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마운틴저널

- http://www.mountainjournal.kr/news/articleView.html?idxno=248

코오롱등산학교 암벽 연수반 1기 수료기

 

처음이란 단어는 사전적으로는 단순히시간적으로나 순서상으로 맨 앞을 이르는 말이지만, 처음이라면 뭇사람들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겨지는 만큼 그 의미는 배가된다.


1969년 인류 처음으로 달 착륙에 성공한 퍼스트맨 닐 암스트롱은 인류의 대부분이 기억하지만, 암스트롱보다 20분 뒤, 두 번째로 달에 도착한 버즈 올드린(Buzz Aldrin)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에베레스트를 가장 처음 오른 에드먼트 힐러리와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는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지만 두 번째로 에베레스트 등정을 성공한 에른스트 쉬미드(Ernst Schmied)와 유르그 마멧(Juerg Marmet)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산악인에게 처음이라는 의미는 역시 남다르다. 남들이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거나, 가장 먼저 앞장서 나아가 위험을 극복하고자 하는 도전의 마음이 처음을 좇는 열정의 근원이리라.


작지만 처음을 꿈꾸는 예비 산악인들과 고급 암벽등반 기술을 습득하고자 하는 클라이머들을 위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통 등산 교육기관인 코오롱등산학교는 지난 9월 암벽 연수반을 신규 개설하고, 6주간 주말 동안 1기의 첫 교육을 진행했다.

 

여러 암벽등반 루트를 오르고 난 후, 인수봉 앞에 모인 암벽 연수반 1기 교육생들 ©코오롱등산학교

 


처음 진행한 암벽 연수반 1기 교육, 전원 수료하며 성공적 운영


첫 주 차 등반 실력 테스트를 시작으로 교육생들은 실력에 맞추어 5개 조로 배정되어 교육을 받았다. 강사 1명당 3인의 교육생이 배정되어 4인 등반 시스템으로 이동 시간을 최소화하고, 하루 평균 3개 이상의 멀티 피치 루트를 등반하는 등 다양한 코스의 암벽 등반 실습을 진행했다. 조별로 담임 강사의 지도 아래 족집게 식 과외라고 할 만큼 철저하게 교육생에게 맞춤 교육이 이루어졌다. 슬랩 등반 실력을 높이고 싶은 교육생을 위해서는 슬랩에서의 무게 중심을 잃지 않고 밸런스를 유지하며 이동하는 방법 및 등반 중 발을 사용하는 기술에 대해 집중 교육을 진행했다. 등반 실력이 뛰어난 교육생 일부는 선등으로 루트를 오르며 안전하게 선등을 하는데 필요한 기술뿐만 아니라 집중력을 높이는 등반 방법도 익혔다.

 

인수봉 써미트 길을 오르며 확보물(BD) 설치 위치를 교육 중인 배대원 강사 ©최원일


 

아두면 데 많은 반 중에 만나는 문제 해결


토요일 실습 교육에는, 등반 중에 만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에 대한 지식을 습득했다. /간접 확보 중 부상자를 내리는 방법, Z 풀리로 부상자를 끌어올리는 방법, 하강 중 로프의 매듭을 통과하거나 다른 로프로 이동하는 방법 및 다양한 방식의 주마링 기술 등을 직접 체험하는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졌다.


대다수의 교육생은 다양한 멀티 피치 등반을 많이 경험할 수 있어 만족스러워했으며, 소규모로 구성된 조별 인원으로 이동과 교육 진행이 빠르고, 수준별로 진행한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또한 연수반이라 하여 자연 암벽 등반에만 치중하지 않고, 주말 이틀 중 토요일은 등반 중 마주할 수 있는 여러 상황들에 대한 교육들이 있었기에 경험만이 아닌 지식도 쌓을 수 있다며 만족했다.


후등자 확보 중 부상자가 발생한 경우의 문제 해결 기술을 교육 중인 최원일 강사와 직접 실습 중인 교육생들 ©차승준



5시 퇴근 종이 울리면


주말 이틀 중 일요일에는 이른 새벽부터 인수봉과 선인봉에 올라 오후 5시 무렵까지 빈틈없이 조별로 암벽 등반 실습이 진행되었다. 비가 오는 악천후에도 위험을 극복하는 방법 등 다양한 교육 진행 후, 예외 없이 5시에 끝난 덕분에 교육생들은 가족과 통화를 할 때 일요일에는 5시 전에 퇴근을 못한다는 우스개 농담을 하기도 했다.


