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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추억의 책장 · 메모

[인간은 유전자를 어떻게 조종할 수 있을까] 후성유전학이 바꾸는 우리의 삶, 그리고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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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유전자를 어떻게 조종할 수 있을까

저자
페터 슈포르크 지음
출판사
갈매나무 | 2013-08-20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인간은 스스로 체질과 인성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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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중에서


# 후성유전학이란 무엇인가 - 14p.

교육, 사랑, 음식, 스트레스, 호르몬, 배고픔, 모태 속 경험, 중독, 심리치료, 니코틴, 특별한 부담, 트라우마, 기후, 고문, 스포츠, 기타 많은 것들이 환경의 영향을 받아 우리의 세포를 재편성(리프로그래밍)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프로그래밍은 유전암호는 전혀 손대지 않고서도 세포의 생화학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대학교의 후성유전학자 모셰 스지프(Moshe Szyf)는 이런 인식이 갖는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환경이 후성유전체를 변화시킨다면 생물학적 과정은 사회적 과정과 연결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생명에 대한 우리의 시각이 완전히 바뀔 것이다." 즉 후성유전학은 외부 세계가 어떻게 우리의 신체와 정신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 분자생물학과 달 착륙 - 28p.

모든 세포는 '단백질 생합성(protein biosynthesis)'이라는 프로세스를 통해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한다. 그리고 유전암호는 세포가 아미노산을 어떤 순서로 서로 배열할지 이야기해준다. 그러나 암호를 이루는 철자는 네 개뿐이고 그것으로 20종의 아미노산을 표시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은 나름대로 속임수를 썼다. 우리 DNA 철자 세 개가 하나의 패키지로 세포에게 어떤 '구슬'을 '단백질 사슬'에 꿰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가령 ACT는 아미노산 1번, CGC는 아미노산 2번, CTG는 아미노산 3번이므로 'ACT CTG CTG ACT GGC'는 "네가 합성할 단백질은 우선 아미노산 1번, 아미노산 3번 두 개, 그 다음은 다시 1번, 마지막으로 2번이야"라는 뜻이다.

하나의 유전자는 결국 하나의 단백질을 만들기 위한 암호가 담긴 DNA 텍스트 조각이다. 여기에는 유전암호를 읽고 시공 매뉴얼로 옮기는 생분자(biomolecule)가 어디에서 시작하고 어디에서 중단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첫 염기서열(시퀀스)과 마지막 염기서열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세포들은 유전자를 의도적으로 '켜고 끌'수 있는데, 유전자가 실제로 읽혀서 단백질로 번역될 때에만 유전자는 비로소 활성화 된 것이다. DNA에는 특별한 조절 영역(regulatory region)이 있다. 그리고 특정 메신저가 그것에 결합하느냐에 따라 가까이 있는 유전물질 조각은 차단되거나 활성화된다. 이 조절 영역은 프로모터(promotor, 촉진 유전자)라 하고, 메신저를 전사인자(transcription factor)라고 한다.

한 세포의 모든 유전자는 절대로 동시에 켜질 수 없으며, 모든 세포는 언제나 특정 유전자들만을 단백질로 번역한다. 이런 특정 문장은 유전자 발현형(발현 패턴) 또는 유전자 활성형(활성 패턴)이라 불리며 세포가 어떤 모습이 되고, 무슨 일을 할지를 결정한다. 그러나 프로모터의 명령은 결코 지속적으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전사인자가 사라지면, 그 영향도 끝난다.


# 게놈 프로젝트와 우주여행은 닮았다 - 32p.

2003년에 최종적으로 마감된 인간게놈프로젝트는 아폴로 프로그램처럼 비용이 적게 들지도 않았으며 달 여행과 마찬가지로 야심 찬 것이었다. 또한 이 탐험은 현대의 기술이 생물학자들을 도와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계속 개선되고 있는 염기서열 분석기(sequencing machine)와 더 빨라진 컴퓨터, 그리고 완벽해진 소프트웨어는 연구자들로 하여금 1995년에 11일 걸려서 분석했던 분량의 유전자 텍스트를 5분 만에 읽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연구자들은 프로젝트의 마지막 1년 반 동안 대부분의 연구를 해냈다. 2008년에는 동일한 분량의 유전자 텍스트를 읽는 데 단 몇 초로도 충분하게 되었으며, 8주 만에 완벽한 인간 게놈의 서열 분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 무엇이 개미나 벌의 운명을 바꾸는가 - 92p.

민감한 후성유전체를 가지고 있는 동물은 개미와 벌뿐만이 아니다. 파충류에게서는 민감한 기간의 알 주변 온도가 암컷이 될지 수컷이 될지를 결정한다. 파충류에는 성(性)을 결정하는 X 염색체, Y 염색체가 없다. 대신 다르게 조절된 후성유전체가 성 결정의 과제를 맡는다. 예컨대 28~30도에서 부화된 악어는 암컷이 되고, 31~34도에 노출된 악어는 수컷으로 발달하는 식이다.


# 인간은 일생 동안 변해간다 - 110p.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유전적으로 동일한 두 사람의 후성유전체에 차이가 생길 수 있을 뿐 아니라, 같은 사람이라도 시기에 따라 후성 유전물질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존스홉킨스대학교의 연구자 앤드류 파인베르크(Andrew Feinberg)는 이 선구적인 결과를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우리는 후성유전학이 현대 의학의 중심에 서는 것을 보기 시작했다. 식생활과 기타 환경적 영향들이 후성유전적 구조들을 변화시킬 수 있지만, 신체의 모든 세포에 동일한 DNA 염기서열은 변화시키지 못한다."


