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공부, 글쓰기 - 17~18p.


먼저, 공부가 뭘까요? '인간과 사회와 생명과 우주를 이해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는 작업'입니다. (중략)

독서는 공부하는 여러 방법 중에서 효과가 특별히 빠르고 확실한 방법입니다. 책에는 글쓴이가 파악한 인간과 세계의 본질, 그 사람이 찾은 삶의 의미와 살아가면서 느낀 감정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책에서 글쓴이의 생각과 감정을 읽고 이해하며, 공감을 느끼거나 반박하고 싶은 욕구를 느낍니다.

자기 자신과 세상과 우주에 대해서 무엇인가 새로 알게 되거나, 삶에 대해서 특별한 의미를 발견하거나 어떤 강력한 감정에 사로잡히는 경우, 우리는 그 모든 것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느낍니다. 글쓰기는 '생각과 감정을 문자로 표현하는 행위' 입니다. 감정은 쉼없이 생겼다 스러지고, 생각은 잠시도 그대로 머물지 않습니다. 글로 적어 붙잡아두지 않으면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됩니다. 언어는 단순히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 아닙니다. 무엇인가 생각하고 느끼려면 언어를 알아야 합니다. 말과 글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무엇인지 스스로 정확하게 인지하지도 못하니까요. 감정과 생각은 언어로 표현해야 비로소 내 것이 될 수 있어요.

공부는 결국 독서와 글쓰기를 이어나가는 과정입니다. 물론 독서와 글쓰기가 공부의 전부라는 건 아니에요. 직접 경험이나 영화 같은 다른 미디어를 통해서도 우리는 무엇인가 배우고 깨닫고 느낍니다. 문자뿐만 아니라 그림, 영화, 노래를 비롯해 다른 방법으로도 생각과 감정을 표현합니다. 그렇지만 공부 방법으로 따지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보다 나은 게 없어요.



# 어휘: 건축자재가 없으면 집도 없다 - 80~84p.


인지혁명의 핵심은 언어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생각이나 감정이 먼저고 언어는 그것을 표현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언어는 단순한 수단이 아닙니다.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전제조건이 기도 합니다. 언어가 없으면 생각 자체를 할 수가 없어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스스로 인지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감정을 느끼는 데도 언어가 필요합니다. 분노, 사랑, 연민, 복수심, 어떤 것이든 마음속에 어떤 감정이 일어날 때 그게 뭔지 인지하려면 그 감정을 나타내는 말을 알아야 하니까요.

자기의 생각과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해야 글로 그것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먼저 그 생각과 감정을 나타내는 어휘를 알아야 합니다. 글을 잘 쓰고 싶어서 문장 공부를 하는 분들이 흔히 있는데, 구사할 수 있는 어휘가 빈약하면 아무리 문장 공부를 해도 글이 늘지 않습니다. 사용할 수 있는 어휘의 양을 늘리는 것이 글쓰기의 기본이에요. 아무리 멋진 조감도와 설계도가 있어도 건축자재가 없으면 집을 지을 수 없는 것처럼, 어휘가 부족하면 생각과 감정을 글로 쓸 수 없어요. 그래서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먼저 어휘를 늘리라고 권하는 겁니다. 

구사할 수 있는 어휘의 양이 생각의 폭과 감정의 깊이를 결정합니다. 자기 자신과 인간과 사회와 역사와 생명과 자연과 우주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좌우합니다. (중략)


어휘를 늘리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 독서입니다. 글쓰기를 주제로 한 모든 강연에서 저는 이것을 강조합니다. 『토지』, 『자유론』, 『코스모스』, 『사피엔스』, 『시민의 불복종』 처럼 풍부하고 정확한 어휘와 명확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구사한 책을 다섯번 열번 반복해서 즐기며 읽는 거예요. 읽고 잊고, 다시 읽고 잊고, 또 읽고 잊어버리고, 그렇게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끝없이 집을 지을 수 있는 건축자재를 끌어모으게 됩니다.



# Q) 위로가 중요한 화두인 시대이고, 책에서 위로를 찾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잘 위로할 수 있을까요? - 131p.


야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진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너무 자주 위로받으려고 하지 마십시오. 함부로 남을 위로하려고 하지도 마시고요. 삶은 원래 고독한 것이고, 외로움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감정입니다. 견딜 만큼 견뎌보고, 도저히 혼자서 못 견뎌낼 때 위로를 구하는게 좋은데, 요즘은 다들 위로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어요. 저는 그런 게 좀 못마땅합니다. 청년단체 같은 데서 강연 요청하면 꼭 '힘들게 사는 청년들에게 위로가 되는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러거든요. 그러면 저는 '죄송합니다. 강연 못 합니다' 그래요. 남에게 위로를 구하기보다는 책과 더불어 스스로 위로하는 능력을 기르는 쪽이 낫다고 저는 믿습니다.



# Q) 독서와 글쓰기 외에도 추천하고 싶은 공부법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 148~149p.


경험은 가장 원초적인 공부법입니다. 원래 사람은 오감으로 체험하는 것을 확실하게 배웁니다. 체험보다 강력하고 효과 있는 공부 방법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인생이 너무 짧고 세상은 너무 많은 얼굴이 있기에, 모든 것을 체험으로 공부할 수가 없을 뿐입니다. 그래서 간접 체험으로 배우는 것이죠. 독서가 제일 보편적인 간접 체험 방법입니다. (중략)

고령의 시민들이 북한을 미워하는 것은 6.25전쟁 체험 때문입니다. 제가 독재를 혐오하는 것은 자기 생각을 말했다는 이유로 고문당하고 감옥에 갇혔던 경험 때문이지요. 남자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때 군대에 두번 가는 악몽을 꾸는 것은 군복무 시절 체험이 남겨준 트라우마 때문입니다. 체험은 정말 강력한 공부법이에요.


 


<유시민의 공감필법>

유시민

창비, 2016


유시민의 공감필법
국내도서
저자 : 유시민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1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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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과정입니다 - 14p.

산을 오른다는 것은 산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산속으로 들어가면서 산을 알게 되고, 배우게 되고, 또 이해하게 됩니다. 이해의 진정한 뜻은 아래에 선다는 것 'Under-Stand'입니다. 산은 오르지만 산 아래에 서야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산뿐만이 아닙니다.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서야 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사랑이나 부부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정한 이해는 위에 서는 것이 아니라 바로 Under-Stand, 아래에 서는 것입니다. 그래야 대화가 되고 존중하게 되는 것이지요. 서로가 아래에 서려는 마음이 있다면 그때는 대화도 이해도 필요 없습니다. 그저 눈빛만 보아도, 표정만 보아도 서로를 알게 되는 이신전심이니까요.



# 나는 미친놈입니다 - 100p.

나는 사람입니다. 사람이기에 넘어서지 못할 자연과 사투를 벌이면서도 하나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난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지상의 30프로밖에 되지 않는 희박한 산소를 몰아쉬면서도 나는 도심이 아닌 산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산사람입니다.

정상은 끝이 있어도 추락은 끝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내 힘의 원천은 자연에서 솟아 그곳에서 회유할 것입니다. 아직 살아 있어, 내가 미친놈처럼 산을 오를 수 있어 행복합니다.



# 자신감 

- 162p.

자신감은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느낌입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느낌을 많이 갖는 사람과 잘 안될 것 같다는 사람의 차이가 엄청나다는 것입니다.


- 164p.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알고 시작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공부를 시작한다 해도 이론과 실전은 다른 것입니다.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배워 나가야 하는 것이지요. 그것이 경력입니다.

자신감이란 어떤 일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마음가짐입니다. 힘을 모아 최선을 다해 부딪혀도 잘 될까 말까 하는 일에 시작 전부터 자신감이 없고 부정적인 것들을 먼저 생각하면 분명 실패하고 맙니다. (중략)

로자베스 모스 탠터의 책에 이러 말이 있습니다.

"실패를 하거나 문제가 생기는 것은 그리 나쁜 일이 아니다. 위기에 대처하는 것은 성공 주기를 방해하는 대신 오히려 가속화할 수 있다. 과거에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사람들은 새로운 위협이 닥쳐도 위기감을 덜 느낀다. 리더의 잠재력을 가진 사람들은 위기 극복에 성공하거나 역경을 무사히 극복했을 때 더 강해질 수 있다."


- 170p.

혹여 실패하더라도 중도에서 절대로 포기하지 않습니다. 강렬히 원하는 것은 분명히 실현될 것이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그 순간을 그리며, 그것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노력하며 나아갑니다.

자신감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이 대부분 그렇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오만과 자만입니다. 자신감이 너무 지나치면 오만해 지고 자만해 지기 쉽습니다. 진정한 자신감은 기다릴 줄도, 때로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 일에 있어서 지나친 욕심을 내거나 이기적이면 안 됩니다.

자신감도 연습입니다. 자신감을 길러 보세요.



#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 263p.

도시에서의 호흡곤란은 히말라야에서 겪는 호흡곤란과는 다른 차원입니다. 어떻게 보면 도시의 사람들도 호흡을 가쁘게 몰아쉬며 산을 오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자신만의 '산'을 오르기 위해서 말입니다. 무척 힘들어 보입니다. 뿌연 매연과 황사, 요란한 기계음 속에서 사람들이 오르려고 하는 것, 도달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 궁금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왜 높은 산을 오르는가를 묻는 것처럼 나도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바쁘게, 너무도 빨리, 어디로 가고, 무엇에 도달하려고 하는 것인지를...



<꿈을향해 거침없이 도전하라>

엄홍길 지음

마음의 숲


꿈을 향해 거침없이 도전하라
국내도서
저자 : 엄홍길
출판 : 도서출판마음의숲 2008.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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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잊고 살았던 것들 - 10~11p.


8,000미터를 넘어서면 곳곳에 시신들이 즐비합니다. 예전에도 그들은 그곳에 있었습니다. 오직 정상만을 바라보는 등반을 할 때 저는 그들의 시신을 넘어 앞으로 나아갔었습니다. 성취욕에 눈이 멀어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잊었던 겁니다.

과연 히말라야의 정상에 선다는 것이 동료들의 시신을 외면하고 그것을 뛰어넘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만큼 가치 있는 일일까요?



# 내려오지 못한 친구들 - 25~26p.


"내가 가서 무택이를 데려올게!"

그것은 감히 표현하건대 일생일대의 결단이었다. 탈진한 채로 설맹에 걸려 해발 8,750미터 부근에 고립되어 있는 사람을 홀로 구조하러 간다? 그것도 이미 해가 져서 사위가 암흑 속에 묻혀버린 캄캄한 밤에? 만일 이것이 수학 문제였다면 정답은 부정적이다. 이성만으로 판단한다면 고개를 가로저어야 옳다. 하지만 백준호에게 박무택은 이성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었고 수학 문제도 아니었다. 그는 산속에서 수많은 밤을 함께 보낸 산악회의 후배였고, 술자리에서 수많은 잔을 함께 기울인 정겨운 동생이었다. 그런 무택이를 저렇게 홀로 죽어가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 백준호의 머릿속에는 오직 그 생각뿐이었다.



