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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추억의 책장 · 메모

[도망가자, 바다면 더 좋고] 도망가자, 그냥 어디든, 바람 좀 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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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적 지주 - 23p.

 

함께할 때 마음이 편한 사람이 있다.

가족 앞에서도 잘 꺼내지 않는 모습들을

자연스레 꺼내게 되는.

 

나도 잘 몰랐던 모습들을

발견하게 해주는 사람.

 

만남에 있어 억지로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

 

평소에 개인적인 이야기를 잘 꺼내는 편이 아님에도

자꾸 속마음을 털어놓게 되는 사람.

정신적 지주 같은 존재.

 

같은 시절을 함께 보낸다는 것으로

이미 고마워,

 

나의 곁을 내어주고 싶은 사람.

너를 만난 건 아마 내게 둘도 없는

행운이자 복일 테다.

 

 

# 잘 지내고 싶어 - 25p.

네 마음이 내 마음과 닮아있다면 정말 좋겠다.

 

내가 너와의 관계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드러나는 아주 우연한 일이 자주 생겼으면,

네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임이 증명되는 일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마음의 크기나 온도가 완전히 같을 수는 없겠지만,

우리도 사람인지라 가끔 티격태격할 때도 있겠지만,

너도 이 관계를 욕심냈으면 좋겠다.

 

이 몇 문장으로 마음을 다 전할 수 없어도

너와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전하고 싶다.

 

 

# 솔직한 두려움 - 44p.

 

너무 한 사람만 의지하면

그 사람이 사라진 후의

나를 나조차도 감당할 수 없을까 봐.

 

그 공허함을 견디지 못할까 봐.

마음이 너무 잘 보이면 쉽게 생각할까 봐.

더는 내가 궁금하지 않을까 봐.

내 모든 걸 알게 되면 도망갈까 봐.

 

작은 것에 서운해 하면 소심해 보일까 봐.

혹여 이해 못 해줄까 봐.

그럼 또 말도 못 하고 혼자 참다 상처받을까 봐.

 

늘 마음에 도망칠 공간을 만들어 두고서

미래에서 이별의 고통을 빌려와 미리 아파보곤 했지.

그 두려움을 꺼내 놓는 일부터가 사랑인 줄도 모르고.

누군가는 솔직한 나를 안아주고 싶었을지도 모르는데.

 

 

# 진인사대천명 (盡人事待天命) - 85p.

: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후에는 오직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

 

최선을 다했으나 어긋난 관계

최선을 다했으나 인정받지 못한 일

최선을 다했으나 떠나버린 사랑

최선을 다했으나 떠나야만 했던 곳

 

겪어보니 알게 된 것. 최선을 심은 자리에

꼭 최선의 결과가 맺어지지는 않는다는 것.

그 모든 것들에 나의 탓을 하며 아파하는 건

나의 진심 어린 최선에게 미안한 일이라는 것.

 

이제는 전부를 쏟아냈다면,

하늘에 맡겨 두고서 운명에 따를 줄도 알아야겠지.

 

 

# 도망 - 107p.

 

도망 가자 그냥 어디든, 바람 좀 쐬러.

바다면 더 좋고.

 

어떤 계획도, 목표도 없이

멍하게 있을 수 있는 곳으로.

타인의 시선이 없는 곳으로.

무표정으로 있어도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 곳으로.

굳이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고민들은

같은 바람을 마시고 내뱉는 것으로 나누자.

 

요즘 번아웃이라며.

죽어가는 불씨를 살리려 생기 없는

마른 장작이 되어가지 말고 바람에 맡기고 오자.

 

바람이 불씨를 다시 살려주든 아예 꺼뜨려 버리든,

둘 중에 하나는 해줄 테니까.

 

 

# 요즘 힘들다 말하면 - 224p.

 

내가 요즘 힘들다 말하며 울먹이면

너는 분명 나를 안고서 토닥토닥

다독여주고 싶을 거야.

 

내 마음 알아주고 싶을 거야.

너를 찾아준 게 한편으론 고마워서

어떻게든 힘이 되어주고 싶을 거야.

그러니 네가 울면 나도 마찬가지일 거야.

 

가끔은 좀 기대도 돼.

많이 생각하지 말고 나를 찾아도 돼.

 

 

<도망가자, 바다면 더 좋고>

이도훈 에세이

일단,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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