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월간산 2019.07월호 (통권 597호) http://san.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6/2019062601182.html

글 차승준 사진 차승준, 대산련 등산교육원

등산강사 자격증 따기 위한 2박3일간의 테스트 과정 실전

북한산 백운대 암장에서의 연수 모습. 암벽등반기술 실기평가에 앞서 진행 방식에 대해 설명하는 오호근 교수와 긴장된 눈빛으로 바라보는 연수생들

 

대한산악연맹 등산교육원(원장 남선우)은 6월 7~9일, 서울 우이동 블랙야크 알파인센터와 북한산에서 2019년 등산강사 자격과정 하계연수를 실시했다. 모두 29명의 연수생이 참가했으며, 등반 경력 5년 이상의 베테랑 등반가들이 등산강사를 목표로 뜨거운 열정을 보이며 과정에 임했다. 

향후 등산강사가 되면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실내 교육과정은 교육론 위주로 구성되었으며, 일반등산 교육론(오호근), 암벽등반 기술(김성기, 윤재학), 스포츠클라이밍 개론(임갑승), 스포츠클라이밍 지도론 및 실기(손정준), GPS활용(남정권), 산서로 본 등반사(이용대), 알피니즘과 등반의 본질(남선우 원장) 등 국내 최고 수준의 강사진으로 꾸려져 연수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둘째 날부터는 북한산 백운대 암장에서 암벽등반기술 실기 및 실기 지도 능력평가가 진행되었고, 셋째 날 이론지도 능력 발표와 필기평가를 끝으로 과정을 마쳤다.

올해부터는 스포츠클라이밍 과목이 신설되어 손정준 교수가 명강의를 펼쳤다. 예전 2박3일 두 차례로 나누어서 진행하던 연수 방식에서 벗어나 교육과 평가 위주 방식으로 탈바꿈했다. 동계연수도 기존과 달리 하계연수 합격자에 한해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하계연수 자격검정에 합격한 후, 동계과정 이수 후 합격하면 2급 등산강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자격 취득 후에는 각 시도연맹과 등산학교에서 강사로 활동할 수 있다. 

대산련은 2006년부터 자격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2018년 기준 2급 등산강사 자격을 취득한 인원은 202명이다. 대한산악연맹 등산교육원에서 실시한 ‘등산강사 자격증 활용에 대한 현황조사 연구’에 따르면 등산강사 자격을 취득한 이들은 산행경력 20년 이상, 강의 경력 5~10년 이상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기본적인 전문성은 대부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포츠클라이밍 지도론을 강의 중인 손정준 교수.

 

“나무에 보울라인 매듭 만들어 보세요!”

매듭법 평가 담당인 김성기 교수가 내 이름을 호명하며 얘기했다. 평소 안전벨트에 직접 연결하는 형태로만 보울라인 매듭을 사용했던 터라 반대 방향으로 매듭을 만들려니 숙달되지 않아 도무지 진행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자진납세를 하고 나무를 끌어안았다.

“강사가 등 돌리고 매듭 만들면 안 된다고 했는데, 매듭은 만들어야 하니까 이렇게라도 할게요.”

“어디서 정보를 듣긴 들었는데, 숙지가 안 되셨군요?”

평가자와 피평가자 모두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덕분에 평가 분위기는 부드럽게 마무리되었지만, 면이 서지 않고 영 부끄러웠다. 이날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 덕분에 ‘기둥에 보울라인 매듭 묶기 1,000번은 연습하리라’는 오기가 발동했고,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그날부터 오늘까지 매일 잠들기 전에 10번씩 매듭을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아직 눈감고 매듭을 완성시킬 자신은 없다.

곧이어 실기 지도능력 평가 시간이 되었다. 연수생들은 발표를 위해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번호가 적힌 탁구공을 뽑았다. 나는 ‘17번’을 뽑아 ‘확보물-퀵드로의 연결과 로프 클립 기술’에 대해 발표했다. 바위의 갈라진 틈에 캠을 설치하고 등반자의 진행 방향에 따른 방향을 고려해 퀵드로 연결과 로프 클립을 하며 동작과 함께 발표를 이어나갔다.

“인덱스 클립 해보세요!”

“그건 팜 클립이에요, 다시 한 번 해보세요”

윤재학 부원장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한 번 더 기회를 준다. 평소에 늘 사용하던 방식인데도 시험이라는 긴장감에 헛손질과 실수 연발이었다. 무사히 실기평가를 마치고 나니, 그제서야 백운대 자락에 산산하게 부는 시원한 바람이 느껴진다. 얼마나 긴장했던지 얼굴이 발갛게 익는 것도 모르고, 배낭 속에 넣어둔 선크림을 한 번도 챙겨 바르지 못했다. 

백운대 암장에서의 뜨거웠던 둘째 날은 유난히 길었던 하루였다. 일과를 마치고 화끈거리는 얼굴을 부여잡고 밤이 늦도록 다음날 진행될 필기시험과 이론지도 발표 평가를 준비하다 교재를 베개 삼아 잠이 들었다. 이렇게라도 해서 책 내용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갈 수 있다면…. 그것도 아니면 꿈속에서라도 시험 문제들과 책 속의 정답들이 나타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눈을 붙였다.

백운대 암장에서의 암벽등반기술 실기평가를 마치고, 한 자리에 모인 연수생과 지도교수들.

대망의 셋째 날, 하계연수의 하이라이트인 이론지도 능력 발표는 평가위원인 교수진들 앞에서 5분 동안 뽑은 주제에 대해 강의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알고 있는 지식을 전달하고 교육하는 능력에 대한 평가다. 제 아무리 발표 전문가여도 시험이 주는 긴장감에 떨리기 마련이었다. 

뽑기 운을 바라며 탁구공을 선택해, 비교적 자신 있는 주제인 ‘산의 자연적인 위험과 인위적인 위험, 그리고 대책’을 뽑았다. 학창시절 주기율표 외우던 신공으로 “암붕낙크눈벼비(암벽의 붕괴, 낙석, 크레바스, 눈사태, 벼락, 비…)” 암기송을 만들어 달달 외웠던 자신 있는 주제였다. 신나게 발표를 시작하려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래도 벙어리처럼 입 다물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칠판에 ‘자연적 위험’, ‘인위적 위험’이라고 큼지막하게 적으며 잠시 시간을 벌었다. 이어 호흡을 가다듬고 떨리는 목소리로 발표를 시작했다. 기상 상황에 의한 변화가 산에서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예방 대책을 위해 체온을 잘 유지해야 하는 방법들을 설명하며 나름대로 차분히 이어나갔다.

“우리는 암벽등반을 주로 하니까, 암벽등반 중 만나는 위험에 대해 집중해서 설명해 주면 좋겠다.”

성우 뺨치는 목소리로 윤대표 특임교수가 주문했다. 살짝 당황했지만 다시 판서를 활용하며 발표를 이어나갔다. 더 이상 이어지는 질문이 없자, 발표를 마쳤다. ‘잘한 건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5분 스피치 발표를 마치고, 마지막 남은 필기평가를 위해 다시 수험생 모드로 돌입했다. 교육 시간에 강조된 부분을 필기해 놓은 노트를 참고해, 연수생들은 서로 족집게 예상문제를 내고 답을 맞히며 필기평가 준비에 매진했다. 마지막 시간까지 문제풀이를 한 덕에 어렵지 않게 필기평가를 마칠 수 있었다.

등산강사 자격과정 연수는 교학상장의 참뜻을 되새길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교학상장이란 가르침과 배움이 서로 진보시켜 준다는 뜻으로 ‘사람에게 가르쳐 주거나 스승에게 배우거나 모두 자신의 학업을 증진시킴’을 이르는 말이다. 나는 등산강사가 되기 위해 지식을 타인에게 전달하기 좋은 형태로 재정립해야 함을 몸소 체험하는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연수생들은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들도 다듬고 되새김질할 수 있는 유의미한 시간을 가진 것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입을 모았다. 

등산강사가 되겠다는 마음은 노련한 등반 기술과 산에 대한 해박한 지식뿐만 아니라, 그에 앞서 인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즉, 기본적으로 교육생들이 바라보고 배우고 싶은 스승의 자세가 갖추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앞으로 교육생들을 대할 때, 잘난 체하며 등반 지식을 뽐내기보다는 초보 시절 마음을 잊지 않고 낮은 자세로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등산강사 연수 과정은 자격의 취득여부를 떠나 누군가에게 모범이 되고 선생이 되려면 등반 기술을 잘 연마함은 물론이요, 스스로 존경 받을 만한 사람이 되고자 정진해야겠다는 열정을 불러일으켜 주었다. 그래도 ‘한 번에 합격하면 좋겠다’는 요행을 바라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원문] 사람과산 2019 06월호 (Vol. 356)

황산리지 러닝빌레이 구간에서 후등자 확보 중인 최원일 강사. 뒤로 바위를 품은 바닷가 마을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바다 위로 내려앉은 청명한 하늘과 구름의 그림자를 보고 있자니 신선놀음을 하고 있는 기분이다.

