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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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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의 인생 약간 주춤거리며, 반가운 듯 들어온 사람의 얼굴 얼굴이 먹는 사이에 바뀌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다. 말다툼을 하고 왔든, 묵묵히 침묵하다 왔든, 표정이 누그러지면서 그 사람 원래의 얼굴이 되어 간다. 징그러운 사람은 더욱 징그럽게, 뻔뻔한 사람은 더욱 뻔뻔하게, 처음에는 아무 표정 없던 사람이 가게 안에서 마침내 자기 속내를 드러내며 변해 간다. 연기 너머로 그런 모습들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참 좋은 인생이었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내내 같은 일을 해 왔는데 지겨웠던 적은 없었다. 나는 침대가 있는 조그만 방에 들어갔다. 하얀 시트가 깔린 침대는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꼭 닫혔던 천장의 창고 문이 휙 열리면서 아래로 축 늘어졌다. 그리고 안에서 후드득 무언가가 떨어졌다. 나는 벌..
도마뱀 원문작성 : [2008/04/15] 제각기 다른 몸을 가지면서 공유할 수 있는 것, 생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수많은 것들의 물컹물컹한 무게를 견디며 여기까지 왔다. 생각해 보면 죽 아주 오랫동안 그렇게 해온 듯한 느낌이 든다. 어릴 때부터. 태어나기 전부터. 그것을 알아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 그걸 앞으로도 계속해 갈 듯한 느낌이 든다. 싫더라도. 죽을때까지. 죽고 나서도. 하지만 지금은 휴식할 때가 왔고, 많은 일들이 오래 끌기도 했고 피곤해서 이제 졸리다. 오늘 하루가 끝난다. 다음에 눈뜨면 아침 해가 눈부시게 비치며 또 새로운 자신이 시작된다. 새로운 공기를 마시고 본 적도 없는 하루가 생겨난다. 어릴 때 시험이 끝난 방과후나, 특별활동 대회가 있었던 날 밤에는 언제나 이런 느낌이 들었다.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