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lley Uprising Official Trailer, 2014

 

CASHNER : Because climbers are so free, you know. Live out of their cars, or wherever, and just enjoy life.

클라이머는 좀 자유롭잖아요. 차에서 살거나 어디서든 그냥 삶을 즐기고요.

LONG : 100 years from now, nobody's going to remember that ranger at all, but they are going to remember Jim Bridwell. They'll going to remember what the climbers of that generation did because that was history, and the rangers knew that, and that used to piss them off.

100년이 지난 지금, 아무도 레인저를 기억하지는 않지만 짐 브리드웰은 기억하고 있죠. 그 세대의 클라이머가 어떤것이 었는지 그들은 기억할거에요. 그건 역사였으니까요.

 

 

NARRATOR : Over the past 60 years, climbing has evolved to a place that would be unfathomable to the early pioneers of these walls. But that basic yearning for adventure remains the same. To step into the unknown and go beyond the possible.

지난 60년간 오랜 선구자들이 도무지 알 수 없던 이 장소에서, 클라이밍은 진화되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모험에 대한 갈망은 똑같이 남아 있죠.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서 가능함을 넘어서는.

NARRATOR : As when Alex Honnold walked up to the base of Half Dome, the wall where it all began, and started up the 2000 foot route. 

With no equipment but his climbing shoes and a chalk bag.

알렉스 호놀드가 등반을 시작하는 하프돔 베이스로 걸어갑니다. 그리고 2,000 피트 높이의 루트를 시작하죠.

어떠한 장비도 없이, 암벽화와 쵸크백만 가지고서.

LONG : Half Dome was first climbed in 1957, and it was the first Big Wall ever climbed in the world. 51 years later, Alex Honnold comes along with the idea of climbing it without a rope. And that's sort of the ultimate statement of what's going on right now.

하프돔은 1957년 초등 되었고 그건 세상에서 없던 척 빅월 등반이었어요. 51년이 지나고 알렉스 호놀드는 로프 없이 등반을 하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왔죠. 그리고 그건 어떤 엄청난 일이었어요.

HONNOLD : The same thing that drew Royal Robbins to Half Dome, is the same thing that drew me to Half Dome: Just the awe-inspiring face. I mean, I don't know how else to say it. Just how impressive the wall is. Being by yourself on a huge big wall, it just puts you in your place. But you also feel a part of something bigger. This rich history of climbing in Yosemite.

로얄 로빈스가 하프돔에 그렸던 꿈과 같은 꿈을 저도 하프돔에 그리는 거죠. 장엄한 벽면이요. 그러니까 제 말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냥 얼마나 저 암벽이 인상적인지요. 거대한 암벽에서 자기 자신이 되는 거에요. 그 속에 자신을 넣는거죠. 하지만 무언가 더 큰 것의 일부가 된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될거에요. 이 풍성한 요세미티 등반 역사에서요.

O'NEILL : Alex coming along to free solo Half Dome shows the arc of progress in Yosemite climbing.

알렉스가 하프돔 프리 솔로를 하러 와서 요세미티 등반의 진전을 보여줬죠.

HILL : Climbing in Yosemite, it's constantly evolving. People come there to make a statement about what's possible with passion, and vision, and heart.

요세미티 등반은 계속 진화합니다. 사람들은 이곳에 와서 어떤것이 열정과 비전과 심장으로 가능한지 제시하죠.

LONG : Yosemite will always be there for people that have a free spirit and plenty of raw energy. For the ones amongst us who want to adventure on a huge scale.

요세미티는 언제나 그곳에서 사람들이 자유로운 순수한 에너지를 갖게 해 줄 것입니다. 우리중 누군가 정말 커다란 스케일의 모험을 원하는 사람을 위해서요.

NARRATOR : As the sport of climbing has matured, Yosemite climbers have been making an effort to recast their outlaw image.

스포츠로 락클라이밍이 성장해 가면서 요세미티의 클라이머들은 그들의 불법적인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POTTER : Climbers and rangers working together to clean up the park.

클라이머와 레인저가 함께 일하면서 요세미티를 청소하는거죠.

PARK RANGER : Even though there's always been that friction between climbers and rangers, I think the Park Service is recognizing that climbers really love this place. They want to protect Yosemite, and, when it comes down to it, the mission is the same for both groups.

클라이머와 레인저 간에 항상 충돌이 있어왔지만, 관리공단은 클라이머들이 정말 이곳을 사랑한다는걸 깨닫기 시작했죠. 그들은 요세미티를 보호하고 싶어하죠.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두 그룹의 미션은 같아요.

NARRATOR : But in an era of increasing good will, there remains, at the heart of Yosemite climbing, a spirit that's not so easily tamed.

하지만 호의가 축적되고 있는 이 시기에도 쉽게 길들여 지지 않는 요세미티 등반 정신은 남아있습니다.

 

<Valley Uprising : 반란의 계곡>

감독 : 피터 모르티머(Peter Mortimer), 닉 로젠(Nick ROSEN)

다큐멘터리, 2014

 

 

◎ Golden Age (1955~1970) Royal Robbins

◎ 스톤마스터, The Stonemasters (1973~1980) : Rick Accomazzo, Dale Bard, Jim Bridwell(짐 브리드웰), Dean Fidelman, Richard Harrison, Mike Graham, Robs Muir, Gib Lewis, Bill Antel, Jim Hoagland, Tobin Sorenson, John Bachar, Lynn Hill(린 힐), Ron Kauk, Ken Yager and John Long(존 롱)

◎ The Stone Monkeys era, 스톤 몽키즈 (1998~Present) : Din Potter(딘 포터), Tomy Cordwell(토미 카드웰), Allex Honold(알렉스 호놀두)

 

[원문] 월간산 2019.07월호 (통권 597호) http://san.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6/2019062601182.html

등산강사 자격증 따기 위한 2박3일간의 테스트 과정 실전

북한산 백운대 암장에서의 연수 모습. 암벽등반기술 실기평가에 앞서 진행 방식에 대해 설명하는 오호근 교수와 긴장된 눈빛으로 바라보는 연수생들

 

대한산악연맹 등산교육원(원장 남선우)은 6월 7~9일, 서울 우이동 블랙야크 알파인센터와 북한산에서 2019년 등산강사 자격과정 하계연수를 실시했다. 모두 29명의 연수생이 참가했으며, 등반 경력 5년 이상의 베테랑 등반가들이 등산강사를 목표로 뜨거운 열정을 보이며 과정에 임했다. 

향후 등산강사가 되면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실내 교육과정은 교육론 위주로 구성되었으며, 일반등산 교육론(오호근), 암벽등반 기술(김성기, 윤재학), 스포츠클라이밍 개론(임갑승), 스포츠클라이밍 지도론 및 실기(손정준), GPS활용(남정권), 산서로 본 등반사(이용대), 알피니즘과 등반의 본질(남선우 원장) 등 국내 최고 수준의 강사진으로 꾸려져 연수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둘째 날부터는 북한산 백운대 암장에서 암벽등반기술 실기 및 실기 지도 능력평가가 진행되었고, 셋째 날 이론지도 능력 발표와 필기평가를 끝으로 과정을 마쳤다.

올해부터는 스포츠클라이밍 과목이 신설되어 손정준 교수가 명강의를 펼쳤다. 예전 2박3일 두 차례로 나누어서 진행하던 연수 방식에서 벗어나 교육과 평가 위주 방식으로 탈바꿈했다. 동계연수도 기존과 달리 하계연수 합격자에 한해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하계연수 자격검정에 합격한 후, 동계과정 이수 후 합격하면 2급 등산강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자격 취득 후에는 각 시도연맹과 등산학교에서 강사로 활동할 수 있다. 

대산련은 2006년부터 자격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2018년 기준 2급 등산강사 자격을 취득한 인원은 202명이다. 대한산악연맹 등산교육원에서 실시한 ‘등산강사 자격증 활용에 대한 현황조사 연구’에 따르면 등산강사 자격을 취득한 이들은 산행경력 20년 이상, 강의 경력 5~10년 이상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기본적인 전문성은 대부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포츠클라이밍 지도론을 강의 중인 손정준 교수.

 

“나무에 보울라인 매듭 만들어 보세요!”

매듭법 평가 담당인 김성기 교수가 내 이름을 호명하며 얘기했다. 평소 안전벨트에 직접 연결하는 형태로만 보울라인 매듭을 사용했던 터라 반대 방향으로 매듭을 만들려니 숙달되지 않아 도무지 진행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자진납세를 하고 나무를 끌어안았다.

“강사가 등 돌리고 매듭 만들면 안 된다고 했는데, 매듭은 만들어야 하니까 이렇게라도 할게요.”

“어디서 정보를 듣긴 들었는데, 숙지가 안 되셨군요?”

평가자와 피평가자 모두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덕분에 평가 분위기는 부드럽게 마무리되었지만, 면이 서지 않고 영 부끄러웠다. 이날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 덕분에 ‘기둥에 보울라인 매듭 묶기 1,000번은 연습하리라’는 오기가 발동했고,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그날부터 오늘까지 매일 잠들기 전에 10번씩 매듭을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아직 눈감고 매듭을 완성시킬 자신은 없다.

곧이어 실기 지도능력 평가 시간이 되었다. 연수생들은 발표를 위해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번호가 적힌 탁구공을 뽑았다. 나는 ‘17번’을 뽑아 ‘확보물-퀵드로의 연결과 로프 클립 기술’에 대해 발표했다. 바위의 갈라진 틈에 캠을 설치하고 등반자의 진행 방향에 따른 방향을 고려해 퀵드로 연결과 로프 클립을 하며 동작과 함께 발표를 이어나갔다.

“인덱스 클립 해보세요!”

“그건 팜 클립이에요, 다시 한 번 해보세요”

윤재학 부원장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한 번 더 기회를 준다. 평소에 늘 사용하던 방식인데도 시험이라는 긴장감에 헛손질과 실수 연발이었다. 무사히 실기평가를 마치고 나니, 그제서야 백운대 자락에 산산하게 부는 시원한 바람이 느껴진다. 얼마나 긴장했던지 얼굴이 발갛게 익는 것도 모르고, 배낭 속에 넣어둔 선크림을 한 번도 챙겨 바르지 못했다. 

백운대 암장에서의 뜨거웠던 둘째 날은 유난히 길었던 하루였다. 일과를 마치고 화끈거리는 얼굴을 부여잡고 밤이 늦도록 다음날 진행될 필기시험과 이론지도 발표 평가를 준비하다 교재를 베개 삼아 잠이 들었다. 이렇게라도 해서 책 내용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갈 수 있다면…. 그것도 아니면 꿈속에서라도 시험 문제들과 책 속의 정답들이 나타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눈을 붙였다.

백운대 암장에서의 암벽등반기술 실기평가를 마치고, 한 자리에 모인 연수생과 지도교수들.

대망의 셋째 날, 하계연수의 하이라이트인 이론지도 능력 발표는 평가위원인 교수진들 앞에서 5분 동안 뽑은 주제에 대해 강의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알고 있는 지식을 전달하고 교육하는 능력에 대한 평가다. 제 아무리 발표 전문가여도 시험이 주는 긴장감에 떨리기 마련이었다. 

뽑기 운을 바라며 탁구공을 선택해, 비교적 자신 있는 주제인 ‘산의 자연적인 위험과 인위적인 위험, 그리고 대책’을 뽑았다. 학창시절 주기율표 외우던 신공으로 “암붕낙크눈벼비(암벽의 붕괴, 낙석, 크레바스, 눈사태, 벼락, 비…)” 암기송을 만들어 달달 외웠던 자신 있는 주제였다. 신나게 발표를 시작하려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래도 벙어리처럼 입 다물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칠판에 ‘자연적 위험’, ‘인위적 위험’이라고 큼지막하게 적으며 잠시 시간을 벌었다. 이어 호흡을 가다듬고 떨리는 목소리로 발표를 시작했다. 기상 상황에 의한 변화가 산에서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예방 대책을 위해 체온을 잘 유지해야 하는 방법들을 설명하며 나름대로 차분히 이어나갔다.

“우리는 암벽등반을 주로 하니까, 암벽등반 중 만나는 위험에 대해 집중해서 설명해 주면 좋겠다.”

성우 뺨치는 목소리로 윤대표 특임교수가 주문했다. 살짝 당황했지만 다시 판서를 활용하며 발표를 이어나갔다. 더 이상 이어지는 질문이 없자, 발표를 마쳤다. ‘잘한 건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5분 스피치 발표를 마치고, 마지막 남은 필기평가를 위해 다시 수험생 모드로 돌입했다. 교육 시간에 강조된 부분을 필기해 놓은 노트를 참고해, 연수생들은 서로 족집게 예상문제를 내고 답을 맞히며 필기평가 준비에 매진했다. 마지막 시간까지 문제풀이를 한 덕에 어렵지 않게 필기평가를 마칠 수 있었다.

등산강사 자격과정 연수는 교학상장의 참뜻을 되새길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교학상장이란 가르침과 배움이 서로 진보시켜 준다는 뜻으로 ‘사람에게 가르쳐 주거나 스승에게 배우거나 모두 자신의 학업을 증진시킴’을 이르는 말이다. 나는 등산강사가 되기 위해 지식을 타인에게 전달하기 좋은 형태로 재정립해야 함을 몸소 체험하는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연수생들은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들도 다듬고 되새김질할 수 있는 유의미한 시간을 가진 것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입을 모았다. 

등산강사가 되겠다는 마음은 노련한 등반 기술과 산에 대한 해박한 지식뿐만 아니라, 그에 앞서 인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즉, 기본적으로 교육생들이 바라보고 배우고 싶은 스승의 자세가 갖추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앞으로 교육생들을 대할 때, 잘난 체하며 등반 지식을 뽐내기보다는 초보 시절 마음을 잊지 않고 낮은 자세로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등산강사 연수 과정은 자격의 취득여부를 떠나 누군가에게 모범이 되고 선생이 되려면 등반 기술을 잘 연마함은 물론이요, 스스로 존경 받을 만한 사람이 되고자 정진해야겠다는 열정을 불러일으켜 주었다. 그래도 ‘한 번에 합격하면 좋겠다’는 요행을 바라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글 차승준 사진 차승준, 대산련 등산교육원

 

[원문] 사람과산 2019 06월호 (Vol. 356)

황산리지 러닝빌레이 구간에서 후등자 확보 중인 최원일 강사. 뒤로 바위를 품은 바닷가 마을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바다 위로 내려앉은 청명한 하늘과 구름의 그림자를 보고 있자니 신선놀음을 하고 있는 기분이다.

 

태산이 높다 한들 동해의 노산(崂山)만 못하다

코오롱등산학교(교장 윤재학)가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2일까지 중국 청도(靑島)를 대표하는 명산, 노산(崂山, Laoshan)자락의 황산고(黃山崮, Huangshangu) 암봉에 두 개의 리지 코스를 개척했다. 황산고 암장은 산둥반도(山東半島)의 동서부에 위치해 있으며, 청도시에서 동쪽으로 약 30km 떨어져 있다. 이번 개척 등반에는 총 7명의 강사진(정준교, 최원일, 이기범, 전양준, 문성욱, 배대원, 양유석 교무)이 참여했으며, 김은희(정규반 61기)씨와 필자가 개척진의 말미에서 시험 등반으로 코스를 따라 올랐다.

개척은 '원 푸시 스타일(One-push Style)'로 진행됐다. 원 푸시 스타일은 확보물이 전혀 없는 바윗길을 선등자가 앵커를 만들며 길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황산리지의 선등자는 문성욱 강사가, 노림가리지의 선등자는 이기범 강사가 마탔다. 강사진들은 망설임 없이 자연스러운 등반선을 보여주며 정상까지 안전하게 루트를 개척했다.

코오롱등산학교는 이번에 개척한 황산리지와 노림가 리지를 포함해 중국 청도 황산고 암장과 노산 일원을 등반하는 해외암벽반을 개설했으며, 1기 과정을 2019년 5월31일부터 6월6일까지 진행한다.

 

개척 등반에 앞서 장비와 로프를 점검 중인 정준교, 이기범, 양유석 강사.
정상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는 최원일, 문성욱 강사와 필자

 

바람의 길, 황신리지

황산리지는 바닷가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상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등반 내내 아름다운 바다와 아기자기한 해안 마을, 그리고 평화로운 녹차밭의 전경을 내려가 볼 수 있으며, 각 피치의 종료 지점은 노산의 수려한 경치가 한눈에 들어와 전망이 좋다. 그래서인지 등반의 긴장감보다는 유유자적 평화로운 기분이 이어져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이번 개척등반은 내내 바람이 강하게 불어 모두가 추위로 고생했다. 바닷바람에 꽃샘추위까지 얹어진 강풍에 양 볼이 얼얼할 지경이었다. 지난가을에 파타고니아로 원정등반을 다녀온 문성욱 강사가 '이 바람은 흡사 파타고니아급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황산고를 대표하는 리지인 만큼 결국 '황산리지'라 이름 짓긴 했지만, 바닷바람에 고생을 했던 강사진들은 루트의 이름을 놓고 '바람'을 포함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각설하고, 뺨 때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바람 부는 이른 아침에 황산리지를 데려가시라.

황산리지는 전반적으로 무난한 난이도를 가져, 적은 볼트 수에도 부담 없이 등반할 수 있다. 110m의 긴 구간을 자랑하는 3피치는 러닝 빌레이(Running Belay)를 통해 이동해야 등반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크랙 시작 지점인 4피치는 빌레이 옵션 볼트가 1개 설치돼 있어 편하게 확보를 볼 수 있으나 등반이 제법 까다롭다. 레이백과 재밍을 적절히 섞어가며 올라야 하는데, 살결이 날 선 바위의 까슬함이 손가락을 타고 온몸으로 전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요령을 부려볼까 잠시 망설였지만, 까마득한 선배들이 빌레이를 보고 있어 이내 요령일랑 접어두었다.

마지막 6피치 종료 지점은 볼트가 설치돼 있지 않다. 직접 가로 크랙에 캠으로 확보물을 설치해야 등반이 완료된다. 강사진들에 따르면 황산고의 정기가 흐르는 정상부에 구멍을 내어 볼트를 설치하는 것은 자연에 무례하다고 판단해, 차마 완등 볼트를 설치할 수 없었다고 한다.

황산고 등반 루트 중 우뚝 솟은 황산고 정점의 봉우리에 다다를 수 있는 루트는 황산리지 뿐이다. 처음에는 저곳에 오를 수 있을까 막연하기만 했는데, 상상만 하던 봉우리의 정상에 실제로 오르니 황산의 정기를 한 몸에 받는 것 같은 황홀경에 빠졌다.

 

노림가리지 코스 전경, 자연스러운 등반선을 따라 선등하는 이기범 강사와 확보를 보고 있는 정준교 강사
지난해 코오롱등산학교가 개척한 황산고의 또 다른 루트, 붕자원방래( 朋自遠方來 ) 의 8피치를 오르고 있는 필자.

 

정겨운 노림가리지

노림가리지는 개척진의 현지 숙소 이름(노림가 게스트하우스)에서 따왔다. 게스트하우스에서 황산고를 바라보고 산길을 따라 북벽 방향으로 약 1km 정도 접근하면 좌측에 '황산고 동릉#2 리지'를 마주하게 되는데, 동릉#2의 좌측 골짜기 쪽으로 10분 정도(150m) 오른 후 안부에서 등반을 시작한다.

첫 피치는 슬랩과 크랙으로 이어지는 등반 라인으로, 볼트 2개 이후 우측 크랙을 따라 등반하며 캐머롯 등의 확보장비가 필요하다. 2피치는 수직벽에서 레이백 자세로 클립하며 등반을 시작하고, 우측 능선으로 넘어서면 항아리 모양으로 움푹 페인 종료지점에 도달한다.

3피치는 직선 슬랩을 따라 30도 정도 경사의 평평한 바위 지대를 오른 후, 짧은 직벽으로 이어지는 어려운 구간을 오른다. 완경사 이후 바로 직벽으로 이어지는 등반선이 나오는데, 추락 시 발목 부상에 주의해야 한다. 강사진들은 이 구간에 후등자의 안전을 위해 여분의 슬링을 걸 수 있는 볼트를 설치해두었다.

4~6피치는 비교적 완만한 능선 구간이다. 러닝 빌레이 구간인 4피치의 첫 번째 볼트를 지나면 짧은 클라이밍 다운을 해야 한다. 초보자와 동행할 경우, 경험자가 확보물을 설치하고 뒷줄을 이용해 초보자의 확보를 해주는 것이 좋다. 6피치는 쉬운 슬랩을 지나 오른쪽으로 트래버스 한다. 등반 거리가 길기 때문에 중간 트래버스 구간에 설치된 볼트에 확보를 하고 피치를 나누어 등반 할수도 있다.

