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직장에서 함께 사내 기자로 활동하던 후배가 있었다. 유독 예의가 바르고, 누구에게나 배려심이 넘치던 그의 글 역시 예의가 바른 글이었다. 늘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글을 쓰던 후배는 틈틈이 페이스북에 본인의 생각을 담은 글들을 남겼다. 다른 회사로 이직한 이후에는 페이스북이 그의 글을 읽던 유일한 창구였다. 짧은 글과 사진이 대세인 시대의 SNS에 걸맞지 않게 긴 글들이었지만 대부분은 놓치지 않고 읽었다. 그런 그 후배가 그간의 글들을 엮어 책을 냈다. 


후배의 글에는 깊은 생각이 묻어있었다. 5년여의 짧은 사회생활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훨씬 성숙했다. 나 또한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진 않았지만 직업과 취미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며 항상 무언가를 쓴다. 대부분은 여행의 기록을 사진과 함께 남기는 글들인데, 보통은 길 위에서의 감정들을 최대한 솔직하게 담아내려 노력했다. 사실을 기반으로 한 글쓰기보다 감정을 전달하는 글쓰기가 늘 어려웠다. 그런데 후배는 그 어려운 이야기들을 엮어 산문집을 출간했다. 글을 읽고 책장을 덮으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제는 후배라는 호칭보다는 작가라 불려야 마땅하다.


<명함을 정리하며>의 출간은 서 작가의 글과 책 여정의 첫걸음일 것이다. 

첫 책을 출간한 설렘을 늘 간직하길. 앞으로도 서인석 작가의 여정을 늘 응원합니다 :)




# 명함을 정리하며 - 17~18p.


명함에 이름을 넣기 위한 노력들이 모여서 지금의 사회를 굴린다. 명함은 쉽게 찍어지지만 그 명함에 이름을 넣는 과정은 어렵고 어둡고 막막하다. 뭘 잘해야, 혹은 뭘 잘못해야 명함에 이름을 올릴 조건이 되는지 세상은 아직 청년들에게 답을 주지 않는다. (중략)

불합리와 불공평이 만연한 것을 잘 앎에도 청년들은 다시 책상 앞에 앉는다. 또 밖으로 달린다. 세상의 틈바구니에 끼어서 어떤 고생을 할지 몰라서가 아니다. 그저 세상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그들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들의 노력을 행사할 뿐이다. 평범한 이들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명함에 이름을 넣는 일은, 평범한 일이지만 평범하게라도 그들의 삶을 꾸려갈 수 있는 방법이다.



# 글 냄새 - 37~38p.


정리되지 않은 구석 책꽂이에서 이 냄새는 더 짙었는데, 오래된 책들의 냄새였다. 잉크와 종이가 만나면 그 특유의 냄새가 난다.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향기라고 부르지만, 굳이 이 냄새를 향수로 만들어 뿌리지 않는 것을 보면 향기라는 범주에 넣기에는 민망하다. 이 냄새는 책이 낡으면 낡을수록 짙어진다. (중략)

책의 오래됨과 양이 누적되면 냄새는 더욱 강해진다. 문자가 쌓이면 쌓일수록 짙은 냄새를 내는 것이다.



# 꼰대 1 - 93~94p.


머리를 노랗게, 주황색으로, 회색으로, 금색으로, 보라색으로, 분홍색으로 물들인 이후, 개인적으로는 꼰대 구분법이 상당히 쉬워졌다.

틀과 규칙이 없어도 되는 곳에 틀과 규칙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꼰대가 되기 위한 제1원칙이지만 이것만으로는 꼰대를 완벽히 정의할 수 없다. 물론 꼰대 정의의 가장 중요한 마지막 결정적 정체성은 바로 "하지만 나는 꼰대일리가 없지"라는 굳건한 믿음이다.



# 혁명가 - 157p.


내가 쌓는 가치와 당신이 쌓는 가치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내가 하는 생각과 당신이 하는 생각이 똑같을 수 없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당신들의 혁명은 그 이해에서 출발해야 더 많은 사람들을 혁명으로 품을 수 있다고 감히 단정지어 말한다. 혁명은 징징거림이 아니라 이해에서 출발한다. 위대한 혁명가들은 그랬다. 여러분들이 '프로불편러'로 남을지 위대한 혁명가로 남을지는 그 작은 차이에서 갈릴 것이라고 감히 단정지어 말한다.



# 담배 - 186p.


흡연자들조차도 어린 제 자식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려하지 않는다. 대학시절 자취하던 흡연자 친구도 담배는 꼭 집 밖에서 피우곤 했다. "왜 굳이?" 라고 물어보면 그 친구의 답은 "담배냄새 나잖아" 였다. 안 피우면 안 난다.



# Epilogue - 202p.


직업으로 삼지는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늘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단지 글 쓰는 게 재밌어서, 그리고 가진 생각을 글로 정리하여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게 좋아서 그랬습니다. 쓰다 보니 더 잘 쓰고 싶어졌습니다. 한두 번 글로 칭찬을 받아보니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명함을 정리하며>

서인석 산문

BOOKK, 2018





# 독서, 공부, 글쓰기 - 17~18p.


먼저, 공부가 뭘까요? '인간과 사회와 생명과 우주를 이해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는 작업'입니다. (중략)

독서는 공부하는 여러 방법 중에서 효과가 특별히 빠르고 확실한 방법입니다. 책에는 글쓴이가 파악한 인간과 세계의 본질, 그 사람이 찾은 삶의 의미와 살아가면서 느낀 감정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책에서 글쓴이의 생각과 감정을 읽고 이해하며, 공감을 느끼거나 반박하고 싶은 욕구를 느낍니다.

자기 자신과 세상과 우주에 대해서 무엇인가 새로 알게 되거나, 삶에 대해서 특별한 의미를 발견하거나 어떤 강력한 감정에 사로잡히는 경우, 우리는 그 모든 것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느낍니다. 글쓰기는 '생각과 감정을 문자로 표현하는 행위' 입니다. 감정은 쉼없이 생겼다 스러지고, 생각은 잠시도 그대로 머물지 않습니다. 글로 적어 붙잡아두지 않으면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됩니다. 언어는 단순히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 아닙니다. 무엇인가 생각하고 느끼려면 언어를 알아야 합니다. 말과 글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무엇인지 스스로 정확하게 인지하지도 못하니까요. 감정과 생각은 언어로 표현해야 비로소 내 것이 될 수 있어요.

공부는 결국 독서와 글쓰기를 이어나가는 과정입니다. 물론 독서와 글쓰기가 공부의 전부라는 건 아니에요. 직접 경험이나 영화 같은 다른 미디어를 통해서도 우리는 무엇인가 배우고 깨닫고 느낍니다. 문자뿐만 아니라 그림, 영화, 노래를 비롯해 다른 방법으로도 생각과 감정을 표현합니다. 그렇지만 공부 방법으로 따지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보다 나은 게 없어요.



# 어휘: 건축자재가 없으면 집도 없다 - 80~84p.


인지혁명의 핵심은 언어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생각이나 감정이 먼저고 언어는 그것을 표현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언어는 단순한 수단이 아닙니다.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전제조건이 기도 합니다. 언어가 없으면 생각 자체를 할 수가 없어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스스로 인지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감정을 느끼는 데도 언어가 필요합니다. 분노, 사랑, 연민, 복수심, 어떤 것이든 마음속에 어떤 감정이 일어날 때 그게 뭔지 인지하려면 그 감정을 나타내는 말을 알아야 하니까요.

자기의 생각과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해야 글로 그것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먼저 그 생각과 감정을 나타내는 어휘를 알아야 합니다. 글을 잘 쓰고 싶어서 문장 공부를 하는 분들이 흔히 있는데, 구사할 수 있는 어휘가 빈약하면 아무리 문장 공부를 해도 글이 늘지 않습니다. 사용할 수 있는 어휘의 양을 늘리는 것이 글쓰기의 기본이에요. 아무리 멋진 조감도와 설계도가 있어도 건축자재가 없으면 집을 지을 수 없는 것처럼, 어휘가 부족하면 생각과 감정을 글로 쓸 수 없어요. 그래서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먼저 어휘를 늘리라고 권하는 겁니다. 

구사할 수 있는 어휘의 양이 생각의 폭과 감정의 깊이를 결정합니다. 자기 자신과 인간과 사회와 역사와 생명과 자연과 우주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좌우합니다. (중략)


어휘를 늘리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 독서입니다. 글쓰기를 주제로 한 모든 강연에서 저는 이것을 강조합니다. 『토지』, 『자유론』, 『코스모스』, 『사피엔스』, 『시민의 불복종』 처럼 풍부하고 정확한 어휘와 명확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구사한 책을 다섯번 열번 반복해서 즐기며 읽는 거예요. 읽고 잊고, 다시 읽고 잊고, 또 읽고 잊어버리고, 그렇게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끝없이 집을 지을 수 있는 건축자재를 끌어모으게 됩니다.



# Q) 위로가 중요한 화두인 시대이고, 책에서 위로를 찾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잘 위로할 수 있을까요? - 131p.


야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진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너무 자주 위로받으려고 하지 마십시오. 함부로 남을 위로하려고 하지도 마시고요. 삶은 원래 고독한 것이고, 외로움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감정입니다. 견딜 만큼 견뎌보고, 도저히 혼자서 못 견뎌낼 때 위로를 구하는게 좋은데, 요즘은 다들 위로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어요. 저는 그런 게 좀 못마땅합니다. 청년단체 같은 데서 강연 요청하면 꼭 '힘들게 사는 청년들에게 위로가 되는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러거든요. 그러면 저는 '죄송합니다. 강연 못 합니다' 그래요. 남에게 위로를 구하기보다는 책과 더불어 스스로 위로하는 능력을 기르는 쪽이 낫다고 저는 믿습니다.



# Q) 독서와 글쓰기 외에도 추천하고 싶은 공부법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 148~149p.


경험은 가장 원초적인 공부법입니다. 원래 사람은 오감으로 체험하는 것을 확실하게 배웁니다. 체험보다 강력하고 효과 있는 공부 방법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인생이 너무 짧고 세상은 너무 많은 얼굴이 있기에, 모든 것을 체험으로 공부할 수가 없을 뿐입니다. 그래서 간접 체험으로 배우는 것이죠. 독서가 제일 보편적인 간접 체험 방법입니다. (중략)

고령의 시민들이 북한을 미워하는 것은 6.25전쟁 체험 때문입니다. 제가 독재를 혐오하는 것은 자기 생각을 말했다는 이유로 고문당하고 감옥에 갇혔던 경험 때문이지요. 남자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때 군대에 두번 가는 악몽을 꾸는 것은 군복무 시절 체험이 남겨준 트라우마 때문입니다. 체험은 정말 강력한 공부법이에요.


 


<유시민의 공감필법>

유시민

창비, 2016


유시민의 공감필법
국내도서
저자 : 유시민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16.07.15
상세보기


  

 

 

Dear Rolf Harrer :

롤프 하러에게


I'm a person you don't know... a man you've never met.

넌 나를 모르겠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으니까


But you are someone who occupies my mind... and my heart... in this distant land where I have gone.

하지만 너는 내가 언제나 떠올리는 사람이란다. 멀리 떠나온 이곳에서 말야


If you can imagine a hidden place tucked safely away from the world...

concealed by walls of high, snowcapped mountains... 

a place rich with all the strange beauty of your nighttime dreams... 

then you know where I am.

이곳을 상상할 수 있겠니?

세상으로부터 멀어져 숨어 있는 곳

만년설이 쌓인 산으로 막혀 있는 곳

꿈에서나 볼 것 같은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곳

바로 그런 곳이란다


In the country where I am traveling, Tibet... people believe if they walk long distances to holy places... it purifies the bad deeds they've committed.

They believe the more difficult the journey... the greater the depth of purification.

내가 여행하고 있는 이곳 티벳은 사람들이 성지까지 걸어서 도착하면 죄가 사라진다고 믿는단다

그 과정이 고될수록 죄 사함도 더 크다고 믿지


I've been walking from one faraway place to the next for many years... as long as you have lived.

I have seen seasons change across the high plateaus.

I have seen wild kiangs migrate south in winter... and sweep back across the fields when spring appears.

In this place, where time stands still... it seems that everything is moving... including me.

난 오지에서 또 다른 오지로 돌아다닌 지 오래됐지. 네 나이만큼 오래됐지.

고원을 지나며 계절이 바뀌는 것도 보고, 

겨울이면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봄이면 돌아오는 티벳 당나귀 떼도 봤어

시간이 멈춘 이곳에서 모든 것은 계속 변해. 나 역시 그렇고


I can't say I know where I'm going... nor whether my bad deeds can be purified.

There are so many things I have done which I regret.

But when I come to a full stop,

I hope you will understand... that the distance between us is not as great as it seems.

내가 어디로 가는지, 내 죄가 정화될지는 알 수가 없구나

후회스런 일도 많이 했지만

이 여행을 마쳤을 때, 우리 사이의 거리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아다오


With deep affection... your father, Heinrich Harrer.

