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내용 요약

#01_ 기쁨의 여신이 허락한 짧은 숨결

<난다데비: 눈물의 원정> 존 로스켈리, 조성민 옮김, 토파즈, 2010

1949년 미국의 등반가 윌리 언솔드가 에베레스트 등반을 마치고 인도 북북 지역을 트레킹 하던 중 난다데비(기쁨의 여신)’이라는 아름다운 만년설 봉우리를 만나게 되고 아름다움에 반한 나머지, 딸의 이름도 난다데비라고 짓게 된다. 이 딸은 훗날 자라 ‘1976년 인도-미국 난다데비원정대에 합류하였고, 원정대는 등정에 성공했으나 그녀는 캠프4에서 탈진하여 스물여섯 살의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등반대장인 존 로스켈리는 그녀를 산장(山葬)하여 아름다운 그곳에 남겼다는 슬픈 눈물의 원정 이야기다.

 

#02_ 모든 인간은 초월을 꿈꾼다

<레카피툴라티오>(전2권) 김성규, 미세기, 1995

김성규 작가의 장편소설로

인종청소전쟁이 극에 달해 있던 코소보에서 태어난 세르비아계 등반가 이반 체르게니코프는 해발 9,125미터에 달하는 가상의 산 첸링정상 부근에 숨겨져 있는 미국 비밀 핵기지를 폭파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반은 히말라야의 8,000미터급 봉우리 9개를 연속 종주 등반하는 네팔 대종주를 감행하던 중 다울라기리에서 실종된 에디 베네볼즈를 찾아나서고, 에디는 옛 동료 빌즈와 첸링 정상에 오른다는 SF 산악문학이다. CIA는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 인류 최초로 첸링 등정에 성공한 오른 두 등반가의 모습을 확인하지만 첸링만은 미답봉으로 남겨두기 위해 사진을 폐기 처분한다는 에필로그로 이야기가 마무리 지어진다.

 

#03_ 우리 미친 젊은 날

<꿈속의 알프스> 임덕용. 평화출판사, 1982

열혈 클라이머 임덕용의 20대 중반까지 산에 미쳐 살았던 10년의 세월이 담긴 이야기다. 여섯 살 때 처음으로 부모님을 따라 백운대 정상에 올랐던 순간부터 청년등반가로 성정하여 악우회 산악인들과 함께했던 산에서의 시절들. 그리고 군 제대 후 ‘1980년 마터호른-그랑드조라스 북벽원정에 참여하지만, 마터호른 북벽 정상에 오른 후 팀 전체를 위해 자신을 그랑드조라스 북벽 등반에서 제외시켜달라고 자청한 그의 결단과 더불어 원정대원 윤대표와 유한규 등 이 선생님들의 혈기 왕성한 청년 시절을 훔쳐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다.

 

#04_ 골수 알프스 산 사나이의 청춘 고백

<알프스의 풍광에 내 생애를 걸고> 로베르 테즈나 뒤 몽셀, 석향 옮김, 한라출판공사, 1979

1902년생 로베르 테즈나 뒤 몽셀은 알프스 지방에서는 존경받는 산악인으로, 프랑스어 최고의 산악문학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대표작인 <알프스의 풍광에 내 생애를 걸고>는 저자가 어떻게 알프스에 매혹되었는지, 그리고 청춘은 물론 생애 전부를 그곳에 걸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알프스의 봉우리에 도전하느라 청춘을 불사르는 그는 이 책을 통해 그레퐁에 도전해 힘들었던 등반기부터 1920년대 샤모니의 풍경을 매혹적으로 잘 기술해 놓았다. 저자는 알피니즘 혹은 알피니스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산 사람은 오르는 자이다. 그는 오르는 것을 사랑한다. (중략) 그가 자신에게 요구되는 노력을 즐길 뿐 아니라 그 행동 속에 일종의 고행 정신, 자기 자신의 내부에 있는 최상의 것의 고양을 발견하는 것이다.“ 라고 명료하게 답을 내렸다.

 

#05_ 산에서 태어난 새로운 인간

<타오르는 산> 오마르 카베싸, 황진우 옮김, 청년사, 1988

한 평범한 젊은이가 산속으로 들어가 게릴라 생활을 하며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 태어나는 과정을 묘사한 이야기다. 심산 선생님은 이 책을 게릴라문학(Guerilla Literature)이라는 장르로 정의했는데, 오마르 카베싸는 학생운동 출신 게릴라로 혁명을 성공시킨 후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정부 내무성 정치부장으로 일하던 당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저자는 고교~대학 시절 그리고 게릴라 생활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그는 지명수령이 떨어져 산에서 숨어지내던 시절의 심정을 산악교관 텔로와 무명의 게릴라들을 통해 적나라한 모습으로 풀어냈다. 게릴라 아지트가 정부군에 공격당해 텔로가 죽음을 맞이하고, 더 깊은 산, 더 높은 산으로 도망치며 깨달음을 얻는 과정은 근현대사의 역사와 오버랩되며 씁쓸한 미소를 짓게 한다.

 

#06_ 알프스 훈련등산대의 선물

<알프스의 북벽>, 월터 언스워즈, 이재인 옮김, 사현각, 1982

이 책은 앨버트 머메리의 에귀유 뒤 플랑 북벽 등반으로부터 시작된다. 머메리의 등반 능력은 뛰어났으나 이 등반은 실패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등반기를 통해 머메리즘의 진수를 볼 수 있었고, 그 외에도 알프스의 난이도 높은 숨은 벽들의 생생한 등반 과정을 묘사한 이 책은 보석과 같다. 프란츠와 토니 슈미트 형제가 1931년 마터호른을 오른 이야기와, 1934년 그랑드조라스 북벽을 오른 이야기. 그리고 1938년 독일-오스트리아 합동대의 아이거 북벽 도전과 실패의 이야기. 1951년 그랑 카퓌생을 오른 이탈리아의 등반가 발터 보나티 이야기. 이후 1955년 보나티가 단독으로 에귀유 뒤 드뤼 남서 필라를 등반한 이야기. 1965년 보나티가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직등을 시도한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알프스의 난이도 높은 벽들을 오른 기념비적 등반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07_ 이 암벽에선 오직 우정만이 영속한다

<하얀 거미> 하인리히 하러, 이종호 옮김, 횃불사, 1971

20세기로 접어들면서 알피니즘은 북벽 시대로 접어든다. 이 책은 알프스의 3대 북벽 중에서도 악명이 높은 아이거 북벽 초등에 관한 이야기로, 초등반자인 하러가 집필한 300쪽이 넘는 이야기를 150페이지로 발췌 편역하여 우리말 책으로 엮어낸 이야기다. 1938년 하러가 710일부터 북벽 초등에 성공한 724일까지 등반 기록을 담고 있다. 하러는 카스파레크와 함께 721일 새벽 2시부터 등반을 시작하는데, 아이젠을 가져오지 않은 탓에 닥터링을 하며 느린 속도로 전진해야 했다. 첫 비박을 마치고 등반 이틀째 12발 아이젠을 신고 오른 안데를 헤크마이어와 루트비히 푀르그를 만나게 된다. 이리하여 2인조 팀은 4인조가 되어 두 번째 비박을 했고, 다음날인 723일 아이거 북벽 상단부의 상습적인 눈사태 지역 하얀 거미에 다다른다. 이 지역에서 연속적인 두 번의 눈사태로 하러는 죽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하러는 하켄에 매달려 버텼고, 동물적인 감각으로 하켄을 때려 박아 살아남은 카스파레크, 피켈에 매달린 채 한 손으로는 푀르그의 목을 움켜쥐고 버텨낸 헤크마이어까지. 네 명은 모두 살아남았고 4인조 등반대로 거듭나게 된다. 마지막 비박 후 그들은 남은 식량과 연료를 모두 버리고 하루 내에 정상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마침내 724일 오후 3304인조 등반대는 폭풍을 뚫고 아이거 북벽 등반에 성공한다.

 

#08_ 친구를 위한 지옥행

<영광의 북벽> 정광식, 수문출판사, 1989

한국의 산악인들이 최고의 산악문학으로 손꼽은 <영광의 북벽>1982810일부터 814일까지 정광식과 자일파티인 허영호, 남선우, 김정원이 함께 45일 동안 아이거 북벽을 등정한 이야기다. 산 선배 신건호와 동기생 주동규가 아이거 북벽 정찰 등반 중 벼락에 맞아 숨졌다는 소식을 들은 저자는 이듬해 회사에 휴가를 내고 아이거 북벽 등반에 나선다. 정광술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저자는 무미건조한 등반보고서가 아닌 아이거 북벽과 관련된 일화에서부터, 치밀한 준비과정과 등반 중 정서에 대한 풍성한 묘사까지 아우르며 등반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 책은 아이거 북벽에 대해 연구하고, 훈련하고, 도전하여 마침내 이뤄낸 감동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산악문학으로 갖춰야 할 모든 것이 녹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09_ 기록되지 않은 등반

<신들의 트래버스> 봅 랭글리, 김일모 옮김, 신어림, 1995

<신들의 트래버스는> 1936년 힌토슈토이서와 쿠르츠의 아이거 북벽 도전 후 처절하게 죽어간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소설이다. 나치독일 산악보병사단 소속의 소위인 슈펭글러는 힌토슈토이서와 토니 쿠르츠를 부추겨 아이거 북벽에 도전하지만 죽음이 두려워 정작 본인은 도전하지 않았고, 처참하게 죽어간 동료의 비극을 지켜보아야 했다. 슈펭글러는 목숨을 걸고 아이거 북벽에 다시 도전하는데, 처음엔 군인으로서 명령을 거부할 수 없어 시작한 도전이었지만 결국엔 자신의 죄의식과 싸우고, 전장에서 만난 사랑을 이루기 위해 아이거 북벽과 정면대결을 벌이게 된다. 이 소설에서 극한 등반환경 외에도 주변의 모든 인물도 적이었으나 결말은 따뜻하게 마무리 지어진다.