 

태산이 높다 한들 동해의 노산(崂山)만 못하다

코오롱등산학교(교장 윤재학)가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2일까지 중국 청도(靑島)를 대표하는 명산, 노산(崂山, Laoshan)자락의 황산고(黃山崮, Huangshangu) 암봉에 두 개의 리지 코스를 개척했다. 황산고 암장은 산둥반도(山東半島)의 동서부에 위치해 있으며, 청도시에서 동쪽으로 약 30km 떨어져 있다. 이번 개척 등반에는 총 7명의 강사진(정준교, 최원일, 이기범, 전양준, 문성욱, 배대원, 양유석 교무)이 참여했으며, 김은희(정규반 61기)씨와 필자가 개척진의 말미에서 시험 등반으로 코스를 따라 올랐다.

개척은 '원 푸시 스타일(One-push Style)'로 진행됐다. 원 푸시 스타일은 확보물이 전혀 없는 바윗길을 선등자가 앵커를 만들며 길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황산리지의 선등자는 문성욱 강사가, 노림가리지의 선등자는 이기범 강사가 마탔다. 강사진들은 망설임 없이 자연스러운 등반선을 보여주며 정상까지 안전하게 루트를 개척했다.

코오롱등산학교는 이번에 개척한 황산리지와 노림가 리지를 포함해 중국 청도 황산고 암장과 노산 일원을 등반하는 해외암벽반을 개설했으며, 1기 과정을 2019년 5월31일부터 6월6일까지 진행한다.

 

개척 등반에 앞서 장비와 로프를 점검 중인 정준교, 이기범, 양유석 강사.
정상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는 최원일, 문성욱 강사와 필자

 

바람의 길, 황신리지

황산리지는 바닷가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상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등반 내내 아름다운 바다와 아기자기한 해안 마을, 그리고 평화로운 녹차밭의 전경을 내려가 볼 수 있으며, 각 피치의 종료 지점은 노산의 수려한 경치가 한눈에 들어와 전망이 좋다. 그래서인지 등반의 긴장감보다는 유유자적 평화로운 기분이 이어져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이번 개척등반은 내내 바람이 강하게 불어 모두가 추위로 고생했다. 바닷바람에 꽃샘추위까지 얹어진 강풍에 양 볼이 얼얼할 지경이었다. 지난가을에 파타고니아로 원정등반을 다녀온 문성욱 강사가 '이 바람은 흡사 파타고니아급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황산고를 대표하는 리지인 만큼 결국 '황산리지'라 이름 짓긴 했지만, 바닷바람에 고생을 했던 강사진들은 루트의 이름을 놓고 '바람'을 포함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각설하고, 뺨 때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바람 부는 이른 아침에 황산리지를 데려가시라.

황산리지는 전반적으로 무난한 난이도를 가져, 적은 볼트 수에도 부담 없이 등반할 수 있다. 110m의 긴 구간을 자랑하는 3피치는 러닝 빌레이(Running Belay)를 통해 이동해야 등반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크랙 시작 지점인 4피치는 빌레이 옵션 볼트가 1개 설치돼 있어 편하게 확보를 볼 수 있으나 등반이 제법 까다롭다. 레이백과 재밍을 적절히 섞어가며 올라야 하는데, 살결이 날 선 바위의 까슬함이 손가락을 타고 온몸으로 전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요령을 부려볼까 잠시 망설였지만, 까마득한 선배들이 빌레이를 보고 있어 이내 요령일랑 접어두었다.

마지막 6피치 종료 지점은 볼트가 설치돼 있지 않다. 직접 가로 크랙에 캠으로 확보물을 설치해야 등반이 완료된다. 강사진들에 따르면 황산고의 정기가 흐르는 정상부에 구멍을 내어 볼트를 설치하는 것은 자연에 무례하다고 판단해, 차마 완등 볼트를 설치할 수 없었다고 한다.

황산고 등반 루트 중 우뚝 솟은 황산고 정점의 봉우리에 다다를 수 있는 루트는 황산리지 뿐이다. 처음에는 저곳에 오를 수 있을까 막연하기만 했는데, 상상만 하던 봉우리의 정상에 실제로 오르니 황산의 정기를 한 몸에 받는 것 같은 황홀경에 빠졌다.

 

노림가리지 코스 전경, 자연스러운 등반선을 따라 선등하는 이기범 강사와 확보를 보고 있는 정준교 강사
지난해 코오롱등산학교가 개척한 황산고의 또 다른 루트, 붕자원방래( 朋自遠方來 ) 의 8피치를 오르고 있는 필자.

 

정겨운 노림가리지

노림가리지는 개척진의 현지 숙소 이름(노림가 게스트하우스)에서 따왔다. 게스트하우스에서 황산고를 바라보고 산길을 따라 북벽 방향으로 약 1km 정도 접근하면 좌측에 '황산고 동릉#2 리지'를 마주하게 되는데, 동릉#2의 좌측 골짜기 쪽으로 10분 정도(150m) 오른 후 안부에서 등반을 시작한다.

첫 피치는 슬랩과 크랙으로 이어지는 등반 라인으로, 볼트 2개 이후 우측 크랙을 따라 등반하며 캐머롯 등의 확보장비가 필요하다. 2피치는 수직벽에서 레이백 자세로 클립하며 등반을 시작하고, 우측 능선으로 넘어서면 항아리 모양으로 움푹 페인 종료지점에 도달한다.

3피치는 직선 슬랩을 따라 30도 정도 경사의 평평한 바위 지대를 오른 후, 짧은 직벽으로 이어지는 어려운 구간을 오른다. 완경사 이후 바로 직벽으로 이어지는 등반선이 나오는데, 추락 시 발목 부상에 주의해야 한다. 강사진들은 이 구간에 후등자의 안전을 위해 여분의 슬링을 걸 수 있는 볼트를 설치해두었다.

4~6피치는 비교적 완만한 능선 구간이다. 러닝 빌레이 구간인 4피치의 첫 번째 볼트를 지나면 짧은 클라이밍 다운을 해야 한다. 초보자와 동행할 경우, 경험자가 확보물을 설치하고 뒷줄을 이용해 초보자의 확보를 해주는 것이 좋다. 6피치는 쉬운 슬랩을 지나 오른쪽으로 트래버스 한다. 등반 거리가 길기 때문에 중간 트래버스 구간에 설치된 볼트에 확보를 하고 피치를 나누어 등반 할수도 있다.

노림가리지의 7,8피치는 기존 개척루트인 안타티카 8,9피치와 같다. 7피치는 마지막 크랙 구간에 캠을 설치하고 왼쪽 방향의 슬랩을 이용해 쉽게 오를 수 있다. 크랙 구간은 볼트가 없는데, 벙어리 크랙이라 초보자는 추락의 위험이 크므로 선등자가 크랙 방향으로 진입하며 확보물을 설치하기를 권장한다. 크랙을 지나 3시 방향으로 트래버스를 하게 되는데, 테라스가 좋은 곳이라 피치를 나누어 이곳에서 확보를 볼 수 있도록 볼트를 2개 설치해두었다.

마지막 8피치는 침니 구간으로 배낭을 멘 상태에서 등반이 쉽지 않다. 이 구간을 지나 완만한 슬랩을 지나면 짧은 페이스가 나오는데, 노림가리지에서 가장 어려운 최고 난이도 구간(5.10a)이다. 크럭스를 지나 1시 방향으로는 종료 지점이, 11시 방향으로는 황산리지의 종료 지점이 나온다.

 

갑각석UP반암장(甲角石UP攀岩場)의 면저수고(眼低手高, 5.11a, 28m, 10 bolts) 루트를 오르고 있는 문성욱 강사.
자연스러운 등반선을 따라 선등하는 이기범 강사.

 

바위꾼들의 자투리 시간

귀국에 앞서 반나절의 자투리 시간이 남자, 강사진들은 고민할 여지도 없이 청도 시내 청양구(城阳区)에 위치한 “갑각석UP반암장(甲角石UP攀岩場)”을 찾았다. 갑각석UP반암장은 30m여 미터 높이의 벽으로, 10여개의 루트가 정갈하게 나있는 곳이다. 한국의 삼성산 암장과 비슷한 느낌이다. 개척 등반으로 피로가 쌓였을 법도 한데, 공항에 가야 하는 시간을 재차 확인하며 마지막까지 번갈아 바위를 오르기에 여념이 없다. 불나방이 불을 향해 날아드는 이치를 어쩔 수 없듯, 등반가들의 바위 사랑은 세계 어디를 가든 말리 수 없나 보다.

 

개척 등반에 참여한 코오롱등산학교 강사진들.

 

Information. 황산고(黃山崮) Ridge 

황산고 암장

중국 라오산 구 칭다오 시에 위치한 황산고 암장은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해에 따라 6월)까지 산불방지 입산 제한 기간으로, 사전 등반 가능 기간을 확인해야 한다. 여름철 등반지 접근을 위해서는 가시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수풀이 자란 접근로로 이동해야 하므로 얇은 긴 바지를 입는 것이 좋다. 습도가 높은 날씨의 영향으로 일부 바위에는 이끼가 있어 미끄러우니 주의가 필요하다. 운해의 영향으로 등반 중 해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바닷바람이 상시 불어 여름철에도 체온 조절을 위한 얇은 긴 팔을 필수로 준비해야 한다.