# 스킨십 호르몬의 힘 - 117p.

세로토닌과 도파민도 동물과 인간의 기분과 성격과 기질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이 두 호르몬은 기분을 밝게 해준다고 하여 '행복 호르몬' 이라고도 불린다. 그들이 수행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는 우리가 무엇을 잘했다고 생각할 때 갖게 되는 유쾌한 기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식사 후, 섹스 후, 상냥한 대화 후에 좋은 기분을 느끼는 것도 이 호르몬과 관련 있다. 그런가 하면 코카인이나 니코틴 같은 마약과 초콜릿이나 젤리 속의 당분도 이런 보상 체계를 자극한다.


# 트라우마와 그 후유증 - 136p.

사람마다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정도는 다르다. 같은 일을 당해도 어떤 사람은 트라우마를 겪으며, 어떤 사람은 쓴웃음 한번 짓고 잊어버린다. 미니와 헬람머의 관찰에 따르면 이런 차이는 모태 안에서와 출생 직후의 경험들이 유전물질을 재편성하는 것과 관련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한 인간의 정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견딜 수 있을지, 또 얼마나 심한 체험이나 스트레스가 한 인간의 정신적 균형을 깨뜨릴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우울증, 경계선 인격 장애, 공포 장애, 강박 장애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거의 모든 심리적 질병의 발병에는 아주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특정 유전자는 인간이 어떤 질병에 취약한 정도를 결정한다. 뿐만 아니라 환경으로부터도 유발자들이 더해진다. 긍정적이지 않은 후성유전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 어떤 사람이 중독에 취약한가 - 150p.

로테르담 보우만 정신 건강 센터의 에른스트 프란체크(Ernst Franzek)는 동료들과 함께 1944~47년 사이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한 그룹은 로테르담 중독 클리닉의 마약 중독 환자들이고, 다른 그룹은 도시의 일반적인 시민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2008년에 발표된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 배고픈 겨울이 임신 초기와 겹쳤던 여성들의 자녀들은 마약에 중독될 확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 물론 절대적인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어쨌든 대다수는 중독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 이혼이 수명을 단축한다 - 160p.

이혼을 하면 통계적으로 여자는 9.8년, 남자는 9.3년이나 수명이 단축된다는 사실을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또 고혈압은 평균적으로 여성의 수명 12.9년과 남성의 수명 7.4년을 단축시킨다. 흡연을 많이 한다면 평균 22년에서 18.2년의 수명이 단축된다. 마침내 금연 결심을 하게 만드는 상당히 충격적인 통계다!


# 젊음을 유지시키는 방법 - 218p.

세포에서 텔로머라아제 수치를 높여서 의식적으로 신체의 젊음을 유지하고자 하는 사람에겐 다시금 일반적인 조언을 할 수밖에 없다. 운동하고, 정신적 휴식을 충분히 취하고, 건강한 식생활을 하라는 것이다. 이런 건강한 생활방식은 '불로장생유전자'를 억제하는 후성유전 스위치들을 제거함으로써 더 오랫동안 젊음을 유지하게 한다.

킹스칼리지런던의 유전학자 린 체르카스(Lynn Cherkas) 팀은 2008년 2천 401쌍의 일란성 쌍둥이들의 텔로미어 길이와 그 쌍둥이들이 여가 시간에 얼마나 많은 운동을 하는지를 비교 조사하였다. 그 결과 특히나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들보다 DNA 이중나선의 끝이 200마디나 길다는 것이 드러났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일란성 쌍둥이지만 한 사람은 운동을 아주 좋아하고, 한 사람은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쌍둥이들의 상태였다. 유전적으로 동일한 이들 쌍둥이들의 경우에도 텔로미어 길이는 평균적으로 88염기쌍들만큼 차이가 났다. 여기서 우리는 쌍둥이 중 누가 다른 한 사람보다 더 오래 살지 추측할 수 있게 된다. 아마 그는 부지런히 조깅, 산책, 또는 자전거 타기를 한 사람일 것이다.


# 후성유전학이 바꾸는 암 치료법 - 283p.

원래 종양 억제 유전자에 의해 암호화된 단백질들은 건강한 세포에서 암을 촉진하는 변화들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매일 감지한다. 그렇게 감지한 뒤에는 종양 억제 유전자들이 암을 촉진하는 변화를 고치게 된다. 고치지 못할 경우에는 세포 자살(아포토시스, apoptosis)이라는 자살 프로그램을 실행시킨다. 그러면 그런 세포들은 전체 유기체를 위해 희생당한다.

그러나 '자살 유전자들'에 미리 후성유전적인 빗장이 질러질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종양 억제 유전자가 꺼지는 것과 마찬가지 형편이 된다. 이런 경우 세포들은 특히 쉽게 변성되며, 일단 종양이 생기면 잘못된 제2의 암호 때문에 특히 공격적이고 치료되기 힘든 암이된다. 일반적인 항암제는 보통 암세포를 자살로 몰아가게 하면서 효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후성유전체가 종양 억제 유전자나 세포 자살 시스템을 미리 침묵하게 만들었다면 화학 치료는 암세포에 아무런 해를 끼칠 수 없으며, 암은 저항력을 키우게 된다.



<인간은 유전자를 어떻게 조종할 수 있을까>

페터 슈포르크 지음, 유영미 옮김

갈매나무,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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