 

#10_ 남프랑스 촌놈의 좌충우돌 등반기

<알프스의 타르타랭> 알퐁스 도데, 송숙경 옮김, 교학사, 1999

알프스 등반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 장편소설은 1880년 알프스의 리기 산 정상 부근 관광지에 등반가의 모습으로 나타난 타라스콩 알파인클럽회장 타르타랭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다. 알프스 단독등반에 도전하는 이 기상천외한 캐릭터의 진지한 모습이 코미디처럼 이어진다. 동향 출신의 허풍쟁이인 알프스 유명 가이드 봉파르의 말재간은 이 소설이 흡사 개그프로 같이 느껴질 정도이다. 알프스의 모든 위험은 눈속임과 스릴을 위한 무대장치로 전락시켜버린 봉파르 덕분에 타르타랭은 융프라우와 몽블랑을 우습게 알고 도전하는데 알프스의 타르타랭은 이 코믹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11_ 죽음과 맞서서 얻는 깨달음

<죽음의 지대> 라인홀트 메스너, 김영도 옮김, 평화출판사, 1985

15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우리 시대 불세출의 산악영웅인 라인홀트 메스너가 추락사를 위주로 쓴 극한 산행기를 담고 있다. ‘죽음과 대면했던 혹은 죽었다 살아온동시대 클라이머들의 인터뷰를 통해 엮어진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죽음의 위기나 극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왜 다시 산에 오르려 하는가 하는 본질적인 질문에 접근하여 답을 얻으려 한다. 메스너는 인간은 존재에 대한 갈망때문에 아무리 극한 경험을 하더라도 다시 산에 오르게 된다고 하는데, 물욕 때문에 인생을 허비하는 사람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책이다.

 

#12_ 유쾌한 방랑자의 초상

<내 청춘 산에 걸고> 우에무라 나오미, 곽귀훈.김성진 옮김, 평화추판사, 1994

이 책은 일본이 낳은 세게적인 산악인 우에무라 나오미의 자서전으로 어찌보면 단독등반을 즐기는 산악인의 일기와 같다. 메이지 대학 산악부 시절부터 전세계 5대륙의 최고봉을 모두 오르고, 그랑드조라스 북벽을 동계 등반한 1971년까지 우에무라 나오미의 10여 년의 세월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대학 졸업 후 최소한의 자금만을 가지고 캘리포니아 농장에서 일을 하던 그가, 이민국에 걸려 강제출국 당한 후 대서양을 건너 알프스에 찾아들고, 이곳에서 다시 스키장의 잡부로 일하며 높은 산과 극지를 찾는 모험은 흡사 소설이라고 해도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다. 그의 여정은 단순히 산뿐만 아니라 극지를 찾아 개썰매로 남극점에 도달하고, 북극 횡단에 도전하여 12천 킬로미터를 탐험하는 등 단순히 등반가로 불리기보다는 모험가라 불러야 마땅하다. 1970년 일본인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오른 낙천적인 이 청년은 후에 매킨리(북미 최고봉, 데날리) 동계 단독등반에 성공한 후 하산 도중 실종되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다. 자유와 모험을 갈망했던 우에무라 나오미, 그의 자유분방함에 매료되고 말았다.

 

#13_ 산악인과 세상 사이의 얼음벽

<빙벽> 이노우에 야스시, 문희정 옮김, 평화출판사, 1994

일본 대하소설의 거장 이노우에 야스시의 장편소설인 <빙벽>은 대학시절부터 자일파트너인 우오즈와 고사카의 마에호다카 동벽 동계 초등 도전 이야기다. 이 도전에서 고사카는 자일이 끊어져 사망하고, 시신 수습에 실패한 채로 살아돌아온 우오즈는 상실감과 죄책감에 시달린다. 이 두 산악인은 단순히 산에서만 사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 살며 최저 생활비를 확보하기 위해 일한다. 그들에게 도시에서의 삶은 녹록하지 않았고 생사를 넘나드는 서로에게도 도시에서의 삶은 공유의 대상이 아니었다. 고사카의 조난사 이후 자일이 끊어진 이유를 추궁하는 도시인들로 인해 자일 강도 실험이 이루어지고, 우오즈는 파트너와 자신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을 막으려 언론을 통해 반박 성명을 발표한다. 산악인과 도시 사이의 벽은 냉혹하고도 차가웠으며, 홀로 도시에 남은 산악인은 처절하게 외로웠다. 봄이되어 고사카의 시신을 수습한 우오즈는 고사카의 여동생 가오루와 결혼을 앞두고 단독 산행에 나섰다 낙석에 의해 생을 달리한다.

 

#14_ 길이면 가지 마라

<알프스에서 카프카스로> 앨버트 머메리, 오정환 옮김, 수문출판사, 1994

”More Difficult Variation Route!“ 머메리즘(mummerism)이라 불리는 등로주의의 주창자인 앨버트 머메리가 남긴 유일한 저서인 알프스에서 카프카스로는 그의 초등기록으로 채워져 있다. 1880년 마터호른 푸르겐 능선과 콜 뒤 리용 초등, 1887년 토이펠스그라트 초등 기록 등 머메리의 등반 기록 만으로도 값진 평가를 받는다. 가이드 없이 산행하는 것 역시 등로주의와 더불어 머메리즘의 핵심으로 손꼽히는데, 그는 등산가는 자신이 숙명적인 희생자가 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산에 대한 숭앙을 거의 버리지 못한다는 이야기로 책을 끝맺는다.

 

#15_ 같이 죽자던 여인의 알몸

산시집 <너에게 이르기 위하여> 장호, 평화출판사, 1981

산시집 <북한산 벼랑> 장호, 평화출판사 1987

한국 산악문학계의 거봉 김장호 선생의 산시로 엮어진 이 두 책은 아름다움은 두 말하면 잔소리요, 시인의 혼이 서려 있다고 높이 평가받는다. 1977년 한국 에베레스트 등반대 훈련대장으로 널리 알려진 김장호는 시 쪽에서 산과 함께 일상을 내다보지 않고, 산에서만 길과 시를 떠올린다라는 글로 자신이 시인보다는 산악인에 가까움을 고백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산악문학(한국명산기,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너에게 이르기 위하여, 북한산 벼랑 등)을 저술한 그는 199948일 영면했으며, 그는 떠났지만, 그의 시와 글은 이 시대 산악인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자리 잡았다.

 

#16_ 알프스의 산정에서 별을 노래하다

<별빛과 폭풍설> 가스통 레뷔파, 김성진 옮김, 평화출판사, 1990

1945년 산악문학 대상 수상작인 별빛과 폭풍설18권의 저서를 남긴 뛰어난 등반가 가스통 레뷔파가 젊은 시절 펴낸 작품이다. 그는 알프스 가이드의 대명사로 가이드를 단순히 고객의 산행 길잡이가 아닌 교사이며 운명을 함께하는 산 친구로, 가이드에 대한 인식의 전환에도 공헌했다. 이 책의 1부는 가스통 레뷔파가 오른 알프스의 6대 북벽 등반기로 이루어져 있다. 1938년 그랑드조라스 재동 시 기존보다 더어려운 루트를 올라 ‘레뷔파 크랙이라는 이름을 남겼고 이 등반 기록을 책에 실으며 그는 등반 역량보다는 산 친구와의 우정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2부는 초보 클라이머들을 위한 교본 형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장비와 기술에 대한 조언도 담겨있다. 레뷔파는 알프스의 별빛을 누구보다 사랑했으며, 그 별빛과 비박을 수려한 문장으로 이 책에 담아냈다.

 

#17_ 그녀들이 선택한 삶과 죽음

<자일파티>(전2권), 닛타 지로, 주은경 옮김, 일빛, 1993

일본여자의대 산악부의 고마이 도시코가 홀로 겨울 산행에 나섰다 조난을 당해 대피소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그녀는 일본 전통칠기공예 수련생인 미사코를 만나 폭풍설 속에 5일을 갇혀 함께 지낸다. 두 여인은 산악인들의 힘을 빌어 안전하게 하산하고, 이를 계기로 전문 산악인의 세계에 빠져든다. 이 둘은 여성만으로 이루어진 자일파티로 알프스 3대 북벽을 오르는 계획을 세우고 지옥훈련을 거듭한 후 알프스에 도달했다. 그러나 마터호른 북벽 등반 성공 후 여성 자일파티 세계 초등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게 되자 선등 여부를 추궁하는 질문에 미사코는 상처를 받게 된다. 이어진 두 번째 도전 도시코가 아이거 북벽 직등 도전에 전념하는 동안 미사코는 칠기공예에 전념한다. 이후 의사가 된 도시코는 그랑드조라스 북벽 정상에서 결혼식을 하며 알프스 3대 북벽을 모두 오른 세계 최초 여성 클라이머가 되고, 미사코는 필생의 역작을 남기고 결혼 후 신혼 여행으로 드뤼 서벽을 오른다.

