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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추억의 책장 · 메모

아불류 시불류 (我不流 時不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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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한밤중. 우울이 주렁주렁 열리는 나무에서 잘 익은 우울 한 개를 따서 껍질을 말끔히 벗겨내고 믹서에 갈아 절망의 분말을 한 스푼 정도 섞은 다음 한 컵 정도의 쓰디쓴 그리움과 혼합해서 마시면 자살충동이 배가됩니다.

 
119.
잠시만의 머무름 속에도 아픔이 있고 잠시만의 떠나감 속에도 아픔이 있나니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 중에서 아픔이라는 이름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293.

작별 끝에 날이 갈수록 아픔이 희미해지는 인간이 있는가 하면 날이 갈수록 아픔이 선명해지는 인간이 있다. 전자는 괴로운 기억을 많이 남긴 인간이고 후자는 즐거운 기억을 많이 남긴 인간이다. 하지만 전자든 후자든 작별할 때 아프기는 마찬가지.

 

 

314.

진실로 사랑했으나 미처 고백하지 못한 낱말들은 모두 하늘로 가서 별빛으로 돋아나고, 역시 진실로 사랑했으나 이별 끝에 흘린 눈물들은 모두 들판으로 가서 풀꽃으로 피어난다. 우리 사는 세상,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피맺힌 슬픔 한 모금씩을 간직하고 있다.



당신의 과거가 당신의 현재를 만들고
당신의 현재가 당신의 미래를 만든다면
물처럼 살아갈 일이다.
 
낮은 곳으로만 낮은 곳으로만 흘러서
어제는 옹달샘이었다가 오늘은 실개천이되고
오늘은 실개천이었다가 내일은 큰 바다가 되는,
물처럼 인생을 살아갈 일이다.

 

<이외수의 비상법, 아불류 시불류(我不流 時不流)>
정태련이 그리고 이외수가 쓰다
해냄,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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