사랑한다. 네 아버지 하인리히 하러로부터




Pema Lhaki : Still, walking up mountains is a fool's pleasure, Heinrich.
페마 : 그래도 산을 오르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에요

Heinrich Harrer : Not so foolish, really. Look at this.
     That's after I climbed the Eiger North Face.
     That's Olympics. Gold medal. Not important.
하인리히 : 바보가 하는 짓이 아니에요. 이거 봐요
     아이거 북벽에 올랐을 때 사진이죠
     그건 별거 아니에요, 올림픽 금메달 땄을 때죠

Pema Lhaki : Then this is another great difference between our civilization and yours.
     You admire the man who pushes his way to the top in any walk of life while we admire the man who abandons his ego.
     The average Tibetan wouldn't think to thrust himself forward this way.
페마 : 이게 바로 당신네 나라와 우리의 큰 차이점을 보여주는 거에요
     당신들은 자신의 분야를 극한까지 밀어붙인 사람을 존경하죠
     우리는 자존심을 버린 사람을 존경하고요
     티벳인은 극한까지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아요




Dalai Lama : Tell me a story about climbing mountains.
달라이 라마 : 이야기를 해주시오. 당신이 산을 타던 이야기

Heinrich : That's one way to fall asleep. Those stories bore even me.
하인리히 : 듣자마자 잠이 올걸요? 재미없는 얘기에요

Dalai Lama : Then tell me what you love about it.
달라이 라마 : 그럼 산이 왜 좋은지 말해주시오

Heinrich : What… The absolute simplicity. That's what I love.
       When you're climbing, your mind is clear… freed of all confusions.
       You have focus. And suddenly the light becomes sharper... sounds are richer... 
       and you are filled with... the deep, powerful presence of life.
       I've only felt that way one other time.
하인리히 : 글쎄요. 절대적인 소박함이 마음에 드는 거죠
       산을 타면 마음이 맑아져요. 혼란은 사라지고 집중하게 되죠
       그러다가 갑자기 빛이 강렬해지고 소리가 풍부해져요
       그럼 마음속이 깊고 강력한 생명으로 가득 차게 되죠
       다른 곳에서는 딱 한 번 느껴봤어요

Dalai Lama : When?
달라이 라마 : 언제?

Heinrich : In your presence, Ku-Dun.
하인리히 : 성하가 계실 때요


One million Tibetans have died as a result of the Chinese occupation of Tibet.

Six thousand monasteries were destroyed.

중국의 점령 이후 백만의 티벳인이 죽었고 6천 여곳의 사원(Monasterles)이 파괴됐다.


In 199, the Dalai Lama was forced to flee to India. 

He still lives there today, trying to promote a peaceful resolution with the Chinese.

1959년 인도로 피신한 달라이 라마는 아직도 중국과의 평화적인 해결책을 찾고 있다.


In 1989, he was awarded the Nobel Peace Prize.

Heinrich Harrer and the Dalai Lama remain friends to this day.

달라이 라마는 1989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고 지금도 하러와는 절친한 친구다.

 

 

<티베트에서의 7년: Seven Years in Tibet>

감독: 장 자크 아노

출연: 브래드 피트(하인리히 하러), 데이빗 듈리스 등

1997년

 

 



티베트에서의 7년(Seven Years In Tibet)은 하인리히 하러(Heinrich Harrer)가 1944년부터 1951년까지 7년 동안 티베트에서 있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오스트리아의 등산가였던 하인리히 하러는 1939년 히말라야 최고봉의 하나인 낭가파르바트 원정 도중 등정에 실패, 하산을 하였으나 마침 발생한 세계2차대전으로 영국군에 붙잡혀 포로가 된다. 이후 포로수용소를 탈출하여 티베트의 수도 라싸로 도망을 가는데,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쓰게 된다. 라싸에서 하인리히 하러는 제14대 달라이 라마와 서방 문물을 나누며 친분을 쌓게 된다. 


이 이야기는 1997년 장자크 아노 감독, 브래드 피트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출처: 위키백과)






Dr. Karl : Perhaps one brother already weakened from the climb feel behind close to the summit.

          탈진한 동생은 정상을 눈앞에 두고 뒤쳐졌고

          The other stronger brother direct to himself down ...

          힘이 남아있던 형은 가까스로 피신했다고 합니다.


Reinhold : That's not true!

           사실이 아닙니다.

 

Dr. Karl : And thus saved his own life?

         자기 목숨만 보존한 걸까요?

         We will never find out.

         우린 진실을 알 수 없겠죠.

         It is not opt to meet to prove.

         진상을 밝히는 것은 제 임무가 아닙니다.

         How much guilty 

         얼마나 깊은 죄책감이..

         How much guilty ways on Reinhold Messner's soul.

         라인홀트 매스너의 영혼을 괴롭힐지 모르겠지만

         It is burden he will have to carry until the end of his days.

         그가 죽을 때까지 짊어져야 할 업보입니다.



Sponsor : What motivated you want to climb up to the highest mountain?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에 오르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You don't even know will get down again.

         다시 못 내려올 수도 있는데?

         Love of country?

         애국심 때문인가?

         Glory? Honor?

         영광, 아니면 명예 때문에?


Reinhold : Why does painters are painting?

         화가가 왜 그림을 그리죠?


Sponsor : You are saying a mountaineer is an artist?

         등반가도 예술가와 같다는 건가?

         And is behaves self-centered as an artist?

         아니면 예술가처럼 자기중심적이라는 건가?


Reinhold : Self-centered as a sponsor.

         후원자들만큼이나 자기밖에 모르죠.

         Because if it sells everybody benefits.

         팔리면 누이 좋고 매부 좋죠!




Reinhold : Neither Karl nor Felix attended a memorial service.

         칼과 펠릭스는 건터의 장례식에 안왔습니다.

         Karl's mountain destiny was always 'Nanga Parbat'.

         칼에게 운명의 산은 항상 '낭가파르밧' 이었죠.

         But it is superfluous mountain. Geological formation.

         하지만 낭가는 산이란 지형일 뿐입니다.

         We were that want to take emotions to mountains.

         우리가 산에 감정을 불어넣은 거죠.





Reinhold Messner couldn't let go of Nanga Parbat.

라인홀트 매스너는 낭가파르밧을 떨쳐내지 못했다.


In the following years he set off dozen of times to look for his brother.

수년간 동생을 찾으려고 12번도 넘게 낭가를 향했다.


In 1978 he conquered Nanga Parbat a second time.

1978년 그는 낭가파르밧 정상을 두 번째로 정복했고


Without the expedition. Without equipment. Alone.

원정대와 장비 없이 홀로 이뤄낸 성취였다.


Karl Herrligkoffer continued to lead expeditions in the Himalayas.

칼은 계속 히말라야 원정대를 이끌었고


Upon his death in 1991 there still was no reconciliation between him and Reinhold Messner.

1991년 사망할 때까지 라인홀트와 화해하지 않았다.


Shortly thereafter, Peter Sholtz, one of the finest German mountaineers, fell to his death on the Mont Blanc.

얼마 안 가 피터 숄츠는 몽블랑에서 등반 도중 사망했다.


Felix Kuen committed suicide a few years later.

펠리스 큐언은 몇 년 후 자살했다


In 2005, the ice released Gunther's mortal remains.

At an altitude of 4,300 meters, on the Diamir Glacier.

2005년에야 해발 4,300m 지점의 디아미르 빙하 위에서 건터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운명의 산 낭가파르밧>

Nanga Parbat, 2010

조셉 빌스마이어 감독

플로리안 슈테터(라인홀트), 안드레아스 





■ 낭가파르밧(Nanga Parbat)

 

낭가파르바트(Nanga Parbat)는 히말라야 산맥 끝, 파키스탄에 위치하고 있으며, 해발고도가 8,126미터로 세계에서 9번째로 높은 산이다. 이 지방 주민들은 '산 중의 왕'이란 뜻으로 '디아미르(Diamir)'라고 부르며 숭앙한다. 8,000미터 이상급 산 중에서는 가장 위험한 곳 중 하나로 손 꼽히는 곳.


'낭가파르바트'는 우르두어로 '벌거벗은 산'이란 뜻이다. 셰르파들 사이에서는 악마의 산으로 불리고 외국에서도 공공연히 'Killer Mountain'이란 명칭을 쓸 만큼, 난이도가 높고 사망자가 많이 나온 산으로 더더욱 유명하다. 산의 남동쪽 벽인 루팔 벽은 높이 4,500미터의 수직 암벽으로, 히말라야의 3대 난벽으로 꼽히는 곳이다. K2처럼 겨울 시즌에 등정된 바가 없는 산이었지만, 2016년 시모네 모로의 팀이 동계초등정에 성공하여 K2만이 동계등정이 안 된 유일한 산이 되었다. (출처: 나무위키)



■ 낭가파르밧(Nanga Parbat) 등정 역사 (출처: 나무위키)


1895년 영국의 알버트 프레데릭 머메리가 구르카 2명과 함께 처음으로 등반을 시도했다가 실종되었다. 그저 눈사태에 휘말려 죽었으리란 추정만 나올 뿐이다.


1932년 독일인 빌리 메르클, 빌로 벨첸바흐가 이끄는 독일 등산대가 도전했으나 1차는 실패했다. 

1934년에 2차 도전에 나섰으나 악천후로 하나둘 쓰러져 죽도 메르클과 빌란트ㆍ벨첸바흐 등 독일인 4명과 가이라이ㆍ다그시ㆍ니마노르부 등 현지인 포터 6명이 목숨을 잃었다. 포터인 앙체링이 극적으로 내려와서 마지막에 남은 메르클과 포터 가이라이를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눈보라 속에서 후발 등산대는 구경만 해야했고, 남은 이들은 끝내 스스로 내려오지 못했다.


1937년, 칼 비엔(Karl Wien) 대장이 이끄는 독일등산대가 재도전에 나선다. 그들은 6,180 m 지점에 제4캠프를 구축했다. 그리고 6월 14일 저녁 정상 공격을 위해 독일인 대원 7명과 셰르파 9명이 제4캠프에 모였고 그 자리에서 잠을 잤다. 그러나... 바로 그날 밤 거대한 눈사태가 제4캠프를 덮쳐 자고 있던 16명 모두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


1938년 파울 파우어 대장이 이끄는 독일 등산대가 다시 도전했으나 악천후에 시달려 결국 라키오트 루트(북동쪽) 무어즈 헤드 부근에 있던 얼음굴에서 4년 전 조난당한 빌리 메르클 대장과 포터 가이라이의 시신을 발견하고 물러나야만 했다.이 과정에서 포터인 히야이룸과 독일인 등산대원 리하르트 발뢴코프가 목숨을 잃으면서 사망자는 31명으로 늘어났다.


1939년 페터 아우프취나이터가 이끄는 독일 등반대 4인이 낭가파르바트 디아미르(서쪽 벽) 머메리 립(rib) 좌측에 위치한 거대한 바위 스퍼의 6,100 m 지점까지 올라갔으나 역시 악천후로 물러났다. 히틀러도 연이은 실패에 노발대발했지만 곧 터진 2차 세계대전 여파로 등산은 흐지부지 밀려났다.


1953년 독일인 의사 카를 마리아 헤를리히코퍼(1916~1991)가 등반대를 조직했다. 바로 그는 1934년 조난당한 빌리 메르클의 이복아우로, 등반에 문외한이었지만 형이 못한 걸 이루겠다는 집념으로 도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문제는 헤를리히코퍼가 등반에 문외한이고 독선적이며 고집이 세서 다른 등반대와 충돌했다는 것. 결국 다른 인원들이 그를 무시했고, 당시 29살 헤르만 불이 본부의 지시를 어기고 단독으로 등정을 시도, 41시간 만에 살아 돌아왔다.


결국 헤를리히코퍼는 스스로 오르고자 재도전에 나서 1961년 재등정에 나섰지만 루퍼트 뢰브와 한스 킨스호퍼가 추락사하면서 실패하고 만다. 그리고 우습게도 그 이듬해인 1962년, 독일인 토니 킨쇼퍼가 이끄는 등정대가 2번째 정상에 올라 헤를리코퍼에게 굴욕을 안겨줬다. 하지만 이 등정에서도 1명이 죽었으며 킨쇼퍼 또한 다른 산 등정 도중에 1964년 목숨을 잃었는데 헤르만 불과 똑같은 33살이었다.


그 뒤로도 3번이나 헤를리히코퍼는 재도전에 나섰지만 그 스스로 정상에 오르는 건 죄다 실패했다. 그 중 하나인 4차 도전 당시(이탈리아-독일 합작으로 등정 시도)인 1970년에 팀에 동생 건터 메스너와 함께 합류한 이탈리아의 라인홀트 메스너가 건터와 단둘이 최초로 루팔 벽을 통해 등정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서쪽의 디아미르 벽을 통해 하산하던 중 눈사태로 동생 건터를 잃고 혼자 내려왔다. 여담인데 이때도 대장인 헤를리히코퍼는 젊은 메스너가 영광을 차지하는 게 배가 아파서 메스너가 기록을 세우기에 급급해 정상에 오른 걸로 만족하지 못하고 고산병에 시달리는 동생을 강제로 더 위험한 루트로 내려보내다 죽인 것이라고까지 했다. 분노한 메스너는 "나는 내 동생을 죽이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며 비로소 헤르만 불을 이해하겠다는 말로 그 역시 헤를리히코퍼를 공식적으로 비난했다. 참고로 이 등정을 그린 2010년작인 독일 영화 <운명의 산 낭가 파르밧/Nanga Parbat>(2013년 국내 개봉) 에서도 헤를리히코퍼는 찌질이 악역급으로 나왔다. 그뿐만 아니라 처음에는 메스너 형제가 정상에 오르기를 적극 지지했으나 실제로 이들 형제가 정상에 오르자 태도가 돌변했다고 그려졌다.


