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사람과산 2019 06월호 (Vol. 356)

 

황산리지 러닝빌레이 구간에서 후등자 확보 중인 최원일 강사. 뒤로 바위를 품은 바닷가 마을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바다 위로 내려앉은 청명한 하늘과 구름의 그림자를 보고 있자니 신선놀음을 하고 있는 기분이다.

 

태산이 높다 한들 동해의 노산(崂山)만 못하다

코오롱등산학교(교장 윤재학)가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2일까지 중국 청도(靑島)를 대표하는 명산, 노산(崂山, Laoshan)자락의 황산고(黃山崮, Huangshangu) 암봉에 두 개의 리지 코스를 개척했다. 황산고 암장은 산둥반도(山東半島)의 동서부에 위치해 있으며, 청도시에서 동쪽으로 약 30km 떨어져 있다. 이번 개척 등반에는 총 7명의 강사진(정준교, 최원일, 이기범, 전양준, 문성욱, 배대원, 양유석 교무)이 참여했으며, 김은희(정규반 61기)씨와 필자가 개척진의 말미에서 시험 등반으로 코스를 따라 올랐다.

개척은 '원 푸시 스타일(One-push Style)'로 진행됐다. 원 푸시 스타일은 확보물이 전혀 없는 바윗길을 선등자가 앵커를 만들며 길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황산리지의 선등자는 문성욱 강사가, 노림가리지의 선등자는 이기범 강사가 마탔다. 강사진들은 망설임 없이 자연스러운 등반선을 보여주며 정상까지 안전하게 루트를 개척했다.

코오롱등산학교는 이번에 개척한 황산리지와 노림가 리지를 포함해 중국 청도 황산고 암장과 노산 일원을 등반하는 해외암벽반을 개설했으며, 1기 과정을 2019년 5월31일부터 6월6일까지 진행한다.

 

개척 등반에 앞서 장비와 로프를 점검 중인 정준교, 이기범, 양유석 강사.
정상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는 최원일, 문성욱 강사와 필자

 

바람의 길, 황신리지

황산리지는 바닷가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상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등반 내내 아름다운 바다와 아기자기한 해안 마을, 그리고 평화로운 녹차밭의 전경을 내려가 볼 수 있으며, 각 피치의 종료 지점은 노산의 수려한 경치가 한눈에 들어와 전망이 좋다. 그래서인지 등반의 긴장감보다는 유유자적 평화로운 기분이 이어져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이번 개척등반은 내내 바람이 강하게 불어 모두가 추위로 고생했다. 바닷바람에 꽃샘추위까지 얹어진 강풍에 양 볼이 얼얼할 지경이었다. 지난가을에 파타고니아로 원정등반을 다녀온 문성욱 강사가 '이 바람은 흡사 파타고니아급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황산고를 대표하는 리지인 만큼 결국 '황산리지'라 이름 짓긴 했지만, 바닷바람에 고생을 했던 강사진들은 루트의 이름을 놓고 '바람'을 포함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각설하고, 뺨 때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바람 부는 이른 아침에 황산리지를 데려가시라.

황산리지는 전반적으로 무난한 난이도를 가져, 적은 볼트 수에도 부담 없이 등반할 수 있다. 110m의 긴 구간을 자랑하는 3피치는 러닝 빌레이(Running Belay)를 통해 이동해야 등반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크랙 시작 지점인 4피치는 빌레이 옵션 볼트가 1개 설치돼 있어 편하게 확보를 볼 수 있으나 등반이 제법 까다롭다. 레이백과 재밍을 적절히 섞어가며 올라야 하는데, 살결이 날 선 바위의 까슬함이 손가락을 타고 온몸으로 전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요령을 부려볼까 잠시 망설였지만, 까마득한 선배들이 빌레이를 보고 있어 이내 요령일랑 접어두었다.

마지막 6피치 종료 지점은 볼트가 설치돼 있지 않다. 직접 가로 크랙에 캠으로 확보물을 설치해야 등반이 완료된다. 강사진들에 따르면 황산고의 정기가 흐르는 정상부에 구멍을 내어 볼트를 설치하는 것은 자연에 무례하다고 판단해, 차마 완등 볼트를 설치할 수 없었다고 한다.

황산고 등반 루트 중 우뚝 솟은 황산고 정점의 봉우리에 다다를 수 있는 루트는 황산리지 뿐이다. 처음에는 저곳에 오를 수 있을까 막연하기만 했는데, 상상만 하던 봉우리의 정상에 실제로 오르니 황산의 정기를 한 몸에 받는 것 같은 황홀경에 빠졌다.

 

노림가리지 코스 전경, 자연스러운 등반선을 따라 선등하는 이기범 강사와 확보를 보고 있는 정준교 강사
지난해 코오롱등산학교가 개척한 황산고의 또 다른 루트, 붕자원방래( 朋自遠方來 ) 의 8피치를 오르고 있는 필자.

 

정겨운 노림가리지

노림가리지는 개척진의 현지 숙소 이름(노림가 게스트하우스)에서 따왔다. 게스트하우스에서 황산고를 바라보고 산길을 따라 북벽 방향으로 약 1km 정도 접근하면 좌측에 '황산고 동릉#2 리지'를 마주하게 되는데, 동릉#2의 좌측 골짜기 쪽으로 10분 정도(150m) 오른 후 안부에서 등반을 시작한다.