불행히도 미사코가 그곳에서 낙뢰에 맞아 죽는 순간, 도시코는 북벽 정상 설동에서 첫날밤을 보내며 미사코의 마지막 인사를 환청으로 듣게 된다. 필생의 자일파티를 떠나보내는 절망과 슬픔에 도시코는 울음을 터뜨리고 이튿날 산악구조대가 하늘에서 내려다본 풍경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18_ 호랑이 등뼈는 의연하다

<하얀 능선에 서면> 남난희, 수문출판사, 1990

<71일간의 백두대간> 길춘일, 수문출판사, 1996

<산경표를 위하여> 조석필, 산악문화, 1994

<태백산맥은 없다> 조석필, 사람과산, 1997

백두대간을 놓고 펼쳐진 선배들의 산 이야기. 이 중에서도 하얀 능선에 서면198411일부터 316일까지 금정산에서 진부령까지 태백산맥을 동계에 단독으로 종주한 여성 산악인 남난희의 산행일기로 엮인 이야기다. 종주 산행에 대한 정보보다는 스물 다섯 여성이 홀로 산에서 겪는 매 순간의 감정의 기복과 배낭의 무게에 짓눌린 중압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찌보면 고통스럽기까지한 이 산행 기록에서 1g의 무게라도 줄이고자 노력하는 현실적인 고민과, 인간 체력의 한계를 극복해나가는 도전에 감동 받게 된다. ‘그리고 언젠가 통일이 되는 그날, 나는 다시 배낭을 메고 나설 것이다.’라는 끝맺음을 읽으며 지리산에서 진부령까지는 백두대간의 반토막일 뿐이라는 현실이 부각되어 새삼 먹먹하다. 백두산까지 이어진 1,577킬로미터 호랑이의 등뼈 백두대간 종주를 완성하는 날을 기약한다.

 

#19_ 유족들의 상처 치유 여행

<엄마의 마지막 산 K2> 제임스 발라드, 조광희 옮김, 눌와, 2000

알프스 6대 북벽을 모두 알파인 스타일로 등정하고,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무산소로 단독으로 등반하여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걸출한 여성 산악인 앨리슨 하그리브스. 그녀는 이어 K2 무산소 단독등반에 도전하고 정상에 섰지만 기상악화로 33세의 짧은 삶을 마감한다. 64살 어린 나이에 엄마의 사망 소식을 접한 톰과 케이트는 아버지와 함께 엄마의 흔적을 따라 K2 트레킹에 나선다. 이 책은 엄마를 찾아 떠난 아이와 아내를 찾아 아이들과 함께 K2를 찾은 남편의 이야기다. 이 가족의 가슴 아픈 이야기는 K2 베이스캠프에서 마무리된다. 아이들이 엄마가 죽은 곳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곳이 베이스캠프였던 것이다. 가족들은 K2를 바라보는 언덕에 케른을 쌓으며 엄마와 작별한다.

 

#20_ 장엄한 패배의 기록

<비극의 낭가파르밧> 프리츠 베히톨트, 안미정 옮김, 사현각, 1982

이 책은 1934년 독일 낭가파르바트 원정대의 기록을 담은 이야기다. 지금이야 비행기를 타고 네팔, 파키스탄까지 갈 수 있지만 당시만해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배를 타고 무려 8,000킬로미터를 이동해 열흘 만에 인도 뭄바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인도에서 다시 이틀 동안 자동차를 타고 라왈핀디에 도착하고, 다시 펀잡 히말라야를 지나 스리나가르에 도착한다. 비로소 낭가파르바트 출발지에 도달한 것이다. 엄청난 물자에 600여명의 포터를 고용해서 23kg씩 나무상자를 지고 이동해야 했으며, 덕분에 이 원정대의 연인원은 3천여 명을 넘는다. 또한 베테랑급 셰르파들을 고용했는데, 이 중에서도 셰르파 네와는 탁월한 등반 능력을 가진 인물로 묘사된다. 하지만 이 원정은 캠프3에서 고소증세를 맞는 대원의 구조활동을 시작으로 비극으로 이어진다. 캠프7에 도달해서는 몇몇 셰르파들 또한 고소증세를 보였으며 발길을 돌려 캠프6로 하산했을 때는 엄청난 폭풍이 몰아쳤다. 지옥같은 악천후에서 기적적으로 생환한 사람들의 증언에 따라 재구성된 이 책의 후반부는 아비규환이 따로없다. 정상을 불과 200미터 앞둔 지점에서 급변한 기상은 모든 것을 바꾸었다. 목표는 정상 등정이 아니라 살아돌아가는 것이었고, 동상에 걸린채 퇴각하던 셰르파들 넷 중 셋이 죽었다. 폭풍설에 고립된지 7일차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남은 인원이 사망했고, 정상에 도전했던 원정대원 4명과 셰르파 6, 10명이 모두 사망하는 대참사로 끝나고 만다.

 

#21_ 평생을 살아낸 하룻밤

<8000미터 위와 아래> 헤르만 불, 김영도 옮김, 수문출판사, 1996

헤르만 불의 자서전 ‘8000미터 위와 아래는 초인적인 기록이자 신화의 현장이라 높이 평가받는다. 그의 낭가파르바트 등반은 처절했다. 19537월 독일-오스트리아 낭가파르바트 합동대의 원정대장 칼과 등반대장 페터는 몬순이 닥쳐오니 철수하자고 결정을 내린다. 날씨가 좋았던 고소캠프에 머무르던 4명의 대원 중 2명은 캠프4로 철수하고 나머지 2명 헤르만 불과 오토 켐프터가 정상 공격의 기회를 갖는다. 다음날 새벽 헤르만 불은 먼저 정상 공격을 시도하고 속도가 느려 거리가 벌어진 오토를 기다리지 못하고 홀로 8000미터 위로 오르기로 결정한다. 그는 무산소로 홀로 낭가파르바트 단독 등정에 성공하고, 세계 초등의 위업을 달성한다. 말도 못할 고생을 하고 선채로 하룻밤의 비박을 거친 그는 노인의 모습으로 변해버렸고, 무려 41시간 동안 단독 등반 후 살아 돌아온 헤르만 불의 사진은 세계 산악사에 길이 남을 사진으로 전해진다.

 

#22_ 네가 죽고 내가 산다면

<친구의 자일을 끊어라> 조 심슨, 정광식 옮김, 산악문화, 1991

영화로도 유명한 친구의 자일을 끊어라는 조 심슨과 사이먼 예이츠의 시울라 그란데 서벽 초등 실화를 기반으로 엮어진 이야기다. 19855월 정상 등정에 성공한 후 하산하던 중 눈보라가 휘몰아치며 위기에 맞닥뜨린다. 수직의 빙벽에서 다리가 부러진 조는 확보를 보던 자일파티 사이먼이 미끄러지며 절벽으로 떨어져 허공에 매달리게 된다. 그들은 이 상태로 2시간을 버티지만, 사이먼의 확보 지점 마저 안전하지 않아지자 사이먼은 친구의 자일을 끊었다. 가까스로 베이스캠프에 돌아왔지만 그는 죄책감에 휩쌓였다. 하지만 조는 죽지 않고 크레바스 속에서 살아남았다. 그는 혼자 힘으로 크레바스를 빠져나오고, 기어서 빙하를 건너고 기는 것조차 불가능해지자 뒹굴며 3일 밤낮 동안 무려 19kg의 체중을 소실하며 사투 끝에 살아서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조가 죽었다고 확신하고 옷가지들을 태우던 사이먼과 극적인 해후를 한 후 조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23_ 지리산을 위한 레퀴엠

<남부군>(전2권), 이태, 두레, 1988

지리산 빨치산은 일제강점기 징용을 피하기 위해 지리산으로 숨어든 구빨치와 한국전쟁 당시 남한 정권에 반대한 정치적 목적으로 지리산에 들어온 신빨치로 나뉜다. ‘남부군은 해방 후 신문기자로 일하다 신빨치가 된 이현상부대에서 남부군으로 활동하던 이태의 수기다. 집필한지 30년 만인 1988년도에 출간된 이 책은 빨치산들의 처절한 실상을 엮어 놓았다. 맞아 죽거나, 굶어 죽거나, 얼어 죽는 운명의 그들이 지리산에서 취사하는 방법에서부터 덕유산까지 패퇴하는 장면이 다큐멘터리처럼 전개된다. 남부군이 지리산에 입산하는 부분은 8지리산 아흔아홉 골’ 부터인데, 우리에게 익숙한 거림골, 세석평전, 백무동 등의 지명이 등장한다. 반란의 고향으로 묘사된 지리산은 여전히 아름답고 수많은 사람들을 보듬어 안는다.

