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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수기 [手記]

[Travie JAN 2019] 바람의 섬, 펑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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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트래비 2019 01월호 (Vol. 323)

http://www.travi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701



귓가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  

파도 소리 위로 맑은 하늘 품은 바다 빛,  

맑은 하늘 품은 바다를 가르는, 바람의 섬 펑후. 

아름답다!


바닷길이 열렸다.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베이랴오 쿠에이비샨 지질공원에 사람들의 환호성이 가득하다

 


펑후Pescadores Islands, 澎湖


타이완섬 서부의 타이완 해협에 위치한 펑후는 64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다. 이 중 사람이 사는 섬은 10개 정도, 세계적으로도 아름다운 바다와 모래사장 그리고 독특한 현무암 지질 경관이 자랑이다. 산호와 현무암을 재료로 축조한 전통 건축물들은 타이완 본섬과는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굴, 게, 인삼과 선인장 아이스크림, 말린 한치, 검은 설탕으로 만든 헤이당 떡 등 먹을거리 특산물도 풍부하다. 타이완 최고의 휴양지이자 여름 성수기에는 현지인이 많이 찾는 사랑 받는 관광지로 특히 펑후 불꽃축제가 유명하다. 한국 관광객들에게는 ‘타이완의 제주도’라는 애칭으로 알려져 있다. 


Navigator 

타이베이 송산 공항에서 국내선을 타면 펑후 마공(馬公) 공항까지 50분이 소요된다. 타이중(臺中), 자이(嘉義), 타이난(臺南), 가오슝(高雄)에서도 국내선이 연결되어 있으며, 자이, 가오슝에서는 배편도 있다. 


간조 때 바다가 갈라지자 바닷길 위에 올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관광객들



● 모두를 웃게 하는 기적


펑후에 도착해 가장 먼저 베이랴오(Beiliao) 쿠에이비샨 지질 공원(奎壁山摩西分海)으로 향했다. 바다에서 조수가 빠져나가 해수면이 가장 낮아지는 간조 시간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쿠에이비샨은 간조 때마다 섬으로 가는 바닷길이 열리면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만조 때 밀물이 들어오면 물속에 잠기고, 썰물 때 물이 빠지면서 S자 모양으로 현무암 돌들이 드러나며 섬까지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생기는데, 계절에 따라 매일 간조 시간이 다르니 펑후 관광 홈페이지에서 미리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갈라진 바닷길, 검은 자갈들이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었다



홍해를 갈랐던 ‘모세의 기적’의 한국판이 ‘신비의 바닷길’로 유명한 제부도와 보령의 무창포 해수욕장이라면, 타이완판 신비의 바닷길은 바로 쿠에이비샨 지질공원이다. 이름에 유래가 있다. 멀리서 베이랴오 해변을 바라보면 바다거북 모양의 산이 떠올라서 ‘거북 벽산(Gueibishan)’이라고 부르다가, 후에 발음 그대로 쿠에이비샨(Kueibishan)이 이름으로 굳어졌다.


자갈을 만지며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한 때


바닷가 공원에 들어서니 상쾌한 공기가 반겨 준다. 계절이 가을로 접어든 데다, 바닷바람까지 솔솔 불어오니 들이키는 공기가 가슴속까지 신선하게 만드는 기분이다. 해변의 짠 내음을 좇아 바닷가 어귀에 이르렀다. 바다가 갈라지는 신기한 광경을 기다리며 인파에 섞여 초초하게 바다를 응시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여기저기서 탄성이 울려 퍼지며 가장 먼저 빨간 옷을 입은 젊은이 하나가 바닷길을 향해 내달린다. 그 뒤를 이어 관광객들이 줄줄이 자태를 드러낸 바닷가 자갈길 위로 올라섰다. 나도 따라 바다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맑은 물 아래 숨어 있던 검은 자갈의 감촉이 다소 거칠었다. ‘기적’ 치고는 다소 밋밋한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잠시.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했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혹은 멀리서 찾아온 친구들과 함께. 다시 오지 않을 오늘. 그 순간을 오롯이 즐기고 있었다.


