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 동물원
태초에 투기가 있었다 - 43p.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투자자와 투자는 항상 있을 것이다. 누가 나에게 투자의 역사를 한마디로 요약해달라고 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인간은 '놀이하는 존재(Homo Ludens)'로 태어나 놀면서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 바, 놀이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그러므로 나는 주식투자의 실패에서 비롯된 절망감 뒤에는 반드시 그 상처를 아물게 하는 기회가 따르게 마련이고, 다시 투자의 유혹에 고개를 돌리는 때가 온다고 생각한다. 마치 불빛의 유혹으로 그 주위에는 항상 불나비들이 꼬이듯이 말이다.
나는 투자자를 흔히 알코올 중독자와 비교하곤 한다. 알코올 중독자는 술에 만취한 다음 날 아침이면 다시는 술을 입에 대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저녁 어스름이 되면 칵테일 딱 한 잔만으로 바뀌었다가, 결국은 그 전날과 같은 밤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단기투자자 : 주식시장의 사기꾼 - 52~53p.
주식시장에서 없어지기는커녕 유감스럽게도 점점 더 커지는 집단이 있는데, 이들이 소위 단기투자자들이다. 일반적으로 기자들이나 사회에서는 그들을 투자자라고 부르는 모양인데, 나는 그런 호칭을 쓰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그들은 투자자라는 칭호를 들을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단기투자자는 미미한 주가 변동만을 이용하고자 한다. 즉, 지수가 101 때 주식을 사서는 103이 되면 팔아 치운다. 다음에는 또 지수가 90일 때 샀다가 91.50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
위의 그림은 어느 일정한 시기의 시세 변화를 보여 준다. 짧은 시간 안에 움직여야 하는 단기투자자들은 X와 Y 사이에서 수익을 창출해야 하므로 줄타기 곡예를 해야 한다. 그는 단기간에 큰돈을 벌 수도 있다. 만약 어떤 주식을 시세가 상승하는 때에 샀는데 주식 시장이 계속 강세를 지속한다면, 그만큼 성공의 기회는 많다. 그러나 이 X와 Y 사이의 끊임없는 움직임 속에서 정확한 순간을 포착하기는 어렵다. 그가 그저 시세의 움직임만 따른다면, 그는 장기적으로는 망할 것이 틀림없다. 그는 진지한 숙고도 하지 않고 전략도 짜지 않는다. 그는 룰렛 게임을 하는 사람처럼 이곳저곳을 왔다갔다 할 뿐이다. 혹자는 내 말에 반박할지도 모른다. 그들도 나름의 차트와 컴퓨터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고 그에 따라 사고한다고. 그러나 모든 컴퓨터의 프로그램은 그것을 만든 사람만큼만 영리할 뿐이다. 난 지금까지 80여년간을 증권계에 몸담아 왔지만, 장기적으로 성공한 단기투자자를 본 적이 없다.
# 증권거래소 - 시장경제의 신경 체계
탄생시간 - 95~97p.
내게는 너무나 매력적인 증권거래소를 어떤 말로 묘사할 수 있을까? La bourse, la borsa, die Börse, Serka (증권거래소를 가리키는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독일어, 러시아어 단어). 파리에서 밀라노, 부에노스아이레스, 프랑크푸르트 그리고 페테르부르크에 이르기까지 나라마다 증권거래소는 모두 여성 명사로 나타낸다. 이것이 단지 우연일까? 증권거래소는 도대체 무엇일까? 한편으로는 부, 다른 한편으로는 멸망을 의미하는 '악마'적 존재인가?