# 세상의 반대에도 결성된 휴먼원정대 - 54p.


세계 최초의 7대륙 최고봉 등정기인 《불가능한 꿈은 없다(Seven Summit)》를 보면 흥미로운 기록이 나온다. 1983년에 남미 최고봉인 아콩카과6,960미터)를 오르는 도중 '이상한 한국인'을 만났는데, 그는 등산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운동화를 신고 저 홀로 정상으로 향하더니 끝끝내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그 '이상한 한국인'이 바로 손칠규였다.

그는 그렇게 단독등정(한국초등기록)에 성고안 이후 하산길에서 그만 실족하여 수백 미터를 추락한다. 목숨을 잃기에 충분한 추락거리였지만 운이 좋게도 계속 눈 위를 굴러 살아남았다. 그리고 장비와 식량을 모두 잃어버린 그는 무려 열흘 동안 뱀을 잡아먹으며 인적미답의 정글 숲을 헤맨 끝에 가까스로 인간세상으로 돌아온다. 최근 박정헌의 촐라체 조난 사건과 더불어 한국 등반사상 가장 극적인 생환 기록이다.



# 가족을 울리는 불효자식들


- 70~71p.

슬픔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슬픔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가고 나면 슬픔이 아닌 그 무엇으로 변해버린다. 그래서인지 정작 남편을 잃은 당사자인 미망인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미망인은 우리가 앉아 있는 마루를 피해 부엌 쪽으로 몸을 숨긴채 고개를 파묻고 있었다. 조난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의 그녀가 생각났다. 그녀는 남편의 결단을 수긍하고 이해하려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수긍과 이해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 80p.

산에 다니는 놈들은 모두가 불효자식들이다. 제 부모보다 먼저 죽는 놈들은 정말 나쁜 놈들이다. 그것도 도저히 찾아갈 수 없는 세상의 지붕 끝에서 꽁꽁 언 채로 죽은 놈들은 정말 뭐라고 형언할 수도 없는 죄를 짓고 간 놈들이다. 



# 쉴 틈이 없는 베이스캠프 - 135~136p.


"베이스캠프에 오니까 살 거 같아요. 집에 돌아온 것 같아요."

베이스캠프란 그런 곳이다. ABC(6,400미터), 캠프1(노스콜 7,100미터), 캠프2(7,700미터), 캠프3(8,300미터)에 머물다가 내려오는 대원들은 한결같이 그렇게 말한다. 어떤 뜻에서 베이스캠프란 터미널과도 같다. 이곳은 끊임없이 떠나고 돌아오는 대원들로 북적인다. 대원들은 이곳에서 새로운 작전을 짜고 체력을 비축하여 다시 도전의 길에 오르는 것이다. 두 번째 오를 때에는 산행 시간이 대폭 짧아진다. 인트롬에서의 1박을 생략하고 그냥 하루 만에 올려치는 것이다. 베이스캠프에서 ABC까지를 열 시간 정도로 주파하면 괜찮은 기록이다. 완전히 고소에 적응하고 나면 그 기록을 여섯 시간 이하로 줄일 수도 있다.



# 우리랑 같이 내려가자 - 186p.


먼저 간 산 친구들이 그리웠다. 우리도 언젠가는 그들처럼 떠나갈 것이다. 하지만 흔적을 모두 불태워버린다 해도 끝끝내 사라지지 않는 것들도 있다. 우리는 그들을 사랑했었다. 그들과 우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 애틋한 우정을 나눠 가졌다. 우리는 그들을 우리의 가슴속에 묻었다. 우리의 육신과 흔적들이 모두 다 사라져버린다 해도 이 가슴만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히말라야의 눈물>

심산 지음

지식너머, 2015

히말라야의 눈물
국내도서
저자 : 엄홍길,심산
출판 : 지식너머 2015.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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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한 동료이자 가족, 셰르파 - 76~77p.

 

셰르파족은 16세기쯤 티베트 동부 캄 지방에서 에베레스트의 남쪽으로 넘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셰르파란 말이 '동쪽에서 온 사람'이란 뜻을 지칭하는 배경이다. 이들은 언어, 복장, 종교, 생활풍습 등 모든 면에서 티베트 사람과 비슷하다. 이들은 네팔에만 15만여 명이 살고 있다. 인도의 다르질링, 칼림퐁 지역에도 일부 있다. (중략)

현재 히말라야 등반의 거점인 쿰부와 솔루 지역에는 1만 명 정도의 셰르파족이 살고 있다. 셰르파족은 이름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들은 태어난 요일에 따라 이름을 달리 짓는다.

월요일에 태어나면 다와, 화요일이면 밍마, 수요일이면 락파, 목요일이면 푸르바, 금요일이면 파상, 토요일이면 펨바, 일요일이면 니마로 한다. 이름만 들어서는 누가 누구인지 헷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내 인생의 거대한 산, 아버지

 

나는 좀처럼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김칫국부터 마시고 호들갑을 떠는 걸 가장 싫어한다. 그러다 잘 되지 않았을 때의 상처와 실망감이 얼마나 큰지 아는 까닭이다. 나뿐 아니라 함께 일을 추진한 동료들도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일반 등반을 할 때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사전 점검도 여러 번 한다. 훈련도, 예산 마련도 다 그렇게 한다. 해외원정도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해 오고 있다. - 144p.


청색은 하늘, 흰색은 구름, 적색은 불과 사람, 녹색은 물, 노란색은 땅을 뜻하는 다르초 깃발. 그 안에 동료들의 안전과 무사를 기원하는 간절한 기도를 담는다 - 146p.



# 그때는 모든 게 어려웠다 - 179p.

 

등반할 때는 산악인을 봐 주는 관중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룰도 없는 게임에 목숨을 걸고 청춘을 바쳤다. 그저 목표와 꿈이 산에 있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오르고 또 올랐던 것이다. 어쩌면 단순히 산에 오르는 일에서 시작해 내가 산이 되고 싶어 올랐던 것인지도 모른다.



# 나가며_ 그래도 나는 아직 산에 오른다 - 263p.

 

'큰 산을 하나 넘었다'는 말이 있다. 어떤 큰일이나 힘든 일을 무사히 치른 뒤 하는 말이다. 삶의 큰 산 하나를 넘었을 때 자신감이 생기고 마음의 시야가 넓어지는 것처럼 실제로 산 하나를 넘고 내려오면 그런 마음이 생긴다. 히말라야를 등반하듯이 목숨을 걸고 하면 무슨 일이든 겁날 까닭이 없다.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히말라야의 8000m 16좌를 모두 오르고 나니 어떤 이들은 이제 더 이상 오를 산이 없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렇지 않다. 산을 오르는 것은 배움이고 수행이기 때문이다.

높은 산이나 낮은 산이나 저마다 정기와 깨달음을 품고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틈만 나면 산에 오른다. 그것이 소중한 나의 인연들을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기에.


 

<내 가슴에 묻은 별>

엄홍길 지음

중앙북스, 2012

 

내 가슴에 묻은 별
국내도서
저자 : 엄홍길
출판 : 중앙북스 2012.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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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llen Giants_ 역자후기_ 땀, 눈물, 그리고 정성으로 - 039p.


세상에는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 산을 올랐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이 있다. 먼 길 떠날 때 그런 책을 가방에 넣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그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 에베레스트 정복_ 저자 서문_ 휴 루이스 존스 - 093p.


이제 많은 나라들이 에베레스트 정상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에베레스트가 주는 기쁨과 도전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그렇지만 에베레스트가 바다에서 솟아오른 이래 수백만 년의 시간 동안 인간이 그곳에서 활동한 시간 모두를 합쳐도 그저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 꽃의 계곡_ 역자 후기_ 아름다운 산에서 넉 달간 행복하게 지냈던 산사나이의 기록 - 122~123p.


'어느 쪽을 보아도 너무나 맑고 고요한 때에는 상투적인 방법으로 글을 쓰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리하여 나를 이해시킬 수 없다거나 자칫 '감상적'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작가의 개인적인 혹은 감상적인 느낌이 오히려 내게는 크게 공감이 되었다. 하루의 힘든 등반을 마치고 모닥불 가에 앉아서 나무 타는 냄새를 맡으며 하루를 마감하는 사람이 어떻게 감성적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기계 문명과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또는 잠시나마 먹고사는 삶의 멍에에서 벗어나서, 낮에는 설상에서 밤에는 꽃의 계곡에서 야영을 하는, 의무가 아닌 즐거운 등반을 하는 사람이 어떻게 이성적이기만 할 수 있겠는가?



# Riccardo Cassin_ 역자 후기_ 250년 등반사의 공백이 메워졌다 - 228p,


"산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모습이 있다. 감수성이 조금 부족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모습 앞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태양 앞을 지나가는 구름은 금빛을 두르고, 구름을 뚫고 나오는 햇빛은 날카로운 검처럼 바위를 내리치며, 산을 변화무쌍하게 수놓는다. 바람에 쿨르와르 위쪽으로 밀려 올라가는 안개는 독특한 내음을 남기기도 한다. 광활한 지평선에 수많은 봉우리들이 줄지어 뻗어 있고,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 같은 돌로미테 분지의 밀실공포증과 벽에서의 비박이 산에는 있다.



산책여행
국내도서
저자 :
출판 : 하루재클럽 2018.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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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기억하는 가장 낯선 _아이슬란드, 생선 김동영 


하루종이 지지 않던 여름의 태양 그리고 절대 떠오르지 않던 겨울의 태양, 그 하늘에 슬그머니 뜬 희미한 달과 치맛자락처럼 펄럭거리는 오로라, 북극에서 낮게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그 바람을 묵묵히 맞으며 견디고 서 있는 양들, 구불구불 이어지는 작은 언덕들과 그 위로 양탄자처럼 깔려 있는 이끼, 눈 덮인 산과 거친 바다와 검은 모래사장,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 천 개의 폭포와 호수, 아직도 끓어오르고 있는 땅, 어디론가 날아가는 기러기들, 서서히 녹아내린다는 빙하, 어디가 음절의 시작이고 끝인지 모르는 낯선 언어 그리고 그곳에 살고 있는 과묵하고 고독해 보이는 사람들... ...

이런 곳에서 나는 어디서부터 오는지 알 수 없이 밀려 오는 고립감과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무기력한 나 자신으 느꼈다. 아이슬란드는 그런 나라다. 그렇다고 돌아가고 싶지도 않았다. 별것 없는 나라지만 사람을 집으로 돌아가는 대신 계속해서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게 만든다.

사람들은 달나라 같은 아이슬란드에 가보고 싶어한다.

모든 곳이 그러하겠지만 여행자들이 몰려오면 그곳은 여행자들의 색으로 물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이슬란드는 그러지 않을 곳이다. 오히려 반대로 여행자들을 아이슬란드 특유의 고독한 분위기로 물들일 것이다. 그것이 어쩌면 아이슬란드의 특별한 점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 동안 다닌 수많은 곳 중에서 여태까지 아이슬란드 같은 곳은 없었다. - 7~8p.