이렇게 헤를리히코퍼가 등정에 연이어 실패할 때 체코의 이반 갈피가 3번째 도전에(1969년에 1차 실패) 나선 1971년에 4번째 정상 등정에 성공하여 이전 3번의 등정이 모두 독일인 및 독일과 합작으로 이뤄진거랑 달리 비독일 나라가 홀로 등정에 성공하여 헤를리히코퍼를 좌절시켰다. 결국 그는 낭가파르바트에 직접 오르기를 포기했고 등산가로서 묻혔으며, 되려 헤르만 불이나 메스너를 질투한 찌질이로서 등산 역사에 추하게 남았을 뿐이다.


여성으로서는 1984년 프랑스의 릴리앙 베르나르(1948~1986)가 남편인 모리스 베르나르(1941~1986)와 같이 처음으로 등정에 성공했다. 생몰연도를 보면 알겠지만 이 내외는 1986년 6월, K2 등정 도중 같이 목숨을 잃었으며 나중에 그녀의 시체를 발견하여 묻어준 등정대가 바로 한국 등정대였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 7월 광주전남합동대가 등정을 시도했으나 실패, 7900미터 지점에서 정성백 대원이 실종, 아니 사망했다. 

이후 1992년 우암산악회가 첫 등정에 성공했다. 그리고 1999년에는 엄홍길 대장이 디아미르벽을 통해 등정하는 데 성공했다. 

2005년한국 루팔벽 원정대의 이현조, 김창호 대원이 라인홀트 메스너에 이어 35년 만에 루팔벽 재등에 성공하였다. 

2009년에는 고미영이 등정 후 하산하는 중에 실족하여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2016년 이탈리아 등산가 시모네 모로의 팀이 동계초등정에 성공했다.



I get it.

I may never crack it.

알아들었어. 조심하면서 할게.


But I never want to be a person who says, "No."

그런데 난 사람들이 '안돼'라고 말하는 게 싫어


Like, you say, "No," and you stop the future cold.

All you have is your past, your mistakes, your regrets.

'안돼' 라고 말하면 미래가 그대로 얼어붙어.

과거와 실수와 후회만 남겨 둔 채 말이야.


But you say, "Maybe," and the whole world opens up. 

The past is gone, and there are a million futures you can have.

하지만 '만약에' 라고 하면 세상은 활짝 열려있어.

과거는 사라지고, 우리가 꿈꿀 수 있는 미래가 엄청나게 많아져.



<Caught Somewhere in Time - Greay's Anatomy Season14 E16>

ABC, MAR 2018



# 삶은, 과정입니다 - 14p.

산을 오른다는 것은 산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산속으로 들어가면서 산을 알게 되고, 배우게 되고, 또 이해하게 됩니다. 이해의 진정한 뜻은 아래에 선다는 것 'Under-Stand'입니다. 산은 오르지만 산 아래에 서야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산뿐만이 아닙니다.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서야 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사랑이나 부부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정한 이해는 위에 서는 것이 아니라 바로 Under-Stand, 아래에 서는 것입니다. 그래야 대화가 되고 존중하게 되는 것이지요. 서로가 아래에 서려는 마음이 있다면 그때는 대화도 이해도 필요 없습니다. 그저 눈빛만 보아도, 표정만 보아도 서로를 알게 되는 이신전심이니까요.



# 나는 미친놈입니다 - 100p.

나는 사람입니다. 사람이기에 넘어서지 못할 자연과 사투를 벌이면서도 하나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난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지상의 30프로밖에 되지 않는 희박한 산소를 몰아쉬면서도 나는 도심이 아닌 산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산사람입니다.

정상은 끝이 있어도 추락은 끝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내 힘의 원천은 자연에서 솟아 그곳에서 회유할 것입니다. 아직 살아 있어, 내가 미친놈처럼 산을 오를 수 있어 행복합니다.



# 자신감 

- 162p.

자신감은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느낌입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느낌을 많이 갖는 사람과 잘 안될 것 같다는 사람의 차이가 엄청나다는 것입니다.


- 164p.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알고 시작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공부를 시작한다 해도 이론과 실전은 다른 것입니다.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배워 나가야 하는 것이지요. 그것이 경력입니다.

자신감이란 어떤 일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마음가짐입니다. 힘을 모아 최선을 다해 부딪혀도 잘 될까 말까 하는 일에 시작 전부터 자신감이 없고 부정적인 것들을 먼저 생각하면 분명 실패하고 맙니다. (중략)

로자베스 모스 탠터의 책에 이러 말이 있습니다.

"실패를 하거나 문제가 생기는 것은 그리 나쁜 일이 아니다. 위기에 대처하는 것은 성공 주기를 방해하는 대신 오히려 가속화할 수 있다. 과거에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사람들은 새로운 위협이 닥쳐도 위기감을 덜 느낀다. 리더의 잠재력을 가진 사람들은 위기 극복에 성공하거나 역경을 무사히 극복했을 때 더 강해질 수 있다."


- 170p.

혹여 실패하더라도 중도에서 절대로 포기하지 않습니다. 강렬히 원하는 것은 분명히 실현될 것이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그 순간을 그리며, 그것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노력하며 나아갑니다.

자신감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이 대부분 그렇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오만과 자만입니다. 자신감이 너무 지나치면 오만해 지고 자만해 지기 쉽습니다. 진정한 자신감은 기다릴 줄도, 때로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 일에 있어서 지나친 욕심을 내거나 이기적이면 안 됩니다.

자신감도 연습입니다. 자신감을 길러 보세요.



#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 263p.

도시에서의 호흡곤란은 히말라야에서 겪는 호흡곤란과는 다른 차원입니다. 어떻게 보면 도시의 사람들도 호흡을 가쁘게 몰아쉬며 산을 오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자신만의 '산'을 오르기 위해서 말입니다. 무척 힘들어 보입니다. 뿌연 매연과 황사, 요란한 기계음 속에서 사람들이 오르려고 하는 것, 도달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 궁금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왜 높은 산을 오르는가를 묻는 것처럼 나도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바쁘게, 너무도 빨리, 어디로 가고, 무엇에 도달하려고 하는 것인지를...



<꿈을향해 거침없이 도전하라>

엄홍길 지음

마음의 숲


꿈을 향해 거침없이 도전하라
국내도서
저자 : 엄홍길
출판 : 도서출판마음의숲 2008.05.28
상세보기





# 우리가 잊고 살았던 것들 - 10~11p.


8,000미터를 넘어서면 곳곳에 시신들이 즐비합니다. 예전에도 그들은 그곳에 있었습니다. 오직 정상만을 바라보는 등반을 할 때 저는 그들의 시신을 넘어 앞으로 나아갔었습니다. 성취욕에 눈이 멀어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잊었던 겁니다.

과연 히말라야의 정상에 선다는 것이 동료들의 시신을 외면하고 그것을 뛰어넘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만큼 가치 있는 일일까요?



# 내려오지 못한 친구들 - 25~26p.


"내가 가서 무택이를 데려올게!"

그것은 감히 표현하건대 일생일대의 결단이었다. 탈진한 채로 설맹에 걸려 해발 8,750미터 부근에 고립되어 있는 사람을 홀로 구조하러 간다? 그것도 이미 해가 져서 사위가 암흑 속에 묻혀버린 캄캄한 밤에? 만일 이것이 수학 문제였다면 정답은 부정적이다. 이성만으로 판단한다면 고개를 가로저어야 옳다. 하지만 백준호에게 박무택은 이성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었고 수학 문제도 아니었다. 그는 산속에서 수많은 밤을 함께 보낸 산악회의 후배였고, 술자리에서 수많은 잔을 함께 기울인 정겨운 동생이었다. 그런 무택이를 저렇게 홀로 죽어가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 백준호의 머릿속에는 오직 그 생각뿐이었다.



# 세상의 반대에도 결성된 휴먼원정대 - 54p.


세계 최초의 7대륙 최고봉 등정기인 《불가능한 꿈은 없다(Seven Summit)》를 보면 흥미로운 기록이 나온다. 1983년에 남미 최고봉인 아콩카과6,960미터)를 오르는 도중 '이상한 한국인'을 만났는데, 그는 등산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운동화를 신고 저 홀로 정상으로 향하더니 끝끝내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그 '이상한 한국인'이 바로 손칠규였다.

그는 그렇게 단독등정(한국초등기록)에 성고안 이후 하산길에서 그만 실족하여 수백 미터를 추락한다. 목숨을 잃기에 충분한 추락거리였지만 운이 좋게도 계속 눈 위를 굴러 살아남았다. 그리고 장비와 식량을 모두 잃어버린 그는 무려 열흘 동안 뱀을 잡아먹으며 인적미답의 정글 숲을 헤맨 끝에 가까스로 인간세상으로 돌아온다. 최근 박정헌의 촐라체 조난 사건과 더불어 한국 등반사상 가장 극적인 생환 기록이다.



# 가족을 울리는 불효자식들


- 70~71p.

슬픔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슬픔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가고 나면 슬픔이 아닌 그 무엇으로 변해버린다. 그래서인지 정작 남편을 잃은 당사자인 미망인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미망인은 우리가 앉아 있는 마루를 피해 부엌 쪽으로 몸을 숨긴채 고개를 파묻고 있었다. 조난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의 그녀가 생각났다. 그녀는 남편의 결단을 수긍하고 이해하려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수긍과 이해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 80p.

산에 다니는 놈들은 모두가 불효자식들이다. 제 부모보다 먼저 죽는 놈들은 정말 나쁜 놈들이다. 그것도 도저히 찾아갈 수 없는 세상의 지붕 끝에서 꽁꽁 언 채로 죽은 놈들은 정말 뭐라고 형언할 수도 없는 죄를 짓고 간 놈들이다. 



# 쉴 틈이 없는 베이스캠프 - 135~136p.


"베이스캠프에 오니까 살 거 같아요. 집에 돌아온 것 같아요."

베이스캠프란 그런 곳이다. ABC(6,400미터), 캠프1(노스콜 7,100미터), 캠프2(7,700미터), 캠프3(8,300미터)에 머물다가 내려오는 대원들은 한결같이 그렇게 말한다. 어떤 뜻에서 베이스캠프란 터미널과도 같다. 이곳은 끊임없이 떠나고 돌아오는 대원들로 북적인다. 대원들은 이곳에서 새로운 작전을 짜고 체력을 비축하여 다시 도전의 길에 오르는 것이다. 두 번째 오를 때에는 산행 시간이 대폭 짧아진다. 인트롬에서의 1박을 생략하고 그냥 하루 만에 올려치는 것이다. 베이스캠프에서 ABC까지를 열 시간 정도로 주파하면 괜찮은 기록이다. 완전히 고소에 적응하고 나면 그 기록을 여섯 시간 이하로 줄일 수도 있다.



# 우리랑 같이 내려가자 - 186p.


먼저 간 산 친구들이 그리웠다. 우리도 언젠가는 그들처럼 떠나갈 것이다. 하지만 흔적을 모두 불태워버린다 해도 끝끝내 사라지지 않는 것들도 있다. 우리는 그들을 사랑했었다. 그들과 우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 애틋한 우정을 나눠 가졌다. 우리는 그들을 우리의 가슴속에 묻었다. 우리의 육신과 흔적들이 모두 다 사라져버린다 해도 이 가슴만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히말라야의 눈물>

심산 지음

지식너머, 2015

히말라야의 눈물
국내도서
저자 : 엄홍길,심산
출판 : 지식너머 2015.12.25
상세보기




 

# 영원한 동료이자 가족, 셰르파 - 76~77p.

 

셰르파족은 16세기쯤 티베트 동부 캄 지방에서 에베레스트의 남쪽으로 넘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셰르파란 말이 '동쪽에서 온 사람'이란 뜻을 지칭하는 배경이다. 이들은 언어, 복장, 종교, 생활풍습 등 모든 면에서 티베트 사람과 비슷하다. 이들은 네팔에만 15만여 명이 살고 있다. 인도의 다르질링, 칼림퐁 지역에도 일부 있다. (중략)

현재 히말라야 등반의 거점인 쿰부와 솔루 지역에는 1만 명 정도의 셰르파족이 살고 있다. 셰르파족은 이름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들은 태어난 요일에 따라 이름을 달리 짓는다.

월요일에 태어나면 다와, 화요일이면 밍마, 수요일이면 락파, 목요일이면 푸르바, 금요일이면 파상, 토요일이면 펨바, 일요일이면 니마로 한다. 이름만 들어서는 누가 누구인지 헷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내 인생의 거대한 산, 아버지

 

나는 좀처럼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김칫국부터 마시고 호들갑을 떠는 걸 가장 싫어한다. 그러다 잘 되지 않았을 때의 상처와 실망감이 얼마나 큰지 아는 까닭이다. 나뿐 아니라 함께 일을 추진한 동료들도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일반 등반을 할 때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사전 점검도 여러 번 한다. 훈련도, 예산 마련도 다 그렇게 한다. 해외원정도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해 오고 있다. - 144p.


청색은 하늘, 흰색은 구름, 적색은 불과 사람, 녹색은 물, 노란색은 땅을 뜻하는 다르초 깃발. 그 안에 동료들의 안전과 무사를 기원하는 간절한 기도를 담는다 - 146p.



