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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추억의 책장 · 메모

바보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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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작성: 22/12/2007]



오늘 날은 노력없는 대가를 바라는 풍조가 만연해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강도근성이나 거지근성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과 다르지 않습니다.
'나도 공짜가 좋아'라는 광고가 당연지사로 받아들여질 정도 입니다.
남다른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남다른 보람을 기다리는 사람은
훔쳐온 플라스틱 꽃나무에 나비가 날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람과 같습니다.

하나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하루 스물네 시간을 주셨지요.
백일홍에게도 하루 스물네 시간을 주셨고 만년청에게도 하루 스물네 시간을 주셨습니다.
구정물, 개똥참외, 조약돌, 해바라기, 유령난초, 모래알, 게아재비, 구공탄, 생명이 있거나 없거나
부피가 작거나 크거나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 하루 스물네 시간을 주셨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루 스물 네 시간이라는 시간의 감옥 속에 감금되어 있지요.

하지만 자비롭게도 하느님은 스물네 시간을 쓰는 방식만은 각자의 자유의지에 맡겨두셨습니다.
스물네 시간을 튀겨 먹든 볶아 먹든 네 마음대로 해도 되느니라.
하지만 개떡같이 쓰면 개떡 같은 일이 생기고 꿀떡같이 쓰면 꿀떡 같은 일이 생긴다는 사실을 명심하여라.
물론 성경에는 없는 말입니다. 지천명 인생을 살아오면서 체험으로 알게된 말입니다.

세상은 노력 없는 대가를 바라는 사람들에 의해서 황폐해지고
대가없이 노력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아름다워집니다.
어떤 사람들은 스물네시간을 자신을 위해 쓰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스물네 시간을 남을 위해 쓰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일하는 시간보다 휴식하는 시간이 더 많고,
어떤 사람은 휴식하는 시간보다 일하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어떤 사람이 세상을 꽃밭으로 만드는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세상을 똥밭으로 만드는 사람인가는 그대 자신이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그대가 만약 진실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싶다면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 잠을 줄이고 남을 위해 대가 없는 노력을 기울이는 정원사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밤이 깊었습니다.
오늘이 가고 내일이 옵니다.
그러나 지나간 비디오 테이프는 되감을 수 있어도 지나간 시간의 테이프는 되감을 수 없습니다.
그대의 오늘은 비록 허망하였더라도 그대의 내일은 진정 기쁨이 함께하길 빌겠습니다.


<바보바보>
글,그림 이외수
해냄출판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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