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트래비 2018 12월호 (Vol. 322)

http://www.travi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642


19세기 찰스 다윈(Charles Darwin)에게 갈라파고스는 ‘종의 기원’이자 진화론의 근원이었다면, 21세기를 살아가는 아웃도어 홀릭 여행자에게 갈라파고스는 ‘여행의 기원’이자 행복론의 근원이다.

플로리아나 해변. 바다사자 한 마리가 조용히 곁으로 다가와 애교를 부린다



▶ 갈라파고스
기후는 연중 내내 쾌적하고, 가장 추운 시기인 9월에도 평균 19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 여행하기에 이상적인 날씨다. 갈라파고스에 가려면 크루즈를 이용하거나 에콰도르 키토(Quito)공항이나 과야낄(Guayaquil) 공항에서 국내선을 이용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최소 비행기를 2번 이상 갈아타야 하기에 이틀 이상이 걸린다. 



▶ 갈라파고스 입국하기
갈라파고스에는 발트라(Baltra)와 산크리스토발(San Cristobal) 두 섬에 각각 공항이 있는데, 산타크루스(Santa Zruz)섬 푸에르토 아요라(Puerto Ayora) 마을에서 가까운 발트라 공항으로 더 많은 항공편이 운행된다. 갈라파고스로 이동하는 국내선 항공 탑승 전에 입도 카드(Transit Control Card) 비용(20USD)을 지불하고 가방 검사를 철저히 받아야 한다. 발트라 공항에 도착해 입도 심사를 받을 때는 100USD의 갈라파고스 국립공원 입장료를 현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해변을 따라 뻗은 이사벨라섬의 라스 프라가타스 거리는 산책하기 좋다



● 갈라파고스를 여행하는 법 


갈라파고스 제도(Galapagos Islands)는 에콰도르 연안에서 약 1,000km 떨어진 태평양에 19개의 주요 섬(큰 섬 13개, 작은 섬 6개)과 수많은 바위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 면적은 제주도의 약 4배 정도 크기이고, 지금도 여전히 화산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화산 활동으로 태어난 갈라파고스 제도의 섬들은 외부와 격리돼 독특한 종들의 진화의 무대가 되었고, 1835년 이 섬을 찾았던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이 큰 영감을 받아 ‘진화론’을 주장함으로써, 세계 과학사에 한 획을 그은 <종의 기원>이 탄생하게 되었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에 놓인 천연 수영장, 라스 그리에타스



갈라파고스에서는 갈라파고스의 법대로! 


섬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갈라파고스는 자연 보호를 위해 여러 가지 규칙들을 두고 있다. 관광객은 반드시 갈라파고스 국립공원 공인 가이드와 동반해야 하고, 동물과 적어도 2m 이상의 거리를 두어야 하며 만지거나 먹이를 주는 행동은 절대 금지되어 있다. 캠핑은 오직 허락된 장소에서만 가능하며 반드시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바위나 나무 등에 낙서를 해서도 안 되며 쓰레기나 오염물질 등을 버리는 행위는 당연히 금지다. 섬의 고유 동식물 군과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생물체(애완동물, 식물, 곤충 등)를 반입해서는 안 되며 음식 반입도 불가하다. 또한 산호나 조개껍데기, 바다사자 이빨, 거북이 등껍질, 화산석, 갈라파고스 고유종 나무 등으로 만든 기념품은 절대 반출할 수 없으니 구입하지도 말아야 한다. 

발자국 소리만이 들려 오는 산타크루스섬의 용암동굴



다소 까다롭게 느껴지지만, 그 땅의 주인들에게 인간의 때를 묻히고 환경을 어지럽히지 않기 위해서는 마땅히 지켜야 할 일이다. 무수한 동물들이 눈앞에 있어도 절대로 만지지 않고, 섬에서는 조개껍데기 하나도 가지고 나올 수 없는 규칙은 실제로도 완벽할 정도로 지켜지고 있다. 그런 엄격함 덕분에 수많은 야생 동물들은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편안하게 낮잠을 자고, 관광객들도 멀리 이동하지 않고도 어느 곳에서나 눈앞에서 야생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이사벨라섬에서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틴토레라스섬. 수많은 바다 이구아나들의 서식지다



낙원에서 캠핑하기

갈라파고스섬을 여행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크루즈 선박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낮에는 갈라파고스의 각 섬에 방문하여 투어를 하고 밤에는 크루즈를 타고 이동을 하며 여행하는 방법. 둘째, 유인도를 거점으로 숙박하면서 이동하고 여행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에는 당일 투어로 인근의 무인도를 둘러볼 수 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유인도는 발트라(Baltra), 플로레아나(Floreana), 이사벨라(Isabela), 산크리스토발(San Cristobal), 산타크루스(Santa Cruz)섬까지 5개뿐이다.

나만 알고 싶은 보석, 캄포두로 캠핑장


두 가지 방법을 놓고 고심하다 아웃도어 홀릭을 자처하는 마당에 편안한 크루즈가 웬 말인가 싶어 과감히 갈라파고스에서 캠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사벨라섬의 캄포두로(Campo Duro) 캠핑 사이트와 산타크루스섬의 하이랜드 캠핑 사이트, 그리고 플로레아나섬의 게스트하우스 세 곳을 베이스캠프 삼아, 갈라파고스를 떠나는 날까지 매일매일 말초 혈관까지 상쾌해지는 기분으로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다. 누군가 파라다이스의 사전적 정의를 묻는다면 갈라파고스라고 대답해도 틀리지 않으리라.

자연에 녹아드니 휴대폰을 확인할 필요도 시간을 확인할 일도 없었다. 여행에서 만난 친구 소피와 자전거를 빌려 이사벨라섬을 일주하는 동안은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하루가 지나도 새소리와 함께 똑같은 어제가 시작되는 날들이 이어졌다.


이사벨라섬의 캄포두로 캠핑장 Campo Duro Campground
주소:  Via Sierra Negra, Isla Isabela, Galapagos, Ecuador
전화: +593 5835 301 6604 
홈페이지: www.campoduroecolodge.com.ec




● 생태계의 보고, 갈라파고스 

갈라파고스섬의 동물들은 하나같이 매우 느리고 여유가 넘친다. 생존을 위해 주위 환경에는 적응을 해야 했지만 천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백 마리의 바다사자와 이구아나가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미소를 머금은 채 일광욕을 즐기고, 그 위를 갈라파고스 붉은 게(Sally Lightfoot Crab)가 기웃거린다. 푸른발부비새는 느릿하게 다리를 들었다내렸다 하며 구애 활동을 하고, 자이언트 거북이 길을 떡하니 막고 서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사람이 피해 갈 수밖에.

산타크루스섬, 찰스 다윈 연구소(The Charles DarwinResearch Station, CDRS)에 살고 있는 자이언트 거북.긴 목을 빼고 나뭇잎을 따서 먹는다

이사벨라섬 자이언트 거북 번식센터에 살고 있는 거북. 지구상에존재하는 거북 중 크기가 가장 큰것으로 알려져 있다


갈라파고스 자이언트 거북  Galapagos Giant Tortoise 

갈라파고스가 최초로 발견될 당시에는 무인도였던지라 큰 거북이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갈라파고스의 자이언트 거북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북 종류 중에 몸집이 가장 큰 것으로 유명한데, 몸길이는 1.8m에 이르고 무게는 0.5톤에 육박한다. 이곳의 거북들은 거주 지역에 따라 등껍질의 모양이 다르게 진화했다. 건조한 곳에 사는 거북들은 목을 길게 빼고 나무에 달린 먹이를 먹기 쉽도록 말 안장 모양의 등껍질을 갖게 됐고, 습지에 사는 거북은 풀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먹이를 주워 먹을 수 있도록 돔형 등껍질을 갖고 있다.

미소를 머금고 일광욕을 하고 있는 마린 이구아나


갈라파고스 마린 이구아나  Galapagos Marine Iguana 

갈라파고스 마린 이구아나는 바다에서 위장하고,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유일한 바다 파충류로 주로 미역이나 해조류를 먹고 산다. 10m 높이에서 물속으로 뛰어들 수 있으며, 갈라파고스 군도 전역에 퍼져 있다. 


갈라파고스 바다사자  Galapagos Sea Lion  

천적이 없는 갈라파고스는 바다사자들의 천국이다. 갈라파고스에서 가장 많은 동물 중 하나인 바다사자들은 사교성이 무척이나 좋다. 해안가나 바위에서 무리를 지어 일광욕을 즐기며 엄마 냄새를 찾아 관광객을 쫄래쫄래 쫓아오며 너스레를 떨기도 하고, 미소를 머금은 듯한 표정을 짓고 관광객들에게 장난을 걸어온다. 익살스러운 울음소리에 물속에서 우아하게 헤엄치는 모습 덕분인지 바다사자는 단연 최고의 인기 동물이다.



갈라파고스 육지 이구아나  Galapagos Land  Iguana 

육지에서 살며, 지상에 둥지 구멍을 파고 생활하는 육지 이구아나들은 마린 이구아나와는 달리 노란빛 색상을 띄는 것이 특징이다. 초식을 즐기는 노란 신사들은 주로 선인장의 잎, 꽃, 과일을 먹는데, 단단한 선인장 잎은 발톱으로 찢고 턱으로 깨물어 잘게 부순 후 먹는다.



푸른발부비새  Blue-footed Booby 

다리의 선명한 파란색 때문에 푸른발부비새란 이름으로 불리는 멋쟁이 신사다. 구애 행동을 할 때 수컷이 다리를 번갈아 들어, 암컷의 주위를 맴돌며 춤을 춘다. 이 웃음을 자아내는 부비댄스와 호기심 많은 눈동자 그리고 파란 발 덕분에 만화 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은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푸른발부비새는 갈라파고스의 최고 인기 동물 중 하나로, 기념품 상점에서 판매하는 열쇠고리나 자석 장식들의 모양에도 가장 많이 쓰인다.


갈라파고스 펭귄  Galapagos Penguin  

적도에 펭귄이라니. 펭귄은 추운 곳에 사는 것 아닌가? 이곳의 펭귄들은 몸 크기가 40cm 정도로 매우 작은 세계 유일의 열대 종 펭귄이다. 명색이 펭귄인 만큼, 귀여움을 기본으로 장착한 갈라파고스 펭귄들은 주로 해안에 가까운 사막지대의 저지대에서 번식하는데, 밤에는 육지로 올라와 휴식을 취한다고 알려져 있다. 


갈라파고스 붉은 게  Galapagos Sally Lightfoot Crab 

발이 무척 빠르고 민첩해서 ‘댄서 게’라고도 불리는 갈라파고스 붉은 게는, 어릴 때는 빛깔이 어둡다가 자라면서 점점 붉은빛을 띠며 밝아진다. 아침과 오후에 가장 활동적인 이 붉은 게들은 해면·연체동물, 갑각류, 어류, 물개나 새의 썩은 고기 등을 먹고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변가나 부둣가에서 바다사자나 이구아나 주위를 기웃거리곤 한다.
먹음직스럽게 생겼지만, 손도 댈 수 없는 갈라파고스 붉은 게! 문득 ‘한국 돌아가면 얼큰한 꽃게탕도 먹고, 제철 영덕 대게도 실컷 먹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풍광이 아무리 훌륭해도 끼니때를 지나니 급기야 눈앞에 꽃게 맛 과자만 어른거릴 지경이니, 역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옛말이 명언임에 틀림없다.


▶ 매일매일 신선한 갈라파고스의 해산물




페루의 명물 요리, 세비체(Ceviche)

신선한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갈라파고스에는 세비체를 판매하는 레스토랑이 많다. 세비체는 참치, 문어 등 어떤 재료를 주로 하느냐에 따라 맛이 미묘하게 다르며, 세비체와 함께 바삭하게 튀겨진 바나나칩이 곁들여진다. 에콰도르 로컬 맥주인 필스너와 함께 먹으면 찰떡궁합이다.


얼굴만 한 로브스타(Lobstar)가 단돈 2만원!


갈라파고스 물가는 본토보다 비싸지만, 로브스타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맛볼 수 있다. 야시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산타크루스섬의 키오스크Kiosk 거리에서는 로브스타를 직접 골라 주문할 수 있는데, 가격은 15~20USD 내외다. 


● Epilogue - A Letter from Galapagos


낭만은 시간을 머금고 다시 돌아온다  

플로레아나섬에는 낭만적인 무인 우체통이 있다. 우표를 붙이지 않아도 배달이 되는 이곳 유일의 우체국인 셈인데, 다양한 언어로 쓰인 엽서와 편지지들이 나무통에 수북이 놓여 있다. 관광객들이 나무통에서 자신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수신지의 편지를 골라 직접 인편으로 배달하거나 고국에서 우표를 붙여 수신인에게 보내 주는 시스템이다. 이 섬은 원래 갈라파고스를 지나는 모든 배가 잠시 정박하던 곳이라 배럴(나무통)을 갖다 놓고 우체통으로 썼는데, 고향으로 돌아가는 선원이 편지를 직접 전해 주었던 전통을 지금은 관광객들이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명도 ‘우체국 만(Post Office Bay)’이라 불린다.  

플로레아나 해변의 무인 우체통


동화 같은 섬 안에 동화 같은 나무통 우체국 앞에 있으니 동심이 돋아났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평소에는 잘 하지 않던 말들을 수북이 얹어 수신인이 다른 스무여 장의 엽서를 빼곡히 채웠다. 2년이 걸릴지 3년이 걸릴지 혹은 배달이 되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불현듯 스무 장의 우표 값만 생각해도, 생판 모르는 그 누군가에게 내가 참 무례한 여행자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리 감사 인사를 적어 두고, 엽서들을 잘 배송해 주시면 따뜻한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하고 싶다고 메일 주소를 남겨 두었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쳇바퀴처럼 바쁘게 일상이 돌아가니, 그날의 엽서들과 무인 우체통은 없었던 일처럼 깡그리 잊고 살았다. 그러는 새 겨울을 지나 봄이 흐드러지게 넘어가던 어느 날 아침, 메일함을 열어 보니 영화 속 스크린에서나 봄직한 소식이 도착했다.

 
갈라파고스 플로레아나섬에서 엽서들을 가져왔습니다. 
저는 보스턴에서 살고 있고, 한국에 어버이날을 맞아 우편을 보낼 것이 있어, 이 편에 엽서들을 보냈습니다. 
제 어머님께서 엽서에 우표를 붙여 발송해 주실 계획입니다. 
아마 5월 중에는 사랑하시는 분들께 잘 도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Hope they make it to your loved ones safely.  - J Kim


캠핑중에 만난 소피, 폴 커플과 자전거를 타고함께한 이사벨라섬 일주


별일 아닐 것 같은 편지 한 통에 세상 그 어떤 여행에서도 느껴 보지 못한 묘한 것이 울컥 밀려왔다. 주책맞게도 눈시울까지 붉어진다. 갈라파고스 여행의 감동이 다시 밀려온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플로레아나 해변가에서 하루 진종일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자다 깨다 느긋하게 여유 부리기를 반복하며 스무 장이 넘는 엽서를 써 내려가던 그날의 기분이 돋아났다. 

그 여행을 떠나기 전 나는 무척이나 지쳐 있었다. 일에, 삶에, 사람에, 무엇보다 나 스스로에 대한 강박에. 그래서 현실을 작파하는 심정으로 긴 휴가를 내어 지구 반대편 고요한 곳, 생물학자가 되고 싶었던 어릴 적 꿈을 좇아 막연히 신비의 섬 갈라파고스까지 여행을 간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그때의 나는 스스로 되뇌던 말들을 스무 장 중 한 장의 엽서에 끄적여 먼 미래의 나에게 부쳤다.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그날 이후 나는 엽서의 매력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다. 네팔의 히말라야 등반을 마치고 보냈던 엽서는 무려 발송 348일 만에 도착했다. 아직도 수신지로 오지 못하고 페루의 쿠스코, 짐바브웨의 우체국 창고 한 켠 어딘가에 쓸쓸히 처박혀 있겠거니 싶은 엽서, 유럽의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엽서들도 있다. 세상을 돌고 돌아 언젠가는 다시 나에게 도착할 그 낭만들이 오늘도 길을 떠나게 만드는 여행의 기원은 아닐는지. 

 
*트래비스트 차승준은 주중에는 데이터 분석가지만 주말에는 캠핑, 수중다이빙, 클라이밍을 탐닉하는 부지런한 익스트림 여행가다. 
글·사진 Traviest 차승준  에디터 천소현 기자


출처 : 트래비 매거진(http://www.travie.com)

[원문] 산 2018 · 5+6 (VOL. 257), 사단법인 한국산악회 회보 2~5p.