펑후 관광 홈페이지

www.penghu-nsa.gov.tw



바다를 굽어보고 있는 다궈예 주상절리. 나도 모르게 ‘바위가 참 잘생겼다’는 말을 연신 내뱉게 된다



● 자연이 준 잘생긴 선물들


펑후 곳곳에는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현무암 주상절리와 해식동굴이 많고, 섬 동쪽에는 펑후 현무암 자연보호구가 지정되어 있다. 다궈예 주상절리(Daguoye Columnar Basalt, 大菓葉柱狀玄武岩)는 용암이 흘러나와 바닷물과 만나면서 빠른 속도로 식고 수축되어 육각형 모양으로 굳어진 현무암 절벽이다. 병풍처럼 서 있는 육각형 돌기둥들 앞쪽으로 움푹 팬 웅덩이가 있는데, 거기 고인 물에 거꾸로 비친 기둥 모양의 현무암은 펑후의 유명한 경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잘생긴 바위를 보고 있자니 감탄이 절로 나오고, 동시에 조건반사처럼 클라이밍을 하고 싶은 호기심이 발동했다. 가까이 다가가 바위 살결을 만져 보니 푸석푸석하고 잘 부서져 오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오름짓을 갈망하는 클라이머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이다.



해양목장에서 여유롭게 바다낚시를 즐기는 관광객들



● 굴 사냥에 나서 볼까


부두에서 통통배를 타고 20~30분가량 달려 바다 한가운데 위치한 바다 목장, 성광해양목장(Starlight Marine Farm, 星光海洋牧場)에 도착했다. 나름 자유롭게 바다에 풀어 놓았다지만 도망을 갈 수 없게 울타리를 만들어 놓은 양식장인 셈인데, 초보들도 낚싯바늘 없는 낚싯대로 고기를 낚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먹이용 토막 생선을 낚싯줄에 묶어 물에 내리는데, 똑똑한 녀석들은 생선만 쏙 빼먹고 달아난다. 물 밖에 나오면 먹물을 뿜어내는 귀한 몸의 ‘갑오징어’. 뽀로로를 닮은 귀염둥이라고 칭찬을 했더니 심통이 모드로 돌변한 ‘복어’. 에일리언을 닮은 ‘투구게’ 등 각종 해양 생물을 직접 보고 만져 볼 수 있어 아이들의 체험학습으로도 제격이고, 어른들의 유흥거리로도 이만한 게 없다.


뽀로로를 닮은 귀염둥이라고 칭찬했더니 심통이 모드로 돌변한 ‘복어’



낚시 후 헛헛한 배는 뭍으로 돌아가 굴 구이로 채운다. 1인 500NTD의 가격으로 양식장 낚시 체험과 무제한 굴 구이를 모두 즐길 수 있다. 함께 운영하고 있는 굴 양식장에서 상품가치가 있는 큰 굴들은 팔고, 다소 작은 굴들은 이곳에서 무제한으로 제공하는데, 맛있는 죽을 곁들여 먹을 수 있다. 까도 까도 끝이 없는 굴의 늪. 먹어도 먹어도 계속 들어간다. 굴로 가득한 바구니 4개째를 비워 갈 무렵, 슬슬 질려서 못 먹겠다. 한국에서 초장만 챙겨 왔으면 바구니 열 개도 문제없었을 텐데…. 쩝, 아쉽다.


무제한 제공되는 굴 구이. 쌓여 있는 바구니에 양껏 가져다 먹으면 된다



▶ 나만 알고 싶은 펑후 맛집 

타이완 가정식 전문점 

화채간


제발 유명해지지 말았으면 싶은 인생 맛집을 만났다. 화채간(Cauliflower Old Memory, 花菜干人文懷舊餐館)이 바로 그런 곳이다. 부디 다음에 펑후를 찾았을 때 화채간에서 밥을 먹으려고 줄을 길게 서거나, 예약을 하지 못해서 후회하는 일이 없어야 할 텐데. 


 엄마 손맛으로 채워진 화채간의 한 상차림



펑후에서 단 한 끼밖에 먹을 수 없다면 망설임 없이 화채간을 추천하겠다.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맛집이다. 엄마 손맛이 가득 담긴 타이완 가정식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빈티지한 인테리어에 어울리는 복고풍 가정식 백반을 선보인다. 순백의 하얀 자태를 뽐내며 간간한 매력을 선보이는 콜리플라워 볶음부터 엄마 손맛 계란부침. 깐풍 소스 연상되는 달큰한 간장조림 고기볶음에 한국 반찬인가 의심스러울 만큼 익숙한 맛의 생선 조림. 풍성하게 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들에 이내 입꼬리가 올라갔다. 불굴의 의지로 이어오던 식단 관리, 체중 관리가 중요할 쏘냐. 맛있으면 0칼로리라고 주장하며 게 눈 감추듯 접시를 깨끗이 비웠다. 


오픈: 11:00~21:00(브레이크 타임 14:00~17:00) 

전화: +886 6 921 3695  


 


글·사진 차승준  에디터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타이완관광청 www.putongtaiwa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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