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암묵지/추억의 책장 · 메모

총각네 야채가게

반응형

[사진출처 : YES24]

당신의 마음과 춤을 춰라
■ 기본으로 돌아가자

이영석은 가락시장에 가기 위해 여느 때처럼 새벽 2시에 눈을 떴다. 그런데 웬걸, 몸이 움직이지 않는 거였다. 그는 가만히 누운 채 손가락과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일어나야지.' '시장에 가야지.' 하지만 이런 생각도 머릿속을 맴돌기만 할 뿐 좀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마치 물먹은 솜처럼 온몸이 무겁고 뼈 마디마디가 쑤셔왔다.
자명종 소리는 저 먼 곳에서 시작된 소리처럼 아련하기만 했다. 손을 뻗어 자명종을 끄려 했으나 팔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등을 대고 누운 방바닥이 한없이 아래로 꺼져 내려가는 것만 같았다. 눈꺼풀은 자꾸만 감기려 했고, 자신을 덮은 이불이 그처럼 포근할 수가 없었다. (중략)
이영석은 다시 이를 악물었다. 천근 무게의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조금씩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40분. 평소보다 40분이나 늦게 일어났다. 이영석은 부랴부랴 오토바이를 타고 가락시장으로 나갔다.
그리고 구매가 끝난 그 날 오전, 이영석은 이발소를 찾았다. 장사를 시작한 지 10여 년. 세 번째 삭발을 마음먹었다.

매일매일 뜨겁게
■ 혼자뛰는 게임은 재미없다

를 고를 때는 가로로 잘라봐서는 안 된다. 어느 부위에 바람이 들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를 가를 때는 세로로 잘라야 한다.
마늘은 쪽이 굵을수록 좋지만, 마늘에 매달린 두 대가 얼마나 잘 건조되었는지도 살펴야 한다. 두 대가 잘 건조되어 있을수록 썩지도 않고 오래가기 때문이다. 배추는 끝이 오므러져 있으면 좋지 않다. 해바라기처럼 끝이 벌어져야 하고 손으로 들어봤을 때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도 안 된다. 잎이 흐느적거리는 건 물을 많이 먹은 것이므로 피해야 한다. 또한 속을 갈라 보았을 때, 배추 뿌리 부분에서 올라온 쫑이 짧아야 한다.
양파를 고를 때는 끝이 뾰족한 수놈은 피해야 한다. 둥글둥글한 암놈이 맛이 좋다. 특히 양파는 같은 망에 들어 있는 것들의 크기가 일정해야 한다. ... ...

야채를 고르는 방법을 설명한 이영석은 그 다음 좋은 과일을 고르는 방법을 차례차례 설명해 나간다.
수박의 껍질 부분이 색깔이 연하고 거칠면 토양이 좋지 못한 지역에서 올라온 것이다. 특히 수박도 왁스 처리를 많이 하기 대문에 표면이 유난히 반짝거리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수박을 갈랐을 때는 가운데 과육을 맛보지 말고 껍질과 가까운 부분을 맛보아 전체적인 맛의 평균을 내야 한다. 과육의 색깔은 선분홍색이 제일 좋다.
토마토는 꼭지가 마르지 않은 걸로 사되 손에 쥐어서 단단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도 익지 않는다. 바나나는 끝에 검은 반점이 있는 게 좋은 것이고, 참외는 색깔이 짙어야 좋다. ... ...

다음으로 이영석은 생선 고르는 법을 설명한다.
고등어를 고를 때는 배를 손으로 만져봐서 단단한 게 좋다. 특히 배에 반점이 있는 건 좋지 않다. 맛이 없기 때문이다. 자반고등어의 국내산과 수입산을 구분하려면 무늬를 살피면 되는데 줄무늬가 있는 것은 수입산이다. 대구를 고를 때는 눈알이 튀어나왔는지를 봐야 한다. 눈알이 함몰되어 있는 건 싱싱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손으로 만져 봐서 끈적끈적한 흰 액체가 묻어나야 좋은 것이다. 멸치는 손으로 만져 봐서 딱딱하고 잘 마른 게 좋다. 그리고 먹었을 때 짠맛이 나면 안 된다. 특히 멸치는 몸에서 노란빛을 띠는 게 맛이 좋다. ... ...


싱싱생생~ 에너지가 폭발한다

우리는 가슴속에 열정이 있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표출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 뜨겁고 싱싱한 에너지가 솟구쳐 올라도 어떤 방식으로 해소해야 하는지 모를 경우가 종종 있다.
총각네 야채가게 직원들은 장사를 통해 자신의 젊음을 표출한다. 단지 물건을 사고파는 일이라면 불가능하다. 그들이 파는 것은 상품이 아니라 즐거움이다. 그들은 진정한 장사의 마니아다. 한마디로 장사에 미친 사람들이다.
나는 내 일에 한 번이라도 미쳐 본 적이 있는가, 자문해 본다. 내가 좋아서 미치고 내가 좋아서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던 경우가 있었는가, 돌아본다. 더 깊이 들어가 내 안에는 열정이 있는가, 돌아본다. 비록 나이를 먹었다 해도 열정이 있다면 영원한 청춘이나 다름없으며, 아무리 젊다 해도 열정이 없다면 늙은이와 다름없다.


<총각네 야채가게>
김영한, 이영석 지음
거름, 2003

---------------------------------------

책을 읽고나서 '총각네 야채가게 이영석'으로 구글링을 해보니
총각네 야채가게 홈페이지(http://www.chonggakne.com/)가 눈에 들어왔다.

2003년 책이 출간된 지 5-6년 새
현재 전국에 33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고, 조직도를 보니 성남공장에 R&D센터까지 갖춰진..
'(주)자연의 모든것' 이란 프렌차이즈 기업이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대표인사말에는 야채장사 이영석의 행복한 꿈이 적혀있었다.

[사진출처 : 총각네 야채가게 홈페이지(http://www.chonggakne.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