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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추억의 책장 · 메모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최인아 대표가 축적한 일과 삶의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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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중에서

1장. 왜 일하는가

돈 말고도 일이 주는 것들_ 팀으로 함께 얻어내는 성과의 기쁨 - 28~30p.

규모가 작더라도 팀을 맡아 리더가 되면 일의 차원이 달라집니다. 자신만 일을 잘해내는 데 그치지 않고 남들도 잘하게 만드는 역할까지 해야 하죠. 저도 경험해 봤지만, 타인들을 움직여 함께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해내고 나면 예전과는 차원이 다른 기쁨을 맛볼 수 있습니다. 꼭 리더가 아니어도 어떤 일을 다른 이들과 함께하다 보면 갈등과 스트레스가 적지 않은데, 그것들에 지지 않고 함께 뭔가를 해내면 혼자서 잘했을 땐 느끼지 못했던 기쁨을 만날 수 있습니다. (...중략)

회사에서, 또 조직에서 팀으로 일한다는 건 팀 스포츠 경기의 선수로 뛰는 것과 비슷합니다. 나와는 뜻과 스타일, 취향뿐 아니라 세대도, 성별도, 출신도, 능력도 다 다른 이들과 만나 때로 갈등하고 반목하면서도 공동의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해야 하죠.

때론 성공하고 때론 실패하는 그 과정에서의 경험과 배움은 그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 무수한 사람들과 때로는 부딪히고 때로는 부둥켜안으면서 함께 나아가는 그 시간 동안 우리는 많이 성장합니다. 혼자 일할 땐 알기 어려운 배움과 기쁨입니다. (...중략)

속이 많이 상했던 저는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내가 낳은 아이들도 아닌데 왜 이렇게 속을 썩어야 하나...... 마음을 몰라주는 후배들 때문에 속을 썩다 문득 예전의 저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그랬더니 보이더군요. '나도 선배들 속을 무지 썩였구나. 선배들께 나는 참 싸가지 없는 애였겠구나.'

그러자 후배들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조직관리가 그나마 저를 좀 나은 인간으로 만들어준 계기가 된 것이죠.

 

내 일의 의미를 찾아서_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 45p.

현실은 이상과 다소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각각의 직업에는 애초에 추구하기로 되어 있는 의미가 있고, 그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은 그 의미에 맞는 역할을 하기에 사람들의 존경을 받습니다. 변호사는 정의를 지키고, 선생님은 인재를 길러내며, 의사는 생명을 구하는 등 말이죠. '그렇다면 나의 일인 광고에 어떤 의미가 있고, 나는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걸까?' 시간이 갈수록 질문이 깊어졌습니다.

 

2장. 일은 성장의 기회다

일하는 시간은 자산을 쌓는 시간_ 일 잘하는 이들의 딜레마 - 77~79p.

가만 보면 입사 당시엔 뭐든 열심히 하겠다고 투지를 불태우던 사람들이 조직에 적응하고 상황 파악이 끝나면 노선을 정하더군요. 그중 빠지지 않는 관점이 있습니다. 일을 열심히 한다고 꼭 인정받는 건 아니고 오히려 잘하면 잘할수록 일이 계속 몰리니, 나는 인심을 잃지 않고 문제가 없을 정도로만 적당히 일하며 재테크나 자기계발에 신경쓰겠다는 것입니다. '슬기로운 조직생활'로 접어드는 겁니다.

규모가 큰 조직에선 인성이 웬만하다면 일을 아주 잘하거나 열심히 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괜찮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큰 회사는 '숨어 있기 좋은 방'일 때가 많습니다.

물론 일을 잘하고 열심히 해서 좋은 성과를 내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조직에선 그런 이들을 용케도 알아보고, 그 결과 그들에겐 일이 몰립니다. 과부하가 걸리죠. (... 중략)

자, 여기서 질문 나갑니다. 바보처럼 너무 열심히 일하지 말고 '슬기로운 회사생활'에 동참해야 할까요?