 

#24_ 등반보고서의 문학적 가능성

<K2 죽음을 부르는 산> 김범준, 1989

‘1986년 한국 K2 원정대의 공식 등반보고서인 이 책은 원정대장인 김범준이 등반의 전 과정을 소상히 기록했다. 4년간에 걸친 국내훈련, 세 차례의 현지정찰, 연인원 200명이 넘는 산악인들의 참여, 그리고 최종 정예멤버 19명의 대원들. 이 책은 그들이 어떻게 준비했고 어떻게 승리했는지를 기록한 가슴 벅찬 기록이다. 1986K2에서는 각국의 원정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 한국 원정대는 이들을 구조하기도 하고, 시신을 수습하여 장례를 치러주기도 했다. 그해 한국 원정대는 K2에 도전한 원정대 중 가장 모범적이고 훌륭한 등반을 했으며 정상 도전에 성공했다. 날씨가 좋아지리라는 무모한 믿음 속에 정상을 공격했고, 훌륭한 팀워크를 보이며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성공적으로 등반을 마쳤다. 이 기록은 한국등반사에 한 획을 그은 쾌거로 평가받는다.

 

#25_ 히말라야가 길러낸 건강한 사랑

<히말라야의 아들> 자크 란츠만, 김정란 옮김, 세계사, 2000

<히말라야의 아들>은 우리가 몰랐던 셰르파족의 성과 사랑 그리고 생활과 사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낸 이야기다. 남체에서 로지를 운영하는 카미는 장과 사랑에 빠진다. 셰르파 사회에서 남녀가 사랑에 빠지고 아이를 낳는 것은 수놈 야크가 암놈 야크와 짝짓기“를 하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임신한 다음 여자가 남자에게 사실을 알리고 남자가 아이를 기르겠다고 하면 결혼하게 된다. 만약 거부하면 여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벌금을 내면 된다. 카미의 소식이 장에게 닿지 않아 카미는 미혼모가 되었지만 셰르파 사회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카미는 파상과 결혼하고 파상이 아이의 아버지가 되는데, 셰르파 사회에서는 아이를 기른남자가 아버지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파상이 히말라야 등반 중 사망하자 그의 동생 칼덴이 다시 카미의 남편이 된다. 이는 셰르파 사회가 형사 취수를 중심으로 하는 일처다부제 전통인 모계 중심 결혼제도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인 트래커 알렉상드르는 이런 카미와 사랑에 빠져 남체에 남고 히말라야의 아들 히마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26_ 메스너가 맬러리를 말하다

<에베레스트의 미스터리> 라인홀트 메스너, 신혜원 옮김, 삶과꿈, 2003

메스너는 수십 년간 왜 어떻게 그리고 어디서 죽을 것인지 항상 궁금해 했고, 결국 스스로 산에 오르고 주변의 모든 지역을 답사한 다음 에베레스트의 미스터리라는 책으로 펴냈다. 메스너는 이 책에서 150년의 세월을 넘나들며 맬러리의 신화와 영향에 대해 기술했다. 그리고 관찰자가 아닌 스스로 맬러리가 되어 라는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특히나 맬러리 루트에 대해 톺아보며, 난제인 세컨드 스텝을 맬러리가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맬러리 루트로 정상 등정이 불가능한 것인가. 1975년 중국 원정대는 정상 등정에 성공했지만 이는 등반이 아니라 군사작전이라 칭할 정도로 거대한 400명이 펼친 인해전술이었다. 심지어 정상 등정은 9명이 성공했지만, 중국인은 한명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티베트인이었다. 메스너는 티베트 인에게만 경의를 표한다. 1999년 맬러리의 시신을 발견한 콘라드 앵커가 자유등반으로 이 난제가 해결했다. 오늘날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루트는 22개나 되고 많은 사람들이 에베레스트를 오르지만,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죽은 맬러리가 더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락 메스너는 일컬으며 책을 맺는다.

 

#27_ 그들이 얻은 것과 잃은 것

<최초의 8000미터 안나푸르나> 모리스 에르조그, 최은숙 옮김, 수문출판사, 1997

이 책은 1951년 프랑스에서 초판 발간된 후 무려 1500만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이자, 산악문학사에서도 최고의 지위에 올라있다. 인류 최초로 8000m 봉의 정상에 오른 인간승리의 이야기를 당시 원정대장인 모리스 에르조그가 풀어냈다. 그는 그 대가로 손가락과 발가락을 모두 잘라낸 비운의 주인공이 되었지만, 삶의 의지를 불태웠고, 구술을 통해서 이 방대한 이야기를 남겼으며 흡사 소설과 같은 긴장감이 담겨 있다.

1950년 모리스 이하 8명의 원정대원은 다울라기리와 안나푸르나 정찰에 나섰지만, 그들이 가진 지도는 엉망이었고, 산을 찾는데까지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결국 그들은 모순을 채 열흘도 남겨놓지 않고 안나푸르나를 찾았고, 무서운 집념을 보이며 빠르게 전진하여 캠프4까지 건설한다. 눈보라에 시달리던 마지막 밤을 뒤로하고 정상 도전에 나선 에르조그와 라슈날에게 동상의 기미가 나타났지만, 이들은 물러서지 않고 전진한다. 그리고 그들은 정상에 섰고, 하산 도중 장갑을 잃어버린 에르조그는 속수무책으로 동상에 노출되었다. 리오넬 테레이와 가스통 레뷔파가 그들을 구하기 위해 나섰으나 하산길은 녹록치 않았다. 기적적으로 살아서 내려왔고 네팔을 빠져나가는 데만 한달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외과의사 우도는 마취도 없이 그들의 손발가락을 한두 마디씩 잘라냈다. 처절한 대가를 치른 에르조그의 독백으로 이야기는 끝이난다. ‘인생에는 또 다른 안나푸르나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28_ 히말라야가 숨겨놓은 이상향

<잃어버린 지평선> 제임스 힐튼, 이가형 옮김, 해문출판사, 1991

1931년 인도 바스쿨 지역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영국영사 콘웨이는 자국민을 대피시킨 후 본인도 경비행기를 타고 탈출한다. 비행기에 동승한 맬린슨 대위, 미국인 사업가 바너드, 노처녀 전도사 브링클로 이 셋과 콘웨이는 하이재킹의 희생자가 되어 히말라야로 향한다. 하이재커인 조정사는 아프가니스탄에 잠시 착륙하여 기름을 보충한 후 바로 히말라야를 넘는다. 티베트 고원 쯤에서 비행기가 불시착하며 조종사는 숨을 거두고, ‘샹그리라로 향하라는 말을 남긴다. 그들은 중국인과 티베트인을 맞닥뜨리고 이 중 장 노인을 따라 히말라야의 숨겨진 왕국 샹그리라에 도착한다. 동서양의 절묘한 조화를 이룬 이곳의 아름다움에 일행은 넋을 잃고 콘웨이는 샹그리라에 빠져든다.

샹그리라는 원래 오래된 라마교의 사원이었다. 이 사원은 예수회 선교사 페로 신부에 의해 모습이 변모되었으며 신부는 250세로 불로장생하고 있다. 샹그리라에는 불로장생의 수행자들이 살고 있고 소녀들도 환갑에 가까운 나이다. 이 책은 샹그리라라는 완벽한 이상향을 그리며 인류의 영원한 꿈인 불로장생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29_ 서울은 산이다

<서울의 산> 서울특별시사편찬위원회, 서울특별시, 1997

서울의 산은 산경표에는 표기되어 있지 않은 서울의 동네 야산까지 파고들어 산세를 볼 수 있다. 단순히 서울 시내를 관통한 산세의 흐름만을 기술한 것이 아닌 1) 명칭과 연혁, 2) 자연 생태, 3) 경승과 명소, 4) 등산로 및 산책로, 5) 실태와 관리, 6) 사적과 문화재라는 6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상세히 분석해 놓았다.

 

#30_ 자랑스러운 한국 스키의 개척자들

<한국 스키의 발자취> 김상훈, 스노우라이프, 2003

한국 스키의 발자취에는 겨울스포츠의 꽃인 스키가 한국에 언제 도입되었고, 스키장은 언제부터 조성되었는지, 또 전설처럼 남아있는 한국 스키의 개척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들은 대부분 곧 한국 등산의 개척자들이기도 하다. 이들 중 단연 우뚝 솟은 이가 한국 등산과 스키의 개척자 김정태다. 스키에 대한 김정태의 열망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준 이는 해방전 백령회의 리더 엄흥섭이었다. 당시 그들은 스키장을 건립할 수 있는 적설량이 많은 산을 찾아내고자 했고, 현재 용평스키장이 들어선 발왕산을 발견해냈다. 이 책에는 1960년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한국 스키선수들의 훈련 모습도 담겨있을 뿐만 아니라, 1947년 지리산 노고단에서 개최된 한국의 최초 스키대회도 언급된다. 1960년 제1회 썰매대회 이야기까지 다루며 당시의 모습을 사진으로 생생히 전한다. 이 책에 실린 많은 사진들은 한국 산악사진의 아버지인 김근원의 작품으로 그의 노고 덕분에 우리는 이 모든 스키 역사의 현장을 책 한권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31_ 설악산을 사랑한 우리 삶의 도반

<산시> 이성선, 시와시학사, 1999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이성선, 세계사, 2000

이성선은 1941년 강원도에서 태어났는데, 부친이 한국전쟁 때 북으로 넘어가며 암울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서른 즈음 등단한 그는 11번째 시집으로 산시를 펴냈고, 유고시집인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에서 산악 문학의 절정을 보여준다. 그는 설악산 붙박이 시인으로, 생활 속의 습관처럼 설악산의 숱한 모습들을 시로 옮겼다. 가장 아름다운 시로 꼽히는 하늘꽃은 토왕성 빙폭등반 중 추락사한 젊은 산악인을 기리는 노래로 눈보라 치는 세상의 끝가지에 서서 꺾으려 한 것은 무슨 꽃이었을까라는 아름다운 시구에 슬픔이 묻어난다. 그는 설악산으로 하여금 시인이 되었으며, 설악산은 시인으로 하여그 더욱 깊고 그윽해졌다.

