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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추억의 책장 · 메모

[겨울가면 봄이오듯 사랑은 또 온다] 노희경이 전하는 사랑과 희망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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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중에서


# 프롤로그 - 2015 겨울, 노희경

말만 남겨진 삶이 아니길

말이 마음을 움직이는 도구이길

말이 목적이 아니길

어떤 순간에도 사람이 목적이길



# 그들이 사는 세상 - 13p.

이상하다

'당신을 이해할 수 없어.'

이 말은 엊그제까지만 해도 내게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였는데,

지금은 그 말이 참 매력적이란 생각이 든다.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린 더 이야기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린 지금

몸 안의 온 감각을 곤두세워야만 한다.

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건 아니구나.



# 그들이 사는 세상 - 24p.

화이트아웃 현상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모든 게 하얗게 보이고

원근감이 없어지는 상태.

어디가 눈이고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세상인지

그 경계를 알 수 없는 상태.

내가 가는 길이 낭떠러지인지 모르는 상태.


우리는 가끔 이런 화이트아웃 현상을 곳곳에서 만난다.

절대 예상치 못하는 단 한순간.

자신의 힘으로 피해 갈 수도 없는 그 순간,

현실인지 꿈인지 절대 알 수 없는.


화이트아웃 현상이, 그에게도 나에게도 어느 한 날 동시에 찾아왔다.

그렇게 눈앞이 하얘지는 화이트아웃을 인생에서 경험하게 될 때는

다른 방법이 없다. 잠시 모든 하던 행동을 멈춰야만 한다.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렇다면 나도 이 울음을 멈춰야 한다.

근데 나는 멈출 수가 없다.

그가 틀렸다. 나는 괜찮지 않았다.



# 꽃보다 아름다워 - 36p.

네가 다시는 날 찾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가 다시 보지 못해도

그게 사랑이 없어서는 아닐 테니까.

그래도 아마 나는...

아주 오래도록 널 기다릴 것 같다.

결코 오지 않는다고 해도

그 시간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널 만나 내 인생 전부를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 굿바이 솔로 - 52p.

사람들은 늘 영원한 사랑에,

변치 않을 사랑에 목을 매며 산다.

계절이 변하는 게 당연하듯,

우리의 마음이 사랑에서 미움으로

미움에서 증오로, 다시 그리움으로

변하는 것 역시 당연한데,

우린 왜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 그들이 사는 세상 - 53p.

6년 전 그와 헤어질 때는 솔직히 이렇게 힘들지 않았다.

그때 그는 단지 날 설레게 하는 애인일 뿐이었다.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그와 함께 웃고 싶고,

그런 걸 못하는 건 힘이 들어도 참을 수 있는 정도였다.

젊은 연인들의 이별이란 게 다 그런 거니까.


그런데 이번엔 미련하게도 그에게 너무 많은 역할을 주었다.

그게 잘못이다. 그는 나의 애인이었고, 내 인생의 멘토였고,

내가 가야 할 길을 먼저 가는 선배였고, 우상이었고, 삶의 지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욕조에 떨어지는 물보다 더 따뜻했다.

이건 분명한 배신이다.


그때, 그와 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들,

그와 헤어진 게 너무도 다행인 몇 가지 이유들이 생각난 건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와 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고작 두어 가진데, 그와 헤어져선 안 되는 이유들은

왜 이렇게 셀 수도 없이 무차별 폭격처럼 쏟아지는 건가.

이렇게 외로울 때 친구들을 불러 도움을 받는 것조차 그에게서 배웠는데,

친구 앞에선 한없이 초라해지고, 작아져도 된다는 것도 그에게서 배웠는데,

날 이렇게 작고 약하게 만들어놓고, 그가 잔인하게 떠났다.



# 그들이 사는 세상 - 56p.

미치게 설레던 첫 사랑이 마냥 맘을 아프게만 하고 끝이 났다.