[원문] 마운틴저널

- http://www.mountainjournal.kr/news/articleView.html?idxno=248

코오롱등산학교 암벽 연수반 1기 수료기

 

처음이란 단어는 사전적으로는 단순히시간적으로나 순서상으로 맨 앞을 이르는 말이지만, 처음이라면 뭇사람들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겨지는 만큼 그 의미는 배가된다.


1969년 인류 처음으로 달 착륙에 성공한 퍼스트맨 닐 암스트롱은 인류의 대부분이 기억하지만, 암스트롱보다 20분 뒤, 두 번째로 달에 도착한 버즈 올드린(Buzz Aldrin)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에베레스트를 가장 처음 오른 에드먼트 힐러리와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는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지만 두 번째로 에베레스트 등정을 성공한 에른스트 쉬미드(Ernst Schmied)와 유르그 마멧(Juerg Marmet)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산악인에게 처음이라는 의미는 역시 남다르다. 남들이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거나, 가장 먼저 앞장서 나아가 위험을 극복하고자 하는 도전의 마음이 처음을 좇는 열정의 근원이리라.


작지만 처음을 꿈꾸는 예비 산악인들과 고급 암벽등반 기술을 습득하고자 하는 클라이머들을 위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통 등산 교육기관인 코오롱등산학교는 지난 9월 암벽 연수반을 신규 개설하고, 6주간 주말 동안 1기의 첫 교육을 진행했다.

 

여러 암벽등반 루트를 오르고 난 후, 인수봉 앞에 모인 암벽 연수반 1기 교육생들 ©코오롱등산학교

 


처음 진행한 암벽 연수반 1기 교육, 전원 수료하며 성공적 운영


첫 주 차 등반 실력 테스트를 시작으로 교육생들은 실력에 맞추어 5개 조로 배정되어 교육을 받았다. 강사 1명당 3인의 교육생이 배정되어 4인 등반 시스템으로 이동 시간을 최소화하고, 하루 평균 3개 이상의 멀티 피치 루트를 등반하는 등 다양한 코스의 암벽 등반 실습을 진행했다. 조별로 담임 강사의 지도 아래 족집게 식 과외라고 할 만큼 철저하게 교육생에게 맞춤 교육이 이루어졌다. 슬랩 등반 실력을 높이고 싶은 교육생을 위해서는 슬랩에서의 무게 중심을 잃지 않고 밸런스를 유지하며 이동하는 방법 및 등반 중 발을 사용하는 기술에 대해 집중 교육을 진행했다. 등반 실력이 뛰어난 교육생 일부는 선등으로 루트를 오르며 안전하게 선등을 하는데 필요한 기술뿐만 아니라 집중력을 높이는 등반 방법도 익혔다.

 

인수봉 써미트 길을 오르며 확보물(BD) 설치 위치를 교육 중인 배대원 강사 ©최원일


 

아두면 데 많은 반 중에 만나는 문제 해결


토요일 실습 교육에는, 등반 중에 만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에 대한 지식을 습득했다. /간접 확보 중 부상자를 내리는 방법, Z 풀리로 부상자를 끌어올리는 방법, 하강 중 로프의 매듭을 통과하거나 다른 로프로 이동하는 방법 및 다양한 방식의 주마링 기술 등을 직접 체험하는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졌다.


대다수의 교육생은 다양한 멀티 피치 등반을 많이 경험할 수 있어 만족스러워했으며, 소규모로 구성된 조별 인원으로 이동과 교육 진행이 빠르고, 수준별로 진행한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또한 연수반이라 하여 자연 암벽 등반에만 치중하지 않고, 주말 이틀 중 토요일은 등반 중 마주할 수 있는 여러 상황들에 대한 교육들이 있었기에 경험만이 아닌 지식도 쌓을 수 있다며 만족했다.


후등자 확보 중 부상자가 발생한 경우의 문제 해결 기술을 교육 중인 최원일 강사와 직접 실습 중인 교육생들 ©차승준



5시 퇴근 종이 울리면


주말 이틀 중 일요일에는 이른 새벽부터 인수봉과 선인봉에 올라 오후 5시 무렵까지 빈틈없이 조별로 암벽 등반 실습이 진행되었다. 비가 오는 악천후에도 위험을 극복하는 방법 등 다양한 교육 진행 후, 예외 없이 5시에 끝난 덕분에 교육생들은 가족과 통화를 할 때 일요일에는 5시 전에 퇴근을 못한다는 우스개 농담을 하기도 했다.


하루 평균 3개 이상의 멀티 피치 코스를 등반하고, 많게는 예닐곱 개의 루트를 등반하며 실력을 단단히 다졌다. 실력만큼이나 우애도 단단히 다지며 6주간의 주말 합숙 교육을 무사히 마친 15명의 교육생은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모두 벅찬 마음으로 과정을 수료했다.

 

인수봉 의대길을 오르고 있는 윤명섭 씨 ©차승준

 

인수봉 써미트 길을 오르고 있는 기자 ©배대원

 

 

암벽 연수반 1기 교육을 성공적으로 마친 코오롱등산학교 양유석 교무는 2019년부터는 봄 시즌으로 확장 운영을 고려하는 등 지속적으로 교육 과정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연수반 교육을 위해 코오롱등산학교 강사진은 기존 숨은벽 루트의 노후화된 체인 및 볼트를 신규로 교체 및 위험 구간에 볼트를 추가했고, 2개의 슬랩 신루트를 개척하여 연수 1, 연수 2길로 명명했다. 돌아오는 봄 시즌에는 인공 등반(일명 볼트 따기) 슬랩 교육을 위한 루트를 추가로 개척할 예정이다.


 

암벽 연수반을 처음으로 수료한 교육생들 또한 각자의 등반 정을 이어가며, 산을 향한 꿈을 계속 키워나갈 것이다.

 


Information. 북한산 숨은벽 암장 - 연수1, 연수2길 개념도

- 연수 1: 길이 30m, 난이도 5.10d

- 연수 2: 길이 25m, 난이도 5.10b, 필요장비 BD C4 0.5~0.75


북한산 숨은벽 연수1, 연수2길 개념도 ©코오롱등산학교


기존 숨은벽 개념도에 연수1, 연수2길을 함께 표기한 개념도 ©코오롱등산학교


Information. 코오롱등산학교 암벽연수반 개요

- 교육 내용 : 북한산 인수봉, 도봉산 선인봉 등지에서 다양한 암벽루트 실전 등반 및 선등 기술, 등반 중 만나는 문제 해결 기술 습득 (6주간 주말 합숙교육)

- 교육대상 : 고급 암벽등반 기술 습득을 원하는 만 19세 이상의 남녀

- 문의처 : 02-3677-8519 (이메일 : kolon_school@naver.com )

- 웹사이트: http://www.kolonschool.com/

 



[원문] 마운틴저널

- http://www.mountainjournal.kr/news/articleView.html?idxno=68



판대 아이스파크 100미터 인공빙벽 등반기


100미터를 이동하는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까?


100미터 달리기에서 인간의 한계라는 10초의 벽이 1968년 짐 하인스(미국, 9초 95)에 의해 무너지고, 2009년 우사인 볼트(자메이카, 9초 58)가 현재의 세계 기록을 경신하기까지 인간의 도전과 100미터 달리기의 역사는 끊임없이 바뀌고 있다.
100미터. 누군가에게는 10초의 거리.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6시간 30분의 대서사시가 될 수도 있는 거리다.

지난 1월 중순, 한파가 절정으로 치닫던 날. 클라이머 유석재씨가 운영하는 더탑 클라이밍 클럽은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에 위치한 판대 아이스파크의 100미터 빙폭을 찾았다. 
원주 클라이머스에서 운영 중인 판대 아이스파크는 절벽에 물을 퍼올려 얼린 30, 40, 60, 70, 100미터 규모의 인공 얼음벽이 있어 주말이면 빙벽 등반을 즐기는 클라이머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 중에서도 100미터 빙폭은 체력과 기술이 모두 요구되는 만큼, 초보자들이 쉽사리 도전할 수 없으며 사전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어 하루에 총 8팀 (4인 1팀, 08/10/12/14시 각 2팀)에게만 등반을 허가하고 있다.

판대아이스파크 100미터 빙폭을 선등으로 오르고 있는 등반자 ©이재석 사진작가

판대아이스파크 60미터 빙폭을 선등으로 오르고 있는 등반자 ©이재석 사진작가

판대아이스파크 30미터 빙폭에서 빙벽등반기술 교육을 받고 있는 더탑 클라이밍 클럽의 교육생들 ©이재석 사진작가


판대아이스파크 30미터 빙폭에서 톱로핑 등반을 즐기고 있는 등반자들 ©이재석 사진작가


얼음 위의 100미터

오후 2시. 더탑 클라이밍 클럽 멤버들은 마지막팀으로 100미터 빙폭에 올랐다. 

빙벽등반에 앞서 빙벽화와 크램폰을 신고 있는 기자 ©이재석 사진작가


선등으로 등반에 나선 유석재 씨는 교육생이 포함된 팀의 안전을 고려하여 100미터를 3피치로 나누어 오르는 것으로 계획을 세우고, 백조처럼 사뿐히 얼음 위를 올라 60미터 지점에 확보를 하고 완료를 외쳤다. 등반은 간결하고 빨랐으며 군더더기가 없었다. 감탄도 잠시, 기자의 차례가 되었다. 뒤이어 선등자가 설치한 아이스 스크루(Ice screw, 튜브 타입의 빙벽등반용 확보물)를 회수하며 로프를 따라 올랐다. 
며칠간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추운 날씨에 직벽의 얼음은 아이스 바일을 튕겨낼 정도로 강빙이었다. 힘을 잔뜩 주어 찍으면 얼음이 깨지고, 그렇다고 적당히 찍으면 아이스 바일이 튕겨져 나왔다. 얼음에 걸려있는 바일과 손을 믿지 못하니 자세는 불안정했고, 긴장감에 숨이 밭아 올랐다. 개미가 등짐 지고 이동하듯 시간이 꽤 오래 소요되었다. 예상보다 늦게 확보지점에 도착하고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이는데, 스승은 한 손으로 확보를 보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제자의 사진을 찍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판대아이스파크 100M 빙폭을 오르고 있는 기자 ©유석재


“선생님, 스크루가 3개밖에 없네요?”
“세컨이 회수하기 힘들까 봐” 하며 넉살 좋게 웃는다.
“세컨 걱정은 마시고, 다음부터는 안전하게 스크루 많이 쓰세요!”

판대아이스파크 100M 빙폭을 오르고 있는 기자 ©유석재


웃고 떠드는 시간도 잠시. 세 번째, 네 번째 등반자의 등반 시간도 예상보다 늦어진다. 마지막 피치를 오를 무렵 이미 어둑 어둑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아뿔싸! 이렇게 늦어질 것을 예상하지 못한 나머지 헤드랜턴을 챙긴 팀원이 한 명도 없었다. 휴대폰 라이트를 서로 비춰주며 안전하게 등반을 마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마지막으로 오른 등반자는 더탑 클라이밍 클럽에 올해 합류한 교육생이었는데,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는 허공에 발길질을 하던 본인의 처지가 처량해서 담배 생각이 간절했단다.
100미터 빙벽을 4인 1조로 오후 2시에 시작한 등반은, 8시 30분이 되어서 전원 안전하게 하산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덕분에 앞으로 한동안 술자리에 오르내릴 무용담이 하나 늘었다. 
빙벽에서 내려와 얼큰한 닭 백숙으로 몸을 녹이며, 술 한잔씩 나누다 보니, 다들 그렇게 감사한 일들이 많아졌는지. 4계절이 있는 대한민국 날씨 덕에 겨울에 얼음이 얼어서 감사하고, 빙벽 등반을 즐길 수 있도록 서울에서 멀지 않은 원주에 인공 빙벽장이 조성된 환경이 감사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정 많은 멤버들이 있어서 감사하고, 기타 등등. 감사할 일이 많았던 그날 밤은 6시간 30분이 소요된 '100미터의 전설'을 이야기하느라 새벽녘까지 뜨끈한 술자리가 이어졌다. 

그래도 가는 겨울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추운 겨울에 걸맞는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즐기고 싶다면 빙벽 등반을 즐기보시기를.
참! 랜턴은 필수다.

판대아이스파크 전경 좌측부터 30m, 60m, 70m, 100m, 40m 빙폭이 펼쳐져 있다 ©원주클라이머스

■ Information. 판대 아이스파크 
  - 주소: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판대리 194-1
  - 전화: 033-761-4177
  - 웹사이트: http://cafe.daum.net/wjalpine1
  - 판대아이스파크 빙벽장 등반 규정 (2018년 1월 20일자 시행)


 ■ Information. 더탑 클라이밍 클럽

 - 주소 : (송파점) 송파구 오금로 18길 5호 (대청점) 강남구 일원동 639
 - 전화 : 02-423-8848
 - 웹사이트 : http://cafe.daum.net/loveclimb
 

[원문] 트래비 2018 7월호 (Vol. 317) 

http://www.travi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371 


龍洞岩場


석회암 절벽을 사력을 다해 오르느라 

한소끔 땀을 흘리고 나니

경쾌하지만 부드러운 파도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고,

고단함을 풀어 주는 시원한

바닷바람이 콧잔등을 스친다.

나만 알고 싶은 

해벽 클라이밍의 매력이다.



롱동의 해벽에는 600여개의 클라이밍 루트가 있다

 


타이완 롱동


용의 동굴(Dragon Caves)이라는 이름을 가진 타이완의 조용한 바닷가 마을 롱동(龍洞)은 타이베이 시내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이동하면 된다. 유명 관광지인 지우펀(九份), 진과스(金瓜石)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고 낚시,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하이킹, 클라이밍을 모두 즐길 수 있어 현지인들의 사랑을 받는 아웃도어 스폿이다. 유리알같이 투명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석회암 절벽들이 절경을 이루니 가히 동남아시아 최고의 풍경을 자랑하는 암벽등반 명소라 해도 손색이 없다.


직벽에 루프 형태가 이어지는 24m 길이의스카이 래더Sky Ladder(5.10b) 루트. 롱레인 지역


“어? 지금 타이완 간다고?”

출국 전 부모님과 짧은 통화를 마쳤다. 예전에는 비행기를 예약하면 곧장 일정을 말씀드리곤 했는데, 그러면 비행기를 탈 때까지 내내 ‘위험한 곳에 꼭 가야 하느냐’는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전략을 바꿔서 지난해부터는 여행 당일 연락을 드렸다. 그 결과, 어쩔 수 없다는 체념과 안전을 당부하는 짧은 한마디로 대화가 마무리되었다. 다년간의 학습으로 묘책을 낸 것이지만, 익스트림 스포츠에 푹 빠져 걱정을 끼쳐드리는 불효녀이기에 그저 죄송스러울 밖에. 그래도 클라이밍 여행을 포기할 수는 없다! 


유난히 파란 하늘, 맑은 바다와 파도 소리가 콤비를 이루는 롱동 해벽 등반지로 이동하는 길

 


● 클라이머의 욕망을 채워 주는 롱동의 여름  


늦은 밤 타오위안 공항에 도착하니, 타이완 친구인 리타(Rita)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 ‘아침 6시30분에 출발하자. 다이빙 시즌이라 주말엔 차가 막힐 거야.’ 클라이밍은 혼자서 하기에 어려운 스포츠다. 추락에 대비해 몸에 로프를 연결하고 안전장치를 이용하는데 파트너가 되는 다른 한 명이 제동장치로 클라이머의 안전을 확보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로프로 이어진 파트너에게 목숨을 맡기는 셈이므로, 파트너와의 신뢰관계가 필수다. 이번 등반 여행에서 내 목숨을 맡길 파트너 리타는 사전에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고, 수년간의 롱동 등반 경험으로 루트 정보도 꿰차고 있어 묻는 질문마다 자동응답기처럼 설명이 줄줄 나와서 믿음직하다. 