답변을 하기 전에 일에 대한 다른 관점 하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회사에서 29년 일하다 퇴직한 후 2년쯤 자윤인으로 놀아도 보고, 그 후엔 책방을 열어 소상공인으로 살고 있는 저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조직에서 일하는 것은 겉으로는 회사 업무를 하는 것 같지만 실은 자신의 자산을 쌓는 시간이라고. 

 

3장. 내 이름 석 자가 브랜드

나는 어떤 가치를 내놓고 있나_ 나와 거리를 둬야 내 모습이 보인다 - 106~107p.

그런데 그 결과들을 비교해 보면 유독 타인의 평가와 자신의 평가가 크게 차이 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에 대해 스스로 내린 평가 점수가 타인들이 부여한 점수보다 압도적으로 높아요. '내가 보는 나'와 '남들이 보는 나'의 차이가 큰 경우 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고과 피드백을 했을 때 잘 받아들이지 않으려 해요. 본인은 열심히 잘했는데 뭔가 잘못된 것 같다며, 또 사람들이 본인을 알아주지 않는다며 억울해하고 원망하죠. 심지어 배신감을 토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거울 앞으로 가서 서보실래요? 여러분의 얼굴이 보이죠? 그럼 이번엔 아주 가까이 가서 거울에 얼굴을 딱 붙여보세요. 얼굴이 보이나요? 그렇습니다. 내 모습을 보려면 거울에서 좀 떨어져 서야 하죠. 이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제대로 보려면 스스로와 거리를 둬야 합니다.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보라는 뜻입니다.

타인은 나에게 그다지 관대하지 않죠. 나도 나를 그렇게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현재가 명확하게 보여요. 이 세상의 모든 과제 해결은 상황을 명확히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병원에서 수많은 검사를 하는 이유가 뭘까요?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죠. 진단이 제대로 되어야 수술을 할지 약물만 처방해도 될지 제대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브랜딩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어떤 브랜드가 될지, 그를 위해 어떤 노력과 준비가 필요한지 아는 것의 시작은 지금 현재의 나를 객관적이고도 냉정하게 인식하는 거예요.

 

잘해야 오래하고 오래해야 잘한다_ 오래도록 현역에서 활동한 사람들 - 115~116p.

어떤 분야의 대표격인 이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일을 '오래했다'는 겁니다. 그 끝에서 누구도 넘보기 어려운 뛰어난 퍼포먼스를 낸 것이고요.

야구 얘기를 한 김에 책 한 권을 추천합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심리학자 김수안 교수가 쓴 『레전드는 슬럼프로 만들어진다』입니다. '전설은 역경을 어떻게 극복하는가'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전설급 선수들이 어떻게 최고가 될 수 있었는지 분석한 책이예요. (... 중략)

사람들은 레전드들을 '최고의 선수'로 기억하지만 나는 늘 사람들이 이들을 '사력을 다해 최선을 다한 선수'로 기억하길 바라왔다. 레전드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주 처절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슬럼프 속에서 만들어진다.

 

자신만의 북극성을 가슴속에 - 116~117p.

오래 일하다 보면 찾아오기 마련인 슬럼프 혹은 고비. 무엇으로 이겨낼 수 있을까요? 어디를 보며 다시 길을 찾아야 할까요? 또 앞으로 도움은 될 것 같은데 당장은 힘들거나 빛이 나지 않는 일들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일들을 외면하거나 포기하죠. 

하지만 자신을 브랜드로 인식하는 사람이라면 기꺼이 시도하고 도전할 수 있습니다. 매일 하는 행동이나 선택이 장기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여주는가를 기준으로 삼으니까요. 저 역시 어려운 프로젝트를 피하지 않았습니다. 힘들지만 그 일을 하고 나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제가 많이 배우고 성장할 거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장기전엔 자기만의 북극성이 꼭 필요합니다. 자신을 브랜드로 여기는 관점을 갖는다는 건, 어렵고 헷갈릴 때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고 다시 방향을 잡을 자신만의 북극성을 하나 갖는 일입니다.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북극성을 가슴에 품어보시죠.