하루 평균 3개 이상의 멀티 피치 코스를 등반하고, 많게는 예닐곱 개의 루트를 등반하며 실력을 단단히 다졌다. 실력만큼이나 우애도 단단히 다지며 6주간의 주말 합숙 교육을 무사히 마친 15명의 교육생은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모두 벅찬 마음으로 과정을 수료했다.

 

인수봉 의대길을 오르고 있는 윤명섭 씨 ©차승준

 

인수봉 써미트 길을 오르고 있는 기자 ©배대원

 

 

암벽 연수반 1기 교육을 성공적으로 마친 코오롱등산학교 양유석 교무는 2019년부터는 봄 시즌으로 확장 운영을 고려하는 등 지속적으로 교육 과정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연수반 교육을 위해 코오롱등산학교 강사진은 기존 숨은벽 루트의 노후화된 체인 및 볼트를 신규로 교체 및 위험 구간에 볼트를 추가했고, 2개의 슬랩 신루트를 개척하여 연수 1, 연수 2길로 명명했다. 돌아오는 봄 시즌에는 인공 등반(일명 볼트 따기) 슬랩 교육을 위한 루트를 추가로 개척할 예정이다.


 

암벽 연수반을 처음으로 수료한 교육생들 또한 각자의 등반 정을 이어가며, 산을 향한 꿈을 계속 키워나갈 것이다.

 


Information. 북한산 숨은벽 암장 - 연수1, 연수2길 개념도

- 연수 1: 길이 30m, 난이도 5.10d

- 연수 2: 길이 25m, 난이도 5.10b, 필요장비 BD C4 0.5~0.75


북한산 숨은벽 연수1, 연수2길 개념도 ©코오롱등산학교


기존 숨은벽 개념도에 연수1, 연수2길을 함께 표기한 개념도 ©코오롱등산학교


Information. 코오롱등산학교 암벽연수반 개요

- 교육 내용 : 북한산 인수봉, 도봉산 선인봉 등지에서 다양한 암벽루트 실전 등반 및 선등 기술, 등반 중 만나는 문제 해결 기술 습득 (6주간 주말 합숙교육)

- 교육대상 : 고급 암벽등반 기술 습득을 원하는 만 19세 이상의 남녀

- 문의처 : 02-3677-8519 (이메일 : kolon_school@naver.com )

- 웹사이트: http://www.kolonschool.com/

 


등반 중에 만나는 문제 해결 기술 7가지

- 코오롱등산학교 암벽연수반 1기 실습내용中 (SEP-OCT 2018)


 1. 고정 선등자 고정 탈출

 2. 직/간접 확보 중 부상자 내리기 : 후등자 내려주기

 3. 직/간접 확보 중 부상자 내리기 : 선등자 내려주기

 4. Z 풀리

 5. 하강 중 매듭 통과

 6. 하강 중 로프 갈아타기

 7. 주마링




1. 고정 선등자 고정 탈출


• 상황 : 뮌터히치(Munter hitch)로 후등자 확보 중 후등자가 추락/돌발 상황이 발생하여 상단의 확보자가 후등자를 고정/확보 시킨 후, 확보자가 탈출

(단둘이 등반하여 먼저 확보점에 도착한 선등자가 확보를 보던 중 후등자를 구출하러 가는 등의 경우) 

• 제동 손: 오른손, 반대 손: 왼손으로 가정


1) 확보를 보던 제동 손(오른손)의 반대 손(왼손)으로 등반줄과 제동줄 두 줄을 동시에 잡는다 


2) 자유로워진 기존 제동 손(오른손)을 이용하여 뮬 매듭(Mule knot)을 만든다

- 이때 주의할 점 : 매듭을 확보점(뮌터히치)에 최대한 가깝게 하여 만약의 슬립(Slip, 미끄러짐) 거리를 최소화한다


3) 뮬매듭 바로 아래에 두 줄로 옭매듭(Overhand Knot)으로 고정한다


4) 옭매듭을 만들고 난 후, 매듭 위 고리와 로프를 카라비너로 연결하여 백업(Back-up)을 만든다


5) 이후 두 손이 모두 자유로워진 확보자는 탈출하여 후등자를 구조하러 이동한다





2. 직/간접 확보 중 부상자 내리기 : 후등자 내려주기 (뮌터히치, 자동 확보 기구)


