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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추억의 책장 · 메모

그건, 사랑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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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나면 항상 그 책에서 담아두고 싶은 글귀들을 정리해두곤 하는데 (포스팅에도 활용하고)
이번 책은 담고 싶은 글귀가 정말이지 너무 많아서 모서리를 몇 장이 멀다하고 접어두었다.
결국은 추리고 추리다 아직도 감동이 살아있는 부분만 먼저 정리했다.



난 내가 마음에 들어

두 얼굴의 한비야

"나는 배우니까 현장에서도 카메라 앞에서만은 배우여야 해요.
  여기 참혹한 학살의 현장에서도 하얀 원피스를 입을 거예요.
  하얀 옷이 비참한 현장과 극적인 대비가 될뿐더러 내 얼굴이 훨씬 예쁘게 나오니까."
뜨끔했다. 역시 마마다운 이야기다.
"비야씨한테 하얀 원피스를 입으라는 건 아니죠. 그러나 이제 자기도 두 얼굴이 있어야 해요.
  현장에서 도와줄 때의 얼굴과 현장 밖에서 도와달라고 할 때의 얼굴 말이죠.
  두 번째 얼굴은 매력적일수록 좋아요. 여성의 매력을 그런 데 쓰는 건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비야 씨는 이미 충분히 여자답고 매력적인데도 의도적으로 그걸 감추는 것 같아요.
  나는 그게 늘 안타까워요. 조금만 멋을 부리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날개를 발견한 순간

흔들리며 크는 우리들

    그러니 여러분도 지금 이 순간 망설이고 흔들린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기를 바란다. 무엇보다도 그 방향으로 첫걸음을 떼었느냐가 중요하다. 최종 목적지가 부산이라면 한 번에 부산행 기차를 타는게 제일 좋겠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다. 내 말은 부산이 목적지라면 적어도 마산이나 진주로 내려가는 남쪽 방향을 잡아야지, 평양이나 신의주로 가는 북쪽 방향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게다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방법만도 수십 가지다. 비행기도 있고 KTX도 있고, 승용차도 있고 자전거도 있고 트랙터도 있다. 하다못해 걸어서라도 갈 수 있는 것 아닌가? 가는 방법이야 가지가지겠지만 질러가든 돌아가든 여러분의 인생 표지판에 부산이라는 최종 목적지가 늘 보이기만 하면 되는 거다. 방금 본 이정표에 대전이라고 씌어 있어도 괜찮다. 목포라고 씌어 있어도 놀라지 마시길. 여러분은 잘 가고 있는 거다. 적어도 남행선 상에 있는 거니까. 방향이 정해졌다면 가는 길은 아무리 흔들려도 상관없다. 아니, 흔들릴수록 좋다. 비행기 타고 한 번에 가는 사람에 비해 훨씬 좋은 구경, 신기한 구경을 많이 할 테니까.
    스물아홉 살에 비틀거리는 자신이 싫다고 했는가? 나는 지금도 비틀거린다. 비틀거리지 않는 젊음은 젊음도 아니다. 그것이 바로 성장통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비틀거린다고 자책하지 마시길. 누구나 흔들리고 비틀거리면서 큰다. 당신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중략)
    당신은 방금 지나간 기회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아니라고 확신한다. 당신이 지금 막차를 놓쳤다고 그게 마지막이 아니란 말이다.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기다려라. 어두운 밤이 지나가고 나면 다음 날 새벽 첫차가 온다. 이제 이십대. 일생을 하루 24시간으로 보면 이십대는 인생의 새벽이다. 새벽에 오는 막차도 있다던가. 이십대인 당신에게 시간과 기회는 충분히 있다.


