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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추억의 책장 · 메모

Cm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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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윤주

사람들은 저마다의 풍선들을 가지고 살아간다.
홀로 부풀어 오를 수 없는 현실 속으로
그들은 한 번 더 풍선을 띄워본다. 내가 그려온 그림,
언젠가 자유로이 하늘에 떠오를 풍선을 잡고자
사람들은 때때로 잠시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지도 모르겠다.
8년 동안 모델이라는 감각적인 선율 속에서도
나는 수 없이 떠나고 싶었다.
나에게 있어 늘 두려웠던 것은
안주하는 나 자신이었다. 화려했던 모델 시절이 지나가고
결혼이라는 것을 해야 하고 아이를 낳고
어쩌면 정해진 룰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행복한 삶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은 스물 다섯 꿈꾸는 소녀인 걸... ...
누군가 "당신의 정확한 목적지는 어디 입니까?" 라고 묻는다면 아직은 명쾌한 답을 할 수 없다.
나는 끝없이 표현하고 또 표현해야 할 사람이고,
어떤 형태가 됐든 수많은 감각을 이루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나를 계속 꿈꾸게 하는 이유이고,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 주는 바람인 것이다.
현실 속 나를 붙잡고 있는 
크고 작은 좌절과 망설임이 나를 주저앉게 만들 때도 있었고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기 위해서
나 자신과 타협했던 적도 있었다.
지금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절박감,
내 안의 자유, 가능성, 기회, 열정, 그리고 노력 ... ...
모델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마음처럼
막막하지만 달콤할 것만 같았던 꿈을 향해 
한발 한발 걸어 나갔던 그 모습을 기억하며 
나는 다시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

+



- 홍진경

그는 말했다.
" 우린 때로 통제하기 어려운 비탄의 느낌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우리가 그날의
  '마법의 순간'을 지나쳤음을,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을 깨닫는 거지요.
  생은 자신의 마법과 예술을 감추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우리 내면에 존재하고 있는,
  한때 우리 자신이었던 어린아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 어린아이는 마법의 순간을 이해하지요. 그 아이의 울음을
  틀어막아 버릴 수는 있겠지만, 그 목소리 만큼은 결코 잠재울 수 없습니다.
  한때 우리 자신이었던 그 아이는 아직도 거기 있습니다. 마음이 어린 자들은 행복합니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입니다. 우리가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면,
  만일 우리가 어린시절의 천진난만함과 열정을 가지고
  생을 다시 바라보지 않는다면, 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자살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육신을 죽이는 것은 신의 율법에
  반하는 일입니다. 영혼을 죽이는 것 또한 신의 율법에 반하는 일이지요.
  비록 그 범죄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해도 말입니다.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는 어린아이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 아이를 성가셔해도 안 됩니다. 그 아이를 혼자 내버려두고
  그 아이의 말을 거의 듣지 않음으로써, 그 아이가 겁을 집어먹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그 아이에게 우리 생의 고삐를 쥐도록 해야 합니다. 그 아이는 알고 있습니다.
  다가올 매일매일이 지나온 모든 날들과 다르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 아이가 사랑 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야 합니다. 그 아이를 즐겁게 해야 합니다.
  비록 그것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이고,
  타인의 눈에 어리석게 보일지라도 말입니다. 인간의 지혜라는 것이 신의 눈에는
  광기일 뿐이라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우리가 우리의 영혼 속 아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우리의 눈은 좀더 밝아질 것입니다. 우리 영혼 속의 이와 만나는 끈을 
  놓치지 않는다면, 우리는 생과의 만남도 놓치지 않게 될 것입니다."
나는 결국 파울로 코엘류의 보석 같은 글로 내 모든 여행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어찌 보면 남의 글로 내 이야기를 끝맺음 하는 것이 그리 훌륭한 발상은 아닌 듯 싶다
그러나 나는 이보다 더 나를 당황시킨 글을 본 적이 없었다
나보다 더 나를 꿰뚫고 나보다 더 나를 걱정하는 글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해 주는 글로써 나의 이야기를 마감하는 것이
내겐 그지없는 영광이었음을 말하고 싶다
모질게도 어린 아이를 내쫓으며 어른이 된 나이지만
파울로의 글은 이런 못된 나마저도 착한 꿈을 꾸게 하는 거였다.

"어린 아이는 사라진 게 아니야. 울다 지쳐 잠시 잠이 든 것뿐이란다."
 


<CmKm ; 젊은 아티스트 여섯 명의 여섯 빛깔 여행기>
김진표, 나얼, 임상효, 장윤주, 정신, 홍진경 지음
시공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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