백도어(Back Door)지역에서 더위를 식힐 겸 수영을 즐기는 클라이머들

 

이튿날 이른 아침, 졸린 눈을 비비고 호텔 밖을 나서니 리타가 반갑게 인사했다. 롱동(龍洞) 지역에서 암벽등반을 즐기기 위해서는 북쪽의 허메이(和美) 초등학교 또는 남쪽의 롱동 해양공원 부근의 진입로를 통해 이동하면 된다. 롱동으로 이동하는 한 시간 반 남짓 동안 줄기차게 클라이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파란 하늘과 맑은 바다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도보로 1km 정도 아름다운 바다를 배경 삼아 이동하다 보면 입이 떡 벌어지는 석회암 절벽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용의 동굴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용이 똬리를 틀고 있을 것만 같은 웅장함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허메이 초등학교 부근은 주차지역이 넓고 상점 등의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어 대다수의 클라이머들은 주로 이곳 북쪽 진입로를 이용한다. 초등학교 맞은편에는 스쿠버다이빙 장비와 구명조끼 등 물놀이 용품을 대여할 수 있는 가게가 있다. 또한 화장실과 샤워실을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곳으로 그 외 롱동 지역에는 화장실이 없으므로 자연 화장실에 익숙해져야 한다. 바닷가지만 모래사장이 아닌 암석 구간으로 이루어진 해변이므로 등반지 접근을 위해 도보 이동시에는 샌들이나 슬리퍼는 금물, 안전을 위해 접지력 좋은 운동화가 필수다.


오전 나절 해를 등진 롱레인 지역의 시원한 그늘에 클라이머들이 모여들었다 열정으로도 더위는 피해 가지 못하나 보다

 


처음 짐을 내린 곳은 등반지 스쿨 게이트(School Gate) 지역이었다. 햇볕이 따가웠지만, 바다를 품에 안고 파도를 닮아있는 바위를 보자마자 오름짓의 열정이 솟구쳤다. 클라이머라면 누구라도 반할 수밖에! 한 시간 남짓 바위에 몰입해 등반을 즐기다 보니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더위에 맥을 못 출 지경이었다. 리타의 추천으로 그늘에서 선선하게 등반할 수 있는 지역인 롱 레인(Long Lane)과 뮤직홀(Music Hall) 지역으로 이동했다. 그늘진 바위에 도착하니 제법 많은 수의 클라이머들이 수직 해벽에 붙어 열정을 벼리고 있었다. 37도를 넘나드는 더위에 웃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바위에서 사력을 다하는 클라이머들의 열정은 롱동의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짜릿한 난이도의 Reach for the Sky(5.11b) 루트. 롱레인 지역 

 


● 해벽 아래 달콤한 낮잠이 솔솔 


클라이밍이 아무리 좋아도 동남아 해변에 내리쬐는 여름 햇볕은 상상 이상으로 뜨겁다. 체력을 아끼며 클라이밍을 즐기기 위해선 그늘에서 잘 쉬는 것 또한 중요하다. 바위에 붙어 클라이밍을 즐기는 도중 정수리와 등줄기를 따끈하게 달궈 주는 햇살을 피하고 싶다면, 오전 나절에 그늘이 지는 롱 레인 지역이 시원하게 등반을 즐기기 좋다. 오후 1시가 넘어서면 롱 레인에도 해가 들기 시작한다. 이때는 바로 옆 뮤직홀 지역이 해를 등지므로 오후 나절에는 뮤직홀로 이동하여 등반할 것을 추천한다. 그늘 밖을 나서면 높은 온도와 습도 때문에 습식 사우나 안에 들어선 것처럼 금방 땀이 줄줄 흐르지만 그늘에 들어서면 산산한 바닷바람이 콧잔등을 스치기 때문이다. 바위를 베개 삼아 달콤한 낮잠에 빠지기 딱 적당한 온도였다. 파트너에겐 미안하지만 시원한 바위 그늘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 파도소리와 바닷바람이 콤비를 이루고 풍광도 아름다워 캠핑 장소로 제격인데, 모기가 제법 많은 것이 단점이다. 


해 질 무렵 스쿨 게이트(School Gate) 지역에서 암벽 등반 교육 중인 타이완 산악구조대

 

짧은 수면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난 후, 곧장 다시 바위에 집중했다. 미리 구매해 둔 롱동 클라이밍 가이드북과 실제 해벽을 비교해 보며 점 찍어 놓은 루트를 어떻게 오를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논했다. 까슬한 바위가 손에 닿는 느낌이 좋았고, 무더위를 식혀 주는 바닷바람은 일품이었다. 힘들게 한 루트의 끝까지 오르고 나면 몸은 기진했지만 입은 끊임없이 바위를 찬미했다. 


주말 동안의 여행은 너무나 짧았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입으로 롱동의 바위를 다시 오르고 있다. 열심히 오름짓을 거듭했지만 10개 남짓한 루트만을 만져 봤을 뿐이다. 아직 오르지 못한 루트들이 오른 루트보다 훨씬 더 많다. 클라이밍에만 몰입한 일정 덕분에 타이완의 맛있는 음식들을 뒷전으로 미룬 것도 후회로 몰려왔다. ‘아쉬움을 남겨 두어야 다시 찾아갈 이유가 되지.’ 짧은 여정, 한 번의 인연으로 마무리하기엔 아쉬운 이유가 너무나 많다. 그러니까 한번  더, 푸통푸통 타이완!  


 

▶ 타이완 롱동 암벽여행 TIP 


롱동의 등반지는 크게 9개 지역으로 나뉜다. 스쿨 게이트(School Gate), 클락타워(Clocktower), 롱 레인(Long Lane), 뮤직홀(Music Hall), 그랜드 오디토리엄(Grand Auditorium), 퍼스트 케이브(First Cave), 세컨드 케이브(Second Cave), 골든 밸리(Golden Valley), 백도어(Back Door)다. 스포츠클라이밍 루트부터 고정 확보물 없이 캐밍 디바이스(Camming Device)를 이용해 올라야 하는 트래드(Trad) 클라이밍 루트까지, 등반에 갓 입문한 초보부터 베테랑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난이도의 600여 개 루트들이 있다. 로프나 안전벨트 등 일체의 안전장치 없이 바위를 오르다가 바다로 떨어지거나 목적지에 도달하면 바다로 바로 다이빙을 하는 형태의 딥워터 솔로잉(Deep Water Soloing)이 가능한 루트까지 겸비하고 있어 클라이머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이다.


허메이 초등학교  

주소: HeMei Elementary School-No.1, Longdong Street, Gongliao District, New Taipei City



*트래비스트 차승준은 주중에는 데이터 분석가, 주말에는 수중다이빙과 클라이밍을 즐기는 익스트리머다. 최근 타이완으로 클라이밍 여행을 다녀왔다. 


글·사진 Traviest 차승준  에디터 천소현 기자


출처 : 트래비 매거진(http://www.travie.com)


[원문] 트래비 2018 6월호 (Vol. 316) 

http://www.travi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310



온몸을 파도가 감싼다. 
살랑거리는 봄바람 같기도,
여름철 몰아치는 소나기 같기도.
카리브해에 ‘풍덩’ 빠져 버렸다.


다이버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코수멜섬의 산호초 군락은 카리브해가 품은 보석이다



코수멜섬(Cozumel Island) 
코수멜섬을 만나기 위해서는 플라야 델 카르멘에서 페리를 타고 40분 정도 이동하거나, 코수멜국제공항까지 국내선을 이용하면 된다. 코수멜섬 바다 속에는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산호초 지대가 자리 잡고 있다. 동화 속에서나 마주칠 법한 풍경에 다이버들은 넋을 놓곤 한다.


태양을 품은 코수멜섬의 풍광은 처절하리만치 낭만적이다
 

●비바 멕시코(Viva Mexico)


다윈의 <종의 기원> 마지막 책장을 넘겼을 때, 나의 버킷리스트 목록에 갈라파고스 여행을 적어 넣었다. 그리고 결국 이뤘다. 하지만 갈라파고스에 도착 후 이내 서글퍼졌다. 눈앞에 놓인 갈라파고스의 속살을 보지 못했기에. 결국 힘들게 지워 낸 ‘갈라파고스 가기’ 버킷리스트 목록 위에 ‘스쿠버다이빙 자격증 취득하기’를 덧대어 적었다. 여행깨나 한다고 자부했지만, 지구 3분의 2는 바다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아쉬움을 기회 삼아 결국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했다. 마침내 지구를 조금 더 넓게 여행하는 법을 배운 셈이다.


카리브해에 위치한 코수멜섬에는 그레이트 마야 산호초 지역(The Great Maya Reef)이 자리한다. 북반구에서 가장 넓은 산호초 군집이며, 전 세계에서는 두 번째 규모다. 물속 시야가 40m 이상으로 맑아 거북이, 돌고래, 고래상어 등 다양한 해양 생물과 마주칠 수 있다. 무려 500여 종이 서식하고 있으니, 다이버들의 꿈의 바다로 불릴 만하다. 나 역시 카리브해에서 즐기는 낭만적인 다이빙을 꿈꾸었다. 그리고 꿈은 현실이 되었다.


멕시코 독립기념일에는 거리 곳곳에서 정열적인 춤사위를 구경할 수 있다


플라야 델 카르멘에서 코수멜섬으로 향하는 페리에 몸을 실었다. 섬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곳곳에서 들려왔다. “비바! 메히코!(Viva! Mexico!)” 멕시코의 독립기념일을 맞아 거리 곳곳에서는 축제가 한창이었다. 1521년 스페인의 식민지가 된 멕시코는 300년이라는 세월을 지배받았다. 그리고 1810년 9월16일, 미겔 이달고 신부의 선봉 아래 독립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1821년, 드디어 독립을 쟁취한다. 미겔 이달고의 투쟁은 당시 실패로 끝났지만 멕시코는 미겔 이달고 신부의 용기를 잊지 않고 매년 기념한다. 다름 아닌 ‘독립기념일’로 말이다. 이토록 기분 좋은 날, 맥주가 빠질 수 없다. 날이 어둑해지기 전 펍에 들렀다. “우나 세르베사 솔, 포르 파보르(Una Cerveza Sol, por favor).” ‘솔 맥주 하나 주세요’라는 뜻이다. 솔(Sol)은 스페인어로 ‘태양’을 뜻한다. 맥주를 두어 모금 들이키고 나니, 역시나! 번뜩 눈을 밝혀 주는 태양의 맛이다. 태양을 꿀떡 삼킨 탓인지 부쩍 날이 어두워졌다. 어둠 속 우렁차게 들려오는 파도소리와 잔잔한 야경. 혼자 즐기기엔 처절하리만치 낭만적인 순간이었다. 꿈꿔 왔던 카리브해가 내 앞에 찰랑였다. 


상쾌한 시야를 자랑하는 청정 다이빙 포인트, 찬카납ⓒRaul


파라다이스 리프 인근에 살고 있는 옐로테일 스내퍼(Yellowtail Snapper) ©Raul



●여행의 향기, 진한 바다내음


카리브해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리프(Paradise Reef)와 비야 블랑카(Villa Blanca) 포인트에서 아름다운 산호를 만났다. 다이빙을 마치고 돌아와, 한껏 흥분한 채로 수중사진작가 라울에게 말했다. “산호는 정말 너무나도 아름다운 식물이야!” 나의 산호 예찬론을 잠자코 듣고 있던 그가 웃으며 대답했다. “맞아, 산호 정말 아름답지. 그런데 산호는 식물이 아니라 동물이야!” 


산호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자웅이체 동물로, 바다 속에서 수정을 통해 번식한다. 움직임도 없이 가만히 있으니 식물이라고 오해할 수밖에. 괜스레 꿈쩍하지 않는 산호 탓을 해 본다. 다음날 유캅 리프(Yukab Reef) 포인트에서 리프상어를 만났다. 어찌나 앙증맞던지, 산호 논쟁으로 얼굴 화끈했던 기억이 잊혀졌다. 이후에도 수많은 친구들을 만났다. 산타로사 월(Santa Rosa Wall)에서는 엔젤피시 가족을, 토멘토스 리프(Tormentors Reef)에서는 해마와 함께 유영했다. 찬카납(Chankanaab) 다이빙을 하던 날은 유독 날씨가 맑아 바다 속 시야가 무한대에 가까웠다. 눈앞이 확 트였던 카리브해의 풍광은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기억된다. ‘여행’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바다내음이 풍겨 올 정도로.


비야 블랑카 포인트에 위치한 산호초 군락 ©Raul


코수멜 아쿠아 사파리 다이브숍 (Cozumel Aqua Safari Dive Shop)
주소: Av. Rafael Melgar 429, Cozumel, Quintana Roo 77600 Mexico
전화: +52 987 869 0610
오픈: 07:30~19:30 
요금: 데이트립 보트 다이빙 50USD~123USD(3회), 프라이빗 보트 다이빙 160USD, 해양공원 입장료 2.50USD
홈페이지: www.aquasafari.com 

 


플라야 델 카르멘 5번가의 시작점, 푼다도레스(Fundadores) 




●매일이 아름다운 플라야 델 카르멘


리비에라 마야(Riviera Maya)의 중심지인 플라야 델 카르멘(Playa del Carmen)은 과거 작은 어촌이었으나, 최근 카리브해 크루즈가 정박하는 휴양지로 명성이 자자하다. 또한 멕시코 유카탄 반도와 다이빙의 메카, 코수멜섬을 잇는 주요 항구이기도 하다.


유카탄 반도 동쪽에 위치한 카리브해 연안은 11~3월까지 평균기온 28℃로 여행하기 적절하다. 사실 여름철인 6~9월에도 32℃ 정도로 연중 온도 격차가 크지 않고 비도 거의 내리지 않아 매일이 쾌적하다. 수온 역시 연중 27~29℃로 따뜻한 편이어서, 얇은 슈트나 수영복만 입고 바다 속을 누비는 다이버를 심심치 않게 만나 볼 수 있다. 매일이 천국인 이곳에도 피해야 하는 시즌이 있으니 바로 스프링 브레이커(Spring Breaker)족이 몰려들 때다. 3~4월은 미국 대학의 봄방학이 있는 시즌으로 대다수의 미국 대학생들이 멕시코 바다로 몰려든다. 흡사 한여름철의 해운대처럼.


과거 세노테는 사후세계의 관문으로 여겨졌다 



●아지랑이 피는 카리브해


플라야 델 카르멘 여행의 하이라이트, 세노테 다이빙에 도전했다. 6,500만년 전까지 바다였던 유카탄 반도는 시간이 점차 지날수록 해수면이 낮아져, 현재는 육지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석회암이 침식해 지하수 샘이 형성되었고, 이것을 세노테라고 부른다. 유카탄 반도에는 약 6,000여 개의 세노테가 있다. 위가 뚫려 넓은 입구의 세노테부터, 동굴처럼 생긴 세노테까지. 자연의 손으로 빚은 예술품은 역시나 각양각색이다. 리비에라 마야 지역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 남짓, 나는 모든 시간을 오롯이 다이빙에 할애했다.


세노테를 비추는 황홀한 햇살. 몽환적인 풍경이 연출된다



세노테 다이빙은 크게 2가지 방법으로 나뉜다. 빛이 들어오는 지역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캐번 다이빙(Cavern Diving)’과, 빛이 유입되지 않는, 동굴 깊숙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케이브 다이빙(Cave Diving)’. 고급 기술이 요구되는 케이브 다이빙을 욕심 부렸지만, 1년을 갓 넘긴 짧은 다이빙 경력이 발목을 잡았다. 어둡고 좁은 지역에서 완벽한 중성부력을 맞추는 일이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기에. 결국 캐번 다이빙 교육과정과 사이드 마운트(Side Mount) 자격증 과정을 선행하기로 결정했다. 사이드 마운트란 동굴 다이빙처럼 진입하기 어렵고 좁은 구간을 통과하기 위해 산소탱크를 등이 아닌, 몸의 양옆에 장착하는 시스템이다. 2개의 탱크를 번갈아 가며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장시간 다이빙이 가능하다.

학창시절에도 하지 않았던 예습, 복습까지 해 가며 열정적으로 교육코스를 마쳤다. 문제는 캐번 다이빙 교육이었다. 연 이틀 세노테 입구에서만 진행되는 교육에 조급증이 달아올랐다. 고심 끝에 인스트럭터(Instructor)인 니콜라스에게 과감히 포기선언을 했다. 그제야 세노테의 동굴 속, 황홀히 번지는 햇살이 나를 비췄다. 니콜라스를 따라 세노테를 만끽하며 수심이 깊은 곳으로 홀린 듯 하강하니 할로클라인(Halocline)에 도착했다. 세노테의 물은 담수지만, 해안 가까운 곳의 깊은 수심에는 바닷물이 유입된다.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곳의 염분 농도 차이로 인해, 물이 섞이지 않고 염분 약층인 할로클라인이 생기는 것이다.