두드려라, 열릴 때까지

    혹시 당신도 내 친구처럼 인생의 오르막길이 힘겨워 그만둘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는가? 내 경험상, 안간힘을 쓰며 붙들고 있떤 끝을 '나, 이제 그만 할래'하고 놓아버리면 그 순간은 고통에서 해방되는 것 같지만 곧이어 찾아오는 '포기의 고통'은 더욱 깊고 오래갔다. 어쩌면 그 어려움이 마지막 고비였을지도 모르는데, 그것만 넘었으면 문이 열렸을지 모르는데, 하면서 후회막심이었다. 돌이킬 수 없기에 그 후회는 더 뼈아프다. 그러니 젖 먹던 힘까지 내서 한 발짝만 더 가보는 거다. 이제 정말 그만 하고 싶을 때 한번만 더 해보는 거다. 딱 한 번만 더 두드려보는 거다. 집주인이 문 뒤에서 빗장을 열려던 참인데 포기하고 돌아선다면 너무나 아까운 일 아닌가. 그러니 내가 이렇게 말할 수밖에.
"두드려라, 열릴 때까지!"

 

푯대를 놓치지 않는 법
 
길을 묻는 젊은이에게
 
    혹자는 말한다.
"꿈을 꾸어본들 무슨 소용인가요?
  어차피 이루어질 가능성도 없는데 괜히 마음만 부푸는 꼴이잖아요.
  그저 현실에 충실하는 게 최고 아닌가요?"
    그 마음 잘 알겠다. 그런데 이 말을 듣는 내 마음이 불편하다. 지금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무슨 엄청난 꿈을 꾸기에 그게 절대로 안된다고 확신하는가? 도대체 그게 무엇인가 말이다. 백번을 양보해서 그것이 현실 불가능한 일이라고 해도 단 한 번도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어보지 않은 청춘, 그 청춘은 청춘도 아니다. 허무맹랑하고 황당무계해 보이는 꿈이라도 가슴 가득 품고 설레어보아야 청춘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것이야말로 젊음의 특권이 아니겠는가?
    지금도 나는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있다. 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렇다. 현실적인 꿈만 꾸자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바보, 멍청이, 미련 곰탱이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굶주리는 아이가 없는 세상, 모두가 공평한 기회를 갖는 세상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 세상이 올까? 청춘과 인생을 바치고 목숨까지 바친다고 한들 그런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이건 한마디로 이룰 수 없는 꿈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도 이 꿈을 가슴에 가득 안고 바보들의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룰 수는 없을지언정 차마 포기할 수 없는 꿈이기 때문이다. 아니, 포기해서는 안 되는 꿈이기 때문이다.

맺을 수 없는 사랑을 하고
견딜 수 없는 아픔을 견디며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자.

    언제나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돈키호테>의 내용이다. 대단히 비현실적이고 비이성적인 말이지만 나는 이것이 젊음의 실체라고 생각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도전, 무모하리만치 크고 높은 꿈 그리고 거기에 온몸을 던져 불사르는 뜨거운 열정이 바로 젊음의 본질이자 특권이다. 이 눈부신 젊음의 특권을 그냥 놓아버리겠다는 말인가, 여러분.


한비야가 권하는 24권의 책

[종교/영성 분야]-------------------------
01. 단순한 기쁨, 피에르 신부 저
02. 진리의 말씀 법구경, 법정 역
03. 청바지를 입은 부처, 수미 런던 편
04. 이슬람교, 발터 M. 바이스 저
05. 침묵으로 말씀하시는 하나님, 피트 그리그 저
06. 의식혁명, 데이비드 호킨스 저

[구호/개발 분야]-------------------------
07.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저
08. 빈곤의 종말, 제프리 삭스 저
09. 세계에서 빈곤을 없애는 30가지 방법, 다나카 유 외 저
10. 개발 협력을 위한 한국의 이니셔티브, 권해룡 저
11.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루츠 판 다이크 저
12.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무하마드 유누스 저

[교양서]---------------------------------
13.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저
14.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2, 이덕일 저
15. 책만 보는 바보, 안소영 저
16.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저
17. 오래된 미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저
18. 살아 있음이 행복해지는 희망 편지, 김선규 외 저

[고   전]---------------------------------
19. 행복의 정복, 버트런드 러셀 저, 사회평론
20. 데미안, 헤르만 헤세 저
21.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저
22. 열하일기 상-하, 박지원 저, 그린비
23. 황진이, 홍석중 저
24.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루쉰 저

[보너스]---------------------------------
25.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있었다 - 꼭 읽어야 할 한국의 명시 100, 신경림 편저



<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에세이
푸른숲,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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