 

4장. 태도가 경쟁력이다

우리 안의 재능을 꽃피우는 원동력_ 재능은 씨앗일 뿐 - 144~145p.

시간이 더 지나자 일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또 한 가지, 아니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태도'였어요. 국어사전에서 '태도'의 뜻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몸의 동작이나 몸을 가누는 모양새. 둘째, 어떤 일이나 상황 따위를 대하는 마음가짐, 또는 그 마음가짐이 드러난 자세. 셋째, 어떤 일이나 상황 따위에 대해 취하는 입장. 제가 하는 이야기는 이 가운데 두 번째와 세 번째 관점으로 말하는 태도입니다.

재능이 없는 것 같다는 고민이 조금 덜어지자 제 일을 잘하고 싶은 열망이 더 커지더군요. 그래서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은 무엇으로 그렇게 될 수 있었는지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또 같은 회사에 똑같이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퍼포먼스에서 차이가 나는 건 왜일까 질문을 품었습니다. 능력일까, 그렇다면 그 능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많은 가설을 세웠다 허물기를 여러 차례, 저는 이런 인사이트에 도달했습니다. '씨앗 없이 꽃이 피진 않지만 씨앗을 심었다고 다 꽃을 피우진 않는다. 씨앗이 죽지 않고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려면 물을 주고, 바람과 햇볓을 쬐어주며, 때로는 비료도 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태도다. 즉, 태도는 우리 안의 재능이 도중에 꺾이거나 사라지지 않고 활짝 꽃피게 한다.' 그래서 이런 문장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태도가 경쟁력이다!

(... 중략)

재능이 저절로 능력이 되지는 않습니다. 재능은 씨앗이고 잠재 상태일 뿐, 그것이 능력으로 발현되고 인정받기까지는 여러 가지가 필요하고 투입되어야 합니다.

재능을 꽃피우려면 우선 자신에게 그런 재능이 있다는 걸 아는 게 먼저입니다. 이 대목에서 니체가 말한 '아모르 파티(Amor fati)', 즉 운명애가 떠오르는군요. "나는 피치 못할 일을 아름답게 받아들이는 법을 자꾸자꾸 배우고 싶다. 그럼 나도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워라밸을 대하는 자세 - 169p.

일상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는 부재나 결핍에서 옵니다. 옆에 있던 사람이 없을 때 그 사람의 존재가 다시 드러나고, 이곳을 떠나 저곳을 가보면 비로소 이곳의 의미가 살아납니다.

시간도 대표적인 예입니다. 젊을 땐 넘치도록 많은 게 시간이라 그 결핍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마흔이 넘으면 달라지죠. 나이가 든다는 것은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라는 말의 의미가 명확하게 다가옵니다. 그 확실한 체험이 죽음인데, 자신의 죽음을 체험할 도리는 없으니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겪을 때 시간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소중한 시간을 소중한 사람들과 - 174~175p.

바쁘게 지낼 땐 잊고 실지만 슬럼프가 오거나 인생이 변곡점을 맞으면 우리는 이 질문을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지? 특히 마흔 넘어 반생을 더 살고 나면 '앞으로의 인생도 이렇게 계속 살면 되는 걸까, 아님 바꿔야 할까? 바꾼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이런 질문들이 앞을 막고 섭니다. 이 질문들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법이 없고 언제든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앞으로 이 질문이 다시 제게 찾아온다면 저는 워라밸을 생각하겠습니다. 일이 좋아 일을 우선시하며 살았지만 나의 한쪽 끝도 잘 돌보겠다고. 워라밸의 참뜻은 일과 인생을 분리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인생을 살아가라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훗날 후회하지 않으려면 여러분도 소중한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시기를요.

 

낯선 어깨의 위로 - 195p.