노림가리지의 7,8피치는 기존 개척루트인 안타티카 8,9피치와 같다. 7피치는 마지막 크랙 구간에 캠을 설치하고 왼쪽 방향의 슬랩을 이용해 쉽게 오를 수 있다. 크랙 구간은 볼트가 없는데, 벙어리 크랙이라 초보자는 추락의 위험이 크므로 선등자가 크랙 방향으로 진입하며 확보물을 설치하기를 권장한다. 크랙을 지나 3시 방향으로 트래버스를 하게 되는데, 테라스가 좋은 곳이라 피치를 나누어 이곳에서 확보를 볼 수 있도록 볼트를 2개 설치해두었다.

마지막 8피치는 침니 구간으로 배낭을 멘 상태에서 등반이 쉽지 않다. 이 구간을 지나 완만한 슬랩을 지나면 짧은 페이스가 나오는데, 노림가리지에서 가장 어려운 최고 난이도 구간(5.10a)이다. 크럭스를 지나 1시 방향으로는 종료 지점이, 11시 방향으로는 황산리지의 종료 지점이 나온다.

 

갑각석UP반암장(甲角石UP攀岩場)의 면저수고(眼低手高, 5.11a, 28m, 10 bolts) 루트를 오르고 있는 문성욱 강사.
자연스러운 등반선을 따라 선등하는 이기범 강사.

 

바위꾼들의 자투리 시간

귀국에 앞서 반나절의 자투리 시간이 남자, 강사진들은 고민할 여지도 없이 청도 시내 청양구(城阳区)에 위치한 “갑각석UP반암장(甲角石UP攀岩場)”을 찾았다. 갑각석UP반암장은 30m여 미터 높이의 벽으로, 10여개의 루트가 정갈하게 나있는 곳이다. 한국의 삼성산 암장과 비슷한 느낌이다. 개척 등반으로 피로가 쌓였을 법도 한데, 공항에 가야 하는 시간을 재차 확인하며 마지막까지 번갈아 바위를 오르기에 여념이 없다. 불나방이 불을 향해 날아드는 이치를 어쩔 수 없듯, 등반가들의 바위 사랑은 세계 어디를 가든 말리 수 없나 보다.

 

개척 등반에 참여한 코오롱등산학교 강사진들.

 

Information. 황산고(黃山崮) Ridge 

황산고 암장

중국 라오산 구 칭다오 시에 위치한 황산고 암장은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해에 따라 6월)까지 산불방지 입산 제한 기간으로, 사전 등반 가능 기간을 확인해야 한다. 여름철 등반지 접근을 위해서는 가시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수풀이 자란 접근로로 이동해야 하므로 얇은 긴 바지를 입는 것이 좋다. 습도가 높은 날씨의 영향으로 일부 바위에는 이끼가 있어 미끄러우니 주의가 필요하다. 운해의 영향으로 등반 중 해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바닷바람이 상시 불어 여름철에도 체온 조절을 위한 얇은 긴 팔을 필수로 준비해야 한다.

 

황산리지(黃山, Mount Huangshan Ridge)

총 295m, 6피치, 난이도 5.5~5.10a, 필요장비 BD캠 0.5~4호

 

노림가리지(老林家, House of the Primeval Forest Ridge)

총 310m, 8피치, 난이도 5.7~5.10a, 필요장비 BD캠 0.5~3호

 

이동

인천공항~(비행시간 1시간 30분)~청도 류팅 공항~(약 50km, 택시/밴 약 1시간 20분)~게스트하우스~(약 1.3km, 도보 약 30분)~황산고 암장.

 

숙식

王哥庄农贸市场(노림가 게스트하우스) : 약 30명 수용가능. 침대 및 화장실 샤워시설 구비, 조/석식 제공 및 간단한 취사 가능.

 

글·사진 차승준

- 끝 -

 

책 내용 요약

#01_ 기쁨의 여신이 허락한 짧은 숨결

<난다데비: 눈물의 원정> 존 로스켈리, 조성민 옮김, 토파즈, 2010

1949년 미국의 등반가 윌리 언솔드가 에베레스트 등반을 마치고 인도 북북 지역을 트레킹 하던 중 난다데비(기쁨의 여신)’이라는 아름다운 만년설 봉우리를 만나게 되고 아름다움에 반한 나머지, 딸의 이름도 난다데비라고 짓게 된다. 이 딸은 훗날 자라 ‘1976년 인도-미국 난다데비원정대에 합류하였고, 원정대는 등정에 성공했으나 그녀는 캠프4에서 탈진하여 스물여섯 살의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등반대장인 존 로스켈리는 그녀를 산장(山葬)하여 아름다운 그곳에 남겼다는 슬픈 눈물의 원정 이야기다.

 

#02_ 모든 인간은 초월을 꿈꾼다

<레카피툴라티오>(전2권) 김성규, 미세기, 1995

김성규 작가의 장편소설로

인종청소전쟁이 극에 달해 있던 코소보에서 태어난 세르비아계 등반가 이반 체르게니코프는 해발 9,125미터에 달하는 가상의 산 첸링정상 부근에 숨겨져 있는 미국 비밀 핵기지를 폭파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반은 히말라야의 8,000미터급 봉우리 9개를 연속 종주 등반하는 네팔 대종주를 감행하던 중 다울라기리에서 실종된 에디 베네볼즈를 찾아나서고, 에디는 옛 동료 빌즈와 첸링 정상에 오른다는 SF 산악문학이다. CIA는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 인류 최초로 첸링 등정에 성공한 오른 두 등반가의 모습을 확인하지만 첸링만은 미답봉으로 남겨두기 위해 사진을 폐기 처분한다는 에필로그로 이야기가 마무리 지어진다.

 

#03_ 우리 미친 젊은 날

<꿈속의 알프스> 임덕용. 평화출판사, 1982

열혈 클라이머 임덕용의 20대 중반까지 산에 미쳐 살았던 10년의 세월이 담긴 이야기다. 여섯 살 때 처음으로 부모님을 따라 백운대 정상에 올랐던 순간부터 청년등반가로 성정하여 악우회 산악인들과 함께했던 산에서의 시절들. 그리고 군 제대 후 ‘1980년 마터호른-그랑드조라스 북벽원정에 참여하지만, 마터호른 북벽 정상에 오른 후 팀 전체를 위해 자신을 그랑드조라스 북벽 등반에서 제외시켜달라고 자청한 그의 결단과 더불어 원정대원 윤대표와 유한규 등 이 선생님들의 혈기 왕성한 청년 시절을 훔쳐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다.

 

#04_ 골수 알프스 산 사나이의 청춘 고백

<알프스의 풍광에 내 생애를 걸고> 로베르 테즈나 뒤 몽셀, 석향 옮김, 한라출판공사, 1979

1902년생 로베르 테즈나 뒤 몽셀은 알프스 지방에서는 존경받는 산악인으로, 프랑스어 최고의 산악문학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대표작인 <알프스의 풍광에 내 생애를 걸고>는 저자가 어떻게 알프스에 매혹되었는지, 그리고 청춘은 물론 생애 전부를 그곳에 걸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알프스의 봉우리에 도전하느라 청춘을 불사르는 그는 이 책을 통해 그레퐁에 도전해 힘들었던 등반기부터 1920년대 샤모니의 풍경을 매혹적으로 잘 기술해 놓았다. 저자는 알피니즘 혹은 알피니스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산 사람은 오르는 자이다. 그는 오르는 것을 사랑한다. (중략) 그가 자신에게 요구되는 노력을 즐길 뿐 아니라 그 행동 속에 일종의 고행 정신, 자기 자신의 내부에 있는 최상의 것의 고양을 발견하는 것이다.“ 라고 명료하게 답을 내렸다.

 

#05_ 산에서 태어난 새로운 인간

<타오르는 산> 오마르 카베싸, 황진우 옮김, 청년사, 1988

한 평범한 젊은이가 산속으로 들어가 게릴라 생활을 하며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 태어나는 과정을 묘사한 이야기다. 심산 선생님은 이 책을 게릴라문학(Guerilla Literature)이라는 장르로 정의했는데, 오마르 카베싸는 학생운동 출신 게릴라로 혁명을 성공시킨 후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정부 내무성 정치부장으로 일하던 당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저자는 고교~대학 시절 그리고 게릴라 생활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그는 지명수령이 떨어져 산에서 숨어지내던 시절의 심정을 산악교관 텔로와 무명의 게릴라들을 통해 적나라한 모습으로 풀어냈다. 게릴라 아지트가 정부군에 공격당해 텔로가 죽음을 맞이하고, 더 깊은 산, 더 높은 산으로 도망치며 깨달음을 얻는 과정은 근현대사의 역사와 오버랩되며 씁쓸한 미소를 짓게 한다.

 

#06_ 알프스 훈련등산대의 선물

<알프스의 북벽>, 월터 언스워즈, 이재인 옮김, 사현각, 1982

이 책은 앨버트 머메리의 에귀유 뒤 플랑 북벽 등반으로부터 시작된다. 머메리의 등반 능력은 뛰어났으나 이 등반은 실패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등반기를 통해 머메리즘의 진수를 볼 수 있었고, 그 외에도 알프스의 난이도 높은 숨은 벽들의 생생한 등반 과정을 묘사한 이 책은 보석과 같다. 프란츠와 토니 슈미트 형제가 1931년 마터호른을 오른 이야기와, 1934년 그랑드조라스 북벽을 오른 이야기. 그리고 1938년 독일-오스트리아 합동대의 아이거 북벽 도전과 실패의 이야기. 1951년 그랑 카퓌생을 오른 이탈리아의 등반가 발터 보나티 이야기. 이후 1955년 보나티가 단독으로 에귀유 뒤 드뤼 남서 필라를 등반한 이야기. 1965년 보나티가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직등을 시도한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알프스의 난이도 높은 벽들을 오른 기념비적 등반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07_ 이 암벽에선 오직 우정만이 영속한다

<하얀 거미> 하인리히 하러, 이종호 옮김, 횃불사, 1971

20세기로 접어들면서 알피니즘은 북벽 시대로 접어든다. 이 책은 알프스의 3대 북벽 중에서도 악명이 높은 아이거 북벽 초등에 관한 이야기로, 초등반자인 하러가 집필한 300쪽이 넘는 이야기를 150페이지로 발췌 편역하여 우리말 책으로 엮어낸 이야기다. 1938년 하러가 710일부터 북벽 초등에 성공한 724일까지 등반 기록을 담고 있다. 하러는 카스파레크와 함께 721일 새벽 2시부터 등반을 시작하는데, 아이젠을 가져오지 않은 탓에 닥터링을 하며 느린 속도로 전진해야 했다. 첫 비박을 마치고 등반 이틀째 12발 아이젠을 신고 오른 안데를 헤크마이어와 루트비히 푀르그를 만나게 된다. 이리하여 2인조 팀은 4인조가 되어 두 번째 비박을 했고, 다음날인 723일 아이거 북벽 상단부의 상습적인 눈사태 지역 하얀 거미에 다다른다. 이 지역에서 연속적인 두 번의 눈사태로 하러는 죽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하러는 하켄에 매달려 버텼고, 동물적인 감각으로 하켄을 때려 박아 살아남은 카스파레크, 피켈에 매달린 채 한 손으로는 푀르그의 목을 움켜쥐고 버텨낸 헤크마이어까지. 네 명은 모두 살아남았고 4인조 등반대로 거듭나게 된다. 마지막 비박 후 그들은 남은 식량과 연료를 모두 버리고 하루 내에 정상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마침내 724일 오후 3304인조 등반대는 폭풍을 뚫고 아이거 북벽 등반에 성공한다.

 

#08_ 친구를 위한 지옥행

<영광의 북벽> 정광식, 수문출판사, 1989

한국의 산악인들이 최고의 산악문학으로 손꼽은 <영광의 북벽>1982810일부터 814일까지 정광식과 자일파티인 허영호, 남선우, 김정원이 함께 45일 동안 아이거 북벽을 등정한 이야기다. 산 선배 신건호와 동기생 주동규가 아이거 북벽 정찰 등반 중 벼락에 맞아 숨졌다는 소식을 들은 저자는 이듬해 회사에 휴가를 내고 아이거 북벽 등반에 나선다. 정광술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저자는 무미건조한 등반보고서가 아닌 아이거 북벽과 관련된 일화에서부터, 치밀한 준비과정과 등반 중 정서에 대한 풍성한 묘사까지 아우르며 등반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 책은 아이거 북벽에 대해 연구하고, 훈련하고, 도전하여 마침내 이뤄낸 감동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산악문학으로 갖춰야 할 모든 것이 녹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09_ 기록되지 않은 등반

<신들의 트래버스> 봅 랭글리, 김일모 옮김, 신어림, 1995

<신들의 트래버스는> 1936년 힌토슈토이서와 쿠르츠의 아이거 북벽 도전 후 처절하게 죽어간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소설이다. 나치독일 산악보병사단 소속의 소위인 슈펭글러는 힌토슈토이서와 토니 쿠르츠를 부추겨 아이거 북벽에 도전하지만 죽음이 두려워 정작 본인은 도전하지 않았고, 처참하게 죽어간 동료의 비극을 지켜보아야 했다. 슈펭글러는 목숨을 걸고 아이거 북벽에 다시 도전하는데, 처음엔 군인으로서 명령을 거부할 수 없어 시작한 도전이었지만 결국엔 자신의 죄의식과 싸우고, 전장에서 만난 사랑을 이루기 위해 아이거 북벽과 정면대결을 벌이게 된다. 이 소설에서 극한 등반환경 외에도 주변의 모든 인물도 적이었으나 결말은 따뜻하게 마무리 지어진다.

 

#10_ 남프랑스 촌놈의 좌충우돌 등반기

<알프스의 타르타랭> 알퐁스 도데, 송숙경 옮김, 교학사, 1999

알프스 등반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 장편소설은 1880년 알프스의 리기 산 정상 부근 관광지에 등반가의 모습으로 나타난 타라스콩 알파인클럽회장 타르타랭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다. 알프스 단독등반에 도전하는 이 기상천외한 캐릭터의 진지한 모습이 코미디처럼 이어진다. 동향 출신의 허풍쟁이인 알프스 유명 가이드 봉파르의 말재간은 이 소설이 흡사 개그프로 같이 느껴질 정도이다. 알프스의 모든 위험은 눈속임과 스릴을 위한 무대장치로 전락시켜버린 봉파르 덕분에 타르타랭은 융프라우와 몽블랑을 우습게 알고 도전하는데 알프스의 타르타랭은 이 코믹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11_ 죽음과 맞서서 얻는 깨달음

<죽음의 지대> 라인홀트 메스너, 김영도 옮김, 평화출판사, 1985

15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우리 시대 불세출의 산악영웅인 라인홀트 메스너가 추락사를 위주로 쓴 극한 산행기를 담고 있다. ‘죽음과 대면했던 혹은 죽었다 살아온동시대 클라이머들의 인터뷰를 통해 엮어진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죽음의 위기나 극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왜 다시 산에 오르려 하는가 하는 본질적인 질문에 접근하여 답을 얻으려 한다. 메스너는 인간은 존재에 대한 갈망때문에 아무리 극한 경험을 하더라도 다시 산에 오르게 된다고 하는데, 물욕 때문에 인생을 허비하는 사람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책이다.

 

#12_ 유쾌한 방랑자의 초상

<내 청춘 산에 걸고> 우에무라 나오미, 곽귀훈.김성진 옮김, 평화추판사, 1994

이 책은 일본이 낳은 세게적인 산악인 우에무라 나오미의 자서전으로 어찌보면 단독등반을 즐기는 산악인의 일기와 같다. 메이지 대학 산악부 시절부터 전세계 5대륙의 최고봉을 모두 오르고, 그랑드조라스 북벽을 동계 등반한 1971년까지 우에무라 나오미의 10여 년의 세월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대학 졸업 후 최소한의 자금만을 가지고 캘리포니아 농장에서 일을 하던 그가, 이민국에 걸려 강제출국 당한 후 대서양을 건너 알프스에 찾아들고, 이곳에서 다시 스키장의 잡부로 일하며 높은 산과 극지를 찾는 모험은 흡사 소설이라고 해도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다. 그의 여정은 단순히 산뿐만 아니라 극지를 찾아 개썰매로 남극점에 도달하고, 북극 횡단에 도전하여 12천 킬로미터를 탐험하는 등 단순히 등반가로 불리기보다는 모험가라 불러야 마땅하다. 1970년 일본인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오른 낙천적인 이 청년은 후에 매킨리(북미 최고봉, 데날리) 동계 단독등반에 성공한 후 하산 도중 실종되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다. 자유와 모험을 갈망했던 우에무라 나오미, 그의 자유분방함에 매료되고 말았다.

 

#13_ 산악인과 세상 사이의 얼음벽

<빙벽> 이노우에 야스시, 문희정 옮김, 평화출판사, 1994

일본 대하소설의 거장 이노우에 야스시의 장편소설인 <빙벽>은 대학시절부터 자일파트너인 우오즈와 고사카의 마에호다카 동벽 동계 초등 도전 이야기다. 이 도전에서 고사카는 자일이 끊어져 사망하고, 시신 수습에 실패한 채로 살아돌아온 우오즈는 상실감과 죄책감에 시달린다. 이 두 산악인은 단순히 산에서만 사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 살며 최저 생활비를 확보하기 위해 일한다. 그들에게 도시에서의 삶은 녹록하지 않았고 생사를 넘나드는 서로에게도 도시에서의 삶은 공유의 대상이 아니었다. 고사카의 조난사 이후 자일이 끊어진 이유를 추궁하는 도시인들로 인해 자일 강도 실험이 이루어지고, 우오즈는 파트너와 자신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을 막으려 언론을 통해 반박 성명을 발표한다. 산악인과 도시 사이의 벽은 냉혹하고도 차가웠으며, 홀로 도시에 남은 산악인은 처절하게 외로웠다. 봄이되어 고사카의 시신을 수습한 우오즈는 고사카의 여동생 가오루와 결혼을 앞두고 단독 산행에 나섰다 낙석에 의해 생을 달리한다.

 

#14_ 길이면 가지 마라

<알프스에서 카프카스로> 앨버트 머메리, 오정환 옮김, 수문출판사, 1994

”More Difficult Variation Route!“ 머메리즘(mummerism)이라 불리는 등로주의의 주창자인 앨버트 머메리가 남긴 유일한 저서인 알프스에서 카프카스로는 그의 초등기록으로 채워져 있다. 1880년 마터호른 푸르겐 능선과 콜 뒤 리용 초등, 1887년 토이펠스그라트 초등 기록 등 머메리의 등반 기록 만으로도 값진 평가를 받는다. 가이드 없이 산행하는 것 역시 등로주의와 더불어 머메리즘의 핵심으로 손꼽히는데, 그는 등산가는 자신이 숙명적인 희생자가 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산에 대한 숭앙을 거의 버리지 못한다는 이야기로 책을 끝맺는다.

 

#15_ 같이 죽자던 여인의 알몸

산시집 <너에게 이르기 위하여> 장호, 평화출판사, 1981

산시집 <북한산 벼랑> 장호, 평화출판사 1987

한국 산악문학계의 거봉 김장호 선생의 산시로 엮어진 이 두 책은 아름다움은 두 말하면 잔소리요, 시인의 혼이 서려 있다고 높이 평가받는다. 1977년 한국 에베레스트 등반대 훈련대장으로 널리 알려진 김장호는 시 쪽에서 산과 함께 일상을 내다보지 않고, 산에서만 길과 시를 떠올린다라는 글로 자신이 시인보다는 산악인에 가까움을 고백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산악문학(한국명산기,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너에게 이르기 위하여, 북한산 벼랑 등)을 저술한 그는 199948일 영면했으며, 그는 떠났지만, 그의 시와 글은 이 시대 산악인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자리 잡았다.

 

#16_ 알프스의 산정에서 별을 노래하다

<별빛과 폭풍설> 가스통 레뷔파, 김성진 옮김, 평화출판사, 1990

1945년 산악문학 대상 수상작인 별빛과 폭풍설18권의 저서를 남긴 뛰어난 등반가 가스통 레뷔파가 젊은 시절 펴낸 작품이다. 그는 알프스 가이드의 대명사로 가이드를 단순히 고객의 산행 길잡이가 아닌 교사이며 운명을 함께하는 산 친구로, 가이드에 대한 인식의 전환에도 공헌했다. 이 책의 1부는 가스통 레뷔파가 오른 알프스의 6대 북벽 등반기로 이루어져 있다. 1938년 그랑드조라스 재동 시 기존보다 더어려운 루트를 올라 ‘레뷔파 크랙이라는 이름을 남겼고 이 등반 기록을 책에 실으며 그는 등반 역량보다는 산 친구와의 우정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2부는 초보 클라이머들을 위한 교본 형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장비와 기술에 대한 조언도 담겨있다. 레뷔파는 알프스의 별빛을 누구보다 사랑했으며, 그 별빛과 비박을 수려한 문장으로 이 책에 담아냈다.

