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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책 더하기 · 리뷰

[웃음의 과학] 개그계의 철학자 이윤석이 밝히는 웃음과 유머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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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의 과학
국내도서>인문
저자 : 이윤석
출판 : 사이언스북스 201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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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이자 교수님인 이윤석이 책을 썼다. 처음엔 그의 책이 궁금했다기 보다 그가 쓴 글이 궁금했다. 일을 병행하면서 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그이기에,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며 논문을 써내는 일이 어떤것인지 무엇보다 잘 알기에 그의 노하우도 좀 배워보고 싶었다. 웃음에 대해 쓴 책이라기에 웃기는 책은 아닐까 생각했는데,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진지했으며 웃음의 진리를 파헤치고 있을뿐 절대로 웃기는 책이 아니었다. 그의 노력과 그간 그가 읽은 책들이 알짜배기로 집약 되어있었다. 독자들에게 지식을 전해 줄 뿐 아니라, 개그와 웃음의 이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개그 우먼들의 삶의 애환에 대해선 고민조차 해본적이 없었다. 수 많은 시청자 중의 한사람처럼 그저 오버하고 자학개그를 펼치는 그녀들이 가끔은 불편하고 '왜 저렇게 오버하는거야'라는 생각도 했음을 고백한다. 그녀들도 사랑받고 싶고 예뻐지고 싶은 여인인 것을. 이윤석 교수가 이 책에 적어둔 개그 우먼들의 아픈 모습들을 읽고 나서야 알았다. 아니 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생각조차 해본적이 없어서 몰랐다고 변명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그녀들도 여느 직장인들처럼 '그만 두고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을테지. 본인의 치부를 드러내는 아픔도 불사하고, 이혼이라는 가장 아픈 과거도 개그로 승화시키는 그녀들이 아닌가. 그 어떤 슬픈 감정이 온 몸을 휘감는 순간에도 그녀들은 웃음을 머금고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여전사들이다. 그런 그녀들의 이야기는 책을 덮은 후에도 여운이 길었다. 개그 프로에서 웃기기 위해 제 한몸 망가지기도 불사하는 모든 개그 우먼들을 향한 불편한 시선은 눈녹듯 사라졌고, 그녀들은 무조건적으로 열렬히 응원하고 싶은 대상이 되었다.

또, 얼마전 모 TV프로에서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긍정의 힘에 대해 강조했던 적이있다. 이 교수도 이 책에 그 말을 인용해 놓았다. 그리고 그 말은 소름끼치게도 맞는 말이다. 행복하기를 갈구하고 매사에 긍정적으로 웃음을 잃지 않으면 행복하겠다는 소망은 하나 하나 구체화 되서 행복함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반대로 행복에 대한 부정은 불행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더욱이 불행은 습관이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에 부딪혔다는 자괴감에 한 번 무너져 내리면 또 다시 무너져 내리기는 쉽다. 그러니 오늘도 무너져내리지 않고 삶의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선 우리는 웃어야만한다. 행복한 삶을 위해 웃자. 나 하나의 행복이 아니라 나와 내 사랑하는 그 모든 이들이 힘든 하루를 담대히 견뎌내고 더 나은 내일을 맞이 할 수 있도록...


# 감정의 진화 - 31p.
감정의 역할은 무엇일까? 플라톤이나 데카르트의 철학적 전통에서는 감정을 배제한 이성적 인간만이 진리에 접근할 수 있는 바람직한 인간형이라고 주장하였다.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라는 충고를 많이 듣는다. 정말 감정은 우리가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존재일까?

# 웃음의 심리 - 111p.
우리는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 - 윌리엄 제임스

# 웃음의 남녀차이 - 150p.
브라운관 속에서 개그우먼들은 굵은 종아리를 드러내고, 아이돌 소녀들의 틈에서 거친 웨이브를 구사하며, 남자들에게 무시당하는 역할을 자청하고, 미남 스타들에게 들이 대고 열렬히 환호함으로써 상대를 더욱 빛나게 해 준다. 때로는 "왜 저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리 지르고, 윽박지르고, 뒹굴고, 자빠진다. 누구나 감추고 싶어 하는 내밀한 모습마저 카메라 앞에서 만천하에 공개한다. 그러나 조명이 꺼지고 나면 그녀들도 여인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때로는 남몰래 울음을 삼킨다.

# 웃음의 종류 - 170-171p.
우리는 다양하게 웃는다. 호탕한 웃음, 수줍은 웃음, 속으로 웃는 웃음, 입을 가리고 웃는 웃음, 가짜 웃음, 비웃음, 헛웃음, 쓴웃음, 냉소적 웃음, 허무한 웃음, 피시식 웃는 웃음, 툭 터져 나오는 웃음, 어처구니없는 웃음, 우는 듯 웃는 웃음, 웃으며 우는 웃음 등등등 그렇다면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웃음은 어떤 웃음일까? 물론 문화와 상황, 연령과 성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일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고찰한 바로는 웃음은 인류의 보편적 본능이므로 그 모든 것을 가로지르는 기분 좋은 웃음의 대표 격이 있을 것이다.
웃음은 지문과도 같다. 웃음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며 사람마다 자신만의 독특한 웃음소리와 표정이 있다. 조안 바초로프스키와 미셸오렌에 의하면 사람들이 가장 높이 평가하는 웃음은 '목젖이 드러나도록 웃는 웃음'인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말해서 속으로 삼키거나, 큭큭 대거나, 입을 가리거나, 삼가는 웃음들보다는 거리낌 없이 시원하고 분명하게 밖으로 표출하는 웃음을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웃음의 과학>
이윤석 지음
사이언스북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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