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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추억의 책장 · 메모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박경리 유고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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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다는 것 -13p.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 밤 - 44p.


놀고먹는 족속들

생각하라

육신이 녹슬고 마음이 녹슬고

폐물이 되어 간다는 것을

생명은 오로지 능동성의 활동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일은 보배다

밤은 깊어 가고

밤소리가 귀에 쟁쟁 울린다



# 어머니의 사는 법 - 70p.


말소드레기란

말을 옮겨서 분란을 일으킨다는 뜻인데

어머니는 남의 일에 깊이 관여하지 않았고

호기심도 없었다

밥 먹고 할 일 없는 것들,

내 살기도 바쁜데

남의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그럴 새가 어디 있느냐



# 현실 같은 화면, 화면 같은 현실 - 127p.


하기는 그래, 다 먹고살기 위한 곡예사들

눈물이 난다

현실 같은 화면, 화면 같은 현실

종이장 같은 현실


(중략)


아아

굶주림 같은 풍요로움이여

쓰레기 더미 같은 풍요로움이여

죽음에 이르는 풍요로움이여

눈물이 배어들 땅 한 치가 없네



# 넋 - 131p.


죽음의 예감, 못다한 한 때문에 울고

다 넋이 있어서 우는 것일 게다

울고 있기에 넋이 있는 것일 게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박경리 유고시집

마로니에북스, 2010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국내도서
저자 : 박경리
출판 : 마로니에북스 2008.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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