 

#17_ 그녀들이 선택한 삶과 죽음

<자일파티>(전2권), 닛타 지로, 주은경 옮김, 일빛, 1993

일본여자의대 산악부의 고마이 도시코가 홀로 겨울 산행에 나섰다 조난을 당해 대피소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그녀는 일본 전통칠기공예 수련생인 미사코를 만나 폭풍설 속에 5일을 갇혀 함께 지낸다. 두 여인은 산악인들의 힘을 빌어 안전하게 하산하고, 이를 계기로 전문 산악인의 세계에 빠져든다. 이 둘은 여성만으로 이루어진 자일파티로 알프스 3대 북벽을 오르는 계획을 세우고 지옥훈련을 거듭한 후 알프스에 도달했다. 그러나 마터호른 북벽 등반 성공 후 여성 자일파티 세계 초등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게 되자 선등 여부를 추궁하는 질문에 미사코는 상처를 받게 된다. 이어진 두 번째 도전 도시코가 아이거 북벽 직등 도전에 전념하는 동안 미사코는 칠기공예에 전념한다. 이후 의사가 된 도시코는 그랑드조라스 북벽 정상에서 결혼식을 하며 알프스 3대 북벽을 모두 오른 세계 최초 여성 클라이머가 되고, 미사코는 필생의 역작을 남기고 결혼 후 신혼 여행으로 드뤼 서벽을 오른다.

불행히도 미사코가 그곳에서 낙뢰에 맞아 죽는 순간, 도시코는 북벽 정상 설동에서 첫날밤을 보내며 미사코의 마지막 인사를 환청으로 듣게 된다. 필생의 자일파티를 떠나보내는 절망과 슬픔에 도시코는 울음을 터뜨리고 이튿날 산악구조대가 하늘에서 내려다본 풍경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18_ 호랑이 등뼈는 의연하다

<하얀 능선에 서면> 남난희, 수문출판사, 1990

<71일간의 백두대간> 길춘일, 수문출판사, 1996

<산경표를 위하여> 조석필, 산악문화, 1994

<태백산맥은 없다> 조석필, 사람과산, 1997

백두대간을 놓고 펼쳐진 선배들의 산 이야기. 이 중에서도 하얀 능선에 서면198411일부터 316일까지 금정산에서 진부령까지 태백산맥을 동계에 단독으로 종주한 여성 산악인 남난희의 산행일기로 엮인 이야기다. 종주 산행에 대한 정보보다는 스물 다섯 여성이 홀로 산에서 겪는 매 순간의 감정의 기복과 배낭의 무게에 짓눌린 중압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찌보면 고통스럽기까지한 이 산행 기록에서 1g의 무게라도 줄이고자 노력하는 현실적인 고민과, 인간 체력의 한계를 극복해나가는 도전에 감동 받게 된다. ‘그리고 언젠가 통일이 되는 그날, 나는 다시 배낭을 메고 나설 것이다.’라는 끝맺음을 읽으며 지리산에서 진부령까지는 백두대간의 반토막일 뿐이라는 현실이 부각되어 새삼 먹먹하다. 백두산까지 이어진 1,577킬로미터 호랑이의 등뼈 백두대간 종주를 완성하는 날을 기약한다.

 

#19_ 유족들의 상처 치유 여행

<엄마의 마지막 산 K2> 제임스 발라드, 조광희 옮김, 눌와, 2000

알프스 6대 북벽을 모두 알파인 스타일로 등정하고,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무산소로 단독으로 등반하여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걸출한 여성 산악인 앨리슨 하그리브스. 그녀는 이어 K2 무산소 단독등반에 도전하고 정상에 섰지만 기상악화로 33세의 짧은 삶을 마감한다. 64살 어린 나이에 엄마의 사망 소식을 접한 톰과 케이트는 아버지와 함께 엄마의 흔적을 따라 K2 트레킹에 나선다. 이 책은 엄마를 찾아 떠난 아이와 아내를 찾아 아이들과 함께 K2를 찾은 남편의 이야기다. 이 가족의 가슴 아픈 이야기는 K2 베이스캠프에서 마무리된다. 아이들이 엄마가 죽은 곳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곳이 베이스캠프였던 것이다. 가족들은 K2를 바라보는 언덕에 케른을 쌓으며 엄마와 작별한다.

 

#20_ 장엄한 패배의 기록

<비극의 낭가파르밧> 프리츠 베히톨트, 안미정 옮김, 사현각, 1982

이 책은 1934년 독일 낭가파르바트 원정대의 기록을 담은 이야기다. 지금이야 비행기를 타고 네팔, 파키스탄까지 갈 수 있지만 당시만해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배를 타고 무려 8,000킬로미터를 이동해 열흘 만에 인도 뭄바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인도에서 다시 이틀 동안 자동차를 타고 라왈핀디에 도착하고, 다시 펀잡 히말라야를 지나 스리나가르에 도착한다. 비로소 낭가파르바트 출발지에 도달한 것이다. 엄청난 물자에 600여명의 포터를 고용해서 23kg씩 나무상자를 지고 이동해야 했으며, 덕분에 이 원정대의 연인원은 3천여 명을 넘는다. 또한 베테랑급 셰르파들을 고용했는데, 이 중에서도 셰르파 네와는 탁월한 등반 능력을 가진 인물로 묘사된다. 하지만 이 원정은 캠프3에서 고소증세를 맞는 대원의 구조활동을 시작으로 비극으로 이어진다. 캠프7에 도달해서는 몇몇 셰르파들 또한 고소증세를 보였으며 발길을 돌려 캠프6로 하산했을 때는 엄청난 폭풍이 몰아쳤다. 지옥같은 악천후에서 기적적으로 생환한 사람들의 증언에 따라 재구성된 이 책의 후반부는 아비규환이 따로없다. 정상을 불과 200미터 앞둔 지점에서 급변한 기상은 모든 것을 바꾸었다. 목표는 정상 등정이 아니라 살아돌아가는 것이었고, 동상에 걸린채 퇴각하던 셰르파들 넷 중 셋이 죽었다. 폭풍설에 고립된지 7일차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남은 인원이 사망했고, 정상에 도전했던 원정대원 4명과 셰르파 6, 10명이 모두 사망하는 대참사로 끝나고 만다.

 

#21_ 평생을 살아낸 하룻밤

<8000미터 위와 아래> 헤르만 불, 김영도 옮김, 수문출판사, 1996

헤르만 불의 자서전 ‘8000미터 위와 아래는 초인적인 기록이자 신화의 현장이라 높이 평가받는다. 그의 낭가파르바트 등반은 처절했다. 19537월 독일-오스트리아 낭가파르바트 합동대의 원정대장 칼과 등반대장 페터는 몬순이 닥쳐오니 철수하자고 결정을 내린다. 날씨가 좋았던 고소캠프에 머무르던 4명의 대원 중 2명은 캠프4로 철수하고 나머지 2명 헤르만 불과 오토 켐프터가 정상 공격의 기회를 갖는다. 다음날 새벽 헤르만 불은 먼저 정상 공격을 시도하고 속도가 느려 거리가 벌어진 오토를 기다리지 못하고 홀로 8000미터 위로 오르기로 결정한다. 그는 무산소로 홀로 낭가파르바트 단독 등정에 성공하고, 세계 초등의 위업을 달성한다. 말도 못할 고생을 하고 선채로 하룻밤의 비박을 거친 그는 노인의 모습으로 변해버렸고, 무려 41시간 동안 단독 등반 후 살아 돌아온 헤르만 불의 사진은 세계 산악사에 길이 남을 사진으로 전해진다.

 

#22_ 네가 죽고 내가 산다면

<친구의 자일을 끊어라> 조 심슨, 정광식 옮김, 산악문화, 1991

영화로도 유명한 친구의 자일을 끊어라는 조 심슨과 사이먼 예이츠의 시울라 그란데 서벽 초등 실화를 기반으로 엮어진 이야기다. 19855월 정상 등정에 성공한 후 하산하던 중 눈보라가 휘몰아치며 위기에 맞닥뜨린다. 수직의 빙벽에서 다리가 부러진 조는 확보를 보던 자일파티 사이먼이 미끄러지며 절벽으로 떨어져 허공에 매달리게 된다. 그들은 이 상태로 2시간을 버티지만, 사이먼의 확보 지점 마저 안전하지 않아지자 사이먼은 친구의 자일을 끊었다. 가까스로 베이스캠프에 돌아왔지만 그는 죄책감에 휩쌓였다. 하지만 조는 죽지 않고 크레바스 속에서 살아남았다. 그는 혼자 힘으로 크레바스를 빠져나오고, 기어서 빙하를 건너고 기는 것조차 불가능해지자 뒹굴며 3일 밤낮 동안 무려 19kg의 체중을 소실하며 사투 끝에 살아서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조가 죽었다고 확신하고 옷가지들을 태우던 사이먼과 극적인 해후를 한 후 조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23_ 지리산을 위한 레퀴엠

<남부군>(전2권), 이태, 두레, 1988

지리산 빨치산은 일제강점기 징용을 피하기 위해 지리산으로 숨어든 구빨치와 한국전쟁 당시 남한 정권에 반대한 정치적 목적으로 지리산에 들어온 신빨치로 나뉜다. ‘남부군은 해방 후 신문기자로 일하다 신빨치가 된 이현상부대에서 남부군으로 활동하던 이태의 수기다. 집필한지 30년 만인 1988년도에 출간된 이 책은 빨치산들의 처절한 실상을 엮어 놓았다. 맞아 죽거나, 굶어 죽거나, 얼어 죽는 운명의 그들이 지리산에서 취사하는 방법에서부터 덕유산까지 패퇴하는 장면이 다큐멘터리처럼 전개된다. 남부군이 지리산에 입산하는 부분은 8지리산 아흔아홉 골’ 부터인데, 우리에게 익숙한 거림골, 세석평전, 백무동 등의 지명이 등장한다. 반란의 고향으로 묘사된 지리산은 여전히 아름답고 수많은 사람들을 보듬어 안는다.

 

#24_ 등반보고서의 문학적 가능성

<K2 죽음을 부르는 산> 김범준, 1989

‘1986년 한국 K2 원정대의 공식 등반보고서인 이 책은 원정대장인 김범준이 등반의 전 과정을 소상히 기록했다. 4년간에 걸친 국내훈련, 세 차례의 현지정찰, 연인원 200명이 넘는 산악인들의 참여, 그리고 최종 정예멤버 19명의 대원들. 이 책은 그들이 어떻게 준비했고 어떻게 승리했는지를 기록한 가슴 벅찬 기록이다. 1986K2에서는 각국의 원정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 한국 원정대는 이들을 구조하기도 하고, 시신을 수습하여 장례를 치러주기도 했다. 그해 한국 원정대는 K2에 도전한 원정대 중 가장 모범적이고 훌륭한 등반을 했으며 정상 도전에 성공했다. 날씨가 좋아지리라는 무모한 믿음 속에 정상을 공격했고, 훌륭한 팀워크를 보이며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성공적으로 등반을 마쳤다. 이 기록은 한국등반사에 한 획을 그은 쾌거로 평가받는다.

 

#25_ 히말라야가 길러낸 건강한 사랑

<히말라야의 아들> 자크 란츠만, 김정란 옮김, 세계사, 2000

<히말라야의 아들>은 우리가 몰랐던 셰르파족의 성과 사랑 그리고 생활과 사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낸 이야기다. 남체에서 로지를 운영하는 카미는 장과 사랑에 빠진다. 셰르파 사회에서 남녀가 사랑에 빠지고 아이를 낳는 것은 수놈 야크가 암놈 야크와 짝짓기“를 하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임신한 다음 여자가 남자에게 사실을 알리고 남자가 아이를 기르겠다고 하면 결혼하게 된다. 만약 거부하면 여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벌금을 내면 된다. 카미의 소식이 장에게 닿지 않아 카미는 미혼모가 되었지만 셰르파 사회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카미는 파상과 결혼하고 파상이 아이의 아버지가 되는데, 셰르파 사회에서는 아이를 기른남자가 아버지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파상이 히말라야 등반 중 사망하자 그의 동생 칼덴이 다시 카미의 남편이 된다. 이는 셰르파 사회가 형사 취수를 중심으로 하는 일처다부제 전통인 모계 중심 결혼제도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인 트래커 알렉상드르는 이런 카미와 사랑에 빠져 남체에 남고 히말라야의 아들 히마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26_ 메스너가 맬러리를 말하다

<에베레스트의 미스터리> 라인홀트 메스너, 신혜원 옮김, 삶과꿈, 2003

메스너는 수십 년간 왜 어떻게 그리고 어디서 죽을 것인지 항상 궁금해 했고, 결국 스스로 산에 오르고 주변의 모든 지역을 답사한 다음 에베레스트의 미스터리라는 책으로 펴냈다. 메스너는 이 책에서 150년의 세월을 넘나들며 맬러리의 신화와 영향에 대해 기술했다. 그리고 관찰자가 아닌 스스로 맬러리가 되어 라는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특히나 맬러리 루트에 대해 톺아보며, 난제인 세컨드 스텝을 맬러리가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맬러리 루트로 정상 등정이 불가능한 것인가. 1975년 중국 원정대는 정상 등정에 성공했지만 이는 등반이 아니라 군사작전이라 칭할 정도로 거대한 400명이 펼친 인해전술이었다. 심지어 정상 등정은 9명이 성공했지만, 중국인은 한명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티베트인이었다. 메스너는 티베트 인에게만 경의를 표한다. 1999년 맬러리의 시신을 발견한 콘라드 앵커가 자유등반으로 이 난제가 해결했다. 오늘날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루트는 22개나 되고 많은 사람들이 에베레스트를 오르지만,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죽은 맬러리가 더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락 메스너는 일컬으며 책을 맺는다.

 

#27_ 그들이 얻은 것과 잃은 것

<최초의 8000미터 안나푸르나> 모리스 에르조그, 최은숙 옮김, 수문출판사, 1997

이 책은 1951년 프랑스에서 초판 발간된 후 무려 1500만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이자, 산악문학사에서도 최고의 지위에 올라있다. 인류 최초로 8000m 봉의 정상에 오른 인간승리의 이야기를 당시 원정대장인 모리스 에르조그가 풀어냈다. 그는 그 대가로 손가락과 발가락을 모두 잘라낸 비운의 주인공이 되었지만, 삶의 의지를 불태웠고, 구술을 통해서 이 방대한 이야기를 남겼으며 흡사 소설과 같은 긴장감이 담겨 있다.

1950년 모리스 이하 8명의 원정대원은 다울라기리와 안나푸르나 정찰에 나섰지만, 그들이 가진 지도는 엉망이었고, 산을 찾는데까지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결국 그들은 모순을 채 열흘도 남겨놓지 않고 안나푸르나를 찾았고, 무서운 집념을 보이며 빠르게 전진하여 캠프4까지 건설한다. 눈보라에 시달리던 마지막 밤을 뒤로하고 정상 도전에 나선 에르조그와 라슈날에게 동상의 기미가 나타났지만, 이들은 물러서지 않고 전진한다. 그리고 그들은 정상에 섰고, 하산 도중 장갑을 잃어버린 에르조그는 속수무책으로 동상에 노출되었다. 리오넬 테레이와 가스통 레뷔파가 그들을 구하기 위해 나섰으나 하산길은 녹록치 않았다. 기적적으로 살아서 내려왔고 네팔을 빠져나가는 데만 한달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외과의사 우도는 마취도 없이 그들의 손발가락을 한두 마디씩 잘라냈다. 처절한 대가를 치른 에르조그의 독백으로 이야기는 끝이난다. ‘인생에는 또 다른 안나푸르나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28_ 히말라야가 숨겨놓은 이상향

<잃어버린 지평선> 제임스 힐튼, 이가형 옮김, 해문출판사, 1991

1931년 인도 바스쿨 지역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영국영사 콘웨이는 자국민을 대피시킨 후 본인도 경비행기를 타고 탈출한다. 비행기에 동승한 맬린슨 대위, 미국인 사업가 바너드, 노처녀 전도사 브링클로 이 셋과 콘웨이는 하이재킹의 희생자가 되어 히말라야로 향한다. 하이재커인 조정사는 아프가니스탄에 잠시 착륙하여 기름을 보충한 후 바로 히말라야를 넘는다. 티베트 고원 쯤에서 비행기가 불시착하며 조종사는 숨을 거두고, ‘샹그리라로 향하라는 말을 남긴다. 그들은 중국인과 티베트인을 맞닥뜨리고 이 중 장 노인을 따라 히말라야의 숨겨진 왕국 샹그리라에 도착한다. 동서양의 절묘한 조화를 이룬 이곳의 아름다움에 일행은 넋을 잃고 콘웨이는 샹그리라에 빠져든다.

샹그리라는 원래 오래된 라마교의 사원이었다. 이 사원은 예수회 선교사 페로 신부에 의해 모습이 변모되었으며 신부는 250세로 불로장생하고 있다. 샹그리라에는 불로장생의 수행자들이 살고 있고 소녀들도 환갑에 가까운 나이다. 이 책은 샹그리라라는 완벽한 이상향을 그리며 인류의 영원한 꿈인 불로장생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29_ 서울은 산이다

<서울의 산> 서울특별시사편찬위원회, 서울특별시, 1997

서울의 산은 산경표에는 표기되어 있지 않은 서울의 동네 야산까지 파고들어 산세를 볼 수 있다. 단순히 서울 시내를 관통한 산세의 흐름만을 기술한 것이 아닌 1) 명칭과 연혁, 2) 자연 생태, 3) 경승과 명소, 4) 등산로 및 산책로, 5) 실태와 관리, 6) 사적과 문화재라는 6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상세히 분석해 놓았다.

 

#30_ 자랑스러운 한국 스키의 개척자들

<한국 스키의 발자취> 김상훈, 스노우라이프, 2003

한국 스키의 발자취에는 겨울스포츠의 꽃인 스키가 한국에 언제 도입되었고, 스키장은 언제부터 조성되었는지, 또 전설처럼 남아있는 한국 스키의 개척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들은 대부분 곧 한국 등산의 개척자들이기도 하다. 이들 중 단연 우뚝 솟은 이가 한국 등산과 스키의 개척자 김정태다. 스키에 대한 김정태의 열망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준 이는 해방전 백령회의 리더 엄흥섭이었다. 당시 그들은 스키장을 건립할 수 있는 적설량이 많은 산을 찾아내고자 했고, 현재 용평스키장이 들어선 발왕산을 발견해냈다. 이 책에는 1960년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한국 스키선수들의 훈련 모습도 담겨있을 뿐만 아니라, 1947년 지리산 노고단에서 개최된 한국의 최초 스키대회도 언급된다. 1960년 제1회 썰매대회 이야기까지 다루며 당시의 모습을 사진으로 생생히 전한다. 이 책에 실린 많은 사진들은 한국 산악사진의 아버지인 김근원의 작품으로 그의 노고 덕분에 우리는 이 모든 스키 역사의 현장을 책 한권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31_ 설악산을 사랑한 우리 삶의 도반

<산시> 이성선, 시와시학사, 1999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이성선, 세계사, 2000

이성선은 1941년 강원도에서 태어났는데, 부친이 한국전쟁 때 북으로 넘어가며 암울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서른 즈음 등단한 그는 11번째 시집으로 산시를 펴냈고, 유고시집인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에서 산악 문학의 절정을 보여준다. 그는 설악산 붙박이 시인으로, 생활 속의 습관처럼 설악산의 숱한 모습들을 시로 옮겼다. 가장 아름다운 시로 꼽히는 하늘꽃은 토왕성 빙폭등반 중 추락사한 젊은 산악인을 기리는 노래로 눈보라 치는 세상의 끝가지에 서서 꺾으려 한 것은 무슨 꽃이었을까라는 아름다운 시구에 슬픔이 묻어난다. 그는 설악산으로 하여금 시인이 되었으며, 설악산은 시인으로 하여그 더욱 깊고 그윽해졌다.