# 그때는 모든 게 어려웠다 - 179p.

 

등반할 때는 산악인을 봐 주는 관중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룰도 없는 게임에 목숨을 걸고 청춘을 바쳤다. 그저 목표와 꿈이 산에 있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오르고 또 올랐던 것이다. 어쩌면 단순히 산에 오르는 일에서 시작해 내가 산이 되고 싶어 올랐던 것인지도 모른다.



# 나가며_ 그래도 나는 아직 산에 오른다 - 263p.

 

'큰 산을 하나 넘었다'는 말이 있다. 어떤 큰일이나 힘든 일을 무사히 치른 뒤 하는 말이다. 삶의 큰 산 하나를 넘었을 때 자신감이 생기고 마음의 시야가 넓어지는 것처럼 실제로 산 하나를 넘고 내려오면 그런 마음이 생긴다. 히말라야를 등반하듯이 목숨을 걸고 하면 무슨 일이든 겁날 까닭이 없다.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히말라야의 8000m 16좌를 모두 오르고 나니 어떤 이들은 이제 더 이상 오를 산이 없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렇지 않다. 산을 오르는 것은 배움이고 수행이기 때문이다.

높은 산이나 낮은 산이나 저마다 정기와 깨달음을 품고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틈만 나면 산에 오른다. 그것이 소중한 나의 인연들을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기에.


 

<내 가슴에 묻은 별>

엄홍길 지음

중앙북스, 2012

 

내 가슴에 묻은 별
국내도서
저자 : 엄홍길
출판 : 중앙북스 2012.03.06
상세보기



# Fallen Giants_ 역자후기_ 땀, 눈물, 그리고 정성으로 - 039p.


세상에는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 산을 올랐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이 있다. 먼 길 떠날 때 그런 책을 가방에 넣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그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 에베레스트 정복_ 저자 서문_ 휴 루이스 존스 - 093p.


이제 많은 나라들이 에베레스트 정상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에베레스트가 주는 기쁨과 도전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그렇지만 에베레스트가 바다에서 솟아오른 이래 수백만 년의 시간 동안 인간이 그곳에서 활동한 시간 모두를 합쳐도 그저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 꽃의 계곡_ 역자 후기_ 아름다운 산에서 넉 달간 행복하게 지냈던 산사나이의 기록 - 122~123p.


'어느 쪽을 보아도 너무나 맑고 고요한 때에는 상투적인 방법으로 글을 쓰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리하여 나를 이해시킬 수 없다거나 자칫 '감상적'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작가의 개인적인 혹은 감상적인 느낌이 오히려 내게는 크게 공감이 되었다. 하루의 힘든 등반을 마치고 모닥불 가에 앉아서 나무 타는 냄새를 맡으며 하루를 마감하는 사람이 어떻게 감성적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기계 문명과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또는 잠시나마 먹고사는 삶의 멍에에서 벗어나서, 낮에는 설상에서 밤에는 꽃의 계곡에서 야영을 하는, 의무가 아닌 즐거운 등반을 하는 사람이 어떻게 이성적이기만 할 수 있겠는가?



# Riccardo Cassin_ 역자 후기_ 250년 등반사의 공백이 메워졌다 - 228p,


"산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모습이 있다. 감수성이 조금 부족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모습 앞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태양 앞을 지나가는 구름은 금빛을 두르고, 구름을 뚫고 나오는 햇빛은 날카로운 검처럼 바위를 내리치며, 산을 변화무쌍하게 수놓는다. 바람에 쿨르와르 위쪽으로 밀려 올라가는 안개는 독특한 내음을 남기기도 한다. 광활한 지평선에 수많은 봉우리들이 줄지어 뻗어 있고,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 같은 돌로미테 분지의 밀실공포증과 벽에서의 비박이 산에는 있다.



산책여행
국내도서
저자 :
출판 : 하루재클럽 2018.05.25
상세보기




# 내가 기억하는 가장 낯선 _아이슬란드, 생선 김동영 


하루종이 지지 않던 여름의 태양 그리고 절대 떠오르지 않던 겨울의 태양, 그 하늘에 슬그머니 뜬 희미한 달과 치맛자락처럼 펄럭거리는 오로라, 북극에서 낮게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그 바람을 묵묵히 맞으며 견디고 서 있는 양들, 구불구불 이어지는 작은 언덕들과 그 위로 양탄자처럼 깔려 있는 이끼, 눈 덮인 산과 거친 바다와 검은 모래사장,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 천 개의 폭포와 호수, 아직도 끓어오르고 있는 땅, 어디론가 날아가는 기러기들, 서서히 녹아내린다는 빙하, 어디가 음절의 시작이고 끝인지 모르는 낯선 언어 그리고 그곳에 살고 있는 과묵하고 고독해 보이는 사람들... ...

이런 곳에서 나는 어디서부터 오는지 알 수 없이 밀려 오는 고립감과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무기력한 나 자신으 느꼈다. 아이슬란드는 그런 나라다. 그렇다고 돌아가고 싶지도 않았다. 별것 없는 나라지만 사람을 집으로 돌아가는 대신 계속해서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게 만든다.

사람들은 달나라 같은 아이슬란드에 가보고 싶어한다.

모든 곳이 그러하겠지만 여행자들이 몰려오면 그곳은 여행자들의 색으로 물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이슬란드는 그러지 않을 곳이다. 오히려 반대로 여행자들을 아이슬란드 특유의 고독한 분위기로 물들일 것이다. 그것이 어쩌면 아이슬란드의 특별한 점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 동안 다닌 수많은 곳 중에서 여태까지 아이슬란드 같은 곳은 없었다. - 7~8p.


나는 예전 자리로 돌아와 다시 현실에 끼워맞춰졌다. 솔직히 돌아오자마자 내가 기억하는 가장 먼 곳 아이슬란드를 잊고 살았다. 아주 가끔 회색 비와 우박이 창문을 때리는 소리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그런 일이 내게 진짜 일어났었는지 실감이 되지 않는다. 분주하기만 한 현실을 버텨내는 것도 버겁기 때문이다. - 12p.



# 묘지와 광장 _그리스, 소설가 김성중


기억이란 참으로 놀라운 현상이다. 기억이 생생해지면 과거는 더이상 과거형으로 쓸 수 없게 된다. 현재 속에 다시 풀린 그 시간은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그 순간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모래시계의 알맹이는 맹렬히 빠져나가고, 나는 세 겹의 시간 속에 서 있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책장을 처음 넘기던 순간, 피레우스 항에 서 있던 순간, 그리고 시간여행의 편도 티켓을 들고 있는 현재, 이렇게 말이다.

편도 티켓은 아주 간단히 구할 수 있다. 책장에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꺼내 첫 장을 펼치기만 하면 되니까. 첫 줄부터 나는 아테네로 소환된다. 그리고 또다시 행복의 안개에 휩싸이는 것이다. - 18p.



# 펭귄과 편견 _케이프타운(남아프리카공화국), 시인 오은


여행은 흔히 견문을 넓혀준다고 한다. 견문은 비단 여행지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여행 과정에서 내가 지금껏 보고 들어왔던 것들이 얼마나 편견에 가득차 있었는지 깨닫는 데서도 찾아온다. 그 편견을 마주하지 않으면, 깨려고 애쓰지 않으면 견문은 그저 추억담에 불과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나 자신을 직면하고 내 내면의 소리에 가만히 귀기울이기 위해서 여행을 하는지도 모른다. - 68p.



# 두고 온 것 _루앙프라방(라오스), 소설가 정이현


그렇지 않아도 해가 갈 때마다 순수함이 사라져가는 곳인데 이제 한국의 단체여행객이 떼로 몰려가 다 버려놓을 게 분명하다고 했다. 다른 친구가, 그렇게들 망가지는 거지, 라고 했다. 나는 한마디도 거들지 못했다. 순수하다는 것과, 사라져간다는 것과, 버려놓는다는 것과 망가진다는 것. 그 말들 사이에 숨어 있는 날카로운 파편들에 대하여 생각할수록 마음속 어딘가가 따끔거렸다.

이제 질문에 대답할 시간이다.

라오스에는 무엇이 있나요? 저도 잘 모릅니다. 일주일여를 보낸 적이 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시간이었을 뿐입니다. 두고 온 것이 있지만 되찾을 수 없는 것입니다. - 92p.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국내도서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Haruki Murakami) / 이영미역
출판 : 문학동네 2016.06.01
상세보기



# 배꼽시계를 리셋하라 - 73p.

사실 삼시 세끼가 우리 생활에 자리를 잡은 건 18세기 말 산업혁명 때부터였다. 과거 로마인들은 하루 한 끼를 정오에 먹곤 했는데, 하루 한 끼를 건강에 좋은 식습관으로 여겼고 오랜 시간 식사를 하며 소화에도 상당한 신경을 썼다. 중세 시대에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 곧바로 일터로 나가 일하곤 했는데, 정오가 되기도 전에 힘이 빠지는 것을 보충하려 자연스레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 인공조명이 보급된 18세기가 돼서야 삼시 세끼를 먹게 되었다. 공장에서 장시간 근무를 해야 했으니 생존에 꼭 필요한 식습관이었던 셈이다. 결국 노동력을 있는 대로 쥐어짜 내던 당시의 사회 분위기에서 선택한 식습관이란 말 되겠다.

지금은 삼시 세끼가 과거로부터 내려온 하나의 문화이자 고정관념처럼 박혀 있지만, 그렇다고 세끼가 꼭 모든 사람에게 필요할까?

내가 진짜 배가 고픈지, 소화는 다 됐는지보다 '그저 사람은 삼시 세끼 밥 힘으로 사는 거'라 외치는 건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여우들은 각자의 개성이 살아 있는 '나다운 자기관리법'을 익혔다. 1일 3식이라는 고정관염을 깨고 자신의 체질과 상황에 맞게 배꼽시계를 리셋하고 1일 2식, 혹은 1일 1식을 선택한 것이다.



# Vacation Week를 준비하라 - 80p.

생리전 증후군이 나타나는 정확한 원인과 기전은 확실치 않지만 호르몬 불균형 때문이라고 한다.

여우들도 이 시기를 피할 수 없다. 다만 여우들은 자기 생리주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 시기를 'Vacation Week'라고 인식해 효과적인 대비책을 가지고 있다. 여우들을 이 시기를 방학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최대한 휴식기를 갖고 야채류와 해물, 해조류를 주로 먹는다.

생리 시기에 우리 몸엔 구리가 많이 쌓인다. 구리는 신경을 예민하게 만들고 식욕을 촉진시키는데, 해물과 해조류에 들어 있는 아연과 마그네슘이 생리의 조증과 죽을듯한 변덕의 생체 리듬을 완화해주기 때문이다.


# 잉여지방 주의보를 발령하라 - 99p.

결국 몸에 넣어도 쓰레기, 몸 밖에 버려도 쓰레기다. 그렇다면 당신 몸에 버리는 것보다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서 거름이 되게 하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당신도 음식을 남기면 죄책감이 드는가? 그렇다면 그 사고방식에 아무런 생각 없이 끌려가기보다, 남은 음식이 내 몸에 들어와 잉여지방이 돼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해보자.


# 텐피플캐치업하라 - 175p.

고강도 인터벌 운동은 심폐지구력을 높이고 근육의 연소 능력을 개선한다. 운동하지 않는 시간에도 칼로리 소모가 이뤄지고 지방을 저장하지 않는 체질로 바뀐다는 의미다. 근육은 심박수만을 인식하는데 고강도 운동 후 저강도 운동으로 바꿔도 심박수는 떨어지지 않고 유지되기 때문에 고강도 운동을 계속하는 것으로 착각을 한다. 휴식 중에도 지방을 태우는 것이다. 이것을 근육 신기루 효과(muscle mirage effect)라고 한다. 마치 자동차를 운전하다 시동이 꺼진 후에도 엔젠의 열이 지속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더불어 불규칙한 운동은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성장호르몬은 지방 분해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칼로리는 더 빠르게 소모된다.


# 체지방 연소 구간을 확보하라 - 184p.

'공복에 유산소 운동'은 진리다. 지방이 타는 원리이기 때문이다. 단순하고 심플한 이 원리를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기에 아까운 공복 상태에서 음식을 섭취하기보다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유산소 운동으로 산소를 섭취한다. 그러니 여우가 날씬할 수밖에!


# 나에게 꽃이라 불러보라 - 223p.

"내가 아직 피어나지 않았다고 자기가 꽃이 아니라고 착각하지 말라. 남들이 피지 않았다고 남들이 꽃이 아니라고 여기지도 말라. 내가 피었다고 해서 나만 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남들이 피었다고 해서 나만 꽃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말라. 우리는 모두 꽃이다."

 (source : Noom)


<읽으면 살빠지는 이상한 책>

지태주(http://jiteju.com) 지음

스노우폭스북스, 2016


읽으면 살 빠지는 이상한 책
국내도서
저자 : 지태주
출판 : 스노우폭스북스 2016.07.15
상세보기





# 근육을 만드는 세 가지 원리 - 103p.

첫 번째 원리, 하드 워크(hard work)

훈련할 때 열심히 '빡세게' 밀어붙이는 것을 말하며, 남자고 여자고 떠나서 스트렝스와 근육 운동에서는 이게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더라도 하드 워크 없이는 아무 효과를 얻을 수 없다.

