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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추억의 책장 · 메모

내 생애 단 한번(때론 아프게, 때론 불꽃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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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작성: 06/22/2007]


 

나한테 속지 마세요.

내가 쓰고 있는 가면이 나라고 착각하지 마세요.

나는 몇 천 개의 가면을 쓰고 그 가면들을 벗기를 두려워한답니다.

무엇무엇하는 '척'하는 것이 바로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죠.

만사가 아무런 문제없이 잘 되어 가고 있다는 듯,

자신감에 가득 차 있는 듯 보이는 것이 내 장기이지요.

 

침착하고 당당한 멋쟁이로 보이는 것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임이지요.

그렇지만 내게 속지 마세요.

나의 겉모습은 자신만만하고 무서울 게 없지만,

그 뒤에 진짜 내가 있습니다.

방황하고, 놀라고, 그리고 외로운.

그러나 나는 이것을 숨깁니다.

아무도 모르는 비밀입니다.

나는 두렵습니다,

나는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래서 나는 당당함의 가면을 쓰고 필사적인 게임을 하지만,

속으로는 벌벌떠는 작은 아이입니다.

... ...

 

하지만 그럴 때, 내가 말하는 것에 속지 마세요.

잘 듣고 내가 말하지 않는 것, 내가 말하고 싶은 것,

내가 말해야 하지만 할 수 없는 것들을 들어주세요.

... ...

 

그렇지만 나는 가면 뒤에 숨어 있는 것이 싫습니다.

나는 내가 하고 있는 게임이 싫습니다.

나는 순수하고 자유로운, 진짜 내가 되고 싶습니다.



<내 생애 단 한번(때론 아프게, 때론 불꽃같이)>

장영희 교수 지음

샘터사,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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