담수와 해수의 온도차로 등은 차갑고, 배는 따뜻하다. 핀킥(Fin Kick)을 할 때마다 아지랑이가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듯하다. 덕분에 잠시 시야가 흐려지고, 빛이 굴절되는 몽환적인 장면이 연출된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것만 같던 세노테 다이빙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실제로 마야인들은 세노테를 사후세계의 관문으로 여겼다고 한다.


한참을 감탄한 뒤에서야 뭍으로 올라왔다. 나의 일주일은 그렇게 지나갔다. 아쉬움 가득 안고, 귀국편 비행기 좌석에 몸을 기댔다. 밀려오는 단잠 속, 여전히 카리브해가 찰랑이고 있었다. 몸을 맡기고 유영했다. 카리브해에 ‘풍덩’ 빠져 버렸다. 


세노테 익스피리언스 스쿠버다이빙 (Cenote Experience Scuba Diving)
주소: Av. 20 Norte, Playa del Carmen, Quintana Roo 77720 Mexico
전화: +52 984 147 4442



“바다 속, 얼마나 예쁘게요?”

플라야 델 카르멘 인근  
주요 세노테 다이브 포인트

세노테 쿠클칸 Cenote Kukulkan
세노테 차크물 Cenote Chac Mool
칙인하 세노테 Chikin-ha Cenote
세노테 폰데로사 Cenote Ponderosa
세노테 타지마하 Cenote Tajma-Ha
세노테 도스 오호스 Cenote Dos Ojos
세노테 마나띠 Cenote Manati
까사 세노테 Casa Cenote
세노테 엑스타바이 Cenotes Xtabay

 

*트래비스트 차승준은 주중에는 데이터 분석가, 주말에는 수중다이빙과 클라이밍을 즐기는 익스트리머다. 이번에는 멕시코 다이빙이다.

글·사진 Traviest 차승준  에디터 강화송 기자

출처 : 트래비 매거진(http://www.travie.com)

[원문] 월간산 2017.12월호 (통권 578호)

http://san.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08/2017120802168.html


발목골절로 늦춰진 등산학교 교육과정을 통한 진짜 산꾼 되기

‘네팔에서 348일 만에 도착한 엽서’

월요병을 이겨내고 하루를 무사히 마치고, 집에 도착하니 우편함에 네팔 소인이 찍힌 우편엽서가 도착해 있었다. 지난해 11월 코오롱등산학교 히말라야 등반과정을 통해 간잘라피크(5,675m) 등정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 카트만두에서 내가 나에게 부쳤던 엽서다. 한동안 소식이 없기에 분실되었나보다 생각하고 잊고 지냈는데, 2016년 11월 10일 발송한 엽서가 2017년 10월 23일 내 손에 도착했다.

‘첫 도전의 설렘을 잊지 않기를. 꿈을 그릴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았던 등산학교 선생님들, 김재수 대장님, 착하고 순박한 셰르파들. 언젠가는 더 높은 산을 오를 수 있기를. 그리고 그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라며… (중략)’

엽서를 손에 들고 순간 멍해 있다가, 나에게 남긴 메시지를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다 보니, 지난 1년여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1 5주차 교육, 노적봉 광클사랑 마지막 피치에서 후등으로 오르는 교육생의 빌레이 보고 있는 송상호 교육생과 양유석 강사. 2 2주차 교육, 백운대 슬랩에서 슬랩 등반 기술 시범을 보이는 강사를 넋 놓고 바라보는 교육생들.
히말라야 과정을 다녀온 후 나는 더 높은 산, 더 많은 곳을 꿈꾸게 되었다.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암벽, 빙벽 등반 기술뿐 아니라 산에 대한 다양한 이론과 실제적 지식 그리고 인문학적 소양을 겸해야 하는 현실을 인지했다. 올해 초, 동계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등산학교를 찾아 빙벽반, 설상반 과정을 차례로 수료하고 나름대로 꿈을 향해 조금씩 걸어가고 있었다.

꽃 피는 춘삼월이 지나고 나는 또다시 코오롱등산학교를 찾았다. 이번에는 정규반이었다. 등반 기술을 가르쳐주는 곳은 많았지만 산악문학, 산의 위험 그리고 세계 및 한국 주요 등반사 등을 아우르며 산에 대한 철학을 함께 배울 수 있는 과정은 정규반이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봄, 나는 사고로 발목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폭주기관차처럼 스스로 멈추지 못하는 나에게 조금 쉬었다 가라는 의미일 거라고, 잠시 숨 쉴 틈을 주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래도 가만히 앉아 재활을 해야 했던 몇 개월, 산에 가지 못하는 주말이 참 견디기 힘들었다.

제법 걸을 만해졌다고 느낄 무렵, 계절은 여름을 지나 어느새 가을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등산학교 가을 정규반의 문을 두드렸다.

1 2주차 교육, 백운대 슬랩에서 다양한 확보법을 익히고 실습 중인 교육생들. 2 3주차 교육, 백운대 크랙에서 긴 다리 양유석 강사의 스태밍 등반 실습을 보고 즐거워하는 교육생들.
이토록 가슴 설렌 적이 언제였던가

“등산학교? 등산을 돈 주고 배우는 거야?”

내가 6주 동안 주말에 등산학교에 갈 거라고 하니 친구가 물었다. 나는 ‘네가 요리학원 가서 요리 만들고, 꽃꽂이 배우러 문화센터 다니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취미생활을 배우는 데 등산이라고 다르지 않다’고 설명해 주었다.

“나야 요리 맛있게 만들어 먹으려고 요리학원 다니는 거지. 내가 만들면 맛이 없으니까.”

내 설명이 뭔가 개운하지 않다는 걸 느끼고 다시 설명해 보려고 애썼다.

“산에 즐겁고 안전하게 다니려고. 암벽 등반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익혀야 하는 안전에 관한 시스템이 있거든.”

이번에는 꽤 괜찮게 대답한 것 같았다. 그런데 친구가 다시 물었다.

“산에는 왜 가는데?”

주말이면 늘 산에 다녔는데, 왜 산에 다니는지, 등산학교를 왜 찾는지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냥 산에 가고 싶으니까 가는 거지, 굳이 의미를 고민해 본 적이 없었고, 그래서 사실 이런 질문에 어떤 대답을 내놓아야 할지 잘 몰랐다.

1 2주차 교육, 백운대 슬랩에서 차승기 강사의 로프 사리는 시범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는 교육생들. 2 2주차 교육, 백운대 슬랩에서 강사를 따라 슬랩 등반 기술 실습 중인 정규반 교육생들.

막상 교육이 시작되니 이 좋은 걸 왜 이제야 시작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정규반은 바쁜 직장인을 위해 총 6주에 걸쳐 주말 1박2일 교육으로 진행된다. 토요일에 우이동 교육센터에서 이론 교육을 받고, 동기들과 합숙으로 하룻밤을 보낸 후, 일요일 북한산 일원에서 실기 교육을 진행하는 형태이다.

이론 교육으로 독도법을 배운 날에는 잠들기 전 천장에 등고선이 그려졌고, 매듭법을 배운 날에는 토막 로프를 손에 쥐고 밤새 각종 매듭법을 연습하느라 꼼지락거렸다.

실습 교육이 있는 일요일은 동기,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모든 시간이 즐거웠다. 가파른 슬랩에서 겁을 집어먹고는 다리가 개다리춤을 추다가도 응원하는 동기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선생님이 곁에 다가 오면 두려움이 씻은 듯 사라지곤 했다.

한 주 교육을 마치고 월요일이 되면, 어서 빨리 주말이 왔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야말로 몸은 회사에 있지만 마음은 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부장님 죄송합니다).

배우는 게 마냥 설레고 학교 가는 날을 이렇게 손꼽아 기다렸던 적이 언제였던가. 다음 주말 교육에 노적봉 실습이 예정되어 있으면 미리 루트를 찾아보는 예습도 하고, 산악문학 수업을 듣고 난 후에는 절판되어 구할 수 없는 각종 산서들을 빌려 읽으며 복습을 했다. 학창시절에 이 정성으로 공부를 했으면 뭐가 되어도 됐을 텐데 말이다.

일요일에는 실습교육을 위해 늘 북한산에 올랐다. 백운대 슬랩, 노적봉 등 북한산 곳곳의 바위에서 훈련을 했다. 이곳에서 우리는 산에 대한 열망을 키워나갔다. 매주말이면 즐거운 산 추억을 한 켜 한 켜 쌓았다. 안전하게 교육과정을 마치고 졸업해서 주말에 가끔 등반을 즐기는 소박한 꿈을 꾸는 동기부터 더 큰 산을 꿈꾸는 동기까지, 저마다 목표는 조금씩 달랐지만 우리는 모두 같은 길을 걸었다.

1 6주차 인수봉 졸업 등반, 고독의 길을 오르고 있는 필자. 2 6주차 인수봉 졸업 등반, 정상에서 즐거워하는 1조 강사와 교육생들. 상단 차승준 교육생, 중간 좌측부터 김기백 교육생, 이영준 강사, 김희정, 이길 교육생, 차승기 강사, 김해종 교육생, 하단 신성환 교육생.
드디어 졸업하는 날!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한 명도 빠짐없이 안전하게 인수봉 정상에 섰다. 자상한 선생님들, 배려심 많은 동기들과 함께여서 행복했다. 지난 몇 주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과연 혼자는 불가능한 도전이었음에 새삼 모든 것에 감사할 뿐이다.

인수봉 졸업 등반과 수료식을 마치고, 선생님들은 교육생들을 향해 격려와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차승기 강사-“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여러분의 등반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하고 싶은 등반이나 장비 등 궁금한 내용은 연락 주시면 언제든지 조언해드리겠습니다.”

이동윤 강사-“졸업을 축하드립니다. 등반 놀이꾼, 산꾼, 철새가 아닌 숭고한 뜻을 지닌 진정한 산악인으로 첫발을 디딘 모든 졸업생들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합니다. 사람은 산을 만들고 산은 사람을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이영준 강사-“6주간 정말 즐거웠습니다. 모두 오래오래 안전한 산행하세요~ 우이동에 오시면 언제든 만날 수 있으니 서운해 마시고. 선배들이 오래 쌓아 올린 체험과 지식을 우정으로 넘겨주며 후배들을 껴안는 끈끈한 66기가 되기를 응원합니다!”

등산학교 교육은 끝이 났지만, 우리들의 산을 향한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회생활에서 또는 조직 내에서는 너의 일과 나의 일에 뚜렷한 경계가 있고, 내가 이만큼 성과를 달성했다고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또 실적에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은 떠맡으려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연스레 사람 사이의 관계에 계산이 자리 잡는다.

그러나 산에서는 무거우면 나누어지고, 힘들어하는 동료가 있으면 함께 가고자 끌어주고 기다려준다. 내가 더 많이 들었다고 증명할 필요도 없고, 동료를 30분 기다렸다고 내 실적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었다. 함께 가는 것이 만고의 진리이자 산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당연히 동료와 함께하고자 한다. 이런 산 사람들이 참 좋았다.

정규반을 졸업하고 나니 나는 이제 등산학교를 왜 가냐, 산을 왜 오르냐고 묻는 말에 조금은 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가야 하는 이 세상에서 언제든지 정신줄을 놓고 마음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산 선배, 동기들을 만났다는 것, 참 행운이고 감사한 일이다. 이 멋진 사람들은 내가 산을 찾을 때면, 또는 힘이 들 때마다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테지. 등산학교에서 희로애락의 감정을 함께 나눈 우리는 이제 ‘산 여정의 동반자’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은 인연이 되었다. 모자란 듯 손해 보며 계산하지 않고 서로를 아끼고 보듬어 주는 이 사람들이 참 좋다.

특히 너그러운 마음으로 교육생들을 이끄느라 고생이 많았던 선생님들께, 부끄러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지면을 빌어 고백한다.

“감사한 일이 더 많은 것 같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면, 좋은 산 선배님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산에 가고 싶은 이유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산에 가고 싶은 이유가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귀찮게 해드릴지도 모르겠습니다.”

3주차 교육, 백운대 크랙에서 스태밍 등반 실습을 마치고 잠시 휴식 중인 필자와 고등학생인 66기 막내 서지웅 교육생.
에필로그 - “등산 좋지, 그런데 언제 시집가려고?”

이로써 나의 최종학력은 등산학교가 되었다.

지난 2개월 동안, 사회에서 완벽한 삶을 살고 있는 친구들의 육아 이야기로 가득 찬 단체 메시지 방도 잠시 잊고, 치열하게 돌아가는 회사의 시간도 잠시 잊고, 매주말이면 등산학교에 와서 북한산에 스며들어 많이 받고 채우며, 여러 가지를 되짚어 생각하는 시간을 보냈다.

‘제때’라고 말하는 나이보다 늦게 대학에 갔고, ‘제때’라는 나이에 시집도 못 가고… 우리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약속된 시간보다 한 박자씩 느리게 살고 있는 셈인데, 초조해야 할 이 나이에 아직도 철이 들지 않았나보다.

이번 가을 등산학교에서 채워진 의미들로 당분간은 주말마다 산에서 시간을 보낼 것 같다. 아니 앞으로의 인생에서 꽤 많은 시간들을 산에서 보낼 것 같다. 그래,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원문] 트래비 2017 12월호 (Vol.310) 44~61p. / http://www.travi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44



가라쓰, 다시 올레!


●Karatsu Olle
 
가라쓰(唐津)  사가현 북서부에 위치한 항구도시로 요부코항에서 신선한 활어회와 각종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가을이 되면 가라쓰 거리는 축제로 물든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가라쓰군치 축제 기간 동안 청년들은 각 마을을 상징하는 히키야마 행렬을 이끌고 신사로 향한다. 서귀포시와 자매도시인 가라쓰에는 규슈 올레 19개의 코스 중 제주 올레와 가장 닮은 가라쓰 코스가 있다. 
 

올레길의 종착점인 하도미사키(하도곶)에는 주상절리와 해송이 어우러진 절경이 펼쳐지고 그 말미에 익숙한 얼굴의 돌하르방이 제주에서 건너와 관광객을 맞이한다

헐레벌떡 배 안으로 뛰어들었다. 배를 놓친 덕에 1시간을 기다렸으니 이번 배도 놓칠 순 없었다. 일행이 요부코항에서 나나쓰가마(七ツ釜)로 향하는 관광 유람선에 오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닫히고 배는 육지를 밀어냈다. 192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나쓰가마는 일곱 개의 부뚜막을 늘어놓은 것 같은 모양으로, 거센 파도가 현무암을 깎아 만든 주상절리의 절경이다. 유람선을 탄 채 폭 3m, 깊이 110m에 달하는 큰 해식동굴에 직접 들어가 볼 수도 있다. 벌집이 바다에 솟은 듯한 모습으로, 파도에 따라 이리저리 깎인 바위기둥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었다. 언젠가 저 부뚜막 같은 절벽 위에 텐트를 치고 해풍에 씻긴 별밤을 바라보며 잠들고 싶다는 소망이 간절했으나 1925년부터 지정된 일본의 천연기념물이라 가능할 것 같지 않다. 

다시 항구로 돌아오는 길에 햇빛이 나나쓰가마의 무늬처럼 비스듬하게 눕기 시작했다. 늦은 오후였다. 유람선을 한번 놓친 것은 운전기사님과의 언어소통의 문제였지만 시침은 이미 2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배를 놓친 김에 정말로 ‘어쩔 수 없이’ 짬을 내어 점심을 먹으러 갔었다. 

만약 가라쓰에서 단 하나의 음식밖에 먹을 수 없다면 꼭 오징어 활어회를 먹어야 한다. 사가현은 남과 북 바다에 닿아 있는데 지역마다 대표적인 해산물이 다르다. 그중에서 북쪽 해안에 자리한 가라쓰의 요부코는 풍부한 어장에서 건져 낸 활어회와 해산물을 파는 아침 시장으로도 유명하다.

산 채로 바로 썰어 접시에 담겨 나오는 요부코의 오징어 활어회는 아직 살아 있는 듯 투명하고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오징어 활어회 전문점인 만보(萬坊)에서 맛본 튀김과 오징어 찐만두는 둘이 먹다가 둘이 다 죽어도 모를 지경이다. 다만 살아 있는 오징어의 숨결까지 접시에 함께 담겨 나오는 통에 꿈틀거림이 있고, 그 눈망울이 식탁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가라쓰에는 즐길 거리도 많다. 가라쓰는 제주올레가 시작된 서귀포시와 1994년부터 자매도시를 체결해 교류해 왔는데, 그 때문인지 규슈 올레 가라쓰 코스는 제주를 꼭 닮았다. 가라쓰 코스는 초반에 있는 나고야 성터 주변으로 역사적 의미를 볼 수 있는 진영 터를 지나 소박한 옛길을 거쳐 평화로운 마을 길로 접어들었다가 후반부에는 하도미사키 해안 올레가 펼쳐지는 코스다. 특히 이 해안길에서는 자연이 조각한 주상절리와 푸르름을 머금은 해송을 볼 수 있어 제주 올레가 연상된다. 해안선을 따라 솔향기를 맡으며 데이트 산책을 하기에도 좋다.