나는 예전 자리로 돌아와 다시 현실에 끼워맞춰졌다. 솔직히 돌아오자마자 내가 기억하는 가장 먼 곳 아이슬란드를 잊고 살았다. 아주 가끔 회색 비와 우박이 창문을 때리는 소리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그런 일이 내게 진짜 일어났었는지 실감이 되지 않는다. 분주하기만 한 현실을 버텨내는 것도 버겁기 때문이다. - 12p.



# 묘지와 광장 _그리스, 소설가 김성중


기억이란 참으로 놀라운 현상이다. 기억이 생생해지면 과거는 더이상 과거형으로 쓸 수 없게 된다. 현재 속에 다시 풀린 그 시간은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그 순간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모래시계의 알맹이는 맹렬히 빠져나가고, 나는 세 겹의 시간 속에 서 있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책장을 처음 넘기던 순간, 피레우스 항에 서 있던 순간, 그리고 시간여행의 편도 티켓을 들고 있는 현재, 이렇게 말이다.

편도 티켓은 아주 간단히 구할 수 있다. 책장에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꺼내 첫 장을 펼치기만 하면 되니까. 첫 줄부터 나는 아테네로 소환된다. 그리고 또다시 행복의 안개에 휩싸이는 것이다. - 18p.



# 펭귄과 편견 _케이프타운(남아프리카공화국), 시인 오은


여행은 흔히 견문을 넓혀준다고 한다. 견문은 비단 여행지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여행 과정에서 내가 지금껏 보고 들어왔던 것들이 얼마나 편견에 가득차 있었는지 깨닫는 데서도 찾아온다. 그 편견을 마주하지 않으면, 깨려고 애쓰지 않으면 견문은 그저 추억담에 불과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나 자신을 직면하고 내 내면의 소리에 가만히 귀기울이기 위해서 여행을 하는지도 모른다. - 68p.



# 두고 온 것 _루앙프라방(라오스), 소설가 정이현


그렇지 않아도 해가 갈 때마다 순수함이 사라져가는 곳인데 이제 한국의 단체여행객이 떼로 몰려가 다 버려놓을 게 분명하다고 했다. 다른 친구가, 그렇게들 망가지는 거지, 라고 했다. 나는 한마디도 거들지 못했다. 순수하다는 것과, 사라져간다는 것과, 버려놓는다는 것과 망가진다는 것. 그 말들 사이에 숨어 있는 날카로운 파편들에 대하여 생각할수록 마음속 어딘가가 따끔거렸다.

이제 질문에 대답할 시간이다.

라오스에는 무엇이 있나요? 저도 잘 모릅니다. 일주일여를 보낸 적이 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시간이었을 뿐입니다. 두고 온 것이 있지만 되찾을 수 없는 것입니다. - 92p.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국내도서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Haruki Murakami) / 이영미역
출판 : 문학동네 201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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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꼽시계를 리셋하라 - 73p.

사실 삼시 세끼가 우리 생활에 자리를 잡은 건 18세기 말 산업혁명 때부터였다. 과거 로마인들은 하루 한 끼를 정오에 먹곤 했는데, 하루 한 끼를 건강에 좋은 식습관으로 여겼고 오랜 시간 식사를 하며 소화에도 상당한 신경을 썼다. 중세 시대에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 곧바로 일터로 나가 일하곤 했는데, 정오가 되기도 전에 힘이 빠지는 것을 보충하려 자연스레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 인공조명이 보급된 18세기가 돼서야 삼시 세끼를 먹게 되었다. 공장에서 장시간 근무를 해야 했으니 생존에 꼭 필요한 식습관이었던 셈이다. 결국 노동력을 있는 대로 쥐어짜 내던 당시의 사회 분위기에서 선택한 식습관이란 말 되겠다.

지금은 삼시 세끼가 과거로부터 내려온 하나의 문화이자 고정관념처럼 박혀 있지만, 그렇다고 세끼가 꼭 모든 사람에게 필요할까?

내가 진짜 배가 고픈지, 소화는 다 됐는지보다 '그저 사람은 삼시 세끼 밥 힘으로 사는 거'라 외치는 건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여우들은 각자의 개성이 살아 있는 '나다운 자기관리법'을 익혔다. 1일 3식이라는 고정관염을 깨고 자신의 체질과 상황에 맞게 배꼽시계를 리셋하고 1일 2식, 혹은 1일 1식을 선택한 것이다.



# Vacation Week를 준비하라 - 80p.

생리전 증후군이 나타나는 정확한 원인과 기전은 확실치 않지만 호르몬 불균형 때문이라고 한다.

여우들도 이 시기를 피할 수 없다. 다만 여우들은 자기 생리주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 시기를 'Vacation Week'라고 인식해 효과적인 대비책을 가지고 있다. 여우들을 이 시기를 방학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최대한 휴식기를 갖고 야채류와 해물, 해조류를 주로 먹는다.

생리 시기에 우리 몸엔 구리가 많이 쌓인다. 구리는 신경을 예민하게 만들고 식욕을 촉진시키는데, 해물과 해조류에 들어 있는 아연과 마그네슘이 생리의 조증과 죽을듯한 변덕의 생체 리듬을 완화해주기 때문이다.


# 잉여지방 주의보를 발령하라 - 99p.

결국 몸에 넣어도 쓰레기, 몸 밖에 버려도 쓰레기다. 그렇다면 당신 몸에 버리는 것보다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서 거름이 되게 하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당신도 음식을 남기면 죄책감이 드는가? 그렇다면 그 사고방식에 아무런 생각 없이 끌려가기보다, 남은 음식이 내 몸에 들어와 잉여지방이 돼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해보자.


# 텐피플캐치업하라 - 175p.

고강도 인터벌 운동은 심폐지구력을 높이고 근육의 연소 능력을 개선한다. 운동하지 않는 시간에도 칼로리 소모가 이뤄지고 지방을 저장하지 않는 체질로 바뀐다는 의미다. 근육은 심박수만을 인식하는데 고강도 운동 후 저강도 운동으로 바꿔도 심박수는 떨어지지 않고 유지되기 때문에 고강도 운동을 계속하는 것으로 착각을 한다. 휴식 중에도 지방을 태우는 것이다. 이것을 근육 신기루 효과(muscle mirage effect)라고 한다. 마치 자동차를 운전하다 시동이 꺼진 후에도 엔젠의 열이 지속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더불어 불규칙한 운동은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성장호르몬은 지방 분해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칼로리는 더 빠르게 소모된다.


# 체지방 연소 구간을 확보하라 - 184p.

'공복에 유산소 운동'은 진리다. 지방이 타는 원리이기 때문이다. 단순하고 심플한 이 원리를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기에 아까운 공복 상태에서 음식을 섭취하기보다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유산소 운동으로 산소를 섭취한다. 그러니 여우가 날씬할 수밖에!


# 나에게 꽃이라 불러보라 - 223p.

"내가 아직 피어나지 않았다고 자기가 꽃이 아니라고 착각하지 말라. 남들이 피지 않았다고 남들이 꽃이 아니라고 여기지도 말라. 내가 피었다고 해서 나만 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남들이 피었다고 해서 나만 꽃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말라. 우리는 모두 꽃이다."

 (source : Noom)


<읽으면 살빠지는 이상한 책>

지태주(http://jiteju.com) 지음

스노우폭스북스, 2016


읽으면 살 빠지는 이상한 책
국내도서
저자 : 지태주
출판 : 스노우폭스북스 201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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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육을 만드는 세 가지 원리 - 103p.

첫 번째 원리, 하드 워크(hard work)

훈련할 때 열심히 '빡세게' 밀어붙이는 것을 말하며, 남자고 여자고 떠나서 스트렝스와 근육 운동에서는 이게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더라도 하드 워크 없이는 아무 효과를 얻을 수 없다.

"좋은 프로그램을 하드 워크 없이 하는 것보다, 좋지 않은 프로그램을 하드 워크로 하는 것이 더 좋다."

(중략) 더 적은 양을 훈련해야 더 강하게 할 수 있고, 더 강하게 훈련해야 우리의 목표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다.


두 번째 원리, 개선

근육 발달과 스트렝스 훈련을 위해서는 오버로드(overload)를 해야만 한다. 즉 예전보다 더 무거운 무게를 들어야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개선'은 오버로드를 하되, 한 번에 많은 양이 아니라 조금씩 저항을 올리는 것을 말한다. 

(중략) 여성도 무게를 올려서 높은 중량을 다룰 수 있을 때에만 근육이 만들어지고, 그에 따라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가지게 된다. 김연아 선수도 웬만한 일반 남성들보다 더 무거운 중량을 다룰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세 번째 원리, 지속/일관성

매일 운동하다가 몇 개월 뒤에 그만두는 것보다, 일주일에 단 하루만 운동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이 더 큰 결과를 얻는다. 

다만 일정 기간 동안은 일관성 있게 같은 프로그램을 고수해야만 한다. 1~2주 같은 훈련을 하다가 3주부터 다른 훈련을 하면 안 된다. 몸에는 적응 기간이라는 것이 있어서, 하나의 훈련을 하다가 다른 것을 하게 되면 그 결과치가 현저히 떨어진다. 최소 6주에서 12주 정도는 같은 프로그램을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 포스근육 vs 펌핑근육 - 125p.

근육 발달은 근섬유의 크기를 키우는 사코메릭(sacomeric) 발달과 근세포 주위의 단백질 구조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을 키우는 사코플라스믹(sarcoplasmic) 비대로 나눈다. 이해하기 쉽게 전자를 포스 근육, 후자를 펌핑 근육이라 부르자.

펌핑 근육은 저강도 고반복 운동을 통해 만든다. 헬스클럽에서 머신이나 가벼운 덤벨로 주 5일 이상, 매일 2~3시간씩 운동해서 만들어지는 근육으로, 부피가 큰데다 운동을 쉬면 금세 사그라지며, 실생활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포스 근육은 고강도 저반복 운동을 통해 스트렝스(힘, 근력)를 쌓아 만들어진다. 포스 근육은 탄탄하고 섹시하며 실생활에 활력과 힘을 더해준다. 근력 향상을 통해 포스 근육을 만들어야만 몸에 탄력이 생겨 라인이 살아난다.


# 운동만큼 중요한 휴식 - 148p.

근육 운동은 특히 휴식이 중요하다. 운동을 할 때 근육이 미세하게 파열되고, 몸이 휴식을 취하고 음식을 먹는 동안 근육이 생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운동일 사이에 휴식일을 가져야 한다. 근육 운동과 관련된 여러 가지 속설들이 존재하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론들이 많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이론이 있다. 근육은 체육관에서 훈련하는 중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고, 훈련 후 집에서 쉴 때 생겨난다는 것. 훈련이 아닌 휴식이 근육을 가져다준다. 이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진리다. 절대 체육관에서 보내는 시간으로 뿌듯함을 가지려 하지 말라.