 

황산리지(黃山, Mount Huangshan Ridge)

총 295m, 6피치, 난이도 5.5~5.10a, 필요장비 BD캠 0.5~4호

 

노림가리지(老林家, House of the Primeval Forest Ridge)

총 310m, 8피치, 난이도 5.7~5.10a, 필요장비 BD캠 0.5~3호

 

이동

인천공항~(비행시간 1시간 30분)~청도 류팅 공항~(약 50km, 택시/밴 약 1시간 20분)~게스트하우스~(약 1.3km, 도보 약 30분)~황산고 암장.

 

숙식

王哥庄农贸市场(노림가 게스트하우스) : 약 30명 수용가능. 침대 및 화장실 샤워시설 구비, 조/석식 제공 및 간단한 취사 가능.

 

글·사진 차승준

- 끝 -

 

책 내용 요약

#01_ 기쁨의 여신이 허락한 짧은 숨결

<난다데비: 눈물의 원정> 존 로스켈리, 조성민 옮김, 토파즈, 2010

1949년 미국의 등반가 윌리 언솔드가 에베레스트 등반을 마치고 인도 북북 지역을 트레킹 하던 중 난다데비(기쁨의 여신)’이라는 아름다운 만년설 봉우리를 만나게 되고 아름다움에 반한 나머지, 딸의 이름도 난다데비라고 짓게 된다. 이 딸은 훗날 자라 ‘1976년 인도-미국 난다데비원정대에 합류하였고, 원정대는 등정에 성공했으나 그녀는 캠프4에서 탈진하여 스물여섯 살의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등반대장인 존 로스켈리는 그녀를 산장(山葬)하여 아름다운 그곳에 남겼다는 슬픈 눈물의 원정 이야기다.

 

#02_ 모든 인간은 초월을 꿈꾼다

<레카피툴라티오>(전2권) 김성규, 미세기, 1995

김성규 작가의 장편소설로

인종청소전쟁이 극에 달해 있던 코소보에서 태어난 세르비아계 등반가 이반 체르게니코프는 해발 9,125미터에 달하는 가상의 산 첸링정상 부근에 숨겨져 있는 미국 비밀 핵기지를 폭파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반은 히말라야의 8,000미터급 봉우리 9개를 연속 종주 등반하는 네팔 대종주를 감행하던 중 다울라기리에서 실종된 에디 베네볼즈를 찾아나서고, 에디는 옛 동료 빌즈와 첸링 정상에 오른다는 SF 산악문학이다. CIA는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 인류 최초로 첸링 등정에 성공한 오른 두 등반가의 모습을 확인하지만 첸링만은 미답봉으로 남겨두기 위해 사진을 폐기 처분한다는 에필로그로 이야기가 마무리 지어진다.

 

#03_ 우리 미친 젊은 날

<꿈속의 알프스> 임덕용. 평화출판사, 1982

열혈 클라이머 임덕용의 20대 중반까지 산에 미쳐 살았던 10년의 세월이 담긴 이야기다. 여섯 살 때 처음으로 부모님을 따라 백운대 정상에 올랐던 순간부터 청년등반가로 성정하여 악우회 산악인들과 함께했던 산에서의 시절들. 그리고 군 제대 후 ‘1980년 마터호른-그랑드조라스 북벽원정에 참여하지만, 마터호른 북벽 정상에 오른 후 팀 전체를 위해 자신을 그랑드조라스 북벽 등반에서 제외시켜달라고 자청한 그의 결단과 더불어 원정대원 윤대표와 유한규 등 이 선생님들의 혈기 왕성한 청년 시절을 훔쳐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다.

 

#04_ 골수 알프스 산 사나이의 청춘 고백

<알프스의 풍광에 내 생애를 걸고> 로베르 테즈나 뒤 몽셀, 석향 옮김, 한라출판공사, 1979

1902년생 로베르 테즈나 뒤 몽셀은 알프스 지방에서는 존경받는 산악인으로, 프랑스어 최고의 산악문학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대표작인 <알프스의 풍광에 내 생애를 걸고>는 저자가 어떻게 알프스에 매혹되었는지, 그리고 청춘은 물론 생애 전부를 그곳에 걸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알프스의 봉우리에 도전하느라 청춘을 불사르는 그는 이 책을 통해 그레퐁에 도전해 힘들었던 등반기부터 1920년대 샤모니의 풍경을 매혹적으로 잘 기술해 놓았다. 저자는 알피니즘 혹은 알피니스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산 사람은 오르는 자이다. 그는 오르는 것을 사랑한다. (중략) 그가 자신에게 요구되는 노력을 즐길 뿐 아니라 그 행동 속에 일종의 고행 정신, 자기 자신의 내부에 있는 최상의 것의 고양을 발견하는 것이다.“ 라고 명료하게 답을 내렸다.

 

#05_ 산에서 태어난 새로운 인간

<타오르는 산> 오마르 카베싸, 황진우 옮김, 청년사, 1988

한 평범한 젊은이가 산속으로 들어가 게릴라 생활을 하며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 태어나는 과정을 묘사한 이야기다. 심산 선생님은 이 책을 게릴라문학(Guerilla Literature)이라는 장르로 정의했는데, 오마르 카베싸는 학생운동 출신 게릴라로 혁명을 성공시킨 후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정부 내무성 정치부장으로 일하던 당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저자는 고교~대학 시절 그리고 게릴라 생활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그는 지명수령이 떨어져 산에서 숨어지내던 시절의 심정을 산악교관 텔로와 무명의 게릴라들을 통해 적나라한 모습으로 풀어냈다. 게릴라 아지트가 정부군에 공격당해 텔로가 죽음을 맞이하고, 더 깊은 산, 더 높은 산으로 도망치며 깨달음을 얻는 과정은 근현대사의 역사와 오버랩되며 씁쓸한 미소를 짓게 한다.

 

#06_ 알프스 훈련등산대의 선물

<알프스의 북벽>, 월터 언스워즈, 이재인 옮김, 사현각, 1982

이 책은 앨버트 머메리의 에귀유 뒤 플랑 북벽 등반으로부터 시작된다. 머메리의 등반 능력은 뛰어났으나 이 등반은 실패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등반기를 통해 머메리즘의 진수를 볼 수 있었고, 그 외에도 알프스의 난이도 높은 숨은 벽들의 생생한 등반 과정을 묘사한 이 책은 보석과 같다. 프란츠와 토니 슈미트 형제가 1931년 마터호른을 오른 이야기와, 1934년 그랑드조라스 북벽을 오른 이야기. 그리고 1938년 독일-오스트리아 합동대의 아이거 북벽 도전과 실패의 이야기. 1951년 그랑 카퓌생을 오른 이탈리아의 등반가 발터 보나티 이야기. 이후 1955년 보나티가 단독으로 에귀유 뒤 드뤼 남서 필라를 등반한 이야기. 1965년 보나티가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직등을 시도한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알프스의 난이도 높은 벽들을 오른 기념비적 등반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07_ 이 암벽에선 오직 우정만이 영속한다

<하얀 거미> 하인리히 하러, 이종호 옮김, 횃불사, 1971

20세기로 접어들면서 알피니즘은 북벽 시대로 접어든다. 이 책은 알프스의 3대 북벽 중에서도 악명이 높은 아이거 북벽 초등에 관한 이야기로, 초등반자인 하러가 집필한 300쪽이 넘는 이야기를 150페이지로 발췌 편역하여 우리말 책으로 엮어낸 이야기다. 1938년 하러가 710일부터 북벽 초등에 성공한 724일까지 등반 기록을 담고 있다. 하러는 카스파레크와 함께 721일 새벽 2시부터 등반을 시작하는데, 아이젠을 가져오지 않은 탓에 닥터링을 하며 느린 속도로 전진해야 했다. 첫 비박을 마치고 등반 이틀째 12발 아이젠을 신고 오른 안데를 헤크마이어와 루트비히 푀르그를 만나게 된다. 이리하여 2인조 팀은 4인조가 되어 두 번째 비박을 했고, 다음날인 723일 아이거 북벽 상단부의 상습적인 눈사태 지역 하얀 거미에 다다른다. 이 지역에서 연속적인 두 번의 눈사태로 하러는 죽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하러는 하켄에 매달려 버텼고, 동물적인 감각으로 하켄을 때려 박아 살아남은 카스파레크, 피켈에 매달린 채 한 손으로는 푀르그의 목을 움켜쥐고 버텨낸 헤크마이어까지. 네 명은 모두 살아남았고 4인조 등반대로 거듭나게 된다. 마지막 비박 후 그들은 남은 식량과 연료를 모두 버리고 하루 내에 정상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마침내 724일 오후 3304인조 등반대는 폭풍을 뚫고 아이거 북벽 등반에 성공한다.

