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월간산 2019.07월호 (통권 597호) http://san.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6/2019062601182.html

등산강사 자격증 따기 위한 2박3일간의 테스트 과정 실전

북한산 백운대 암장에서의 연수 모습. 암벽등반기술 실기평가에 앞서 진행 방식에 대해 설명하는 오호근 교수와 긴장된 눈빛으로 바라보는 연수생들

 

대한산악연맹 등산교육원(원장 남선우)은 6월 7~9일, 서울 우이동 블랙야크 알파인센터와 북한산에서 2019년 등산강사 자격과정 하계연수를 실시했다. 모두 29명의 연수생이 참가했으며, 등반 경력 5년 이상의 베테랑 등반가들이 등산강사를 목표로 뜨거운 열정을 보이며 과정에 임했다. 

향후 등산강사가 되면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실내 교육과정은 교육론 위주로 구성되었으며, 일반등산 교육론(오호근), 암벽등반 기술(김성기, 윤재학), 스포츠클라이밍 개론(임갑승), 스포츠클라이밍 지도론 및 실기(손정준), GPS활용(남정권), 산서로 본 등반사(이용대), 알피니즘과 등반의 본질(남선우 원장) 등 국내 최고 수준의 강사진으로 꾸려져 연수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둘째 날부터는 북한산 백운대 암장에서 암벽등반기술 실기 및 실기 지도 능력평가가 진행되었고, 셋째 날 이론지도 능력 발표와 필기평가를 끝으로 과정을 마쳤다.

올해부터는 스포츠클라이밍 과목이 신설되어 손정준 교수가 명강의를 펼쳤다. 예전 2박3일 두 차례로 나누어서 진행하던 연수 방식에서 벗어나 교육과 평가 위주 방식으로 탈바꿈했다. 동계연수도 기존과 달리 하계연수 합격자에 한해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하계연수 자격검정에 합격한 후, 동계과정 이수 후 합격하면 2급 등산강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자격 취득 후에는 각 시도연맹과 등산학교에서 강사로 활동할 수 있다. 

대산련은 2006년부터 자격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2018년 기준 2급 등산강사 자격을 취득한 인원은 202명이다. 대한산악연맹 등산교육원에서 실시한 ‘등산강사 자격증 활용에 대한 현황조사 연구’에 따르면 등산강사 자격을 취득한 이들은 산행경력 20년 이상, 강의 경력 5~10년 이상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기본적인 전문성은 대부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포츠클라이밍 지도론을 강의 중인 손정준 교수.

 

“나무에 보울라인 매듭 만들어 보세요!”

매듭법 평가 담당인 김성기 교수가 내 이름을 호명하며 얘기했다. 평소 안전벨트에 직접 연결하는 형태로만 보울라인 매듭을 사용했던 터라 반대 방향으로 매듭을 만들려니 숙달되지 않아 도무지 진행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자진납세를 하고 나무를 끌어안았다.

“강사가 등 돌리고 매듭 만들면 안 된다고 했는데, 매듭은 만들어야 하니까 이렇게라도 할게요.”

“어디서 정보를 듣긴 들었는데, 숙지가 안 되셨군요?”

평가자와 피평가자 모두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덕분에 평가 분위기는 부드럽게 마무리되었지만, 면이 서지 않고 영 부끄러웠다. 이날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 덕분에 ‘기둥에 보울라인 매듭 묶기 1,000번은 연습하리라’는 오기가 발동했고,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그날부터 오늘까지 매일 잠들기 전에 10번씩 매듭을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아직 눈감고 매듭을 완성시킬 자신은 없다.

곧이어 실기 지도능력 평가 시간이 되었다. 연수생들은 발표를 위해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번호가 적힌 탁구공을 뽑았다. 나는 ‘17번’을 뽑아 ‘확보물-퀵드로의 연결과 로프 클립 기술’에 대해 발표했다. 바위의 갈라진 틈에 캠을 설치하고 등반자의 진행 방향에 따른 방향을 고려해 퀵드로 연결과 로프 클립을 하며 동작과 함께 발표를 이어나갔다.

“인덱스 클립 해보세요!”

“그건 팜 클립이에요, 다시 한 번 해보세요”

윤재학 부원장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한 번 더 기회를 준다. 평소에 늘 사용하던 방식인데도 시험이라는 긴장감에 헛손질과 실수 연발이었다. 무사히 실기평가를 마치고 나니, 그제서야 백운대 자락에 산산하게 부는 시원한 바람이 느껴진다. 얼마나 긴장했던지 얼굴이 발갛게 익는 것도 모르고, 배낭 속에 넣어둔 선크림을 한 번도 챙겨 바르지 못했다. 

