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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추억의 책장 · 메모

부모님 살아 계실 때 꼭 해드려야 할 4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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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형제들이 모이면 아이들 교육 이야기부터 시작해
각자의 직장 이야기에, 집장만과 재테크 이야기, 정치이야기,
연예인 가십거리에 이르기까지 온갖 이야기꽃이 만발한다.
그런데 그렇게 한창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니
방금 전까지 계시던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어느새 조용히 혼자서 방에 들어가버리신 것이다.
"우리끼리만 너무 시끄러웠나?"
 
 
큰아들이 먼저 아버지 방문을 두드리고 들어가
아버지 눈치를 살피며 맥주나 한잔 하시자고 청했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마다하셨다.
이런 적이 없으셨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뭔가 마음이 상하신 게 분명하다 싶으니
형제들간의 떠들썩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고 말았다.
 
 
아버지 방에서 나온 큰아들이 걱정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까 바둑 두자고 하셨는데 안 둬서 화가 나셨나?"

작은 아들도 거들고 나왔다.
"아까 집값 얘기를 나눌 때 자꾸 엉뚱한 말씀만 하셔서
 모르시면 가만 계시라고 했는데,
 그때부터 조용하셨거든. 그것 때문에 화나셨을 거야."

그러자 큰딸도 한마디했다.
"아니야. 아버지 방에 새로 산 점퍼가 걸려 있길래,
 애들이나 입는 걸 사셨냐고 뭐라 그랬거든.
 아무래도 그것 때문에 기분 상하신 것 같아요."

며느리도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
"아니에요. 저 때문인가 봐요.
 애한테 사탕을 주시길래 제가 깜짝 놀라서 말렸거든요.
 요즘 치과에 다니고 있어서 그랬는데,
 너무 정색하고 말씀드렸나... ..."

작은딸도 거든다.
"실은... ... 조금 전에 아버지가 하도
 한 얘기를 또 하고 또 하셔서 그냥 부엌으로 가버렸거든요.
 그래서 속상하셨나봐."


형제들의 근심 어린 자책이 이어졌지만 어떤 이유로
아버지가 토라지셨는지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없었다.
그저 다섯 남매가 한꺼번에
아버지 방에 우르르 몰려가 사과와 애교를 섞어
기분을 풀어드리는 것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아무 말씀 없이 웃음만 보이셨다. 다행이었다.


# 부모님과 대화를 나눌 때는 조금 더 섬세해져야 합니다.
   무심코 던진 말이 부모님의 마음을
   다치게 만들 수도 있으니까요.
   행여라도 "그것도 몰라?" "모르면 가만 계세요."
   라는 말은 꺼내지도 마세요.
   가뜩이나 외로운 마음에 서러움만 더해질 수 있으니까요.
   맞장구치기, 지루해도 끝까지 들어드리기,
   종종 짜증도 내고 때로는 부딪혀보기,
   부모님 이야기에 귀기울여 가슴으로 들어보기,
   이것이 부모님과의 대화법의 핵심이지요.

- 217 p. ~ 221 p.




누구도 처음부터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들이지는 못한다.
믿고 싶지 않아 부정하고,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느냐며 분노한다.
그렇게 지옥 같은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서서히 현실과 타협하며
마지막임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죽음에 직면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리워한다.
과거에 사랑을 나누었던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고,
자신의 잘못으로 어긋난 사랑의 관계를 회복시키고 싶어한다.
그들은 화해하고 용서하고 용서받고 싶어한다.

- 35 p.

 
 

<아침편지 고도원
 부모님 살아 계실 때 꼭 해드려야 할 45가지>
고도원 엮음, 김선희 그림
나무생각,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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