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는 글_아이스 브레이크 - 7p.

내가 좋은 놈일 땐 내가 가장 잘 안다.
내가 나쁜 놈일 때도 그걸 안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내가 나를 제일 모른다.
그래서, 나는 어쩌면 나쁘다.
이미 지은 죄가 많아 훌륭한 사람이 되기란 글렀을지 모른다.
하지만 제 몸에 난 뿔도 모르는 괴물이 되고 싶지는 않다.
적어도 알고는 싶다.

 

# 프로레슬링과 뮤지컬 - 39p.

나는 프로레슬링과 뮤지컬을 정말 사랑한다.

하지만 동시에 웃기기도 하다.

진지한 대화 도중 갑자기 노래와 춤을 선보이는 것과

상대방의 공격을 기다리는 것은 우습잖아!

하지만 우습다고 후진 것은 아니며 진지한 것만 멋진 것은 아니다.

나는 비웃는 동시에 사랑한다.


사랑과 조소는 가분의 개념이 아니다.



# 불쾌 매크로 - 87p.

듣는 순간 기분 나쁜 말.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



# 상처와 카리스마 - 101p.

사람들이 당신을 겁내는 건

당신에게 대단한 카리스마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당신은 그냥 쉽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상처받게 될 나를 겁내는 것이지,

당신을 겁내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에게 대단한 카리스마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 입맛 - 122p.

드라마나 영화에서 맘고생하는 사람들 헬쓱해 보이게 하는 거 그만해라.

일 꼬이고 우울할 때마다 살이 얼마나 찌는데.

입맛이 얼마나 좋아지는데.

새벽에 얼마나 처먹는데.

처먹고 후회하고 또 처먹고 그 와중에 치킨 시키는 내가 싫고 그게 맘고생인데.



# 취향 - 138.

나는 가끔 내 취향까지 허락 맡으려 하는 것 같다.



# 진드기 - 146~147p.

기르던 고양이가 귀를 자꾸 긁기에 데리고 동물병원에 간 일이 있었다.

귀에 진드기가 잔뜩이었다. 뿐만 아니라 겸사겸사 접종을 하러 간 아기 고양이들에게도 옮아 있었다.

검이경으로 귓속을 보여주던 의사선생님이 애들이 이 모양이 됐는데 이제 찾아오면 어떡하냐고 버력버력 화를 냈다.


나는 의사선생님에게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다.

치료만 해줬을 뿐, 아이들에게는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고 의사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나는 가끔 내가 상처 준 사람보다 가장 화나 있는 사람에게 사과하는 것 같다.



# 미워하지 마 왜 미워해  - 166p.

난 내가 미워하는 사람에게조차 미움받기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유병재 농담집, 블랙코미디>

유병재

비채, 2017


블랙코미디
국내도서
저자 : 유병재
출판 : 도서출판비채 201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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