 

#08_ 친구를 위한 지옥행

<영광의 북벽> 정광식, 수문출판사, 1989

한국의 산악인들이 최고의 산악문학으로 손꼽은 <영광의 북벽>1982810일부터 814일까지 정광식과 자일파티인 허영호, 남선우, 김정원이 함께 45일 동안 아이거 북벽을 등정한 이야기다. 산 선배 신건호와 동기생 주동규가 아이거 북벽 정찰 등반 중 벼락에 맞아 숨졌다는 소식을 들은 저자는 이듬해 회사에 휴가를 내고 아이거 북벽 등반에 나선다. 정광술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저자는 무미건조한 등반보고서가 아닌 아이거 북벽과 관련된 일화에서부터, 치밀한 준비과정과 등반 중 정서에 대한 풍성한 묘사까지 아우르며 등반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 책은 아이거 북벽에 대해 연구하고, 훈련하고, 도전하여 마침내 이뤄낸 감동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산악문학으로 갖춰야 할 모든 것이 녹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09_ 기록되지 않은 등반

<신들의 트래버스> 봅 랭글리, 김일모 옮김, 신어림, 1995

<신들의 트래버스는> 1936년 힌토슈토이서와 쿠르츠의 아이거 북벽 도전 후 처절하게 죽어간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소설이다. 나치독일 산악보병사단 소속의 소위인 슈펭글러는 힌토슈토이서와 토니 쿠르츠를 부추겨 아이거 북벽에 도전하지만 죽음이 두려워 정작 본인은 도전하지 않았고, 처참하게 죽어간 동료의 비극을 지켜보아야 했다. 슈펭글러는 목숨을 걸고 아이거 북벽에 다시 도전하는데, 처음엔 군인으로서 명령을 거부할 수 없어 시작한 도전이었지만 결국엔 자신의 죄의식과 싸우고, 전장에서 만난 사랑을 이루기 위해 아이거 북벽과 정면대결을 벌이게 된다. 이 소설에서 극한 등반환경 외에도 주변의 모든 인물도 적이었으나 결말은 따뜻하게 마무리 지어진다.

 

#10_ 남프랑스 촌놈의 좌충우돌 등반기

<알프스의 타르타랭> 알퐁스 도데, 송숙경 옮김, 교학사, 1999

알프스 등반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 장편소설은 1880년 알프스의 리기 산 정상 부근 관광지에 등반가의 모습으로 나타난 타라스콩 알파인클럽회장 타르타랭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다. 알프스 단독등반에 도전하는 이 기상천외한 캐릭터의 진지한 모습이 코미디처럼 이어진다. 동향 출신의 허풍쟁이인 알프스 유명 가이드 봉파르의 말재간은 이 소설이 흡사 개그프로 같이 느껴질 정도이다. 알프스의 모든 위험은 눈속임과 스릴을 위한 무대장치로 전락시켜버린 봉파르 덕분에 타르타랭은 융프라우와 몽블랑을 우습게 알고 도전하는데 알프스의 타르타랭은 이 코믹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11_ 죽음과 맞서서 얻는 깨달음

<죽음의 지대> 라인홀트 메스너, 김영도 옮김, 평화출판사, 1985

15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우리 시대 불세출의 산악영웅인 라인홀트 메스너가 추락사를 위주로 쓴 극한 산행기를 담고 있다. ‘죽음과 대면했던 혹은 죽었다 살아온동시대 클라이머들의 인터뷰를 통해 엮어진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죽음의 위기나 극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왜 다시 산에 오르려 하는가 하는 본질적인 질문에 접근하여 답을 얻으려 한다. 메스너는 인간은 존재에 대한 갈망때문에 아무리 극한 경험을 하더라도 다시 산에 오르게 된다고 하는데, 물욕 때문에 인생을 허비하는 사람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책이다.

 

#12_ 유쾌한 방랑자의 초상

<내 청춘 산에 걸고> 우에무라 나오미, 곽귀훈.김성진 옮김, 평화추판사, 1994

이 책은 일본이 낳은 세게적인 산악인 우에무라 나오미의 자서전으로 어찌보면 단독등반을 즐기는 산악인의 일기와 같다. 메이지 대학 산악부 시절부터 전세계 5대륙의 최고봉을 모두 오르고, 그랑드조라스 북벽을 동계 등반한 1971년까지 우에무라 나오미의 10여 년의 세월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대학 졸업 후 최소한의 자금만을 가지고 캘리포니아 농장에서 일을 하던 그가, 이민국에 걸려 강제출국 당한 후 대서양을 건너 알프스에 찾아들고, 이곳에서 다시 스키장의 잡부로 일하며 높은 산과 극지를 찾는 모험은 흡사 소설이라고 해도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다. 그의 여정은 단순히 산뿐만 아니라 극지를 찾아 개썰매로 남극점에 도달하고, 북극 횡단에 도전하여 12천 킬로미터를 탐험하는 등 단순히 등반가로 불리기보다는 모험가라 불러야 마땅하다. 1970년 일본인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오른 낙천적인 이 청년은 후에 매킨리(북미 최고봉, 데날리) 동계 단독등반에 성공한 후 하산 도중 실종되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다. 자유와 모험을 갈망했던 우에무라 나오미, 그의 자유분방함에 매료되고 말았다.

 

#13_ 산악인과 세상 사이의 얼음벽

<빙벽> 이노우에 야스시, 문희정 옮김, 평화출판사, 1994

일본 대하소설의 거장 이노우에 야스시의 장편소설인 <빙벽>은 대학시절부터 자일파트너인 우오즈와 고사카의 마에호다카 동벽 동계 초등 도전 이야기다. 이 도전에서 고사카는 자일이 끊어져 사망하고, 시신 수습에 실패한 채로 살아돌아온 우오즈는 상실감과 죄책감에 시달린다. 이 두 산악인은 단순히 산에서만 사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 살며 최저 생활비를 확보하기 위해 일한다. 그들에게 도시에서의 삶은 녹록하지 않았고 생사를 넘나드는 서로에게도 도시에서의 삶은 공유의 대상이 아니었다. 고사카의 조난사 이후 자일이 끊어진 이유를 추궁하는 도시인들로 인해 자일 강도 실험이 이루어지고, 우오즈는 파트너와 자신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을 막으려 언론을 통해 반박 성명을 발표한다. 산악인과 도시 사이의 벽은 냉혹하고도 차가웠으며, 홀로 도시에 남은 산악인은 처절하게 외로웠다. 봄이되어 고사카의 시신을 수습한 우오즈는 고사카의 여동생 가오루와 결혼을 앞두고 단독 산행에 나섰다 낙석에 의해 생을 달리한다.

 

#14_ 길이면 가지 마라

<알프스에서 카프카스로> 앨버트 머메리, 오정환 옮김, 수문출판사, 1994

”More Difficult Variation Route!“ 머메리즘(mummerism)이라 불리는 등로주의의 주창자인 앨버트 머메리가 남긴 유일한 저서인 알프스에서 카프카스로는 그의 초등기록으로 채워져 있다. 1880년 마터호른 푸르겐 능선과 콜 뒤 리용 초등, 1887년 토이펠스그라트 초등 기록 등 머메리의 등반 기록 만으로도 값진 평가를 받는다. 가이드 없이 산행하는 것 역시 등로주의와 더불어 머메리즘의 핵심으로 손꼽히는데, 그는 등산가는 자신이 숙명적인 희생자가 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산에 대한 숭앙을 거의 버리지 못한다는 이야기로 책을 끝맺는다.

 

#15_ 같이 죽자던 여인의 알몸

산시집 <너에게 이르기 위하여> 장호, 평화출판사, 1981

산시집 <북한산 벼랑> 장호, 평화출판사 1987

한국 산악문학계의 거봉 김장호 선생의 산시로 엮어진 이 두 책은 아름다움은 두 말하면 잔소리요, 시인의 혼이 서려 있다고 높이 평가받는다. 1977년 한국 에베레스트 등반대 훈련대장으로 널리 알려진 김장호는 시 쪽에서 산과 함께 일상을 내다보지 않고, 산에서만 길과 시를 떠올린다라는 글로 자신이 시인보다는 산악인에 가까움을 고백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산악문학(한국명산기,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너에게 이르기 위하여, 북한산 벼랑 등)을 저술한 그는 199948일 영면했으며, 그는 떠났지만, 그의 시와 글은 이 시대 산악인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자리 잡았다.

 

#16_ 알프스의 산정에서 별을 노래하다

<별빛과 폭풍설> 가스통 레뷔파, 김성진 옮김, 평화출판사, 1990

1945년 산악문학 대상 수상작인 별빛과 폭풍설18권의 저서를 남긴 뛰어난 등반가 가스통 레뷔파가 젊은 시절 펴낸 작품이다. 그는 알프스 가이드의 대명사로 가이드를 단순히 고객의 산행 길잡이가 아닌 교사이며 운명을 함께하는 산 친구로, 가이드에 대한 인식의 전환에도 공헌했다. 이 책의 1부는 가스통 레뷔파가 오른 알프스의 6대 북벽 등반기로 이루어져 있다. 1938년 그랑드조라스 재동 시 기존보다 더어려운 루트를 올라 ‘레뷔파 크랙이라는 이름을 남겼고 이 등반 기록을 책에 실으며 그는 등반 역량보다는 산 친구와의 우정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2부는 초보 클라이머들을 위한 교본 형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장비와 기술에 대한 조언도 담겨있다. 레뷔파는 알프스의 별빛을 누구보다 사랑했으며, 그 별빛과 비박을 수려한 문장으로 이 책에 담아냈다.

