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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추억의 책장 · 메모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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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YES24]


어느 날부터인가, 아내가 아침밥을 해주지 않는다.

요구르트와 우유 한 잔으로 아침을 때우며, 나는 내 삶에서 아침식사와 아내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었는지 그 의미를 깨달았다. 내게 그 착하고 어린 아내는 아침식사의 리추얼(ritual)로 존재했던 것이다. 사랑은 리추얼이다. 그런데 이제 그 아내가 집에 없고, 내 삶의 리추얼은 망가져버린 것이다. (중략)
'사랑 받는다는 느낌', '가슴 설레는 느낌' 등등. 내 아침식사 장면에서는 아내가 따뜻한 빵을 내 앞에 두며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맛있게 먹으라고 한다. 이때, 뭔가 가슴 뿌듯한 느낌이 동반되면 그 행동은 '리추얼'이다. 그러나 그런 행동이 있었음에도 이후 전혀 기억에 없다면, 그것은 단지 습관일 따름이다. 사랑이 식으면 그렇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져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슬퍼지는 이유는 이런 '함께 했던 리추얼'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금실 좋은 노인 부부가 함께 지내다 할머니가 먼저 죽으면 할아버지는 평균 6개월 이내에 다 죽는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먼저 죽으면 할머니는 평균 4년 정도 더 산다고 한다. 의미부여의 리추얼 때문이다. 서로 상대방을 만져주는 스킨십과 같은 가장 원초적인 상호작용의 리추얼부터, 상대방을 위해 밥상을 차려주고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 손잡고 산책하는 일상의 리추얼들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시켜준다.
문제는 할아버지의 리추얼은 대부분 할머니와 연관되어 있는 반면, 할머니의 리추얼은 할아버지 없어도 가능한 것이 많다는 사실이다.


잘 보라, '독수리오형제'는 절대 '형제'가 아니다.

아는가? 독수리오형제가 형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섯 명 중 한 명이 여자다. 그러니까 형제가 아니라 남매다.
더 중요한 비밀이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국정원에서도 모른다. 이 다섯 중 독수리는 단 한 놈뿐이다. 맨 앞의 한 녀석만 독수리고, 나머지는 콘도르, 백조, 제비, 부엉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독수리오형제가 전부 독수리인 줄 알고 있다. 이 녀석들은 사실 '조류오남매'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독수리오형제라고 사기 치고 다닌다.
이 땅의 사내들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독수리오형제'인 줄 알고 지구를 지키겠다고 큰소리 치지만, 술 깨면 '조류오남매'에 불과한 것을 깨닫게 된다. 슬픈 이야기다. (WIKI: 독수리오형제)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 심리학>
김정운 지음
쌤엔파커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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