• 상황 : 오토블록(Auto block)으로 후등자 확보를 보던 중, 후등자 내려주기


1) 자동 제동(Autoblocking)이 된 상태에서, 코드 슬링을 이용하여 등반줄에 푸르지크 매듭(Prusik Knot)을 만든다


2) 푸르지크 매듭을 만든 코드 슬링을 카라비너를 이용하여 볼트/고정 확보점 등에 연결한다

- 이 때 주의할 점 : 확보 기구가 설치된 카라비너와 다른 확보점에 푸르지크 매듭 연결 카라비너를 설치한다


3) 자동 제동된 하강기의 고리에 거스 히치(Girth hitch)로 슬링을 연결한다


4) 다른 확보점에 카라비너 하나를 걸고 카라비너 사이로 위 3) 번의 슬링을 통과시킨 후, 퀵드로우(Quickdraw) 등을 이용하여 확보자의 하네스 빌레이 루프에 연결한다

- 이때 주의할 점: 슬링이 걸린 카라비너는 자동 확보 기구보다 높게 설치한다


5) 위 4)로 설치된 슬링보다 확보자의 확보줄을 짧게 만든다


6) 위 4)에 확보자의 몸 체중을 실어 자동 확보 기구를 살살 들어주며, 줄을 풀어준다. 이때 반대 손으로 푸르지크 매듭을 반복 이동시키며 적당한 속도로 후등자를 하강시킨다





3. 직/간접 확보 중 부상자 내리기 : 선등자 내려주기 (뮌터히치, 자동 확보 기구)


• 상황 : 선등자 확보를 보던 중, 선등자가 추락/돌발 상황으로 확보자가 선등자를 내려준다

- 제동 손: 오른손, 반대 손: 왼손으로 가정


1) 제동 손(오른손)의 반대 손(왼손)으로 확보기를 움켜쥔다 


2) 자유로워진 제동 손(오른손)을 이용하여 뮬 매듭(Mule Knot)을 만든다


3) 뮬매듭 위로 옭매듭(Overhand Knot)를 만든다


4) 옭매듭 윗부분의 고리를 로프에 연결하여 백업(Backup) 한다


5)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코드 슬링을 이용하여 제동줄에 푸르지크 매듭(Prusik Knot)을 만든다


6) 푸르지크 매듭을 슬링, 퀵드로우 등을 이용하여 고정 확보지점에 연결한다


7) 위 4) 백업, 3) 옭매듭, 2) 뮬매듭 순으로 제거한다

- 이때 주의할 점: 마지막 2) 뮬매듭 제거 시, 확보 기구를 반대 손(왼손)으로 잘 움켜쥐고 로프가 빠지지 않도록 하며, 제동 손(오른손)으로 강하게 당겨 매듭을 제거한다. 매듭을 제거한 후 제동 손은 로프를 놓지 않아야 한다