 

#17_ 그녀들이 선택한 삶과 죽음

<자일파티>(전2권), 닛타 지로, 주은경 옮김, 일빛, 1993

일본여자의대 산악부의 고마이 도시코가 홀로 겨울 산행에 나섰다 조난을 당해 대피소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그녀는 일본 전통칠기공예 수련생인 미사코를 만나 폭풍설 속에 5일을 갇혀 함께 지낸다. 두 여인은 산악인들의 힘을 빌어 안전하게 하산하고, 이를 계기로 전문 산악인의 세계에 빠져든다. 이 둘은 여성만으로 이루어진 자일파티로 알프스 3대 북벽을 오르는 계획을 세우고 지옥훈련을 거듭한 후 알프스에 도달했다. 그러나 마터호른 북벽 등반 성공 후 여성 자일파티 세계 초등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게 되자 선등 여부를 추궁하는 질문에 미사코는 상처를 받게 된다. 이어진 두 번째 도전 도시코가 아이거 북벽 직등 도전에 전념하는 동안 미사코는 칠기공예에 전념한다. 이후 의사가 된 도시코는 그랑드조라스 북벽 정상에서 결혼식을 하며 알프스 3대 북벽을 모두 오른 세계 최초 여성 클라이머가 되고, 미사코는 필생의 역작을 남기고 결혼 후 신혼 여행으로 드뤼 서벽을 오른다.

불행히도 미사코가 그곳에서 낙뢰에 맞아 죽는 순간, 도시코는 북벽 정상 설동에서 첫날밤을 보내며 미사코의 마지막 인사를 환청으로 듣게 된다. 필생의 자일파티를 떠나보내는 절망과 슬픔에 도시코는 울음을 터뜨리고 이튿날 산악구조대가 하늘에서 내려다본 풍경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18_ 호랑이 등뼈는 의연하다

<하얀 능선에 서면> 남난희, 수문출판사, 1990

<71일간의 백두대간> 길춘일, 수문출판사, 1996

<산경표를 위하여> 조석필, 산악문화, 1994

<태백산맥은 없다> 조석필, 사람과산, 1997

백두대간을 놓고 펼쳐진 선배들의 산 이야기. 이 중에서도 하얀 능선에 서면198411일부터 316일까지 금정산에서 진부령까지 태백산맥을 동계에 단독으로 종주한 여성 산악인 남난희의 산행일기로 엮인 이야기다. 종주 산행에 대한 정보보다는 스물 다섯 여성이 홀로 산에서 겪는 매 순간의 감정의 기복과 배낭의 무게에 짓눌린 중압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찌보면 고통스럽기까지한 이 산행 기록에서 1g의 무게라도 줄이고자 노력하는 현실적인 고민과, 인간 체력의 한계를 극복해나가는 도전에 감동 받게 된다. ‘그리고 언젠가 통일이 되는 그날, 나는 다시 배낭을 메고 나설 것이다.’라는 끝맺음을 읽으며 지리산에서 진부령까지는 백두대간의 반토막일 뿐이라는 현실이 부각되어 새삼 먹먹하다. 백두산까지 이어진 1,577킬로미터 호랑이의 등뼈 백두대간 종주를 완성하는 날을 기약한다.

 

#19_ 유족들의 상처 치유 여행

<엄마의 마지막 산 K2> 제임스 발라드, 조광희 옮김, 눌와, 2000

알프스 6대 북벽을 모두 알파인 스타일로 등정하고,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무산소로 단독으로 등반하여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걸출한 여성 산악인 앨리슨 하그리브스. 그녀는 이어 K2 무산소 단독등반에 도전하고 정상에 섰지만 기상악화로 33세의 짧은 삶을 마감한다. 64살 어린 나이에 엄마의 사망 소식을 접한 톰과 케이트는 아버지와 함께 엄마의 흔적을 따라 K2 트레킹에 나선다. 이 책은 엄마를 찾아 떠난 아이와 아내를 찾아 아이들과 함께 K2를 찾은 남편의 이야기다. 이 가족의 가슴 아픈 이야기는 K2 베이스캠프에서 마무리된다. 아이들이 엄마가 죽은 곳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곳이 베이스캠프였던 것이다. 가족들은 K2를 바라보는 언덕에 케른을 쌓으며 엄마와 작별한다.

 

#20_ 장엄한 패배의 기록

<비극의 낭가파르밧> 프리츠 베히톨트, 안미정 옮김, 사현각, 1982

이 책은 1934년 독일 낭가파르바트 원정대의 기록을 담은 이야기다. 지금이야 비행기를 타고 네팔, 파키스탄까지 갈 수 있지만 당시만해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배를 타고 무려 8,000킬로미터를 이동해 열흘 만에 인도 뭄바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인도에서 다시 이틀 동안 자동차를 타고 라왈핀디에 도착하고, 다시 펀잡 히말라야를 지나 스리나가르에 도착한다. 비로소 낭가파르바트 출발지에 도달한 것이다. 엄청난 물자에 600여명의 포터를 고용해서 23kg씩 나무상자를 지고 이동해야 했으며, 덕분에 이 원정대의 연인원은 3천여 명을 넘는다. 또한 베테랑급 셰르파들을 고용했는데, 이 중에서도 셰르파 네와는 탁월한 등반 능력을 가진 인물로 묘사된다. 하지만 이 원정은 캠프3에서 고소증세를 맞는 대원의 구조활동을 시작으로 비극으로 이어진다. 캠프7에 도달해서는 몇몇 셰르파들 또한 고소증세를 보였으며 발길을 돌려 캠프6로 하산했을 때는 엄청난 폭풍이 몰아쳤다. 지옥같은 악천후에서 기적적으로 생환한 사람들의 증언에 따라 재구성된 이 책의 후반부는 아비규환이 따로없다. 정상을 불과 200미터 앞둔 지점에서 급변한 기상은 모든 것을 바꾸었다. 목표는 정상 등정이 아니라 살아돌아가는 것이었고, 동상에 걸린채 퇴각하던 셰르파들 넷 중 셋이 죽었다. 폭풍설에 고립된지 7일차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남은 인원이 사망했고, 정상에 도전했던 원정대원 4명과 셰르파 6, 10명이 모두 사망하는 대참사로 끝나고 만다.

 

#21_ 평생을 살아낸 하룻밤

<8000미터 위와 아래> 헤르만 불, 김영도 옮김, 수문출판사, 1996

헤르만 불의 자서전 ‘8000미터 위와 아래는 초인적인 기록이자 신화의 현장이라 높이 평가받는다. 그의 낭가파르바트 등반은 처절했다. 19537월 독일-오스트리아 낭가파르바트 합동대의 원정대장 칼과 등반대장 페터는 몬순이 닥쳐오니 철수하자고 결정을 내린다. 날씨가 좋았던 고소캠프에 머무르던 4명의 대원 중 2명은 캠프4로 철수하고 나머지 2명 헤르만 불과 오토 켐프터가 정상 공격의 기회를 갖는다. 다음날 새벽 헤르만 불은 먼저 정상 공격을 시도하고 속도가 느려 거리가 벌어진 오토를 기다리지 못하고 홀로 8000미터 위로 오르기로 결정한다. 그는 무산소로 홀로 낭가파르바트 단독 등정에 성공하고, 세계 초등의 위업을 달성한다. 말도 못할 고생을 하고 선채로 하룻밤의 비박을 거친 그는 노인의 모습으로 변해버렸고, 무려 41시간 동안 단독 등반 후 살아 돌아온 헤르만 불의 사진은 세계 산악사에 길이 남을 사진으로 전해진다.

