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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책 더하기 · 리뷰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기아에 관한 어느 국제 전문가의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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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장 지글러(Jean Ziegler) / 유영미역
출판 : 갈라파고스 2007.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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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간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판매되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내 위시북 리스트에도 몇 년 동안 묵혀있었다. 항상 서점에 들러도 그냥 지나치더니, 우습게도 드라마(시크릿가든)을 보다가 주인공 주원이 이 책을 읽던 장면이 떠올라 그제서야 구입했다. 이 책은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인 장 지글러가 아들에게 기아의 진실을 알려주는 대화를 이어나가듯 이어진다. 알려지지 않은 기아의 진실을 우리들에게 알려주면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나즈막히 어른들의 부끄러운 모습을 고백하기도 하고, 함께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TV에서 방영하는 가난한 이들의 모습. 24시간 기아체험이라는 행사를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먼곳의 아이들이 굶주리고 있다는 감상적인 현실에 빠져있었던 나는 시장원리주의경제(신자유주의)와 세계화라는 이름하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기아'라는 이름아래 죽어가고 있는지 몰랐다. '기아'는 한 명의 대단한 지도자 만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문제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칠레의 아옌데와 부르키나파소 상카루의 예에서 볼 수 있다. 기아를 해결하겠다는 일념하에 칠레의 소아과 의사 출신 개혁가 아옌데의 무료 분유 배급 정책으로 어린이들을 기아에서 벗어나게 하리라는 희망을 꿈꾸었다. 그러나 거대 자본의 논리를 내세운 '네슬레'의 이기적인 정책은 칠레 정부에 분유 공급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들의 눈에는 기아로 죽어가는 무수한 어린이들 보다 눈 앞의 이익과 시장이 보일 뿐이었다.

선진국들은 저마다 자유주의 경제의 패권을 쥐기 위해서 경제의 논리로 '기아'를 암묵적으로 묵살해왔다. 더욱이 거대 자본으로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다국적 기업들의 횡포는 '기아'를 아픈 모습을 더욱더 처절하게 만들어간다. 책의 말미에 장 지글러는 모두에게 애원하는 듯한 문장을 적어두었다. 모두의 의식이 서서히 바뀌어 가는 것. 그것만이 전 세계가 기아에서 벗어나고 모두가 함께 아름답게 사는 것이라는 인식에 동참하기를 희망한다.


#22 계속 늘어나는 도시 인구 - 129p.
매년 수백만의 선진국 사람들이 브라질이나 페루, 인도네시아를 여행하고, 아프리카 연안이나 남미 고원지대, 멕시코 고원, 콜카타(캘커타), 인더스 계곡 등지로 몰려가지. 하지만 그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맹인이나 마찬가지야. 여행지에서 기아 희생자들을 목격하게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 거리에서 마주치거나, 어쩌다 슬럼가에 인접한 호텔에 묵게 될 경우에만 약간 감을 잡을 수 있어.

#27 상카라의 최후 - 150-151p.
상카라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던 모양이야. 1987년 9월 어느 날 밤에 아빠는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에서 상카라를 우연히 만났어. 상카라는 나라 일로 그곳에 가 있었고, 아빠는 아프리카의 여러 지역을 방문하던 중이었지. 아빠는 그의 숙소인 호텔에서 그와 마주앉아 20년 전 볼리비아의 산 중에서 살해된 체 게바라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했어. 상카라는 "살해될 당시 그는 몇 살이었을까요?"하고 물었고, 아빠는 "39세 8개월"이라고 대답했어. 그러자 생각에 잠겨 있던 상카라는 "나도 그 나이까지 살 수 있을까요?"라고 하더구나. 만일 살아 있었더라면 상카라는 살해된 해 12월에 38세 생일을 맞이했을 텐데 말이야.

# 에필로그 - 156-157p.
특정한 시간에 젖을 먹는 습관이 든 아기는 젖을 주지 않으면 배고파서 울어댄다. 아기는 몇 시간이고 목청껏 울어댄다. 다른 표현 형식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근에 방치되어 먹는 습관을 잃어버린 아기는 자신의 표현능력도 잃어버린다. 아기는 울음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것을 멈추고 그만 죽는다.

# 에필로그 - 171p.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정의에 대한 인간의 불굴의 의지 속에 존재한다.
파블로 네루다는 그것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 그들은 모든 꽃들을 꺾어버릴 수는 있지만
   결코 봄을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해제 우석훈, 부록 주경복
갈라파고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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