8) 반대 손(왼손)으로 푸르지크 매듭을 반복 이동시키며, 제동 손(오른손)으로 로프를 살살 풀어주며, 선등자를 천천히 하강시킨다


• 이때, 4) 번까지만 수행한 후, 확보자가 탈출하여 구조요청을 할 수도 있다






4. Z풀리 (자동 확보 기구, 푸르지크 매듭, 마이크로 트랙션)


• 상황 : 자동 확보(오토블럭)으로 (아주 무거운) 후등자 확보를 보던 중, 후등자 추락/돌 발상황으로 확보자가 후등자를 끌어올린다


1) 등반줄에 도르래, 롤링락, 마이크로 트랙션(Petzl, Micro Trazion) 등을 설치한다

- 이 때 주의할점: 제동 방향을 잘 확인하여 기구를 설치한다. 모든 기구에는 등반자 모양, 손 모양이 있어 로프를 설치할 때 참고할 수 있다


1-1) 기구가 없을 경우, 코드 슬링을 이용하여 푸르지크 매듭(Prusik Knot)을 짧게 설치한다


2) 위 1)에 카라비너를 이용해 (제동 방향) 로프를 연결한다


3) 위 2)에 연결된 로프를 연결된 카라비너를 이용해 반대편(위쪽)으로 꺾은 후, 위쪽의 확보점에 다른 카라비너를 이용해 연결한다


4) 위 3)에 연결된 로프를 연결된 카라비너를 이옹해 반대편(아래쪽)으로 꺾은 후, 아래쪽 방향으로 나오게 한다


5) 아래쪽 방향으로 로프를 당겨 적은 힘으로 무거운 등반자를 끌어올릴 수 있다

- 이때 주의할 점: 로프를 Z 모양이 되게 꺾되, 각도가 벌어지면 힘이 많이 소모되어 소용이 없으므로, 로프의 꺾이는 지점이 180도가 되도록 방향을 잘 설치한다






5. 하강 중 매듭 통과


• 상황 : 로프 손상으로 손상된 부분을 매듭 (또는) 긴 하강을 위해 로프 연결부위 매듭이 있어, 하강 중 로프의 매듭을 통과해야 하는 상황


1) 로프의 매듭 윗 부분까지 하강한다

- 이때 주의할 점: 너무 매듭에 가깝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2) 매듭 아랫부분 로프를 다리에 3-4번 감아 하강기를 고정한 후, 두 손을 자유롭게 한다. 


3) 로프 중간 매듭의 상단부 + 하강기 윗부분에 코드 슬링을 이용하여 푸르지크 매듭을 설치한 후, 잠금 카라비너를 이용하여 안전벨트(하네스)의 빌레이 루프에 연결한다. 이후 매듭을 적당히 올려준다. 

- 이 때 주의할 점: 푸르지크 매듭으로 연결한 슬링이 너무 짧거나 길면 탈출이 어렵다


4) 다리에 감아 둔 로프를 풀어준다. 위 3) 번에 설치된 푸르지크 매듭으로 더 이상 아래로 하강하지 않고 고정된다. 


5) 로프 중간 매듭의 하단부에 코드 슬링을 이용하여 또 하나의 푸르지크 매듭을 설치한 후, 슬링을 연결하여 딛고 일어날 발 스텝을 만든다. 


6) 위 5) 번에 설치한 발 스텝을 딛고 일어나 위 3)에 설치된 푸르지크 매듭을 적당히 내려준다. 

6-1) 위 6) 번을 반복하여 위 3) 번에 설치된 푸르지크 매듭을 로프 중간 매듭에 닿을 정도로 내려준다. 


7) 위 5) 번을 제거한다. 


8) 로프 중간 매듭 하단부에 하강기를 설치한 후, 하강기를 밀어 올려 체중이 하강기에 실리도록 이동한다. 

8-1) 이때 오버행에 위치하여 발을 딛고 하강기를 밀어올리기 어려울 경우, 위 3) 번의 푸르지크 매듭에 연결된 잠금 카라비너에 슬링을 이용하여 발 스텝을 만들어 이용한다. 


9) 하강기 아랫부분에 뮬매듭 또는 로프를 다리에 3-4번 감아 고정시킨다. 


10) 자유로워진 양손으로 위 8-1), 3)을 차례로 제거한 후, 고정을 풀어 이어 하강한다. 





6. 하강 중 로프 갈아타기


• 상황 : 하강 중 다음 하강 로프의 쌍볼트(확보점)을 지나쳐서 옆 로프로 이동하여 하강을 지속해야 하는 경우


1) 하강기를 뮬매듭으로 고정한다. 


2) 적당한 반동으로 몸을 움직여, 이동할 로프를 손으로 잡는다. 


3) 이동할 로프 쪽에 코드 슬링을 이용하여 푸르지크 매듭을 만든 후, 잠금 카라비너로 안전벨트(하네스)의 빌레이 루프에 연결한다. 이후 푸르지크 매듭을 올려주어 체중이 이동할 로프에 실려 고정되도록 한다. 


4) 기존 로프(하강기가 걸린 쪽)의 뮬매듭을 제거한 후, 하강기와의 연결을 해제한다. 


5) 하강기를 이동할 로프에 연결한 후, 위로 밀어 올려 하강기에 체중이 실리도록 이동한다. 


6) 위 3) 번을 제거한 후, 하강을 계속한다. 