특히 일주일 6일 동안 웨이트 운동을 하드 워크 하게 되면 오버트레이닝(overtraining)으로 인해 발전은커녕 퇴보하게 된다. 초보자이기 때문에 일주일에 6일을 할 수 없고, 나중에 실력이 쌓이면 더 많이 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고급자가 될수록 운동 빈도일이 더 적어진다. 강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충분한 회복을 위해 운동일 사이에 휴식일이 더 많아지는 것이다. 그때는 일주일에 이틀만 (월요일, 목요일) 훈련한다. 충분한 무게를 들 수 있으면 일주일에 이틀만 훈련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 컨디셔닝 :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워크를 해서 강도를 높이는 것 - 167p.

유산소 운동을 하려면 강도 높은 컨디셔닝 같은 운동을 해줘야 다이어트 효과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컨디셔닝'이란 말이 생소할 텐데,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5km를 30분에 뛰는 사람이 20분 안에 들어오려고 빨리 뛰면 컨디셔닝 운동이 된다. 즉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워크(work)를 해서 강도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① 주어진 시간 안에 더 많이 반복하거나, ② 주어진 횟수를 더 짧은 시간 안에 반복하는 운동은 다 컨디셔닝 운동이다.


# 운동 이후에도 칼로리 소모 지속 효과 - 169p.

컨디셔닝이 비록 유산소 운동이기는 해도, 일반적인 가벼운 유산소 운동과는 많이 다르다. 좀 과장해서 거의 무산소에 가까우리만큼 숨넘어가는 운동이다. 왜 가벼운 유산소 운동보다, 컨디셔닝 운동이 지방 제거 효과가 더 뛰어날까? 운동 후에도 산소가 소모되면서 지방이 제거되는 효과로 EPOC(Exercise Post - Oxygen Consumption)라는 것이 있는데 이로써 설명 가능하다. (요즘은 간단히 After Burn 이라고 쉽게 표현하기도 한다.) 이는 운동하는 중에 칼로리가 소모될 뿐만 아니라 운동 후에도 칼로리 소모가 계속되면서 지방 제거 효과가 가속화되는 것을 말한다. 

(중략) 강력한 유산소인 컨디셔닝이 메인이고, 가벼운 유산소 운동이 서브가 된다. 즉, 운동만으로 장기적인 다이어트 효과를 높은 순서대로 세워보면 다음과 같다.

No.1 : 근육 생성 운동(스트렝스 훈련) : 기초 대사량 증가

No.2 : 컨디셔닝 : After burn 효과

No.3 : 가벼운 유산소 : 운동 시간만큼 칼로리 소모




<김새롬 탄력 웨이트>

김새롬, 맛스타드림 지음

씨네21북스, 2011


김새롬 탄력 웨이트
국내도서
저자 : 김새롬,맛스타드림
출판 : 씨네21북스 2011.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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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p.
만약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 속에서 여든까지 산다면 이 외로움이 없어질까? 역시 그렇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내 외로움은 확고하게 있던 것이 없어진 데서 오는 거니까 어떤 인생을 살든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잃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 68p.
아, 좋다, 꿈만 같아, 하고 나는 생각했다. 언제나 생각한다.
사람과 헤어질 때마다, 어떤 장소를 떠나야 할 때마다, 자신에게나 타인에게 몹쓸 말을 했을 때...... 만약 꿈속에서처럼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전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한다. 시간 감각이 꿈속만 같다면 늘 친절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은 사람에게, 사실은 언제나 그러고 싶지 않을까.

- 119p.
새 공기가 들어오자 집 안 분위기가 조금은 좋아져 움직여도 괜찮을 만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안개가 낀 것처럼 눈앞이 부옜는데, 또렷해졌다.
촛불을 밝히고 둘이 묵묵히, 불길에 녹아드는 예쁜 촛농의 색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불빛은 하늘하늘 춤추면서 금속 창틀에 반짝반짝 반사되었다. 내 안에서, 멈춰 있던 시간의 사슬이 뚝 끊어진 느낌이 들었다. 불빛은 지금의 시간 속에 살아 있었다. 무언가를 하나하나 품어 안고 활활 태우는 듯했다.

- 148p.
바로 이 세상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힘이에요. 누군가의 품에 꼭 안겨 본 경험, 귀염받고 자란 기억. 비 오고 바람 불고 맑게 갠, 그런 날들에 있었던 갖가지 좋은 추억. 부모가 맛있는 음식을 차려 주었던 일, 생각난 것을 얘기하고 받았던 칭찬, 의심의 여지없이 누군가의 자식이었던 것, 따뜻한 이불 속에서 푸근하게 잤던 잠, 자신이 있어도 좋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면서 이 세상에 존재했던 일. 그런 것들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으면 새로운 사건과 부딪칠 때마다 그것들이 되살아나고, 또 그 위에 좋은 것들이 더해지고 쌓이고 하니까 곤경에 처해도 살아갈 수 있어요. 토대니까, 어디까지나 그 위에서 무언가를 키워가기 위해 있는 거니까.

- 193p.
그렇다면 내가 상상한 인생과 이번 여행도, 현실에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네! 그렇게 나쁘지 않았어. 대충 보면 비참한 인생이지만, 내가 지금 여기에 좋은 기분으로 있다는 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는 뜻이야.


<그녀에 대하여>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2010, 민음사

그녀에 대하여
국내도서
저자 : 요시모토 바나나(Yoshimoto Banana) / 김난주역
출판 : 민음사 2010.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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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는 글_아이스 브레이크 - 7p.

내가 좋은 놈일 땐 내가 가장 잘 안다.
내가 나쁜 놈일 때도 그걸 안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내가 나를 제일 모른다.
그래서, 나는 어쩌면 나쁘다.
이미 지은 죄가 많아 훌륭한 사람이 되기란 글렀을지 모른다.
하지만 제 몸에 난 뿔도 모르는 괴물이 되고 싶지는 않다.
적어도 알고는 싶다.

 

# 프로레슬링과 뮤지컬 - 39p.

나는 프로레슬링과 뮤지컬을 정말 사랑한다.

하지만 동시에 웃기기도 하다.

진지한 대화 도중 갑자기 노래와 춤을 선보이는 것과

상대방의 공격을 기다리는 것은 우습잖아!

하지만 우습다고 후진 것은 아니며 진지한 것만 멋진 것은 아니다.

나는 비웃는 동시에 사랑한다.


사랑과 조소는 가분의 개념이 아니다.



# 불쾌 매크로 - 87p.

듣는 순간 기분 나쁜 말.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



# 상처와 카리스마 - 101p.

사람들이 당신을 겁내는 건

당신에게 대단한 카리스마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당신은 그냥 쉽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상처받게 될 나를 겁내는 것이지,

당신을 겁내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에게 대단한 카리스마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 입맛 - 122p.

드라마나 영화에서 맘고생하는 사람들 헬쓱해 보이게 하는 거 그만해라.

일 꼬이고 우울할 때마다 살이 얼마나 찌는데.

입맛이 얼마나 좋아지는데.

새벽에 얼마나 처먹는데.

처먹고 후회하고 또 처먹고 그 와중에 치킨 시키는 내가 싫고 그게 맘고생인데.



# 취향 - 138.

나는 가끔 내 취향까지 허락 맡으려 하는 것 같다.



# 진드기 - 146~147p.

기르던 고양이가 귀를 자꾸 긁기에 데리고 동물병원에 간 일이 있었다.

귀에 진드기가 잔뜩이었다. 뿐만 아니라 겸사겸사 접종을 하러 간 아기 고양이들에게도 옮아 있었다.

검이경으로 귓속을 보여주던 의사선생님이 애들이 이 모양이 됐는데 이제 찾아오면 어떡하냐고 버력버력 화를 냈다.


나는 의사선생님에게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다.

치료만 해줬을 뿐, 아이들에게는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고 의사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나는 가끔 내가 상처 준 사람보다 가장 화나 있는 사람에게 사과하는 것 같다.



# 미워하지 마 왜 미워해  - 166p.

난 내가 미워하는 사람에게조차 미움받기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유병재 농담집, 블랙코미디>

유병재

비채, 2017


블랙코미디
국내도서
저자 : 유병재
출판 : 도서출판비채 201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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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무엇이냐?" 라는 질문에 대답하기를, 어느 위대한 철학자는 "밀크 스프와 편안한 잠자리, 거기에 육체적인 고통이 없을 것. 그것도 과하다." 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는 거기에 더 부연을 한다. 마른 의복, 믿을 수 있는 하켄, 맛있고 생기가 돋아나는 느낌을 주는 음료만이 아이거 북벽에서의 최대 행복이라 하겠다. 진정으로 우리는 행복했다. - 64p.



우리들은 때때로 행복을 체험한다. 그때는 그 행복이 무엇이었던가를 확연히 알지 못한다. 한참 지나고 난 후라야 비로소 그때의 행복이 어떤 것이었던가를 깨닫게 된다. 그때 나는 행복하였노라고. 더욱이 지금 우리들의 비박지점에서 나는 행복했다. 그리고 그 행복이 어떤 것인가를 나는 잘 알고 있다. 아이거 북벽에서의 이번 비박지는, 그 장소만 가지고 말하면 카스파레크와 나에게는 세 번째의 비박이었으나, 가장 옹색한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즐거웠다. 어째서 그렇게 느껴졌을까? 그 이유는 우리 누구나 느낄 수 있었던 고요와 안온한 마음, 즐거운 정, 그리고 뜻 깊은 만족감에 있었다.

이미 지나간 몇 시간 동안, 만약 우리들 중에서 한 사람이라도 낙오가 되거나 단 1초라도 용기를 잃었다면... 만약 한 사람이라도 개인적으로 자기를 지키려는 본능에서 동지들의 곁을 떠나 혼자 살려는 마음을 먹었다 하더라도 그럴 때 다른 동지들은 아무 소리 안 하고 잠자코 있을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동지들과 함께 있을 때의 용솟음치던 유쾌한 기분을 동네로 내려간 자는 느낄 수 없겠지. 그렇기에 우리들은 이렇게, 이 아이거 북벽의 비박지에서 다함께 상쾌한 기분을 음미하고 있는 것이다. - 111p. 



때는 오후 3시 30분. 1938년 7월 24일의 일이었다. 우리들은 아이거 북벽을 완등한 최초의 인간이 되었다. 환희의 정? 살았다는 생각? 승리의 도취? 그런 것은 털끝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해방은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우리들의 감각과 심경은 너무나 호된 고행에 시달렸고, 몸은 극도로 피곤해졌기 때문에 여간해선 취한 듯한 감정이 우러나올 여유가 없었다. 카스파레크와 나는 85시간, 헤크마이어와 푀르크는 61시간이나 암벽에 있었던 것이다.

