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노을에 물든 고줌바캉


_히말라야를 향한 카라반 – 67p.

이제 펀치카르에서 베이스캠프까지 이동할 수 있는 네팔의 교통수단은 아무것도 없다. 오직 인간의 다리뿐이다. 돈을 벌기 위해 무거운 짐을 지고 하루에 몇 시간씩 걸어야 하는 이들 원주민들은 단지 산이 좋아서 한 푼의 수익도 생기지 않는 등산에 혼신을 쏟는 우리를 과연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이들은 짐을 지고 따라오면서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산속 어딘가에 묻혀 있는 보물을 찾아 나서는 거라고.


_등반을 포기할 것인가, 속행할 것인가 – 81p.

산에 함께 오르던 동지를 눈앞에서 잃는다는 것은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괴롭고 슬픈 일이다. 워낙 심하게 다쳐서 목숨을 잃을 줄 알았던 이리사와 대원이 완전히 회복했다는 소식에 대원들의 사기는 크게 올라갔다. 그건 등정에 성공했다는 소식 못지않게 우리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그로부터 며칠 수, 대장은 텐트 속에서 등반을 속행하느냐 중단하느냐를 놓고 고심하고 있었따. 대장은 모든 대원들의 의견을 들었다. 나는 당연히 속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산은 위험하다. 하지만 등반이란 그 숱한 위험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건 어쩌면 당연히 겪어야 하는 일이다. 여기서 그냥 포기하고 돌아선다면 이리사와 대원의 사고는 아무 의미도 없이 허무하게 묻혀버릴 것이다. 



# 마터호른의 검은 십자가


_마법사의 모자 위 – 105p.

스위스 쪽에선 대개 마터호른이라는 독일식 이름으로 부르지만, 이탈리아 쪽에서는 세르비노라고 부른다. 스위스와 이탈리아 쪽에서 바라보는 마터호른의 모양새는 제각각 아주 딴판이었기 때문에 국가마다 이름을 다르게 부르는 걸 충분히 수긍할 수 있었다.



# 아프리카의 하얀 탑

_4등석 배표를 끊어 아프리카로 – 113-114p.

“어디로 가는 거야?”

“산을 타려고 아프리카에 간다.”

“어떤 산에 올라가려고?”

“킬리만자로와 케냐 산.”

“그런 산은 모르겠다. 근데 왜 산에 올라가는 거지? 거기에 뭐가 있는데?”

“아무것도 없어. 그냥 좋아서 올라가는 것뿐이야.”

“어째서 산이 좋다는 거야?”

이들은 아프리카에 살고 있었지만 킬리만자로란 이름조차 몰랐다. 그런 산은 이들이 살아가는 데 아무 쓸모가 없었다. 이들은 산에 오르는 이유가 뭔가 돈이 될 만한 게 어딘가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여기는 것 같았다.

“그저 산이 좋아서 놀이 삼아 산에 오르는 거야.”

그렇게 말해도 도무지 믿으려 들지 않았다.

“놀이 삼아 산에 오르려고 일본에서 일부러 찾아오면서, 왜 인간 취급도 받지 못하는 이런 4등 선실을 타고 가는 거야?”

이들의 논리는 타당했다. 자신의 생활을 희생하면서까지 속 편하게 놀러 다닐 수 없는 처지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_난유키의 흑인 아가씨 – 146p.

물론 단독등반은 무모하기 짝이 없고, 반드시 예기치 못한 위험이 뒤따른다. 당연히 사람들의 충고나 의견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그 충고나 의견에 무조건 따르기만 해선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남들의 얘기만 듣고 단념하거나 우왕좌왕하지 말고 스스로 직접 피부로 느끼며 맞부딪혀야 한다. 그래서 불가능하다 싶으면 물러나고, 가능하다 싶으면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이것이 케냐 산 등반에서 얻은 교훈이었다. 이번 등반은 몽블랑, 마터호른의 단독등반보다도 훨씬 더 인상 깊은 산행이었따.



# 잊을 수 없는 사람들


_병상의 고독 – 162-163p.