6-1) 3) 번 제거를 위해 양손을 이용할 경우, 뮬매듭 또는 로프를 다리에 3-4번 감아주어 하강기를 고정시킬 수도 있다. 






7. 주마링 (Jumaring, jugging)


• 주마링 : 인공등반에서 프루지크 매듭과 같은 역할을 하는 어센더를 사용해서 고정된 로프를 타고 오르는 기술. 저깅(jugging) 이라고도 함


1) 요세미티 방식


- 주의할 점 : 주마가 로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반드시 백업용 잠금 카라비너를 설치한다. 

- 팁 : 팔힘을 쓰지 않고 주마 스텝(슬링)에 연결된 발로 딛고 일어서서 이동한다




2) 텍사스 방식


* 상세 주마링 방법은 동영상 참조


<요세미티 방식과의 차이점>

- 텍사스 방식은 두 발을 동시에 이용한다. 요세미티 방식은 한 발씩 걸어 전진하듯 이동한다. 


- 텍사스 방식은 수직 상승에 용이하다. 즉 오버행 등, 발을 전혀 쓸 수 없는 곳에서 이용하며, 이용하는 주마도 직벽용으로 상이하다. 요세미티 방식은 어느 정도 슬랩(90도 이하 각도)에서 발을 디딜 수 있는 경우 유리하며, 고산 등반(픽스 로프용) 주마를 이용한다. 




OCT 2018

[원문] 월간산 2016.12월호 (통권 566호) 250~253p. / http://san.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01/2016120102161.html




















등산 경력 1년차, 네팔 히말라야 간잘라피크(5,675m) 정상에 서다

여행 홀릭인 나는 몇 해 전 남미 여행 중, ‘카미노 잉카’ 트레킹을 경험했다. 카미노 잉카는 고대 잉카제국의 수도인 쿠스코에서 마추픽추까지 산길을 따라 이동하는 트레일이다. 이를 계기로 산에 매료되어 이후 매주말 배낭을 메고 산을 올랐다.

산의 매력에 흠뻑 빠져 예정된 수순처럼 암벽등반을 시작했고 조금 더 높은 산, 큰 산을 찾아다니다가 마침내 히말라야를 꿈꾸기에 이르렀다. 히말라야 원정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던 나는 매일 인터넷과 산악 잡지를 들척이며 ‘히말라야’라는 키워드로 모든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발견한 것이 ‘코오롱등산학교, 히말라야 등산과정 4기 모집’이었다. 믿을 만한 조력자를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곧바로 과정에 합류했다. 여기서 히말라야를 동경하는 다른 8명의 동기생들을 만났다. 이후 출국 전까지 국내에서 다양한 이론과 실전 교육을 받았다. 더불어 감압실 훈련을 통해 고소적응까지 차근차근 준비했다.

10월의 마지막 금요일, 드디어 네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카트만두는 ‘빛 페스티벌’이 한창이었다. 축제 열기가 대단해서 거리마다 건물마다 형형색색의 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1 크레바스를 피해 조심스럽게 등반 중인 대원들. 2 간잘라피크 정상으로 이어진 설사면에서 설상등반기술 교육을 받고 있다.
1 크레바스를 피해 조심스럽게 등반 중인 대원들. 2 간잘라피크 정상으로 이어진 설사면에서 설상등반기술 교육을 받고 있다.
이튿날, 본격적인 트레킹을 위해 랑탕 히말라야 지역으로 이동이 시작되었다. 버스로 8시간을 달려 샤브루베시에 도착해 며칠 동안 중간 목표지인 강진곰파를 향해 걷고, 자고, 먹고, 또 걷는 반복의 나날이 이어졌다. 히말라야는 가히 신들의 산책로라 할 만하다. 고도가 올라갈수록 주변은 풀 한 포기 보이지 않고 돌만 무성한데, 돌 틈새에서 빼꼼 얼굴을 내밀고 있는 하얀 솜털 머금은 에델바이스를 만나면 지친 다리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하니, 그야말로 ‘산행진미(山行眞味)’가 따로 없다.