간신히 모든 파멸의 구렁에서 벗어나온 것은 아니었다. 우리들의 우정에는 시종 의지하려는 마음과 신뢰하려는 마음을 그윽히 간직하고 있었다. 단 한 번도 우리들의 계획에 대한 성공을 의심해본 적은 없었다. 그렇지만 여기까지 오는 길은 너무나 험난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정상의 열품은 몸이 움츠러들 정도로 매서웠다. 눈과 입과 코의 언저리는 두꺼운 얼음의 크러스트(Krust)가 매달려서, 마주 쳐다보거나 말을 할 때, 그리고 호흡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것을 문질러 떼어내야 했다. 어쩌면 북극에서 찾아든 수수께끼의 짐승과도 흡사한 몰골이었으리라. 그러나 우리는 이런 꼬락서니를 보고도 우스꽝스럽다고 느낄 감각마저 남아있지 않았다. 더구나 그곳은 배꼽이 빠져라 웃어대거나 순수한 기쁨과 행복감이 우러나와 웃어댈 수 있는 장소도 아니며, 그럴 때도 아니었다. 단지 우리들은 묵묵히 악수를 나누었을 뿐이었다. - 136p.




<하얀거미>

하인리히 하러, 이종호 옮김

에코클럽 발행, 알파인웍스 편집

2017




# 김수환 추기경 연보 - 204~205p.


1922년 5월 8일 대구 출생(음력)

1933년 성 유스티도 신학교 예비과 입학(대구)

1941년 3월 서울 동성상업학교 을조(乙組) 졸업

1941년 4월 일본 도쿄 조치(上智)대학교 입학(유학)

1944년 1월 제2차 세계 대전으로 인하여 학업 중단

1947년 9월 혜화동 성신대학 편입

1951년 9월 15일 사제 수품, 안동성당 주임

1953년 4월 대구대교구 교구장 비서

1955년~1956년 김천성당 주임 겸 성의 중고등학교장

1956년~1963년 독일 유학, 뮌스터 대학교 대학원 사회학 전공

1964년~1966년 가톨릭시보사(현 가톨릭신문) 사장

1966년 5월 31일 주교 수품, 마산교구장에 오름

1968년 5월 대주교로 승품, 제12대 서울대교구장

1969년 3월 28일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추기경 서임 (당시 47세, 전 세계 추기경 134명 중 최연소)

1970년~1975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1차 역임)

1975년~1998년 평양교구장 서리 겸임

1981년~1987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2차 역임)

1984년 5월 6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함께 한국 천주교회 창설 200주년 기념과 103위 시성식 개최 (여의도)

1998년 5월 29일 서울대교구장 및 평양교구장 서리 퇴임

2002년 북방 선교에 투신할 사제를 양성하기 위한 '옹기장학회'를 공동 설립

2009년 2월 16일 선종 (향년87세), 안구 등 장기 기증



# 인생덕목 - 49~52p.


一. 말 (言)

말을 많이 하면 필요 없는 말까지 나온다.

양 귀로 많이 들으며, 입은 세 번 생각하고 열라.


二. 책 (讀書)

수입의 1퍼센트를 책을 사는 데 투자하라.

옷이 해어지면 입을 수 없어 버리지만,

책은 시간이 지나도 위대한 진가를 품고 있다.


三. 노점상 (露店商)

노점상에서 물건을 살 때 깎지 말라.

그냥 돈을 주면 나태함을 키우지만,

부르는 대로 주고 사면 희망과 건강을 선물하는것이다.


四. 웃음 (笑)

웃음을 생활화하라.

웃음은 만병의 예빵약이며, 치료약이며

노인을 젊게 하고, 젊은이를 동자(童子)로 만든다.


五. TV (바보상자)

텔레비전과 많은 시간 동거하지 말라.

술에 취하면 정신을 잃고,

마약에 취하면 이성을 잃지만

텔레비전에 취하면 모든 게 마비된 바보가 된다.


六. 성냄 (禍)

화내는 사람이 언제나 손해를 본다.

화내는 사람은 자기를 죽이고 남을 죽이며

아무도 가깝ㄱ 오지 않아서 늘 외롭고 쓸쓸하다.


七. 기도 (祈禱)

기도는 녹슨 쇳덩이도 녹이며 천년 암흑 동굴의 어둠을 없애는 한 줄기 빛이다.

주먹을 불끈 쥐기보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자가 더 강하다.

기도는 자성을 찾게 하며 만생을 요익하게 하는 묘약이다.


八. 이웃 (隣)

이웃과 절대로 등지지 말라.

이웃은 나의 모습을 비추어 보는 큰 거울이다.

이웃이 나를 마주할 때, 외면하거나 미소 짓지 않으면, 목욕하고 바르게 앉아 자신을 곰곰이 되돌아봐야 한다.


九. 사랑 (慈愛)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진정한 사랑에는 이해, 관용, 포용, 동화, 자기를 낮춤이 선행된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칠십 년 걸렸다."



#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 - 82p.


아침이면 태양을 볼 수 있고

저녁이면 별을 볼 수 있는 나는 행복합니다.

잠이 들면 다음 날 아침 깨어날 수 있는 나는 행복합니다.

꽃이랑 보고 싶은 사람을 볼 수 있는 눈,

아기의 옹알거림과 자연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입,

기쁨과 슬픔과 사랑을 느낄 수 있고

남의 아픔을 같이 아파해 줄 수 있는 가슴을 가진 나는 행복합니다. (중략)



# 창조와 순리 그리고 사랑의 표현 - 159p.


민주주의는 만들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의 활력 속에서

화합이 이루어질 때 창조되는 것입니다.

정의 또한 규격품으로 배급되어 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강물처럼 순리로 흐르고 넘치게 해야 합니다.

복지는 소외된 이웃 형제들에 대한 모든 사람의 사랑 표현이어야 합니다.



<바보가 바보들에게>

김수환 

산호와진주, 2009


바보가 바보들에게
국내도서
저자 : 김수환
출판 : 산호와진주 2009.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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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自畵像(자화상) - 22~23p.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랑 바람이 불고 가늘이 있읍니다。


그리고 한사나이가 있읍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엽서집니다。

도로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읍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追億(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읍니다。


- 1939年 9月




# 무서운 時間(시간) - 42~43p.


거 나를 부르는것이 누구요、


가랑잎 잎파리 푸르러 나오는 그늘인데、

나 아직 여기 呼吸(호흡)이 남아 있소。


한번도 손들어 보지못한 나를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어디에 내 한몸 둘 하늘이 있어

나를 부르는 것이오。


일을 마치고 내 죽는날 아침에는

서럽지도 않은 가랑잎이 떨어질텐데... ...


나를 부르지마오。


- 1941年 2月 7日



# 눈 감고 간다 - 49p.


太陽(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아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밤이 어두었는데

눈 감고 가거라。


가진바 씨앗을

뿌리면서 가거라。

발뿌리에 돌이 채이거든

감었든 눈을 와짝 떠라。


- 1941年 5月 31日



# 별헤는 밤 - 54~57p.


季節(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읍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


來日(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오、

아직 나의 靑春(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하나에 追億(추억)과

별하나에 사랑과

별하나에 쓸쓸하과

별하나에 憧憬(동경)과

별하나에 詩(시)와

별하나에 어머니、어머니、


어머님、나는 별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小學校(소학교)때 冊床(책상)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佩(패)、鏡(경)、玉(옥) 이런 異國 少女(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서 애기 어머니된 게집애들의 이름과、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비둘기、강아지、토끼、노새、노루、『푸랑시스 · 짬』、 『라이넬 · 마리아 · 릴케』、 이런 詩人(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읍니다。

별이 아슬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北間島(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이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우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읍니다。


따는 밤을 새워 우는 버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게외다。


- 1941年 11月 5日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지음

한국교과서, 201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복제(영인)본
국내도서
저자 : 윤동주
출판 : 한국교과서(주) 201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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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돌을 다 써버렸기 때문에 석기시대가 종말을 맞이한 것은 아니다. 석기시대가 끝나게 된 것은 더 나은 기술인 청동기가 석기를 몰아냈기 때문이다. 바위는 사라지지 않았다. 청동기 시대를 맞아 도구를 만드는 목적으로 더는 쓰이지 않게 되었을 뿐이다.


마차 시대가 끝난 것은 말이 없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내연기관(휘발유와 디젤)이라는 상위의 기술을 가진 자동차와 20세기의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마차 운송산업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말은 아직 사라지지 안았다. 대중 운송수단의 목적으로는 더는 쓰이지 않게 되었을 뿐이다.


현재의 서유, 가스, 원자력의 시대는 석유나, 천연가스, 석탄, 우라늄이 고갈되기 때문에 종말을 맞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상위의 기술과 제품 구조, 비즈니스 모델이 이러한 시대를 지탱하고 있는 에너지 자원, 제품, 비즈니스 모델을 무너뜨릴 때 종말을 맞을 것이다. 태양력, 풍력, 전기자동차, 자율 주행 자동차 등의 새롭고 강력한 기술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에너지 산업을 무너뜨리고 붕괴시킬 것이다. - 18p.



<에너지혁명 2030>

토니 세바(Tony Seba) 지음, 박영숙 옮김

교보문고, 2015


에너지 혁명 2030
국내도서
저자 : 토니 세바(Tony Seba) / 박영숙역
출판 : 교보문고 2015.07.30
상세보기


등산학교 4주차 산악문학 수업 - 심산 선생님의 추천 산서 목록

틈나는 대로 한 권씩 읽어보려 한다. 그중에서도 첫 번째는 영준 샘이 추천해주신 "사람의 산"

한동안 읽을거리가 풍성해져서 부자가 된 기분이다.


