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암묵지/추억의 책장 · 메모

30년만의 휴식

반응형

[그림출처 : YES24]

나를 만드는 관계

"저는 병든 어머니와 가난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학비를 벌기 위해 껌을 팔고 있습니다. 한 통에 300원입니다. 한 통씩만 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기까지는 늘 볼 수 있는, 동정심을 이용해 이익을 남기는 껌팔이 소녀였다. 그런데 한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한 신사가 소녀에게 1000원짜리를 주었다. 그러자 소녀는 700원을 거슬러 주었다. 신사는 "돈을 거슬러 주는 것을 보니 정직하구나. 나머지는 너 가져라." 했다. 그러나 소녀는 그 돈을 거절했다.
"선생님, 저는 지금 구걸하는 것이 아닙니다. 학비를 벌기 위해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 순간 버스 안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여기저기서 껌을 사겠다고 소녀를 불렀다. 껌은 순식간에 다 팔렸다. 이런 소녀의 행동은 나이에 맞고 건강하다. 자식을 이렇게 키운 부모는 성공한 부모라 할 수 있다. 그러면 나이를 제 값으로 먹게도 하고, 모자란 채 성장을 멈추게도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우리가 태어나서부터 맺는 인간관계들이다.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여러 가지 인간관계 속에서 성장한다. 그 관계들을 통해 상처도 받고, 상처를 치유 받기도 한다.


엄마는 아이에게 온 세상이다
 

[그림출처 : 네이버 영화, Peter Pan, 1953]

  동화 <피터 팬>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작가 배리가 겪은 어린 시절의 슬픈 경험이 있었다. 배리가 여섯 살 때의 일이다. 어머니가 가장 예뻐하던 둘째 형 데이비드가 스케이트 사고로 죽고 말았다. 이후 어머니는 깊은 슬픔에 빠진 나머지 다른 아이들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형의 죽음과 어머니의 사랑을 박탈당하는, 이중의 상실이었다.
  어린 배리는 종종 어둠 속에서 등을 돌린 채 슬피 흐느끼는 어머니를 지켜봐야만 했다. 어느 날 어머니의 방에 들어갔을 때였다. 어머니는 "데이비드 너니?"라고 죽은 형의 이름을 불렀다. 배리가 "저예요."라고 대답하자 그의 어머니는 등을 돌린 채 다시 울기 시작했다. 배리는 강한 분노와 좌절을 느꼈고, 이후 어머니의 관심을 끌기 위해은 형처럼 되려고 애를 썼다. (중략)
  배리가 어른이 된 후에도 어머니의 마음속에 있는 죽은 형 데이비드는 늘 13세의 소년이었다. 배리는 동화 속에서 그의 무의식에 있는 아이를 통해 "엄마, 형은 죽지 않았어요. 영원히 죽지 않아요. 그러니 이제 그만 슬퍼하시고 저를 사랑해 주세요"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어른이 아니라 영원히 어머니의 사랑을 받는 소년이 되고 싶은가 배리가 '배리-피터-데이비드'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동화 속에서 엄마를 차지한다. '작은 소녀 엄마인 웬디'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죽은 형 데이비드가 늘 가족의 밖에서 맴돌아야 했듯이 피터 팬 역시 가족의 창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가족과 합칠 수 없는 존재로 그려져 있다. 작가 배리는 아이가 없었으며 가정생활에도 안주하지 못했다.
  여섯 살 난 어린 소년이 형을 잃고 슬픔 속에 파묻힌 어머니로부터 감정적으로 버려지는 경험을 한다는 것은, 그리고 자기가 어머니에게 잃어버린 형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이러한중의 상실을 애도하는 과정에서 배리는 다시는 버림 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려고 애썼다. 그는 어른이 되는 대신 영원히 자라지 않는 어린 소년으로 남아 무능한 어른을 물리치고,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불멸의 존재가 되기를 원했던 것 같다. 그럼으로써 형의 죽음을 부정할 수 있었고, 어머니의 사랑을 되찾으려고 했다.


<마음의 평안과 자유를 얻은 30년만의 휴식>
이무석 지음
비전과리더십, 2006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