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밥으로 소주를 - 19p.

어디서나 밥보다 술에 먼저 손이 가는 이들이 마을에 두엇 더 있습니다.

한결같이 여리고 순한 사람들입니다.

세상 사람들보다 술기운이 더 따뜻하고 살가웠던가 봅니다.




# 지지 말라고 - 33p.

시린 겨울의 짧은 한낮을 밝히는 햇볕이 이야기합니다.

겨울도 간다고. 봄을 이긴 겨울 없다고. 봄볕에 가랑잎 먼저 더워질 거라고.

이 계절은 누구에게나 힘겹다고. 그러니, 외로움에 지지 말라고.




# 답지 못하다 - 62p.

'답지 못하다'는 말 자주 하지요?

아이가 아이답지 못하고, 젊은이가 젊은이답지 못하고,

어른이 어른답지 못한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 화택 - 68p.

세상이 무서워집니다.

깊고 짙은 외로움이, 화택 세상을 사는 우리들의 내면입니다.

외롭게 죽어가고, 외롭게 싸우고, 외롭게 견디는 게 인생인가 싶기도 합니다.




# 속없는 것! - 69p.

- 개똥 같은 시대에도 꽃이 핀다. 속도 없는 것!

무고하게 죽기도 하는 세상이지만,

산 것들 꽃처럼 아름답고, 꽃처럼 행복하고, 꽃처럼 속없이 살아가기를.




# 사는 동안 꽃처럼 - 74p.

그저 그만 한 높이에 피어나는 꽃의 화사한 만개는,

갓 낳은 어린 생명을 보듬은 세상 모든 어미들의 눈웃음처럼 넉넉해 보입니다.

우리 모두 그렇게 세상에 왔습니다.




# 희망 - 93p.

눈물 젖은 '희망'이,

슬픔이 가득해 있는 우리 시대 위로 천천히 떠오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 사내가 몸을 던진 것은, 부엉이 바위가 아니라, 대중의 마음이었습니다.




# 풀벌레 소리 - 149p.

철거, 정비! 빌어먹을! 그래도, 이 밤에, 풀벌레 소리 자욱합니다.

생명 있는 것이니 이렇지!

- 사랑이 어디, 자리 가리고, 자리 보아가며 뜨거워진다더냐?

그렇게 이야기하는 듯 싶었습니다.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판화가인 이철수는 1981년 첫 개인전 이후 1980년대 내내 탁월한 민중 판화가로서 이름을 떨쳤다. 1990년 무렵부터 자기 성찰과 생명의 본질에 대한 관심으로 판화 영역을 확대해간 그는 그 후 일상과 자연과 선(禪)을 소재로 한 새로운 작품에 몰두해왔다. 단아한 그림과 글에 선(禪)적인 시정과 삶의 긍정을 담아내는 이철수의 판화들은 '그림으로 시를 쓴다'는 평판과 함께 폭넓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1981년 이후 국내의 주요 도시와 독일, 스위스, 미국 등지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새도 무게가 있습니다』, 『소리 하나』, 『배꽃 하얗게 지던 밤에』등 판화 산문집, 『이철수의 작은 선물』, 『생명의 노래』 등 판화집과 엽서 모음집 『밥 한 그릇의 행복 물 한 그릇의 기쁨』, 『가만가만 사랑해야지 이 작은 것들』, 『자고 깨어나면 늘 아침』,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를 출간했다.

지금은 충북 제천 외곽의 농촌에서 아내와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판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철수의 집 www.mokpan.com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 당신이 있어 고맙습니다>

이철수 지음

삼인, 2009


당신이 있어 고맙습니다
국내도서
저자 : 이철수
출판 : 삼인 200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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