 

#22_ 네가 죽고 내가 산다면

<친구의 자일을 끊어라> 조 심슨, 정광식 옮김, 산악문화, 1991

영화로도 유명한 친구의 자일을 끊어라는 조 심슨과 사이먼 예이츠의 시울라 그란데 서벽 초등 실화를 기반으로 엮어진 이야기다. 19855월 정상 등정에 성공한 후 하산하던 중 눈보라가 휘몰아치며 위기에 맞닥뜨린다. 수직의 빙벽에서 다리가 부러진 조는 확보를 보던 자일파티 사이먼이 미끄러지며 절벽으로 떨어져 허공에 매달리게 된다. 그들은 이 상태로 2시간을 버티지만, 사이먼의 확보 지점 마저 안전하지 않아지자 사이먼은 친구의 자일을 끊었다. 가까스로 베이스캠프에 돌아왔지만 그는 죄책감에 휩쌓였다. 하지만 조는 죽지 않고 크레바스 속에서 살아남았다. 그는 혼자 힘으로 크레바스를 빠져나오고, 기어서 빙하를 건너고 기는 것조차 불가능해지자 뒹굴며 3일 밤낮 동안 무려 19kg의 체중을 소실하며 사투 끝에 살아서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조가 죽었다고 확신하고 옷가지들을 태우던 사이먼과 극적인 해후를 한 후 조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23_ 지리산을 위한 레퀴엠

<남부군>(전2권), 이태, 두레, 1988

지리산 빨치산은 일제강점기 징용을 피하기 위해 지리산으로 숨어든 구빨치와 한국전쟁 당시 남한 정권에 반대한 정치적 목적으로 지리산에 들어온 신빨치로 나뉜다. ‘남부군은 해방 후 신문기자로 일하다 신빨치가 된 이현상부대에서 남부군으로 활동하던 이태의 수기다. 집필한지 30년 만인 1988년도에 출간된 이 책은 빨치산들의 처절한 실상을 엮어 놓았다. 맞아 죽거나, 굶어 죽거나, 얼어 죽는 운명의 그들이 지리산에서 취사하는 방법에서부터 덕유산까지 패퇴하는 장면이 다큐멘터리처럼 전개된다. 남부군이 지리산에 입산하는 부분은 8지리산 아흔아홉 골’ 부터인데, 우리에게 익숙한 거림골, 세석평전, 백무동 등의 지명이 등장한다. 반란의 고향으로 묘사된 지리산은 여전히 아름답고 수많은 사람들을 보듬어 안는다.

 

#24_ 등반보고서의 문학적 가능성

<K2 죽음을 부르는 산> 김범준, 1989

‘1986년 한국 K2 원정대의 공식 등반보고서인 이 책은 원정대장인 김범준이 등반의 전 과정을 소상히 기록했다. 4년간에 걸친 국내훈련, 세 차례의 현지정찰, 연인원 200명이 넘는 산악인들의 참여, 그리고 최종 정예멤버 19명의 대원들. 이 책은 그들이 어떻게 준비했고 어떻게 승리했는지를 기록한 가슴 벅찬 기록이다. 1986K2에서는 각국의 원정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 한국 원정대는 이들을 구조하기도 하고, 시신을 수습하여 장례를 치러주기도 했다. 그해 한국 원정대는 K2에 도전한 원정대 중 가장 모범적이고 훌륭한 등반을 했으며 정상 도전에 성공했다. 날씨가 좋아지리라는 무모한 믿음 속에 정상을 공격했고, 훌륭한 팀워크를 보이며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성공적으로 등반을 마쳤다. 이 기록은 한국등반사에 한 획을 그은 쾌거로 평가받는다.

 

#25_ 히말라야가 길러낸 건강한 사랑

<히말라야의 아들> 자크 란츠만, 김정란 옮김, 세계사, 2000

<히말라야의 아들>은 우리가 몰랐던 셰르파족의 성과 사랑 그리고 생활과 사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낸 이야기다. 남체에서 로지를 운영하는 카미는 장과 사랑에 빠진다. 셰르파 사회에서 남녀가 사랑에 빠지고 아이를 낳는 것은 수놈 야크가 암놈 야크와 짝짓기“를 하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임신한 다음 여자가 남자에게 사실을 알리고 남자가 아이를 기르겠다고 하면 결혼하게 된다. 만약 거부하면 여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벌금을 내면 된다. 카미의 소식이 장에게 닿지 않아 카미는 미혼모가 되었지만 셰르파 사회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카미는 파상과 결혼하고 파상이 아이의 아버지가 되는데, 셰르파 사회에서는 아이를 기른남자가 아버지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파상이 히말라야 등반 중 사망하자 그의 동생 칼덴이 다시 카미의 남편이 된다. 이는 셰르파 사회가 형사 취수를 중심으로 하는 일처다부제 전통인 모계 중심 결혼제도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인 트래커 알렉상드르는 이런 카미와 사랑에 빠져 남체에 남고 히말라야의 아들 히마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26_ 메스너가 맬러리를 말하다

<에베레스트의 미스터리> 라인홀트 메스너, 신혜원 옮김, 삶과꿈, 2003

메스너는 수십 년간 왜 어떻게 그리고 어디서 죽을 것인지 항상 궁금해 했고, 결국 스스로 산에 오르고 주변의 모든 지역을 답사한 다음 에베레스트의 미스터리라는 책으로 펴냈다. 메스너는 이 책에서 150년의 세월을 넘나들며 맬러리의 신화와 영향에 대해 기술했다. 그리고 관찰자가 아닌 스스로 맬러리가 되어 라는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특히나 맬러리 루트에 대해 톺아보며, 난제인 세컨드 스텝을 맬러리가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맬러리 루트로 정상 등정이 불가능한 것인가. 1975년 중국 원정대는 정상 등정에 성공했지만 이는 등반이 아니라 군사작전이라 칭할 정도로 거대한 400명이 펼친 인해전술이었다. 심지어 정상 등정은 9명이 성공했지만, 중국인은 한명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티베트인이었다. 메스너는 티베트 인에게만 경의를 표한다. 1999년 맬러리의 시신을 발견한 콘라드 앵커가 자유등반으로 이 난제가 해결했다. 오늘날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루트는 22개나 되고 많은 사람들이 에베레스트를 오르지만,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죽은 맬러리가 더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락 메스너는 일컬으며 책을 맺는다.

 

#27_ 그들이 얻은 것과 잃은 것

<최초의 8000미터 안나푸르나> 모리스 에르조그, 최은숙 옮김, 수문출판사, 1997

이 책은 1951년 프랑스에서 초판 발간된 후 무려 1500만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이자, 산악문학사에서도 최고의 지위에 올라있다. 인류 최초로 8000m 봉의 정상에 오른 인간승리의 이야기를 당시 원정대장인 모리스 에르조그가 풀어냈다. 그는 그 대가로 손가락과 발가락을 모두 잘라낸 비운의 주인공이 되었지만, 삶의 의지를 불태웠고, 구술을 통해서 이 방대한 이야기를 남겼으며 흡사 소설과 같은 긴장감이 담겨 있다.

1950년 모리스 이하 8명의 원정대원은 다울라기리와 안나푸르나 정찰에 나섰지만, 그들이 가진 지도는 엉망이었고, 산을 찾는데까지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결국 그들은 모순을 채 열흘도 남겨놓지 않고 안나푸르나를 찾았고, 무서운 집념을 보이며 빠르게 전진하여 캠프4까지 건설한다. 눈보라에 시달리던 마지막 밤을 뒤로하고 정상 도전에 나선 에르조그와 라슈날에게 동상의 기미가 나타났지만, 이들은 물러서지 않고 전진한다. 그리고 그들은 정상에 섰고, 하산 도중 장갑을 잃어버린 에르조그는 속수무책으로 동상에 노출되었다. 리오넬 테레이와 가스통 레뷔파가 그들을 구하기 위해 나섰으나 하산길은 녹록치 않았다. 기적적으로 살아서 내려왔고 네팔을 빠져나가는 데만 한달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외과의사 우도는 마취도 없이 그들의 손발가락을 한두 마디씩 잘라냈다. 처절한 대가를 치른 에르조그의 독백으로 이야기는 끝이난다. ‘인생에는 또 다른 안나푸르나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28_ 히말라야가 숨겨놓은 이상향

<잃어버린 지평선> 제임스 힐튼, 이가형 옮김, 해문출판사, 1991

1931년 인도 바스쿨 지역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영국영사 콘웨이는 자국민을 대피시킨 후 본인도 경비행기를 타고 탈출한다. 비행기에 동승한 맬린슨 대위, 미국인 사업가 바너드, 노처녀 전도사 브링클로 이 셋과 콘웨이는 하이재킹의 희생자가 되어 히말라야로 향한다. 하이재커인 조정사는 아프가니스탄에 잠시 착륙하여 기름을 보충한 후 바로 히말라야를 넘는다. 티베트 고원 쯤에서 비행기가 불시착하며 조종사는 숨을 거두고, ‘샹그리라로 향하라는 말을 남긴다. 그들은 중국인과 티베트인을 맞닥뜨리고 이 중 장 노인을 따라 히말라야의 숨겨진 왕국 샹그리라에 도착한다. 동서양의 절묘한 조화를 이룬 이곳의 아름다움에 일행은 넋을 잃고 콘웨이는 샹그리라에 빠져든다.

샹그리라는 원래 오래된 라마교의 사원이었다. 이 사원은 예수회 선교사 페로 신부에 의해 모습이 변모되었으며 신부는 250세로 불로장생하고 있다. 샹그리라에는 불로장생의 수행자들이 살고 있고 소녀들도 환갑에 가까운 나이다. 이 책은 샹그리라라는 완벽한 이상향을 그리며 인류의 영원한 꿈인 불로장생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29_ 서울은 산이다

<서울의 산> 서울특별시사편찬위원회, 서울특별시, 1997

서울의 산은 산경표에는 표기되어 있지 않은 서울의 동네 야산까지 파고들어 산세를 볼 수 있다. 단순히 서울 시내를 관통한 산세의 흐름만을 기술한 것이 아닌 1) 명칭과 연혁, 2) 자연 생태, 3) 경승과 명소, 4) 등산로 및 산책로, 5) 실태와 관리, 6) 사적과 문화재라는 6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상세히 분석해 놓았다.

