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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추억의 책장 · 메모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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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어떤 인생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그냥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네가 살아 내는 오늘이 되기를.
당연한 것을 한 번 더 당연하지 않게 생각해 보기를, 아무것도 두려워 말고 네 날개를 맘껏 펼치기를.
약속해. 네가 어떤 인생을 살든 엄마는 너를 응원할 거야.
그런데 오늘은 누가 집에 온다고 하네. 오늘은 꼭 수영을 가려고 했는데…….
자, 오늘도 좋은 하루!


# 네 자신에게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네 자신뿐이다

오늘 아침에 우연히 마주치게 된 모욕에 오늘 하루를 내줄 것인가,
생명이 약동하는 이 오월의 아름다움에 네 마음을 내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너 자신이지.
그것은 나쁘고 좋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너의 선택이라는 거야.

이 시간의 주인이 되어라.
네가 자신에게 선의와 긍지를 가지고 있다면 궁극적으로 너를 아프게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네 성적이 어떻든, 네 성격이 어떻든, 네 체중이 어떻든
너는 이 시간의 주인이고 우주에서 가장 귀한 사람이라는 생명이다.

위녕, 힘들다고 했지? 그래 힘들지. 누구나 그 시절을 다 힘들게 보냈어.
그런데 너의 힘듦은 진정 어디서 오니?
그래 이왕 힘든 거, 힘든 시간을 나를 분발시키고 나를 향상시키는 기회로 삼아 보면 어떨까?
미안하다. 그것이 더 힘든 걸 알면서도 이렇게 또 지당한 소리를 늘어놓게 되었구나,
그러나 위녕, 사실을 말하면 엄마는 네가 이 시기를 좀 잘못 넘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래도 돼.
너는 아직 젊고 또 많은 기회가 있을 거야.
이 한 해로 너의 모든 것을 판단하고 싶지 않아. 그래서도 안 되고 …….
사랑한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엄마의 미안한 사랑을 보낸다.
왠지 오늘은 수영장이 임시 휴일일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자, 오늘도 좋은 하루!


# 제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게 해 주소서

위녕, 그래 누구나 입을 다물고 싶을 때가 있지.
엄마가 엄마라는 이유로 혹은 친구라는 이유로 네 입을 여는 것을 강요한다면 그것은 예의가 아니겠지.
걱정스럽지만 그 마음을 아끼는 일도 네게,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에게 필요한 일이겠구나.
하지만 사랑한다. 사랑해서 잘할 수 있는 일과 사랑하기에
하지 말아야 할 일 두가지를 구분하는 법을 알게 해 달라고 오늘은 기도하고 싶다.
정말 네 방문을 바라보고 있지 말고 수영가방이라도 챙겨야겠다.
자, 그래도 좋은 하루!


# 해야 한다는 성명서

고통에, 고뇌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내주지는 말자. 대신 하늘을 향해 한번 기도하렴.
현명하게 처리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그리고 잠시 다른 일을 하는 거야.
엄마랑 수영을 하든가 말이야. 음, 오늘 네가 간다면 엄마도 수영을 가 보려고 하니까.
자, 오늘은 오늘만을 데리고 온다, 그러니 오늘도 좋은 하루!


# 보이지 않아도 널 응원하고 있단다 (작가후기)

위녕, 언젠가 어두운 모퉁이를 돌며, 앞날이 캄캄하다고 느낄 때,
세상의 모든 문들이 네 앞에서만 셔터를 내리고 있다고 느껴질 때,
모두 지정된 좌석표를 들고 있는데 너 혼자 임시 대기자 줄에서 있다고 느껴질 때,
언뜻 네가 보았던 모든 희망과 믿음이 실은 환영이 아니었나 의심될 때,
너의 어린 시절의 운동회 날을 생각해. 그때 목이 터져라 너를 부르고 있었던 엄마의 목소리를.
네 귀에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야.
엄마가 아니라면, 신 혹은 우주 혹은 절대자라고 이름을 바꾸어 부른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겠지

위녕, 너는 아직 젊고 많은 날들이 남아 있단다. 그것을 믿어라.
거기에 스며 있는 천사들의 속삭임과 세상 모든 엄마 아빠의 응원 소리와 절대자의 따뜻한 시선을 잊지 말아라.
네가 달리고 있을 때에도 설사, 네가 멈추고 울고 서 있을 때에도 나는 너를 응원할 거야.

엄마는 오늘 진짜로 수영을 갔어. 그랬는데 그 수영장은 대형 슈퍼마켓으로 바뀌었더구나. 어느새…….
음, 그러니까 엄마가 뭐랬니?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 그랬잖아.
휴우. 괜찮아. 삶이란 그런 것. 우리에게는 아직 남은 오늘이 있고 또 다른 수영장도 있어.
음, 그러니까 오늘도 좋은 하루!



<네가 어떤 삻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산문
오픈하우스, 2008




# Related article : http://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6/11/20/20061120600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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