 

#32 악동들이 삶을 즐긴다

<얄개바위> 주영, 정상, 2002

클라이머의 메카인 요세미티. 한국 등반사에서 요세미티 빅월 클라이밍의 전도사로 꼽히는 인물이 바로 ‘얄개바위’의 저자 주영이다. 잘 노는 산악인 주영, ‘얄개바위’는 그 악동의 이야기다. 얄개바위는 주영의 자서전으로 그가 요세미티 계곡을 배회하며 거벽들을 등반해나가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배고픈 나날들이 이어지고 요세미티에서 쓰레기를 줍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온갖 궁핍한 환경 속에서도 기막힌 순발력을 발휘하며 요세미티에서 등반을 이어간다. 주영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이 책에서 정호진과의 우정도 언급되고, 함께 늙어가는 사진도 수록되어 있다. 1979년 맥킨리 등정, 1989년 아이거 북벽 등정, 1992년 트랑고타워 등정, 1999년 세로토레 등정 이 책에 언급된 그의 등반들은 한국등반사에 한 획을 그은 기록들이었다.

 

#33 세상의 50대들에게 바친다

<불가능한 꿈은 없다> 딕 배스·프랭크 웰스·릭 리지웨이, 김두겸·황정일 옮김, 중앙M&B, 1998

겁 없는 50대 사업가 딕과 프랭크는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다는 거창한 계획을 세운다. 이들은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릭 리지웨이에게 교육을 받고 차근차근 준비를 이어나간다. 1981년 딕은 유럽 최고봉 엘브루스(5,642m) 등정에 성공하지만 프랭크는 고소증세로 하차한다. 이후 남미 최고봉 아콩카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디만 이들은 탁월한 팀워크를 발휘하며 에베레스트를 올랐고, 1983년 남은 서미트를 해치우기로 결심한다. 그리하여 딕 배스는 인류 최초의 세븐 서미터가 되었고, 이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그뿐만 아니라 불가능한 꿈은 없다에는 세계적인 산악인들이 많이 등장하여 심금을 울린다.

 

#34 아름다운 인연의 고리

<아버지의 산> 릭 리지웨이, 선우중옥 옮김, 화산문화, 2002

1980년 가을 동티베트의 만야콘카에서 이본 취나드, 릭 리지웨이, 조나단 등 4명의 미국 산악인이 캠프1로 철수하던 도중 눈사태가 발생했다. 조나단은 릭의 품에 안겨 사망한다. 20여년이 지난 후에 릭은 죽은 친구의 딸과 악몽의 현장을 다시 찾는 여행을 떠나고, ‘아버지의 산은 이 여행에 대한 기록이다. 이 책에는 또한 이본 취나드의 인간적인 면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죽은 조나단의 딸 아시아는 아버지의 흔적을 좇아 민야콘가에 도착했고 아버지의 무덤을 찾는다. 하지만 파헤쳐지고 독수리가 흩트려놓은 아버지의 무덤을 담담히 마주하고, 성인이 된 그녀는 아버지의 무덤을 정리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35 사춘기 자녀와의 말 트기

<딸 그리고 함께 오르는 산> 제프리 노먼, 정영목 옮김, 청미래, 2001

제프리 노먼은 아웃도어 전문 칼럼니스트로 와이오밍의 명산 그랜드티턴(4,196m) 등반을 꿈꾼다. 이 책은 50대인 그가 10대의 딸과 함께 나선 고산등반을 하며 겪는 마음을 엮어낸 이야기다. 딸인 브룩의 나이가 15세 때 그랜드티턴을 함께 등반했고, 5년 후 199920세에 함께 아콩카과를 등반했다. 제프리와 브룩은 전문산악인은 아니었기에 등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엑섬이란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당대 내노라 하는 산악인들을 강사로 만나게 된다. 그는 딸과 함께 등반을 함께하며 가족 간의 사랑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36 클라이밍과 비즈니스의 화려한 이중주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른다> 슈테판 글로바츠·카이 페르지히, 유영미 옮김, 중앙M&B, 2001

슈테판 글로바츠가 카이 페르지히와 함께 쓴 이 책은 클라이밍 역시 비즈니스와 다를바 없다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고전적인 산서가 아닌 스포츠 클라이머의 세계를 담은 것이다. 글로바츠는 프로 클라이머로 1980년대 많은 대회에서 우승을 했고, 1993년 인스브루크 등반대회 우승을 끝으로 스포츠 클라이밍과 결별한다. 1990년대 후반 그는 그린란드를 탐험하고, 남극의 레너드타워를 초등한다. 스포츠로 관중을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의 등반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스폰서들과 방송매체로 인해 더 부담을 가져야 했다.

그는 사업가 페르지히를 만나 이책을 펼쳐냈는데, 글로바츠가 등반 경험을 이야기하면 다음 장에 페르지히의 마케팅 강의가 이어지는 형식이다. 이렇게 9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냈고, 이 책의 부제는 위대한 등반가에게 배우는 9가지 마케팅 원칙이 되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어찌보면 어쩔 수 없는 현실을 클라이밍으로 들여다 본 것이다.

 

#37 쿡쿡 웃으며 걷는 미국판 백두대간

<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홍은택 옮김, 동아일보사, 2002

미국의 3대 종주산행 코스인 태평양 서부연안 트레일(PCT, 4,264km), 로키 산맥 분수령 트레일(CDT, 4,980km), 그리고 애팔래치아 트레일(AT, 3,500km) 이 세 곳의 종주산행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을 브라이언 로빈슨은 1년 만에 완주한 것으로 유명하다. 빌 브라이슨은 이 중 애팔래치아 종주산행기를 책으로 엮어냈고, 이 책은 산에 관한 이야기이자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풀어낸다. 처음 종주산행을 결심했을 때부터 중도하차 하기 까지의 전 과정 동안 만난 모든 사람이 이 책의 주인공이 된다. 그는 1,392km 지점에서 도중 하차했지만, 그의 글은 뭇 독자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켰으니 실패한 산행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38 히말라야 거벽등반 불멸의 신화

<창가방 그 빛나는 벽> 피터 보드맨·조 태스커, 허긍열 옮김, 학문사, 1992

보드맨은 1975년 크리스 보닝턴이 이끈 에베레스트 남서벽 원정대 최연소 대원으로 참가했는데, 영광스러운 이 기회를 통해 그는 대규모 원정대가 본인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필생의 자일파티 조 태스커를 만났고, 둘은 최소 규모인 단둘만의 원정대로 히말라야 거벽을 공략하기로 한다. 그 첫 번째 대상지가 창가방 서벽이었고, 이 책은 그 모험의 기록이다. ‘히말라야의 정원이라 불릴만큼 아름다운 가르왈 히말 중에서도, 난다데비(7,816m)와 창가방, 두나기리(7,066m) 등이 병풍처럼 둘러싼 이곳은 최고의 트레킹 코스로 꼽힌다. 창가방이 있는 난다데비 성역은 1959년부터 군사문제로 출입이 통제되었다가 무려 15년 만인 1976년 해제되었고, 크리스 보닝턴은 해제 직후 창가방을 초등한다. 이 시점에 난다데비 원정대에서 딸 난다데비가 죽었고, 이 두 명은 그녀의 시신을 직접 산장한다. 이 책에는 이때의 비극의 상황들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이 책에 묘사된 그들의 등반기는 지극히 사실적인 나머지 고통스럽다. 눈이 부시도록 빛나는 가파른 화강암의 벽 창가방그 이야기가 사뭇 궁금하다.

 

#39 성직자보다 치열하게, 히피보다 자유롭게

<세비지 아레나> 조 태스커, 허긍열 옮김, 설악, 1996

열 명의 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난 조 태스커는 열다섯에 암벽등반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결국 그는 신학교를 중퇴하고 완전히 알프스에 빠져들었으며, 1970년부터 1973년에 걸쳐 당블랑슈 북벽, 아이거 북벽 등을 두루 섭렵한다. 이 때 자일파티 딕 렌쇼를 만나게 된다. 1974년 조는 아이거 북벽을 동계 등반으로 다시 시도하는데, 이 책은 이때부터 조가 1982년 에베레스트 북동릉 등반을 떠나기 전까지 이야기가 담겨있다. 결국 조는 에베레스트 원정에서 살아돌아오지 못해 세비지 아레나는 그의 유작이 되었다. 1975년 조와 딕은 단 둘이서 두나기리 등반을 시도해 성공하지만, 손가락에 심한 동상을 입은 딕은 한동안 산에 오르지 못했다. 조는 다시 자일 파티인 피터 보드맨을 만나 창가방 서벽 등반에 성공한다. 1978년 그는 크리스 보닝턴과 함께 K2원정에 나섰으나 악천후와 눈사태로 실패하고, 1980년 두 번째 도전에서도 실패하고 만다. 1979년 칸첸중가 등반은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으로 소규모 원정대로 등정에 성공한다. 그는 왜 극한까지 도전하는지, 등반의 가치는 위험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으며 이야기를 끝맺는다.

 

#40 언제나 첫 번째 하늘

<14번째 하늘에서> 예지 쿠쿠츠카, 김영도·김성진 옮김, 수문출판사, 1993

이 책은 예지 쿠쿠츠카의 유일한 저서이지만, 그가 사망한 후에 편집된 유고집의 형태로 일부 인터뷰 형태의 글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책의 출간전까지 쿠쿠츠카는 메스너와의 경쟁이나 그의 성품이 이기적이라는 온갖 악성루머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나면 그가 얼마나 인간적인 가를 알 수 있다. 동유럽의 후진국 폴란드 출신인 그는 가난한 환경에도 등반에 깊이 빠져들었다. 메스너와는 다른 알피니즘을 추구한 그는 아무도 시도한 적이 없는 루트로 초등자가 되고 싶어했다. 그가 오른 8000m급 봉우리 14개의 처절한 등반 과정이 이 책에 실려있다. 그 중에는 단독등반도 있었고, 동계초등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오른 시샤팡마 정상에서 본 하늘을 그는 ‘14번째 하늘이라 불렀고, 이틀 후 유명을 달리하며 이 책을 남겼다.

 

#41 스승의 강의록과 비망록

<등산 교실> 이용대,

<알피니즘, 도전의 역사> 이용대,

<등산상식사전> 이용대,

<그곳에 산이 있었다> 이용대,

<등산, 도전의 역사> 이용대

한글로 쓰인 최초의 세계등반사라 평가받는 이용대의 역저 알피니즘, 도전의 역사는 한국등산사에 기념비적인 출판이라고 손꼽힌다. 그는 5년 동안 세 권의 책을 출간했으며 여전히 왕성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나 이 책에서는 한국등반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봤고, 객관적인 기록과 이면의 이야기를 함께 엮어 재미를 잃지 않도록 했다. 그는 이어 등산상식사전이라는 방대한 자료를 엮어 용어 백과사전을 펼쳐내고, 산문집 그곳에 산이 있었다를 출간했다. 사실과 과거의 등반사, 기록이 아닌 그의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다. 대단하게만 보였던 저자가 현존하는 산악인, 후배들과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산 선배로 우리에게 한 발짝 다가왔음이다

 

 

 

책 속에서

#01_ 초판 서문

책을 내다 버릴 때 나의 기준은 극히 단순하다. 이 책을 다시 볼 것이냐 말 것이냐다. 제 아무리 세계적 평판을 얻은 저서들일지라도 다시 들춰볼 일이 없다면 한낱 진열품이요 지적 허영심의 표출에 지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서 두 번 이상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내다 버려도 그만이다. 좀 더 잔혹하게 말하자면, 두 번 이상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 번 읽을 가치도 없다. 나의 이 자의적이되 지극히 잔혹한 선별기준을 언제나 만족시켜주는 책은 오직 산서뿐이다.

 

#02_ 죽음과 맞서서 얻는 깨달음_ <죽음의 지대> 라인홀트 메스너 - 132p.

메스너는 티롤지방에 위치해 있는 커다란 고성(古城)에 산다. 어느 날 잠깐 앞마을에 외출을 갔다가 돌아온 메스너는 자기가 열쇠를 안 갖고 나온 채 문을 걸어 잠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보통사람이라면 당연히 열쇠수리공을 불렀겠지만 그는 세계 최강의 클라이머 메스너다. 그는 이까짓 성벽쯤이야 하는 생각에 맨손으로 클라이밍을 시작했다. 결과는? 성벽 중간쯤에서 얼토당토 않게 슬립을 먹어 떨어지는 바람에 발목에 금이 갔다! 농담이 아니다. 몇 년 전 국내신문의 해외토픽란에 가십처럼 실렸던 실화이다.

인류 최초로 8000m14봉을 모두 오르고 살아 돌아온 세계 최강의 클라이머가 자기 집 담을 넘다가 추락했다? 이 어이없는 에피소드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나는 가끔씩은 유쾌한 농담 혹은 즐거운 화두처럼 자기 집 담벼락 앞에 주저앉아 발목을 부여잡고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을 메스너를 떠올리며 웃음 짓는다.

 

#03_ 산악인과 세상 사이의 얼음벽_ <빙벽> 이노우에 야스시

- 142p.

그 서정성은 도시인의 내면세계 및 정서와 엄격하게 대()를 이루며, 그래서 이해받지 못한 자의 고독 혹은 천상천하유아독존을 연상케 하는 절대적 기개를 느끼게 한다. 산과 도시는 너무 다르다. 산악인과 도시인은 서로 다른 인종이다. 이 두 세계 사이에는 결코 화해할 수도 넘어설 수도 없는 벽이 존재한다. 그것이 <빙벽>이다.

- 149~150p.

고사카는 등산가다. 등산가인 그가 친구와 암벽을 오르면서 자살할 리가 없다. 그것은 산의 신성을 모독하는 행동인 것이다. 등산가는 산을 위해서는 생명을 내던지지만, 속세의 인간관계를 청산하려고 산에서 생명을 끊는 그런 짓은 결코 하지 않는다.

 

#04_ 길이면 가지 마라_ <알프스에서 카프카스로> 앨버트 머메리 154p.

알피니스트들은 다만 '산에 오르기 위해서' 산에 오른다.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말한다면 알피니즘이란 곧 '고도의 위험이 농축되어 있는 유희'이자 '무상의 행위' 인 것이다.

 

#05_ 그녀들이 선택한 삶과 죽음_ <자일 파티> 닛타 지로 193~194p.

자일 파티란 무서운 것이다. 두 존재를 맺어주고 있는 자일이란 우정을 넘어서 사랑이고 운명이며 불가사의한 교감이다. 도시코는 그 환청을 듣고 미사코의 죽음을 확신한다. 어렸을 때부터 '울지 않는 아이'로 불리웠던 도시코는 그 순간 넋을 잃고 울음을 터뜨린다. 그녀의 신랑은 도시코를 오해한다. 너무 행복에 겨워 우는 것이겠거니 넘겨짚고는 그녀를 달래려든다. 그러나 남편이 아니라 그 누구라해도 필생의 자일 파티를 떠나보내는 절망과 슬픔을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운틴 오디세이: 심산의 산악문학 탐사기>

심산

바다출판사, 2018

 

마운틴 오디세이 - 심산의 산악문학 탐사기
국내도서
저자 : 심산
출판 : 바다출판사 2018.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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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810일부터 814일까지 정곽식과 남선우, 김정원 세 명이 함께 아이거 북벽을 오른 45일간의 처절한 등반기를 다룬 <영광의 북벽>은 한국의 산악문학 넘버원으로 꼽히며 유명한 책이라고 등산학교 정규반 시절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아이거 북벽은 알프스 3대 북벽 중 하나로 수많은 클라이머들의 목숨을 앗아가 악명이 높다. 라인홀트 메스너도 이곳을 험난한 등반지 중 하나로 꼽았다고 한다. 이 지옥같은 험난한 등반지를 오르는 처절한 등반기를 읽으며 흡사 눈 앞에 펼쳐진 바위와 얼음 속에서 내가 같이 오르고 비박을 하고 있는 듯 빨려들어 갔다.

 

작가가 아이거 북벽에 오르기로 마음을 먹은 이유, 그리고 그곳을 향해가는 그의 마음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1981년 사랑하는 선배와 동기를 잃은 그는 이듬해 그들이 오르려고 했던 북벽으로 원정을 떠난다. 회사의 뉴욕 지사에 근무하며 홀로 떨어져 있던 그는 좋아하던 술도 끊고 5개월 동안 열심히 훈련한다. 그리하야 1982721일 취리히 공항에 도착하고, 뮌헨의 기차역에서 한국에서 날아온 동기들을 만난다. 함께 만나 재회를 하고 함께 인터라켄 행 기차에 올라 그린델발트에 도착한다. 이어 알핀글렌의 통나무집 베이스 캠프에서 날씨의 변화를 보며 북벽의 등반을 준비한다. 클라이네 샤이데크에서의 며칠이 얼마나 설레고 또 긴장되었을까.

 

810일 아침 드디어 최소한의 짐만을 꾸려 북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등반 전에는 (미끄러질까봐!) 미역국을 잘 먹지 않는데, 이 거대한 북벽 등반에 앞서 아침으로 미역국을 먹었다고 하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졌다. 1필라, 힘든크랙, 힌터슈토이서 트래버스, 1설원, 램프, 신들의 트래버스, 거미, 엑시트크랙, 그리고 정상 설원으로 이어지는 등반기를 읽는 내내 나는 이 세 명의 등반대와 함께 낙석과 낙뢰를 피하는듯 함께 긴장했다. 이 지옥같은 험난한 등반지를 오르는 힘든 과정 중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손에 잡힐 듯 상세히 묘사해 놓았고, 몇 장 곁들여진 등반 사진들을 통해 그 생생함은 배가되었다.

 

낙뢰 속에 고통받으며 마지막 비박을 마치고, 814일 오전 830분 드디어 그들은 정상에 섰다. 그러나 정상에 섰다는 희열과 행복감보다는 함께 오른 두 친구와 울컥 치밀어 오르는 정만 느껴졌다고 고백하니, 생사를 함께한 파트너들에 대한 끈끈한 동지애에 존경심이 가져졌고, 한편으로는 그런 파트너를 만나 훌륭한 등반을 이루어낸 그가 부러워졌다.

정상에서 그들은 지난해 이곳을 오르려다 미쳐 오르지 못하고 산화한 두 명의 사진을 묻고 하산한다. 오르는 것만 생각하고 내려올 생각흔 하지 않은 나머지 하산을 위한 산악열차(기차)표를 구입할 돈도 없었던 그들은 국제적 외상을 하고 안전하게 하산을 마친다. 이 책은 감동과 극한 스토리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익살스런 성격까지 느낄 수 있는 훌륭한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또 하나 감명 깊었던 부분은 등반보고서의 형식이다. 지금껏 나는 이처럼 훌륭한 등반을 한 적은 없지만 앞으로 어떤 작은 등반에서라도 등반보고서를 꼭 쓰리라 마음을 먹었다. 북벽을 오르기 위해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공부하고 자료를 수집했는지, 코스의 개념도와 루트의 정보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장비목록과 경비 명세까지 후에 북벽에 오를 사람들이 교과서로 삼아도 되만한 훌륭한 정보지임에 틀림없다. 물론 세월이 흐르고 장비는 발전하여 예전의 방식과는 다를 수 있겠지만 누구든 아이거 북벽을 오르려 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이책을 일독하라 추천하고 싶다.

말미에 각종 참고문헌을 참고하며 북벽에서 생을 달리한 수십명의 클라이머들의 사고 경위와 위치를 상세히 명기해놓은 북벽의 공동묘지와 아이거 북벽에서의 죽음들 부분에서 또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광식 선배님은 훌륭한 산악인일뿐 아니라 학자로서 작가로로서도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 본문 중에서

 

# 또 후배를 떠나 보내며 8~9p.

나는 그가 자신이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원정을 나섰다고 짐작했다. 30년 전 나는 못 돌아올 것을 대비해 내 자리에 앉을 후임자를 위해 책상 서랍 속의 먼지까지 걸레로 닦아내고 떠났었는데.... 난 무표정한 표정의 주민등록증 사진에 절하며 내 영정사진은 내 마음에 드는 것으로 미리 준비해놓겠다고 결심했다.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막걸리에 조금은 취해있는, 사람들이 금방 알아볼 만한 익숙한 내 모습의 사진으로 말이다.

<영광의 북벽>이 화근이다. 금서로 지정되어야 할 위험한 책이다. (중략) 늦가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빛은 두껍게 깔린 낙엽에 반사되어 세상을 온통 붉게 물들이고 있다. 산에나 가야겠다, 내 영정사진 찍으러....

