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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추억의 책장 · 메모

[여자를 위한 친절한 등산책] 주말이 즐거운 서운 근교 산행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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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중에서



# 도봉사 코스 - 60p.

이 코스는 마지막에 다 보여준다. 우이암에 오르면 정말이지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서 보는 경치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웅장하고 예쁘다. 발 아래 펼쳐진 세상을 보고 있으면 인생에 대한 답답하고도 우매한 질문들이 말없이 해결되는 느낌이다.



# 관악산 - 74p.

나는 산에 둘러싸여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산속에 오도카니 자리 잡은 벤치에 앉아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노라면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다. 인왕산 밑에 위치한 와룡공원과 관악산은 내가 자주 찾는 장소 중 하나다. 일단 산속에 들어가면 내가 종일 앉아 있을 자리부터 살핀다. 준비해온 주먹밥도 먹고 커피도 홀짝홀짝 마신다. 무심히 나무를 쳐다보거나 흘러가는 계곡물을 유심히 바라보기도 한다. 무엇보다 가장 좋아하는 건 라디오를 듣거나 책을 읽는 것이다. 기분 내키는 날에는 정상까지 올라갔다 내려온다. 산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정말이지 무궁무진하다. 산 속에서의 하루는 짧게만 느껴진다.



# 북한산 둘레길 - 42p.

북한산 국립공원은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는 국립공원'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 지금도 한 해 평균 1,0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북한산 국립공원을 찾고 있다. 북한산 둘레길은 좀 더 쉽고 편안하게 북한산 국립공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70km의 길은 물길, 흙길, 숲길, 마을길로 아기자기하게 조성되어 있어 걷기에 전혀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좀 걸어본 사람이라며 걷기가 왜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아름다운 선물로 불리는지를 알 것이다. (중략) 길은 총 21개 구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같은 길이 하나도 없다. 숲이 주는 피톤치드를 마음껏 마시면서 편안하게 걷기에는 순례길과 소나무숲길, 우이령길이 좋다. 약간의 산행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명상길과 옛성길, 산너미길을, 짧게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왕실묘역길과 마실길을 추천한다.


# 북악산 - 131p.

북악산은 이유 없이 우울한 날이나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날 찾으면 더 좋다. 숲은 내가 어떤 모습이든 언제나 두 팔 벌려 품안에 쏙 안아준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말하지 못하는 고민을 북악산 언저리에 살짝 얹어놓고 오면 된다. 한 달 후, 몇 달 후 내가 놓고 온 고민이 잘 있나 싶어 찾아가보면 바람에 실려 벌써 날아가고 없다.

예쁘고 조용한 북악산 길을 걸으면 늘 같은 생각이 든다. 도대체 서울 사람들은 이 좋은 곳을 놔두고, 어디에 가서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 걸까?



# 소요산 - 221p.

이날, 소중한 사실 하나를 새삼 깨달았다. 힘든 과정도 함께 하면 덜 힘들고 외롭다는 것을. 소요산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그들이 건넨 인사는 소요산을 더욱 아름답게 기억하게 만들었다. 나는 지금도 소요산을 그리워한다. 내가 살고 싶은 곳이, 살면서 만났으면 하는 사람들이 다 거기에 있다.



# 수락산 - 258p.

보면 마음 편해지는 사람이 있다. 보면 기분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 보면 웃게 되는 사람이 있다.

문제는 세상 살면서 이런 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은 다르다. 편하게 웃고 싶고 기분 좋아지려면 가까이에 있는 산을 찾으면 된다. 수락산도 그 중 하나다. 이유 없이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깨알 같은 재미는 없지만 은근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재미가 곳곳에 숨어 있다. 명성왕후가 숨어 지냈던 사찰과 1,3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에서는 아름다운 여유가 무엇인지를 실감할 수 있다. 수락골 입구에서 시작하는 코스는 계곡이 함께해 시원함이 느껴진다.


<여자를 위한 친절한 등산책>

구지선 지음

시공사, 2012



여자를 위한 친절한 등산책
국내도서
저자 : 구지선
출판 : 시공사(단행본) 2012.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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