코스의 종착점인 하도미사키하도곶의 소라구이 포장마차 촌에서는 가라쓰의 명물인 반건조 오징어와 소라를 구워 준다. 다닥다닥 붙은 포장마차에서 옆 손님과 어깨를 맞대고 촘촘히 앉아 집게로 소라 살을 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올레길을 걷고 출출해진 터에 숯불 향 그윽한 소라를 한 입 베어 무니 향긋한 바다 내음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시원한 맥주, 아니 사케 한 잔이 생각나는 맛이다. 캬~! 
 

소라와 오징어를 구워 주는 인심 좋은 포장마차촌



산지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오징어 활어회


감탄사마저 음소거 되었던 나나쓰가마의 주상절리 풍경

 
▶규슈 올레 가라쓰 코스 (거리 11.2km, 약 4~5시간 소요, 난이도 하)
www.welcomekyushu.jp/kyushuolle
코스  미치노에키 모모야마텐카이치(특산물 판매점) → 마에다 도시이에 진영터(0.2km) → 후루타 오리베 진영터(1.0km) → 호리 히데하루 진영터(2.1km) → 400년 역사의 길(2.9km) → 다원 가이게쓰: 다도문화 체험(3.7km) → 다이코미치(3.9km) → 히젠 나고야성터 박물관(4.5km) → 가라쓰 도자기 히나타가마(5.9km) → 하도미사키 소년자연의 집(7.0km) → 하도미사키 산책로(9.5km) → 소라구이 포장마차(11.2km)
 
소라구이 포장마차
주소: 1616-1 Chinzeimachi Hado Karatsu-shi, Saga
전화: +81 955 82 4774
가격: 소라구이 500엔, 오징어구이 600엔
오픈: 9:00~18:00(3월 중순~10월), 9:30~17:00(11월~3월 중순)
 
나나쓰가마 유람선 이카마루 
주소: Yakataishi Karatsu-shi, Saga
전화: +81 955 72 9127
가격: 어른 1,600엔, 어린이 800엔
운행시간: 9:30~16:30 연중무휴 
(요부코항에서 1시간마다 출항, 소요시간 40분)
홈페이지: www.marinepal-yobuko.co.jp
 
가라쓰 만보(萬坊)
주소: 1944-1 Yobukocho Tononoura, Karatsu-shi, Saga
오픈: 평일 11:00~18:00, 주말 10:30~20:00
홈페이지: www.manbou.co.jp
 
 
글 사가현 원정대 차승준  사진 정혜진 에디터 천소현 기자 


[원문] 트래비 2017 12월호 (Vol.310) 54~55p. / 

http://www.travi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46


다케오에선 먹고 걷고 사랑하라!

●Takeo Olle + Onsen   
다케오에선 먹고 걷고 사랑하라!  

글 차승준 사진 권라희
 
다케오(武雄市)
사가현 서부에 위치한 다케오에는 산과 분지, 강을 모두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과 더불어 1,300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온천이 있다. 다케오 온천은 특히 피부에 좋은 수질로 유명하며, 규슈 올레의 다케오 코스 종료 지점에 있으므로 한바탕 걷고 난 올레꾼들이 뜨끈한 온천욕을 즐기며 시원하게 몸을 풀기에도 좋다. 다케오 시내와 야마우치초에는 도자기 가마들이 많아, 도자기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일본 다른 곳에서 사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질 좋은 아리타 도자기를 구입할 수 있다. 
 

다케오 신사 뒤편 녹나무로 올라가는 올레길. 조금 더 깊이 올라가면 종아리만큼 굵은 대숲이 나타난다
 
규슈 올레 다케오 코스 (거리 14.5km, 약 4시간 소요, 난이도 A코스 중상, B코스 중) 
www.welcomekyushu.jp/kyushuolle
코스  JR다케오 온천역 → 시라이와 운동공원(1.8km) → 키묘지 절(3.2km) → A,B코스 갈림길(4.8km) → A, B코스 합류점(5.7km) → 다케오시 문화회관(9.8km) → 다케오신사 내 녹나무(10.6km) → 다케오 시청앞(11.9km) → 시쿠라야마 공원입구(13.3km) → 다케오 온천 누문 (14.4km) 


다케오 시립도서관의 건립은 이 도시의 문화적, 건축적 사건이었다. 스타벅스 입점도 그랬다



수령 3,000년의 녹나무
 
“좀 걸을까요?” 원정대라는 이름으로 함께한 이번 여행에서 나는 세 명의 새로운 친구를 만났다. 저마다 관심사도 다르고 여행의 목적도 달랐지만 우리는 같은 길을 함께 걸었다. 함께 걷는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생각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조금 더 익숙해져 갔다.

걷기 위한 길. 제주 올레가 일본 규슈에 만들어졌다. 규슈 올레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다양한 온천을 지닌 규슈의 문화와 역사를 오감으로 느끼며 걷는 트레일 코스다. 규슈 올레는 총 19개 코스로 이중 가라쓰, 다케오, 우레시노 코스 3개의 코스가 사가현에 있다. 다케오 코스는 규슈 올레에서도 가장 걷기 좋은 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시내 중심부를 관통하는 다케오 코스를 따라 걷다 보니 웅장한 건물이 하나 눈에 띈다. 다케오 시립도서관 건물이다. 잠시 쉴 겸 도서관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실내에는 카페와 서점, 그리고 도서관이 함께 있었다. 삼면 전체가 유리창으로 설계되어 어느 곳에나 빛이 잘 들고 탁 트인 느낌을 준다.
 
이 매력적인 도서관은 최근 흑자전환을 통해 도서관 경영의 성공사례로 꼽히며 일본에서뿐만 아니라 각국의 도서관에서 벤치마킹 해 간다고 한다. 최근 서울 도심지 코엑스에 문을 연 별마당 도서관도 일본의 다케오 시립도서관을 벤치마킹 했다고 알려진다. 커피를 마시면서 독서를 즐기고 싶어 하는 지역 주민을 위해 도서관 안에 카페를 만들었고, 도심지의 휴식형 문화체험 공간으로 탈바꿈 한 것이다. 주민 외에도 누구라도 무료입장이 가능해 인구 5만명에 불과한 소도시의 도서관이 연간 수십만의 관광객이 찾는 지역 명소가 됐다. 다케오시에 따르면 도서관으로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경제적 금액도 상당하다고 한다.

도서관에서 5분여 남짓 거리에는 유서 깊은 오래된 다케오 신사가 자리하고 있다. 신사의 왼편 올레길을 따라 조금만 더 걸으면 거대한 녹나무가 우리를 반긴다. 이 나무는 수령이 3,000년이 넘는 신목으로, 영험한 기운을 갖고 있어 지역 주민들에게는 정신적인 힘을 주는 나무이다. 또 신사 밖 한편에는 부부 삼나무로 알려진 연리지가 있고, 이곳에서 소원을 빌면 성혼하기로 유명해서 많은 연인들이 연리지를 찾아 소원을 빈다고 한다. 놀멍 쉬멍 걸으며 연리지 앞에 멈춰 서니 바야흐로 옆구리가 시린 겨울이 다가왔음이 느껴진다. 다시 걷고 싶은 길, 규슈 올레를 다음 번 찾을 때는 짝꿍과 함께라도 좋겠다. 더 추워지기 전에 먹고, 걷고, 사랑하라! 
 


다케오 도자기 잔에 출렁이는 사케 한잔으로 료칸의 밤이 깊어 갔다



다케오 로몬. 못 하나 사용하지 않고 만들었다는 이 로몬의 건축가 다쓰노 긴고는 일제시대 서울역을 설계한 사람이다



사가규를 포함한 가이세키 상차림은 그 자체가 예술이다


글·사진 사가현 원정대 에디터 천소현 기자 

[원문] 트래비 2017 12월호 (Vol.310) 44~61p. / http://www.travi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47

 


미인들의 온천 마을 우레시노


Onsen Village
미인들은 온천에서 녹차를 마시지
 
우레시노(嬉野)
우레시노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로 사가현의 남쪽에 있다. 우레시노강에는 두루미가 자주 찾아와 ‘두루미가 즐기는 온천’ 이라고도 불린다. 일본 3대 피부 미인 온천 중 한 곳으로 손꼽힌 우레시노 온천은 1,3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하루 3,000톤의 용출량을 자랑하며 온천 수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또한 에도시대부터 차 재배를 시작하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령 300년이 넘는 큰 차나무가 있을 만큼 녹차도 유명하다. 최근 조성된 규슈 올레 우레시노 코스는 이곳의 녹차 밭을 걷는 트레킹 여행으로 뜨고 있다. 
 

와타야벳소의 족욕장에 앉아 우레시노 녹차를 마시는 시간. 푸른 햇빛이 쏟아졌다

우레시노의 4가지 우레이시!
*우레시노라는 이름은 이 곳 강에서 온천이 솟는 것을 발견한 신공(神功) 왕후가 그 온천수로 병사들이 치유되자 ‘아, 기쁘다!(우레시이)’ 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 
 



●‘사가다움’이라고 부르고 싶은 카페 
우레시노 녹차 한 모금
 
글 차승준

미인 온천으로 유명한 우레시노에서 온천욕을 즐겼다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 목욕탕에 다녀오면 엄마를 졸라 바나나우유를 먹어야 비로소 목욕이 끝이 났다.  요시다야 료칸에서 운영하는 카페 키하코(Cafe & Shop KiHaKo of YOSHIDAYA)는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는 숍과 카페를 겸하고 있다. 점심, 저녁 디저트 타임을 따로 운영하고 각 시간마다 가장 어울리는 메뉴로 미식가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카페 앞마당의 잔디밭에는 물끄러미 바라보고 한참을 사진을 찍어대도 관심조차 주지 않는 염소 한 마리가 터줏대감처럼 도도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내부 인테리어 역시 하얀 염소와 잘 어울릴 법한 백색의 심플한 구성에 모든 테이블이 저마다 특색 있는 의자로 현대적 감각을 겸비했다. 덕분에 카페에 들어서면 마치 갤러리를 방문한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또 규슈 올레 우레시노 코스에 자리 잡고 있어 걷다가 지치면 잠시 들러 시원한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시며 쉬어 가기에도 안성맞춤이고, 데이트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우레시노 미인 온천에 왔다면 카페 키하코를 찾아 달콤한 음료 또는 우레시노산 녹차와 달달한 디저트를 먹어 줘야 온천욕을 제대로 마쳤다고 할 수 있겠다.

주소: 379 Ureshinomachi Iwayagauchi, Ureshino-shi, Saga
전화: +81 954 42 0026
오픈: 9:30~21:00, 매주 화요일 휴무 
홈페이지: www.yoshidaya-web.com/kihako  

 


반짝이는 두 눈을 믿어 한 바구니 가득 도자기를 담아 볼까, 요시다사라야 트레저헌팅 
 


피부미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곳, 와타야벳소 료칸


사가현에서 발견한 사가니즘

일본 여행이라면 료칸과 라멘이지~. 떠나기 전, 문득 틀에 박힌 생각을 했음을 고백합니다. 아름드리 사가에서 만난 일본에는 뻔한 료칸도 뻔한 음식도 없었습니다. 매 순간 사가에 대한 새로운 기억들이 자리 잡았고, 그중 어느 것 하나도 당연하지 않았습니다. 가라쓰, 다케오, 우레시노규슈에서 만난 올레길은 더 없이 반가웠습니다. 사가다움을 넘어 ‘사가니즘’을 느꼈다고 할 만큼 독특한 여행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틀에 박힌 생각을 가졌던 저를 되돌아보며, 도화지를 보듯 세상을 바라보기에 너무 많은 것을 알아 버린 건 아닌지, 서글퍼졌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여행을 통해 편견을 깨쳐야 할 곳이 무수히 많기에, 어찌 보면 서글픔에 꿈을 버무린 오늘도 행복한 밤입니다.
 

글·사진 사가현 원정대 에디터 천소현 기자 


[원문] 트래비 2017 12월호 (Vol.310) 61p. / http://www.travi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48


 

TARA Ryokan Night - 뜨끈한 사케 한 모금,  호요소에 별빛이 내린다!


탁 트인 바다 전망에 별빛이 쏟아지던 호요소 료칸의 노천탕은 이번 원정의 하이라이트였다 




 
 
●TARA Ryokan Night
뜨끈한 사케 한 모금, 
호요소에 별빛이 내린다!  

글 차승준 사진 정혜진     

산을 등에 업고 바다를 내려다보는 천혜의 요지에 자리한 호요소 료칸(豊洋荘)의 노천 온천탕은 은둔자의 비밀장소 같다. 탁 트인 전망의 건물 옥상 노천탕에서 바닷가를 바라보며 온천욕을 즐기다 보면 저 멀리 수평선 너머에서 떠오르는 달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호요소의 노천 온천욕을 제대로 즐기는 팁은 인위적인 모든 것을 벗어 던지는 것이다. 열린 노천공간이지만 조명을 모두 끄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옷을 훌훌 벗어 버리고 뜨끈한 사케 한잔 곁들이며 바닷가를 바라보거나 고독을 운치 삼아 온천에 몸을 담그자. 적막한 풀벌레 소리와 밤하늘을 촘촘하게 수놓은 별들이 말을 걸어 온다. 이윽고 고요한 바다 내음과 함께 떠오르는 달. 달빛 그윽한 노천탕에 앉아 사케 한 모금에 하루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고, 콧잔등을 스치는 산산한 밤바람에 고민 한 줌 날려 버리니 더할 나위 없이 참 좋더라. 부지런한 여행자라면 새벽녘 노천 온천욕을 추천한다. 여명을 머금은 붉은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는 것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다음은 호요소 료칸만의 특식이다. 호요소 료칸의 가이세키 요리 중 꽃은 단연 가니마부시 요리다. 원래 가이세키 요리는 그 료칸의 자부심이자 특색이자, 료칸 주인이 손님에게 제공하는 배려의 집합체다. 호요소도 마찬가지다. 손이 많이 가는 게 요리의 단점을 보완해서 손님들이 먹기 편하게 고민하다가 탄생한 요리가 바로 가니마부시 요리다. 게살을 잘 발라내어 밥 위에 먹기 좋은 크기로 올려 다양한 소스와 곁들여 제공한다. 요리 하나를 내 놓을 때마다 요리에 대한 설명과 먹는 방법들을 세세히 일러 주었다. 

요리에 쓰이는 게는 모두 지역에서 잡은 다케자키 게만 사용한다. 다케자키 게는 아리아케해의 수심 10m 이상에서 서식하는 게로 가을 게가 맛이 좋은 편이고 겨울철 알이 차 있는 암컷을 진미로 여긴다. 다라초 내의 료칸이나 대부분의 음식점에서 연중 맛볼 수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호요소 료칸의 가니마부시 요리가 최고다. 
 
주소: 1099-5 urahei Tara-ch, Fujitsu-gun, Saga
전화: +81 954 68 3545
홈페이지: www.nikani.com
찾아가기: 다라역 또는 히젠오우라역에서 송영서비스 제공(사전 예약 필요)
시설 | 객실(화실) 7실, 온천탕 3실(노천, 실내목욕탕 남/여)
 



▶갯벌에서 뛰는 올림픽 미치노에키 가시마 
아리아케해를 끼고 있는 가시마에는 188km2에 이르는 넓은 갯벌이 있다. 이 갯벌은 일본 최대의 조수 간만의 차를 가진 곳으로 가장 클 때는 5~6m에 이른다. 직접 갯벌 체험을 해보려면 미치노에키 가시마에 예약을 하면 된다. 가시마 휴게소 뒤편으로 돌아가면 드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다. 가까이 내려가 흑백사진 같은 풍경 속에서 툭툭 튀어 오르는 짱뚱어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갯벌에서는 매년 6월 초 가시마 가타림픽 축제가 개최된다. 가타림픽은 갯벌을 뜻하는 일본어 ‘가타(Gata)’와 ‘올림픽(Olympic)’이 결합된 합성어로 가타림픽 참가자들은 매력적인 아리아케해의 갯벌에서 빠지고 구르며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가시마 휴게소(미치노에키 가시마) 
주소: 4427-6 Otonari, Kashima-shi, Saga
전화: +81 954 63 1768
오픈: 사무실 09:00~18:00, 갯벌 전망관 09:00~17:00 
홈페이지: michinoekikashima.jp
 
 
글·사진 사가현 원정대 에디터 천소현 기자 


[원문] 트래비 2017 4월호 (Vol.302) 104~105p. / http://www.travie.com/news/articleView.html?idxno=19624


Airbnb in Krabi, Thailand

여행이 매력적인 이유는 누군가의 담담한 일상이 여행자에겐 호기심 가득한 이색적인 풍경으로 다가오기 때문이 아닐까? 태국 끄라비의 아름다운 해변 마을, 한 가정의 삶의 터전에서 더할 나위 없이 여유로운 휴가를 보냈다.
 


