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작성 [2008/05/05]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서 특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주어진(자바 언어에서 ArrayList로 선언된) 리스트의 내용을 모두
비워야 하는 순간이 있었다. 필자를 포함한 두 사람은 급히 다음과 같은 코드를 작성했다.


     for (int index = 0; index < list.size(); index++){

            list.remove(index);

     }


필요한 내용을 모두 구현한 다음에 테스트를 수행했는데,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오는 것 같더니, 어느 순간 엉뚱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디버거(debugger)를 돌리면서 변수의 상태를 하나씩 검사하다가 위의 루프에서 오류를 발견하게 되었다.

  버그를 발견한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고 웃으면서 루프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고쳤다.


     for(int index = list.size() - 1; index >= 0; index--){

            list.remove(index);

     }


프로그램은 정상적으로 동작했고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급하게 작성한 코드를 제3자에게 검토(review)해달라고 부탁했을 때 제3의 프로그래머는 위의 루프가 도대체 왜 필요하냐고 말하더니, 코드를 이렇게 고쳤다.


       list = new ArrayList();


  우주의 법칙이 그렇듯이 살아있는 소프트웨어는 항상 복잡성, 즉 엔트로피가 상승하는 방향으로 운동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사용자의 요구조건이 늘어날수록, 프로그래머의 수가 증가할수록, 소프트웨어의 생명주기가 길어질수록, 소프트웨어의 엔트로피는 상승한다.

아무리 깔끔하고 단정하게 설계된 소프트웨어라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우주의 법칙을 거스를 도리는 없다. 커니건과 파이크가 지적한 네 가지 속성을 아무리 철저하게 구현한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몇 사람의 프로그래머가 거쳐 가고 나면 깔끔하던 코드는 불어터진 스파게티처럼 보기 흉한 밀가루 반죽이 되어버린다.


- 이야기 셋. 리팩토링



어려운 문제를 드디어 풀어냈다는 성급한 기대가 K씨의 심장을 빠르게 뛰게 만들었다.

사실 프로그래머가 이와 같은 '유레카'의 순간에 느끼는 순백의 열정은
사랑에 빠진 청춘의 감격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사물이 그 자리에서 동작을 멈추고 시간이 정지한다.

논리의 미로를 더듬어 나가는 프로그래머의 영혼과 차츰 모습을 드러내는 숨은 그림을 제외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게된다.

그러니까 고도로 집중되어 있는 그 순간의 환희를 위해서 
프로그래머는 평생을 비트의 세계에서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 프로그래머 K씨의 하루




<임백준의 소프트웨어 산책>

임백준 지음

한빛미디어,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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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작성 [2008/05/04]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장이였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옳았다.

그 밖의 것들은 하나도 옳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 어머니, 영호, 영희, 그리고 나를 포함한 다섯 식구의

모든 것을 걸고 그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언제나 말할 수 있다.

나의 '모든 것'이라는 표현에는 '다섯 식구의 목숨'이 포함되어 있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도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모든 것을 잘 참았다.

그러나 그날 아침 일만은 참기 어려웠던 것 같다.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나는 혼자 돌아왔다.

나는 그날 밤 아버지가 그린 세상을 다시 생각했다.

아버지가 그린 세상에서는 지나친 부의 축적을 사랑의 상실로 공인하고,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 집에 내리는 햇빛을 가려버리고,

바람도 막아버리고, 전깃줄도 잘라버리고, 수도선도 끊어버린다.

그 세상 사람들은 사랑으로 일하고, 사랑으로 자식을 키운다.

비도 사랑으로 내리게 하고, 사랑으로 평형을 이루고,

사랑으로 바람을 불러 작은 미나리아재비꽃줄기에까지 머물게 한다.

아버지는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을 벌하기 위해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믿었다.

나는 그것이 못마땅했었다.

그러나 그날 밤 나는 나의 생각을 수정하기로 했다.

아버지가 옳았다.


모두 잘못을 저지르고 있었다.

예외란 있을 수 없었다.

은강에서는 신도 예외가 아니었다.


-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조세희 소설집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이성과 힘,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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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작성 [2008/05/01]


... 상사나 동료들에게
"하나를 꼽는다면 어떤 한 가지 기술이 내게 가장 도움이 될까요?" 라고 물어보라.