[사진출처 : 교보문고]



# 해외의 산악문학 작가


레슬리 스티븐 - 유럽의 놀이터

에드워드 윔퍼 - 알프스 등반기

하인리히 하러 - 티베트에서의 7년, 하얀 거미

모리스 에르족 - 최초의 8000미터 안나프루나

가스통 레뷔파 - 별빛과 폭풍설, 암과 설

발터 보나티 - 내 생애의 산들

크리스 보닝턴 - 퀘스트, 세계의 대탐험

라인홀트 메스너 - 세로 토레, 죽음의 지대, 검은 고독 흰 고독

피터 보드맨, 조 태스커 - 창가방 그 빛나는 벽




# 한국의 산악문학 작가


이은상 - 조국강산, 길 따라 물 따라

김영도 - 우리는 왜 산에 오르는가, 산의 사상

손경석 - 한국등산사, 회상의 산들

김장호 - 한국명산기,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이용대 - 등산 도전의 역사, 그곳에 산이 있었다

박인식 - 사람의 산, 백두대간

임현담 - 은빛 설산, 히말라야 순례자

허긍열 - 몽블랑 익스프레스, 알프스에서 온 엽서




# 심산 선생님의 추천도서

 

이용대 <등산, 도전의 역사> 해냄, 2017

손재식 <한국바위열전> 마운틴북스, 2008

박인식 <사람의 산> 바움, 2003

정광식 <영광의 북벽> 이산미디어, 2012

주영 <얄개바위> 정상, 2002

김장호 <한국백명산기> 평화출판사, 2009

최원석 <사람의 산 우리 산의 인문학> 한길사, 2014

김영도 편역 <하늘과 땅 사이> 사람과 산, 2000

발터 보나티 <내 생애의 산들> 김영도 역, 조선매거진, 2012

우에무라 나오미 <청춘을 산에 걸고> 김성연 역, 마운틴북스, 2008

라인홀트 메스너 <벌거벗은 산> 김성진 역, 이레, 2004

윌리엄 보우먼 <럼두들 등반기> 김훈 역, 마운틴북스, 2007




# 한국의 산서 BEST 30 (2017년 1월 한국산서회 선정)


01. 정광식 <영광의 북벽> 수문출판사, 1989

02. 헤르만 불 <8000미터 위와 아래> 김영도 역, 수문출판사, 1996

03. 김병준 <K2, 죽음을 부르는 산> 평화출판사, 1987

04. 라인홀트 메스너 <검은 고독 흰 고독> 김영도 역, 이레, 2007

05. 에드워드 윔퍼 <알프스 등반기> 김영도 역, 평화출판사, 1988 

05. 심산 <심산의 마운틴 오딧세이> 풀빛, 2002

05. 김장호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평화출판사, 1995

08. 조 심슨 <친구의 자일을 끊어라> 정광식 역, 산악문화, 1991

08. 예지 쿠쿠츠카 <14번째 하늘에서> 김영도/김성진 역, 수문출판사, 1993

10. 리오넬 테레이 <무상의 정복자> 하루재클럽, 2016

10. 우에무라 나오미 <내 청춘 산에 걸고> 김성진/곽귀훈 역, 평화출판사, 1994

12. 발터 보나티 <내 생애의 산들> 김영도 역, 조선매거진, 2012

12. 라인홀트 메스너 <나는 살아서 돌아왔다> 김성진 역, 평화출판사, 1991

12. 박정헌 <끈> 열림원, 2005

15. 우에무라 나오미 <안나여 저게 코츠뷰의 불빛이다> 곽귀훈 역, 평화출판사, 1989

15. 박인식 <사람의 산> 말과 글, 1988

17. 존 크라카우어 <희박한 공기 속으로> 김훈 역, 황금가지, 1997

17. 모리스 에르족 <최초의 8000미터 안나푸르나> 최은숙 역, 수문출판사, 1997

19. 손경석 <회상의 산들> 성문각, 1971

19. 김장호 <한국명산기> 평화출판사, 1993

19. 남난희 <하얀 능선에 서면> 수문출판사, 1990

19. 남선우 <역동의 히말라야> 사람과 산, 1998

19. 임덕용 <꿈 속의 알프스> 평화출판사, 1982

19. 이용대 <그곳에 산이 있었다> 해냄, 2014

25. 김영도 <우리는 산에 오르고 있는가> 수문출판사, 1990

25. 가스통 레뷔파 <설과 암> 변형진 역, 교진사, 1973

25. 김영도 <산의 사상> 수문출판사, 1990

28. 장 코스트 <알피니스트의 마음> 손경석 역, 평화출판사, 1994

28. 안데를 헤크마이어 <알프스의 3대 북벽> 이종호 역, 수문출판사, 1989

28. 김윤우 <북한산 역사지리> 범우사, 1995




# 그 밖에 


악돌이, 박영래

PEAK, 홍성수 글, 임강혁 그림

산(원제: 岳), ISHIZUKA SHINICHI

신들의 봉우리(원제: 神々の山嶺), 유메마쿠라 바쿠 글, 다니구치 지로 그림

K(케이), 다니구치 지로



링크 : http://www.emount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45 



# 살아 돌아오는 것이 자랑이어야 한다


_그래도 살아 돌아와야 한다 – 69p.

최근 몇 년 사이 우리의 젊은 산악인 8명이 히말라야에서 희생되었다. 2011년 안나푸르나 남벽에서 박영석, 신동민, 강기석이 목숨을 잃었고 같은 해 촐라체 북벽에서 김형일, 장지명 등이 유명을 달리했다. 2012년엔 에베레스트에서 송원빈이 희생됐다. 연이어 2013년에는 칸첸중가에서 박남수가 가고 에베레스트에서 서성호가 목숨을 잃는 등 너무나 많은 희생자를 냈다.

해마다 꽃다운 나이의 수많은 젊은 산악인이 히말라야에 도전하다 목숨을 잃는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죽음과 마주했던 끔찍한 일들을 기억하면서도 히말라야에 오르려 하는 것일까?

등반에 몰입하다 보면 고도와 완등에 대한 욕망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등산은 살아서 돌아옴으로써 완성된다. 성과를 얻는 것은 등산의 목적이 아니다. 생명의 존귀함을 알고 살아 돌아오는 것 자체가 자랑이어야 한다.

등산은 힘겨운 상황에서 자신을 시험하고 한계를 타파하는 행위이지 죽고 사는 문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성과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살아 돌아올 수 있는 기회마저 잃게 한다. 상황이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떨쳐버리는 것이 최선책이다. 우리는 앞서 간 이들이 목숨을 바쳐 일깨워준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 자일과 자일샤프트 – 71p.

나와 동료의 체온이 녹아 있는 줄이 자일이다. 독일어로는 베르크자일(berg seil)이라고 하며 보통은 그냥 자일이라고 부른다. 프랑스어로 꼬르드(corde), 영어로는 로프(rope)라 부르며, 자일을 함께 묶고 등반하는 동료를 자일샤프트(silschaft), 꼬르데(cordée), 로프트 파티(roped party) 등이라고 한다. 



# 알피니스트의 초상 – 181p.

그는(박영석) “어려움이 없는 등산 행위는 뜻을 잃고 만다”라고 생각했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덤벼들 수밖에 없는 운명적인 만남, 그것이 바로 등산이라고 정의하며 살았다. 어떤 악조건하에서 어떤 곳을 어떤 방법으로 올랐는가 하는 것이 등산의 방법이자 목적이라고 외치며 끊임없이 산을 찾아다녔고 그것이 산악이느이 숙명이라고 말했다.



# 고미영을 보내며 


_ 놀라운 투지와 열정으로 자신만의 ‘산’을 올랐던 산악인 – 189p.

모든 사람이 같은 방법으로 산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등반을 가지고 폄훼할 일도 아니다. 메스너에게는 메스너의 산이 있고 쿠쿠츠카에게는 쿠쿠츠카의 산이 있듯이, 고미영에게는 고미영의 산이 있다. 고미영은 주어진 여건 속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만의 산을 만들어왔다.

한번 목표를 설정하면 온몸을 던져 자신을 불사르던 그의 활기찬 모습은 이제 볼 수가 없지만, 실의와 좌절을 겪으며 현실에서 방황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인생과 발자취를 보며 용기와 자신감을 얻을 것이다.



# 뜨겁고 강한 한국 여성의 힘 – 196p.

꿈과 목표가 없는 인생은 무의미하다. 어떤 길이든 스스로가 선택한 일을 성취하기 위해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가는 사람만이 자신의 세계를 열 수 있다. 고 고미영, 오은선, 김영미, 김점숙, 채미선, 한미선, 이진아, 배경미 등은 그런 길을 걸어가는 여성들이다.



# 에드먼드 힐러리 , 거인과 만나다


사랑과 겸손의 아이콘 – 200p.

“모험의 세계에서는 상황이 나쁘게 전개될 경우 일단 물러나는 것도 용기라고 본다. 후퇴는 전진을 위한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메스너도 고산에서 상황이 악화되자 일단 하산한 후 재등반을 시도했다”라고 말하며, 에베레스트에서 무산소 등반을 실현한 메스너와 하벨러를 두고 강인한 등산가라고 극찬했다.



# 노산 이은상, 그의 행적을 돌아보다 – 223p.

산악인은 무궁한 세계를 탐색한다.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정열과 협동으로 온갖 고난을 극복할 뿐,

언제나 절망도 포기도 없다.

산악인은 대자연에 동화되어야 한다.

아무런 속임도 꾸밈도 없이,

다만 자유 평화 사랑의 참 세계를 향한 행진이 있을 따름이다.

- 산악인의 선서


헤르만 불, 8000미터 위와 아래

제임스 힐튼, 잃어버린 지평선


<그 곳에 산이 있었다>

이용대

해냄출판사, 2014


그 곳에 산이 있었다
국내도서
저자 : 이용대
출판 : 해냄출판사 201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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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노을에 물든 고줌바캉


_히말라야를 향한 카라반 – 67p.

이제 펀치카르에서 베이스캠프까지 이동할 수 있는 네팔의 교통수단은 아무것도 없다. 오직 인간의 다리뿐이다. 돈을 벌기 위해 무거운 짐을 지고 하루에 몇 시간씩 걸어야 하는 이들 원주민들은 단지 산이 좋아서 한 푼의 수익도 생기지 않는 등산에 혼신을 쏟는 우리를 과연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이들은 짐을 지고 따라오면서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산속 어딘가에 묻혀 있는 보물을 찾아 나서는 거라고.


_등반을 포기할 것인가, 속행할 것인가 – 81p.

산에 함께 오르던 동지를 눈앞에서 잃는다는 것은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괴롭고 슬픈 일이다. 워낙 심하게 다쳐서 목숨을 잃을 줄 알았던 이리사와 대원이 완전히 회복했다는 소식에 대원들의 사기는 크게 올라갔다. 그건 등정에 성공했다는 소식 못지않게 우리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그로부터 며칠 수, 대장은 텐트 속에서 등반을 속행하느냐 중단하느냐를 놓고 고심하고 있었따. 대장은 모든 대원들의 의견을 들었다. 나는 당연히 속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산은 위험하다. 하지만 등반이란 그 숱한 위험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건 어쩌면 당연히 겪어야 하는 일이다. 여기서 그냥 포기하고 돌아선다면 이리사와 대원의 사고는 아무 의미도 없이 허무하게 묻혀버릴 것이다. 



# 마터호른의 검은 십자가


_마법사의 모자 위 – 105p.

스위스 쪽에선 대개 마터호른이라는 독일식 이름으로 부르지만, 이탈리아 쪽에서는 세르비노라고 부른다. 스위스와 이탈리아 쪽에서 바라보는 마터호른의 모양새는 제각각 아주 딴판이었기 때문에 국가마다 이름을 다르게 부르는 걸 충분히 수긍할 수 있었다.



# 아프리카의 하얀 탑

_4등석 배표를 끊어 아프리카로 – 113-114p.

“어디로 가는 거야?”

“산을 타려고 아프리카에 간다.”

“어떤 산에 올라가려고?”

“킬리만자로와 케냐 산.”

“그런 산은 모르겠다. 근데 왜 산에 올라가는 거지? 거기에 뭐가 있는데?”

“아무것도 없어. 그냥 좋아서 올라가는 것뿐이야.”

“어째서 산이 좋다는 거야?”