그렇게 며칠을 걷고, 오르기를 반복해서 강진곰파에 도착했다. 다음날 고소적응 차 강진리봉(Kyanjin Re·4,773m)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보니 파란 지붕이 옹기종기 모인 정경이 참 정겹다. 꿈이 손에 잡힐 듯 점점 더 가까워지니 작은 풍경 하나, 스치는 바람 한 올이 더 특별하다.

강진곰파에서 고소적응을 마친 후 베이스캠프로 이동해 일주일간 안락한 생활이 이어졌다. 베이스캠프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무료해진 나는 주변을 둘러볼 겸 인근에 조금 높이 솟은 봉우리에 올랐다. 저 멀리서 우리 그룹의 키친보이 한 명이 한참 떨어진 곳에서 물을 길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만히 서 있어도 숨쉬기조차 어려운 해발 5,000m대 고지대에서 무거운 물통을 짊어지고 하루에도 몇 번씩 그 먼 길을 왕복했을 청년을 생각하니 말문이 탁 막혔다. 내가 이곳에서 매일 먹는 밥 지은 물도, 양치하는 물도 저 청년이 길어왔을 테지. 나는 세수에 삼시세끼 양치질은 물론, 고소순응을 위해서는 이뇨가 중요하다고 해서 시도 때도 없이 커피와 차를 마셨다.

그들보다 조금 더 잘 산다는 이유로, 돈을 지불했다는 이유로, 현지인들을 함부로 대하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을 세상에서 가장 찌질한 진상이라고 생각해 왔다. 나는 늘 미소를 머금고 고상하게 현지인들에게 배려나 예의를 보여 줬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제 보니 해발 5,000m 베이스캠프에서 물 귀한 줄 몰랐던 내가 진상이었다. 생각할수록 부끄럽고 민망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여정이 시작되면서 머리 감는 일과 샤워는 중단했지만, 양치질만은 꼬박꼬박 하려 했었는데 그것도 그날로 그만두었다. 그날부터 나는 강진곰파로 하산할 때까지, 나에게 주어진 하루 1리터의 물을 아껴서 나누어 마셨고, 양치는 하루에 한 번 또는 이틀에 한 번 하고, 당연히 세수는 하지 않았다. 정 꿉꿉해서 못 참을 지경이면, 손수건에 살짝 물을 묻혀 얼굴을 닦아 내는 것으로 끝냈다.

샤브루베시에서 트레킹을 시작, 3일째 되던 날의 풍경. 강진곰파를 향해 가는 길이다.
샤브루베시에서 트레킹을 시작, 3일째 되던 날의 풍경. 강진곰파를 향해 가는 길이다.
간잘라 정상을 품다

드디어 정상에 오르기로 한 날이다. 베이스캠프에서는 해가 뜨면 하루를 시작하고, 해가 지면 잠이 드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지만, 이날만은 예외였다. 정오 이전 정상에 도착하기 위해, 해 뜨기 전에 하루를 시작했다.

“허억허억, 처벅처벅” 거친 숨소리와 크램폰이 눈밭에 박히는 소리만 조용히 메아리친다. 모두들 침묵한 채 고정 로프를 따라 정상을 향해 오르는 데만 몰입한다. 경사가 가파른 설사면 구간을 오르고 나니, 순백의 하얀 눈이 펼쳐진 플라토 지역이 펼쳐진다. 여기저기 크레바스가 입을 쩍 벌리고 있다. 모두들 그 위압감에 눌리지 않으려 애써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숨막힐 듯 아름다운 칼날 능선이 나타나고 김재수 대장의 탄성이 침묵을 깬다.

“이야! 나이프 리지가 기막히네! 멋지다!”

하산 트레킹 도중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필자.
하산 트레킹 도중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필자.
잠시 눈 속 깊숙이 피켈을 고정해 놓고 몸을 기대서서 멍하니 능선을 바라본다. 칼날 능선이 끝나는 지점, 저 멀리 간잘라피크 정상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 다 왔다는 생각이 든 순간, 갑자기 숨이 막혔다. 분명 하얀 눈밭 위에 서있는데 시야가 검게 좁아지는가 싶더니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이 눈밭에 누워서 딱 5분만 잤으면 소원이 없겠다. 낯선 도전을 앞에 두고 한없이 작아진 나를 발견했다.

