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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추억의 책장 · 메모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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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ri Matisse.  The Three Sisters. 1914.  Oil on canvas. 91 x 74 cm. Musé de l'Orangerie, Paris [Henri Matisse. The Three Sisters. 1914]

열광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들은 독서와 삶을 동일시하는 유혹에 아주 쉽게 그리고 기꺼이 굴복한다. 플로베르는 자신의 소설 속 여주인공인 가련한 보바리 부인을 유혹 때문에 파멸하도록 만든다. 그녀는 잘못되고 저속한 책의 희생자일 뿐만 아니라, 책을 일종의 신탁으로 착각하도록 만든 자아 기만의 희생자이기도 하다. 마치 진리가 다른 사람에 의해서 다 만들어진 채로 제공되는 음식이고, 우리는 찬장에서 그것을 끄집어내어 먹기만 하면 되는 것이기라도 한 것처럼.
책 읽기는 삶을 살고 견디도록 이끌고 고무하는 것이다. 독서를 삶과 동일한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책에서 치유력을 빼앗는 것이며 열정에서 고통의 원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앙리 마티스
세 개의 별 같은 여자들은 다양한 신화적 연상을 허용한다. 우아함을 상징하는 세 명의 로마 여신, 원래는 세 명이었다가 아홉 명으로 늘어난 예술의 수호신인 뮤즈 그리고 고대 신화에 나오는, 생명의 줄을 짜고 연장시키고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끊어버림으로써 인간에게 운명을 나누어준다는 운명의 세 여신이 떠오른다. 마티스의 회화는 이런 연상 작용과 벌이는 일종의 유희다. 그러니 누가 알겠는가? 세 자매는 지금 이 책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다른 책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지루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우리는 눈을 쳐들어야만 했어요.

     우리의 얼굴에는 핏기가 사라졌어요.

     하지만 우리가 굴복하게 된 대목이 나왔어요.

     그것은 몹시 갈망하던 입술에 사랑하는

     남자가 입을 맞추는 대목이었어요.

     그 대목에서 여기 이분이 내 입술에 입을 맞추었어요.

     결코 나를 떠나지 않을 이분이, 몸을 떨면서 내 입술에.

     (... ...) 그날 우리는 더 이상 책을 읽지 못했어요."


단테의 <신곡>의 <지옥편>에서..

프란체스카가 단테에게 자신과 자신의 애인 피올로가 서로

기사 랜슬롯의 사랑이야기를 읽어주었던 부분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슈테판 볼만 지음, 조이한·김정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06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그림을 통해 읽는 독서의 역사
책과 책읽기의 역사에 대해서 그림('책 읽는 여자' 그림)의 해설과 곁들여 재미있게 기술되어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소리 내지 않고 읽는 독서가 아주 당연한 것이지만 고대에는 커다란 소리를 내거나 혹은 최소한 낮은 소리로라도 책을 읽어야만 했다. 독서는 침실에서만 이루어지던 것에서19세기 중반 이후 책과 공공 도서관 과 독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특권의 상징이 아니라 국민의 의무가 되면서 결국 책과 결부된 '나만의 책'이라는 느낌이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수십, 수백만권의 책이 쏟아져 나오고 서점, 도서관도 주변에 많아 원하는 책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그 중에는 양서도 있고 그렇지 못한 책도 있다. 그래서 좋은 책과 그렇지 못한 책을 구분하기가 힘들고 좋지 못한 영향을 받을 수도 있기에 인터넷 서점엔 수많은 서평들이 존재하고 비평가들이 존재한다.

나도 매너리즘에 빠지면서 해답을 책에서 찾으려고 노력했고, 그렇지 않을 때에도 주로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곤 한다. 그렇지만 나도 솔직히 좋은 책을 고르는 노하우는 추천과 베스트 셀러에서 고르기다. 세미나 또는 강의를 들으며 추천되어지는 책. 책 속에서 추천하는 책. 주변 지인들의  추천 도서. SERI 추천도서. 베스트셀러 등. 책을 따라 책을 링크타며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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