 

#32 악동들이 삶을 즐긴다

<얄개바위> 주영, 정상, 2002

클라이머의 메카인 요세미티. 한국 등반사에서 요세미티 빅월 클라이밍의 전도사로 꼽히는 인물이 바로 ‘얄개바위’의 저자 주영이다. 잘 노는 산악인 주영, ‘얄개바위’는 그 악동의 이야기다. 얄개바위는 주영의 자서전으로 그가 요세미티 계곡을 배회하며 거벽들을 등반해나가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배고픈 나날들이 이어지고 요세미티에서 쓰레기를 줍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온갖 궁핍한 환경 속에서도 기막힌 순발력을 발휘하며 요세미티에서 등반을 이어간다. 주영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이 책에서 정호진과의 우정도 언급되고, 함께 늙어가는 사진도 수록되어 있다. 1979년 맥킨리 등정, 1989년 아이거 북벽 등정, 1992년 트랑고타워 등정, 1999년 세로토레 등정 이 책에 언급된 그의 등반들은 한국등반사에 한 획을 그은 기록들이었다.

 

#33 세상의 50대들에게 바친다

<불가능한 꿈은 없다> 딕 배스·프랭크 웰스·릭 리지웨이, 김두겸·황정일 옮김, 중앙M&B, 1998

겁 없는 50대 사업가 딕과 프랭크는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다는 거창한 계획을 세운다. 이들은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릭 리지웨이에게 교육을 받고 차근차근 준비를 이어나간다. 1981년 딕은 유럽 최고봉 엘브루스(5,642m) 등정에 성공하지만 프랭크는 고소증세로 하차한다. 이후 남미 최고봉 아콩카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디만 이들은 탁월한 팀워크를 발휘하며 에베레스트를 올랐고, 1983년 남은 서미트를 해치우기로 결심한다. 그리하여 딕 배스는 인류 최초의 세븐 서미터가 되었고, 이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그뿐만 아니라 불가능한 꿈은 없다에는 세계적인 산악인들이 많이 등장하여 심금을 울린다.

 

#34 아름다운 인연의 고리

<아버지의 산> 릭 리지웨이, 선우중옥 옮김, 화산문화, 2002

1980년 가을 동티베트의 만야콘카에서 이본 취나드, 릭 리지웨이, 조나단 등 4명의 미국 산악인이 캠프1로 철수하던 도중 눈사태가 발생했다. 조나단은 릭의 품에 안겨 사망한다. 20여년이 지난 후에 릭은 죽은 친구의 딸과 악몽의 현장을 다시 찾는 여행을 떠나고, ‘아버지의 산은 이 여행에 대한 기록이다. 이 책에는 또한 이본 취나드의 인간적인 면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죽은 조나단의 딸 아시아는 아버지의 흔적을 좇아 민야콘가에 도착했고 아버지의 무덤을 찾는다. 하지만 파헤쳐지고 독수리가 흩트려놓은 아버지의 무덤을 담담히 마주하고, 성인이 된 그녀는 아버지의 무덤을 정리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35 사춘기 자녀와의 말 트기

<딸 그리고 함께 오르는 산> 제프리 노먼, 정영목 옮김, 청미래, 2001

제프리 노먼은 아웃도어 전문 칼럼니스트로 와이오밍의 명산 그랜드티턴(4,196m) 등반을 꿈꾼다. 이 책은 50대인 그가 10대의 딸과 함께 나선 고산등반을 하며 겪는 마음을 엮어낸 이야기다. 딸인 브룩의 나이가 15세 때 그랜드티턴을 함께 등반했고, 5년 후 199920세에 함께 아콩카과를 등반했다. 제프리와 브룩은 전문산악인은 아니었기에 등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엑섬이란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당대 내노라 하는 산악인들을 강사로 만나게 된다. 그는 딸과 함께 등반을 함께하며 가족 간의 사랑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36 클라이밍과 비즈니스의 화려한 이중주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른다> 슈테판 글로바츠·카이 페르지히, 유영미 옮김, 중앙M&B, 2001

슈테판 글로바츠가 카이 페르지히와 함께 쓴 이 책은 클라이밍 역시 비즈니스와 다를바 없다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고전적인 산서가 아닌 스포츠 클라이머의 세계를 담은 것이다. 글로바츠는 프로 클라이머로 1980년대 많은 대회에서 우승을 했고, 1993년 인스브루크 등반대회 우승을 끝으로 스포츠 클라이밍과 결별한다. 1990년대 후반 그는 그린란드를 탐험하고, 남극의 레너드타워를 초등한다. 스포츠로 관중을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의 등반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스폰서들과 방송매체로 인해 더 부담을 가져야 했다.

그는 사업가 페르지히를 만나 이책을 펼쳐냈는데, 글로바츠가 등반 경험을 이야기하면 다음 장에 페르지히의 마케팅 강의가 이어지는 형식이다. 이렇게 9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냈고, 이 책의 부제는 위대한 등반가에게 배우는 9가지 마케팅 원칙이 되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어찌보면 어쩔 수 없는 현실을 클라이밍으로 들여다 본 것이다.

 

#37 쿡쿡 웃으며 걷는 미국판 백두대간

<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홍은택 옮김, 동아일보사, 2002

미국의 3대 종주산행 코스인 태평양 서부연안 트레일(PCT, 4,264km), 로키 산맥 분수령 트레일(CDT, 4,980km), 그리고 애팔래치아 트레일(AT, 3,500km) 이 세 곳의 종주산행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을 브라이언 로빈슨은 1년 만에 완주한 것으로 유명하다. 빌 브라이슨은 이 중 애팔래치아 종주산행기를 책으로 엮어냈고, 이 책은 산에 관한 이야기이자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풀어낸다. 처음 종주산행을 결심했을 때부터 중도하차 하기 까지의 전 과정 동안 만난 모든 사람이 이 책의 주인공이 된다. 그는 1,392km 지점에서 도중 하차했지만, 그의 글은 뭇 독자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켰으니 실패한 산행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38 히말라야 거벽등반 불멸의 신화

<창가방 그 빛나는 벽> 피터 보드맨·조 태스커, 허긍열 옮김, 학문사, 1992

보드맨은 1975년 크리스 보닝턴이 이끈 에베레스트 남서벽 원정대 최연소 대원으로 참가했는데, 영광스러운 이 기회를 통해 그는 대규모 원정대가 본인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필생의 자일파티 조 태스커를 만났고, 둘은 최소 규모인 단둘만의 원정대로 히말라야 거벽을 공략하기로 한다. 그 첫 번째 대상지가 창가방 서벽이었고, 이 책은 그 모험의 기록이다. ‘히말라야의 정원이라 불릴만큼 아름다운 가르왈 히말 중에서도, 난다데비(7,816m)와 창가방, 두나기리(7,066m) 등이 병풍처럼 둘러싼 이곳은 최고의 트레킹 코스로 꼽힌다. 창가방이 있는 난다데비 성역은 1959년부터 군사문제로 출입이 통제되었다가 무려 15년 만인 1976년 해제되었고, 크리스 보닝턴은 해제 직후 창가방을 초등한다. 이 시점에 난다데비 원정대에서 딸 난다데비가 죽었고, 이 두 명은 그녀의 시신을 직접 산장한다. 이 책에는 이때의 비극의 상황들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이 책에 묘사된 그들의 등반기는 지극히 사실적인 나머지 고통스럽다. 눈이 부시도록 빛나는 가파른 화강암의 벽 창가방그 이야기가 사뭇 궁금하다.

