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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추억의 책장 · 메모

누다심의 심리학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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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영웅의 심리학

 

모든 가족의 축복을 받으며 아기는 세상에 태어난다. 사람은 동물과 달리 태어난 다음 상당히 오랜 기간 부모가 보살펴주어야 한다. 동물은 어미가 돌보지 않아도 살 수 있거나, 보살핌이 필요한 기간이 길지 않다. 그러나 인간은 태어나서 오랫동안 누군가가 반드시 보살펴주어야 하는데, 원시시대에서 현대사회로 넘어올수록 그 기간이 점차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사람은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 바로 이 관계는 사람이 맨 처음 맺는 관계로, 이후의 인간관과 세계관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세상은 어떤 곳인지를 결정짓게 한다.

 

 

08 유토피아의 심리학

 

# 유토피아 : 토머스 모어가 1516년에 출판한 '국가의 최선 정체와 새로운 섬, 유토피아에 관하여'란 책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이 책에서 그는 생활에 만연해 있는 이기심을 없애는 유일한 치유책이 공산주의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 유토피아를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학생들은 시험과 공부가 없는 세상을 꿈꾼다. 하지만 어른들은 아무 걱정 없이 공부만 할 수 있었던 때가 좋았다면서 학창 시절을 그리워한다. 도시의 소음과 공해에 시달리며 사는 사람들은 조용한 전원생활을 꿈꾸지만 농촌에 사는 사람들은 교육과 문화의 혜택이 풍부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회사원들은 조금 더 편안한 직장이나 로또 당첨을 꿈꾼다. 하지만 실업자들이나 아직 취직을 못한 사람들은 하루 빨리 직업과 일을 갖기를 원한다.

노동자들은 적게 일하고 많이 받기를 원한다. 기업주는 많은 일을 시키고 적게 주기를 원한다.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기업주들은 오히려 일을 더 시키려고 한다.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이나 지역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 때만 되면 많은 후보자들이 현실의 많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자신들이 선출되기만 하면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한다. 마치 모두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유토피아(utopia)를 건설할 것 같은 공약들로 가득 차 있다.

사람들은 언제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그것을 극복하기를 원한다. 한편으로는 문제점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거나,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거나 유토피아를 꿈꾼다.

 

(중략)

 

유토피아라는 말은 그리스어의 '아니다(ou)'와 '장소(topos)'를 합성해서 만든 단어로, 그 의미는 '아무 데도 없는 곳(nowhere)'이다. 유토피아의 뜻을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꿈꾸는 세상, 모두가 만족하는 세상인 유토피아는 아무 데도 없다. 결국 유토피아를 추구했던 사람들은 처음부터 아무 데도 없는 곳을 찾아 헤맸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정말 더 나은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심리학 관점에서 보면 유토피아는 우리의 마음에 존재한다. 왜냐하면 끊임없이 부정적인 면을 보는 사람은 어느 곳에 가서도 불평을 하고, 언제나 긍정적인 면을 보는 사람은 어느 곳에 가서도 감사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더 나은 세상은 우리의 외적 조건이나 환경보다도 우리의 마음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마르크스에게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다면, 그는 이러한 논리는 억압자가 억압받는 자를 착취하기 위해 사용하는 대표적인 논리라고 반박할 것이다. 마르크스의 반박처럼 억압자들이 이 논리를 이용해 억압받는 자들을 계속 착취한다면 이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현실을 바꾸려는 실제적인 노력보다 현실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 자세가 달라져야 현실을 바꾸려는 의지를 올바르게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누다심의 심리학 블로그>

강현식 지음, 임익종 그림

살림출판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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