"좋은 프로그램을 하드 워크 없이 하는 것보다, 좋지 않은 프로그램을 하드 워크로 하는 것이 더 좋다."

(중략) 더 적은 양을 훈련해야 더 강하게 할 수 있고, 더 강하게 훈련해야 우리의 목표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다.


두 번째 원리, 개선

근육 발달과 스트렝스 훈련을 위해서는 오버로드(overload)를 해야만 한다. 즉 예전보다 더 무거운 무게를 들어야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개선'은 오버로드를 하되, 한 번에 많은 양이 아니라 조금씩 저항을 올리는 것을 말한다. 

(중략) 여성도 무게를 올려서 높은 중량을 다룰 수 있을 때에만 근육이 만들어지고, 그에 따라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가지게 된다. 김연아 선수도 웬만한 일반 남성들보다 더 무거운 중량을 다룰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세 번째 원리, 지속/일관성

매일 운동하다가 몇 개월 뒤에 그만두는 것보다, 일주일에 단 하루만 운동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이 더 큰 결과를 얻는다. 

다만 일정 기간 동안은 일관성 있게 같은 프로그램을 고수해야만 한다. 1~2주 같은 훈련을 하다가 3주부터 다른 훈련을 하면 안 된다. 몸에는 적응 기간이라는 것이 있어서, 하나의 훈련을 하다가 다른 것을 하게 되면 그 결과치가 현저히 떨어진다. 최소 6주에서 12주 정도는 같은 프로그램을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 포스근육 vs 펌핑근육 - 125p.

근육 발달은 근섬유의 크기를 키우는 사코메릭(sacomeric) 발달과 근세포 주위의 단백질 구조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을 키우는 사코플라스믹(sarcoplasmic) 비대로 나눈다. 이해하기 쉽게 전자를 포스 근육, 후자를 펌핑 근육이라 부르자.

펌핑 근육은 저강도 고반복 운동을 통해 만든다. 헬스클럽에서 머신이나 가벼운 덤벨로 주 5일 이상, 매일 2~3시간씩 운동해서 만들어지는 근육으로, 부피가 큰데다 운동을 쉬면 금세 사그라지며, 실생활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포스 근육은 고강도 저반복 운동을 통해 스트렝스(힘, 근력)를 쌓아 만들어진다. 포스 근육은 탄탄하고 섹시하며 실생활에 활력과 힘을 더해준다. 근력 향상을 통해 포스 근육을 만들어야만 몸에 탄력이 생겨 라인이 살아난다.


# 운동만큼 중요한 휴식 - 148p.

근육 운동은 특히 휴식이 중요하다. 운동을 할 때 근육이 미세하게 파열되고, 몸이 휴식을 취하고 음식을 먹는 동안 근육이 생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운동일 사이에 휴식일을 가져야 한다. 근육 운동과 관련된 여러 가지 속설들이 존재하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론들이 많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이론이 있다. 근육은 체육관에서 훈련하는 중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고, 훈련 후 집에서 쉴 때 생겨난다는 것. 훈련이 아닌 휴식이 근육을 가져다준다. 이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진리다. 절대 체육관에서 보내는 시간으로 뿌듯함을 가지려 하지 말라.

특히 일주일 6일 동안 웨이트 운동을 하드 워크 하게 되면 오버트레이닝(overtraining)으로 인해 발전은커녕 퇴보하게 된다. 초보자이기 때문에 일주일에 6일을 할 수 없고, 나중에 실력이 쌓이면 더 많이 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고급자가 될수록 운동 빈도일이 더 적어진다. 강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충분한 회복을 위해 운동일 사이에 휴식일이 더 많아지는 것이다. 그때는 일주일에 이틀만 (월요일, 목요일) 훈련한다. 충분한 무게를 들 수 있으면 일주일에 이틀만 훈련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 컨디셔닝 :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워크를 해서 강도를 높이는 것 - 167p.

유산소 운동을 하려면 강도 높은 컨디셔닝 같은 운동을 해줘야 다이어트 효과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컨디셔닝'이란 말이 생소할 텐데,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5km를 30분에 뛰는 사람이 20분 안에 들어오려고 빨리 뛰면 컨디셔닝 운동이 된다. 즉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워크(work)를 해서 강도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① 주어진 시간 안에 더 많이 반복하거나, ② 주어진 횟수를 더 짧은 시간 안에 반복하는 운동은 다 컨디셔닝 운동이다.


# 운동 이후에도 칼로리 소모 지속 효과 - 169p.

컨디셔닝이 비록 유산소 운동이기는 해도, 일반적인 가벼운 유산소 운동과는 많이 다르다. 좀 과장해서 거의 무산소에 가까우리만큼 숨넘어가는 운동이다. 왜 가벼운 유산소 운동보다, 컨디셔닝 운동이 지방 제거 효과가 더 뛰어날까? 운동 후에도 산소가 소모되면서 지방이 제거되는 효과로 EPOC(Exercise Post - Oxygen Consumption)라는 것이 있는데 이로써 설명 가능하다. (요즘은 간단히 After Burn 이라고 쉽게 표현하기도 한다.) 이는 운동하는 중에 칼로리가 소모될 뿐만 아니라 운동 후에도 칼로리 소모가 계속되면서 지방 제거 효과가 가속화되는 것을 말한다. 

(중략) 강력한 유산소인 컨디셔닝이 메인이고, 가벼운 유산소 운동이 서브가 된다. 즉, 운동만으로 장기적인 다이어트 효과를 높은 순서대로 세워보면 다음과 같다.

No.1 : 근육 생성 운동(스트렝스 훈련) : 기초 대사량 증가

No.2 : 컨디셔닝 : After burn 효과

No.3 : 가벼운 유산소 : 운동 시간만큼 칼로리 소모




<김새롬 탄력 웨이트>

김새롬, 맛스타드림 지음

씨네21북스, 2011


김새롬 탄력 웨이트
국내도서
저자 : 김새롬,맛스타드림
출판 : 씨네21북스 2011.08.05
상세보기




아무 걱정하지 마. 

우린 잘 할거야. 

그렇게 정해져 있어.


기다려 주세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감독 이장훈

출연 소지섭, 손예진

2018


- 64p.
만약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 속에서 여든까지 산다면 이 외로움이 없어질까? 역시 그렇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내 외로움은 확고하게 있던 것이 없어진 데서 오는 거니까 어떤 인생을 살든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잃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 68p.
아, 좋다, 꿈만 같아, 하고 나는 생각했다. 언제나 생각한다.
사람과 헤어질 때마다, 어떤 장소를 떠나야 할 때마다, 자신에게나 타인에게 몹쓸 말을 했을 때...... 만약 꿈속에서처럼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전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한다. 시간 감각이 꿈속만 같다면 늘 친절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은 사람에게, 사실은 언제나 그러고 싶지 않을까.

- 119p.
새 공기가 들어오자 집 안 분위기가 조금은 좋아져 움직여도 괜찮을 만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안개가 낀 것처럼 눈앞이 부옜는데, 또렷해졌다.
촛불을 밝히고 둘이 묵묵히, 불길에 녹아드는 예쁜 촛농의 색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불빛은 하늘하늘 춤추면서 금속 창틀에 반짝반짝 반사되었다. 내 안에서, 멈춰 있던 시간의 사슬이 뚝 끊어진 느낌이 들었다. 불빛은 지금의 시간 속에 살아 있었다. 무언가를 하나하나 품어 안고 활활 태우는 듯했다.

- 148p.
바로 이 세상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힘이에요. 누군가의 품에 꼭 안겨 본 경험, 귀염받고 자란 기억. 비 오고 바람 불고 맑게 갠, 그런 날들에 있었던 갖가지 좋은 추억. 부모가 맛있는 음식을 차려 주었던 일, 생각난 것을 얘기하고 받았던 칭찬, 의심의 여지없이 누군가의 자식이었던 것, 따뜻한 이불 속에서 푸근하게 잤던 잠, 자신이 있어도 좋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면서 이 세상에 존재했던 일. 그런 것들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으면 새로운 사건과 부딪칠 때마다 그것들이 되살아나고, 또 그 위에 좋은 것들이 더해지고 쌓이고 하니까 곤경에 처해도 살아갈 수 있어요. 토대니까, 어디까지나 그 위에서 무언가를 키워가기 위해 있는 거니까.

- 193p.
그렇다면 내가 상상한 인생과 이번 여행도, 현실에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네! 그렇게 나쁘지 않았어. 대충 보면 비참한 인생이지만, 내가 지금 여기에 좋은 기분으로 있다는 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는 뜻이야.


<그녀에 대하여>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2010, 민음사

그녀에 대하여
국내도서
저자 : 요시모토 바나나(Yoshimoto Banana) / 김난주역
출판 : 민음사 2010.09.03
상세보기


 

# 여는 글_아이스 브레이크 - 7p.

내가 좋은 놈일 땐 내가 가장 잘 안다.
내가 나쁜 놈일 때도 그걸 안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내가 나를 제일 모른다.
그래서, 나는 어쩌면 나쁘다.
이미 지은 죄가 많아 훌륭한 사람이 되기란 글렀을지 모른다.
하지만 제 몸에 난 뿔도 모르는 괴물이 되고 싶지는 않다.
적어도 알고는 싶다.

 

# 프로레슬링과 뮤지컬 - 39p.

나는 프로레슬링과 뮤지컬을 정말 사랑한다.

하지만 동시에 웃기기도 하다.

진지한 대화 도중 갑자기 노래와 춤을 선보이는 것과

상대방의 공격을 기다리는 것은 우습잖아!

하지만 우습다고 후진 것은 아니며 진지한 것만 멋진 것은 아니다.

나는 비웃는 동시에 사랑한다.


사랑과 조소는 가분의 개념이 아니다.



# 불쾌 매크로 - 87p.

듣는 순간 기분 나쁜 말.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



# 상처와 카리스마 - 101p.

사람들이 당신을 겁내는 건

당신에게 대단한 카리스마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당신은 그냥 쉽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상처받게 될 나를 겁내는 것이지,

당신을 겁내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에게 대단한 카리스마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 입맛 - 122p.

드라마나 영화에서 맘고생하는 사람들 헬쓱해 보이게 하는 거 그만해라.

일 꼬이고 우울할 때마다 살이 얼마나 찌는데.

입맛이 얼마나 좋아지는데.

새벽에 얼마나 처먹는데.

처먹고 후회하고 또 처먹고 그 와중에 치킨 시키는 내가 싫고 그게 맘고생인데.



# 취향 - 138.

나는 가끔 내 취향까지 허락 맡으려 하는 것 같다.



# 진드기 - 146~147p.

기르던 고양이가 귀를 자꾸 긁기에 데리고 동물병원에 간 일이 있었다.

귀에 진드기가 잔뜩이었다. 뿐만 아니라 겸사겸사 접종을 하러 간 아기 고양이들에게도 옮아 있었다.

검이경으로 귓속을 보여주던 의사선생님이 애들이 이 모양이 됐는데 이제 찾아오면 어떡하냐고 버력버력 화를 냈다.


나는 의사선생님에게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다.

치료만 해줬을 뿐, 아이들에게는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고 의사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나는 가끔 내가 상처 준 사람보다 가장 화나 있는 사람에게 사과하는 것 같다.



# 미워하지 마 왜 미워해  - 166p.

난 내가 미워하는 사람에게조차 미움받기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유병재 농담집, 블랙코미디>

유병재

비채, 2017


블랙코미디
국내도서
저자 : 유병재
출판 : 도서출판비채 2017.11.01
상세보기




"행복이 무엇이냐?" 라는 질문에 대답하기를, 어느 위대한 철학자는 "밀크 스프와 편안한 잠자리, 거기에 육체적인 고통이 없을 것. 그것도 과하다." 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는 거기에 더 부연을 한다. 마른 의복, 믿을 수 있는 하켄, 맛있고 생기가 돋아나는 느낌을 주는 음료만이 아이거 북벽에서의 최대 행복이라 하겠다. 진정으로 우리는 행복했다. - 64p.



우리들은 때때로 행복을 체험한다. 그때는 그 행복이 무엇이었던가를 확연히 알지 못한다. 한참 지나고 난 후라야 비로소 그때의 행복이 어떤 것이었던가를 깨닫게 된다. 그때 나는 행복하였노라고. 더욱이 지금 우리들의 비박지점에서 나는 행복했다. 그리고 그 행복이 어떤 것인가를 나는 잘 알고 있다. 아이거 북벽에서의 이번 비박지는, 그 장소만 가지고 말하면 카스파레크와 나에게는 세 번째의 비박이었으나, 가장 옹색한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즐거웠다. 어째서 그렇게 느껴졌을까? 그 이유는 우리 누구나 느낄 수 있었던 고요와 안온한 마음, 즐거운 정, 그리고 뜻 깊은 만족감에 있었다.

이미 지나간 몇 시간 동안, 만약 우리들 중에서 한 사람이라도 낙오가 되거나 단 1초라도 용기를 잃었다면... 만약 한 사람이라도 개인적으로 자기를 지키려는 본능에서 동지들의 곁을 떠나 혼자 살려는 마음을 먹었다 하더라도 그럴 때 다른 동지들은 아무 소리 안 하고 잠자코 있을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동지들과 함께 있을 때의 용솟음치던 유쾌한 기분을 동네로 내려간 자는 느낄 수 없겠지. 그렇기에 우리들은 이렇게, 이 아이거 북벽의 비박지에서 다함께 상쾌한 기분을 음미하고 있는 것이다. - 111p. 