 

#39 성직자보다 치열하게, 히피보다 자유롭게

<세비지 아레나> 조 태스커, 허긍열 옮김, 설악, 1996

열 명의 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난 조 태스커는 열다섯에 암벽등반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결국 그는 신학교를 중퇴하고 완전히 알프스에 빠져들었으며, 1970년부터 1973년에 걸쳐 당블랑슈 북벽, 아이거 북벽 등을 두루 섭렵한다. 이 때 자일파티 딕 렌쇼를 만나게 된다. 1974년 조는 아이거 북벽을 동계 등반으로 다시 시도하는데, 이 책은 이때부터 조가 1982년 에베레스트 북동릉 등반을 떠나기 전까지 이야기가 담겨있다. 결국 조는 에베레스트 원정에서 살아돌아오지 못해 세비지 아레나는 그의 유작이 되었다. 1975년 조와 딕은 단 둘이서 두나기리 등반을 시도해 성공하지만, 손가락에 심한 동상을 입은 딕은 한동안 산에 오르지 못했다. 조는 다시 자일 파티인 피터 보드맨을 만나 창가방 서벽 등반에 성공한다. 1978년 그는 크리스 보닝턴과 함께 K2원정에 나섰으나 악천후와 눈사태로 실패하고, 1980년 두 번째 도전에서도 실패하고 만다. 1979년 칸첸중가 등반은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으로 소규모 원정대로 등정에 성공한다. 그는 왜 극한까지 도전하는지, 등반의 가치는 위험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으며 이야기를 끝맺는다.

 

#40 언제나 첫 번째 하늘

<14번째 하늘에서> 예지 쿠쿠츠카, 김영도·김성진 옮김, 수문출판사, 1993

이 책은 예지 쿠쿠츠카의 유일한 저서이지만, 그가 사망한 후에 편집된 유고집의 형태로 일부 인터뷰 형태의 글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책의 출간전까지 쿠쿠츠카는 메스너와의 경쟁이나 그의 성품이 이기적이라는 온갖 악성루머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나면 그가 얼마나 인간적인 가를 알 수 있다. 동유럽의 후진국 폴란드 출신인 그는 가난한 환경에도 등반에 깊이 빠져들었다. 메스너와는 다른 알피니즘을 추구한 그는 아무도 시도한 적이 없는 루트로 초등자가 되고 싶어했다. 그가 오른 8000m급 봉우리 14개의 처절한 등반 과정이 이 책에 실려있다. 그 중에는 단독등반도 있었고, 동계초등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오른 시샤팡마 정상에서 본 하늘을 그는 ‘14번째 하늘이라 불렀고, 이틀 후 유명을 달리하며 이 책을 남겼다.

 

#41 스승의 강의록과 비망록

<등산 교실> 이용대,

<알피니즘, 도전의 역사> 이용대,

<등산상식사전> 이용대,

<그곳에 산이 있었다> 이용대,

<등산, 도전의 역사> 이용대

한글로 쓰인 최초의 세계등반사라 평가받는 이용대의 역저 알피니즘, 도전의 역사는 한국등산사에 기념비적인 출판이라고 손꼽힌다. 그는 5년 동안 세 권의 책을 출간했으며 여전히 왕성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나 이 책에서는 한국등반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봤고, 객관적인 기록과 이면의 이야기를 함께 엮어 재미를 잃지 않도록 했다. 그는 이어 등산상식사전이라는 방대한 자료를 엮어 용어 백과사전을 펼쳐내고, 산문집 그곳에 산이 있었다를 출간했다. 사실과 과거의 등반사, 기록이 아닌 그의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다. 대단하게만 보였던 저자가 현존하는 산악인, 후배들과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산 선배로 우리에게 한 발짝 다가왔음이다

 

 

 

책 속에서

#01_ 초판 서문

책을 내다 버릴 때 나의 기준은 극히 단순하다. 이 책을 다시 볼 것이냐 말 것이냐다. 제 아무리 세계적 평판을 얻은 저서들일지라도 다시 들춰볼 일이 없다면 한낱 진열품이요 지적 허영심의 표출에 지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서 두 번 이상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내다 버려도 그만이다. 좀 더 잔혹하게 말하자면, 두 번 이상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 번 읽을 가치도 없다. 나의 이 자의적이되 지극히 잔혹한 선별기준을 언제나 만족시켜주는 책은 오직 산서뿐이다.

 

#02_ 죽음과 맞서서 얻는 깨달음_ <죽음의 지대> 라인홀트 메스너 - 132p.

메스너는 티롤지방에 위치해 있는 커다란 고성(古城)에 산다. 어느 날 잠깐 앞마을에 외출을 갔다가 돌아온 메스너는 자기가 열쇠를 안 갖고 나온 채 문을 걸어 잠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보통사람이라면 당연히 열쇠수리공을 불렀겠지만 그는 세계 최강의 클라이머 메스너다. 그는 이까짓 성벽쯤이야 하는 생각에 맨손으로 클라이밍을 시작했다. 결과는? 성벽 중간쯤에서 얼토당토 않게 슬립을 먹어 떨어지는 바람에 발목에 금이 갔다! 농담이 아니다. 몇 년 전 국내신문의 해외토픽란에 가십처럼 실렸던 실화이다.

인류 최초로 8000m14봉을 모두 오르고 살아 돌아온 세계 최강의 클라이머가 자기 집 담을 넘다가 추락했다? 이 어이없는 에피소드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나는 가끔씩은 유쾌한 농담 혹은 즐거운 화두처럼 자기 집 담벼락 앞에 주저앉아 발목을 부여잡고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을 메스너를 떠올리며 웃음 짓는다.

 

#03_ 산악인과 세상 사이의 얼음벽_ <빙벽> 이노우에 야스시

- 142p.

그 서정성은 도시인의 내면세계 및 정서와 엄격하게 대()를 이루며, 그래서 이해받지 못한 자의 고독 혹은 천상천하유아독존을 연상케 하는 절대적 기개를 느끼게 한다. 산과 도시는 너무 다르다. 산악인과 도시인은 서로 다른 인종이다. 이 두 세계 사이에는 결코 화해할 수도 넘어설 수도 없는 벽이 존재한다. 그것이 <빙벽>이다.

- 149~150p.

고사카는 등산가다. 등산가인 그가 친구와 암벽을 오르면서 자살할 리가 없다. 그것은 산의 신성을 모독하는 행동인 것이다. 등산가는 산을 위해서는 생명을 내던지지만, 속세의 인간관계를 청산하려고 산에서 생명을 끊는 그런 짓은 결코 하지 않는다.

 

#04_ 길이면 가지 마라_ <알프스에서 카프카스로> 앨버트 머메리 154p.

알피니스트들은 다만 '산에 오르기 위해서' 산에 오른다.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말한다면 알피니즘이란 곧 '고도의 위험이 농축되어 있는 유희'이자 '무상의 행위' 인 것이다.

 

#05_ 그녀들이 선택한 삶과 죽음_ <자일 파티> 닛타 지로 193~194p.

자일 파티란 무서운 것이다. 두 존재를 맺어주고 있는 자일이란 우정을 넘어서 사랑이고 운명이며 불가사의한 교감이다. 도시코는 그 환청을 듣고 미사코의 죽음을 확신한다. 어렸을 때부터 '울지 않는 아이'로 불리웠던 도시코는 그 순간 넋을 잃고 울음을 터뜨린다. 그녀의 신랑은 도시코를 오해한다. 너무 행복에 겨워 우는 것이겠거니 넘겨짚고는 그녀를 달래려든다. 그러나 남편이 아니라 그 누구라해도 필생의 자일 파티를 떠나보내는 절망과 슬픔을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운틴 오디세이: 심산의 산악문학 탐사기>

심산

바다출판사, 2018

 

마운틴 오디세이 - 심산의 산악문학 탐사기
국내도서
저자 : 심산
출판 : 바다출판사 2018.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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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중에서


# 태어나 보니 지옥 아닌가 - 14p.

생명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조건만 갖춰지면 가차없이 말살하려는 피도 눈물도 없이 냉혹하고 거대한 공간.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유일무이하고 어디 숨을 곳 하나 없는 세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항간에 떠도는 지옥이란 바로 이 세계를 뜻하는 말이다.

우리는 태어나 죽을 때까지 지옥에서 살아갈 운명에 처해 있다.


# 국가는 당신을 모른다 - 52p.

국가가 국민의 것이었던 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단 한 번도 없다.

이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대원칙이며, 평생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분노하지 않는 자는 죽은 것이다 - 64p.

불합리에 대한 분노를 포기한 인간은, 저항의 정신을 내던진 인간은, 인간임을 포기했을 뿐만 아니라 삶 자체도 스스로 포기한 어리석고 우매한 자에 불과하다.

이치가 그러한데, 아직 청춘의 한창 때를 보내고 있으면서도 이미 죽어 있는 젊은이가 얼마나 많은가.


# 인간이라면 이성적이어야 한다 - 83p.

나약한 인간이 강하게 살려 할 때,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사고력밖에 없다. 즉, 이성이야말로 최고의 무기다.

이성에 부합되지 않는 것은 하나하나 배제하고, 감정과 본능마저 이성으로 억누르는 것이다. 이성에만 의지해서 분투해야 진정한 인간성에 도달할 수 있고, 또 그 길로 매진하는 것이야 말로 인간임의 증거다. 이외의 길은 모두 짐승으로 추락하는 것일 뿐이다.

나아가 인간으로 사는 기쁨도 거기에 있다.

이성이야말로 자아의 원천이다.

나란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 질문에는 갖가지 대답이 있을 수 있지만, 본능이나 감정이 자신의 핵심을 이루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오히려 의지를 조절하는 사고력을 우선하는 삶, 즉 이성에 따른 선택에 그 대답이 존재한다.

