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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추억의 책장 · 메모

어린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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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출처 : 오마이뉴스]

 

"나는 해 지는 것이 정말 좋아요. 지금 해 지는 걸 보러 가요......"

"하지만 기다려야 하는데......"

"기다리다니, 뭘?"

"해가 지는 것을 기다려야지."

 

너는 처음에는 놀란 표정을 하더니, 이윽고는 네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는 웃었다.

그리고 너는 이렇게 말했지.

"나는 늘 내 별에 있는 것으로만 생각한단 말이야."

 

바로 그거야.

미국이 한낮이면 누구나 다 아다시피 프랑스에서는 태양이 석양 속에 접어들지.

해지는 것을 보고 싶으면 단 일 분 동안에 프랑스로 갈 수만 있다면 되는데.

불행히도 프랑스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그러나 그처럼 작은 너의 별에서는 의자를 몇 걸음 당겨 놓으면 그만이었지.

그래서 넌 네가 원할 때마다 해 지는 모습을 바라보곤 했었지......

 

"어느날 난 마흔세 번이나 해지는 것을 보았어!"

그리고 잠시후 넌 이렇게 덧붙이는 것이었다.

"아저씨도 알 거야...... 누구나 깊은 슬픔에 잠기면 해지는 풍경을 사랑하게 되지......"

"마흔세 번 석양을 본 날, 그렇다면 너는 그만큼 슬펐단 말이냐?"

그러나 어린 왕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린 왕자>

생텍쥐패리(Saint-Exupery) 지음, 황현산 옮김

열화당,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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