 

#30_ 자랑스러운 한국 스키의 개척자들

<한국 스키의 발자취> 김상훈, 스노우라이프, 2003

한국 스키의 발자취에는 겨울스포츠의 꽃인 스키가 한국에 언제 도입되었고, 스키장은 언제부터 조성되었는지, 또 전설처럼 남아있는 한국 스키의 개척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들은 대부분 곧 한국 등산의 개척자들이기도 하다. 이들 중 단연 우뚝 솟은 이가 한국 등산과 스키의 개척자 김정태다. 스키에 대한 김정태의 열망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준 이는 해방전 백령회의 리더 엄흥섭이었다. 당시 그들은 스키장을 건립할 수 있는 적설량이 많은 산을 찾아내고자 했고, 현재 용평스키장이 들어선 발왕산을 발견해냈다. 이 책에는 1960년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한국 스키선수들의 훈련 모습도 담겨있을 뿐만 아니라, 1947년 지리산 노고단에서 개최된 한국의 최초 스키대회도 언급된다. 1960년 제1회 썰매대회 이야기까지 다루며 당시의 모습을 사진으로 생생히 전한다. 이 책에 실린 많은 사진들은 한국 산악사진의 아버지인 김근원의 작품으로 그의 노고 덕분에 우리는 이 모든 스키 역사의 현장을 책 한권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31_ 설악산을 사랑한 우리 삶의 도반

<산시> 이성선, 시와시학사, 1999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이성선, 세계사, 2000

이성선은 1941년 강원도에서 태어났는데, 부친이 한국전쟁 때 북으로 넘어가며 암울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서른 즈음 등단한 그는 11번째 시집으로 산시를 펴냈고, 유고시집인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에서 산악 문학의 절정을 보여준다. 그는 설악산 붙박이 시인으로, 생활 속의 습관처럼 설악산의 숱한 모습들을 시로 옮겼다. 가장 아름다운 시로 꼽히는 하늘꽃은 토왕성 빙폭등반 중 추락사한 젊은 산악인을 기리는 노래로 눈보라 치는 세상의 끝가지에 서서 꺾으려 한 것은 무슨 꽃이었을까라는 아름다운 시구에 슬픔이 묻어난다. 그는 설악산으로 하여금 시인이 되었으며, 설악산은 시인으로 하여그 더욱 깊고 그윽해졌다.

 

#32 악동들이 삶을 즐긴다

<얄개바위> 주영, 정상, 2002

클라이머의 메카인 요세미티. 한국 등반사에서 요세미티 빅월 클라이밍의 전도사로 꼽히는 인물이 바로 ‘얄개바위’의 저자 주영이다. 잘 노는 산악인 주영, ‘얄개바위’는 그 악동의 이야기다. 얄개바위는 주영의 자서전으로 그가 요세미티 계곡을 배회하며 거벽들을 등반해나가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배고픈 나날들이 이어지고 요세미티에서 쓰레기를 줍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온갖 궁핍한 환경 속에서도 기막힌 순발력을 발휘하며 요세미티에서 등반을 이어간다. 주영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이 책에서 정호진과의 우정도 언급되고, 함께 늙어가는 사진도 수록되어 있다. 1979년 맥킨리 등정, 1989년 아이거 북벽 등정, 1992년 트랑고타워 등정, 1999년 세로토레 등정 이 책에 언급된 그의 등반들은 한국등반사에 한 획을 그은 기록들이었다.

 

#33 세상의 50대들에게 바친다

<불가능한 꿈은 없다> 딕 배스·프랭크 웰스·릭 리지웨이, 김두겸·황정일 옮김, 중앙M&B, 1998

겁 없는 50대 사업가 딕과 프랭크는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다는 거창한 계획을 세운다. 이들은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릭 리지웨이에게 교육을 받고 차근차근 준비를 이어나간다. 1981년 딕은 유럽 최고봉 엘브루스(5,642m) 등정에 성공하지만 프랭크는 고소증세로 하차한다. 이후 남미 최고봉 아콩카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디만 이들은 탁월한 팀워크를 발휘하며 에베레스트를 올랐고, 1983년 남은 서미트를 해치우기로 결심한다. 그리하여 딕 배스는 인류 최초의 세븐 서미터가 되었고, 이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그뿐만 아니라 불가능한 꿈은 없다에는 세계적인 산악인들이 많이 등장하여 심금을 울린다.

 

#34 아름다운 인연의 고리

<아버지의 산> 릭 리지웨이, 선우중옥 옮김, 화산문화, 2002

1980년 가을 동티베트의 만야콘카에서 이본 취나드, 릭 리지웨이, 조나단 등 4명의 미국 산악인이 캠프1로 철수하던 도중 눈사태가 발생했다. 조나단은 릭의 품에 안겨 사망한다. 20여년이 지난 후에 릭은 죽은 친구의 딸과 악몽의 현장을 다시 찾는 여행을 떠나고, ‘아버지의 산은 이 여행에 대한 기록이다. 이 책에는 또한 이본 취나드의 인간적인 면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죽은 조나단의 딸 아시아는 아버지의 흔적을 좇아 민야콘가에 도착했고 아버지의 무덤을 찾는다. 하지만 파헤쳐지고 독수리가 흩트려놓은 아버지의 무덤을 담담히 마주하고, 성인이 된 그녀는 아버지의 무덤을 정리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35 사춘기 자녀와의 말 트기

<딸 그리고 함께 오르는 산> 제프리 노먼, 정영목 옮김, 청미래, 2001

제프리 노먼은 아웃도어 전문 칼럼니스트로 와이오밍의 명산 그랜드티턴(4,196m) 등반을 꿈꾼다. 이 책은 50대인 그가 10대의 딸과 함께 나선 고산등반을 하며 겪는 마음을 엮어낸 이야기다. 딸인 브룩의 나이가 15세 때 그랜드티턴을 함께 등반했고, 5년 후 199920세에 함께 아콩카과를 등반했다. 제프리와 브룩은 전문산악인은 아니었기에 등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엑섬이란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당대 내노라 하는 산악인들을 강사로 만나게 된다. 그는 딸과 함께 등반을 함께하며 가족 간의 사랑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36 클라이밍과 비즈니스의 화려한 이중주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른다> 슈테판 글로바츠·카이 페르지히, 유영미 옮김, 중앙M&B, 2001

슈테판 글로바츠가 카이 페르지히와 함께 쓴 이 책은 클라이밍 역시 비즈니스와 다를바 없다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고전적인 산서가 아닌 스포츠 클라이머의 세계를 담은 것이다. 글로바츠는 프로 클라이머로 1980년대 많은 대회에서 우승을 했고, 1993년 인스브루크 등반대회 우승을 끝으로 스포츠 클라이밍과 결별한다. 1990년대 후반 그는 그린란드를 탐험하고, 남극의 레너드타워를 초등한다. 스포츠로 관중을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의 등반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스폰서들과 방송매체로 인해 더 부담을 가져야 했다.

그는 사업가 페르지히를 만나 이책을 펼쳐냈는데, 글로바츠가 등반 경험을 이야기하면 다음 장에 페르지히의 마케팅 강의가 이어지는 형식이다. 이렇게 9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냈고, 이 책의 부제는 위대한 등반가에게 배우는 9가지 마케팅 원칙이 되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어찌보면 어쩔 수 없는 현실을 클라이밍으로 들여다 본 것이다.

 

#37 쿡쿡 웃으며 걷는 미국판 백두대간

<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홍은택 옮김, 동아일보사, 2002

미국의 3대 종주산행 코스인 태평양 서부연안 트레일(PCT, 4,264km), 로키 산맥 분수령 트레일(CDT, 4,980km), 그리고 애팔래치아 트레일(AT, 3,500km) 이 세 곳의 종주산행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을 브라이언 로빈슨은 1년 만에 완주한 것으로 유명하다. 빌 브라이슨은 이 중 애팔래치아 종주산행기를 책으로 엮어냈고, 이 책은 산에 관한 이야기이자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풀어낸다. 처음 종주산행을 결심했을 때부터 중도하차 하기 까지의 전 과정 동안 만난 모든 사람이 이 책의 주인공이 된다. 그는 1,392km 지점에서 도중 하차했지만, 그의 글은 뭇 독자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켰으니 실패한 산행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38 히말라야 거벽등반 불멸의 신화

<창가방 그 빛나는 벽> 피터 보드맨·조 태스커, 허긍열 옮김, 학문사, 1992

보드맨은 1975년 크리스 보닝턴이 이끈 에베레스트 남서벽 원정대 최연소 대원으로 참가했는데, 영광스러운 이 기회를 통해 그는 대규모 원정대가 본인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필생의 자일파티 조 태스커를 만났고, 둘은 최소 규모인 단둘만의 원정대로 히말라야 거벽을 공략하기로 한다. 그 첫 번째 대상지가 창가방 서벽이었고, 이 책은 그 모험의 기록이다. ‘히말라야의 정원이라 불릴만큼 아름다운 가르왈 히말 중에서도, 난다데비(7,816m)와 창가방, 두나기리(7,066m) 등이 병풍처럼 둘러싼 이곳은 최고의 트레킹 코스로 꼽힌다. 창가방이 있는 난다데비 성역은 1959년부터 군사문제로 출입이 통제되었다가 무려 15년 만인 1976년 해제되었고, 크리스 보닝턴은 해제 직후 창가방을 초등한다. 이 시점에 난다데비 원정대에서 딸 난다데비가 죽었고, 이 두 명은 그녀의 시신을 직접 산장한다. 이 책에는 이때의 비극의 상황들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이 책에 묘사된 그들의 등반기는 지극히 사실적인 나머지 고통스럽다. 눈이 부시도록 빛나는 가파른 화강암의 벽 창가방그 이야기가 사뭇 궁금하다.