이들은 아프리카에 살고 있었지만 킬리만자로란 이름조차 몰랐다. 그런 산은 이들이 살아가는 데 아무 쓸모가 없었다. 이들은 산에 오르는 이유가 뭔가 돈이 될 만한 게 어딘가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여기는 것 같았다.

“그저 산이 좋아서 놀이 삼아 산에 오르는 거야.”

그렇게 말해도 도무지 믿으려 들지 않았다.

“놀이 삼아 산에 오르려고 일본에서 일부러 찾아오면서, 왜 인간 취급도 받지 못하는 이런 4등 선실을 타고 가는 거야?”

이들의 논리는 타당했다. 자신의 생활을 희생하면서까지 속 편하게 놀러 다닐 수 없는 처지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_난유키의 흑인 아가씨 – 146p.

물론 단독등반은 무모하기 짝이 없고, 반드시 예기치 못한 위험이 뒤따른다. 당연히 사람들의 충고나 의견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그 충고나 의견에 무조건 따르기만 해선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남들의 얘기만 듣고 단념하거나 우왕좌왕하지 말고 스스로 직접 피부로 느끼며 맞부딪혀야 한다. 그래서 불가능하다 싶으면 물러나고, 가능하다 싶으면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이것이 케냐 산 등반에서 얻은 교훈이었다. 이번 등반은 몽블랑, 마터호른의 단독등반보다도 훨씬 더 인상 깊은 산행이었따.



# 잊을 수 없는 사람들


_병상의 고독 – 162-163p.

그날부터 침대에 멍하니 드러누워 지내야 했다. 무릎의 통증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었지만, 나름대로 세워놓은 목표가 허물어졌다는 사실이 분하고 안타까웠다. 내년에는 그린란드에 찾아가 북극을 경험하고, 또한 남미 최고봉 아콩카과에 올라가려고 잔뜩 벼르고 있었는데 말이다.

어차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자 비참한 심정을 가눌 수 없었고, 나라는 인간 자체가 미워지기까지 했다. 앞길이 막막해지면서 내 인생은 한없이 깊은 바다 속으로 자꾸만 가라앉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_잊을 수 없는 사람들 – 179-180p.

유럽에서 떠나는 이 마지막 여행이 끝난 뒤에 일본으로 돌아가면 생존을 위해 어떤 길을 택해야 하는가? 올해야 말로 내 인생의 길을 결정하는 중요한 해다. 지금의 나는 확실한 자신감을 갖고 밥벌이를 위해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일본 귀국을 앞두고 있는 지금, 진로는 오리무중, 어떤 확고한 신념도 품지 못한 상태이다. 남미 여행이 끝난 뒤에 펼쳐질 생활이야 말로 진짜 생활이다. 아콩카과 등반이 아무리 어렵고 괴로울 망정, 단독등반이 아무리 그럴듯한 모험이 될망정 그것은 내 인생에서 잠깐 스쳐 지나가는 하나의 놀이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어떠한 일거리든 정식으로 직업을 갖고 있어야만 제대로 인간 구실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살아갈 가치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 나 역시 뭐가 뭔지 종잡을 수 없는 방랑과 등산은 결코 직업이 될 수 없다. 지금껏 무언가 철학이 있어서 산에 오른게 아니다. 단지 마음속에서 뭔가가 용솟음쳐서 산에 올랐을 뿐이다.



# 5대륙 최고봉 답파


_마지막 남은 최고봉 – 283p.

지금 이 시대의 지구상에서 ‘모험’이나 ‘탐험’이란 단어를 내걸고 도전할 만한 미지의 세계는 거의 사라져버렸다. 등반 세계에서는 더더욱 찾기 어려워졌다. 세계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산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역시 1953년에 힐러리와 텐징에 의해 정상의 신비가 벗겨졌다. 이제는 어느 산에 올라가더라도 이미 인간의 냄새가 풍기고 있다. 그래서 등산의 역사에서도 ‘철의 시대’ 라든가 ‘벽의 시대’라는 신조어가 말해주듯이 미답봉에 도전하기 보다는 기존의 루트가 아닌 고난도의 루트에 도전하는 바리에이션 루트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내가 추구하는 단독등반도 하나의 새로운 등반 형태로서 미지의 세계로의 탐구와 가능성에 도전하기 위한 것이다. 조금 더 거창하게 떠벌리자면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도전인 것이다. 여러 사람이 한데 어우러져 산에 오르는 경우에는 산을 즐기고 음미하려는 본래의 목적 이외에도 개인이나 소수의 인원으로는 실현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목표를 힘을 합쳐 달성하즈는 뜻이 깃들어 있게 마련이다.


_고독한 산 – 304p.

에베레스트의 로체 패스에 오르는 길목과 마찬가지로 얼음으로 뒤덮인 급사면이었으나 크램폰이 빙벽에 척척 달라붙어 오전 10시 반에 북봉과 남봉의 안부인 데날리 고개(5560미터)에 비교적 쉽사리 도착했다. 그곳에서부터는 평탄한 능선길이 정상을 향해 뻗어 있었다. 나는 크램폰의 발톱이 눈얼음에 박히는 경쾌한 소리를 들으면서 카힐트나 빙하, 문들로 빙하, 그리고 포레이커, 피크헌터의 하얀 산봉우리들을 바라보며 눈이 하얗게 덮인 능선을 한발 한발 걸어 올라갔다.

정상으로 착각했던 4개의 산봉우리를 넘어 6194미터의 매킨리 정상에 올라선 시각은 오후 3시 15분.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은 의외로 단조로웠다.

카힐트나 빙하지대의 베이스캠프를 떠난 지 7일째 되는 날, 마침내 나는 매킨리 정상에 올라섰다.



# 해설: 유쾌한 방랑자의 초상, 심산


_자유와 방랑을 갈구하는 배낭 여행자들의 맏형 – 338p.

고대 인도철학에서는 인간을 ‘삶을 고행으로 받아들이는 자’와 ‘삶을 여행으로 받아들이는 자’로 나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에무라 나오미야말로 ‘삶을 여행으로 받아들이는 자’의 세계 챔피언감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 유쾌한 방랑자의 젊은 초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 바로 <청춘을 산에 걸고>다. 그의 시신이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도 내게는 예사롭지 않게만 느껴진다. 지금도 그가 이 별의 어느 후미진 오지를 예의 그 소년같이 천진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마냥 걷고 있을 것만 같다.

우리들 모두의 가슴속에 숨어 있는 방랑에의 역마살을 일깨워준 그에게 축복 있으라!



# 20세기 최고의 모험가, 우에무라 나오미(植村 直己, うえむら なおみ, 1941. 02. 12 ~ 1984. 02. 13)


1970년 한 산악인에 의해 세계 등반사에 새로운 역사가 쓰여진다. 세계 최초로 5대륙 최고봉 등정. 등정자는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모험가. 스물아홉 살의 젊은이 우에무라 나오미였다.

유럽 최고봉 몽블랑[각주:1](4808m) 등정에 이어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5895m), 남미 최고봉 아콩카과(6961m)가 이 5척 단신의 방랑자에게 길을 내준다. 그리고 일본인 최초로 아시아 최고봉이자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48m) 정상에 선다. 이제 남은 것은 북미 최고봉 매킨리(6194m). 그떄까지 4인 이하의 등반을 금지하고 있던 미국에서도 에베레스트까지 오른 이 희대의 산악인에게는 예외적으로 단독등반을 허락한다. 1970년 8월 26일, 마침내 그는 인류 최초로 5대륙 최고봉을 오른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다.

그러나 그의 모험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아마존의 원류에서 하구까지 6000킬로미터를 뗏목을 타고 60일 만에 주파하는 등 그의 모험은 끝이 없었다. 수직의 산에서 수평의 극지로 무대를 옮겨오자 산에서 얻은 경험을 살려 자신의 꿈을 확장해나갈 무대 또한 끝없이 넓어졌다. 그는 에스키모인들과 1년간 극지 생활을 한 후 이제 막 결혼한 신부를 남겨두고 개썰매를 이용해 북극권 1만 2000킬로미터를 단독 종단함으로써 북극점 최초 단독 도달이라는 기록을 세운다. 일본 열도 3000킬로미터를 도보로 종단해 52일 만에 완주하기도 한다.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나오미의 모험은 그러나 매킨리에서 중단된다. 마흔넷이 되던 해인 1984년 2월 13일, 세계 최초로 매킨리 동계 단독등반에 성공한 다음 하산하던 중 아사히 텔레비전과의 교신을 끝으로 소식이 끊긴 것이다. 그가 파놓은 설동도 발견되고 그가 떨군 장비들도 수거되었지만 시신만은 끝끝내 찾을 수 없었다. 살아서 돌아오는 것이야말로 훌륭한 도전이라고 아내를 안심시키고 떠났던 그의 마지막 모험이었다.



- 7대륙 최고봉 : https://en.wikipedia.org/wiki/Seven_Summits / http://www.sisu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534 

- 7대륙 2위봉 : https://en.wikipedia.org/wiki/Seven_Second_Summits 

- 7대륙 3위봉 : https://en.wikipedia.org/wiki/Seven_Third_Summits 



<청춘을 산에 걸고>

우에무라 나오미 지음, 김성연 옮김

마운틴북스, 2008



청춘을 산에 걸고
국내도서
저자 : 우에무라 나오미 / 김성연역
출판 : 마운틴북스 2008.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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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몽블랑(4808m)은 알프스 최고봉으로 알려져 있고, 유럽 최고봉은 엘부르즈(Elbrus, 5642m)로 알려져 있음 [본문으로]


■ 본문 중에서


# 어둠 속의 부름


솔직히 말해 ‘솔직’은 나의 장점이 아니다. 추구하는 가치도 아니다. 내가좋아하는 건 실용성이며, 당연히 그에 입각한 답을 내놓을 것이다. 어쩌다 약 먹는 걸 까먹었는데, 까먹은 걸 다음 날 또 까먹었으며, 기왕 까먹은 김에 지금까지 쭉 까먹었노라고. 가만히 앉아 천지를 꿰뚫어 보는 이모는 ‘중독성 투약 중단’이라는 판결을 내린다.  - 17p.



녀석의 눈이 노을 속에서 배시시 웃고 있었다. 나는 그 미소가 나를 위한 선물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머니가 하염없는 두려움을 내 핏속에 쏟아넣는 사람이라면, 해진은 내 심장에 노을 같은 온기를 불어넣는 사람이었다. 언제나 네 편이라고 말해주는 존재였다. 참담하고 추웠던 그날에 그랬듯이, 이번에도 그러리라 믿고 싶었다. 아니, 그렇게 믿었다. – 56p.



수천 개의 감각들이 느릿느릿 나를 통과해갔다. 머리를 얼리는 한기, 내장을 뒤틀며 맹렬하게 번지는 불의 열기, 신경절 마디마디에서 폭발하는 발화의 전율, 규칙적으로 뛰는 내 심장 소리. 왼쪽에서 출발한 칼날은 삽시에 오른쪽 귀밑에 이르렀다. – 80-81p.