독설가들은 악마가 증권거래소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인간이 신을 닮았다고는 하지만 무(無)로부터 어떤 것도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주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악마는 결코 증권거래소를 창조하지 않았다. 증권거래소는 현재의 월스트리트와 마찬가지로 카페나 골목 입구, 나무 그늘 밑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현대적 의미의 증권거래소는 식민주의가 지배했던 17세기 암스테르담에서 생겨났다. 투자 대상은 이도회사의 주식이었다. 1602년 설립된 이 인도회사는 조직적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식민지 회사였다. 기업주는 네덜란드 자본가들로, 그들은 해상 무역을 제압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운송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예기치 않은 사고를 가장 걱정했기 때문에 출항 전에는 항상 항해사들의 보고를 주의 깊게 들었다. 그리고 배를 튼튼하게 만들어서 남쪽 바다의 급작스러운 기후 변화와 푹풍우에도 견뎌낼 수 있도록 했다. 필요한 자본은 각자가 부담하는 소액의 투자로 충당했다. 그래서 64톤의 금이 모였고, 그것을 자본으로 하여 해상에서의 독점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동인도 지역의 많은 섬에서 절대적인 주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인도 회사의 배는 항상 진귀한 향료, 섬유, 도자기 등을 가득 싣고 암스테르담 항으로 돌아오곤 했으며 이웃 나라에서는 이를 보고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이 무소불위의 인도회사는 점차로 커져 국가 안의 국가가 되었다. 인도의 토착 토후들과 싸우는 과정에서 인도회사는 노련하게 더 높은 가격을 제시했고 포르투갈 사람들을 교모하게 내쫓았다. 암스테르담에서는 이 회사 최고 간부 17명이 화려한 궁전에서 멋진 비단이 덮인 책상 앞에 앉아 제후들인 것 마냥 법을 공표했다. 수년 동안 돈을 투자하여 바타비아에서 캘커타, 자바, 그리고 마드라스에 이르기까지 회사의 지배력을 공고히 한 인도회사는 처음으로 이익을 배분했다. 이익이 높아지면서 주식 시세와 배당금이 올라갔다. 주주에게는 현금과 채권이 배당되었고, 어떤 경우에는 후추와 계피가 배분되기도 했다.
영국은 인도회사의 해상권 장악이나 부의축적을 그저 보고만 있지 않았다. 영국 역시 동인도회사를 만들어 독점을 무너뜨리고 이 네덜란드 인도회사와 자유 경쟁을 시도해 보고자 했으나 인도회사보다 우위를 차지하는 데 실패했다. 그 결과 육지와 바다, 주식시장에서 두 강대국 간에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다. 만약 이 회사들이 현재까지도 존재하고 있다면 서로 인수 · 합병을 하려고 아귀다툼을 할 것이 틀림없다.
경제의 온도계? - 109p.
한 남자가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한다. 보통 개들이 그렇듯 주인보다 앞서 달려가다가 주인을 돌아본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달려가다가 자기가 주인보다 많이 달려온 것을 보곤 다시 주인에게로 돌아간다. 그렇게 둘은 산책을 하면서 같은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 주인이 1킬로미터를 걷는 동안 이 개는 앞서가다 돌아오기를 반복하면서 약 4킬로미터를 걷게 된다. 여기서 주인은 경제이고 개는 증권시장이다. 이와 같은 예가 들어맞는다는 것은 1930~1933년 대공황 후 미국 경제가 어떻게 발전했는가를 보면 알게 된다. 경제는 지속해서 발전하지만 한 걸음 혹은 두 걸음 멈추기도 하고 뒷걸음질 치기도 한다. 물론 그사이 증권시장은 100번도 더 앞으로 뒤로, 전진 혹은 후진하게 되는 것이다.
요컨대,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면 경제와 증권시장은 같은 방향으로 진행되어 나간다. 그러나 때때로 그 사이사이에 이 둘은 서로가 상반되는 방향으로 나가기도 한다.
# 주가를 움직이는 것들
주식시장의 논리 - 112p.
분석가들은 다음 세 가지 정도로 주가의 상승 혹은 하락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 첫째, 주식의 공급이 수요보다 많을 경우 주가는 떨어진다.
- 둘째,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주가는 올라간다.
- 셋째, 공급과 수요가 서로 맞아떨어지는 경우 주가는 별로 움직이지 않는다.
중단기적 시각으로 보면 반드시 우량 주식이 상승하고 부실 주식이 하락한다는 보장이 없다. 그 반대의 경우도 와왕 있기 때문이다. 어느 기업이 이윤을 얻을 수 있고 배당금도 지급하며 전망도 좋다고 치자. 그래도 주가가 올라가는 것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때뿐이다. 이것이 증권시장을 지배하는 유일한 논리라고 봐야 할 것이다.
# 중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
돈 + 심리 = 추세 - 129~131p.