 

# 재회주(再會酒) - 41p.

그리고 북벽 등반은 몇 명이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명이 좋겠다는 선우의 의견과 세 명이 좋겠다는 정원이와 나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각기 모두 장단점이 있다. 아이거 북벽같이 일기가 빨리 변하고 낙석이 심한 곳에서는 두 명이 등반할 경우 속도가 빨라 그만큼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고, 세 명일 경우는 한 명이 낙석이라도 맞아 부상당했을 때, 다른 두 명이 도와 빨리 탈출할 수 있어 적어도 전원이 몰사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동기들이 모였으니 모두 같이 오를 수 있기를 원했을 따름이다. 인정에 끌리지 않는 냉철한 대원 선정의 당위성을 인정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 어찌 산만을 야속타 하리오

67p.

주방장 정원이가 짠 식단에 오늘의 중식은 빈대라고 나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영배 형의 없는 살림에 빈대붙어서 스파게티를 얻어 먹음으로써 계획을 충실히 따랐다.

68p.

우리는 산에서 참으로 크나큰 즐거움을 얻는다. 그러나 산은 또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아가서 그 즐거움의 양만큼 똑같은 슬픔을 안겨주니 어찌 산만을 야속타 하리오.

젖어오는 눈을 가스가 희미하게 덮여 있는 북벽을 잠시 올려다보았다.

 

# ‘제비의 집으로 쏟아지는 별 123p.

현재 날씨는 무척 좋았다. 바로 앞쪽으로 북두칠성과 북극성이 보였다. 북벽 안에서 내다보는 밤하늘에도 별들은 쏟아질 듯이 무수히 많았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밤이었다.

 

# 북벽의 아침은 햇살과 함께 오지 않는다 137p.

북벽의 아침은 햇살과 함께 오지 않는다. 먼 발치의 클라이네 샤이데크가 빨갛게 밝아오며 시작하는 것이다. (중략) 어제 2설원을 계속 쳐올라오느라 나의 새 비브람까지 젖어 양말을 갈아 신고 자지 않을 수 없었으나 다시 젖은 양말로 갈아 신는다는 게 끔찍하게 생각되어 마지막 남은 마른 양말 위에 언 비브람을 신었다.

 

# 얼음 위에 매달린 빨간 시체 145~146p.

20m쯤 위에 빨간 우모복을 입은 사람이 얼음 위에 얼어붙은 채로 죽어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적인 공포감으로 눈을 뗄 수조차 없었다. 어찌할 것인가? 지나쳐서 올라가는 수밖에…….

한 스텝 한 스텝 오르면서 나는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북벽을 오르다가 비참하게 죽은 클라이머이며 어쩌면 우리의 장래 모습에 지나지 않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점차 가까워지면서 그것이 단지 버려진 빨간 슬리핑 백이었음을 확인하고서는 애써 그렇게 생각할 필요도 없어졌다. 곧 이어 유마링으로 오르던 선우가 무엇이냐고 공포에 젖은 목소리로 물어 왔을 때 나는 간단하게 사람!” 이라고 대답하여 그가 받을 쇼크를 즐겼다.

 

# 대답 없는 선우 164p.

친구의 죽음을 아주 쉽게 받아들이는 습성이 몸에 배는 애처로운 클라이머들 중의 하나가 되어버린 나 자신을 잠시 생각하다가 잠이 들었다.

 

# 손가락 끝에서 올라가는 불 191p.

이 모든 현상은 주위에서 번개가 한 번 번쩍이면 모조리 없어지고 곧 이어 천둥소리가 들렸다. 그러다가 몇 초만 있으면 매미소리가 들리고 여기저기에서 빛의 기둥이 올라가기 시작했다(이 신비로운 빛이 St. Elmo’s Light 혹은 St. Elmo’s Fire라고 불린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때는 이런 것이 있다는 것조차 들은 적이 없었다).

 

# 또 한번의 추락 200~201p.

, 임마! 죽으려면 거의 다 가서 죽어라. 너야 죽어도 상관 없지만 저 아래까지 메고 내려갈 생각 하니 끔찍하다.”

옆에 있던 선우도 한마디 거들었다.

! 너 죽으면 네 장비 내가 다 가져도 되냐?”

 

# 나의 사랑하는 동기들에게 210~211p.

사랑하는 두 명의 산 친구를 잃었을 때 우리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들을 대신해 오르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과연 이 벽을 살아서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끈질긴 의구심에서 비롯된 절망감을 이겨내고 올라서고야 말았다.

동상과 굶주림의 고통 속에서 하강하면서 나는 북벽을 저주했고 나의 생의 전부라고 항상 자신 있게 이야기하던 클라이밍이라는 것을 증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 다시는 클라이밍은 안 하리라고 이를 악문 지 하루가 채 가기도 전에 나는 아이스 해머를 끌어당겨 녹을 닦아내기 시작했고, 우리의 다음 원정은 어디로 할까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원했다.

내가 갈 곳이라곤 산밖에 없으므로…….

 

 

<영광의 북벽>

정광식

이산미디어, 2011

영광의 북벽
국내도서
저자 : 정광식
출판 : 이산미디어 2011.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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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의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오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눈이 부시게>

JTBC, 2019

연출 김석윤, 극본 이남규, 김수진

 

 

 

 
■ 암벽 등반의 종류와 가치


● 온사이트 (On-sight) 

루트에 대한 사전 연습이나 정보 없이, 첫 번째 시도에 등반을 성공하는 것
- A clean ascent, with no prior practice or beta. For ascents on the first attempt with receiving beta see flash.


●  플래시 (Flash)

다른 사람의 등반 모습을 관찰하거나 루트에 대한 사전 정보를 가지고, 첫 번째 시도에 등반을 성공하는 것
To successfully and cleanly complete a climbing route on the first attempt after having received beta of some form. Also refers to an ascent of this type. For ascents on the first attempt without receiving beta see on-sight.


● 레드포인트 (Redpoint)

루트를 충분히 연습 후, 확보물을 설치하며 추락 없이 등반에 성공하는 것
Redpointing a route means free-climbing it by leading, after having practiced the route beforehand (either by hangdogging or top roping). Also see clean and pinkpoint.


● 핑크포인트 (Pinkpoint)

루트를 충분히 연습 후, 미리 설치된 확보물을 이용하여 추락 없이 등반에 성공하는 것
To complete a lead climb without falling or resting on the rope (hangdogging), but with pre-placed protection and carabiners. Also see clean and redpoint.


● 행도깅 (Hang dogging)

등반 중, 로프에 매달리거나 확보물에서 휴식 후, 다시 등반하는 것
- While lead climbing or on top rope, to hang on the rope or a piece of protection for a rest.


● 그린포인트 (Green Point)

트래드 등반 장비를 이용해 스포츠 등반 루트를 등반하는 것
Climbing a sport route with the use of traditional gear.


● 톱 로핑 (Top ropping)

고정 앵커에 사전에 설치된 로프를 이용하여 등반하는 것
To belay from a fixed anchor point above the climb. Top-roping requires easy access to the top of the climb, by means of a footpath or scrambling.





■ 등반의 형태


● 프리 솔로 (Free solo)
어떠한 안전장치 없이 등반하는 것으로, 보통 로프 없이 등반하는 것을 이름
Climbing without aid or protection. This typically means climbing without a rope.


● 프리 클라이밍 (Free climbing)
인공 등반 장비를 이용하지 않고 자력으로 등반하는 형태. 종종 프리 솔로 등반 형태와 혼동되어 잘못 사용된다.
Climbing without unnatural aids, other than used for protection.
- Often incorrectly used by non-climbers as a synonym for soloing.


● 딥 워터 솔로잉 (Deep Water Soloing, DWS)

안전 낙하를 할 수 있는 충분히 깊은 수심에서, 로프 없이 등반하는 형태로 완등을 하거나 추락을 할 때 물 위로 낙하하는 형태. 보통은 줄여서 DWS라고도 부른다.

- Free climbing an area that overhangs a deep enough body of water to allow for a safe fall. Often abbreviated DWS.



● 볼더링 (Bouldering)
큰 바위에서 연습하는 등반으로 일반적으로 땅에 가깝기 때문에 안전 장치는 크래시 패드(매트)와 스포팅(Spotting)만이 있으며, 로프 없는 등반을 이른다.
The practice of climbing on large boulders. Typically this is close to the ground, so protection takes the form of crash pads and spotting instead of belay ropes.


●  리드 클라이밍 (Lead climbing)
등반자가 로프를 퀵드로우나 볼트, 앵커 등 벽에 부착된 장비를 클립하며 등반하는 형태. 스포츠 클라이밍에서 앵커는 일반적으로 미리 배치되며, 퀵드로우는 미리 설치되거나 등반자가 설치하며 등반할 수도 있다.
A form of climbing in which the climber clips the belay rope into quickdraws or similar equipment attached to the wall by means of anchors. In traditional climbing, the climber also needs to place anchors and quickdraws. 
- In sport climbing, the anchors are typically preplaced, and the quickdraws may either be preplaced or placed by the climber.


● 멀티 피치 클라이밍 (Multi-pitch climbing)
루트가 길어, 하나의 싱글 로프로 등반할 수 없으며 피치를 나누어 여러번 확보점을 만들며 등반하는 형태. 한 피치(pitch)는 일반적인 로프의 길이인 50~60미터(160~200피트) 정도 또는 그보다 짧게 이루어진다.
Climbing on routes that are too long for a single belay rope.


● 스포츠 클라이밍 (Sports Climbing)
기술적이고, 더 강한 파워가 요구되는 등반 스타일로, 스포츠 등반 루트는 미리 설치된 고정 확보물(Bolt-anchors)을 이용하여, 상대적으로 더 잘 보호되는 경향이 있으며, 경기 등반(경쟁종목)에 더 적합하다.
A style of climbing where form, technical (or gymnastic) ability and strength are more emphasized over exploration, self-reliance and the exhilaration of the inherent dangers involved in the sport. Sport climbing routes tend to be well protected with pre-placed bolt-anchors and lends itself well to competitive climbing.


● 트레드 클라이밍 (Traditional Climbing, Trad Climbing)
등산의 모험과 탐험의 본질을 강조하는 등반 방식으로, 스포츠 클라이머들이 보통 볼트로 불리는 고정 확보물을 사용하는 반면, 트레드 클라이머들은 등반할 때 확보물을 직접 설치하는 설치형 확보물(예: 캐밍 디바이스)를 사용한다.
A style of climbing that emphasizes the adventure and exploratory nature of climbing. While sport climbers generally will use pre-placed protection ("bolts"), traditional (or "trad") climbers will place their own protection as they climb, generally carried with them on a rack.



● 스크램블링 (Scrambling)

하이킹과 암벽등반 중간 쯤에 해당하는 등반 형태

A type of climbing somewhere between hiking and graded rock climbing.



● 테크니컬 클라이밍 (Technical climbing)

스크램블링이나 빙하 여행 등과 반대로, 로프와 보호 장비를 갖추고 등반하는 형태

Climbing involving a rope and some means of protection, as opposed to scrambling or glacier travel.



● 알파인 클라이밍 (Alpine climbing)

일반적으로 산에서의 등반을 이른다. 빙벽 등반(Ice Climbing)과 드라이 툴링(Dry-tooling)이 혼합된 형태의 믹스 등반이 요구되며, 모든 장비를 여러날 동안 백팩에 직접 운반하는 형태의 등반

- Generally climbing in the mountains. Probably includes a mixture of ice climbing and dry-tooling. Alpine style generally means carrying all gear in a backpack even for multi day climbs.



● 인공등반, 에이드 클라이밍 (Aid climbing)

고정된 장치나 장비를 이용해서 위로 당겨 올리는 등반 방식.

- A style of climbing in which standing on or pulling oneself up via devices attached to fixed or placed protection is used to make upward progress.



● 빙벽등반, 아이스 클라이밍 (Ice climbing)

얼음이 형성된 경사지역을 등반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빙하, 얼어붙은 폭포, 얼음으로 덮인 암벽 등을 로프를 이용해 등반하는 형태를 이른다.

Ice climbing is the activity of ascending inclined ice formations. Usually, ice climbing refers to roped and protected climbing of features such as icefalls, frozen waterfalls, and cliffs and rock slabs covered with ice refrozen from flows of water.



● 드라이툴링 (Dry-tooling)

얼음이 아닌 바위에 얼음 도끼(아이스 바일)와 크램폰 등을 이용하여 등반하는 형태. 드라이 툴링은 믹스드 클라이미의 가장 특화된 기술이며 그 자체로 "스포츠"로 발전했다.

Using tools for ice climbing like crampons and ice axes on rock, i.e., not on ice.



● 혼합등반, 믹스드 클라이밍 (Mixed climbing)

빙벽 등반과 암벽 등반의 조합으로, 일반적으로 크램폰과 아이스 툴 같은 등반 장비를 사용한다. 

Mixed climbing is a combination of ice climbing and rock climbing generally using ice climbing equipment such as crampons and ice tools. 

- Mixed climbing has inspired its own specialized gear such as boots which are similar to climbing shoes but feature built in crampons. Dry-tooling is mixed climbing's most specialized skill and has since evolved into a "sport" unto itself.



[ 출처 ] 위키백과 (등반용어, Glossary of climbing terms) 



[ 사진출처 : Pinterest ]



Alex Honnold 

“I've done a lot of thinking about fear. ..."

두려움에 대해 많이 생각해봤어요...

“I've never done drugs, and though I've tasted alcohol, I've never had a whole drink.
I don’t even drink coffee."

저는 마약을 해본 적도 없고, 술을 맛 본적은 있지만, 마신 적은 없습니다.
저는 커피도 마시지 않아요.



<프리 솔로 : Free Solo>
감독 : 지미 친(Jimmy Chin), 엘리자베스 차이 베사헬리(Elizabeth Chai Vasarhelyi)
출연 : 알렉스 호놀드(Alex Honnold)
2018년



아래 영상은 마우스 왼쪽 버튼을 클릭한 채, 위/아래/좌/우로 각도를 조정하면 

360도 뷰로 알렉스의 엘캐피탄[각주:1] 프리솔로 등반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알렉스 호놀드의 TED Talk : How I climbed a 3,000-foot vertical cliff — without ropes




  1. 엘캐피탄(El Capitan) :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있는 바위로, 암벽 등반의 명소로 알려져 있다. 요세미티 계곡 북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계곡 바닥부터 약 3,300피트(1천 미터)로 솟아 있어, 화강암 바위로는 세계 제일의 크기로 알려진다. 주로 남서 및 남동 벽에 많은 등반 루트가 있다. 엘케피탄이란 스페인어 이름은 아메리카 선주민들이 부르던 "토토콘오라(To-to-kon oo-lah)"또는 "토톡아누라(To-tock-ah-noo-lah)"라는 이름의 뜻을 옮긴 것으로, 암벽 등반가들은 엘캡(El Cap)이라 줄여 부르기도 한다. [출처: 위키백과] [본문으로]

[원문] 트래비 2019 01월호 (Vol. 323)

http://www.travi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707


타이완은 1624년부터 38년간 네덜란드의 식민 통치를 받았고, 이후 약 200여 년 넘게 청 왕조의 통치를 받았다. 그러다 1895년 청일 사이에 시모노세키 조약이 맺어지고 1945년 독립하기까지 50년간 일본의 식민통치를 받게 된다. 타이완의 과거부터 근현대사까지 톺아 보려면 타이베이 고궁박물원과 중정기념당을 찾아보기를. 그리고 지금의 맨해튼과 같이 변모한 타이베이를 즐기려면 타이베이 101 전망대에 올라 시내를 둘러보자.



● 중화문화의 보고

타이베이 고궁박물원 國立故宮博物院


1949년 중국공산당과 내전에 패배한 장제스의 국민당 정권은 중화민국 정부를 타이완의 타이베이시로 옮겼고, 중국과 독자적인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오늘날의 타이완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당시 전통문화에 애착이 많았던 장제스는 타이베이로 이주할 때 베이징 고궁박물원과 자금성에서 소장하고 있던 유물을 비롯해 중국 전역의 문화재들을 엄선하여 총 61만여 점을 타이베이 고궁박물원으로 옮겨 왔다. 만약 이때 문화재들을 타이완으로 가져오지 않았다면, 중국 본토의 문화대혁명의 광풍이 불었을 때 대부분 불에 타 소실되었을 것이라고. 이 문화재들을 전시하는 타이베이 고궁박물원은 1965년 재개관하여 현재와 같은 박물관의 모습을 갖추었다. ‘중화문화의 보고’로, 세계 4대 박물관 중 하나로 손꼽힐 만큼 소장품이 많아 옥제품, 도자기, 회화 등의 작품들은 3개월에 1번씩 교체하여 전시한다고. 박물관 건물은 지상 4층의 중국 전통 궁전 양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안내데스크에서 한국어 음성 가이드를 150NTD에 대여할 수 있다.


오픈: 일~목요일 8:30~18:30(금·토요일 21:00까지)  

입장료: 350NTD(인터넷 예약 가능)

전화: +886 2 2881 2021

홈페이지: npm.gov.tw



● 중정을 길이 새기는

중정기념당 中正紀念堂


1980년 정식 개관한 중정기념당은 타이완의 초대 총통인 장제스(蔣介石)을 기리기 위한 기념당으로 그의 본명인 ‘중정’을 따서 중정기념당이라 이름 지었다. 아치형 정문 양쪽으로는 국립극장과 콘서트홀이 자리 잡고 있다. 기념관 1층의 전시실에는 중정이 총통 시절 사용했던 자가용 등 각종 기념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중앙에 위치한 기념당에 입장하려면 89개의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89는 중정이 서거한 나이를 뜻한다. 계단을 올라 기념당에 들어서니, 중앙에 거대한 중정의 동상이 도시를 바라보고 앉아 있다. 그 양옆으로 근엄한 표정의 근위병이 엄호하고 있는데, 11시 정각이 되니 교대를 위해 근위병들이 절도 있는 걸음걸이로 입장한다. 교대식은 약 10분 정도 진행된다. 


오픈: 9:00~18:00(근위병 교대식은 매시 정각 진행)  

전화: +886 2 2343 1100

홈페이지: www.cksmh.gov.tw





● 타이완에서 가장 높은 대나무

타이베이101 전망대 臺北101觀景台


타이완 유명 건축가 리쭈위엔(李祖原)이 설계하고 한국 건설사가 시공한 타이베이 금융센터는 ‘타이베이101’이라는 이름의 전망대로 더 유명하다. 높이가 508m에 달하는 초고층 빌딩이다. 대나무 위에 꽃잎이 겹겹이 포개진 형상의 빌딩이 하늘까지 곧게 뻗어 있어 타이베이 시내 어디에서나 눈에 들어온다. 건물의 엘리베이터는 5층부터 89층까지 단 37초 만에 이동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원래 용도는 타이베이 금융기관이 모인 건물이지만 대형 쇼핑센터와, 기념품 상점, 음식점이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오픈: 9:00~22:00

전화: +886 2 8101 8898  

홈페이지: www.taipei-101.com.tw



글·사진 차승준  에디터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타이완관광청 www.putongtaiwan.or.kr


[원문] 트래비 2019 01월호 (Vol. 323)

http://www.travi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704


2018 펑후 국제마라톤 Gaillardia Island Penghu Cross-Sea Marathon


인생이라는 마라톤


우우, 쓰, 싼, 얼, 이! 탕! 힘찬 출발 신호와 함께 앞으로 내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벌써 숨이 밭아 올랐다. 심장 소리가 귓가를 두드리고, 종아리 근육들이 비명을 질러 댄다. 


세계 각국에서 외국인 선수들도 많이 참가했다


출발 전 식전행사. 안전을 당부하듯 무대 앞으로 나선 경찰 인형들


지난해 발목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아웃도어 홀릭인 나는 한동안 발이 묶여 답답한 날들을 보냈다. 해가 쨍하고 날씨가 맑으면 기분은 더 우울했다. 병원에 누워 파란 하늘을 창밖으로만 바라보는 게 곤욕이었다. 인고의 시간을 보낸 후 깁스를 풀었고, 다시 몇 개월이 지나 목발에 의지하지 않고도 제법 잘 걷게 되었다. 천천히 재활운동을 하며 몸은 이내 정상 생활로 돌아왔다. 하지만 1년 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몸이 아니라 마음이 나약해졌다. 사실은 부상을 핑계 삼아 운동은 뒷전이 되었고, 다이어트 때문에 먹지 못했던 기름진 치킨과 달콤한 디저트들을 풍요롭게 먹으며 잘 먹어야 빨리 낫는다는 자기합리화를 이어 가는 날들이 꽤 오래 지속되었다.