언젠가 청중들에게
"어린이들이 무리를 지어 산책을 간다면 어떤 어린이가 전체의 속도를 결정할까요?" 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들은 항상 정확히 "가장 느린 어린이요" 라고 정답을 말했다.
"가장 느린 어린이"는 당신의 가장 약한 고리인 셈이다.
이 약한 고리가 당신이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를 결정하며 도달할 수 있는 최고 높이를 결정한다.
당신은 좋아하지도 즐기지도 않는 분야에서 거의 예외 없이 약한 존재다.
그러나 당신이 좋아하지도 즐기지도 않는 이유는 아직 그 분야를 정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백만불짜리 습관 - 브라이언 트레이시의 부자, CEO 습관론>
브라이언 트레이시 지음, 서사봉 옮김
용오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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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작성 [2008/04/19]



올해 크리스마스이브는 허탈하게 넘어갔다.
혹시 우리를 부르지 않을까 해서 집 청소까지 해놓고 온 나 자신이 미웠다.
아무리 떨어져 지내지만 아이를 위해 예전처럼 촛불을 켜고 크리스마스 파티는 할 것 같았는데.
백화점에 가서 산 선물을 미리 알려주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작년에 백화점에 갔을 때 그가 진열장 안의 만년필을 물끄러미 구경한 적이 있다.
나중에 값을 물어봤다가 기겁을 했지. 무슨 만년필이 그렇게 비싼지.
내가 왜 무리를 해서 그 만년필을 샀는지 나 자신도 모르겠다.
이별 선물이라도 하려는 것이었을까?
그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했나보다.

연휴가 지나도록 전화 한 통 없었다.
연락을 기다린 건 아니었지만. 역시 그렇지.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지. 내가 또 깜빡했지.
그렇게 속으면서도 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걸까?

그런데 연휴 다음날 예나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택배로 도착했다.
그렇게 예쁜 인형은 어디서 골랐는지.
나를 위해서는 그렇게 무관심한 사람이 딸에게는 그렇지않은 모양이다.
예나는 어쩔 줄 모르며 온 방안을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나도 잠깐이나마 정말 기분이 좋아졌다.
전화 한 통 없는 무심한 사람이 어떻게 이런 선물을 준비한 것일까?
이렇게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 될 것을.

그가 가시 달린 철갑옷을 벗고 예전처럼 따뜻한 사람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나는 안다. 그의 갑옷을 벗겨주는 역할은 나의 몫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건 너무 힘이 들 것 같다. 자신이 없다.


<배려 : 마음을 움직이는 힘>
한상복 지음
위즈덤하우스,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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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작성 : [2008/04/15]



제각기 다른 몸을
 가지면서 공유할 수 있는 것, 생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수많은 것들의 물컹물컹한 무게를 견디며 여기까지 왔다.

생각해 보면 죽 아주 오랫동안 그렇게 해온 듯한 느낌이 든다.

어릴 때부터. 태어나기 전부터. 그것을 알아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

그걸 앞으로도 계속해 갈 듯한 느낌이 든다.

싫더라도. 죽을때까지. 죽고 나서도.


하지만 지금은 휴식할 때가 왔고, 많은 일들이 오래 끌기도 했고 피곤해서 이제 졸리다.

오늘 하루가 끝난다.

다음에 눈뜨면 아침 해가 눈부시게 비치며 또 새로운 자신이 시작된다.

새로운 공기를 마시고 본 적도 없는 하루가 생겨난다.

어릴 때 시험이 끝난 방과후나, 특별활동 대회가 있었던 날 밤에는 언제나 이런 느낌이 들었다.

새로운 바람 같은 것이 체내를 떠돌아다니고 틀림없이 내일 아침에는

어제까지의 일이 전부 말끔히 제거되어 있을 게다.


그리고 자신은 가장 근원적인,
진주와도 같은 빛과 더불어 완전히 눈을 뜨겠지. 항상 기도하듯이 그렇게 생각했다.

그 당시와 비슷한 정도로 단순하고 순수하게 그렇게 믿을 수가 있었다.


- 김치꿈



<도마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민음사,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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