주식시장이 앞장에서 언급한 요소들에만 영향을 받는다면 완만한 속도로 경제와 함께 상승할 것이다. 그러나 개가 이리저리 난폭하게 달리기도 하듯이, 주식시장 역시 장기적인 경제 성장 속에서 여러 번 급속히 올라갔다가 다시 떨어지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린 뒤 다시 강세장 초기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해도 이 시기 동안 시장은 극단적으로 출렁인다. 이러한 동요는 중기적 영향 요소들에 의한 것으로, 그 요소들이란 다음 두 가지이다.
첫 번째 요소는 돈이다. 돈은 산소 혹은 차를 움직이는 기름 같은 것이다. 돈이 없으면 아무리 전망이 좋고 평화가 지속되어 경기가 좋아도 주식 거래가 성립되지 않는다. 돈이 없으면 주식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돈은 주식시장의 엑기스이다.
그러나 시장은 돈만 가지고 움직이지 않는다. 두 번째 요소는 심리이다. 투자 심리가 부정적이어서 누구도 주식을 사고자 하지 않으면 주가는 상승하지 않는다. 이 두 요소, 즉 돈과 심리가 긍정적이면 시세는 올라가고 부정적이면 시세는 하락한다. 한 요소가 긍정적이고 다른 요소가 부정적이면, 흐름은 중화되어 커다란 동요가 없고 재미없는 주식시장이 계속된다. 바로 여기에서 나 자신의 신념이 된 다음의 공식이 나왔다.
어느 한 요소가 미약하게나마 다른 요소보다 더 크면 둘 중 어떤 요소가 더 강한가에 따라 주가가 약간 상승하거나 약간 떨어지거나 한다. 그러다가 하나가 돌변해 둘 다 긍정적이거나 둘 다 부정적이되면 시세 급등이나 시세 폭락이 나타난다.
요컨대, 크고 작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하고 또 살 수 있으면 시세는 상승한다. 그들은 금융 상황과 경제 상황이 낙관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려고 하고, 또 그들의 주머니와 금고에 충분한 유동 자금이 있으므로 쓸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강시장의 비밀이다. 경제 뉴스나 기초적인 사실이 이에 반해서 떠들어대도 이 비밀은 변하지 않는다.
똑같은 메커니즘이 반대의 경우에도 해당된다. 여론이 비관적이고, 전망이 불투명하며, 부동산이나 높은 이자의 은행 예금과 채권에 투자하느라 금고에 여유 자본이 없으면 주가는 떨어진다. 상상력과 돈이 없으면 주가는 바닥으로 떨어지기 마련이다.
내 생각으로는 중기적 주식 거래의 경향은 돈과 상상력이라는 요소가 경제 기초지표보다 훨씬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자금이 있으면 심리적 요소 역시 언젠가는 긍정적으로 변한다. 내 경험으로는, 금융 순환과정에서 돈이 너무 넘치게 흐르면 예금주들이 대다수 주식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해도, 이 유동 자금의 한 부분이 늦어도 9~12개월 사이에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온다. 이때 첫번째 매수는 완전히 바닥 시장에서 시작하며, 시세는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한다. 주가가 오르면 대중은 다시 주식시장에 관심을 갖게 되어 주식을 사고, 그러면 이것이 새로운 매수자를 자극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경기란 완전히 어둡거나 완전히 밝거나 한 것은 없으므로, 분석가들은 뭐든 발견해서 그것이 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경기 : 중기적으로는 영향이 없다. - 133p.
자동차 회사는 항상 새롭고 매력적인 모델을 생산하고, 영업사원은 이것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기 위해 고객들에게 가격 특혜를 준다든지 차에 특수 장치를 달아 준다든지 하는 등의 판촉 활동을 하게 된다. 새 차의 이러한 판촉 활동이 성공하면 중고차 가격은 하락한다. 그와 반대로 새 차의 배달 기간이 여러 주 걸리고 새 모델이 그다지 멋져 보이지 않는데다 가격 특혜도 없으면, 중고차 시장은 활발히 움직이며 가격은 점점 상승한다.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은 자본시장의 중고차와 같다. 만약 시장이 새롭게 흥미를 끄는 유가증권으로 넘치면 이미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 시세의 하락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새로운 주식의 발행이 드물어지면 증시는 자금 과잉 상태가 되어 꼭 중고차 시장처럼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 이것에 대항하는 싸움은 해로울 뿐이다. - 136~137p.
