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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은 인생이나 마찬가진다. 한 번 태어난 인생을 어떻게 취소하겠나. 한 번 오르기로 한 산은 올라가야 한다. 뭔가가 내 속에서 나를 격려하고 있었다. - 66-67p.
위기의 장점은 극한의 집중을 불러낸다는 것이다. 나는 그 칼날 능선 위에서 오로지 살아 돌아간다는 것만을 생각했다. 이전까지 겪었던 후회는 머릿속으로 들어올 틈이 없었다. 능선의 한 구비를 다 올라가자 또 한 구비가 눈앞에 버티고 서 있었다. 그 구비를 다 올라가자 또 한 구비가. 그렇게 열 번, 열한 번 올라가자 정상이 드러났다. 포베다는 우리 앞에 고개를 숙이고 푸른 창공을 마침내 보여줬다.
정상을 밟는 순간 환희의 극치가 찾아왔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나는 정상에 서봐서 안다. 그 순간의 절반만 기쁘다. 나머지 절반은 끔찍했다. 포베다의 정상은 편평했다. 거기 서자 눈물밖에 나오지 않았다. 정상이라는 표지는 십자가처럼 생긴 쇠막대였다. - 72p.
공기가 희박하고 찬바람 부는 정상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면 다시 태어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소생의 기쁨, 우리가 받은 최고의 선물은 생명이란 걸 확인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몸속은 성취감으로 차오른다. - 81p.
<일분 후의 삶>
권기태
알에이치코리아,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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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악인 박태원 선생님 이야기, 1992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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