출발 신호가 울리자 선수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했다


다시 등산과 클라이밍을 시작했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탁 트인 자연과 산이 좋아 다시 등산을 했고, 산에 가려니 건강을 유지해야 했다. 예전의 컨디션으로 돌아가기 위해 더디지만 한 발자국씩 전진했다. 한동안 달리지 못했었는데 용기를 내어 펑후 마라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비록 짧은 거리지만 2년 만의 마라톤 도전이었다. 이곳 펑후의 멋진 절경을 배경 삼아 바다를 가르며 경쾌하게 달리는 모습을 꿈꿨는데, 한동안 유산소 운동을 게을리한 탓에 힘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코스튬으로 마라톤의 재미를 더한 이색 참가자들


단체 기념사진을 찍으며 결의를 다지는 동호인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즈음, 두어 번 걷다가 다시 달리기를 반복했다. 힘들더라도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지인들과 깔깔대며 즐겁게 달리다 보니 힘이 솟았다. 달리는 내내 만감이 교차했다. 체력은 방전이 된 것 같은데 야릇하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결승선이 눈에 들어오니 남은 힘을 쥐어짜서 스퍼트를 올렸고, 모두 함께 웃으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함께하니 못할 것이 없었다.


유모차의 아이와 함께 5km를 달린 아이 엄마가 결승선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결승선에서는 모두가 승자였다. 42.195km를 최선의 속도로 달려 자기 기록을 경신한 선수, 5km 미니 마라톤이지만 유모차의 아이와 함께 달리며 큰 박수를 받은 아이 엄마, 모두가 결승선이 보이면 막판 스퍼트를 올렸다. 인생에도 결승선이 있다면 마라톤에서처럼 마지막 순간에 스퍼트를 올리며 열심히 달리게 될까? ‘인생’의 레이스에서 결승선이 어디인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매 순간을 마지막인 것처럼 즐겁고 열심히 살아가기를 갈망하는 건 아닐는지.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의 지친 표정 뒤로 행복한 발걸음이 눈에 들어온다


선수들이 시상식에서 행복해 하는 모습


▶펑후의 상징

콰하이대교 

콰하이대교(Penghu Great Bridge, 澎湖跨海大橋)는 바이샤(白沙)섬과 서쪽의 시위(西嶼)섬을 잇는 길이 2.5km의 해상 다리로 타이완에서 가장 긴 다리로 알려져 있다. 1970년 완공되어 해양 교통로 역할을 톡톡히 해내다가 1996년 재개발됐다. 바다에 걸린 무지개 같은 아름다운 아치형 곡선의 자태를 뽐내며 많은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펑후 콰하이대교는 이번 펑후 국제마라톤 코스의 꽃으로, 이 다리를 건너면 바로 하프마라톤의 결승선 지점이다. 


펑후의 상징 콰하이대교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물감을 풀어 놓은 듯 청량한 바다색 위로 잠든 어선들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셔터를 눌러 그 순간을 남기려 부산을 떨었다. 그러다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고 뷰파인더 밖으로 잠들어가는 바다와 마을과 어선들을 바라보았다. 숨 막히게 아름다운 광경에 넋을 놓고 있으니 온 세상이 곧 어둠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대교 인근에 자리한 선인장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는 펑후 특산품인 선인장으로 만든 붉은빛 아이스크림을 판매한다. 무슨 맛이냐고 물으신다면 빨간 맛!


펑후 마라톤 코스 전경


▶Gaillardia Island Penghu Cross-Sea Marathon

2018 펑후 국제마라톤


‘타이완의 제주도’라는 별명을 가진 아름다운 휴양지 펑후섬. 설레는 마음을 안고 섬에 첫발을 디디니, 회색빛 섬과 스산한 바람이 반겨 주었다. 관광 성수기이자 여름인 4~9월에는 바람이 세지 않은 편이나, 가을에 속하는 11~12월 무렵의 펑후는 바람이 무척 거세다. 거짓말을 살짝 보태어 태풍처럼 불어오는 바람에 몸도 가누기 힘들 지경인데, 바다는 이상하리만치 고요하다. 이맘때면 해마다 펑후에서 국제 규모의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2018년 펑후 국제마라톤 대회는 프랑스, 미국, 러시아, 터키, 일본, 태국 등 13개국에서 2,280명에 달하는 선수들이 출전했다. 42.195km의 풀코스 참가자가 566명이나 되는 전문적인 대회이면서도 가족, 친구와 함께 참석하는 마라톤 동호인도 많아 명실상부한 러너들의 축제다. 

 


글·사진 차승준  에디터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타이완관광청 www.putongtaiwan.or.kr 


[원문] 트래비 2019 01월호 (Vol. 323)

http://www.travi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702



올리는 순간 ‘좋아요!’를 다다닥 받을 법한 인스타그래머블 감성 마을을 펑후에서 만났다. 얼칸 전통마을(Erkan Historic Village, 二崁聚落保存區)은 타이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전통 고택들이 잘 보전되어 있는 마을로 1890년에서 1910년 사이에 완공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50여 가구가 남아 있는데, 진(Chen, 陳)씨 일가가 백 년 이상 살고 있는 고택으로도 유명하다.


얼칸 마을 돌담 위에 사이좋게 자리 잡은 항아리들


마을의 고택들은 건축자재부터 인테리어까지 모두 정성이 가득하다. 펑후산 현무암과 산호초 암석을 사용해 돌담을 올렸고, 그 소박한 돌담을 다홍빛 지붕이 끌어안고 있다. 전통방식으로 대들보를 조각하고, 기둥에 아기자기한 그림들을 그려 넣은 집들도 곳곳에 있다. 집집마다 돌담 곁에 올망졸망 자리한 특색 있는 장식물들도 얼칸의 자랑거리다. 예스럽고 소박한 마을 이면에 비범한 예술적 가치가 숨어 있다.


덕분에 최근에는 감성 마을로 알려져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이나 인스타그램을 즐기는 젊은이들과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찾는다. 마을을 구경하며, 핸드메이드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고, 아몬드 두유나 선인장 주스와 같은 색다른 간식을 사먹을 수 있다. 특히 이곳의 전통 살구차는 향이 맑기로 유명하다. 


바람소리만 고요한 바닷가 마을 얼칸의 정취를 느끼며 산책하다가 도보 명상에 빠져 들었다. 특별히 집중하려고 노력 않고, 마을 어귀를 걸었을 뿐인데, 어느 순간 공명이 울리며 바람 소리만 들려왔다.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차분해지는 평화로운 곳이다. 


골목을 따라 한참 걷다 보니, 산호초 돌담 위에 자리를 잡고 바닷바람을 베개 삼아 유유자적 잠이 든 마을 고양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심성이 고울 것 같은 착한 얼굴을 한 고양이 예닐곱 마리가 웅크리고 앉아 고요히 잠들어 있으니,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까. 


부스럭. 관광객 한 명이 기념품 가게에서 구입한 건어물 봉지를 열었다. 그 자그마한 소리에 고양이들이 일제히 잠에서 깨어났다. 이 골목 저 골목에서 꼬리를 치켜든 고양이들이 몰려들었다. 분명히 귀여운 건 맞는데, 총총 뒷걸음질치며 나도 모르게 고양이들에게서 멀어졌다. 얼칸 마을에서 고양이 집사의 기분을 느껴 보려거든 건어물 간식을 준비하시라. 마을 토박이 고양이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릴 감성 표정으로 맞이해 줄 거다.


집집마다 올망졸망 특색 있는 장식물들이 돌담 위를 채웠다


소라와 게를 말려 장식한 담벼락


 산호초를 잘 이어 담을 만든 얼칸의 어느 집


현무암과 산호초 암석으로 쌓아 올린 얼칸의 특색 있는 돌담


얼칸에서 인기 있는 간식 중 하나인 아몬드 두유


돌담에서 따뜻한 볕 아래 잠을 자고 있다가 부스럭 소리에 고개를 내민 고양이들


마을이 아기자기해서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감성적인 느낌이 물씬하다

 


글·사진 차승준  에디터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타이완관광청 www.putongtaiwan.or.kr 


[원문] 트래비 2019 01월호 (Vol. 323)

http://www.travi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701



귓가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  

파도 소리 위로 맑은 하늘 품은 바다 빛,  

맑은 하늘 품은 바다를 가르는, 바람의 섬 펑후. 

아름답다!


바닷길이 열렸다.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베이랴오 쿠에이비샨 지질공원에 사람들의 환호성이 가득하다

 


펑후Pescadores Islands, 澎湖


타이완섬 서부의 타이완 해협에 위치한 펑후는 64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다. 이 중 사람이 사는 섬은 10개 정도, 세계적으로도 아름다운 바다와 모래사장 그리고 독특한 현무암 지질 경관이 자랑이다. 산호와 현무암을 재료로 축조한 전통 건축물들은 타이완 본섬과는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굴, 게, 인삼과 선인장 아이스크림, 말린 한치, 검은 설탕으로 만든 헤이당 떡 등 먹을거리 특산물도 풍부하다. 타이완 최고의 휴양지이자 여름 성수기에는 현지인이 많이 찾는 사랑 받는 관광지로 특히 펑후 불꽃축제가 유명하다. 한국 관광객들에게는 ‘타이완의 제주도’라는 애칭으로 알려져 있다. 


Navigator 

타이베이 송산 공항에서 국내선을 타면 펑후 마공(馬公) 공항까지 50분이 소요된다. 타이중(臺中), 자이(嘉義), 타이난(臺南), 가오슝(高雄)에서도 국내선이 연결되어 있으며, 자이, 가오슝에서는 배편도 있다. 


간조 때 바다가 갈라지자 바닷길 위에 올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관광객들



● 모두를 웃게 하는 기적


펑후에 도착해 가장 먼저 베이랴오(Beiliao) 쿠에이비샨 지질 공원(奎壁山摩西分海)으로 향했다. 바다에서 조수가 빠져나가 해수면이 가장 낮아지는 간조 시간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쿠에이비샨은 간조 때마다 섬으로 가는 바닷길이 열리면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만조 때 밀물이 들어오면 물속에 잠기고, 썰물 때 물이 빠지면서 S자 모양으로 현무암 돌들이 드러나며 섬까지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생기는데, 계절에 따라 매일 간조 시간이 다르니 펑후 관광 홈페이지에서 미리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갈라진 바닷길, 검은 자갈들이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었다



홍해를 갈랐던 ‘모세의 기적’의 한국판이 ‘신비의 바닷길’로 유명한 제부도와 보령의 무창포 해수욕장이라면, 타이완판 신비의 바닷길은 바로 쿠에이비샨 지질공원이다. 이름에 유래가 있다. 멀리서 베이랴오 해변을 바라보면 바다거북 모양의 산이 떠올라서 ‘거북 벽산(Gueibishan)’이라고 부르다가, 후에 발음 그대로 쿠에이비샨(Kueibishan)이 이름으로 굳어졌다.


자갈을 만지며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한 때


바닷가 공원에 들어서니 상쾌한 공기가 반겨 준다. 계절이 가을로 접어든 데다, 바닷바람까지 솔솔 불어오니 들이키는 공기가 가슴속까지 신선하게 만드는 기분이다. 해변의 짠 내음을 좇아 바닷가 어귀에 이르렀다. 바다가 갈라지는 신기한 광경을 기다리며 인파에 섞여 초초하게 바다를 응시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여기저기서 탄성이 울려 퍼지며 가장 먼저 빨간 옷을 입은 젊은이 하나가 바닷길을 향해 내달린다. 그 뒤를 이어 관광객들이 줄줄이 자태를 드러낸 바닷가 자갈길 위로 올라섰다. 나도 따라 바다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맑은 물 아래 숨어 있던 검은 자갈의 감촉이 다소 거칠었다. ‘기적’ 치고는 다소 밋밋한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잠시.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했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혹은 멀리서 찾아온 친구들과 함께. 다시 오지 않을 오늘. 그 순간을 오롯이 즐기고 있었다.


펑후 관광 홈페이지

www.penghu-nsa.gov.tw



바다를 굽어보고 있는 다궈예 주상절리. 나도 모르게 ‘바위가 참 잘생겼다’는 말을 연신 내뱉게 된다



● 자연이 준 잘생긴 선물들


펑후 곳곳에는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현무암 주상절리와 해식동굴이 많고, 섬 동쪽에는 펑후 현무암 자연보호구가 지정되어 있다. 다궈예 주상절리(Daguoye Columnar Basalt, 大菓葉柱狀玄武岩)는 용암이 흘러나와 바닷물과 만나면서 빠른 속도로 식고 수축되어 육각형 모양으로 굳어진 현무암 절벽이다. 병풍처럼 서 있는 육각형 돌기둥들 앞쪽으로 움푹 팬 웅덩이가 있는데, 거기 고인 물에 거꾸로 비친 기둥 모양의 현무암은 펑후의 유명한 경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잘생긴 바위를 보고 있자니 감탄이 절로 나오고, 동시에 조건반사처럼 클라이밍을 하고 싶은 호기심이 발동했다. 가까이 다가가 바위 살결을 만져 보니 푸석푸석하고 잘 부서져 오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오름짓을 갈망하는 클라이머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이다.



해양목장에서 여유롭게 바다낚시를 즐기는 관광객들



● 굴 사냥에 나서 볼까


부두에서 통통배를 타고 20~30분가량 달려 바다 한가운데 위치한 바다 목장, 성광해양목장(Starlight Marine Farm, 星光海洋牧場)에 도착했다. 나름 자유롭게 바다에 풀어 놓았다지만 도망을 갈 수 없게 울타리를 만들어 놓은 양식장인 셈인데, 초보들도 낚싯바늘 없는 낚싯대로 고기를 낚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먹이용 토막 생선을 낚싯줄에 묶어 물에 내리는데, 똑똑한 녀석들은 생선만 쏙 빼먹고 달아난다. 물 밖에 나오면 먹물을 뿜어내는 귀한 몸의 ‘갑오징어’. 뽀로로를 닮은 귀염둥이라고 칭찬을 했더니 심통이 모드로 돌변한 ‘복어’. 에일리언을 닮은 ‘투구게’ 등 각종 해양 생물을 직접 보고 만져 볼 수 있어 아이들의 체험학습으로도 제격이고, 어른들의 유흥거리로도 이만한 게 없다.


뽀로로를 닮은 귀염둥이라고 칭찬했더니 심통이 모드로 돌변한 ‘복어’



낚시 후 헛헛한 배는 뭍으로 돌아가 굴 구이로 채운다. 1인 500NTD의 가격으로 양식장 낚시 체험과 무제한 굴 구이를 모두 즐길 수 있다. 함께 운영하고 있는 굴 양식장에서 상품가치가 있는 큰 굴들은 팔고, 다소 작은 굴들은 이곳에서 무제한으로 제공하는데, 맛있는 죽을 곁들여 먹을 수 있다. 까도 까도 끝이 없는 굴의 늪. 먹어도 먹어도 계속 들어간다. 굴로 가득한 바구니 4개째를 비워 갈 무렵, 슬슬 질려서 못 먹겠다. 한국에서 초장만 챙겨 왔으면 바구니 열 개도 문제없었을 텐데…. 쩝, 아쉽다.


무제한 제공되는 굴 구이. 쌓여 있는 바구니에 양껏 가져다 먹으면 된다



▶ 나만 알고 싶은 펑후 맛집 

타이완 가정식 전문점 

화채간


제발 유명해지지 말았으면 싶은 인생 맛집을 만났다. 화채간(Cauliflower Old Memory, 花菜干人文懷舊餐館)이 바로 그런 곳이다. 부디 다음에 펑후를 찾았을 때 화채간에서 밥을 먹으려고 줄을 길게 서거나, 예약을 하지 못해서 후회하는 일이 없어야 할 텐데. 


 엄마 손맛으로 채워진 화채간의 한 상차림



펑후에서 단 한 끼밖에 먹을 수 없다면 망설임 없이 화채간을 추천하겠다.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맛집이다. 엄마 손맛이 가득 담긴 타이완 가정식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빈티지한 인테리어에 어울리는 복고풍 가정식 백반을 선보인다. 순백의 하얀 자태를 뽐내며 간간한 매력을 선보이는 콜리플라워 볶음부터 엄마 손맛 계란부침. 깐풍 소스 연상되는 달큰한 간장조림 고기볶음에 한국 반찬인가 의심스러울 만큼 익숙한 맛의 생선 조림. 풍성하게 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들에 이내 입꼬리가 올라갔다. 불굴의 의지로 이어오던 식단 관리, 체중 관리가 중요할 쏘냐. 맛있으면 0칼로리라고 주장하며 게 눈 감추듯 접시를 깨끗이 비웠다. 


오픈: 11:00~21:00(브레이크 타임 14:00~17:00) 

전화: +886 6 921 3695  


 


글·사진 차승준  에디터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타이완관광청 www.putongtaiwa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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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트래비 2018 12월호 (Vol. 322)

http://www.travi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642


19세기 찰스 다윈(Charles Darwin)에게 갈라파고스는 ‘종의 기원’이자 진화론의 근원이었다면, 21세기를 살아가는 아웃도어 홀릭 여행자에게 갈라파고스는 ‘여행의 기원’이자 행복론의 근원이다.

플로리아나 해변. 바다사자 한 마리가 조용히 곁으로 다가와 애교를 부린다



▶ 갈라파고스
기후는 연중 내내 쾌적하고, 가장 추운 시기인 9월에도 평균 19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 여행하기에 이상적인 날씨다. 갈라파고스에 가려면 크루즈를 이용하거나 에콰도르 키토(Quito)공항이나 과야낄(Guayaquil) 공항에서 국내선을 이용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최소 비행기를 2번 이상 갈아타야 하기에 이틀 이상이 걸린다. 



▶ 갈라파고스 입국하기
갈라파고스에는 발트라(Baltra)와 산크리스토발(San Cristobal) 두 섬에 각각 공항이 있는데, 산타크루스(Santa Zruz)섬 푸에르토 아요라(Puerto Ayora) 마을에서 가까운 발트라 공항으로 더 많은 항공편이 운행된다. 갈라파고스로 이동하는 국내선 항공 탑승 전에 입도 카드(Transit Control Card) 비용(20USD)을 지불하고 가방 검사를 철저히 받아야 한다. 발트라 공항에 도착해 입도 심사를 받을 때는 100USD의 갈라파고스 국립공원 입장료를 현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해변을 따라 뻗은 이사벨라섬의 라스 프라가타스 거리는 산책하기 좋다



● 갈라파고스를 여행하는 법 


갈라파고스 제도(Galapagos Islands)는 에콰도르 연안에서 약 1,000km 떨어진 태평양에 19개의 주요 섬(큰 섬 13개, 작은 섬 6개)과 수많은 바위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 면적은 제주도의 약 4배 정도 크기이고, 지금도 여전히 화산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화산 활동으로 태어난 갈라파고스 제도의 섬들은 외부와 격리돼 독특한 종들의 진화의 무대가 되었고, 1835년 이 섬을 찾았던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이 큰 영감을 받아 ‘진화론’을 주장함으로써, 세계 과학사에 한 획을 그은 <종의 기원>이 탄생하게 되었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에 놓인 천연 수영장, 라스 그리에타스



갈라파고스에서는 갈라파고스의 법대로! 


섬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갈라파고스는 자연 보호를 위해 여러 가지 규칙들을 두고 있다. 관광객은 반드시 갈라파고스 국립공원 공인 가이드와 동반해야 하고, 동물과 적어도 2m 이상의 거리를 두어야 하며 만지거나 먹이를 주는 행동은 절대 금지되어 있다. 캠핑은 오직 허락된 장소에서만 가능하며 반드시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바위나 나무 등에 낙서를 해서도 안 되며 쓰레기나 오염물질 등을 버리는 행위는 당연히 금지다. 섬의 고유 동식물 군과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생물체(애완동물, 식물, 곤충 등)를 반입해서는 안 되며 음식 반입도 불가하다. 또한 산호나 조개껍데기, 바다사자 이빨, 거북이 등껍질, 화산석, 갈라파고스 고유종 나무 등으로 만든 기념품은 절대 반출할 수 없으니 구입하지도 말아야 한다. 

발자국 소리만이 들려 오는 산타크루스섬의 용암동굴



다소 까다롭게 느껴지지만, 그 땅의 주인들에게 인간의 때를 묻히고 환경을 어지럽히지 않기 위해서는 마땅히 지켜야 할 일이다. 무수한 동물들이 눈앞에 있어도 절대로 만지지 않고, 섬에서는 조개껍데기 하나도 가지고 나올 수 없는 규칙은 실제로도 완벽할 정도로 지켜지고 있다. 그런 엄격함 덕분에 수많은 야생 동물들은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편안하게 낮잠을 자고, 관광객들도 멀리 이동하지 않고도 어느 곳에서나 눈앞에서 야생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이사벨라섬에서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틴토레라스섬. 수많은 바다 이구아나들의 서식지다



낙원에서 캠핑하기

갈라파고스섬을 여행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크루즈 선박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낮에는 갈라파고스의 각 섬에 방문하여 투어를 하고 밤에는 크루즈를 타고 이동을 하며 여행하는 방법. 둘째, 유인도를 거점으로 숙박하면서 이동하고 여행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에는 당일 투어로 인근의 무인도를 둘러볼 수 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유인도는 발트라(Baltra), 플로레아나(Floreana), 이사벨라(Isabela), 산크리스토발(San Cristobal), 산타크루스(Santa Cruz)섬까지 5개뿐이다.

