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IE ACADEMY - 여행을 기록하다

[여.기] 2주간의 반짝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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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소현 기자의 기고를 위한 여행글 쓰기, 글쓰기 과제




책임을 진다는 것은,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다짐한 것들이 있었다. 사생활을 소재로 삼지 않을 것. 글을 무기로 삼지 말 것. 그 외 몇 가지. 잘 쓰기 위한 이런저런 다짐만 수백 번. 그런데 늘 그렇듯, 오늘도 몇 번을 다시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그저 신세한탄으로 돌아와…… 작가들의 일필휘지가 마냥 부러울 뿐이다.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두고 글을 쓰는 '작가 친구'를 만났다. 좋아하는 글쓰기를 마음껏 하고 싶지만, 늘 생업인 ‘회사’와 부업인 ‘글’ 사이에서 줄타기 중인 나는, 안정적인 대기업을 마다하고 업을 전향한 그녀의 결심을 높이 사고 있던 터였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서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녀는 “그냥 책을 냈다고 해서 작가라고 부를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내게 작가의 의미를 설명하려 애쓴다. 그녀에게서 작가를 향한 경외가 보였다. 글로 뭇 사람들의 가슴 깊은 곳에 내려앉는 작가들에게 표현해야 할 마땅한 경외감이었다. 동의한다. 작가의 글은 문장 하나 하나에 책임감이 녹아있다. 글의 힘은 실로 대단해서 한 사람의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지. 나 또한, 공지영 작가의 글을 읽고 시국에 분노하기도 했고, 안도현 시인의 섬세함에 늘 먹던 음식이 새롭게 보일 때가 있었다. 때로는 류시화 시인의 노랫말 같은 기행을 읽으며 인도 여행을 계획했고, 김훈 작가의 문장을 따라 호흡하다가 작가의 꿈을 꾸었으니…… 작가의 글은 내 삶에도 실로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쓰디쓴 커피 한 모금을 들이키며, 내 글은 과연 얼마나 책임감이 있는지 곱씹어 본다. 최근 제법 기고 횟수가 늘고, 작지만 고료도 받게 되면서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었다. 욕심이 늘어나니 세상 만물 담아내고 싶은 것은 많아지고, 글에 사족은 더 늘어만 갔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어떻게 내려앉을지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렇다! ‘작가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 글에는 ‘책임감’이 부족했다! 남 생각을 하기에 나는 너무 아등바등 바쁘게 살고 있다고 핑계를 대어보지만, 속으로는 내 문장에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는 건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나도 작가들처럼 잘 쓰고 싶다…...’ 그렇다고 글 잘 쓰는 데에만 매진하기에는, 먹고 살 걱정은 누가 대신 해주는 게 아니잖냐. 아…… 내 인생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 


커피잔이 바닥을 드러내고, 정해진 것 없는 하루가 또 흘러간다. 그녀는 아니라고 하지만 나에게 그녀는 여전히 '작가 친구'다. ‘작가’의 의미야 다르면 어떠한가…… 문학소녀처럼 책 읽을 때 마냥 행복해하고, 오늘도 열심히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는 그녀. 글을 쓰는 데에만 온 마음을 오롯이 쏟을 수 있는 그녀가 나에게는 부러운 존재, '작가'다.



.  以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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