증권인은 악마가 성수를 싫어하듯 인플레이션을 싫어한다. 그들은 소비자 물가, 생산가, 시간당 임금, 임금비용지수 등을 예리하게 관찰한다. 이 수치가 오르면 주식시장의 분위기가 가라앉고 시세도 떨어진다. 그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주식시장에 해롭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오직 간접적으로만 해롭다. 인플레이션은 사실 주식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 반대로, 원래가 유가물인 주식은 다른 유가물과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에 의해 움직인다. (중략)
인플레이션은 따뜻한 목욕물과도 같다. 적당한 온도의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편안하고 좋지만, 그 물이 너무 뜨거워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통제를 벗어나면 바로 위기가 온다. 한번 이렇게 설명해 보자. 호황은 기존의 생산과 서비스로는 충족될 수 없는 그 이상의 수요를 낳는다. 이때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가벼운 가격 상승이 일어난다. 동시에 산업적 수요 상승과 인위적 조절로 인해 중요한 원자재의 가격이 상승한다. 인위적 조절이란 예컨대 OPEC이 1970년대 대규모의 원유 공급을 무기로 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 같은 현상을 의미한다. 이 가격 상승은 시간이 지나면 소비자 물가를 올리고 결국 생계비 상승을 초래한다. 그렇게 되면 노조는 화폐 가치 하락에 상응한 만큼의 임금 상승을 주장한다. 이 임금 상승은 다시생산 원가를 올리고 서비스 가격을 높인다. 그러면 소비자 가격은 더 높아지고, 노조는 다시 임금을 물가 상승률에 맞춰 올려 달라고 요구한다. 이런 식으로 임금과 가격이 자꾸자꾸 올라 인플레이션이 되는 것이다.
결국 화폐 가치는 너무 떨어져 실질이자율(명목이자율-인플레이션율)이 마이너스가 되는 셈이다. 화폐 가치 하락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사람들은 첫째로는 금, 그 다음으로는 그림/우표/골동품 등에 관심을 돌리게 되는데, 그렇게 하여자본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게 된다. 그러면 투자할 돈이 없어지고, 그 결과 대량 실업과 경제위기는 피할 수 없게 된다. 프랑스의 금본위제도 시기가 바로 그러했다.
# 증권 심리학
코스톨라니의 달걀 - 169p.
- A1 = 조정국면 (거래량도 적고 주식 소유자의 수도 적다)
- A2 = 동행국면 (거래량과 주식 소유자의 수가 증가한다)
- A3 = 과장국면 (거래량은 폭증하고 주식 소유자의 수도 많아져 X에서 최대점을 이룬다)
- B1 = 조정국면 (거래량이 감소하고 주식 소유자의 수가 서서히 줄어든다)
- B2 = 동행국면 (거래량은 증가하나 주식 소유자의 수는 계속 줄어든다)
- B3 = 과장국면 (거래량은 폭증하나 주식 소유자의 수는 적어져 Y에서 최저점을 이룬다)
- A1 국면과 B3 국면에서 매수한다.
- A2 국면에서는 기다리거나 가지고 있는 주식을 계속 보유한다.
- A3 국면과 B1국면에서 매도한다.
- B2국면에서는 기다리거나 현금을 보유한다.
붐과 주가폭락 : 분리할 수 없는 쌍 - 187~188p.
1982년과 1987년 사이에 일어난 증권시장의 변동은 대표적인 사이클 순환의 예이다. 이런 예는 역사상 수없이 찾아볼 수 있다. 주식이든 채권이든 원자재든 외환이든 또는 부동산이든 모든 사이클은 동일한 패턴에 따라 움직인다. 상승운동 및하강운동은 인간 심리, 즉 놀라서 당황하거나 혹은 신이 나서 들떠 있는 심리 상태의 반영이다. 붐이나 주가 폭락은 절대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쌍이어서, 하나가 없는 다른 하나의 존재는 생각할 수도 없다. 번성기에 붐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결국에 가서는 그것을 터뜨리는 바늘이 나타난다. 그것은 영원불변의 법칙이다. 붐 없이 폭락 없고, 또한 폭락 없이는 붐도 없다.
400여 년에 이르는 주식시장의 역사는 바로 붐과 폭락의 반복 그 자체이다. 그 중 대부분은 잊혀졌으나 몇몇은 세계를 변화시켰고 역사에 기록되기도 했다.