그렇다면 이젠 설렘 같은 건 별거 아니라고,

그것도 한때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철이 들 만도 한데,

나는 또다시 어리석게 가슴이 뛴다.

그래도 성급해선 안 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일은 

지난 사랑에 대한 충분한 반성이다.

그리고 그렇게 반성의 시간이 끝나면,

한동안은 자신을 혼자 버려둘 일이다.

그것이 지나간 사랑에 대한,

다시 시작할 사랑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지도 모른다.



# 버려주어서 고맙다 - 67p.

사랑에 배신은 없다

사랑이 거래가 아닌 이상, 둘 중 한사람이 변하면

자연 그 관계는 깨져야 옳다

미안해 할 일이 아니다

마음을 다잡지 못한게 후회로 남으면

다음 사랑에선 조금 마음을 다잡아 볼 일이 있을 뿐,

죄의식은 버려라

이미 설레지도 아리지도 않은 애인을 어찌 옆에 두겠느냐

마흔에도 힘든 일을 비리디 비린 스무살에,

가당치 않은 일이다

가당해서도 안될 일이다


그대 잘못이 아니었다

어쩌면 우린 모두 오십보백보다

더 사랑했다한들 한계절 두계절이고,

일찍 변했다 한들 평생에 견주면 찰나일 뿐이다


모두 과정이었다 그러므로 다 괜찮다



# 굿바이 솔로 - 143p.

사람들은 사랑을 하지 못할 때는

사랑하고 싶어서,

사랑을 할 때는

그 사랑이 깨질까 봐

늘 초조하고 불안하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어도 

우리는 어리석게 외롭다.



# 그들이 사는 세상 - 162p.

일을 하는 관계에서 설렘을 오래 유지시키려면

권력의 관계가 없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강자이거나 약자가 아닌,

오직 함께 일을 해나가는 동료임을 알 때,

설렘은 지속될 수 있다.

그리고 때론 설렘이 무너지고,

두려움으로 변질되는 것조차

과정임을 아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 그 겨울 바람이 분다 - 224p.

나는 그 말만은 해야 했다.

상처뿐인 세상에서 인생 별거 아니라고,

그냥 살아지면 살아지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한 나에게,

그래도 너는...

내가 인간답게 살아볼 마지막 이유였는데,

나도 너에게 그럴 수는 없느냐고...

이 허무한 세상,

네가 살아갈 마지막 이유가 나일 수는...

정말 없는 거냐고.



#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 233p.

내가 아는 한 여자

그 여잔 매번 사랑할때마다 목숨을 걸었다

처음엔 자신의 시간을 온통 그에게 내어주었고

그 다음엔 웃음을, 미래를, 몸을, 정신을 주었다

나는 무모하다 생각했다

그녀가 그렇게 모든걸 내어주고 어찌 버틸까 염려스러웠다

그런데, 그렇게 저를 다주고도 그녀는 쓰러지지 않고

오늘도 해맑게 웃으며 연애를 한다

나보다 충만하게


그리고 내게 하는 말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얻었는데,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자신에게 사랑받을 대상 하나를 유기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 그들이 사는 세상 - 247p.

그녀에게 나는 드라마처럼 살라고 했지만,

그래서 그녀한테는 드라마가

아름답게 사는 삶의 방식이겠지만,

솔직히 나한테 드라마는 힘든 현실에 대한 도피다.

내가 언젠가 그녀에게 그 말을 할 용기가 생길까?

아직은 자신이 없다.

그런데 오늘 불현듯, 

그녀조차도 나에겐 어쩌면

현실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싶다.

그녀같이 아름다운 사람이,

나 같은 놈에겐 드라마 같은 환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아니라고 해줄래? 너는 현실이라고.





<겨울가면 봄이오듯 사랑은 또 온다>

노희경

북로그컴퍼니, 2015



겨울 가면 봄이 오듯, 사랑은 또 온다
국내도서
저자 : 노희경
출판 : 북로그컴퍼니 201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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