이성의 길을 걷는 순간 인생은 빛나기 시작한다. 자립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더불어 인간이 무엇인지도 이해하게 된다.

이성을 꺼리고 감정을 우선시하며 본능에 따르는 삶이 편할지도 모른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옛말이 있듯이, 인간관계가 어긋나 남들이 멀리하는 탓에 점점 더 고립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남들 따라 직장인이 되지 마라 - 98p.

직장인이라는 것이 어떤 처지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가.

스스로 선택한 것도 아닌 인간 집단에 섞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있는가.

일의 내용은 둘째 치고, 음습한 인간관계의 성가심에 시달리다 못해 거기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고 있는가.

백 보 양보해서, 다행히 좋은 사람들만 모인 직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치자. 단조로운 일을 늘 반복해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 직장은 사육장이다 - 102p.

즉 하루 24시간, 일 년 365일, 퇴직하는 날까지 몇십 년을 고스란히 직장에 빼앗기는 것이다. 그래서야 타인을 위한 인생이지, 아무리 열심히 해 봐야 본인을 위한 인생이랄 수 없다.

그 희생에 걸맞는 수입이 있다면야 몰라도, 알뜰살뜰 꾸려야 겨우 살아갈 수 있는 최저임금에 가까운 월급에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를 팔아넘기는, 한쪽만 불리한 거래를 왜 무턱대고 하는 것인가.

자신은 기껏해야 그 정도의 인간이라고 포기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 자유를 방기한 사람은 - 107p.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 안에서만 빛나도록 생겨 먹었다는 철칙을, 그 우선권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어떻게 살든 본인 멋대로라는, 자유와 함께하는 삶만이 존재의 기반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간도 동물의 한 족속이라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야생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 또한 같은 유의 자유 속에서 충만감과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으며, 그것 없이는 견딜 수 없는 구조를 하고 있다.


# 다 도전해 보라고 젊음이 있는 것이다 - 175p.

자신 속에 어떤 보물이 잠들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자신도 모른다. 그 보석이 하나뿐이라고도 할 수 없다. 몇 개가 숨어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하나라도 발견할 수 있다면 대단한 것이다. 평생을 들여 그 보석의 원석을 갈고 닦을 수 있느냐에 삶의 진가가 있다. 그 외는 제대로 살고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무의미한 인생이다.

그러니 이제 싫고 좋음이나 자기류의 해석은 모두 무시하고, 온갖 일에 도전해 보면서 자기 안에 소리 없이 숨겨져 있는, 곤히 잠들어 있는 재능을 발굴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운명을 새로이 발견하는 생의 목적과 직결되는 위대한 행위이며, 젊었을 때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다름 아닌 그것이다.

젊음이란 그 때문에 있는 것이다.


# 삶은 쟁취하고, 죽음은 가능한 한 물리쳐라 - 196p.

삶의 노예가 되는 한이 있어도, 죽음을 좇는 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랜 시간 이어 온 삶을 무시하고 찰나에 불과한 죽음에 집착하는 것은 너무도 바보스러운 짓이다.

생명의 친구는 어디까지나 삶이지 결코 삶에 부수적인 죽음이 아니다.


# 동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죽어라 - 202p.

동물로 이 세상에 태어났지만, 맨 마지막에는 정신을 스스로 고취할 수 있는 인간으로 떠나야 비로소 고상한 인생이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죽을 몸인데, 왜 그렇게까지 겁을 내고 위축되고 주저해야 하는가.

자신의 인생을 사는 데 누구를 거리낄 필요가 있는가.

그렇게 새로운 마음가짐과 태도를 무기로, 애당초 도리에 맞지 않고 모순투성이인 이 세상을 마음껏 사는 참맛을 충분히 만끽해라.

약동감이 넘치는 그 삶을 향해 저돌적으로 나아갈 때 드높이 외칠 말은, 바로 이것이다.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 차례


  1장_  부모를 버려라, 그래야 어른이다

  2장_  가족, 이제 해산하자

  3장_  국가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4장_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나

  5장_  아직도 모르겠나, 직장인은 노예다

  6장_  신 따위, 개나 줘라

  7장_  언제까지 멍청하게 앉아만 있을 건가

  8장_  애절한 사랑 따위, 같잖다

  9장_  청춘, 인생은 멋대로 살아도 좋은 것이다

10장_  동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죽어라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바다출판사, 2013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국내도서
저자 : 마루야마 겐지 / 김난주역
출판 : 바다출판사 201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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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 방글라데시로 다녀온 특별한 여행. 

'인생의 동반자'가 되었다고 자랑할 수 있는 12명의 특별한 인연과 현지에서 만난 k 사무장님 외 한국에서부터 함께 했던 스태프들. 

이들과 함께 한 일주일간의 행복한 동행은, 내가 너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봉사'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그저 특별한 여행이 되었다. 


한국 사회에서 치열하게 돌아가는 회사의 시간도 잠시 잊고, 

통념적으로 맞추어진 '시간의 틀' 안에서 온전한 삶을 살고 있는 친구들의 육아 이야기로 가득 찬 카톡방도 잠시 잊고, 

반복되는 일상을 완전히 벗어나, 

방글라데시에서 '인연'으로 만난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많이 받고 채우고, 여러 가지를 되짚어 생각하는 시간을 보냈다. 


'제때'라고 말하는 시간을 넘기고, 

한국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약속된 시간보다 한 박자씩 느리게 살고 있는 깜냥인데, 

초조해야 할 이 나이에 아직도 철이 들지 않았나 보다. 

올여름 채워진 의미들로 또 당분간은 철딱서니 없게 살 것만 같다...




" 취미가 뭐예요? "

" 안 어울리게 책 읽는 걸 좋아하고, 글을 쓰는 걸 좋아해요. "

" 글 잘 쓰실 것 같아요.. "

" 좋아하는데 아직 많이 부족해요. 글을 잘 쓰고 싶어요. "


며칠 후, 도착한 메시지.


" 자고 있겠죠...

  내가 왜 Liah 님이 글을 잘 쓸 거 같다고 생각했냐하면...

  20대 때 마루야마 겐지라는 작가가 쓴 소설가의 각오라는 자전적 수필이 있었는데 

  거기 나오는 작가의 눈빛이 읽혀졌었어요.


  내가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 틀리지는 않는데 그 눈빛이 계속 생각납니다.


  멀리까지 찾아와주고 나눠주고 같이 웃다 울다 가줘서 너무 감사했어요.

  '인연'은 운이고 업이라 했죠? 인연에 따라 또 계속 봐요..


  그대들과의 추억이 계속 아른거립니다 ^^ "


그리하여 읽기 시작한 마루야마 겐지의 책. 그중 첫 번째로 손이 간 책이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였다. 과연 그의 매서운 눈빛에 나도 매료되었는데, 내 눈빛이 이렇게 읽혔는지 그저 영광스럽기만 했다. '마루야마 겐지'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문장 하나하나에 그의 호흡이 깃들어 있었다. 내가 왜 여태 이런 거장을 몰랐을까... 읽는 것이 취미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닌 것이 부끄러울 만치 문학 무지자였다. 한국어로 번역된 그의 책이 십수 권에 이르므로 앞으로 몇 달간은 마루야마 겐지의 문장에 푹 빠져 지낼 것 같다. k 사무장님, 감사합니다! : )



■  본문 중에서


# 사적인 소우주 - 10p.

그러나 일 년 내내 이 땅을 떠나지도 않고 여행을 가는 일도 없이, 마치 정원의 노예처럼 살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이 남의 땅의 절기 변화나 개화 상황 등을 알 길은 없다. 정원에 만개의 순간이 반짝 찾아올 때마다 '이 세상 봄의 중심은 역시 이곳이 틀림없어.'라는 오만한 생각에 빠져 혼자 흐뭇해 하는 것이다.

전적으로 찰나에 불과한 만개의 순간을 위해, 다른 계절 대부분의 하루하루를 평범하기 그지 없는 편집증적 분투를 하면서 보낸다. 그 덕분에 정원의 식물들이 불꽃놀이 장치에서 솟아오르는 불꽃 혹은 시한폭탄처럼 일제히 꽃을 피워 아름다움을 겨루는 색채와 향기의 제전이 계속되면, 술에 취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기분에 푹 빠져 버린다. 붕 뜨고, 두근두근 안절부절 못한다.



# 버리 수 없다면 정원사는 금물 - 15p.

대개는 여성에게 그런 경향이 있다. 아까워, 추억이 담겨 있잖아 등등의 이유로 계속 모으다 보면, 언젠가는 전부를 잃어버리는 지경에 이르고, 문득 깨달았을 때는 자신조차도 누더기가 되어 있다. 폐인 같은 몰골로, 거친 무덤 같은 땅에 멍하니 서있게 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우유부단해 대담하게 버리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정원 가꾸기가 어울리지 않는다. 가드닝 같은 것이 한때 크게 유행했다가 이제는 완전히 시들해져 버린 것은, 손에 들어온 꽃들을 품은 채 하나도 놓지 않으려는 성격의 사람이 너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 사철 내내 꽃을 피울 순 없다 - 24p.