결국 그 자리에서 다리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놀란 박태원 강사가 달려와서 산소마스크를 물린다. 얼마나 되었을까, 하얀 눈밭에 앉아 한동안 심호흡한 후에야 내 힘으로 두 발로 일어설 수 있었다. 다시 정상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정상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다.

“간잘라피크 정상 등정을 축하합니다!”

김재수 대장의 축하가 귓가에 울린다. 그제야 양 볼에 내려앉은 따사로운 햇살, 콧잔등을 스치는 산산한 바람이 느껴진다.

하산 후 다시 강진곰파마을에 도착했다. 하산길은 오르막의 딱 반절의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히말라얀 베이커리 앞마당을 빌려 텐트를 치고 머물렀는데, 그날따라 빵집의 사우니(주인아주머니를 지칭하는 네팔어)는 초저녁부터 야크 똥을 난로에 가득 넣고 군불을 때워두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전원 등정을 축하하는 마을 잔치가 열렸다. 대원들과 셰르파, 포터, 쿡, 키친 보이, 그리고 마을 주민 일부도 함께했다.

코리안 깐치,  또 다른 꿈을 꾸다

해발 5,300m 플라토에서 벌어진 신혼부부의 깜짝 이벤트. 김윤성, 최경윤 교육생은 신혼여행으로 코오롱등산학교 히말라야 등반과정에 참여했다.
해발 5,300m 플라토에서 벌어진 신혼부부의 깜짝 이벤트. 김윤성, 최경윤 교육생은 신혼여행으로 코오롱등산학교 히말라야 등반과정에 참여했다.
대원들을 위해 묵묵히 일해 준 셰르파를 비롯해 키친보이까지 한 명 한 명 모두의 이름을 호명하며 노고를 치하하고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회포를 풀었다. 현지인들과 어울려 흥겹게 놀았더니, 잔치가 끝난 뒤 내 별명은 깐치가 되었다. ‘깐치’는 여자 막내를 뜻하는 네팔어인데, 나는 강진곰파를 떠나는 날까지 ‘코리안 깐치’로 유명세를 치러야 했다.

셰르파들이 건넨 작별 인사에 나는 또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말았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각자의 길을 걷겠지만, 곧 다시 만나게 되기를 기약한다.

나의 첫 히말라야 경험을 소중한 추억으로 만들어 준 조력자들은, 백전노장 김재수 대장을 비롯해 가족처럼 자상했던 양유석·박태원 강사, 셰르파 텐디, 니마, 밍템바, 빠상 누르보, 빠상 템바.

“나와 같은 꿈을 꾸며 네팔을 찾았던 8명의 멤버들 모두 단네밧(Dhannebad), 감사합니다!  마야 가르추(Maya Garchu), 사랑합니다!”

이렇게 히말라야 고산 등반을 향한 나의 첫 도전은 마무리 되었다. 고소의 두통에 시달리다 내려오니 세상은 참 살 만한 곳이라는 행복한 생각이 든다. 일상으로 복귀한 첫날, 한국에는 68년 만에 슈퍼문이 뜬다고 뉴스가 떠들썩하다. 퇴근길 멍하니 달을 바라보고 있자니, 베이스캠프에서 바라보았던 쏟아져 내릴 듯 하늘을 수놓았던 별들과, 별들을 배경 삼아 히말라야 설산에 걸려 있던 달이 떠올라 또다시 가슴이 요동친다.

신들의 영역이라 일컬어진 히말라야는 오랜 세월 전문 등반가 외에는 꿈도 꾸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였다. 허나 이제 산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히말라야! 발걸음 하나하나 안전한 산행 이어가시기를, 늘 히말라야 신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바란다. 나마스떼!

1 해발고도 5,030m 지점에 설치된 베이스캠프 전경. 2 간잘라피크 정상에서 선 대원과 강사, 셰르파들.
1 해발고도 5,030m 지점에 설치된 베이스캠프 전경. 2 간잘라피크 정상에서 선 대원과 강사, 셰르파들.
코오롱등산학교 히말라야 등반과정 4기

기간
 2016년 10월 28일 ~ 11월 11일(14박 15일)

대상지 네팔 랑탕 히말라야 간잘라피크(5,675m)

강사 김재수, 박태원, 양유석

교육생 강명구, 김윤성, 박건상, 백종민, 이기종, 이제훈, 차승준, 최경윤, 홍성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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