때는 오후 3시 30분. 1938년 7월 24일의 일이었다. 우리들은 아이거 북벽을 완등한 최초의 인간이 되었다. 환희의 정? 살았다는 생각? 승리의 도취? 그런 것은 털끝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해방은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우리들의 감각과 심경은 너무나 호된 고행에 시달렸고, 몸은 극도로 피곤해졌기 때문에 여간해선 취한 듯한 감정이 우러나올 여유가 없었다. 카스파레크와 나는 85시간, 헤크마이어와 푀르크는 61시간이나 암벽에 있었던 것이다.

간신히 모든 파멸의 구렁에서 벗어나온 것은 아니었다. 우리들의 우정에는 시종 의지하려는 마음과 신뢰하려는 마음을 그윽히 간직하고 있었다. 단 한 번도 우리들의 계획에 대한 성공을 의심해본 적은 없었다. 그렇지만 여기까지 오는 길은 너무나 험난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정상의 열품은 몸이 움츠러들 정도로 매서웠다. 눈과 입과 코의 언저리는 두꺼운 얼음의 크러스트(Krust)가 매달려서, 마주 쳐다보거나 말을 할 때, 그리고 호흡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것을 문질러 떼어내야 했다. 어쩌면 북극에서 찾아든 수수께끼의 짐승과도 흡사한 몰골이었으리라. 그러나 우리는 이런 꼬락서니를 보고도 우스꽝스럽다고 느낄 감각마저 남아있지 않았다. 더구나 그곳은 배꼽이 빠져라 웃어대거나 순수한 기쁨과 행복감이 우러나와 웃어댈 수 있는 장소도 아니며, 그럴 때도 아니었다. 단지 우리들은 묵묵히 악수를 나누었을 뿐이었다. - 136p.




<하얀거미>

하인리히 하러, 이종호 옮김

에코클럽 발행, 알파인웍스 편집

2017



김훈 작가의 신작 소설 '공터에서'. 김훈 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읽어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소설의 배경은 1920년대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살아온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시간이다. 


작가의 어머니는 실제로 1.4후퇴 때 삼 남매를 데리고 부산까지 내려갔는데, 다행히 세 남매 모두 죽지 않고 살았다. 연소득 80달러의 가난한 나라를 살았던 작가가 말한다. 필리핀의 원조를 받아 살던 시대였다고. 폭력과 야만, 억압, 박해, 그리고 차별이 일상이던 그 시대. 비리와 모순의 세계. 가난과 억압의 울분. 그 모든 기억들이 몸속에 딱지처럼 붙어 있다고. 그것이 평생 작가를 괴롭혀 왔고, 그런 것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게 미성숙한 것일 수 있겠다는 느낌. 이것을 빨리 극복하고 없애버리고 싶다는 생각에 소설을 써서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졌고, 덕분에 우리는 김훈 작가의 문장으로 근현대사를 다시 읽는다.


다음 세대인 마장세와 마차세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어머니의 아버지의 시간들. 사소한 것들까지 손에 잡힐 듯 상세한 묘사를 따라가다 보면 복선처럼 의심되는 장면이 수차례 등장한다. 마차세가 오토바이 배달 일을 하는 장면의 묘사에서는 눈길에 사고가 날 것만 같은데 다행히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 큰 사건이 날 것 같은 전개의 말미에 큰 사건은 없었다. 우리의 삶이 있을 뿐이었다. 결국 마장세는 고물 처리하는 과정의 비리로 구속되었지만 그저 잔잔한 사건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아들의 시선으로 사망에 이르는 아버지 마동수를 바라보던 떨쳐버리고 싶은 꼬부라진 기억들. 치매에 걸린 어머니 이도순이 죽기 전 꺼내든 초라한 기억들. 그 기억들을 타고 넘는 과거의 상흔들이 아프게 다가온다. 흥남부두에서 젖먹이와 남편을 잃은 어머니 이도순 삶. 일제시대 상해에서 해방 이후 부산에서 전쟁통에 이리저리 떠밀려 다니던 아버지 마동수의 삶. 


삶의 터전을 떠나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던 우리네 아버지와 어머니 세대의 애달픔을 이도순과 마동수의 삶에서 읽었다. 그리고 아직도 남루한 인간의 비애는 우리 삶을 떠돈다.



■ 본문 중에서


# 아버지 - 9p.


외출에서 돌아와서 안방 문을 열었을 때, 마차세는 아버지의 꼬부라진 육신을 보고 죽음을 직감했다. 아버지의 사체는 태아처럼 보였다. 죽은 육신의 적막은 완강했다. 돌이킬 수 없고, 말을 걸 수 없었다.

아, 끝났구나, 끝났어...... 마차세 상병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의 생애는 그 사람과 관련이 없이, 생애 자체의 모든 과정이 스스로 탈진되어야만 끝나는 것 같았다. 그러므로, 사람이 죽어도 그의 한 생애가 끌고 온 사슬이 여전히 길게 이어지면서 살아 있는 사람들을 옥죄이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마차세는 예감했다. 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예감은 끝났다는 사실보다 더 절박했다.



# 세느주점 - 33p,


시화호에서 새들을 보면서 너를 생각했어. 너의 생명을 흐르는 시간과 나의 생명을 흐르는 시간이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 만나는 것인지, 섞이는 것인지를 생각했고, 그런 생각을 화폭에 그려보려는 생각을 했어. 새들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을 거야.

거기도 새들이 많겠구나. 새를 보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생각해 줘. 그만 쓸게. 니가 있는 고지에 어서 봄이 왔으면 좋겠다. 그때는 호수의 새들이 다들 돌아가고 다른 새들이 와 있겠지. 



# 하관(下棺) - 46~47p.


이도순이 아들을 쳐다보았다. 눈동자에 시선의 방향이 없었다. 마차세는 어머니의 눈이 지나간 시간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마차세는 어머니의 시선을 피했다.

이도순은 벽 쪽으로 돌아누워서 울었다. 터져 나오는 울음과 울음을 누르려는 울음이 부딪치면서 울음이 뒤틀렸다. 입 밖으로 새어 나온 울음이 몸속에 쟁여진 울음을 끌어냈다. 몸 밖의 울음과 몸 안의 울음이 이어져서 울음은 굽이쳤고, 이음이 끊어질 때 울음은 막혀서 끽끽거렸다. 그 울음은 남편과 사별하는 울음이 아니라, 울음으로써 전 생애를 지워버리려는 울음이었으나 울음에 실려서 생애는 오히려 드러나고 있었다. 몸속에 저렇게 맹렬한 폭발성 에너지가 쌓여서 조용한 일상이 되어왔던 어머니의 생애를 마차세는 짐작할 수 없었다. 돌아누운 이도순의 등뼈가 흔들렸다. 말리거나 달랠 수 있는 울음이 아니었다. 



# 서울 - 104~105p.


아편은 마동수의 목숨에서 시간을 제거시켰다. 약 기운이 돌 때 마동수는 시간의 사슬에서 풀려나서 무시간(無時間)의 벌판에 누워 있었고, 약 기운이 풀리면 무릎뼈가 톱으로 썰어내듯 저렸다. 일본이 패전했다는 소식에 중국인들이 거리에서 아우성칠 때도 마동수는 그 무시간의 벌판에 침을 흘리며 누워 있었다. 일본 패전의 결과로 조선이 독립된다는 것을 마동수는 며칠 후에 알았다.



# 부산 - 114~115p.


서울이 다시 위태로워지자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전선의 일진일퇴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경거망동하지 말고 은인자중하라고 대통령은 말했다. 기자들이 서울 시민은 다시 피난을 가야 하는지를 대통령에게 물었다. 그것은 각자 임의로 결정할 일이고 정부가 간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대통령은 말했다. 피난은 명령도 아니고 권유도 아니며, 잔류 또한 명령도 아니고 권유도 아니다, 갈 곳이 있고 갈 힘이 있는 사람은 피난을 가는 것도 무방할 것이며, 서울에 남아 있는 것도 무방하겠지만, 옥쇄주의가 반드시 현명하다고 할 수도 없다고 대통령은 말했다. 다만, 피난을 가기로 했다면 날씨가 추우므로 이부자리와 식량을 지참하는 것이 좋겠고, 피난 가는 사람들은 질서를 지켜서 문명한 국민의 성숙도를 우방 여러 나라에 보여달라, 또 피난을 가거나 서울에 잔류하거나 근신자제하고 태연자약하라고 대통령은 당부했다.

계엄사령부 민사부도 대통령 담화에 따른 지침을 발표했다. 피난 가는 사람들은 간선 도로를 군에 양보하고 이면 도로나 논밭 길을 이용해 달라, 피난민들은 부산, 대구 등 대도시로 집중하지 말고 지방 소읍으로 산개하라, 피난 갈 때 두고 가는 김치, 간장, 된장, 메주는 군부대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포장을 해놓고 떠나라, 피난을 가지 않는 가정들은 마당에 방공호를 깊이 파라, 일선과 후방이 한 덩어리가 되어 모든 물자와 언동을 전력(戰力)으로 귀일(歸一)시키라고 계엄사는 말했다.



# 베트남 - 156~157p.


마장세는 구두를 닦아주고 받은 돈으로 거리에서 풀빵이나 꽁치구이를 사 먹었다. 점심때까지 번 돈이 없어서 오후 네댓 시쯤에야 허기를 면하는 날이 많았다. 배가 고프면 창자에서 찬바람이 일었고 몸속이 비어 투명했다. 배가 고프면 눈을 가늘게 뜨게 되는데, 눈꺼풀이 떨려서 세상이 흔들렸고 가까운 것들이 멀어 보였다. 배가 고프면 후각이 민감해져서 거리의 사람 냄새나 물이 오르는 가로수의 풋내가 코끝에 어른거렸다. 배가 고프면 배고픔이 몸속에 가득 차면서도 몸이 비어 있는 느낌이었는데, 음식 냄새가 코를 스치면 배고픔은 창끝처럼 뾰족해져서 창자를 찔렀다. 배가 고프면 마음이 비어서 휑했고, 그 빈 마음속에 배고픔이 스며 있었다. 배고픈 저녁에 마장세는 저녁노을을 보면서 배고픔은 노을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배가 고프면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맛의 헛것이 빈 마음에 번져 있었다. 풀빵은 너무 멀게서 깨물면 속이 흘러내렸다. 마장세는 풀빵을 먹을 때 입을 위로 치켜들고 흘러나오는 내용물을 빨아 먹었다. 풀빵은 멀겠지만 온기가 배 속으로 퍼졌다. 온도도 먹이가 될 수 있다는 걸 마장세는 풀빵을 먹으면서 알았다. 온도는 배가 부르지는 않았고 온도가 배 속으로 퍼지면 메마른 창자가 꿈틀거리면서 창자는 더욱 맹렬히 건더기를 요구했다.



# 당신의 손 - 207~208p.


바강희는 아이들이 손바닥으로 느끼는 소나무 껍질의 느낌이 아이들의 마음에 깊이 저장되어 있다가 종이 위에서 선이나 색으로 드러나기를 바랐다. 느낌의 내용을 말로 타인에게 전해 줄 수는 없었고 느낌을 느끼게 해주는 것만이 교사의 일이라고 박상희는 생각했다. 박상희는 아이들을 데리고 토끼, 다람쥐 사육장 앞에 가서 동물들의 손짓, 발짓, 표정과 움직임을 들여다보도록 했다. 박상희는 아이들이 다람쥐와 토끼의 몸놀림에서 생명의 느낌을 얻기를 바랐다. 박상희는 또 유자 껍질, 조개 껍데기, 달걀 껍데기를 교실에 가져가서 아이들에게 만져보도록 했고, 눈을 감고 서로 얼굴을 더듬어보도록 했다.

ㅡ 선생님은 손으로 만져본 느낌을 그릴 수가 있나요?

라고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 물었다.

ㅡ 그릴 수 없어도, 그 느낌을 가지고 있어야 그림을 그릴 수가 있다.

라고 박상희는 대답해 주었지만, 전달되거나 이해될 수 없는 말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박상희는 아이들이 종이나 캔버스에 선을 긋고 물감을 칠할 때 그 종이나 캠버스를 빈 공간이 아니라, 이 세상으로 받아들여주기를 바랐으나 그 바람 또한 이해받기는 어려웠다. 어머니들이 박상희의 수업 방식에 항의했다.



# 어머니 - 243p.


이도순이 비척거리면서 서랍을 열어보고 화장실 안을 기웃거렸다. 이도순은 흥남부두에서 잃어버린 젖먹이 딸을 찾고 있었다. 길녀야 어딨니...... 이도순은 커튼 뒤쪽을 들여다보았다. 마차세는 어머니를 말리지 못했다. 그 아이의 이름이 길녀였구나...... 어머니는 어째서 한평생 입 밖에 낸 적이 없는 그 이름을 말년의 암흑 속에서 기억해 내는 것일까. 어머니의 치매는 망각된 고통의 기억을 극사실적으로 재생시키고 있었다. 길녀는 여자 이름이니까, 길녀가 살았으면 내 누나였겠구나...... 마차세는 길녀가 어머니의 치매속으로 살아 돌아오지 않기를 빌었다. 이도순은 침대 밑을 들여다보았다. 마차세는 고개를 돌렸다.