그날부터 침대에 멍하니 드러누워 지내야 했다. 무릎의 통증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었지만, 나름대로 세워놓은 목표가 허물어졌다는 사실이 분하고 안타까웠다. 내년에는 그린란드에 찾아가 북극을 경험하고, 또한 남미 최고봉 아콩카과에 올라가려고 잔뜩 벼르고 있었는데 말이다.

어차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자 비참한 심정을 가눌 수 없었고, 나라는 인간 자체가 미워지기까지 했다. 앞길이 막막해지면서 내 인생은 한없이 깊은 바다 속으로 자꾸만 가라앉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_잊을 수 없는 사람들 – 179-180p.

유럽에서 떠나는 이 마지막 여행이 끝난 뒤에 일본으로 돌아가면 생존을 위해 어떤 길을 택해야 하는가? 올해야 말로 내 인생의 길을 결정하는 중요한 해다. 지금의 나는 확실한 자신감을 갖고 밥벌이를 위해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일본 귀국을 앞두고 있는 지금, 진로는 오리무중, 어떤 확고한 신념도 품지 못한 상태이다. 남미 여행이 끝난 뒤에 펼쳐질 생활이야 말로 진짜 생활이다. 아콩카과 등반이 아무리 어렵고 괴로울 망정, 단독등반이 아무리 그럴듯한 모험이 될망정 그것은 내 인생에서 잠깐 스쳐 지나가는 하나의 놀이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어떠한 일거리든 정식으로 직업을 갖고 있어야만 제대로 인간 구실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살아갈 가치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 나 역시 뭐가 뭔지 종잡을 수 없는 방랑과 등산은 결코 직업이 될 수 없다. 지금껏 무언가 철학이 있어서 산에 오른게 아니다. 단지 마음속에서 뭔가가 용솟음쳐서 산에 올랐을 뿐이다.



# 5대륙 최고봉 답파


_마지막 남은 최고봉 – 283p.

지금 이 시대의 지구상에서 ‘모험’이나 ‘탐험’이란 단어를 내걸고 도전할 만한 미지의 세계는 거의 사라져버렸다. 등반 세계에서는 더더욱 찾기 어려워졌다. 세계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산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역시 1953년에 힐러리와 텐징에 의해 정상의 신비가 벗겨졌다. 이제는 어느 산에 올라가더라도 이미 인간의 냄새가 풍기고 있다. 그래서 등산의 역사에서도 ‘철의 시대’ 라든가 ‘벽의 시대’라는 신조어가 말해주듯이 미답봉에 도전하기 보다는 기존의 루트가 아닌 고난도의 루트에 도전하는 바리에이션 루트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내가 추구하는 단독등반도 하나의 새로운 등반 형태로서 미지의 세계로의 탐구와 가능성에 도전하기 위한 것이다. 조금 더 거창하게 떠벌리자면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도전인 것이다. 여러 사람이 한데 어우러져 산에 오르는 경우에는 산을 즐기고 음미하려는 본래의 목적 이외에도 개인이나 소수의 인원으로는 실현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목표를 힘을 합쳐 달성하즈는 뜻이 깃들어 있게 마련이다.


_고독한 산 – 304p.

에베레스트의 로체 패스에 오르는 길목과 마찬가지로 얼음으로 뒤덮인 급사면이었으나 크램폰이 빙벽에 척척 달라붙어 오전 10시 반에 북봉과 남봉의 안부인 데날리 고개(5560미터)에 비교적 쉽사리 도착했다. 그곳에서부터는 평탄한 능선길이 정상을 향해 뻗어 있었다. 나는 크램폰의 발톱이 눈얼음에 박히는 경쾌한 소리를 들으면서 카힐트나 빙하, 문들로 빙하, 그리고 포레이커, 피크헌터의 하얀 산봉우리들을 바라보며 눈이 하얗게 덮인 능선을 한발 한발 걸어 올라갔다.

정상으로 착각했던 4개의 산봉우리를 넘어 6194미터의 매킨리 정상에 올라선 시각은 오후 3시 15분.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은 의외로 단조로웠다.

