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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추억의 책장 · 메모

대한민국 일등상품 마케팅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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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미엄 우유로 포지셔닝한 파스퇴르

1987년, 파스퇴르유업은 출범과 동시에 저온살균공법의 우유를 국내시장에 처음으로 선보이면서 그 당시 고온살균공법으로 우유를 생산하던 기존업체와 차별화를 선언하였다. 이때 60℃에서 30분간 살균처리하는 저온살균우유의 등장에 대항하기 위해 기존 유가공업체들은 우우대리점이나 슈퍼마켓 점주들에게 파스퇴르 우유를 받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어 유통경로를 차단하는 전략을 취했다. 당시에는 고온살균공법으로 우유를 생산하던 업체들이 대부분 대기업이라 이런 전략이 가능했을 것이다.

이를 돌파하기 이해 파스퇴르는 공격적이고 파격적인 문안으로 소비자에게 직접 호소하는 풀(Pull)전략을 구사하였다. 1988년 3월부터 격주로 20회에 걸쳐 진행된 신문광고에서 '이 땅에 좋은 우유가 뿌리를 내리고, 우리 회사가 살아 남기 위해 부득이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경위', '기존 우유를 마시면 해로움이 되는 점까지 있다고 하던데?', '유가공협회로부터 받은 압박, 과연 이런 방법은 정당한 방법이었던가?' 등과 같은 제목으로 소비자를 공략하는 전략은 경쟁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파스퇴르의 당당한 광고는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우유의 제조공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다급해진 경쟁사들은 파스퇴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골리앗과 다윗으로 일컬어지는 치열한 법정싸움이 시작되었다. 여기에 생산업체와 소비자단체, 정부기관과 언론이 가세하면서 파스퇴르는 원하던 대로 '저온살균' 콘셉트를 대대적으로 이슈화하는 데 성공하였다.
비록 법정에서는 패소했지만, 시장에서의 승자는 파스퇴르유업이었고 '서울에서 부자동네 사람들이 마시는 우유'로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구축하면서 기록적인 매출 성장을 달성하였다. 그리고 1994년부터는 다른 대부분의 업체들도 저온살균공법으로 우유를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은 파스퇴르는 타회사 우유에 체세포가 섞여있다는 '고름우유' 논쟁을 전개하며 다시 한 번 도약을 시도하게 된다. 하지만 당시 신문이나 방송에서 주요 이슈로 다뤘던 고름우유 논쟁은 결국 소비자들로 하여금 유가공품 전체를 외면케 함으로써 업계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들은 경쟁사에게 타격을 준 만큼 자신도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고 말았다. 결국 파스퇴르유업은 1997년 외환위기와 함께 부도기업으로 전락한 후 2004년 다른 유가공업체에 매각되는 운명을 맞게 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소비자의 본원적 욕구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경쟁사를 제압하기 위해 부정적인 콘셉트로 차별화하고, 거기에 경쟁사가 가세할 경우 모두가 자멸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즉, 부정적 이슈로 진흙탕 싸움을 전개하는 것은 자살폭탄 테러라 할 수 있다. 또한 후발사가 전장터를 옮겨 시비를 걸 경우, 리더는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물론 이보다 우선하는 전략은 후발사보다 먼저 새로운 영역의 콘셉트를 지닌 신제품개발로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다.


# 생활 속의 작은 아이디어로부터

신제품콘셉트 개발은 작은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무심코 던진 말 한 마디 혹은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난 신입사원의 제안이 훌륭한 대상이 되기도 한다. 홈페이지에 게재된 소비자의 불만이나 제품에 대한 사용후기도 대단히 좋은 아이디어 원천으로, 이를 기존제품 보완이나 신제품 아이디어로 가공할 수 있다. 내부의 다른 부서 직원들의 제안도 소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숲 속에서는 나무만 보이고, 산을 볼 수 없는 것처럼, 마케터들이 눈앞의 신제품 개발에만 몰두하다 보면 전체적인 관점에서 개발해야 할 아이디어를 찾기가 어렵다.

때로는 이를 제3자의 관점에서 지켜보고 있던 내부직원이 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정기적인 사내공모를 통해 내부직원의 신제품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하나하나의 작은 아이디어가 R&D를 토대로 마케터에 의해 가공되어 소비자들로부터 재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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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개발에 종사하는 사람은 다양한 시각에서 신제품콘셉트를 양적으로 많이 제안할 필요가 있다. 이를 질적으로 포장해 돋보이게 하는 것은 마케팅 의사결정권자들이 해야 할 몫이다. 그러나 마케팅 의사결정권자가 과거의 경험에 대한 신봉자이거나 독선적일 경우에는 아이디어 수렴 과정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보수적인 기업문화에서 심하고, 상명하복에 의한 Top down 방식의 의사결정이 지배적인 기업에서도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의사결정권자들은 자신이 과연 아이디어킬러인지 아니면 아이디어멘토인지에 대해 자문해보아야 한다.

일단, 다양한 경로를 통해 도출된 신제품콘셉트는 어떠한 형태로든 소비자조사가 수행되어야 한다. 신제품이 가고자 하는 최종목적지인 시장은 다름 아닌 소비자의 마음속이기 때문이다. 싸이월드가 2004년 선풍적인 인기를 독차지하며 히트상품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자아표현의 발로' 라는 시대에 부응하는 콘셉트가 있었고, 롯데제과가 매년 11월 11일을 '빼빼로데이'로 선포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제품의 콘셉트와 1111이 통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지방의 어느 여학생이 제안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히트제품의 성공은 신제품콘셉트가 좌우한다는 명제를 특히 유념하기 바란다.

+

Your future hasn't been written yet; so ones has.
Your future is whatever you make it.
So make it a good one, both of you!

"미래는 정해지지 않았다.
 미래는 여러분이 만드는 것이다.
 여러분 스스로 좋은 미래를 만들어라!"

- '백투더퓨처' 중 덕의 대사에서


<실무 마케터를 위한 히트상품 제조 비밀 ; 대한민국 일등상품 마케팅 전략>
조서환, 추성엽 지음
위즈덤 하우스,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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