# 기별 - 270~271p.


임신의 기별은 몸속 깊은 곳에서 움트는 이물감이나 어지럼증 같았다. 기별은 멀고 희미했는데, 점차 다가와서 몸 안에 자리 잡았다. 낯선 것이 다가오고 또 자라서 몸 안에 가득 퍼져가는 과정을 박상희는 조용히 들여다보았다. 몸속의 어두운 바다에 새벽의 첫 빛이 번지는 것처럼 단전 아래에서 먼동이 텄다. 고등학교 여름방학 때 놀러 갔던 동해의 아침 바다는 어둠이 물러서는 시간과 공간 안으로 수평선 쪽에서 솟아오르는 빛의 입자들이 퍼졌고, 새로운 시간은 살아 있는 살끼리 서로 부비듯이 다가왔다. 박상희는 스며서 가득 차는 빛들을 떠올렸다. 임신은 몸의 새벽을 열었다. 가끔씩 안개 같은 것이 목구멍을 넘어왔다.

몸속을 덮은 안개 속에서 해독할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는 수런거리면서 이따금씩 가까이 다가왔다. 아직 발생하지 못한 세포들이 숨 쉬는 소리 같기도 했고, 우주공간을 날아가는 별들의 소리 같기도 했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무어라고 말하고 있었고, 말하고 있었지만 아직 말이 되어지지 않은 소리였다.



# 작가 후기


이 작은 소설은 내 마음의 깊은 바닥에 들러붙어 있는 기억과 인상의 파편들을 엮은 글이다.

그 기억과 인상들은 오랫동안 내 속에 서식하면서 저희들끼리 서로 부딪치고 싸웠다. 사소한 것들의 싸움을 말리기가 더욱 힘들었다.

별것 아니라고 스스로 달래면서 모두 버리고 싶었지만 마침내 버려지지 않아서 연필을 쥐고 쓸 수밖에 없었다.

당대의 현실에서 발붙일 수 없었던 내 선대 인물들에게서 들은 이야기와 그들의 기록, 언행, 체취, 몸짓, 그들이 남긴 사진을 떠올리면서 겨우 글을 이어나갔다. 이 글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나는 그 기억과 인상들이 이제는 내 속에서 소멸하기를 바란다.

더 길게 쓰고 싶었지만, 기력이 미치지 못했다. 수다를 떨지 말아야 한다고 늘 다짐하고 있다. 쉬운 일은 아니다.


나의 등장인물들은 늘 영웅적이지 못하다. 그들은 머뭇거리고, 두리번거리고, 죄 없이 쫓겨 다닌다. 나는 이 남루한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늙기가 힘들어서 허덕지덕하였다. 의료비 지출이 늘어났다. 지금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느낌이다. 여생의 시간을 아껴 써야 할 것이다. 



<공터에서>

김훈

해냄출판사, 2017


공터에서
국내도서
저자 : 김훈
출판 : 해냄출판사 2017.02.01
상세보기




영화화되어서 유명해진 '살인자의 기억법' 알츠하이머에 걸린 늙은 살인자의 이야기인데, 영화를 본 주변 지인들은 너도나도 추천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영화관에 갈 시간이 마땅히 나지 않았고, 책으로라도 먼저 만나보리라 마음을 먹고 있었다. 


저자 김영하 작가가 직접 책을 읽어주는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를 찾아 이 소설의 도입부를 들었다. 작가는 약 5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담담히 읽었다. "죽음이라는 건 삶이라는 시시한 술자리를 잊어버리기 위해 들이켜는 한 잔의 독주일지도." 이 독백을 끝으로 저자의 목소리로 듣는 소설은 끝이 났다. 소설을 내 눈으로 읽는 것과 저자의 목소리로 듣는 것에 차이가 있었다. 문장은 간결했다. 김병수와 호흡을 따라 박주태를 의심했고, 은희를 염려했다. 소설의 도입부를 읽고 난 후, 작가는 치매와 살인자에 대해 약간의 해설을 곁들였다. 인간이 자기라는 존재에 대해 확신하려면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 스스로는 일관적인가. 존재에 대한 확신을 할 수 있는가. 그것을 작가다운 표현으로 '어제 잠들었던 곳에서 깨어날 수 없다면 일상이 꿈과 같을 것이다.' 라며 무심히 뱉어낸 그 한마디에 사고는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리고 나는 책을 찾아 내 눈으로 다시 살인자 김병수와 함께 그의 기억을 더듬었다. 분량은 길지 않았다. 책장을 넘기면서 심장이 두방망이질을 해 댄다. 살인자의 독백을 담은 문장에는 감정이 없지만 그의 감정이 느껴진다. 살인자의 사고(思考)를 담아낸 이성적인 표현은 세세하였고 너절하지 않았다.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적이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나에게 이런 말끔한 문장을 써내는 작가가 더없이 위대해 보였다. 시종일관 독자를 몰입해서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를 창의적으로 전개해내는 작가의 재능이 부러웠다. 김훈 작가의 문장을 읽던 어느 날, 존경과 함께 느꼈던 무언의 패배감처럼, 작가의 재능이란 날 때부터 점지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어찌 되었건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영화로 소개된 이야기가 궁금해서 영화를 보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졌다. 개봉한지 몇 달이 지난 탓에 상영관을 찾을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늦은 밤 소파에 반쯤 누워 캔맥주를 손에 들고는, IPTV의 리모컨에서 결제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다시 김병수와 함께 그의 기억을 더듬는다. 




■ 본문 중에서


- 17p.

카그라스증후군이라는 게 있다. 뇌의 친밀감을 관장하는 부위에 이상이 생길 때 발생하는 질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가까운 사람을 알아보기는 하지만 더이상 친밀감을 느낄 수가 없게 된다. 예컨대 남편은 갑자기 아내를 의심한다. "내 마누라 얼굴을 하고 꼭 내 마누라처럼 구는 당신은 도대체 누구야? 누가 시킨 거지?" 얼굴도 똑같고 하는 일도 똑같은데 아무래도 남처럼 느껴진다. 낯선 사람으로만 보인다. 결국 이 환자는 낯선 세계에 유배된 것과 같은 기분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비슷한 얼굴의 타인들이 모두 함께 자기를 속이고 있다고 믿는다.

그날 이후로 은희는 자신을 둘러싼 이 작은 세계, 나와 자신만으로 이루어진 가정을 낯설게 여기기 시작한 것 같았다. 그래도 우리는 같이 살았다.



- 51p.

나는 살아오면서 남에게 험한 욕을 한 일이 없다.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고 욕도 안 하니 자꾸 예수 믿느냐고 묻는다. 인간을 틀 몇 개로 재단하면서 평생을 사는 바보들이 있다. 편리하기는 하겠지만 좀 위험하다. 자신들의 그 앙상한 틀에 들어가지 않는 나 같은 인간은 가늠조차 못 할 테니까.



- 57p.

살인자로 오래 살아서 나빴던 것 한 가지: 마음을 터놓을 진정한 친구가 없다. 그런데 이런 친구, 다른 사람들에게는 정말 있는 건가?



- 92p.

은희는 모른다. 내가 추구하던 즐거움에 타인의 자리가 없다는 것을. 나는 타인과 어울려 함께하는 일에서 기쁨을 얻어본 기억이 없다. 나는 언제나 내 안으로 깊이깊이 파고들어갔고, 그 안에서 오래 지속되는 쾌락을 찾았다. 뱀을 애완용으로 키우는 이들이 햄스터를 사들이듯이, 내 안의 괴물도 늘 먹이를 필요로 했다. 타인은 그럴 때만 내게 의미가 있었다. 노인들이 손뼉을 치며 좋아하는 것을 보자마자 나는 즉각적으로 그들을 혐오하게 되었다. 웃는다는 것은 약하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자기를 무방비로 내준다는 뜻이다. 자신을 먹이로 내주겠다는 신호다. 그들은 힘이 없고 저속하고 유치해 보였다.



- 94p.

나는 조용한 세상이 좋다. 도시에서는 살 수가 없다. 너무 많은 소리가 나를 향해 달려든다. 너무 많은 표지판, 간판,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표정들. 나는 그것들을 해석할 수가 없다. 무섭다.



- 105p.

수치심과 죄책감: 수치는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것이다. 죄책감은 기준이 타인에게, 자기 바깥에 있다. 남부끄럽다는 것. 죄책감은 있으나 수치는 없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타인의 처벌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나는 수치는 느끼지만 죄책감은 없다. 타인의 시선이나 단죄는 원래부터 두렵지 않았다. 그런데 부끄러움은 심했다. 단지 그것 때문에 죽이게 된 사람도 있다. - 나 같은 인간이 더 위험하지.


- 147~148p.

눈을 뜨기가 어렵다. 지금이 몇 시인지, 아침인지 저녁인지도 도통 가늠할 수가 없다.

사람들이 하는 말을 거의 알아들을 수가 없다.

(중략)

미지근한 물속을 둥둥 부유하고 있다. 고요하고 안온하다. 내가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공(空) 속으로 미풍이 불어온다. 나는 거기에서 한없이 헤엄을 친다. 아무리 헤엄을 쳐도 이곳을 벗어날 수가 없다. 소리도 진동도 없는 이 세계가 점점 작아진다. 한없이 작아진다. 그리하여 하나의 점이 된다. 우주의 먼지가 된다. 아니, 그것조차 사라진다.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문학동네, 2013


살인자의 기억법
국내도서
저자 : 김영하(Young Ha Kim)
출판 : 문학동네 2013.07.24
상세보기



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얼마 전부터 출퇴근 시간에 차 안에서 '책 읽는 시간'을 듣고 있다. 출근길 운전 중에 무료함을 없애보겠다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김영하 작가의 팬이 되고 말았다. 몇 에피소드에서는 작가 본인의 소설을 직접 읽어주기도 하는데, 작가의 호흡으로 읽어주는 이야기는 몇 배 더 매력이 가미되기에 해당 에피소드는 나도 모르게 여러 번 반복해서 듣곤 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본인의 소설을 단 한 권 밖에 읽을 시간이 없다면, 어떤 책을 추천하겠냐고 물어온다면 그는 주저 없이 "검은 꽃"이라는 소설을 고를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작가로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이런 문제들에 대해 고민을 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 소설을 쓰면서 작가로서 평생을 살아갈 수 있겠구나라고 확고하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모험이었으나 과테말라와 멕시코에 머물며 취재를 하며 소설의 첫부분을 썼고, 한국에 돌아와서 나머지 부분을 완성했다. 서울에서 뒷부분을 쓸 무렵에는 격렬한 깊은 감정의 격동을 작가로서 처음 경험해보았다는 고백을 담담히 털어놓는다. 작가가 읽어주는 이 소설의 첫 부분을 듣고 나니, 이야기가 궁금해서 견딜 수 없을 지경이었다. 


1905년 일포드호를 타고 멕시코로 떠난 이들의 이야기. 인물들이 모자이크를 이루며 이야기가 전개되어가는 소설의 형식도 형식이거니와, 개성 강한 각 인물들의 행동과 사건이 손에 잡히는 것처럼 흥미롭게 묘사되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열녀문을 가문의 자랑으로 여기던 한 세기 전, 여성의 권리라고는 발설할 수조차 없던 그 시절에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던 여인, 왕족의 딸 이연수. 여러 인물들 가운데서도 연수와 소년 이정의 이야기는 세대를 뛰어넘는 절절한 로맨스로 읽는 내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작가는 소설을 써나갈 무렵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책상으로 달려가 다음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했는데, 십수 년이 지난 지금 독자인 나는 책의 다음 페이지를 빨리 읽고 싶어 안달을 하고 있으니, 분명 '먼 곳으로 떠나 종적 없이 사라져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무언가를 홀리는 매력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 본문 중에서


 # 14  - 55p.


사간동의 집에서 이연수는 자기 몸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몸은 그저 거기 있었고 그녀는 그것을 사용할 뿐이었다. 그녀의 관심은 오히려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것에 가 있었다. 나는 어디에서 왔고 무엇을 위해 살며 어떻게 죽을 것인가. 그녀의 부모는 그녀가 조상에게서 왔으면 아비와 남편을 위해 살다 그 명이 다하는 순간 혼백이 된다고 가르쳤다. 모든 사대부가 여자들이 배우고 납득하는 것을 그녀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부모의 뼈와 살로부터 자신이 비롯되었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생각이 달랐다. 너무 위험한 생각이었으므로 차마 발설하지 못한 그녀의 내심은,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산다, 는 것이었다. 남편이 죽으면 자살을 강요받고 그 죽음의 대가로 와에게서 열녀문을 하사받던 시절은 이제 지나갔지만 그렇다고 누구도 여자가 저 자신을 위해 살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안 될 것은 무어냐.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에 남녀가 따로 있으랴. 비록 얌전히 앉아 십장생을 수놓고 있었지만 열여섯 소녀의 머릿속엔 시대가 용납하기 어려운 위험한 사고가 자라나고 있었다. 구체적인 실현 방도가 없었기에 그녀의 의지는 더욱 강렬해졌고, 그러느라 이연수는 상대적으로 제 몸의 변화에는 애써 눈을 감았다. 달거리가 시작되고 수유가 가능할 정도로 가슴이 나오고 얼굴의 젖살이 빠져나가는데도 그럴수록 그녀는 관념적인 문제에 매달렸다.