카힐트나 빙하지대의 베이스캠프를 떠난 지 7일째 되는 날, 마침내 나는 매킨리 정상에 올라섰다.



# 해설: 유쾌한 방랑자의 초상, 심산


_자유와 방랑을 갈구하는 배낭 여행자들의 맏형 – 338p.

고대 인도철학에서는 인간을 ‘삶을 고행으로 받아들이는 자’와 ‘삶을 여행으로 받아들이는 자’로 나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에무라 나오미야말로 ‘삶을 여행으로 받아들이는 자’의 세계 챔피언감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 유쾌한 방랑자의 젊은 초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 바로 <청춘을 산에 걸고>다. 그의 시신이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도 내게는 예사롭지 않게만 느껴진다. 지금도 그가 이 별의 어느 후미진 오지를 예의 그 소년같이 천진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마냥 걷고 있을 것만 같다.

우리들 모두의 가슴속에 숨어 있는 방랑에의 역마살을 일깨워준 그에게 축복 있으라!



# 20세기 최고의 모험가, 우에무라 나오미(植村 直己, うえむら なおみ, 1941. 02. 12 ~ 1984. 02. 13)


1970년 한 산악인에 의해 세계 등반사에 새로운 역사가 쓰여진다. 세계 최초로 5대륙 최고봉 등정. 등정자는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모험가. 스물아홉 살의 젊은이 우에무라 나오미였다.

유럽 최고봉 몽블랑[각주:1](4808m) 등정에 이어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5895m), 남미 최고봉 아콩카과(6961m)가 이 5척 단신의 방랑자에게 길을 내준다. 그리고 일본인 최초로 아시아 최고봉이자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48m) 정상에 선다. 이제 남은 것은 북미 최고봉 매킨리(6194m). 그떄까지 4인 이하의 등반을 금지하고 있던 미국에서도 에베레스트까지 오른 이 희대의 산악인에게는 예외적으로 단독등반을 허락한다. 1970년 8월 26일, 마침내 그는 인류 최초로 5대륙 최고봉을 오른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다.

그러나 그의 모험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아마존의 원류에서 하구까지 6000킬로미터를 뗏목을 타고 60일 만에 주파하는 등 그의 모험은 끝이 없었다. 수직의 산에서 수평의 극지로 무대를 옮겨오자 산에서 얻은 경험을 살려 자신의 꿈을 확장해나갈 무대 또한 끝없이 넓어졌다. 그는 에스키모인들과 1년간 극지 생활을 한 후 이제 막 결혼한 신부를 남겨두고 개썰매를 이용해 북극권 1만 2000킬로미터를 단독 종단함으로써 북극점 최초 단독 도달이라는 기록을 세운다. 일본 열도 3000킬로미터를 도보로 종단해 52일 만에 완주하기도 한다.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나오미의 모험은 그러나 매킨리에서 중단된다. 마흔넷이 되던 해인 1984년 2월 13일, 세계 최초로 매킨리 동계 단독등반에 성공한 다음 하산하던 중 아사히 텔레비전과의 교신을 끝으로 소식이 끊긴 것이다. 그가 파놓은 설동도 발견되고 그가 떨군 장비들도 수거되었지만 시신만은 끝끝내 찾을 수 없었다. 살아서 돌아오는 것이야말로 훌륭한 도전이라고 아내를 안심시키고 떠났던 그의 마지막 모험이었다.



- 7대륙 최고봉 : https://en.wikipedia.org/wiki/Seven_Summits / http://www.sisu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534 

- 7대륙 2위봉 : https://en.wikipedia.org/wiki/Seven_Second_Summits 

- 7대륙 3위봉 : https://en.wikipedia.org/wiki/Seven_Third_Summits 



<청춘을 산에 걸고>

우에무라 나오미 지음, 김성연 옮김

마운틴북스, 2008



청춘을 산에 걸고
국내도서
저자 : 우에무라 나오미 / 김성연역
출판 : 마운틴북스 2008.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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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몽블랑(4808m)은 알프스 최고봉으로 알려져 있고, 유럽 최고봉은 엘부르즈(Elbrus, 5642m)로 알려져 있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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