그때 명확히 알았습니다. 마음을 나누는 것은 꼭 가까운 사람들하고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요. 누군가의 어려움 앞에선 모르는 이들도 손을 내밀고 어깨를 빌려주죠. 이런 따뜻한 경험을 한 사람은 후에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어깨를 내어주게 됩니다.

 

 

5장. 나에게 질문할 시간

나부터 나를 존중하려면_ 질문은 곧 존중이다 - 211~212p.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를 귀하게 여기고 존중하게 됩니다. 존중할 때는 어떻게 하나요? 물어봅니다. 일방적으로 뭔가를 결정하지 않아요. 사랑하는 사람한테는 끊임없이 묻게 됩니다. 뭐가 먹고 싶은지, 피곤하지는 않은지, 어디에 가고 싶고 뭘 하고 싶은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등.

 

시시때때로 스스로 물어보세요 - 213~214p.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방법도 타인을 존중하는 방법과 다르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시시때때로 묻는 겁니다. 특히 중요한 것들을 질문하는 거예요. 그러지 않으면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고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됩니다. 바깥의 흐름을 내 생각인 양 착각하며 살게 돼요.

주체적으로 산다는 건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며 존중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세상이 가는 대로 말하는 대로 그냥 따르는 게 아니라 나는 뭘 하고 싶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지, 왜 하필 그걸 원하는지 자꾸 스스로 묻고 알아차려서 그걸 중심에 두는 삶입니다. 자신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그저 세상의 흐름을 좇기 전에 자신의 뜻을 물으세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그 뜻에 따라 인생을 운영하는 겁니다.

 

시간과 노력은 재미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장권_ 첫 눈에 반한 일 - 219p.

하지만 대부분의 작업은 본인이 시간과 노력을 드령야 알고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좋아할 만한 일이 저기 저쪽에 딱 있는데 그게 뭔지 몰라 찾지 못하는 게 아니란 뜻입니다. 이럴 때 『어린 왕자』의 이 구절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너의 장미 꽃이 그토록 소중한 이유는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시간 때문이야."

 

재미는 아날로그 영역 - 222p.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일의 핵심에 닿아보는 겁니다. 세상이 말하는 대로가 아니라 자신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일의 핵심까지 내려가면, 그래서 겉에선 알 수 없는 일의 본질과 비로소 만나면 그 일에 대한 자신만의 시선이 생깁니다. 그걸로 그 일을 자기 방식대로 해나가는 거지요. 그러면 재미가 붙기 시작합니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많은 이들이 이 과정을 거쳐 성장하고 성취하고 재미에 닿았습니다.

 

적어도 사계절을 지내봐야 알 수 있다 - 229~230p.

저는 10년 넘은 시간을 들여 비로소 제 일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모든 분이 저처럼 십수 년씩 걸려서 좋아하는 일을 발견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은 저보다 훨씬 스마트한 분들일 테니 빨리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잊지 마세요. 적어도 그 일과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내봐야 좋아하는지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점을요.

 

6장. 삶의 결정적인 순간을 건너는 법

시간이 줄어들고 있구나!_ 곶감 빼먹듯 시간을 쓰고 있는 건 아닌지 - 283p.

마흔 초반이 지나자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이 사방에서 느껴졌습니다. 우선은 제 몸에서, 그 다음으론 일 자체에서 그 느낌이 왔습니다. 이전 같으면 당연히 저를 찾았을 일이 제게 오지 않았거든요. 회사가 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소문이 돈 지 꽤 됐는데 연락이 없어 궁금해하고 있으면 다른 후배가 이미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일들이 자꾸 생기자 저도 차츰 일에 흥미를 잃었죠.

