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글쓰기 실력을 높여보려고 '작가가 작가에게'란 책을 읽고 리뷰를 써냈다. 내가 쓴 리뷰는 한 인터넷 서점의 우수 리뷰로 뽑혀 일주일동안 페이지를 장식했다.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최소한 우수 리뷰로 선정을 하기 위해 내 글을 읽고 평가했을 테니까, 그리고 글이 게재되면서 더 많은 이들이 나의 글을 읽을 수 있을테니까.

작가는 아니지만 작가가 작가들에게 썼다는 글쓰기 전략서를 읽은 거다. 각종 글쓰기 비법들이 등장하고 작가만의 노하우가 술술 등장한다. 이 책은 미지의 신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기분으로 글을 써내려가던 나에게는 그 모든 조언들이 유용한 비법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도 글을 쓴다. 가끔은 거르기 일쑤지만 하루에 일정한 시간을 정해두고 매일 쓰라는 충언을 받아들이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글쓰기를 위한 영원한 아이템 중 하나가 책을 읽고 리뷰를 적는 것이다. 감히 작가들의 글을 내 멋대로 이렇다 저렇다 평할 수준이되지 않는다며 리뷰 쓰기를 꺼려했었는데, 작가에게 누가 되지 않는 선에서 적겠다고 결심하고 읽은 책에 대한 느낌을 글로 남기기 시작했다. 작년 말 우연찮은 기회로 알게된 리뷰 카페에서 활동하며 리뷰 쓰기를 의무화해 나에게 강제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써낸 나의 글이 우수하다는 작은 희망의 불씨를 주었다. 더불어 글쓰기의 좋은 습관들을 제공한 글쓰기 전략서에게도 감사한다. :)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두고 글을 쓰는 '작가 친구'를 만났다. 좋아하는 글쓰기를 하기위해 회사를 그만두는 강단있는 친구이기에 그녀의 결심을 높이 사고 있었다. 나도 좋아하는 글쓰기를 마음껏 하길 바라며 살짝 부러움을 내비추기도 했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 좋은 곳에서 삶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중 그 친구가 내게 하는 말은 '그냥 책을 냈다고해서 작가라고 부를 수 있는게 아니다' 라며, 작가의 의미를 설명하려 애쓴다. 그 친구에게 작가를 향한 경외가 보였다. 그렇다. 글로 뭇 사람들의 영혼 깊은 곳을 흔드는 그들에게 표현해야 마땅한 경외감이다. 나 또한 동의한다. 그렇지만 나에게 친구는 여전히 '작가 친구'다. 의미야 틀리면 어떠한가. 소녀처럼 책 읽는걸 마냥 행복해하고 열심히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는 친구가 나에게는 부러운 존재, '작가'다. 





최근 몇 달 간 각종 글쓰기 책을 섭렵했다. 이유는 글을 잘 쓰고 싶어서였다. 전업 작가도 아니면서 왜 글을 잘 쓰려고 하느냐고 누가 물었다. 글쓰기를 잘해야 기획서도 잘쓰고 제안서도 잘 쓴다더라. 기승전결을 파악해야 일도 잘한다더라. 어휘력이 좋아야 생각도 넓고 크게 할 수 있다더라. 국어 어휘력과 쓰기능력이 좋아야 외국어도 빨리 익힌다더라. 그 밖에 줄 잡아 열댓가지나 되는 기타 등등의 이유들을 나열한다. 각종 이유를 줄줄이 생각해보다가.... 

그래서 왜 글을 쓰는지 생각해보니,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스스로 포장하며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같다. 아니 정말 좋아한 것도 같다. (실은 지금도 글쓰는게 참 좋다.) 누구에게 털어놓기 자존심 구겨지는 것들과 알리고 싶지 않지만 내 아픔은 남들이 알아줬으면 싶을 때, 글로 적어내는게 유일한 돌출구 였던거다. 누구처럼 노래를 멋들어지게 잘 불러서 음악으로 표현할 수도 없고, 그림으로 기가 막히게 표현하기에도 기본기가 부족했다. 그 어떤 예술적 기질로도 내 아픔을 담아낼 수 없었는데, 유일한 표현 방법이 글이었다.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니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스멀스멀 생겼다. 한 때는 문장력 좀 있다하는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감탄을 연발하며 조금씩 흉내내보기도 했다. 욕심이 생기니 그 좋던 글쓰기가 더 이상 내가 좋아하는 표현 수단이 아니었다. 휘황찬란한 미사여구를 갖다 붙이며 내 마음이 내 진심이 담기지 않은 그저 그런 문장들만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 마음을 다시 먹기로 했다. 그저 즐겁고 즐기던 데로... 책 읽는 걸 좋아했으니 즐기며 읽고, 스스로에게 부담을 안기지 않고 쓰고싶은 만큼만 쓰기로 했다. 그렇다고 글을 아주 잘쓰는 것도 아니고 전업 작가도 아니지만 지금 이대로 좋았다. 그래도 글 잘 써내기에 대한 탐욕(?)은 버렸지만 남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게는 써야겠기에 각종 글쓰기 전략 및 기법 책들을 틈나는데로 읽어 두었다. 

