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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추억의 책장 · 메모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마음속에 빈 새장을 가지고 있다면 언젠가는 그 안에 뭔가를 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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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나는 너를 반만 신뢰하겠다.
네가 더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나는 너를 절반만 떼어내겠다.
네가 더 커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 19 - 언제가는 그 길에서
갔던 길을 다시 가고 싶을 때가 있지.
누가 봐도 그 길은 영 아닌데
다시 가보고 싶은 길.

그 길에서 나는 나를 조금 잃었고
그 길에서 헤맸고 추웠는데,
긴 한숨 뒤, 얼마 뒤에 결국
그 길을 다시 가고 있는 거지.

아예 길이 아닌 길을 다시 가야 할 때도 있어.
지름길 같아 보이긴 하지만 가시덤불로 빽빽한 길이었고
오히려 돌고 돌아 가야 하는 정반대의 길이었는데
그 길밖엔, 다른 길은 길이 아닌 길.


# 38 - 등대
어쩌면 우리 인생의 내비게이션은 한 사람의 등짝인지도 모릅니다.
좋은 친구, 아름다운 사람, 닮고 싶은 어떤 사람.
그리고 사랑하는 누군가의

등.

그걸 바라보고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방향입니다.


# 39 - 당신한테 나는
당산한테 내가 어떤 사람이었으면 하는가요?
사람을 좋아하는 일은 그러네요.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느냐의 '상태'를 자꾸자꾸 신경 쓰게 되는 것.
문득 갑자기 찾아오는 거드라구요. 가슴에 쿵 하고 돌 하나를 얹은 기분. 절대로 나는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한 적 없는데 그렇게 되는 거예요.

누군가가 마음에 들어와 있다는 건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날씨처럼. 문득 기분이 달라지는 것. 갑자기 눈가가 뿌예지는 것. 아무것도 아닌 일에 지진 난 것처럼 흔들리는 것.


# 52 - 한 사람 때문에 힘이 다 빠져나갔을 때

세상 끝 어딘가에 사랑이 있어 전속력으로 갔다가 사랑을 거두고 다시 세상의 끝으로 돌아오느라 더 이상 힘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 : 우리는 그것을 이별이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하나에 모든 힘을 다 소진했을 때 그것을 또한 사랑이라 부른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병률 여행산문집
달, 2012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국내도서
저자 : 이병률
출판 : 달 201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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