끄라비 레지던스 입구 전경
 
 
끄라비의 첫인상이 좋다

태국 끄라비(Krabi)에서 휴가의 마지막을 보내기로 했다. 평소엔 게스트하우스나 저렴한 도미토리 형태의 숙소를 주로 이용했지만 이번만큼은 숙소에 조금 사치를 부려 보기로 마음먹었다. 에어비앤비에서 무조건 깔끔하고 편의시설을 모두 갖춘 집을 빌렸다. 예약을 마치니 집주인에게 바로 메시지가 왔다. “만약 못 찾겠으면 전화해서 택시 기사님을 바꿔 줘요.”

앞선 여정이었던 시밀란(Similan)에서의 리브어보드(Liveaboard)(배에서 며칠씩 머물며 다이빙을 즐기는 여행 프로그램) 일정을 마치고, 탑라무(Tublamu) 부두로 귀항해 인근 카오락(Khao Lak) 시티에서 아오낭(Ao Nang)으로 가는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에게 집 주소와 함께 구글 맵에서 위치를 보여 주며 이곳으로 가면 된다고 일러두었다. 거의 도착할 무렵 택시 기사는 길을 조금 헤매는 것 같았다. 집주인 소파(Sopha)에게 전화를 해서 영어가 서툰 기사를 위해 태국말로 길 설명을 부탁했다. 주변을 몇 바퀴 돌고, 소파와 기사님의 전화 통화가 대여섯 번 더 이어진 후에야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소파와 프랑스인 남편 오마(Omar)는 내가 도착할 때까지 문 앞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길치인 내가 해야 할 고생을 택시 기사와 집주인이 대신한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친절한 집주인 부부와 깨끗하고 아늑한 집! 끄라비의 첫인상이 좋다. 

숙소로 들어섰다. 단정히 정리된 방, 깔끔한 침구류와 침대에 놓인 수건, 정갈한 식기류와 아기자기한 캐릭터 컵들. 작은 것 하나하나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5개의 독채로 구성된 이 집의 가장 안쪽 독채에는 집 주인 부부와 아이들 가족이 함께 살고 있었다. 우리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 집 주인 부부는 매일 아침 우리 일행을 아오낭 해변의 롱테일 보트 터미널 앞까지 차로 데려다 주었다. 귀찮을 법도 한데 하루도 싫은 내색 없이 아침 7시30분 무렵 자녀들을 학교에 등교시킨 다음 쉴 틈 없이 바로 우리를 위해 운전해 주었다. 배려심 많은 부부 덕분에 그들의 삶의 터전인 집에서 여유로운 휴가를 즐길 수 있었다.
 



톤사이 해변에서 클라이밍 중인 필자


딥워터솔로 등반을 즐기고 있는 필자
 
 
클라이머들의 천국, 끄라비

끄라비를 찾은 이유는 취미인 클라이밍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클라이밍은 통제된 위험 안에서 오름짓으로 목적 지점까지 도달하는 과정을 통해 위험을 극복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스포츠다. 짧은 시간에 작은 근육부터 큰 근육까지 온몸의 근육을 사용하고,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 다이어트와 몸매 관리에도 좋다. 

끄라비의 해변 마을인 아오낭 인근에는 기암절벽을 품고 있는 톤사이(Ton Sai), 라일레이(Railay), 그리고 프라낭 해변(Phra Nang Beach)이 펼쳐져 있다. 700개 넘는 등반 루트가 있는 곳으로, 아름다운 비경을 품은 해벽에서 암벽등반을 즐기기 위해 전 세계의 클라이머들이 모여 든다. 무더운 날씨 탓에 대부분의 남성 클라이머는 상의를 탈의하고, 여성들도 탱크톱이나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등반을 즐긴다.

지도상으로는 아오낭에서 톤사이, 라일레이, 프라낭 해변까지 손만 뻗으면 닿을 듯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육로로는 갈 수가 없고 섬처럼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가깝지 않다. 톤사이 해변에서 30분 정도 배를 타고 나가면 작은 섬에서 ‘딥워터솔로(Deep Water Solo)’를 즐길 수도 있다. 딥워터솔로란 로프나 안전벨트 등 일체의 안전장치 없이 바위를 오르다가 바다로 떨어지거나 목적지에 도달하면 바다로 바로 다이빙을 하는 형태의 클라이밍이다. 짜릿한 스릴이 있어 많은 클라이머들이 즐기지만 정해진 루트를 벗어나 추락하면 사고의 위험이 있으므로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클라이밍 외에도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 등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고 섬 투어, 낚시, 호핑 투어 등 아름다운 바닷가를 무대 삼아 즐길 거리가 많다. 

언제나 자유와 여유로움을 즐기는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끄라비. 아오낭의 소담한 집에서 보낸 시간들. 그 시간이 다시 오기를. 아름다운 해변에서 몇날 며칠 클라이밍을 하며 여유를 즐기던 그 집에서의 추억을 한동안 떠올릴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오마와 소파는 아이들을 학교에 바래다주었겠지? 
 


아늑한 침실 내부



끄라비 레지던스의 수영장


끄라비는 자유와 여유를 즐기는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끄라비 클라이밍 강습·가이드 등반
베이스캠프 톤사이

홈페이지: www.basecamptonsai.com 
요금: 반나절 800B, 하루 1,500B
 
끄라비 레지던스(Krabi Residences)
주소: 405 moo 2 Ao Nang, Krabi 81000, Thailand
전화: +66 835 96 22 51(영어, 불어 응대 가능)
홈페이지: krabiresidences.com
찾아가기: 아오낭 해변에서 택시 또는 툭툭을 타면 요금 150~200B
유형 | 단독주택, 집 전체
인원 | 5명 숙박 가능
예약 | www.airbnb.co.kr/rooms/5014684 
 
글·사진 차승준 에디터 고서령 기자


[원문] 월간산 2016.12월호 (통권 566호) 250~253p. / http://san.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01/2016120102161.html




















등산 경력 1년차, 네팔 히말라야 간잘라피크(5,675m) 정상에 서다

여행 홀릭인 나는 몇 해 전 남미 여행 중, ‘카미노 잉카’ 트레킹을 경험했다. 카미노 잉카는 고대 잉카제국의 수도인 쿠스코에서 마추픽추까지 산길을 따라 이동하는 트레일이다. 이를 계기로 산에 매료되어 이후 매주말 배낭을 메고 산을 올랐다.

산의 매력에 흠뻑 빠져 예정된 수순처럼 암벽등반을 시작했고 조금 더 높은 산, 큰 산을 찾아다니다가 마침내 히말라야를 꿈꾸기에 이르렀다. 히말라야 원정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던 나는 매일 인터넷과 산악 잡지를 들척이며 ‘히말라야’라는 키워드로 모든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발견한 것이 ‘코오롱등산학교, 히말라야 등산과정 4기 모집’이었다. 믿을 만한 조력자를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곧바로 과정에 합류했다. 여기서 히말라야를 동경하는 다른 8명의 동기생들을 만났다. 이후 출국 전까지 국내에서 다양한 이론과 실전 교육을 받았다. 더불어 감압실 훈련을 통해 고소적응까지 차근차근 준비했다.

10월의 마지막 금요일, 드디어 네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카트만두는 ‘빛 페스티벌’이 한창이었다. 축제 열기가 대단해서 거리마다 건물마다 형형색색의 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1 크레바스를 피해 조심스럽게 등반 중인 대원들. 2 간잘라피크 정상으로 이어진 설사면에서 설상등반기술 교육을 받고 있다.
1 크레바스를 피해 조심스럽게 등반 중인 대원들. 2 간잘라피크 정상으로 이어진 설사면에서 설상등반기술 교육을 받고 있다.
이튿날, 본격적인 트레킹을 위해 랑탕 히말라야 지역으로 이동이 시작되었다. 버스로 8시간을 달려 샤브루베시에 도착해 며칠 동안 중간 목표지인 강진곰파를 향해 걷고, 자고, 먹고, 또 걷는 반복의 나날이 이어졌다. 히말라야는 가히 신들의 산책로라 할 만하다. 고도가 올라갈수록 주변은 풀 한 포기 보이지 않고 돌만 무성한데, 돌 틈새에서 빼꼼 얼굴을 내밀고 있는 하얀 솜털 머금은 에델바이스를 만나면 지친 다리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하니, 그야말로 ‘산행진미(山行眞味)’가 따로 없다.

그렇게 며칠을 걷고, 오르기를 반복해서 강진곰파에 도착했다. 다음날 고소적응 차 강진리봉(Kyanjin Re·4,773m)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보니 파란 지붕이 옹기종기 모인 정경이 참 정겹다. 꿈이 손에 잡힐 듯 점점 더 가까워지니 작은 풍경 하나, 스치는 바람 한 올이 더 특별하다.

강진곰파에서 고소적응을 마친 후 베이스캠프로 이동해 일주일간 안락한 생활이 이어졌다. 베이스캠프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무료해진 나는 주변을 둘러볼 겸 인근에 조금 높이 솟은 봉우리에 올랐다. 저 멀리서 우리 그룹의 키친보이 한 명이 한참 떨어진 곳에서 물을 길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만히 서 있어도 숨쉬기조차 어려운 해발 5,000m대 고지대에서 무거운 물통을 짊어지고 하루에도 몇 번씩 그 먼 길을 왕복했을 청년을 생각하니 말문이 탁 막혔다. 내가 이곳에서 매일 먹는 밥 지은 물도, 양치하는 물도 저 청년이 길어왔을 테지. 나는 세수에 삼시세끼 양치질은 물론, 고소순응을 위해서는 이뇨가 중요하다고 해서 시도 때도 없이 커피와 차를 마셨다.

그들보다 조금 더 잘 산다는 이유로, 돈을 지불했다는 이유로, 현지인들을 함부로 대하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을 세상에서 가장 찌질한 진상이라고 생각해 왔다. 나는 늘 미소를 머금고 고상하게 현지인들에게 배려나 예의를 보여 줬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제 보니 해발 5,000m 베이스캠프에서 물 귀한 줄 몰랐던 내가 진상이었다. 생각할수록 부끄럽고 민망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여정이 시작되면서 머리 감는 일과 샤워는 중단했지만, 양치질만은 꼬박꼬박 하려 했었는데 그것도 그날로 그만두었다. 그날부터 나는 강진곰파로 하산할 때까지, 나에게 주어진 하루 1리터의 물을 아껴서 나누어 마셨고, 양치는 하루에 한 번 또는 이틀에 한 번 하고, 당연히 세수는 하지 않았다. 정 꿉꿉해서 못 참을 지경이면, 손수건에 살짝 물을 묻혀 얼굴을 닦아 내는 것으로 끝냈다.

샤브루베시에서 트레킹을 시작, 3일째 되던 날의 풍경. 강진곰파를 향해 가는 길이다.
샤브루베시에서 트레킹을 시작, 3일째 되던 날의 풍경. 강진곰파를 향해 가는 길이다.
간잘라 정상을 품다

드디어 정상에 오르기로 한 날이다. 베이스캠프에서는 해가 뜨면 하루를 시작하고, 해가 지면 잠이 드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지만, 이날만은 예외였다. 정오 이전 정상에 도착하기 위해, 해 뜨기 전에 하루를 시작했다.

“허억허억, 처벅처벅” 거친 숨소리와 크램폰이 눈밭에 박히는 소리만 조용히 메아리친다. 모두들 침묵한 채 고정 로프를 따라 정상을 향해 오르는 데만 몰입한다. 경사가 가파른 설사면 구간을 오르고 나니, 순백의 하얀 눈이 펼쳐진 플라토 지역이 펼쳐진다. 여기저기 크레바스가 입을 쩍 벌리고 있다. 모두들 그 위압감에 눌리지 않으려 애써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숨막힐 듯 아름다운 칼날 능선이 나타나고 김재수 대장의 탄성이 침묵을 깬다.

“이야! 나이프 리지가 기막히네! 멋지다!”

하산 트레킹 도중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필자.
하산 트레킹 도중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필자.
잠시 눈 속 깊숙이 피켈을 고정해 놓고 몸을 기대서서 멍하니 능선을 바라본다. 칼날 능선이 끝나는 지점, 저 멀리 간잘라피크 정상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 다 왔다는 생각이 든 순간, 갑자기 숨이 막혔다. 분명 하얀 눈밭 위에 서있는데 시야가 검게 좁아지는가 싶더니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이 눈밭에 누워서 딱 5분만 잤으면 소원이 없겠다. 낯선 도전을 앞에 두고 한없이 작아진 나를 발견했다.

결국 그 자리에서 다리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놀란 박태원 강사가 달려와서 산소마스크를 물린다. 얼마나 되었을까, 하얀 눈밭에 앉아 한동안 심호흡한 후에야 내 힘으로 두 발로 일어설 수 있었다. 다시 정상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정상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다.

“간잘라피크 정상 등정을 축하합니다!”

김재수 대장의 축하가 귓가에 울린다. 그제야 양 볼에 내려앉은 따사로운 햇살, 콧잔등을 스치는 산산한 바람이 느껴진다.

하산 후 다시 강진곰파마을에 도착했다. 하산길은 오르막의 딱 반절의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히말라얀 베이커리 앞마당을 빌려 텐트를 치고 머물렀는데, 그날따라 빵집의 사우니(주인아주머니를 지칭하는 네팔어)는 초저녁부터 야크 똥을 난로에 가득 넣고 군불을 때워두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전원 등정을 축하하는 마을 잔치가 열렸다. 대원들과 셰르파, 포터, 쿡, 키친 보이, 그리고 마을 주민 일부도 함께했다.

코리안 깐치,  또 다른 꿈을 꾸다

해발 5,300m 플라토에서 벌어진 신혼부부의 깜짝 이벤트. 김윤성, 최경윤 교육생은 신혼여행으로 코오롱등산학교 히말라야 등반과정에 참여했다.
해발 5,300m 플라토에서 벌어진 신혼부부의 깜짝 이벤트. 김윤성, 최경윤 교육생은 신혼여행으로 코오롱등산학교 히말라야 등반과정에 참여했다.
대원들을 위해 묵묵히 일해 준 셰르파를 비롯해 키친보이까지 한 명 한 명 모두의 이름을 호명하며 노고를 치하하고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회포를 풀었다. 현지인들과 어울려 흥겹게 놀았더니, 잔치가 끝난 뒤 내 별명은 깐치가 되었다. ‘깐치’는 여자 막내를 뜻하는 네팔어인데, 나는 강진곰파를 떠나는 날까지 ‘코리안 깐치’로 유명세를 치러야 했다.

셰르파들이 건넨 작별 인사에 나는 또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말았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각자의 길을 걷겠지만, 곧 다시 만나게 되기를 기약한다.

나의 첫 히말라야 경험을 소중한 추억으로 만들어 준 조력자들은, 백전노장 김재수 대장을 비롯해 가족처럼 자상했던 양유석·박태원 강사, 셰르파 텐디, 니마, 밍템바, 빠상 누르보, 빠상 템바.

“나와 같은 꿈을 꾸며 네팔을 찾았던 8명의 멤버들 모두 단네밧(Dhannebad), 감사합니다!  마야 가르추(Maya Garchu), 사랑합니다!”

이렇게 히말라야 고산 등반을 향한 나의 첫 도전은 마무리 되었다. 고소의 두통에 시달리다 내려오니 세상은 참 살 만한 곳이라는 행복한 생각이 든다. 일상으로 복귀한 첫날, 한국에는 68년 만에 슈퍼문이 뜬다고 뉴스가 떠들썩하다. 퇴근길 멍하니 달을 바라보고 있자니, 베이스캠프에서 바라보았던 쏟아져 내릴 듯 하늘을 수놓았던 별들과, 별들을 배경 삼아 히말라야 설산에 걸려 있던 달이 떠올라 또다시 가슴이 요동친다.