이럴 때 찾아오는 달갑지 않은 손님이 있습니다. 네, 슬럼프예요. 슬럼프는 결코 일이 잘 풀리거나 바쁠 때 오지 않아요. 일은 잘 풀리지 않고 별로 바쁘지도 않아서 시간 여유가 있을 때, 그럴 때 찾아옵니다. 제 경우에도 그랬어요. 앞뒤 안 보고 정신없이 달리다 덜컹하고 걸려버렸죠. 생각이 많아졌고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 중략)

산다는 것은 마치 곶감 꼬치에서 곶감을 빼먹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았습니다. 남아 있는 날들에서 하루하루를 꺼내 쓰는...... 그러자 이 생각이 올라오더군요. 만약 추가 수입이라고는 없이 통장 잔고만으로 살아야 한다면 돈을 아껴 쓰지 않을까? 아끼고 아껴서 꼭 써야 할 데, 중요한 데 쓰지 않을까? 시간은 어떤가? 사람은 언젠가는 죽고 하루하루 남은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그 시간을 아껴서 귀하게 써야 하지 않을까? 나는 그러고 있나?

이런 질문에 이르자 자연스럽게 결론이 나왔습니다. 계속해서 흐리멍텅한 눈동자로 지낼 수 없다고.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 없다고.

 

누구도 내려가는 길을 피할 수 없다_ 삶의 후반전을 대하는 법 - 307~308p.

산티아고 순례를 하며 매일같이 제가 한 것은 생각이었는데 그중엔 이런 것도 있었습니다. '책을 써야겠다!' 제목도 정했으요. '내려가는 길'. 그때는 당장이라도 쓸 것 같았는데 어찌하다 보니 이제야 쓰고 있네요. 그런데 왜 제목을 '내려가는 길'로 정했을까요? 그 후의 제 시간은 내려가는 시간이라는 걸 자각한 겁니다.

하루 6~7시간씩 매일같이 걸으며 제가 있던 곳과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니 저의 불안은, 제가 이미 내려가는 길에 들어선 게 아닌가 하는 데서 온 것이었습니다. 상승곡선이 끝나 스러질까 봐 두려웠던 겁니다. 일하과 좌절하고 환호하고 고민했던 일터를 그런 마음으로 떠났고 돌아본 거예요. 돌아본다는 것은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일이었고, 한 생각을 지우고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이었으며, 앞서 든 생각을 부정하고 새로 찾아온 생각에 저를 열어놓는 일이었습니다.

이 일을 한 달 내내 계속하면서 마침내 저는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한 가지 생각에 닿았습니다. 내려가는 길에 들어섰다는 것, 그 후의 시간은 아마도 이전의 시간과 같지 않을 것이란 명징한 자각이 제게 왔습니다. 네, '자각'! 도전이나 문제를 앞에 두고 있을 때 해결의 시작은 '자각'이라는 걸 압니다. 혹은 '받아들이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나만 그런 건 아니다 - 313p.

그 누구도 내려가는 길을 피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나니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어려움을 겪을 때 가장 큰 위로는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 때가 아니던가요? 왕성하게 활동하며 성취하는 시절이 있는가 하면 다른 성질의 시간도 있다는 것. 내려가는 길을 피할 수 없다면 그 시간 또한 잘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내려가는 길을 잘 보낸다는 건 어떤 걸까, 질문이 달라졌고 저는 어느새 그 길을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7장.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 것인가?

우리는 다 개별자입니다_ 나는 나를 충분히 사랑했나 - 338~339p.

다시 한 번 써봅니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자기 자신과 살다 갑니다. 죽도록 사랑했던 사람과도 언젠가는 헤어져야 합니다. 그러니 죽는 그 순간까지 함께하는 존재는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그런 존재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나요? 얼마나 사랑하나요? 아, 오해는 하지 말기 바랍니다. 언제나 자기 자신만 생각하라거나 이기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타인의 기준과 취향에 맞추려고만 하지 말고 자신의 뜻과 욕망도 존중하며 일하고 살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다 '자기 인생'을 사는 것이며, 자기계발 역시 좀더 잘 살아보자고 하는 거니까요.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최인아 지음

해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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