 

#39 성직자보다 치열하게, 히피보다 자유롭게

<세비지 아레나> 조 태스커, 허긍열 옮김, 설악, 1996

열 명의 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난 조 태스커는 열다섯에 암벽등반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결국 그는 신학교를 중퇴하고 완전히 알프스에 빠져들었으며, 1970년부터 1973년에 걸쳐 당블랑슈 북벽, 아이거 북벽 등을 두루 섭렵한다. 이 때 자일파티 딕 렌쇼를 만나게 된다. 1974년 조는 아이거 북벽을 동계 등반으로 다시 시도하는데, 이 책은 이때부터 조가 1982년 에베레스트 북동릉 등반을 떠나기 전까지 이야기가 담겨있다. 결국 조는 에베레스트 원정에서 살아돌아오지 못해 세비지 아레나는 그의 유작이 되었다. 1975년 조와 딕은 단 둘이서 두나기리 등반을 시도해 성공하지만, 손가락에 심한 동상을 입은 딕은 한동안 산에 오르지 못했다. 조는 다시 자일 파티인 피터 보드맨을 만나 창가방 서벽 등반에 성공한다. 1978년 그는 크리스 보닝턴과 함께 K2원정에 나섰으나 악천후와 눈사태로 실패하고, 1980년 두 번째 도전에서도 실패하고 만다. 1979년 칸첸중가 등반은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으로 소규모 원정대로 등정에 성공한다. 그는 왜 극한까지 도전하는지, 등반의 가치는 위험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으며 이야기를 끝맺는다.

 

#40 언제나 첫 번째 하늘

<14번째 하늘에서> 예지 쿠쿠츠카, 김영도·김성진 옮김, 수문출판사, 1993

이 책은 예지 쿠쿠츠카의 유일한 저서이지만, 그가 사망한 후에 편집된 유고집의 형태로 일부 인터뷰 형태의 글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책의 출간전까지 쿠쿠츠카는 메스너와의 경쟁이나 그의 성품이 이기적이라는 온갖 악성루머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나면 그가 얼마나 인간적인 가를 알 수 있다. 동유럽의 후진국 폴란드 출신인 그는 가난한 환경에도 등반에 깊이 빠져들었다. 메스너와는 다른 알피니즘을 추구한 그는 아무도 시도한 적이 없는 루트로 초등자가 되고 싶어했다. 그가 오른 8000m급 봉우리 14개의 처절한 등반 과정이 이 책에 실려있다. 그 중에는 단독등반도 있었고, 동계초등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오른 시샤팡마 정상에서 본 하늘을 그는 ‘14번째 하늘이라 불렀고, 이틀 후 유명을 달리하며 이 책을 남겼다.

 

#41 스승의 강의록과 비망록

<등산 교실> 이용대,

<알피니즘, 도전의 역사> 이용대,

<등산상식사전> 이용대,

<그곳에 산이 있었다> 이용대,

<등산, 도전의 역사> 이용대

한글로 쓰인 최초의 세계등반사라 평가받는 이용대의 역저 알피니즘, 도전의 역사는 한국등산사에 기념비적인 출판이라고 손꼽힌다. 그는 5년 동안 세 권의 책을 출간했으며 여전히 왕성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나 이 책에서는 한국등반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봤고, 객관적인 기록과 이면의 이야기를 함께 엮어 재미를 잃지 않도록 했다. 그는 이어 등산상식사전이라는 방대한 자료를 엮어 용어 백과사전을 펼쳐내고, 산문집 그곳에 산이 있었다를 출간했다. 사실과 과거의 등반사, 기록이 아닌 그의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다. 대단하게만 보였던 저자가 현존하는 산악인, 후배들과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산 선배로 우리에게 한 발짝 다가왔음이다

 

 

 

책 속에서

#01_ 초판 서문

책을 내다 버릴 때 나의 기준은 극히 단순하다. 이 책을 다시 볼 것이냐 말 것이냐다. 제 아무리 세계적 평판을 얻은 저서들일지라도 다시 들춰볼 일이 없다면 한낱 진열품이요 지적 허영심의 표출에 지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서 두 번 이상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내다 버려도 그만이다. 좀 더 잔혹하게 말하자면, 두 번 이상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 번 읽을 가치도 없다. 나의 이 자의적이되 지극히 잔혹한 선별기준을 언제나 만족시켜주는 책은 오직 산서뿐이다.

 

#02_ 죽음과 맞서서 얻는 깨달음_ <죽음의 지대> 라인홀트 메스너 - 132p.

메스너는 티롤지방에 위치해 있는 커다란 고성(古城)에 산다. 어느 날 잠깐 앞마을에 외출을 갔다가 돌아온 메스너는 자기가 열쇠를 안 갖고 나온 채 문을 걸어 잠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보통사람이라면 당연히 열쇠수리공을 불렀겠지만 그는 세계 최강의 클라이머 메스너다. 그는 이까짓 성벽쯤이야 하는 생각에 맨손으로 클라이밍을 시작했다. 결과는? 성벽 중간쯤에서 얼토당토 않게 슬립을 먹어 떨어지는 바람에 발목에 금이 갔다! 농담이 아니다. 몇 년 전 국내신문의 해외토픽란에 가십처럼 실렸던 실화이다.

인류 최초로 8000m14봉을 모두 오르고 살아 돌아온 세계 최강의 클라이머가 자기 집 담을 넘다가 추락했다? 이 어이없는 에피소드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나는 가끔씩은 유쾌한 농담 혹은 즐거운 화두처럼 자기 집 담벼락 앞에 주저앉아 발목을 부여잡고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을 메스너를 떠올리며 웃음 짓는다.

 

#03_ 산악인과 세상 사이의 얼음벽_ <빙벽> 이노우에 야스시

- 142p.

그 서정성은 도시인의 내면세계 및 정서와 엄격하게 대()를 이루며, 그래서 이해받지 못한 자의 고독 혹은 천상천하유아독존을 연상케 하는 절대적 기개를 느끼게 한다. 산과 도시는 너무 다르다. 산악인과 도시인은 서로 다른 인종이다. 이 두 세계 사이에는 결코 화해할 수도 넘어설 수도 없는 벽이 존재한다. 그것이 <빙벽>이다.

- 149~150p.

고사카는 등산가다. 등산가인 그가 친구와 암벽을 오르면서 자살할 리가 없다. 그것은 산의 신성을 모독하는 행동인 것이다. 등산가는 산을 위해서는 생명을 내던지지만, 속세의 인간관계를 청산하려고 산에서 생명을 끊는 그런 짓은 결코 하지 않는다.

 

#04_ 길이면 가지 마라_ <알프스에서 카프카스로> 앨버트 머메리 154p.

알피니스트들은 다만 '산에 오르기 위해서' 산에 오른다.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말한다면 알피니즘이란 곧 '고도의 위험이 농축되어 있는 유희'이자 '무상의 행위' 인 것이다.

 

#05_ 그녀들이 선택한 삶과 죽음_ <자일 파티> 닛타 지로 193~194p.

자일 파티란 무서운 것이다. 두 존재를 맺어주고 있는 자일이란 우정을 넘어서 사랑이고 운명이며 불가사의한 교감이다. 도시코는 그 환청을 듣고 미사코의 죽음을 확신한다. 어렸을 때부터 '울지 않는 아이'로 불리웠던 도시코는 그 순간 넋을 잃고 울음을 터뜨린다. 그녀의 신랑은 도시코를 오해한다. 너무 행복에 겨워 우는 것이겠거니 넘겨짚고는 그녀를 달래려든다. 그러나 남편이 아니라 그 누구라해도 필생의 자일 파티를 떠나보내는 절망과 슬픔을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운틴 오디세이: 심산의 산악문학 탐사기>

심산

바다출판사, 2018

 

마운틴 오디세이 - 심산의 산악문학 탐사기
국내도서
저자 : 심산
출판 : 바다출판사 2018.03.15
상세보기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