신들의 영역이라 일컬어진 히말라야는 오랜 세월 전문 등반가 외에는 꿈도 꾸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였다. 허나 이제 산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히말라야! 발걸음 하나하나 안전한 산행 이어가시기를, 늘 히말라야 신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바란다. 나마스떼!

1 해발고도 5,030m 지점에 설치된 베이스캠프 전경. 2 간잘라피크 정상에서 선 대원과 강사, 셰르파들.
1 해발고도 5,030m 지점에 설치된 베이스캠프 전경. 2 간잘라피크 정상에서 선 대원과 강사, 셰르파들.
코오롱등산학교 히말라야 등반과정 4기

기간
 2016년 10월 28일 ~ 11월 11일(14박 15일)

대상지 네팔 랑탕 히말라야 간잘라피크(5,675m)

강사 김재수, 박태원, 양유석

교육생 강명구, 김윤성, 박건상, 백종민, 이기종, 이제훈, 차승준, 최경윤, 홍성유


TRAVIE ACADEMY - 여행을 기록하다

[여.기] 2주간의 반짝 특강

http://www.travie.com/bbs/board.php?bo_table=news&wr_id=55


천소현 기자의 기고를 위한 여행글 쓰기, 글쓰기 과제




책임을 진다는 것은,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다짐한 것들이 있었다. 사생활을 소재로 삼지 않을 것. 글을 무기로 삼지 말 것. 그 외 몇 가지. 잘 쓰기 위한 이런저런 다짐만 수백 번. 그런데 늘 그렇듯, 오늘도 몇 번을 다시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그저 신세한탄으로 돌아와…… 작가들의 일필휘지가 마냥 부러울 뿐이다.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두고 글을 쓰는 '작가 친구'를 만났다. 좋아하는 글쓰기를 마음껏 하고 싶지만, 늘 생업인 ‘회사’와 부업인 ‘글’ 사이에서 줄타기 중인 나는, 안정적인 대기업을 마다하고 업을 전향한 그녀의 결심을 높이 사고 있던 터였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서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녀는 “그냥 책을 냈다고 해서 작가라고 부를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내게 작가의 의미를 설명하려 애쓴다. 그녀에게서 작가를 향한 경외가 보였다. 글로 뭇 사람들의 가슴 깊은 곳에 내려앉는 작가들에게 표현해야 할 마땅한 경외감이었다. 동의한다. 작가의 글은 문장 하나 하나에 책임감이 녹아있다. 글의 힘은 실로 대단해서 한 사람의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지. 나 또한, 공지영 작가의 글을 읽고 시국에 분노하기도 했고, 안도현 시인의 섬세함에 늘 먹던 음식이 새롭게 보일 때가 있었다. 때로는 류시화 시인의 노랫말 같은 기행을 읽으며 인도 여행을 계획했고, 김훈 작가의 문장을 따라 호흡하다가 작가의 꿈을 꾸었으니…… 작가의 글은 내 삶에도 실로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쓰디쓴 커피 한 모금을 들이키며, 내 글은 과연 얼마나 책임감이 있는지 곱씹어 본다. 최근 제법 기고 횟수가 늘고, 작지만 고료도 받게 되면서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었다. 욕심이 늘어나니 세상 만물 담아내고 싶은 것은 많아지고, 글에 사족은 더 늘어만 갔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어떻게 내려앉을지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렇다! ‘작가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 글에는 ‘책임감’이 부족했다! 남 생각을 하기에 나는 너무 아등바등 바쁘게 살고 있다고 핑계를 대어보지만, 속으로는 내 문장에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는 건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나도 작가들처럼 잘 쓰고 싶다…...’ 그렇다고 글 잘 쓰는 데에만 매진하기에는, 먹고 살 걱정은 누가 대신 해주는 게 아니잖냐. 아…… 내 인생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 


커피잔이 바닥을 드러내고, 정해진 것 없는 하루가 또 흘러간다. 그녀는 아니라고 하지만 나에게 그녀는 여전히 '작가 친구'다. ‘작가’의 의미야 다르면 어떠한가…… 문학소녀처럼 책 읽을 때 마냥 행복해하고, 오늘도 열심히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는 그녀. 글을 쓰는 데에만 온 마음을 오롯이 쏟을 수 있는 그녀가 나에게는 부러운 존재, '작가'다.



.  以 上


[원문] 굿네이버스 좋은이웃 (2015년 09, 10월호) 146호 > 나눔 더하기


두근 두근, 좋은 이웃의 특별한 여행기





어느 날 문득, 특별한 여행을 떠나다


굿네이버스 해외 사업장을 방문하는 동시에, 기회가 된다면 결연아동도 만날 수 있는 '좋은 이웃 특별한 여행'. 봉사활동은 늘 기쁨과 보람으로 가득차는 시간이었기에 이번 휴가는 방글라데시로 떠나리라 마음을 먹었습니다. 누군가는 나눔의 의미를 실천하기 위해, 누군가는 의미없이 흘러가는 일상을 잠시 잊고자, 저마다 여행의 동기는 달랐지만 모두 소중한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었습니다.

아이들과의 행복한 추억을 꿈꾸며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필요한 물품들으 정리하느라 우리는 출발 전 두 번의 만남을 가졌는데요.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더 깊이 소통하고 싶어서 시간을 쪼개 낯선 벵골어도 배웠답니다. "슈보 쇼깔(좋은 아침이에요).", "방글라데시 쿱 슌돌(방글라데시는 참 아름답네요)." 아이들을 만날 준비를 하는 시간은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가득했습니다.



방글방글 좋은 이웃, 방글라데시 돋보기


방글라데시는 인구 밀도가 높고 빈부 격차가 큰 반면, 땅값은 뉴욕의 맨해튼 수준으로 비싸 도시 빈민들의 삶이 무척 피폐합니다. 또한 땅의 대부분이 평지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우기가 되면 빈곤가정은 홍수 피해를 입기 십상이지요. 이러한 방글라데시에서 굿네이버스는 14개의 지역개발사업장을 중심으로 학교와 모자보건센터를 운영하고 방과 후 교실, 의료지원서비스, 지역환경 개선, 소득증대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가장 먼저 시라즈간즈로 이동해 재봉 기술을 배우고 있는 어머니들을 만났습니다. 방글라데시 지부에서는 결연아동 어머니들이 직업 훈련에 참여해 가계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다양한 소득증대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벽화 그리기 봉사활동에 이어 조혼 예방 캠페인에도 참여했습니다. 우리는 거리에서 지역정부 대표와 경찰서장, 수백 명의 지역주민들과 함께 한 목소리로 조혼을 금지하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열심히 기술을 배우는 어머니들의 열정적인 모습과 많은 사람들이 함께한 캠페인 현장에서 우리는 방글라데시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아미 호떼 짜이(내 꿈은)!"


"저는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될 거예요." "저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어요." 한국 초등학생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으면 여러가지 꿈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방글라데시의 아이들은 농부, 선생님, 경찰관 외에는 마땅히 다른 꿈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단 두세 가지의 직업들이 아이가 접할 수 있고, 알고 있는 것의 전부이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가타일 학교에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이들은 빛나는 보석입니다. 우리가 만난 아이들 중에는 분명히 미래의 비행기 조종사도, 미래의 피아니스트도, 런웨이를 주름잡는 모델과 패션 디자이너도 있을 겁니다. 좋은 이웃의 후원으로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도 한 아이를 꿈꾸게 하고, 아이들의 꿈을 응원할 수 있다는 사실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앞으로 방글라데시 아이들이 더 많은 꿈을 꾸었으면 좋겠습니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아이들을 우리가 계속 응원할 테니까요!



맞잡은 두 손, 함께 꿈꾸는 하루


우리 중에는 결연아동이 방글라데시에 살고 있는 회원들이 있었습니다. 아동과의 만남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무렇게나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소풍을 떠난 길 내내 손을 꼭 붙잡고 놓지 않았고, 아이의 손짓 하나 미소 하나에도 함께 즐거웠습니다. 그렇게나 고대했던 만남의 시간은 짧았지만, 앞으로 몇 번이고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이번 만남이 이렇게 소중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발로 바시(사랑해)! 편지 자주 할게!" 헤어지는 인사 한마디 한마디에 울음을 삼키며 아이를 향해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버스에 올라탄 후 더 이상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에도 남은 울음을 울었습니다. 다시 돌아간 한국의 일상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이 순간을 기억하면 힘이 될 겁니다. 우리가 떠난 뒤 아이들은 방글라데시에서 각자 인생의 길을 걷겠지만,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큼은 마주 바라보고 서로의 길을 응원할 겁니다. 언젠가는 그 두 길이 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요.



좋은 이웃 특별한 여행은 '인연(因緣)'이다


좋은 이웃 특별한 여행 중에는 한국 사회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 때처럼, '내가 더 잘한다고, 내가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나 지금 열심히 살고 있다고' 포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가방을 들어주고, 어깨를 주물러주고, 더 좋은 자리를 양보하고, 더울 때면 부채질을 해주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일을 조금 빨리 마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서로 도왔습니다. 지금 그대의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인다며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기 바빴습니다. 인생의 가장 소중한 추억을 함께한 우리 회원들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누구는 '한 여름밤의 꿈같은 여행'이라고 말하고, 또 다른 누구는 '결연아동을 찾아 떠나 나를 찾은 여행'이라고 말합니다. 가슴 벅찬 기쁨과 코끝 찡한 감동을 함께 나눈 우리들은, 이젠 '인생의 동반자'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은 '인연'이 되었습니다. 올 여름 저는 특별한 여행을 통해 인생의 동반자들을 선물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삼성이야기에 소개된 다육식물 이야기 

[ 원문 링크 : http://blog.samsung.com/3360 ]



다육식물이란?
잎이나 줄기에 많은 양의 물을 가진 식물을 뜻합니다. 보통 건조한 곳이나 염분이 많은 곳에서 자라는데요. 수분을 유지하기 위해 잎이 퇴화하거나 잎이나 줄기의 구조가 변화하여 수분을 저장하기 쉬운 구조로 변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대표적인 다육식물로는 선인장, 용설란 등이 있습니다.


Q. 안녕하세요. 아기자기한 첫인상이 다육식물들과 무척 닮아 보이시는데요. ^^ 처음에 어떻게 다육식물을 키우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회사에 입사하면서 출퇴근 시간을 아끼기 위해 독립을 시작했어요. 혼자 사니까 너무 외로워서 정을 붙일 만한 ‘지기’를 찾다가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고요. 그렇게 농장 등을 찾아다니면서 다육식물을 접하고는 하나, 둘 키우다 보니 어느덧 1백여 개가 넘는 화분들로 집 안을 가득 채우게 됐네요.

Q. 다육식물이 룸메이트인 셈이네요. 그럼, 다육식물이 일반 식물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다육식물은 건조한 기후나 모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다육질의 잎에 물을 저장하고 있는 식물을 말해요. 잎이나 줄기, 또는 뿌리 등 내부에 물을 저장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식물에 비해 통통하답니다. 가장 잘 알려진 다육식물은 선인장이에요.

Q. 다육식물을 키우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다육식물은 잎을 흙 위에 그냥 놓아두면 어린잎이 자라고 곧 뿌리가 나는데요. 이런 독특한 번식 방법을 ‘잎꽂이’라고 불러요. 잎꽂이해둔 잎의 모체는 저절로 말라서 떨어질 때까지 억지로 떼지 말고 그대로 두면, 어린잎이 모체의 양분을 흡수하면서 성체로 자라나요. 이때 뿌리가 자리 잡을 때까지 일주일에 한두 번씩 분무기로 뿌리며 수분을 공급해주면 됩니다~


차승준 선임이 키우고 있는 다육식물들


Q. 이젠 다육식물에 대해서 전문가가 다 되셨네요. 왜 많은 식물 중에서 유독 다육식물을 좋아하게 되셨나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잎에 물을 통통하게 머금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라고 할까요? 키우다 보니 날이 추워지면 빨갛고 노랗게 물드는 다육이들이 무척 매혹적이더라고요.

Q. 좋아하는 다육식물과 실내 식물은 어떤 것이 있으세요?

저는 ‘라우이’라는 다육식물을 가장 좋아해요. 새색시가 화장한 것처럼 분홍빛으로 물든 잎 위에 뽀얀 분을 뒤집어쓰고 있는 듯한 모습이 아주 예쁘답니다. 

새색시가 화장한 것처럼 분홍빛으로 물든 라우이

새색시가 화장한 것처럼 분홍빛으로 물든 라우이

그리고 관엽식물 중에는 ‘문라이트’를 좋아하는데요. 새순이 형광 빛을 띠는데, 마치 달빛과 같다고 해서 ‘문라이트’라고 불려요. 햇빛을 직접 받으면 잎끝이 타들어 가기도 해서 반음지에서 키워야 한답니다.

새순의 빛깔이 달빛과 닮은 문라이트

새순의 빛깔이 달빛과 닮은 문라이트

Q. 점점 실내 식물 키우기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요. 봄에 실내에서 키우기 좋은 식물을 추천해주세요~

일단 향기로운 봄 내음을 맡고 싶다면 사무실에 ‘히아신스’를 들여놔 보세요. 향기가 정말 끝내주거든요. 해가 살포시 드는 거실에는 자주 물을 주지 않아도 괜찮은 ‘해마리아’가 좋고요. 그리고 TV나 책상 옆에는 수경 재배에 좋은 ‘개운죽’을 놓아 보세요. 맥주병 등을 재활용하면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에 아주 좋습니다. 

또 베란다의 남은 공간은 간이 텃밭으로 이용하세요. 쌈 채소나 방울토마토, 고추 등 간단한 먹거리 채소를 심으면 아주 유용하답니다. 독특한 취향을 가진 분들께는 귀여운 식충식물인 벌레잡이 ‘파리지옥’도 잘 어울릴 것 같아요. ^^

실내에서 키우기 좋은 해마리아와 귀여운 식충식물 파리지옥

실내에서 키우기 좋은 해마리아와 귀여운 식충식물 파리지옥

추천! 집 안에서 기르면 좋은 식물

건조한 거실과 침실에 촉촉함을~

산세베리아 먼지제거 및 살균작용, 세포의 활성 작용을 하는 음이온을 발생시키고 밤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산소를 내뿜는 식물입니다. 집 안에 음이온이 증가하면 불면증 해소나 신진대사 촉진에도 좋다고 하니 침실에 잘 어울립니다. 또, 포름알데히드를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며, 전자파를 막아주어 전자기기가 많은 곳에 두는 것이 좋아요.

고무나무 카펫이나 벽지에서 발생하는 유독가스를 잘 흡수하여 머리를 맑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 거실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습한 욕실을 깨끗하게!

캐모마일 국화과에 속하는 식물로 스트레스와 긴장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수분을 흡수하는 능력이 매우 탁월하여 습한 욕실에 두면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해 줍니다.

스파티필룸 도깨비 방망이처럼 생긴 스파티필룸은 아세톤이나 뷰티 제품들의 특이한 향이나 포름알데히드를 없애는 데 좋습니다. 습기가 많은 욕실에 두면 수분을 빨아들여 습도 조절에 도움이 됩니다.

냄새나는 주방을 산뜻하게~

로즈마리 허브의 종류로 꽃이나 잎을 만지면 진한 향기를 내는 방향 식물입니다. 자체의 특유한 향이 음식 냄새를 없애주고 습기를 빨아들여 실내 습도를 유지합니다. 햇빛이 잘 드는 주방 창가에 두면 퀴퀴한 냄새를 없앨 수 있어요.

스킨답서스 요리할 때 많이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며, 어두운 공간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주방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늘진 곳에서 잘 자라는 피토니아 화이트스타와 수액이 단맛이 나는 슈가바인

실내 식물을 키울 때 알아두어야 할 Tip

1. 온도가 높은 곳에는 관엽식물을 두는 것이 좋으며, 빛이 들어오는 창문으로부터 2미터 이내에 식물을 놓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일 빛의 효과를 좀 더 높이고 싶다면 흰색 벽지를 사용하여 반사 효과를 노리는 것도 좋아요.

2. 물을 주는 시기를 놓쳐 식물이 시들어 버렸다면, 양동이에 물을 담고 거기에 화분을 통째로 2시간 정도 빠뜨린 다음 말리고 나면 식물이 다시 살아납니다.