나만 알고 싶은 보석, 캄포두로 캠핑장


두 가지 방법을 놓고 고심하다 아웃도어 홀릭을 자처하는 마당에 편안한 크루즈가 웬 말인가 싶어 과감히 갈라파고스에서 캠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사벨라섬의 캄포두로(Campo Duro) 캠핑 사이트와 산타크루스섬의 하이랜드 캠핑 사이트, 그리고 플로레아나섬의 게스트하우스 세 곳을 베이스캠프 삼아, 갈라파고스를 떠나는 날까지 매일매일 말초 혈관까지 상쾌해지는 기분으로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다. 누군가 파라다이스의 사전적 정의를 묻는다면 갈라파고스라고 대답해도 틀리지 않으리라.

자연에 녹아드니 휴대폰을 확인할 필요도 시간을 확인할 일도 없었다. 여행에서 만난 친구 소피와 자전거를 빌려 이사벨라섬을 일주하는 동안은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하루가 지나도 새소리와 함께 똑같은 어제가 시작되는 날들이 이어졌다.


이사벨라섬의 캄포두로 캠핑장 Campo Duro Campground
주소:  Via Sierra Negra, Isla Isabela, Galapagos, Ecuador
전화: +593 5835 301 6604 
홈페이지: www.campoduroecolodge.com.ec




● 생태계의 보고, 갈라파고스 

갈라파고스섬의 동물들은 하나같이 매우 느리고 여유가 넘친다. 생존을 위해 주위 환경에는 적응을 해야 했지만 천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백 마리의 바다사자와 이구아나가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미소를 머금은 채 일광욕을 즐기고, 그 위를 갈라파고스 붉은 게(Sally Lightfoot Crab)가 기웃거린다. 푸른발부비새는 느릿하게 다리를 들었다내렸다 하며 구애 활동을 하고, 자이언트 거북이 길을 떡하니 막고 서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사람이 피해 갈 수밖에.

산타크루스섬, 찰스 다윈 연구소(The Charles DarwinResearch Station, CDRS)에 살고 있는 자이언트 거북.긴 목을 빼고 나뭇잎을 따서 먹는다

이사벨라섬 자이언트 거북 번식센터에 살고 있는 거북. 지구상에존재하는 거북 중 크기가 가장 큰것으로 알려져 있다


갈라파고스 자이언트 거북  Galapagos Giant Tortoise 

갈라파고스가 최초로 발견될 당시에는 무인도였던지라 큰 거북이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갈라파고스의 자이언트 거북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북 종류 중에 몸집이 가장 큰 것으로 유명한데, 몸길이는 1.8m에 이르고 무게는 0.5톤에 육박한다. 이곳의 거북들은 거주 지역에 따라 등껍질의 모양이 다르게 진화했다. 건조한 곳에 사는 거북들은 목을 길게 빼고 나무에 달린 먹이를 먹기 쉽도록 말 안장 모양의 등껍질을 갖게 됐고, 습지에 사는 거북은 풀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먹이를 주워 먹을 수 있도록 돔형 등껍질을 갖고 있다.

미소를 머금고 일광욕을 하고 있는 마린 이구아나


갈라파고스 마린 이구아나  Galapagos Marine Iguana 

갈라파고스 마린 이구아나는 바다에서 위장하고,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유일한 바다 파충류로 주로 미역이나 해조류를 먹고 산다. 10m 높이에서 물속으로 뛰어들 수 있으며, 갈라파고스 군도 전역에 퍼져 있다. 


갈라파고스 바다사자  Galapagos Sea Lion  

천적이 없는 갈라파고스는 바다사자들의 천국이다. 갈라파고스에서 가장 많은 동물 중 하나인 바다사자들은 사교성이 무척이나 좋다. 해안가나 바위에서 무리를 지어 일광욕을 즐기며 엄마 냄새를 찾아 관광객을 쫄래쫄래 쫓아오며 너스레를 떨기도 하고, 미소를 머금은 듯한 표정을 짓고 관광객들에게 장난을 걸어온다. 익살스러운 울음소리에 물속에서 우아하게 헤엄치는 모습 덕분인지 바다사자는 단연 최고의 인기 동물이다.



갈라파고스 육지 이구아나  Galapagos Land  Iguana 

육지에서 살며, 지상에 둥지 구멍을 파고 생활하는 육지 이구아나들은 마린 이구아나와는 달리 노란빛 색상을 띄는 것이 특징이다. 초식을 즐기는 노란 신사들은 주로 선인장의 잎, 꽃, 과일을 먹는데, 단단한 선인장 잎은 발톱으로 찢고 턱으로 깨물어 잘게 부순 후 먹는다.



푸른발부비새  Blue-footed Booby 

다리의 선명한 파란색 때문에 푸른발부비새란 이름으로 불리는 멋쟁이 신사다. 구애 행동을 할 때 수컷이 다리를 번갈아 들어, 암컷의 주위를 맴돌며 춤을 춘다. 이 웃음을 자아내는 부비댄스와 호기심 많은 눈동자 그리고 파란 발 덕분에 만화 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은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푸른발부비새는 갈라파고스의 최고 인기 동물 중 하나로, 기념품 상점에서 판매하는 열쇠고리나 자석 장식들의 모양에도 가장 많이 쓰인다.


갈라파고스 펭귄  Galapagos Penguin  

적도에 펭귄이라니. 펭귄은 추운 곳에 사는 것 아닌가? 이곳의 펭귄들은 몸 크기가 40cm 정도로 매우 작은 세계 유일의 열대 종 펭귄이다. 명색이 펭귄인 만큼, 귀여움을 기본으로 장착한 갈라파고스 펭귄들은 주로 해안에 가까운 사막지대의 저지대에서 번식하는데, 밤에는 육지로 올라와 휴식을 취한다고 알려져 있다. 


갈라파고스 붉은 게  Galapagos Sally Lightfoot Crab 

발이 무척 빠르고 민첩해서 ‘댄서 게’라고도 불리는 갈라파고스 붉은 게는, 어릴 때는 빛깔이 어둡다가 자라면서 점점 붉은빛을 띠며 밝아진다. 아침과 오후에 가장 활동적인 이 붉은 게들은 해면·연체동물, 갑각류, 어류, 물개나 새의 썩은 고기 등을 먹고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변가나 부둣가에서 바다사자나 이구아나 주위를 기웃거리곤 한다.
먹음직스럽게 생겼지만, 손도 댈 수 없는 갈라파고스 붉은 게! 문득 ‘한국 돌아가면 얼큰한 꽃게탕도 먹고, 제철 영덕 대게도 실컷 먹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풍광이 아무리 훌륭해도 끼니때를 지나니 급기야 눈앞에 꽃게 맛 과자만 어른거릴 지경이니, 역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옛말이 명언임에 틀림없다.


▶ 매일매일 신선한 갈라파고스의 해산물




페루의 명물 요리, 세비체(Ceviche)

신선한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갈라파고스에는 세비체를 판매하는 레스토랑이 많다. 세비체는 참치, 문어 등 어떤 재료를 주로 하느냐에 따라 맛이 미묘하게 다르며, 세비체와 함께 바삭하게 튀겨진 바나나칩이 곁들여진다. 에콰도르 로컬 맥주인 필스너와 함께 먹으면 찰떡궁합이다.


얼굴만 한 로브스타(Lobstar)가 단돈 2만원!


갈라파고스 물가는 본토보다 비싸지만, 로브스타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맛볼 수 있다. 야시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산타크루스섬의 키오스크Kiosk 거리에서는 로브스타를 직접 골라 주문할 수 있는데, 가격은 15~20USD 내외다. 


● Epilogue - A Letter from Galapagos


낭만은 시간을 머금고 다시 돌아온다  

플로레아나섬에는 낭만적인 무인 우체통이 있다. 우표를 붙이지 않아도 배달이 되는 이곳 유일의 우체국인 셈인데, 다양한 언어로 쓰인 엽서와 편지지들이 나무통에 수북이 놓여 있다. 관광객들이 나무통에서 자신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수신지의 편지를 골라 직접 인편으로 배달하거나 고국에서 우표를 붙여 수신인에게 보내 주는 시스템이다. 이 섬은 원래 갈라파고스를 지나는 모든 배가 잠시 정박하던 곳이라 배럴(나무통)을 갖다 놓고 우체통으로 썼는데, 고향으로 돌아가는 선원이 편지를 직접 전해 주었던 전통을 지금은 관광객들이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명도 ‘우체국 만(Post Office Bay)’이라 불린다.  

플로레아나 해변의 무인 우체통


동화 같은 섬 안에 동화 같은 나무통 우체국 앞에 있으니 동심이 돋아났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평소에는 잘 하지 않던 말들을 수북이 얹어 수신인이 다른 스무여 장의 엽서를 빼곡히 채웠다. 2년이 걸릴지 3년이 걸릴지 혹은 배달이 되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불현듯 스무 장의 우표 값만 생각해도, 생판 모르는 그 누군가에게 내가 참 무례한 여행자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리 감사 인사를 적어 두고, 엽서들을 잘 배송해 주시면 따뜻한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하고 싶다고 메일 주소를 남겨 두었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쳇바퀴처럼 바쁘게 일상이 돌아가니, 그날의 엽서들과 무인 우체통은 없었던 일처럼 깡그리 잊고 살았다. 그러는 새 겨울을 지나 봄이 흐드러지게 넘어가던 어느 날 아침, 메일함을 열어 보니 영화 속 스크린에서나 봄직한 소식이 도착했다.

 
갈라파고스 플로레아나섬에서 엽서들을 가져왔습니다. 
저는 보스턴에서 살고 있고, 한국에 어버이날을 맞아 우편을 보낼 것이 있어, 이 편에 엽서들을 보냈습니다. 
제 어머님께서 엽서에 우표를 붙여 발송해 주실 계획입니다. 
아마 5월 중에는 사랑하시는 분들께 잘 도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Hope they make it to your loved ones safely.  - J Kim


캠핑중에 만난 소피, 폴 커플과 자전거를 타고함께한 이사벨라섬 일주


별일 아닐 것 같은 편지 한 통에 세상 그 어떤 여행에서도 느껴 보지 못한 묘한 것이 울컥 밀려왔다. 주책맞게도 눈시울까지 붉어진다. 갈라파고스 여행의 감동이 다시 밀려온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플로레아나 해변가에서 하루 진종일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자다 깨다 느긋하게 여유 부리기를 반복하며 스무 장이 넘는 엽서를 써 내려가던 그날의 기분이 돋아났다. 

그 여행을 떠나기 전 나는 무척이나 지쳐 있었다. 일에, 삶에, 사람에, 무엇보다 나 스스로에 대한 강박에. 그래서 현실을 작파하는 심정으로 긴 휴가를 내어 지구 반대편 고요한 곳, 생물학자가 되고 싶었던 어릴 적 꿈을 좇아 막연히 신비의 섬 갈라파고스까지 여행을 간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그때의 나는 스스로 되뇌던 말들을 스무 장 중 한 장의 엽서에 끄적여 먼 미래의 나에게 부쳤다.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그날 이후 나는 엽서의 매력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다. 네팔의 히말라야 등반을 마치고 보냈던 엽서는 무려 발송 348일 만에 도착했다. 아직도 수신지로 오지 못하고 페루의 쿠스코, 짐바브웨의 우체국 창고 한 켠 어딘가에 쓸쓸히 처박혀 있겠거니 싶은 엽서, 유럽의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엽서들도 있다. 세상을 돌고 돌아 언젠가는 다시 나에게 도착할 그 낭만들이 오늘도 길을 떠나게 만드는 여행의 기원은 아닐는지. 

 
*트래비스트 차승준은 주중에는 데이터 분석가지만 주말에는 캠핑, 수중다이빙, 클라이밍을 탐닉하는 부지런한 익스트림 여행가다. 
글·사진 Traviest 차승준  에디터 천소현 기자


출처 : 트래비 매거진(http://www.travie.com)


[산림청] 100대 명산

http://english.forest.go.kr/newkfsweb/html/EngHtmlPage.do?pg=/esh/recreation/100mt/UI_KFS_0105_020111.html&mn=ENG_05_02_01



[블랙야크] 나를 찾아 떠나는 산행, 명산100

http://www.mountainbook.co.kr/html/challenge/ChallengeVisitList.asp?CaProgram_key=114 


100대 명산 (35/100)

지역

탐방지

인증봉우리

높이(m)

 인증일자

강원

가리산(홍천)

정상

   1,051

2017.01.30

가리왕산

정상

   1,561

 

계방산

정상

   1,577

 

공작산

감악산(원주)

정상

     930

 

노인봉

정상

   1,338

2016.06.12

덕항산

정상

   1,071

 

두타산

정상

   1,353

 

방태산

주억봉

   1,444


백덕산

정상

   1,350


백운산(동강)

정상

     882

 

삼악산

용화봉

     654

 2016.02.21 

설악산

대청봉

   1,708

 

오대산

비로봉

   1,563

 2016.02.14 

오봉산(춘천)

정상(5봉)

     779

2016.05.02

응봉산

정상

     998

 

점봉산

용화산

등선대

  875

2019.06.02

치악산

비로봉

   1,288

 2016.02.07 

태백산

천제단

   1,567

 2016.03.13 

태화산

정상

   1,027

 

팔봉산(홍천)

2봉

     327


함백산

정상

   1,573

2016.12.25

경기

감악산(파주)

정상

     675

 2016.03.06 

명성산

정상

     923

2016.04.24

명지산

정상

   1,267

 2016.03.27 

소요산

의상대

     587

2016.05.15

연인산

정상

   1,068

 2016.03.28 

용문산

정상

   1,157


운악산

동봉

     937

2017.01.29

유명산

정상

     862

2016.06.26

화악산

중봉

   1,423


경남

가야산

우두봉

   1,430

 

가지산

정상

   1,240

 

신불산

정상

   1,209

 

재약산

천황봉

   1,189

 

천성산

2봉

     812

 

화왕산

정상

     756


황매산

정상

   1,108

 

황석산

정상

   1,192

 

경북

금오산

현월봉

     976

 

금정산

고당봉

     930

 

남산(경주)

금오봉

     468

 

내연산

삼지봉

     711

 

비슬산

대견봉

   1,083

2019.04.21

소백산

비로봉

   1,439

 2016.01.31 

조령산

정상

   1,026

 

주왕산

정상

     722

 

주흘산

영봉

   1,106

 

청량산

장인봉

     870

 

팔공산

비로봉

   1,193

 

황악산

비로봉

   1,111

 

서울

관악산

연주대

     629

 2016.02.10 

도봉산

신선대

     730

 2016.02.08 

북한산

백운대

     837

 2016.04.03 

수락산

주봉

     637

2016.05.05

청계산

매봉

     582

 2016.03.20 

전남

달마산

달마봉

     489

2016.11.26

덕룡산

서봉

     432

 

동악산(곡성)

정상

     735

 

두륜산

가련봉

     703

 

무등산

서석대

   1,100

 

방장산

정상

     743

 

백암산

상왕봉

     741

 

백운산

상봉

   1,228

 

불갑산(영광)

연실봉

     516

 

월출산

천황봉

     809

 

조계산

장군봉

     884

 

천관산

연대봉

     723

 

축령산(장성)

정상

     621

 

팔영산

깃대봉

     608

 

전북

강천산

마니산(강화)-인천

정상

     472

2018.12.09

구봉산

천황봉

   1,002

 

내장산

신선봉

     763

 

덕유산

향적봉

   1,614

2017.01.01

마이산

나옹암 비룡대

     527

 

모악산

정상

     793

 

변산

관음봉

     424

 

선운산

수리봉

     336

 

운장산

서봉

   1,122

 

장안산

정상

   1,237

 

제주도

한라산

백록담

   1,950

 2016.03.01 

지리산

바래봉

정상

   1,165


반야봉(지리산)

정상

   1,732


지리산

천왕봉

   1,915

2016.05.08

충남

가야산(충남)

가야봉(중계탑)

     678

 

계룡산

관음봉

     816

2017.01.22

광덕산

정상

     699

2016.06.04

대둔산

마천대

     878

 2016.02.28 

서대산

칠보산(충북)

정상

     778

 

오서산

정상

     791

 

용봉산

정상

     381

2016.06.11

칠갑산

정상

     561

 

충북

구병산

정상

     877

2016.11.20

금수산

정상

   1,016

2016.12.11

도락산

정상

     964

 

민주지산

정상

   1,241

2016.12.24

속리산

천왕봉

   1,058

 

월악산

영봉

   1,097

 

천태산

정상

     714

 

청화산

정상

     970

 

황정산

대야산(경북)

정상

     930

 



김자인 선수와 함께하는 행아웃 시즌9 "스포츠 클라이밍"


출처: Glance TV


1편_ 스포츠 클라이밍

볼더링 (BOULDERING) : 로프 없이 5M 정도의 벽 4~5개를 정해진 시간 내에 누가 더 많이 완등하는지 겨루는 경기 

리드 (LEAD) : 몸에 로프를 묶고 15M 높이의 정해진 루트를 누가 가장 높이 올라가는지 겨루는 경기

스피드 (SPEED) : 15M의 동일한 난이도의 벽을 누가 가장 빨리 오르는지 겨루는 경기


- 준비운동 : 지상에서 가벼운 유산소 운동 실시 (세라밴드 활용, 근육 스트레칭)

- 암벽 스트레칭 : 편안한 자세로 '삼지점'을 유지




2편_ 볼더링 기초 스텝



3편_ 볼더링 응용 스텝



4편_ 리드 베이직 스텝



5편_ 리드 응용: 매듭법 & 클리핑



6편_ 리드 응용: 클리핑 & 행보드 트레이닝


[원문] 산 2018 · 5+6 (VOL. 257), 사단법인 한국산악회 회보 2~5p.





이전 직장에서 함께 사내 기자로 활동하던 후배가 있었다. 유독 예의가 바르고, 누구에게나 배려심이 넘치던 그의 글 역시 예의가 바른 글이었다. 늘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글을 쓰던 후배는 틈틈이 페이스북에 본인의 생각을 담은 글들을 남겼다. 다른 회사로 이직한 이후에는 페이스북이 그의 글을 읽던 유일한 창구였다. 짧은 글과 사진이 대세인 시대의 SNS에 걸맞지 않게 긴 글들이었지만 대부분은 놓치지 않고 읽었다. 그런 그 후배가 그간의 글들을 엮어 책을 냈다. 


후배의 글에는 깊은 생각이 묻어있었다. 5년여의 짧은 사회생활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훨씬 성숙했다. 나 또한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진 않았지만 직업과 취미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며 항상 무언가를 쓴다. 대부분은 여행의 기록을 사진과 함께 남기는 글들인데, 보통은 길 위에서의 감정들을 최대한 솔직하게 담아내려 노력했다. 사실을 기반으로 한 글쓰기보다 감정을 전달하는 글쓰기가 늘 어려웠다. 그런데 후배는 그 어려운 이야기들을 엮어 산문집을 출간했다. 글을 읽고 책장을 덮으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제는 후배라는 호칭보다는 작가라 불려야 마땅하다.


<명함을 정리하며>의 출간은 서 작가의 글과 책 여정의 첫걸음일 것이다. 

첫 책을 출간한 설렘을 늘 간직하길. 앞으로도 서인석 작가의 여정을 늘 응원합니다 :)




# 명함을 정리하며 - 17~18p.


명함에 이름을 넣기 위한 노력들이 모여서 지금의 사회를 굴린다. 명함은 쉽게 찍어지지만 그 명함에 이름을 넣는 과정은 어렵고 어둡고 막막하다. 뭘 잘해야, 혹은 뭘 잘못해야 명함에 이름을 올릴 조건이 되는지 세상은 아직 청년들에게 답을 주지 않는다. (중략)

불합리와 불공평이 만연한 것을 잘 앎에도 청년들은 다시 책상 앞에 앉는다. 또 밖으로 달린다. 세상의 틈바구니에 끼어서 어떤 고생을 할지 몰라서가 아니다. 그저 세상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그들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들의 노력을 행사할 뿐이다. 평범한 이들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명함에 이름을 넣는 일은, 평범한 일이지만 평범하게라도 그들의 삶을 꾸려갈 수 있는 방법이다.