 # 42  - 167-68p.


이종도는 말했다. 폐하께 편지를 쓰는 중이다. 여러분이 이 땅에서 흘린 피눈물을 두 눈으로 보아 잘 알고 있다. 이 멕시코에도 분명 우편제도가 있을 터이다. 누가 메리다까지만 나가 이것을 부치기만 한다면 폐하께서 곧 방도를 마련하실 것이다. 개 돼지도 이보다는 나은 대접을 받으리라. 이종도의 말에, 지난 석 달, 아니 배를 탔을 때부터 계산하면 거의 반년간의 고통이 떠올라 몇몇은 벌써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한 명이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쭈볏거리며 이종도 곁에 서 있는 진우에게 건네주었다. 우리를 위한 일이니 사양치 말고 보태 쓰시게. 그러자 사람들이 너도나도 돈을 내놓았다. 집으로 돌아가 쌀을 퍼온 사람도 있었다. 진우는 그것을 정중히 사양했다. 이종도는 안으로 들어가 다시 궤짝 앞에 앉았다. 처음으로 글을 배운 보람을 느꼈다. 어려서부터 단 한 번도 글을 읽고 쓰는 일의 소박한 즐거움을 느낀 바 없는 이종도였다. 그것은 언제나 의무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이종도의 머릿속으로 까맣게 잊고 있었던 수많은 글귀들이 개미떼처럼 몰려들었다.


아버지, 다시 돌아가면 우리 모두 일본으로 끌려가 비참하게 죽게 되리라 하셨잖습니까? 이종도는 담담하게 말했다. 여기보다야 못하겠느냐. 설마 네 손바닥이 톱날처럼 갈라지도록 일을 시키기야 하겠느냐. 애비가 잘못 생각했다.



 # 59  - 239p.


이보시오. 농장에서 얻은 자식은 그 농장주의 것이오. 그 여자가 누구의 것이오? 농장주인 내 것이오. 그런데 그 여자가 애를 낳았소. 그럼 그건 누구의 것이오? 방화중이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는 아버지의 것으로 간주됩니다. 메넴이 시가에 불을 붙였다. 여기는 당신네 나라가 아니오. 그리고 그가 정말 그 아이의 아버지라는 것을 과연 당신들이 증명할 수 있겠소? 왜 세상의 모든 나라에서 아이에게 아버지의 성을 붙여주는 줄 아시오? 그래야 아버지들이 제 자식이라고 믿고 먹여주고 재워주고 키워주기 때문이오. 다시 말해 성은 아버지들의 불신에 대한 사회적 대가라는 거요. 그게 뭘 의미하는지 아시오? 남자들은 열 달 전에 저지른 어떤 일의 결과로 아이가 나온다는 것을 아직까지도, 20세기가 밝아왔는데도 여전히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단 말이오. 오직 확실한 것은 어미가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뿐이오. 멕시코의 아시엔다에서 아버지의 존재는 불확실하고 불분명하고 심지어 불필요하오. 메리다로 돌아가 물어보시오. 법률도 나의 편이오. 법은 애매한 것을 좋아하지 않소.


메넴은 제 나름의 고급한 유머로 불청객들을 격퇴한 것에 대해 기분이 좋아졌다. 반면 메리다로 돌아온 한인들과 변호사는 그 문제에 관한 한 농장주들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멕시코와 유카탄의 법률은 메넴의 주장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모든 법률가가 농장주인 곳에선 송사를 벌여봐야 희망이 없었다.



 # 72  - 272p.


시간이 흘렀다. 아주 오래 전에 잊어버린, 그 격심한 고통과 환각이 그를 찾아왔다. 형체 없는 어둠이 말했다. 나는 너를 대신하여 죽은 자다. 최선길은 손을 저었다. 아니야, 누가 누구를 대신하여 죽는단 말이야. 도대체 당신은 누구야? 누구냔 말이야?  형체는 최선길의 목을 졸랐다. 나는 네가 죽인 자들의 예수다. 최선길은 발버둥을 쳤다. 내가 무슨 죄를 지었소? 그들은 죽일 만하니까 죽였소. 그리고 내가 그들을 죽이기 전부터, 저 일포드 호에서부터 당신은 내 목을 졸랐소. 아, 제발 그 손 좀 치우시오. 숨막혀 죽겠소. 형체는 말했다. 나의 시간은 너의 시간과 다르다. 죄는 먼저와 나중이 없다. 죄를 모르는 것이 바로 너의 죄다.


그는 눈을 떴다. 어느새 광장이었다. 어깻죽지가 뽑힐 듯이 아파왔다. 발등은 누군가 인두로 지지는 것 같았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놀라워라. 그는 공중에 떠 있었다. 벌써 죽은 것일까? 그러나 아니었다. 아래쪽에서 사람들이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옆을 보니 이그나시오 벨라스케스가 십자가에 묶인 채 광장 바닥에 누워 있었다. 대머리 사내가 히죽거리며 망치로 벨라스케스의 손바닥에 못을 박고 있었다. 그제서야 최선길은 왜 어깻죽지가 이토록 아픈지를 알았다. 그는 양팔을 벌린 채 십자가에 매달려 있었다. 중력 때문에 몸은 자꾸 아래로 처져내렸다. 손바닥에서 흘러내린 피가 겨드랑이를 적셨다. 대못에 관통당한 발등은 그악스런 다족류가 파고들어 먹어치우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팠다. 최선길은 다급히 외쳤다. 이것들 보시오. 나는 예수도 믿지 않고 멕시코 사람도 아닙니다. 나는 조선인입니다. 나는 구경꾼이오. 살려주시오. 제발! 한 사람이 다가와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며 분명히 말했다. 너는 우리를 때리고 강간하고 죽였다. 너는 죽어야 한다. 땀이 눈으로 흘러들었다. 최선길은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부에나비스타 농장의 마야인 노동자였다.



 # 77  - 306p.


잠시 침묵이 흘렀다. 어쩌면 우리 모두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어. 왜놈이나 되놈으로 죽고 싶은 사람 있어?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아. 이정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 차라리 무국적은 어때? 돌석이 말했다. 이정은 고개를 저었다. 죽은 자는 무국적을 선택할 수 없어. 우리는 모두 어떤 국가의 국민으로 죽는 거야. 그러니 우리만의 나라가 필요해. 우리가 만든 나라의 국민으로 죽을 수는 없다 해도 적어도 일본인이나 중국인으로 죽지 않을 수는 있어. 무국적이 되려고 해도 나라가 필요한 거라구.

이정의 논리는 어려웠다. 그들을 설득한 건 논리가 아니라 열정이었다. 그리고 그 열정은 기묘한 것이었다. 그것은 무엇이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되지 않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 달 후, 이들은 신전 광장에 띠깔 역사상 가장 작은 나라를 세웠다. 국호는 신대한이었다. 그들이 알고 있는 국호는 대한과 조선뿐이었으므로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작가의 말  - 354-355p.


나는 내 소설 속의 인물들이 거쳐갔음직한 곳을 일일이 훑고 바로 그곳에서 먹고 자며 천천히 전진했다. 멕시코시티에서 유카탄 반도로, 유카탄 반도에서 띠깔로 이동했다. 마지막으로 과테말라 남부의 안티구아란 도시에 머물며 소설의 상당 부분을 썼다. 과테말라의 관광 캐치프레이즈는 “영원한 봄의 나라(The Land of Eternal Spring)”다. 북부의 밀림과는 달리 남부의 고원지대엔 정말 일 년 내내 봄날씨가 계속된다. 그래서 시간이 전혀 흐르지 않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땐 못 견디게 지루했는데 어쩌면 이런 소설을 쓰기엔 적합한 도시였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곳에서 매일 일정량의 소설을, 마치 전국대회를 준비하는 고등학교 육상 선수처럼 꾸준히 썼다.

서울에 돌아와 스타벅스에 들렀더니 안티구아 커피원두를 팔고 있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안티구아엔 스타벅스가 없는데 스타벅스엔 안티구아가 있었다. 스타벅스는 과테말라의 플랜테이션에서 마야인들을 고용해 커피를 길러 그것을 서울 광화문에서 팔고 있었다. 이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아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글을 쓰기 바로 직전에 소설의 제목을 정했다. 그러고 나니 갑자기 우울했다. 어떤 것도 돌이킬 수 없게 되었고 이 모든 과정이 비로소 끝난 것이다. 이제 다음 소설을 생각해야한다.



<검은 꽃>
김영하
문학동네, 2003

검은 꽃 - 2004년 제35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국내도서
저자 : 김영하(Young Ha Kim)
출판 : 문학동네 2003.08.20
상세보기






# 김수환 추기경 연보 - 204~205p.


1922년 5월 8일 대구 출생(음력)

1933년 성 유스티도 신학교 예비과 입학(대구)

1941년 3월 서울 동성상업학교 을조(乙組) 졸업

1941년 4월 일본 도쿄 조치(上智)대학교 입학(유학)

1944년 1월 제2차 세계 대전으로 인하여 학업 중단

1947년 9월 혜화동 성신대학 편입

1951년 9월 15일 사제 수품, 안동성당 주임

1953년 4월 대구대교구 교구장 비서

1955년~1956년 김천성당 주임 겸 성의 중고등학교장

1956년~1963년 독일 유학, 뮌스터 대학교 대학원 사회학 전공

1964년~1966년 가톨릭시보사(현 가톨릭신문) 사장

1966년 5월 31일 주교 수품, 마산교구장에 오름

1968년 5월 대주교로 승품, 제12대 서울대교구장

1969년 3월 28일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추기경 서임 (당시 47세, 전 세계 추기경 134명 중 최연소)

1970년~1975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1차 역임)

1975년~1998년 평양교구장 서리 겸임

1981년~1987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2차 역임)

1984년 5월 6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함께 한국 천주교회 창설 200주년 기념과 103위 시성식 개최 (여의도)

1998년 5월 29일 서울대교구장 및 평양교구장 서리 퇴임

2002년 북방 선교에 투신할 사제를 양성하기 위한 '옹기장학회'를 공동 설립

2009년 2월 16일 선종 (향년87세), 안구 등 장기 기증



# 인생덕목 - 49~52p.


一. 말 (言)

말을 많이 하면 필요 없는 말까지 나온다.

양 귀로 많이 들으며, 입은 세 번 생각하고 열라.


二. 책 (讀書)

수입의 1퍼센트를 책을 사는 데 투자하라.

옷이 해어지면 입을 수 없어 버리지만,

책은 시간이 지나도 위대한 진가를 품고 있다.


三. 노점상 (露店商)

노점상에서 물건을 살 때 깎지 말라.

그냥 돈을 주면 나태함을 키우지만,

부르는 대로 주고 사면 희망과 건강을 선물하는것이다.


四. 웃음 (笑)

웃음을 생활화하라.

웃음은 만병의 예빵약이며, 치료약이며

노인을 젊게 하고, 젊은이를 동자(童子)로 만든다.


五. TV (바보상자)

텔레비전과 많은 시간 동거하지 말라.

술에 취하면 정신을 잃고,

마약에 취하면 이성을 잃지만

텔레비전에 취하면 모든 게 마비된 바보가 된다.


六. 성냄 (禍)

화내는 사람이 언제나 손해를 본다.

화내는 사람은 자기를 죽이고 남을 죽이며

아무도 가깝ㄱ 오지 않아서 늘 외롭고 쓸쓸하다.


七. 기도 (祈禱)

기도는 녹슨 쇳덩이도 녹이며 천년 암흑 동굴의 어둠을 없애는 한 줄기 빛이다.

주먹을 불끈 쥐기보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자가 더 강하다.

기도는 자성을 찾게 하며 만생을 요익하게 하는 묘약이다.


八. 이웃 (隣)

이웃과 절대로 등지지 말라.

이웃은 나의 모습을 비추어 보는 큰 거울이다.

이웃이 나를 마주할 때, 외면하거나 미소 짓지 않으면, 목욕하고 바르게 앉아 자신을 곰곰이 되돌아봐야 한다.


九. 사랑 (慈愛)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진정한 사랑에는 이해, 관용, 포용, 동화, 자기를 낮춤이 선행된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칠십 년 걸렸다."



#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 - 82p.


아침이면 태양을 볼 수 있고

저녁이면 별을 볼 수 있는 나는 행복합니다.

잠이 들면 다음 날 아침 깨어날 수 있는 나는 행복합니다.

꽃이랑 보고 싶은 사람을 볼 수 있는 눈,

아기의 옹알거림과 자연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입,

기쁨과 슬픔과 사랑을 느낄 수 있고

남의 아픔을 같이 아파해 줄 수 있는 가슴을 가진 나는 행복합니다. (중략)



# 창조와 순리 그리고 사랑의 표현 - 159p.


민주주의는 만들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의 활력 속에서

화합이 이루어질 때 창조되는 것입니다.

정의 또한 규격품으로 배급되어 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강물처럼 순리로 흐르고 넘치게 해야 합니다.

복지는 소외된 이웃 형제들에 대한 모든 사람의 사랑 표현이어야 합니다.



<바보가 바보들에게>

김수환 

산호와진주, 2009


바보가 바보들에게
국내도서
저자 : 김수환
출판 : 산호와진주 2009.03.10
상세보기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