인생에서 겨울은 좌절의 기간이다. 식물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이것도 새로운 비약을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개화, 개화의 연속인 식물이 존재하지 않듯, 성공, 성공의 연속인 인생 또한 없다. 좌절과 실패는 사람을 고독의 지옥에 던져 넣는다. 그 지옥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사람 중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있지만, 맞서 싸워 자신에 의존하는 힘을 기른 사람은 재생 부활의 기회를 얻는다. 그뿐 아니라 회복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받게 돼, 이전보다 한 단계 더 굳건해진 생명으로 훨씬 더 멋진 성공을 안게 되는 것이다.

(중략)

뛰어나게 대담하지도 못하고, 세상의 상식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해 수치스러움에 옥죄여 있는 사람들이 목숨을 존속시킬 수 있는 열쇠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 만한 일이나 취미다. 하지만 그 열쇠를 가진 이라도 겨울에 발이 걸려 넘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우연한 계기로 고독의 마왕에 허를 찔려 살 가치가 없다는 답을 선뜻 내놓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병, 실연, 실직, 불합격 통지서, 배신, 이별, 사별, 날벼락 같은 빚과 같은 명백한 이유는 물론, 별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인해 순식간에 우울해져 어느 날 느닷없이 삶의 모든 것을 팽개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비극적인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아, 또한 목숨이 겨울에 죽음을 당하고 만 건가.'라고 중얼거린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이 찾아왔는데도 전혀 싹을 틔우지 않는 식물을 발견할 때 역시, 겨울에게 살해당한 것이라는, 즉 초목에게도 자살이 있을 수 있다는 비약한 심한 생각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 만만한 생은 없다 - 39p.

동물의 수컷은 크게 두부류로 나눌 수 있다. 가족의 삶을 방해하는 수컷과 가족을 제대로 지키려는 수컷. 인간의 수컷 역시 이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지만 사람의 암컷은 자칫하면 양자를 구분하기를 게을리 하기 쉽다. 연애, 결혼, 행복한 가정이란 도식을 한 번 가슴에 그려 버리면, 교제하는 수컷의 본성을 헤아리려 하지 않고 무작정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런 착각 속에서 여러 해를 보낸 뒤에야 쓰라림을 맛보게 된다.

가정에 잘 스며드는 남자를 고르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설령 그런 남자가 있더라도 여자 쪽에서 볼 때는 거의 이성으로서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만나도 무시하게 되고, 결국 스쳐 가는 관계로 끝나 버린다. 또 가정에 제대로 머무는 남자라도 아내를 어머니 대신으로 여기는 이들이 늘고 있어, 그런 남자에게 모성애를 자극 받아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가는 임신도 하기 전부터 성가신 아이를 가져 버린 꼴이 돼 아연 실색하는 여자들도 드물지 않다.



# 반짝반짝 빛나는 삶이 두 손을 비비며 다가온다 - 69p.

정원에 나갈 때마다 심장이 두방망이질 치며 혼자 승리한 심정이 된다. 우주를 지휘하는 실권자라도 된 듯한 착각을 즐기며 하찮은 자신의 목숨만을 벗 삼아 살아가는 다른 이들을 비웃는다. 그렇게 오만한 나의 옆을 거짓 없는 진짜 삶이 스쳐 간다. 와해되기 시작했던 영혼이 다시 조각을 맞추기 시작한다. 자기혐오를 짊어진 마음이 엽록소에 녹아들거나 알찬 양분이 되어 모근에 흡수돼 간다. 반짝반짝 빛나는 삶이 두 손을 비비며 이쪽으로 다가온다.



# 전진만이 예술의 진수에 다가가는 법 - 100p.

우선 말해 두자면, 나는 파괴자가 아니다. 가치가 있을 것 같은 일은 철저히 해야만 하는 타입으로, 사실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밖에 살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나 자신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소설이든 정원 가꾸기든 나는 그것들을 통해 본의 아니게 이 땅에 정착하고 있는 나 자신을 찾고, 존재 이유를 탐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마음의 갈증, 이성의 졸음, 인간 정신에 대한 뿌리 깊은 불만에 시달리고 있는 자아로부터 벗어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 단풍에 취한 하루로도 족하다 - 109p.

살림 냄새 나는 생활 속으로 서슴없이 발을 들이는 위급한 문제들. 여러 모습으로 존재하는 자신 사이에서 생겨나는 싸움. 점점 화석화되고 있는 사는 보람. 혼자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비장한 각오. 제압당해 부서져 버린 인생 그 자체. 행복해지고 싶어 애타는 심정. 아직도 갈망해 마지않는 향락. 이미 미래를 기대할 수 없게 된 피할 수 없는 궁지(窮地). 남들보다 강해지려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패배 일로를 걷는 남은 인생.



# 몸으로 깨달은 것은 평생 남는다 - 120p.

무엇이든 겉만 봐서는 본질에 가까워질 수 없다. 직접 손으로 만짐으로써 처음으로 실태를 파악할 수 있다. 엄청나게 많은 책을 읽고, 컴퓨터가 보여 주는 정보의 바다를 헤엄쳐도 실제 체험이 빠진 지식은 결국 자신의 것이 되지 못한다. 하물며 확고한 진리에 도달하는 것은 몽상 중의 몽상이다. 몸으로 깨달은 것은 평생 남지만 머리로만 얻은 확신은 금방 의문에 흔들리고 부정되어 버린다.

그것은 읽을 수는 있지만 쓸 수 없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읽는 것은 머리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쓰는 것은 정원 일처럼 육체적 노동이 동반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읽는 것과 쓰는 것의 결정적인 차이를 가벼이 여기는 사람이 너무 많다. 양쪽 모두 동일한 지적인 행위로 해석되고, 그러한 오해에서 생긴 낙차에 불필요한 고뇌를 강요당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읽는 것은 감상이고, 쓰는 것은 연주다. 연주를 하려면 당연히 거듭 연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몸에 익히는 노력을 오랫동안 참고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글을 써야 비로소 자신이 보려던 것이 선명해진다. 몸을 쓴 덕에 받을 수 있는 선물인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오체를 통해 현실을 계속 접하는 자세다. 그것 없이 태만한 선택만을 하면 어설픈 정보와 싸구려 지식에 휘둘려 떠밀려 간다. 언젠가는 자신을 잃고 현실의 벽에 부딪혀 나가떨어지는 나약한 인간이 되고 만다. 그리고 곧 도망칠 곳도 잃고, 인생이 교착상태에 빠져 패기를 잃는다. 마음뿐 아니라 영혼까지도 기운을 잃고 축 처지게 된다.

(중략)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투성이, 불쾌한 것투성이, 지긋지긋한 것투성이. 그렇기 때문에 사는 것이 재미있다고 발상을 전환하는 데 성공하지 않으면 진흙으로 만든 인형 같은 일생을 보낼 수밖에 없다.

현실과의 투쟁을 포기하는 생물은 인간 외에 없다. 인간은 문명의 어중간한 발달로 인해 덧없는 행복감에 현혹되고, 불특정 다수의 삶에 자신을 과도하게 맞추려 한다. 그리고 유년기부터 청춘기에 걸친 부모와 사회의 과보호에 의해 자립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물러터진 환상에 젖어 있다. 정원의 초목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치부하면 그뿐이다. 하지만 인간은 실제 사회라는 정글에서 살아남지 않으면 안 되므로 그야말로 위기다.



# 가장 아름다운 장미는 바람에 단련된 것이다 - 130p.

장미가 상징하는 것은 열정이고 희망이며, 사랑이고 도취다. 반면 정원에 몰아치는 바람이 상징하는 것은 대체로 장미와는 정반대의 것이리라. 장미와 바람, 그 둘은 바로 삶 자체를 상징한다. 이 둘의 싸움이야말로 현세를 넘어선 생명 본연의 자세를 시사하는 것이다. 이 쓰라린 세상이 단순히 우연과 인연의 연속에 불과하다고, 혹은 망각의 도움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이라고, 혹은 자기 자신을 저주할 수밖에 없는 끔찍한 지옥이라고 단정 하기 전에, 좋아하는 장미 한 송이를 생각해 보자. 때와 장소에 엄격히 제약 받는 그 장미가 어떻게 가혹한 바람을 견디며 꽃을 피우는지를.



■ 차례


 1월_  버릴 수 없다면 정원사가 되지 마라

 2월_  사철 내내 꽃을 피울 수는 없다

 3월_  한 마리 새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별별 일을 다 겪는다

 4월_  성장하고 싶다면 가지를 쳐내라

 5월_  봄의 들놀이가 수만 권을 읽는 것보다 낫다

 6월_  존재하는 것들의 유일한 명제는 오로지 살아남는 것이다

 7월_  꽃을 돌아보지 마라

 8월_  당신을 타락시키는 유혹은 언제나 당신으로부터 시작된다

 9월_  예술의 진정한 힘의 원천은 생명체 간의 투쟁 그 자체다

10월_  단풍에 취한 찰나로도 충분하다

11월_  현실과의 투쟁을 피할 수 있는 생명체는 없다

12월_  가장 아름다운 장미는 바람에 단련된 것이다

후기_  무죄 선고를 받은 피고인처럼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이영희 옮김

바다출판사, 2015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국내도서
저자 : 마루야마 겐지 / 이영희역
출판 : 바다출판사 201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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