1929년 주식 대폭락의 본질 - 205~207p.
호황이든 불황이든 숫자에 무딘 미국인들조차도 이 공황의 정도를 숫자로 기억하는 것만큼은 잊지 않았다. 캐딜락을 타고 월스트리트를 누비던 123,884명의 투자자들은 이제 걸어서 다녀야 했다. 더 이상 애인을 부양할 능력이 없는 173,397명의 유부남들은 조강지처에게로 돌아가야만 했다. 이전에 전혀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이제 지하철을 이용해야 했기 때문에 111,835,248 개의 5센트 짜리 동전을 새로 찍어내야 했다.
사회는 붕괴되었고, 어제의 백만장자가 길거리에서 사과를 팔게 되었다. 그들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잃었다. 공장은 차례로 문을 닫았고, 실업자들은 힘없는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디플레이션은 미국을 더욱 더 억눌렀다. 어떠한 희망도 보이지 않았다. 정치가, 영화인들 그리고 점쟁이들까지 나서서 악몽의 끝이 어디인지 알아내려고 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길거리의 거지에게는 동전 대신에 "곧 좋은 시절이 올 겁니다." 라는 위안의 말을 던졌다. 당시의 경제 현실이 얼마나 참혹했는지는 앞의 표에 나타난 숫자를 보면 가장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중략)
루즈벨트는 영국이 2년 전에 파운드화를 금본위제도에서 분리시킨 것처럼 달러를 금본위제도와 분리시키기로 결정했다. 달러화는 약 40퍼센트 절하되었고, 전에 파운드화의 평가절하로 인해 약화된 수출 경쟁력을 다시 회생시킬 수가 있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은행에 새로 만든 빳빳한 화폐를 배분했고, 은행 창구는 다시 열리게 되었다. 사람들은 아침 일찍 돈을 인출하기 위해 은행으로 달려갔으나, 은행에 준비금이 충분히 있다는 것을 확인하자 안심하고는 오히려 더 많은 돈을 저금했다.
이제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했고, 미국은 경제 성장을 이루어 병든 나라에서 새롭게 부흥하는 나라로 변신했다. 이 위기를 잘 극복한 미국의 통치자, 루즈벨트는 미국 역사에서 영광스런 자리를 차지했다.
성공 전략은 '남들과 반대로' 하는 것 - 207~208p.
투자자가 성공하려면 넘실거리는 이 파동 속에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제 어렵지 않다. 그것은 물론 소신파에 속해야 하고, 남들과는 반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강 운동의 과장기인 제3국면에서 매수해야 하고, 매수하고 난 뒤에 가격이 더 떨어져도 동요하지 말아야 한다. 투자자들은 예전에 부다페스트 곡물거래소의 경험 많은 거래인들이 한 말을 한 번쯤 되새겨 볼 만하다.
"밀 가격이 떨어질 때 밀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사람은 밀 가격이 오를 때도 역시 가지고 있지 않다."
상승 운동의 제1국면에서는 이미 최저점을 넘어섰기 때문에 계속 매수해야 한다. 제2국면에서는 수동적인 관망자로서 그 상황과 함께 움직이기만 하면 되고, 제3국면에 접어들어 활황기가 오면 이제 시장에서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이 증권시장을 보는 '기술'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현재 시장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가를 정확하게 아는 데 있다. 숙련된 투자자는 매번 말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손가락 끝으로 느낀다. 세상 어디에도 투자자를 위한 교과서는 없으며, 또 완전한 투자라는 것도 없다. 그리고 투자자가 눈감고도 적용할 수 있을 만큼의 만병통치약도 없다.
# 어떤 주식을 살 것인가
성장산업 :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 - 262~263p.
주식시장이 상승 추세라고 판단하면, 투자자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주식을 찾아야 한다. 우선 어떤 산업 분야가 앞으로 가장 전망이 좋은지를 알아내야 한다. 이 때 주의할 점! 나의 원칙을 기억해 달라. 즉, 증권거래소에서 누구나 아는 사실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말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어떤 분야를 선택해서 주가가 상한가로 올랐다면, 그것은 이미 이후 몇 년, 아니 몇 십 년의 성장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코스톨라니의 달걀 이론은 개개의 산업 분야 혹은 개개의 종목에도 유효하다. 전체 시장이 상승운동의 제2국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주식은 과매입된 상태인 경우가 있다.