3. 실내 식물의 습기를 보충해주기 위해서 분무기를 사용하여 잎에 물을 뿌려주는 것도 좋은데요. 실내의 화분은 흙이 금방 건조되기 때문에 부족한 수분을 채워주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해요.

실내 식물을 키울 때 알아두어야 할 Tip


4. 기르던 식물에서 낙엽이 많아진다면 생장 조건이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이 너무 많거나 적어서 생기기도 하고, 영양분이 부족해서 생길 수도 있으니 환경 조건을 다르게 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5. 햇볕이 부족하면 식물은 옆으로 풍성해지지 않고 위로만 자라게 되는데요. 이때는 햇볕이 많이 드는 곳으로 화분을 옮기고 중간을 잘라서 옆으로 퍼질 수 있도록 해주세요.

실내에서 만나는 싱그러운 초록이들은 시각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가져다준다고 합니다. 아낌없이 내어주는 실내 식물을 위해 햇빛과 물, 바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랑과 관심도 듬뿍 나눠주며 정성으로 키워 주세요. 나날이 자라나는 식물들과 함께라면 한결 여유롭고 따뜻하게 생활할 수 있을 거에요~

< EVENT >
삼성그룹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여러분께 봄을 선물해드리기 위해 이벤트를 준비했어요.키우고 싶은 다육식물을 페이스북에 댓글로 남겨주시거나 트위터에 @samsung으로 보내주세요. 당첨자를 선정하여 해당 식물을 선물로 드립니다.  ( ○참여기간: 3월 26~27일 ○ 당첨자 발표 : 3월 28일)


▶ 다육식물 분양받기 페이스북 이벤트 참여하기 (클릭) 


▶ 다육식물 분양받기 트위터 이벤트 참여하기 (클릭) 

* 이벤트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서만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



Culture Review | Book
글 Liah http://waytoliah.com
Magazine M.A.S(More Attractive Selection) 2011 vol.4 
 


얼마 전 작성했던 책의 리뷰가 필명으로 잡지에 실렸다.
내 글을 잡지에 실겠노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 순간 당혹스럽기도 했다.
'앗 그 글은... 그냥 생각을 끄적끄적... 기승전결 없이 맞춤법, 띄어쓰기 검사 한 번 거치지 않은 글인데..'
다행히 지면에 실릴 때에는 편집자의 손을 한 번 거쳐 오타는 종적을 감춘 상태였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최소한 오타 정도는 치워내고 글을 작성해야지..




맛있는 세계사
국내도서>역사와 문화
저자 : 주영하
출판 : 소와당 2011.02.21
상세보기


우리는 살기 위해 먹는가, 먹기 위해 사는가. 가끔은 그 질문에 대답하기 곤란한 때가 있다. 전 세계 인류의 누구라도 맛있는 음식이라면 싫어할 리 만무하다. 요즘 각종 블로그에는 맛집 정보들이 넘쳐나고 맛집 지도가 제공되기도 한다.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각종 정보 검색과 발품파는 고생도 마다하지 않는다. 음식은 우리 삶에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우리 삶에 밀착하여 희노애락을 함께 한다. 현재 뿐 아니라 과거에도 마찬가지 였다. 역사 속에서 음식은 인류의 발전과 함께했다. 

이 책에서 재 조명한 쉽게 풀어 쓴 세계사와 엮여진 음식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자칫 너무 진지하면 지루하기 십상인 세계사 이야기를 조금은 낮은 눈높이로 바라보며 술술 익히는 재미를 제공한다. 청소년들이 공부가 아닌 이야기로의 세계사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한가지 사건에 대해서도 다양한 시각과 다양한 풀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 삶에 가장 밀접한 음식을 통해 바라본 세계사의 흐름과 풀이는 과연 감탄할 만 했다.

우리는 간혹 바쁘다는 핑계로 햄버거 등의 패스트푸드로 대충 식사를 때우기도 하고, 가끔은 거르기도 한다. 먹거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바쁜 현대인의 삶이 어디 그리 넉넉할 소냐. 샌드위치, 햄버거, 핫도그, 피자 등 패스트푸드라고 통칭되는 갖가지 신종 먹거리에 대해서도 유래부터 어떻게 세계에 전파되었는지 일깨워 준다. 나 역시 다시금 현대인의 음식 본연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고, 가끔은 슬로푸드 운동에 동참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먹거리를 통해 보는 세계사, 그리고 지구 반대편엔 기아에 허덕이는 어린이들의 진실. 가볍게 읽어 내린 책 한 권의 여운은 많은 생각을 가져다 주었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초콜릿을 생산하기 위해 아프리카 가나의 수 많은 어린이들이 장시간 카카오 농장의 고된 노동에 동원된다고 한다. 더욱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은 심지어 그 어린이들은 초콜릿을 한 조각도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가끔씩 우리는 우리가 누리고 영위하는 것에 대해 너무도 당연히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작은 것을 누리는 동안 그 이면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존재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 치즈, 페스트에 걸린 유럽을 구하다 - 36p.
영국의 궁정시인이었던 존 헤이우드는 그의 시 <책과 치즈>에서 "신선하거나 오래되었거나, 부드럽거나 딱딱하거나, 달콤하거나 짜거나, 순하거나 진하거나" 라는 문장으로 치즈의 맛을 설명합니다.

# 미국 피자가 세계를 장악하다 - 98p.
"이탈리아인이 미국에 피자를 가져왔다면, 미국인들은 세계에 피자를 소개했다."

# 초콜릿, 그 정체를 밝힌다 - 117p.
불행한 전쟁 1950년 6.25 때의 일입니다. 한국을 돕기 위해 왔던 미군들을 보면 어린아이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기브 미 초콜릿"을 외쳤습니다. 미군들을 통해서 초콜릿의 달콤한 맛을 알았던 당신의 아이들에게 미군은 곧 초콜릿이었습니다. 

# 아프리카 가나 초콜릿의 비극 - 129p.
아프리카에 카카오 플렌테이션이 행해진 이래, 현지에서는 어른과 아이 구별 없이 모두 카카오 농장에 투입되었습니다. 지금도 아이들은 카카오 농장에서 17~18시간씩 일을 합니다. 심지어 이 아이들은 초콜릿을 한 조각도 먹어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 슬로푸드 운동 - 157p.
   1)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를 소비하자. 음식을 안전하게 조리하고 맛의 즐거움을 되찾자.
   2)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오랫동안 유지된 생물, 토양, 생산방법, 요리방법, 음식 등을 보존하자.
   3)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미각을 인공 조미료에서 벗어나게 하자.
   4) 먹을거리를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생산하여 지구 생태계를 보호하자.
   5) 느리게 살기 위해 노력하자.


※ 매 챕터마다 음식을 소개한 후에 세계사와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을 제공한다. 한창 세계사를 익히는 초,중,고 등학생 청소년들에게 재미있게 즐기며 읽는 세계사로 도움이 될 수 있을듯하다.

<맛있는 세계사>
주영하 지음

소와당, 2011



지난달 글쓰기 실력을 높여보려고 '작가가 작가에게'란 책을 읽고 리뷰를 써냈다. 내가 쓴 리뷰는 한 인터넷 서점의 우수 리뷰로 뽑혀 일주일동안 페이지를 장식했다.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최소한 우수 리뷰로 선정을 하기 위해 내 글을 읽고 평가했을 테니까, 그리고 글이 게재되면서 더 많은 이들이 나의 글을 읽을 수 있을테니까.

작가는 아니지만 작가가 작가들에게 썼다는 글쓰기 전략서를 읽은 거다. 각종 글쓰기 비법들이 등장하고 작가만의 노하우가 술술 등장한다. 이 책은 미지의 신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기분으로 글을 써내려가던 나에게는 그 모든 조언들이 유용한 비법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도 글을 쓴다. 가끔은 거르기 일쑤지만 하루에 일정한 시간을 정해두고 매일 쓰라는 충언을 받아들이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글쓰기를 위한 영원한 아이템 중 하나가 책을 읽고 리뷰를 적는 것이다. 감히 작가들의 글을 내 멋대로 이렇다 저렇다 평할 수준이되지 않는다며 리뷰 쓰기를 꺼려했었는데, 작가에게 누가 되지 않는 선에서 적겠다고 결심하고 읽은 책에 대한 느낌을 글로 남기기 시작했다. 작년 말 우연찮은 기회로 알게된 리뷰 카페에서 활동하며 리뷰 쓰기를 의무화해 나에게 강제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써낸 나의 글이 우수하다는 작은 희망의 불씨를 주었다. 더불어 글쓰기의 좋은 습관들을 제공한 글쓰기 전략서에게도 감사한다. :)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두고 글을 쓰는 '작가 친구'를 만났다. 좋아하는 글쓰기를 하기위해 회사를 그만두는 강단있는 친구이기에 그녀의 결심을 높이 사고 있었다. 나도 좋아하는 글쓰기를 마음껏 하길 바라며 살짝 부러움을 내비추기도 했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 좋은 곳에서 삶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중 그 친구가 내게 하는 말은 '그냥 책을 냈다고해서 작가라고 부를 수 있는게 아니다' 라며, 작가의 의미를 설명하려 애쓴다. 그 친구에게 작가를 향한 경외가 보였다. 그렇다. 글로 뭇 사람들의 영혼 깊은 곳을 흔드는 그들에게 표현해야 마땅한 경외감이다. 나 또한 동의한다. 그렇지만 나에게 친구는 여전히 '작가 친구'다. 의미야 틀리면 어떠한가. 소녀처럼 책 읽는걸 마냥 행복해하고 열심히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는 친구가 나에게는 부러운 존재, '작가'다. 





최근 몇 달 간 각종 글쓰기 책을 섭렵했다. 이유는 글을 잘 쓰고 싶어서였다. 전업 작가도 아니면서 왜 글을 잘 쓰려고 하느냐고 누가 물었다. 글쓰기를 잘해야 기획서도 잘쓰고 제안서도 잘 쓴다더라. 기승전결을 파악해야 일도 잘한다더라. 어휘력이 좋아야 생각도 넓고 크게 할 수 있다더라. 국어 어휘력과 쓰기능력이 좋아야 외국어도 빨리 익힌다더라. 그 밖에 줄 잡아 열댓가지나 되는 기타 등등의 이유들을 나열한다. 각종 이유를 줄줄이 생각해보다가.... 

그래서 왜 글을 쓰는지 생각해보니,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스스로 포장하며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같다. 아니 정말 좋아한 것도 같다. (실은 지금도 글쓰는게 참 좋다.) 누구에게 털어놓기 자존심 구겨지는 것들과 알리고 싶지 않지만 내 아픔은 남들이 알아줬으면 싶을 때, 글로 적어내는게 유일한 돌출구 였던거다. 누구처럼 노래를 멋들어지게 잘 불러서 음악으로 표현할 수도 없고, 그림으로 기가 막히게 표현하기에도 기본기가 부족했다. 그 어떤 예술적 기질로도 내 아픔을 담아낼 수 없었는데, 유일한 표현 방법이 글이었다.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니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스멀스멀 생겼다. 한 때는 문장력 좀 있다하는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감탄을 연발하며 조금씩 흉내내보기도 했다. 욕심이 생기니 그 좋던 글쓰기가 더 이상 내가 좋아하는 표현 수단이 아니었다. 휘황찬란한 미사여구를 갖다 붙이며 내 마음이 내 진심이 담기지 않은 그저 그런 문장들만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 마음을 다시 먹기로 했다. 그저 즐겁고 즐기던 데로... 책 읽는 걸 좋아했으니 즐기며 읽고, 스스로에게 부담을 안기지 않고 쓰고싶은 만큼만 쓰기로 했다. 그렇다고 글을 아주 잘쓰는 것도 아니고 전업 작가도 아니지만 지금 이대로 좋았다. 그래도 글 잘 써내기에 대한 탐욕(?)은 버렸지만 남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게는 써야겠기에 각종 글쓰기 전략 및 기법 책들을 틈나는데로 읽어 두었다. 

그러던 중 시크릿가든의 작가 김은숙 샘이 강추했다는 '작가가 작가에게'를 접하게 된거다. 선생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분명 작법 책인데, 스펙터클 하다가, 아슬아슬 하다가, 로맨틱 코미디 처럼 콩닥거리는' 책이다. 소설 작법에 대한 정찰, 기술, 전략의 세 단락으로 나누어 작가들을 위한 과감한 충고를 한다. 모든 충고에는 디테일한 레퍼런스들이 제공된다. 에이전트와 출판전략에 대해서도 철저히 작가의 입장에서 작가들에게 혹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상세히 일러준다. 짧은 단편 소설만 끄적이던 나에게도 소설을 쓸 수 있다는 희망의 빛줄기도 보였다. 다만 즐길수 있는 수준으로 글을 쓰자는 내 정신은 작가의 충고에 조금 부끄러워졌다. 하루에 삼십분씩이라도 시간을 정해두고 매일 써야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의무감을 부여하는 것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꾸준히 써야 감각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종일관 균형감 있게 조언을 해주는 작가에게 감사했다. 물론 이 책에서 제시한 작법 전략을 당장 모두 따라할만큼 나의 내공이 쌓이지 않았기에 조금씩 가능한 것부터 우선순위를 두고 실행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항상 염두해 두어야하는 것들은 잘 정리해서 노트에 기록해 두었다. 글을 쓰기전 꺼내어 상기시켜볼 요량이다. 기대 효과가 큰 만큼 모쪼록 더 부드럽게 읽히는 글이 써지길 고대한다. 조금씩 걸어나가다가 뒤를 돌아볼 만큼 나아갔을 때 조금 더 괜찮은 글을 쓰는 내가 되었다면, '작가가 작가에게'의 공도 잊지 않으리라. :)
 


#3 바보와 영웅의 차이 - 32p.
영웅은 능숙하고 집요하지만, 바보는 고집불통이고 매사에 짜증을 낸다. 영웅은 쓰러지고 나서도 재빨리 일어나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바보는 한 번 쓰러지면 두고두고 징징거린다. 영웅은 스스로 행운을 불러들인다. 바보는 그저 자신의 불은을 한탄한다. 영웅은 다른 사람들이 지닌 가치를 알고 있다. 바보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보다 더 가치 있다고 믿지 않는다.

#7 출판은 전쟁이다 - 43p.
건전한 정신과 신체를 지녔으며, 일 년에 한 번쯤 불만스럽기만한 감정에 사로잡혀도 엄숙하게 잠재울 줄 안다. 내 작품이 출판되는 일과 관련한 모든 일들에 대한 불만을 누그러뜨리려면 때로는 목구멍에 양말을 가득 욱여넣어야 할 때도 있다. 그래도 투덜거리지 않을 것이다. 울지 않을 것이다. (......) 우울해하지 않을 것이다.
글을 써라. 불평불만을 에너지로 승화시켜야 한다.

#39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고 말하지 마라 - 168p.
등장인물들이 누구에게도, 특히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직접적으로 말하게 해서는 안 된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뻔하고 전형적인 수법이다. 동정을 받겠다는 생각인데, 이것은 너무 작위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58 계획 없는 목표는 허망한 꿈 - 248p.
- 프로는 타인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사람이다.
- 프로는 논점을 파악할 줄 알고, 상대편이 찾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 프로는 상대편이 요청한 거을 제때에, 적절한 형식으로 내놓을 줄 아는 사람이다.

#66 아직 본업을 포기하지 마라 - 271p.
모든 소설가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꿈 같은 일에 대한 소망이 너울거리고 있다. 생업을 포기하고 전업 작가가 되려는 소망 말이다. 호숫가의 오두막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배경 음악으로 커피를 마시면서 하루 종일 글을 쓰는 삶을 소망하는가? 아니면 업무에 짓눌린 대도시의 통근자들이 일을 하느라 생을 낭비하고 있는 동안 단칸방에 들어앉아 하루 종일 글을 쓰는 삶을 소망하는가? 그래, 당신의 소망 말이다.

아, 당신의 직업을 싫어한다고요?
왜 그렇게 말하나요? 당신처럼 말하는 사람들은 아주 많아요.
'모든 사람들'이 그렇죠. 어느 술집을 가더라도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요. - 드류 캐리


#77 살아남으려면 - 323p.
당신이 정말 상처를 받았다면 30분 정도는 상처로 아파해도 좋다. 더 이상은 안 된다.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라. 글쓰기야말로 공격적인 리뷰나 이메일, 회의적인 반응에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해독제다. 그리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외쳐보라. "나는 아리조나 위를 날고 있는 독수리다!"



<작가가 작가에게>
제임스 스콧 벨(James Scott Bell) 지음, 한유주 옮김

정은문고,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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