# 나는 누구일까


어머니는 말없이 팔을 벌려 해진을 끌어안았다. 가만가만 손을 움직여 녀석의 등을 쓸어주었다. 나는 한 발짝 떨어진 곳에 서서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머니가 미간에 깊은 주름을 잡고 이마를 찡그리는 것을, 코와 뺨이 동시에 빨개지는 것을, 칼날이라도 삼키는 양 어렵사리 침을 넘기는 것을. 3차 방정식 같은 표정이었다. 복잡하고도 낯선 얼굴이었다. 해진처럼 슬픈 것인지, 해진의 슬픔 때문에 마음이 아픈 것인지, 해진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인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이제 걱정 말라는 것인지, 전부다인지, 모두 아닌지. – 104-105p.



몸, 기분, 호떡의 반죽 상태가 모두 불량하다. 어쩐지 일진이 사나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뼈 시리게 외로운 날, 바람이 분다. 울고 싶은 밤에 비가 내린다. 인간이 싫은 날, 보름달이 뜬다. 몸도 마음도 무거운 날, 날씨까지 무겁다. – 183p.



망각은 궁극의 거짓말이다. 나 자신에게 할 수 있는 완벽한 거짓이다. 내 머리가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패이기도 하다. 어젯밤 나는 멀쩡한 정신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고, 해결책으로 망각을 택했으며, 내 자신에게 속아 바보짓을 하며 하루를 보낸 셈이었다. 

모든 걸 알게 된 지금에 와서야 나는, 내가 살인을 저지르리라는 걸 예감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 206p.



# 작가의 말 – 381-382p.


히말라야에 다녀온 후 이 일을 해보겠다는 결심이 섰다.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아도 ‘나’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소설의 ‘나’는 작가인 ‘나’와 함께 진화해가리라고 내다봤다. 피식자에서 포식자로 변화해 가는 과정을 의미 있게, 나아가 그럴 법하게 형상화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나는 새 노트를 장만하고,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썼다.


“나는 마침내 내 인생 최고의 적을 만났다. 그런데 그가 바로 나인 것이다.”




<종의 기원>

정유정 장편소설

은행나무, 2016


종의 기원
국내도서
저자 : 정유정
출판 : 은행나무 2016.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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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중에서


# 어느 날 불현듯


아침나절 

떠오른

노래 한 소절

하루 종일

반복해서

입가에

맴돌 때가 있습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잡다하고 분주한

시간의 배면

그대 이름

한동안

지워진 듯

잠복해 있다가

어느 날 불현듯

선명하게

되살아나서

하루 종일

기억 속에

맴돌 때가 있습니다




#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하겠습니까


하늘에는 


땅에는


내게는

그대





<더 이상 무엇이: 이외수 연애시첩>

이외수 지음

김영사, 2016


더 이상 무엇이
국내도서
저자 : 이외수(oisoo)
출판 : 김영사 2016.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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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네팔정부가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대중적인 트레킹코스를 개발한 덕에 졸개들에게도 히말라야로 입성하는 길이 열려 있었다. 안나푸르나만 해도 다양한 코스들이 있었다. 일주일 내외로 다녀올 수 있고 초보자에게 적합한 푼힐 전망대나 묵티나트 트레킹, 10일 정도 걸린다는 베이스캠프(ABC캠프, 해발 4130미터) 등. 눈길을 붙잡은 건 환상종주(Circuit) 였다.

안나푸르나는 크게 두 지역으로 구분된다고 했다. 마르상디 강(Marsyangdi Nadi)을 따라 오르는 동부 마낭 지역, 칼리간다키 강(Kali Gandaki Nadi)을 따라 내려오는 서부 무스탕 지역. 동에서 서, 혹은 서에서 동으로 도는 것이 환상종주였다. 약 18일이 소요되고 어느 쪽으로 돌든 쏘롱라패스(Thorung La Pass: 5416미터)를 통과해야 한다는 미션이 있었다. - 12~13p.



넉넉잡아 이틀이면 끝낼 일이건만, 첫 문장조차 잡지 못하고 허둥거렸다. 텅 빈 노트북 화면을 노려보다 맥없이 드러누어 버리기 일쑤였다. 마감을 하루 앞둔 날까지도 그랬다. 발을 구를 일이었다. 벽에 머리를 찧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 달 가까이 끙끙대고도 원고지 30매를 못 채우다니. 100미터 달리기를 하듯, 소설 초고 2500매를 써대던 나는 어디로 갔을까.

이건 단순히 청탁원고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였다. 슬럼프와는 증세 자체가 달랐다. 암반에 갇힌 불길이 아니라 불씨까지 타버린 잿더미였다. 욕망이라는 엔진이 꺼져버린 것이었다. 이야기 속 세계, 나의 세상, 생의 목적지로 돌진하던 싸움꾼이 사라진 것이었다.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그에 대한 대비가 있을 리 만무했다. 그저 혼란스러웠다. 책상 위에 쌓아둔 다음 소설 자료와 책, 새 노트가 신기루처럼 비현실적이었다. 덮쳐오는 허망함에 당혹을 넘어 공포를 느꼈다. 누군가 내 상태를 알아차릴까 봐. 다시는 글을 쓰지 못하게 될까 봐. 고작 소설 몇 편 쓰고 무너지는구나, 싶어서. 나는 강아지처럼 낑낑대다가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무슨 일이야?"

안방에서 코를 골며 자던 남편이 벌떡 일어나 뛰어나왔다. 나는 코를 풀며 대꾸했다.

"나 안나푸르나 갈 거야."

선택사항이 아니야. 생존의 문제라고.

- 16p.



... 몸이 뿌리를 내려도 마음이 떠돈다. 붙박였다고 갇힌 게 아니고, 떠난다고 늘 자유로운 건 아니다. 맹그로브 씨앗이 바닷물에 떠 다니는 이유는 분명하지만, 인간이라는 종은 죽을 때까지 떠다니는 숙명을 벗을 길 없다. 떠나온 곳을 모르니 돌아갈 곳인들 알겠는가. <조용호, 떠다니네> - 36p.



# 1 Day : 9월 5일 - 46p.


혜나가 히말라야의 어원을 물었다. 그는 '눈(雪)'의 거처'라고 대답했다. 산스크리트어로 눈을 뜻하는 히마(Hima)와 집을 뜻하는 알라야(Alaya)의 합성어. 나는 6000미터가 넘는 봉우리에만 히말을 붙이는 이유를 내 식대로 이해했다. 고도가 그쯤 돼야 만년설이 거주할 수 있는 모양이라고. 



# 2 Day : 9월 6일 - 60~61p.


당시 나는 광주에 있는 한 종합병원에 갓 취직한 새내기 간호사였다. 내 대장이었던 수간호사는 별명이 '프리마돈나'였을 만큼 대단한 미인이었다. 간호사로서 업무능력도 최고였다. 도도하고, 차갑고, 까다로운 독설가이기도 했다. 업무상 사소한 실수라도 발견되는 날엔 더 살았다 할 것이 없었다. 다혈질인 데다 선머슴처럼 덜렁대는 나와는 최악의 궁합이었던 셈이다. 그녀는 날이면 날마다 내가 저지른 온갖 실수들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공개적으로 혼쭐을 냈다. 'NS(신경외과: 머리를 뜻함)가 안 되면 OS(정형외과: 손발을 뜻함)가 고생한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나는 돌 맞은 개구리처럼 납죽해져서 퇴근하고, 도망칠 구멍만 찾는 도마뱀의 심정으로 출근하기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직장생활이 재미있을 리 만무했다.



# 8 Day : 9월 12일 - 150p.


마침내 언덕배기에 올라섰다. 나는 어깻숨을 몰아쉬면서 발아래를 내려다봤다. 좀 전까지 작렬하던 태양빛이 사라졌다. 언덕은 짙은 안개로 뒤덮였고, 희뿌연 대기 저편에서 둥근 햇무리가 눈을 마주쳐왔다. 인간이 살기 이전의 지상이 이랬을까. 설연이 흩날리는 은빛 연봉들, 산허리를 휘감고 흐르는 구름, 골짜기를 이루며 뻗어 나온 다갈색 암벽들, 거칠게 갈라진 황무지언덕, 그 위로 드리워진 고요. 기묘한 쾌감과 흥분이 진동처럼 발바닥을 두들겼다.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에 도달한 마라토너처럼. 나는 머리를 압박하는 힘을 잠시 잊었다. 마침내 신의 영토로 들어선 기분이었다. 들어선 김에 안나푸르나의 가슴까지 가 닿고 싶었다. 매년 피의 제물을 요구한다는 저 쏘롱라패스에.



# 11 Day : 9월 15일 - 203~204p.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서 시작이 순조로웠던 적은 없었다. 학생 시절, 간호사 시절, 심사평가원 시절, 습작 시절... ... 인생의 새 관문으로 들어설 때마다 통과의례를 유별나게 치렀다. 신세계에 안착하기까지 남보다 두 배쯤 시간이 걸렸다. 좌충우돌을 일삼다 끝내 적응에 실패한 경우도 여러 번이었다. 대표적인 실패가 5년 남짓한 간호사 생활이었다. 어머니가 쓰러지지 않았다면, 그나마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낯선 세계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이 나이가 돼서야 세상 밖으로 나온 건 비단 바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무의식적인 두려움도 한 몫했을 터였다. 내게 있어 새로운 세계로 들어선다는 건 '깨진다'와 동의어였으므로.



# 에필로그 - 301~302p.


비행기가 이륙하는 짤은 순간, 지난 한 달이 파노라마가 돼서 시야를 스쳐 갔다. 지팡이로 땅을 찍어가며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 내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목 밑에서 무언가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아마도 세상 밖 세상에 존재했던 나에 대한 그리움일 터였다. 특별한 곳에서 맞닥뜨린 특별한 '순간'에 대한 그리움. 쏘롱라패스에서, 새벽녘의 다울라기리 앞에서, 파우스트처럼 소리치고 싶었던 내 생애 첫 '축제'에 대한 그리움.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이들과 살고 싶다.

그러면 순간을 향해 이렇게 말해도 좋으리라

멈추어라, 너 정녕 아름답구나.



# 작가의 말 - 304p.


'네팔병'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한 번 히말라야에 다녀오면 반드시 또 가고야 만다는 불치병이란다. 여정의 험난함과 육체적 고통 속에서 누리는 영혼의 자유로움, 온전히 자기 자신과 만나는 특별한 순간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고산병만큼이나 흔하게 걸린다는 이 지병을 나 역시 피해가지 못했다. 포카라에 도착하자마자 히말라야가 그리웠다. 다음 소설을 끝내면 나에게 상을 주는 의미에서 에베레스트에 가야지, 마음먹었다. 그 다음 소설을 끝내고 나면 마나슬루, 그 다음다음은 무스탕...... 최종 목표는 다울라기리.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은행나무, 2014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국내도서
저자 : 정유정
출판 : 은행나무 201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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