# 글 냄새 - 37~38p.


정리되지 않은 구석 책꽂이에서 이 냄새는 더 짙었는데, 오래된 책들의 냄새였다. 잉크와 종이가 만나면 그 특유의 냄새가 난다.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향기라고 부르지만, 굳이 이 냄새를 향수로 만들어 뿌리지 않는 것을 보면 향기라는 범주에 넣기에는 민망하다. 이 냄새는 책이 낡으면 낡을수록 짙어진다. (중략)

책의 오래됨과 양이 누적되면 냄새는 더욱 강해진다. 문자가 쌓이면 쌓일수록 짙은 냄새를 내는 것이다.



# 꼰대 1 - 93~94p.


머리를 노랗게, 주황색으로, 회색으로, 금색으로, 보라색으로, 분홍색으로 물들인 이후, 개인적으로는 꼰대 구분법이 상당히 쉬워졌다.

틀과 규칙이 없어도 되는 곳에 틀과 규칙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꼰대가 되기 위한 제1원칙이지만 이것만으로는 꼰대를 완벽히 정의할 수 없다. 물론 꼰대 정의의 가장 중요한 마지막 결정적 정체성은 바로 "하지만 나는 꼰대일리가 없지"라는 굳건한 믿음이다.



# 혁명가 - 157p.


내가 쌓는 가치와 당신이 쌓는 가치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내가 하는 생각과 당신이 하는 생각이 똑같을 수 없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당신들의 혁명은 그 이해에서 출발해야 더 많은 사람들을 혁명으로 품을 수 있다고 감히 단정지어 말한다. 혁명은 징징거림이 아니라 이해에서 출발한다. 위대한 혁명가들은 그랬다. 여러분들이 '프로불편러'로 남을지 위대한 혁명가로 남을지는 그 작은 차이에서 갈릴 것이라고 감히 단정지어 말한다.



# 담배 - 186p.


흡연자들조차도 어린 제 자식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려하지 않는다. 대학시절 자취하던 흡연자 친구도 담배는 꼭 집 밖에서 피우곤 했다. "왜 굳이?" 라고 물어보면 그 친구의 답은 "담배냄새 나잖아" 였다. 안 피우면 안 난다.



# Epilogue - 202p.


직업으로 삼지는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늘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단지 글 쓰는 게 재밌어서, 그리고 가진 생각을 글로 정리하여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게 좋아서 그랬습니다. 쓰다 보니 더 잘 쓰고 싶어졌습니다. 한두 번 글로 칭찬을 받아보니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명함을 정리하며>

서인석 산문

BOOKK, 2018



[원문] 마운틴저널

- http://www.mountainjournal.kr/news/articleView.html?idxno=248

코오롱등산학교 암벽 연수반 1기 수료기

 

처음이란 단어는 사전적으로는 단순히시간적으로나 순서상으로 맨 앞을 이르는 말이지만, 처음이라면 뭇사람들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겨지는 만큼 그 의미는 배가된다.


1969년 인류 처음으로 달 착륙에 성공한 퍼스트맨 닐 암스트롱은 인류의 대부분이 기억하지만, 암스트롱보다 20분 뒤, 두 번째로 달에 도착한 버즈 올드린(Buzz Aldrin)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에베레스트를 가장 처음 오른 에드먼트 힐러리와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는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지만 두 번째로 에베레스트 등정을 성공한 에른스트 쉬미드(Ernst Schmied)와 유르그 마멧(Juerg Marmet)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산악인에게 처음이라는 의미는 역시 남다르다. 남들이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거나, 가장 먼저 앞장서 나아가 위험을 극복하고자 하는 도전의 마음이 처음을 좇는 열정의 근원이리라.


작지만 처음을 꿈꾸는 예비 산악인들과 고급 암벽등반 기술을 습득하고자 하는 클라이머들을 위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통 등산 교육기관인 코오롱등산학교는 지난 9월 암벽 연수반을 신규 개설하고, 6주간 주말 동안 1기의 첫 교육을 진행했다.

 

여러 암벽등반 루트를 오르고 난 후, 인수봉 앞에 모인 암벽 연수반 1기 교육생들 ©코오롱등산학교

 


처음 진행한 암벽 연수반 1기 교육, 전원 수료하며 성공적 운영


첫 주 차 등반 실력 테스트를 시작으로 교육생들은 실력에 맞추어 5개 조로 배정되어 교육을 받았다. 강사 1명당 3인의 교육생이 배정되어 4인 등반 시스템으로 이동 시간을 최소화하고, 하루 평균 3개 이상의 멀티 피치 루트를 등반하는 등 다양한 코스의 암벽 등반 실습을 진행했다. 조별로 담임 강사의 지도 아래 족집게 식 과외라고 할 만큼 철저하게 교육생에게 맞춤 교육이 이루어졌다. 슬랩 등반 실력을 높이고 싶은 교육생을 위해서는 슬랩에서의 무게 중심을 잃지 않고 밸런스를 유지하며 이동하는 방법 및 등반 중 발을 사용하는 기술에 대해 집중 교육을 진행했다. 등반 실력이 뛰어난 교육생 일부는 선등으로 루트를 오르며 안전하게 선등을 하는데 필요한 기술뿐만 아니라 집중력을 높이는 등반 방법도 익혔다.

 

인수봉 써미트 길을 오르며 확보물(BD) 설치 위치를 교육 중인 배대원 강사 ©최원일


 

아두면 데 많은 반 중에 만나는 문제 해결


토요일 실습 교육에는, 등반 중에 만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에 대한 지식을 습득했다. /간접 확보 중 부상자를 내리는 방법, Z 풀리로 부상자를 끌어올리는 방법, 하강 중 로프의 매듭을 통과하거나 다른 로프로 이동하는 방법 및 다양한 방식의 주마링 기술 등을 직접 체험하는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졌다.


대다수의 교육생은 다양한 멀티 피치 등반을 많이 경험할 수 있어 만족스러워했으며, 소규모로 구성된 조별 인원으로 이동과 교육 진행이 빠르고, 수준별로 진행한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또한 연수반이라 하여 자연 암벽 등반에만 치중하지 않고, 주말 이틀 중 토요일은 등반 중 마주할 수 있는 여러 상황들에 대한 교육들이 있었기에 경험만이 아닌 지식도 쌓을 수 있다며 만족했다.


후등자 확보 중 부상자가 발생한 경우의 문제 해결 기술을 교육 중인 최원일 강사와 직접 실습 중인 교육생들 ©차승준



5시 퇴근 종이 울리면


주말 이틀 중 일요일에는 이른 새벽부터 인수봉과 선인봉에 올라 오후 5시 무렵까지 빈틈없이 조별로 암벽 등반 실습이 진행되었다. 비가 오는 악천후에도 위험을 극복하는 방법 등 다양한 교육 진행 후, 예외 없이 5시에 끝난 덕분에 교육생들은 가족과 통화를 할 때 일요일에는 5시 전에 퇴근을 못한다는 우스개 농담을 하기도 했다.


하루 평균 3개 이상의 멀티 피치 코스를 등반하고, 많게는 예닐곱 개의 루트를 등반하며 실력을 단단히 다졌다. 실력만큼이나 우애도 단단히 다지며 6주간의 주말 합숙 교육을 무사히 마친 15명의 교육생은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모두 벅찬 마음으로 과정을 수료했다.

 

인수봉 의대길을 오르고 있는 윤명섭 씨 ©차승준

 

인수봉 써미트 길을 오르고 있는 기자 ©배대원

 

 

암벽 연수반 1기 교육을 성공적으로 마친 코오롱등산학교 양유석 교무는 2019년부터는 봄 시즌으로 확장 운영을 고려하는 등 지속적으로 교육 과정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연수반 교육을 위해 코오롱등산학교 강사진은 기존 숨은벽 루트의 노후화된 체인 및 볼트를 신규로 교체 및 위험 구간에 볼트를 추가했고, 2개의 슬랩 신루트를 개척하여 연수 1, 연수 2길로 명명했다. 돌아오는 봄 시즌에는 인공 등반(일명 볼트 따기) 슬랩 교육을 위한 루트를 추가로 개척할 예정이다.


 

암벽 연수반을 처음으로 수료한 교육생들 또한 각자의 등반 정을 이어가며, 산을 향한 꿈을 계속 키워나갈 것이다.

 


Information. 북한산 숨은벽 암장 - 연수1, 연수2길 개념도

- 연수 1: 길이 30m, 난이도 5.10d

- 연수 2: 길이 25m, 난이도 5.10b, 필요장비 BD C4 0.5~0.75


북한산 숨은벽 연수1, 연수2길 개념도 ©코오롱등산학교


기존 숨은벽 개념도에 연수1, 연수2길을 함께 표기한 개념도 ©코오롱등산학교


Information. 코오롱등산학교 암벽연수반 개요

- 교육 내용 : 북한산 인수봉, 도봉산 선인봉 등지에서 다양한 암벽루트 실전 등반 및 선등 기술, 등반 중 만나는 문제 해결 기술 습득 (6주간 주말 합숙교육)

- 교육대상 : 고급 암벽등반 기술 습득을 원하는 만 19세 이상의 남녀

- 문의처 : 02-3677-8519 (이메일 : kolon_school@naver.com )

- 웹사이트: http://www.kolonschool.com/

 


등반 중에 만나는 문제 해결 기술 7가지

- 코오롱등산학교 암벽연수반 1기 실습내용中 (SEP-OCT 2018)


 1. 고정 선등자 고정 탈출

 2. 직/간접 확보 중 부상자 내리기 : 후등자 내려주기

 3. 직/간접 확보 중 부상자 내리기 : 선등자 내려주기

 4. Z 풀리

 5. 하강 중 매듭 통과

 6. 하강 중 로프 갈아타기

 7. 주마링




1. 고정 선등자 고정 탈출


• 상황 : 뮌터히치(Munter hitch)로 후등자 확보 중 후등자가 추락/돌발 상황이 발생하여 상단의 확보자가 후등자를 고정/확보 시킨 후, 확보자가 탈출

(단둘이 등반하여 먼저 확보점에 도착한 선등자가 확보를 보던 중 후등자를 구출하러 가는 등의 경우) 

• 제동 손: 오른손, 반대 손: 왼손으로 가정


1) 확보를 보던 제동 손(오른손)의 반대 손(왼손)으로 등반줄과 제동줄 두 줄을 동시에 잡는다 


2) 자유로워진 기존 제동 손(오른손)을 이용하여 뮬 매듭(Mule knot)을 만든다

- 이때 주의할 점 : 매듭을 확보점(뮌터히치)에 최대한 가깝게 하여 만약의 슬립(Slip, 미끄러짐) 거리를 최소화한다


3) 뮬매듭 바로 아래에 두 줄로 옭매듭(Overhand Knot)으로 고정한다


4) 옭매듭을 만들고 난 후, 매듭 위 고리와 로프를 카라비너로 연결하여 백업(Back-up)을 만든다


5) 이후 두 손이 모두 자유로워진 확보자는 탈출하여 후등자를 구조하러 이동한다





2. 직/간접 확보 중 부상자 내리기 : 후등자 내려주기 (뮌터히치, 자동 확보 기구)


• 상황 : 오토블록(Auto block)으로 후등자 확보를 보던 중, 후등자 내려주기


1) 자동 제동(Autoblocking)이 된 상태에서, 코드 슬링을 이용하여 등반줄에 푸르지크 매듭(Prusik Knot)을 만든다


2) 푸르지크 매듭을 만든 코드 슬링을 카라비너를 이용하여 볼트/고정 확보점 등에 연결한다

- 이 때 주의할 점 : 확보 기구가 설치된 카라비너와 다른 확보점에 푸르지크 매듭 연결 카라비너를 설치한다


3) 자동 제동된 하강기의 고리에 거스 히치(Girth hitch)로 슬링을 연결한다


4) 다른 확보점에 카라비너 하나를 걸고 카라비너 사이로 위 3) 번의 슬링을 통과시킨 후, 퀵드로우(Quickdraw) 등을 이용하여 확보자의 하네스 빌레이 루프에 연결한다

- 이때 주의할 점: 슬링이 걸린 카라비너는 자동 확보 기구보다 높게 설치한다


5) 위 4)로 설치된 슬링보다 확보자의 확보줄을 짧게 만든다


6) 위 4)에 확보자의 몸 체중을 실어 자동 확보 기구를 살살 들어주며, 줄을 풀어준다. 이때 반대 손으로 푸르지크 매듭을 반복 이동시키며 적당한 속도로 후등자를 하강시킨다





3. 직/간접 확보 중 부상자 내리기 : 선등자 내려주기 (뮌터히치, 자동 확보 기구)


• 상황 : 선등자 확보를 보던 중, 선등자가 추락/돌발 상황으로 확보자가 선등자를 내려준다

- 제동 손: 오른손, 반대 손: 왼손으로 가정


1) 제동 손(오른손)의 반대 손(왼손)으로 확보기를 움켜쥔다 


2) 자유로워진 제동 손(오른손)을 이용하여 뮬 매듭(Mule Knot)을 만든다


3) 뮬매듭 위로 옭매듭(Overhand Knot)를 만든다


4) 옭매듭 윗부분의 고리를 로프에 연결하여 백업(Backup) 한다


5)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코드 슬링을 이용하여 제동줄에 푸르지크 매듭(Prusik Knot)을 만든다


6) 푸르지크 매듭을 슬링, 퀵드로우 등을 이용하여 고정 확보지점에 연결한다


7) 위 4) 백업, 3) 옭매듭, 2) 뮬매듭 순으로 제거한다

- 이때 주의할 점: 마지막 2) 뮬매듭 제거 시, 확보 기구를 반대 손(왼손)으로 잘 움켜쥐고 로프가 빠지지 않도록 하며, 제동 손(오른손)으로 강하게 당겨 매듭을 제거한다. 매듭을 제거한 후 제동 손은 로프를 놓지 않아야 한다


8) 반대 손(왼손)으로 푸르지크 매듭을 반복 이동시키며, 제동 손(오른손)으로 로프를 살살 풀어주며, 선등자를 천천히 하강시킨다


• 이때, 4) 번까지만 수행한 후, 확보자가 탈출하여 구조요청을 할 수도 있다






4. Z풀리 (자동 확보 기구, 푸르지크 매듭, 마이크로 트랙션)


• 상황 : 자동 확보(오토블럭)으로 (아주 무거운) 후등자 확보를 보던 중, 후등자 추락/돌 발상황으로 확보자가 후등자를 끌어올린다


1) 등반줄에 도르래, 롤링락, 마이크로 트랙션(Petzl, Micro Trazion) 등을 설치한다

- 이 때 주의할점: 제동 방향을 잘 확인하여 기구를 설치한다. 모든 기구에는 등반자 모양, 손 모양이 있어 로프를 설치할 때 참고할 수 있다


1-1) 기구가 없을 경우, 코드 슬링을 이용하여 푸르지크 매듭(Prusik Knot)을 짧게 설치한다


2) 위 1)에 카라비너를 이용해 (제동 방향) 로프를 연결한다


3) 위 2)에 연결된 로프를 연결된 카라비너를 이용해 반대편(위쪽)으로 꺾은 후, 위쪽의 확보점에 다른 카라비너를 이용해 연결한다


4) 위 3)에 연결된 로프를 연결된 카라비너를 이옹해 반대편(아래쪽)으로 꺾은 후, 아래쪽 방향으로 나오게 한다


5) 아래쪽 방향으로 로프를 당겨 적은 힘으로 무거운 등반자를 끌어올릴 수 있다

- 이때 주의할 점: 로프를 Z 모양이 되게 꺾되, 각도가 벌어지면 힘이 많이 소모되어 소용이 없으므로, 로프의 꺾이는 지점이 180도가 되도록 방향을 잘 설치한다






5. 하강 중 매듭 통과


• 상황 : 로프 손상으로 손상된 부분을 매듭 (또는) 긴 하강을 위해 로프 연결부위 매듭이 있어, 하강 중 로프의 매듭을 통과해야 하는 상황


1) 로프의 매듭 윗 부분까지 하강한다

- 이때 주의할 점: 너무 매듭에 가깝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2) 매듭 아랫부분 로프를 다리에 3-4번 감아 하강기를 고정한 후, 두 손을 자유롭게 한다. 


3) 로프 중간 매듭의 상단부 + 하강기 윗부분에 코드 슬링을 이용하여 푸르지크 매듭을 설치한 후, 잠금 카라비너를 이용하여 안전벨트(하네스)의 빌레이 루프에 연결한다. 이후 매듭을 적당히 올려준다. 

- 이 때 주의할 점: 푸르지크 매듭으로 연결한 슬링이 너무 짧거나 길면 탈출이 어렵다


4) 다리에 감아 둔 로프를 풀어준다. 위 3) 번에 설치된 푸르지크 매듭으로 더 이상 아래로 하강하지 않고 고정된다. 


5) 로프 중간 매듭의 하단부에 코드 슬링을 이용하여 또 하나의 푸르지크 매듭을 설치한 후, 슬링을 연결하여 딛고 일어날 발 스텝을 만든다. 


6) 위 5) 번에 설치한 발 스텝을 딛고 일어나 위 3)에 설치된 푸르지크 매듭을 적당히 내려준다. 

6-1) 위 6) 번을 반복하여 위 3) 번에 설치된 푸르지크 매듭을 로프 중간 매듭에 닿을 정도로 내려준다. 


7) 위 5) 번을 제거한다. 


8) 로프 중간 매듭 하단부에 하강기를 설치한 후, 하강기를 밀어 올려 체중이 하강기에 실리도록 이동한다. 

8-1) 이때 오버행에 위치하여 발을 딛고 하강기를 밀어올리기 어려울 경우, 위 3) 번의 푸르지크 매듭에 연결된 잠금 카라비너에 슬링을 이용하여 발 스텝을 만들어 이용한다. 


9) 하강기 아랫부분에 뮬매듭 또는 로프를 다리에 3-4번 감아 고정시킨다. 


10) 자유로워진 양손으로 위 8-1), 3)을 차례로 제거한 후, 고정을 풀어 이어 하강한다. 





6. 하강 중 로프 갈아타기


• 상황 : 하강 중 다음 하강 로프의 쌍볼트(확보점)을 지나쳐서 옆 로프로 이동하여 하강을 지속해야 하는 경우


1) 하강기를 뮬매듭으로 고정한다. 


2) 적당한 반동으로 몸을 움직여, 이동할 로프를 손으로 잡는다. 


3) 이동할 로프 쪽에 코드 슬링을 이용하여 푸르지크 매듭을 만든 후, 잠금 카라비너로 안전벨트(하네스)의 빌레이 루프에 연결한다. 이후 푸르지크 매듭을 올려주어 체중이 이동할 로프에 실려 고정되도록 한다. 


4) 기존 로프(하강기가 걸린 쪽)의 뮬매듭을 제거한 후, 하강기와의 연결을 해제한다. 


5) 하강기를 이동할 로프에 연결한 후, 위로 밀어 올려 하강기에 체중이 실리도록 이동한다. 


6) 위 3) 번을 제거한 후, 하강을 계속한다. 

6-1) 3) 번 제거를 위해 양손을 이용할 경우, 뮬매듭 또는 로프를 다리에 3-4번 감아주어 하강기를 고정시킬 수도 있다. 






7. 주마링 (Jumaring, jugging)


• 주마링 : 인공등반에서 프루지크 매듭과 같은 역할을 하는 어센더를 사용해서 고정된 로프를 타고 오르는 기술. 저깅(jugging) 이라고도 함


1) 요세미티 방식


- 주의할 점 : 주마가 로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반드시 백업용 잠금 카라비너를 설치한다. 

- 팁 : 팔힘을 쓰지 않고 주마 스텝(슬링)에 연결된 발로 딛고 일어서서 이동한다




2) 텍사스 방식


* 상세 주마링 방법은 동영상 참조


<요세미티 방식과의 차이점>

- 텍사스 방식은 두 발을 동시에 이용한다. 요세미티 방식은 한 발씩 걸어 전진하듯 이동한다. 


- 텍사스 방식은 수직 상승에 용이하다. 즉 오버행 등, 발을 전혀 쓸 수 없는 곳에서 이용하며, 이용하는 주마도 직벽용으로 상이하다. 요세미티 방식은 어느 정도 슬랩(90도 이하 각도)에서 발을 디딜 수 있는 경우 유리하며, 고산 등반(픽스 로프용) 주마를 이용한다. 




OC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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