、

아직 나의 靑春(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하나에 追億(추억)과

별하나에 사랑과

별하나에 쓸쓸하과

별하나에 憧憬(동경)과

별하나에 詩(시)와

별하나에 어머니、어머니、


어머님、나는 별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小學校(소학교)때 冊床(책상)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佩(패)、鏡(경)、玉(옥) 이런 異國 少女(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서 애기 어머니된 게집애들의 이름과、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비둘기、강아지、토끼、노새、노루、『푸랑시스 · 짬』、 『라이넬 · 마리아 · 릴케』、 이런 詩人(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읍니다。

별이 아슬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北間島(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이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우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읍니다。


따는 밤을 새워 우는 버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게외다。


- 1941年 11月 5日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지음

한국교과서, 201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복제(영인)본
국내도서
저자 : 윤동주
출판 : 한국교과서(주) 201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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