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 산에 가지 못하던 아쉬움을 산악 영화를 보거나 등반기들을 읽으며 대리 만족을 하며 지냈다. 제법 시간이 흘러 다시 등산학교에 왔다. 첫 주차 교육을 마치고, 각기 다른 이유로 등산학교를 찾았지만 같은 조의 인연으로 만난 동기 교육생들과 술 한 잔 기울이며 산 이야기를 나누었다. '왜 등산학교를 찾으셨어요?' 처음이라는 어색함도 잠시, 서로 궁금한 질문들을 쏟아놓고 저마다의 사연을 이야기했다. 지난해 등산학교 히말라야 과정을 다녀온 나의 이야기와 고산 등반 이야기도 안줏거리로 올랐다. 


이야기는 흘러 히말라야에서 찰나의 순간에 고(Go), 백(Back)을 판단해야 하는 상황. 그 판단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천금같이 귀하게 얻은 원정 등반의 기회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음을. 그런 어려운 결정들을 하는 산악인들의 담대함과 죄책감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친구의 자일을 끊어라 보셨어요?' 

'우리나라 산악인들, 멀지 않은 곳에도 그런 이야기들이 있어요.' 

그렇게 전해들은 이야기. 


다음 스토리 펀딩을 찾아 궁금했던 이야기를 찾아 읽었다. 그러다 더 깊은 이야기가 궁금해졌고, 저자와 인연이 있는 강사를 담임으로 둔 덕에, 저자 친필 사인본이라는 행운을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2006년 한국 여성으로는 다섯 번째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곽정혜님. 어린 나이에 겪었을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을지 그저 문장으로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2006년 5월 18일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온 저자. 앞으로 살아가면서 인생에서 만날 수많은 에베레스트를 잘 넘을 수 있기를... 나 또한 응원한다.




# 사선 - 31p.


텐트 안에 눕혀지던 순간 나는 다시 정신을 잃었다. 밤새 정신을 차렸다 혼절하기를 반복했기에 그날 밤 있었던 일들은 뚝뚝 끊어진 필름처럼 몇 장면만 내 기억에 남아있다. 눈을 뜰 때마다 목구멍으로 따뜻한 물이 조금씩 흘러들어 왔고, 또 어떤 때는 따뜻한 물에 손을 담그고 있기도 했다. 새벽녘이 되자 더 이상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슴푸레 밝아 오는 여명 속에서 눈을 떴다. 작은 물방울들이 맺혀 있는 텐트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고, 산소마스크 안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신선했다. 가만히 누워 있으니 콩닥콩닥 뛰는 심장이 등에서 느껴졌다.

2006년 5월 19일 아침, 나는 그렇게 다시 살아났다. 



# 왼손- 153p.


내 인생에도 앞으로 무수한 에베레스트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지금 잠시 넘어졌다고 해서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실패일 터. 실수는 할지언정 실패하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았다. 다시 이를 악물고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더 이상 기묘했던 3캠프에서의 꿈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니, 친구들이 나를 데리러 온 것이 아니라 '위험이 닥쳐오고 있으니 조심하라'고 알려주기 위해 온 것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 DAUM 스토리펀딩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2172/episo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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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혜 지음

종이와 붓,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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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곽정혜
출판 : 종이와붓 2016.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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