백운대 암장에서의 뜨거웠던 둘째 날은 유난히 길었던 하루였다. 일과를 마치고 화끈거리는 얼굴을 부여잡고 밤이 늦도록 다음날 진행될 필기시험과 이론지도 발표 평가를 준비하다 교재를 베개 삼아 잠이 들었다. 이렇게라도 해서 책 내용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갈 수 있다면…. 그것도 아니면 꿈속에서라도 시험 문제들과 책 속의 정답들이 나타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눈을 붙였다.

백운대 암장에서의 암벽등반기술 실기평가를 마치고, 한 자리에 모인 연수생과 지도교수들.

대망의 셋째 날, 하계연수의 하이라이트인 이론지도 능력 발표는 평가위원인 교수진들 앞에서 5분 동안 뽑은 주제에 대해 강의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알고 있는 지식을 전달하고 교육하는 능력에 대한 평가다. 제 아무리 발표 전문가여도 시험이 주는 긴장감에 떨리기 마련이었다. 

뽑기 운을 바라며 탁구공을 선택해, 비교적 자신 있는 주제인 ‘산의 자연적인 위험과 인위적인 위험, 그리고 대책’을 뽑았다. 학창시절 주기율표 외우던 신공으로 “암붕낙크눈벼비(암벽의 붕괴, 낙석, 크레바스, 눈사태, 벼락, 비…)” 암기송을 만들어 달달 외웠던 자신 있는 주제였다. 신나게 발표를 시작하려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래도 벙어리처럼 입 다물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칠판에 ‘자연적 위험’, ‘인위적 위험’이라고 큼지막하게 적으며 잠시 시간을 벌었다. 이어 호흡을 가다듬고 떨리는 목소리로 발표를 시작했다. 기상 상황에 의한 변화가 산에서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예방 대책을 위해 체온을 잘 유지해야 하는 방법들을 설명하며 나름대로 차분히 이어나갔다.

“우리는 암벽등반을 주로 하니까, 암벽등반 중 만나는 위험에 대해 집중해서 설명해 주면 좋겠다.”

성우 뺨치는 목소리로 윤대표 특임교수가 주문했다. 살짝 당황했지만 다시 판서를 활용하며 발표를 이어나갔다. 더 이상 이어지는 질문이 없자, 발표를 마쳤다. ‘잘한 건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5분 스피치 발표를 마치고, 마지막 남은 필기평가를 위해 다시 수험생 모드로 돌입했다. 교육 시간에 강조된 부분을 필기해 놓은 노트를 참고해, 연수생들은 서로 족집게 예상문제를 내고 답을 맞히며 필기평가 준비에 매진했다. 마지막 시간까지 문제풀이를 한 덕에 어렵지 않게 필기평가를 마칠 수 있었다.

등산강사 자격과정 연수는 교학상장의 참뜻을 되새길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교학상장이란 가르침과 배움이 서로 진보시켜 준다는 뜻으로 ‘사람에게 가르쳐 주거나 스승에게 배우거나 모두 자신의 학업을 증진시킴’을 이르는 말이다. 나는 등산강사가 되기 위해 지식을 타인에게 전달하기 좋은 형태로 재정립해야 함을 몸소 체험하는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연수생들은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들도 다듬고 되새김질할 수 있는 유의미한 시간을 가진 것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입을 모았다. 

등산강사가 되겠다는 마음은 노련한 등반 기술과 산에 대한 해박한 지식뿐만 아니라, 그에 앞서 인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즉, 기본적으로 교육생들이 바라보고 배우고 싶은 스승의 자세가 갖추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앞으로 교육생들을 대할 때, 잘난 체하며 등반 지식을 뽐내기보다는 초보 시절 마음을 잊지 않고 낮은 자세로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등산강사 연수 과정은 자격의 취득여부를 떠나 누군가에게 모범이 되고 선생이 되려면 등반 기술을 잘 연마함은 물론이요, 스스로 존경 받을 만한 사람이 되고자 정진해야겠다는 열정을 불러일으켜 주었다. 그래도 ‘한 번에 합격하면 좋겠다’는 요행을 바라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글 차승준 사진 차승준, 대산련 등산교육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