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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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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연 시집]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 사랑의 형태 - 36-37p. 버리려고 던진 원반을 기어코 물어 온다쓰다듬어달라는 눈빛으로숨을 헐떡이며 꼬리를 흔드는 저것은 개가 아니다개의 형상을 하고 있대도 개는 아니다 자주 물가에 있다때로는 덤불 속에서 발견된다작고 노란 꽃 앞에 쪼그려 앉어다신 그러지 않을게, 다신 그러지 않을기울먹이며 돌아보는 슬픔에 가까워 보이지만 슬픔은 아니다온몸이 잠길 때도 읐지만겨우 발목을 찰랑거리다 돌아갈 때도 있다 물풀 사이이 숨은 물고기처럼도망쳤어도 어쩔 수 없이 은빛 비늘을 들키는 풀리지 않는 매듭이라 자신했는데이름을 듣는 순간 그대로 풀려버리는 깊은 바닷속 잠수함의 모터가 멈추고눈 위에 찍힌 발자국들이 소리 없이 사라진다 냄비 바닥이 까맣게 타도록 창밖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는언제나 등 뒤에 있는이 모든 것# ..
[소년이 온다] 당신들을 잃은 뒤, 우리들의 시간은 저녁이 되었습니다. #2장 - 검은 숨 - 67p. 어스름이 내리자 새들이 울음을 그쳤어. 낮에 울던 풀벌레들 보다 가냘픈 소리를 내는 밤의 풀벌레들이 날개를 떨기 시작했어. 완전히 어두워지자, 간밤에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의 그림자가 내 그림자에 닿아왔어. 어른 어른 서로의 언저리를 어루만지다 우리는 흩어졌어. 어쩌면 우린 낮 동안 뙤약볕 아래 꼼짝 않고 머무르며 비슷한 생각에 골몰해 있었던 것 같았어. 밤이 되어서야 몸의 자력으로로부터 얼마간 떨어져나올 힘을 얻은 것 같았어. 그들이 다시 오기 직전까지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어루만졌고, 서로를 알고 싶어했고, 결국 아무것도 알아 내지 못했어. -74p. 썩어가는 내 옆구리를 생각해. 거길 관통한 총알을 생각해. 처음엔 차디찬 몽둥이 같았던 그것,순식간에 뱃속을 휘젓는 불덩..
[유시민의 공감필법(共感筆法)] 쓰는 만큼 공부다! # 독서, 공부, 글쓰기 - 17~18p. 먼저, 공부가 뭘까요? '인간과 사회와 생명과 우주를 이해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는 작업'입니다. (중략)독서는 공부하는 여러 방법 중에서 효과가 특별히 빠르고 확실한 방법입니다. 책에는 글쓴이가 파악한 인간과 세계의 본질, 그 사람이 찾은 삶의 의미와 살아가면서 느낀 감정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책에서 글쓴이의 생각과 감정을 읽고 이해하며, 공감을 느끼거나 반박하고 싶은 욕구를 느낍니다.자기 자신과 세상과 우주에 대해서 무엇인가 새로 알게 되거나, 삶에 대해서 특별한 의미를 발견하거나 어떤 강력한 감정에 사로잡히는 경우, 우리는 그 모든 것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느낍니다. 글쓰기는 '생각과 감정을 문자로 표현하는 행위' 입니다. 감정은 쉼없이 생겼다 스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