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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책 더하기 · 리뷰

[인간] 거대한 유리 상자에 갇힌 인류 최후의 한 남자와 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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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양장)
국내도서>비소설/문학론
저자 :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 / 이세욱역
출판 : 열린책들 2009.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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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거대한 유리 상자에 갇힌 인류 최후의 한 남자와 한 여자
 때로는 장난꾸러기 같은 베르베르는 일상을 벗어난 인간의 삶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인간이 아닌 존재가 바라보는 인간은 어떤 모습일지 독자들로 하여금 함께 생각하게 한다. 거대한 유리 상자안에 갇힌 '애완 인간' 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소재로 풀어나가는 그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지만 잔인하지 않고, 그렇지만 인간의 잔인한 모습을 재조명한다. 인간이라는 종은 그들의 편리함을 위해 실험용 동물들에게 만행을 저지르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일례로 인체에 안전한 립스틱을 만들어내기 위해 수 많은 동물들이 실험실에서 고문당하고 죽어간다. 겉으로는 동물 사랑과 인권 보호를 외치는 이들조차 이런 동물 실험이 없었다면 그들이 누리는 편리를 보장받을 수 없다면 어떤 모습으로 돌변할까?

더 이상 이 지구상에 혹은 우주 안에서 인간이라는 생물(?)이 존재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인류의 마지막 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어느날 갑자기 거대한 유리 사자에 갇혀 처음 대면하게 된 한 남자 라울과 한 여자 사만타는 인간의 번뇌와 갈등의 모습을 보여주며 대화를 이어나간다. 그들의 대화 속에는 인간의 삶 속의 모든 이야기들이 녹아있다. 남자와 여자, 전쟁과 살인, 법과 질서 등 그들만의 법정을 통해 인류를 심판하고 재판한다.

아이디어 팩토리, 베르베르의 상상력
낯선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은 어떤 모습일까? 아이디어 팩토리라 불리는 천재 작가 베르베르가 또 하나의 상상력을 풀어내어 우리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일상의 삶을 벗어난 인간의 삶은 어떨까? 우리는 지독히도 '인간'이기를 강조하며 인간으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반복된 일상의 루틴 속에서 불평과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그 일상이 깨어지거나 무너져내리면 불안해 한다. 스스로를 일상의 쳇바퀴 속에 가두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일상을 벗어난 삶을 그리면서도 결국은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길 원한다. 우리 모두가 원하지 않는 관성(慣性)이 때로는 필요한 관성(慣性)인 셈이다. 그 덕분에 우리의 삶은 오늘도 크고 작은 사건들 속에서도 별 탈 없이 흘러간다. 


■ 본문 중에서

「여기가 어디지?」
「보시다시피, 우리는 거대한 유리 상자에 갇혀 있소.」
「우리가 도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내가 묻고 싶은 게 바로 그거요.」
「그런데 너 말이야, 너, 누구야?」 - 15p.

「그건 정오쯤에 벌어진 일이었어요. 내가 한창 일하고 있는데, 뒤에서 갑자기 안개가 솟았어요. 깜짝 놀라서 뒤를 홱 돌아본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다음부터 완전히 필름이 끊겼어요.」 - 22p.

「가권의 마지막 보루? 잠깐, 내가 맞혀 볼게. 아침에 누가먼저 욕실을 차지하느냐 하는 거 아냐?」
「아뇨. 텔레비전 리모컨입니다. 그것이 바로 한 가정의 권력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보여 주는 마지막 징표죠. 텔레비전 리모컨을 누가 쥐느냐에 따라서 저녁때부터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의 프로그램이 달라집니다. 남자가 그 마지막 상징마저 포기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겁니다.」 - 59p.

「그건 있을 수 있는 일이에요. 이 세상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어요. 오늘날에는 더더욱 그러해요. 극명한 대비의 시대, 뜻밖의 일들이 넘쳐 나는 시대 아닌가요? 그러니까 스트레스 받지 마요. 사태를 부풀려서 생각하지도 말고 너무 비관적으로 받아들이지도 마요.」 - 125p.

「인류는 성인이 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언제나 차츰차츰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작은 실수들은 어쩔 수 없이 있기 마련이고요. 어린 시절에 슈퍼마켓에서 사탕 하나쯤 훔쳐 먹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남의 집 초인종을 몰래 누르고 도망쳐 보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또 밤에 친구들과 패거리를 지어 돌아다니다가 남의 스쿠터를 몰래 타보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 142p.


<인간>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 지음, 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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