그러던 중 시크릿가든의 작가 김은숙 샘이 강추했다는 '작가가 작가에게'를 접하게 된거다. 선생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분명 작법 책인데, 스펙터클 하다가, 아슬아슬 하다가, 로맨틱 코미디 처럼 콩닥거리는' 책이다. 소설 작법에 대한 정찰, 기술, 전략의 세 단락으로 나누어 작가들을 위한 과감한 충고를 한다. 모든 충고에는 디테일한 레퍼런스들이 제공된다. 에이전트와 출판전략에 대해서도 철저히 작가의 입장에서 작가들에게 혹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상세히 일러준다. 짧은 단편 소설만 끄적이던 나에게도 소설을 쓸 수 있다는 희망의 빛줄기도 보였다. 다만 즐길수 있는 수준으로 글을 쓰자는 내 정신은 작가의 충고에 조금 부끄러워졌다. 하루에 삼십분씩이라도 시간을 정해두고 매일 써야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의무감을 부여하는 것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꾸준히 써야 감각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종일관 균형감 있게 조언을 해주는 작가에게 감사했다. 물론 이 책에서 제시한 작법 전략을 당장 모두 따라할만큼 나의 내공이 쌓이지 않았기에 조금씩 가능한 것부터 우선순위를 두고 실행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항상 염두해 두어야하는 것들은 잘 정리해서 노트에 기록해 두었다. 글을 쓰기전 꺼내어 상기시켜볼 요량이다. 기대 효과가 큰 만큼 모쪼록 더 부드럽게 읽히는 글이 써지길 고대한다. 조금씩 걸어나가다가 뒤를 돌아볼 만큼 나아갔을 때 조금 더 괜찮은 글을 쓰는 내가 되었다면, '작가가 작가에게'의 공도 잊지 않으리라. :)
 


#3 바보와 영웅의 차이 - 32p.
영웅은 능숙하고 집요하지만, 바보는 고집불통이고 매사에 짜증을 낸다. 영웅은 쓰러지고 나서도 재빨리 일어나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바보는 한 번 쓰러지면 두고두고 징징거린다. 영웅은 스스로 행운을 불러들인다. 바보는 그저 자신의 불은을 한탄한다. 영웅은 다른 사람들이 지닌 가치를 알고 있다. 바보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보다 더 가치 있다고 믿지 않는다.

#7 출판은 전쟁이다 - 43p.
건전한 정신과 신체를 지녔으며, 일 년에 한 번쯤 불만스럽기만한 감정에 사로잡혀도 엄숙하게 잠재울 줄 안다. 내 작품이 출판되는 일과 관련한 모든 일들에 대한 불만을 누그러뜨리려면 때로는 목구멍에 양말을 가득 욱여넣어야 할 때도 있다. 그래도 투덜거리지 않을 것이다. 울지 않을 것이다. (......) 우울해하지 않을 것이다.
글을 써라. 불평불만을 에너지로 승화시켜야 한다.

#39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고 말하지 마라 - 168p.
등장인물들이 누구에게도, 특히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직접적으로 말하게 해서는 안 된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뻔하고 전형적인 수법이다. 동정을 받겠다는 생각인데, 이것은 너무 작위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58 계획 없는 목표는 허망한 꿈 - 248p.
- 프로는 타인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사람이다.
- 프로는 논점을 파악할 줄 알고, 상대편이 찾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 프로는 상대편이 요청한 거을 제때에, 적절한 형식으로 내놓을 줄 아는 사람이다.

#66 아직 본업을 포기하지 마라 - 271p.
모든 소설가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꿈 같은 일에 대한 소망이 너울거리고 있다. 생업을 포기하고 전업 작가가 되려는 소망 말이다. 호숫가의 오두막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배경 음악으로 커피를 마시면서 하루 종일 글을 쓰는 삶을 소망하는가? 아니면 업무에 짓눌린 대도시의 통근자들이 일을 하느라 생을 낭비하고 있는 동안 단칸방에 들어앉아 하루 종일 글을 쓰는 삶을 소망하는가? 그래, 당신의 소망 말이다.

아, 당신의 직업을 싫어한다고요?
왜 그렇게 말하나요? 당신처럼 말하는 사람들은 아주 많아요.
'모든 사람들'이 그렇죠. 어느 술집을 가더라도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요. - 드류 캐리


#77 살아남으려면 - 323p.
당신이 정말 상처를 받았다면 30분 정도는 상처로 아파해도 좋다. 더 이상은 안 된다.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라. 글쓰기야말로 공격적인 리뷰나 이메일, 회의적인 반응에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해독제다. 그리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외쳐보라. "나는 아리조나 위를 날고 있는 독수리다!"



<작가가 작가에게>
제임스 스콧 벨(James Scott Bell) 지음, 한유주 옮김

정은문고,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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