한 산업 분야의 상승 및 하강도 항상 동일한 패턴에 따라 움직인다. 초기에는 새로운 기업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세워진다. 이때는 시장의 성장 속도와 규모가 아주 커서 부실기업도 살아남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후 그 산업 분야는 서서히 성장한다. 그러다가 성장이 멈추고 양질에 대한 요구가 커진다. 이 과정은 마치 필터로 거르는 것과 같다. 대부분 기업은 유아기를 견디지 못하고 죽거나 합병된다. 경쟁력 있는 기업만이 남게 된다. 그러다가 이 산업 분야가 침체기로 넘어가면 다시 한 번 선별 과정이 진행된다. 모든 기업은 손실을 보게 되고 가장 강한 기업만 몇몇 살아남아 시장을 나눠 갖게 된다. 오늘날 이런 기업을 '글로벌 플레이어' 라고 부른다.
# 모험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손해를 보는 것도 모험의 일부이다 - 288~289p.
무서운 전염병인 페스트처럼 투자자들이 반드시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잃어버린 돈을 찾고자 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만약 손실을 보았으면 즉시 그것을 받아들이고 책상을 정리한 뒤 0에서 다시 시작할 각오를 해야 한다.
투자자에게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증권에서 입은 손실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외과 수술과 비슷하다. 뱀에게 팔을 물렸다면 독이 온몸에 퍼지기 전에 그 팔을 잘라내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런데도 100명 중 다섯 명 정도만 그런 현명한 결정을 내린다. 더욱 용서받을 수 없는 실수는 손실을 더 부풀리는 것이다. 그 결과는 작은 이익과 큰 손실이다. 올바른 그리고 숙련된 투자자는 수익은 높이고 손실은 작게 끝내는 사람이다. "작은 생선이 좋은 생선" 이라는 말은 증권 거래에서는 맞지 않는ㄷ나. 차라리 "작은 것에 집착하는 사람은 큰 것을 가질 가치가 없다"는 말을 명심하라. 유대인들의 다음과 같은 속담도 새겨들을 만하다.
"기왕에 돼지고기를 먹으려면 가장 기름기 많은 부위를 먹어라."
이미 증권에 투자를 했으면 적어도 이익을 내야 한다는 말이다.
투자는 마치 나쁜 카드로 적게 잃고 좋은 카드로 많이 벌어야 하는 포커판과 같다. 또한 매일매일 대차대조표를 만들면서 수익을 계산해도 안 된다.
투자자를 위한 10가지 권고 사항 - 302p.
- 매입 시기라고 생각되면 어느 업종의 주식을 매입할 것인지를 결정하라.
- 압박감에 시달리지 않도록 충분한 돈을 가지고 행동하라.
- 모든 일이 생각과 다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그리고 반드시 인내하라.
- 확신이 있으면, 강하고 고집스럽게 밀어붙여라.
- 유연하게 행동하고, 자신의 생각이 잘못될 수 있음을 인정하라.
- 완전히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면 즉시 팔아라.
- 때때로 자신이 보유한 종목의 리스트를 보고 지금이라도 역시 샀을 것인지 검토하라.
- 대단한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을 경우에만 사라.
- 계속해서 예측할 수 없는 위험 역시 항상 염두에 두라.
- 자신의 주장이 옳더라도 겸손하라.
10가지 금기 사항 - 303p.
- 추천 종목을 따르지 말며, 비밀스런 소문에 귀 기울이지 마라.
- 파는 사람이 왜 파는지, 혹은 사는 사람이 왜 사는지를 스스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또한 다른 사람들이 자기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마라.
- 손실을 다시 회복하려고 하지 마라.
- 지난 시세에 연연하지 마라.
- 주식을 사놓은 뒤 언젠가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희망 속에 그 주식을 잊고 지내지 마라.
- 시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마라.
- 어디서 수익 혹은 손실이 있었는지 계속해서 계산하지 마라.
- 단기 수익을 얻기 위해서 팔지 마라.
- 정치적 성향, 즉 지지나 반대에 의해 심리적 영향을 받지 마라.
- 이익을 보았다고 해서 교만해지지 마라.
<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
앙드레 코스톨라니(Andre Kostolany) 지음, 김재경 옮김
미래의 창,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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