첫 피치는 슬랩과 크랙으로 이어지는 등반 라인으로, 볼트 2개 이후 우측 크랙을 따라 등반하며 캐머롯 등의 확보장비가 필요하다. 2피치는 수직벽에서 레이백 자세로 클립하며 등반을 시작하고, 우측 능선으로 넘어서면 항아리 모양으로 움푹 페인 종료지점에 도달한다.

3피치는 직선 슬랩을 따라 30도 정도 경사의 평평한 바위 지대를 오른 후, 짧은 직벽으로 이어지는 어려운 구간을 오른다. 완경사 이후 바로 직벽으로 이어지는 등반선이 나오는데, 추락 시 발목 부상에 주의해야 한다. 강사진들은 이 구간에 후등자의 안전을 위해 여분의 슬링을 걸 수 있는 볼트를 설치해두었다.

4~6피치는 비교적 완만한 능선 구간이다. 러닝 빌레이 구간인 4피치의 첫 번째 볼트를 지나면 짧은 클라이밍 다운을 해야 한다. 초보자와 동행할 경우, 경험자가 확보물을 설치하고 뒷줄을 이용해 초보자의 확보를 해주는 것이 좋다. 6피치는 쉬운 슬랩을 지나 오른쪽으로 트래버스 한다. 등반 거리가 길기 때문에 중간 트래버스 구간에 설치된 볼트에 확보를 하고 피치를 나누어 등반 할수도 있다.

노림가리지의 7,8피치는 기존 개척루트인 안타티카 8,9피치와 같다. 7피치는 마지막 크랙 구간에 캠을 설치하고 왼쪽 방향의 슬랩을 이용해 쉽게 오를 수 있다. 크랙 구간은 볼트가 없는데, 벙어리 크랙이라 초보자는 추락의 위험이 크므로 선등자가 크랙 방향으로 진입하며 확보물을 설치하기를 권장한다. 크랙을 지나 3시 방향으로 트래버스를 하게 되는데, 테라스가 좋은 곳이라 피치를 나누어 이곳에서 확보를 볼 수 있도록 볼트를 2개 설치해두었다.

마지막 8피치는 침니 구간으로 배낭을 멘 상태에서 등반이 쉽지 않다. 이 구간을 지나 완만한 슬랩을 지나면 짧은 페이스가 나오는데, 노림가리지에서 가장 어려운 최고 난이도 구간(5.10a)이다. 크럭스를 지나 1시 방향으로는 종료 지점이, 11시 방향으로는 황산리지의 종료 지점이 나온다.

 

갑각석UP반암장(甲角石UP攀岩場)의 면저수고(眼低手高, 5.11a, 28m, 10 bolts) 루트를 오르고 있는 문성욱 강사.
자연스러운 등반선을 따라 선등하는 이기범 강사.

 

바위꾼들의 자투리 시간

귀국에 앞서 반나절의 자투리 시간이 남자, 강사진들은 고민할 여지도 없이 청도 시내 청양구(城阳区)에 위치한 “갑각석UP반암장(甲角石UP攀岩場)”을 찾았다. 갑각석UP반암장은 30m여 미터 높이의 벽으로, 10여개의 루트가 정갈하게 나있는 곳이다. 한국의 삼성산 암장과 비슷한 느낌이다. 개척 등반으로 피로가 쌓였을 법도 한데, 공항에 가야 하는 시간을 재차 확인하며 마지막까지 번갈아 바위를 오르기에 여념이 없다. 불나방이 불을 향해 날아드는 이치를 어쩔 수 없듯, 등반가들의 바위 사랑은 세계 어디를 가든 말리 수 없나 보다.

 

개척 등반에 참여한 코오롱등산학교 강사진들.

 

Information. 황산고(黃山崮) Ridge 

황산고 암장

중국 라오산 구 칭다오 시에 위치한 황산고 암장은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해에 따라 6월)까지 산불방지 입산 제한 기간으로, 사전 등반 가능 기간을 확인해야 한다. 여름철 등반지 접근을 위해서는 가시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수풀이 자란 접근로로 이동해야 하므로 얇은 긴 바지를 입는 것이 좋다. 습도가 높은 날씨의 영향으로 일부 바위에는 이끼가 있어 미끄러우니 주의가 필요하다. 운해의 영향으로 등반 중 해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바닷바람이 상시 불어 여름철에도 체온 조절을 위한 얇은 긴 팔을 필수로 준비해야 한다.

 

황산리지(黃山, Mount Huangshan Ridge)

총 295m, 6피치, 난이도 5.5~5.10a, 필요장비 BD캠 0.5~4호

 

노림가리지(老林家, House of the Primeval Forest Ridge)

총 310m, 8피치, 난이도 5.7~5.10a, 필요장비 BD캠 0.5~3호

 

이동

인천공항~(비행시간 1시간 30분)~청도 류팅 공항~(약 50km, 택시/밴 약 1시간 20분)~게스트하우스~(약 1.3km, 도보 약 30분)~황산고 암장.

 

숙식

王哥庄农贸市场(노림가 게스트하우스) : 약 30명 수용가능. 침대 및 화장실 샤워시설 구비, 조/석식 제공 및 간단한 취사 가능.

 

 

글·사진 차승준

 

[원문] 산 2018 · 5+6 (VOL. 257), 사단법인 한국산악회 회보 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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