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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선인장] 사랑에 빠졌을 때 1초는 10년보다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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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선인장 (양장)
국내도서>비소설/문학론
저자 : 원태연
출판 : 시루 201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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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고양이와 선인장. 그리고 철수와 한 남자.
소심하고 까만 길 고양이 '외로워'와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전자파를 흡수하는 선인장 '땡큐', 그 옆을 지키는 거품처럼 사라지는 자신의 모습이 싫은 비누'쓸쓸이'의 이야기. 빗소리 후두둑 떨어지는 날 카페에 앉아 책장을 넘기며 이들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상처받은 사람들은 다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소심해진다고 한다. 그렇게 상처로 기인한 소심함으로 무장한 '외로워'와 '땡큐'의 이야기가 우리의 마음을 녹인다. 몸이 아파 병원에서 어린 삶을 마감한 '철수'는 선인장 '땡큐'의 유일한 친구였다. '땡큐'는 '철수'가 아마도 먼저 돌아가신 아빠를 따라갔다고 믿는다. 친구를 잃고 난 후, 병원 소각장에 버려졌던 '땡큐'는 작가 '한 남자'를 만나 컴퓨터 모니터 옆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한 남자'를 만나기 전 병원 소각장에서 만난 고양이 '외로워'와의 가슴 떨리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현대인의 고독한 일상을 표현한 길 고양이 '외로워'의 도시 방랑기
쓰레기 더미 속에서 먹을것을 찾아다니던 냄새나는 고양이 '외로워'는 냄새나는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향기로운 빨간 장미와 친구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고양이 '외로워'의 첫사랑이다. 어느날 빨간 장미는 향기도 남겨두지 않은채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다시 여름이 와도 빨간 장미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장미가 잊혀질 때 즈음, '외로워'는 병원 소각장에서 선인장 '땡큐'를 만났다.

사랑에 빠졌을 때 1초는 10년보다 길다
'한 남자'의 컴퓨터 모니터 옆으로 옮겨진 '땡큐'를 볼 때마다 '외로워'는 해가 많이 비치는 창틀 옆에 '땡큐'를 옮겨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땡큐'와 친구가 되고 날마다 그를 보러가지만 '외로워'는 그저 바라 보는 것 밖에 할 수가 없다. 도시의 밤, 밖에는 차들이 무섭게 달리고, 비도 오는데 '외로워'가 걱정이 되서 '땡큐'는 괴롭다. 서로를 아끼는 마음의 날들이 쌓여가던 어느 날, 작가였던 '한 남자'의 책이 소위 대박을 터뜨리고 남자는 떠난다. 새로 이사온 신혼 부부는 쓰레기 봉투에 '땡큐'와 '쓸쓸이'를 버린다. '외로워'는 쓰레기차를 따라 미친듯이 달리고 또 달린다. 소각장에서 '외로워'는 가시 투성이 '땡큐'를 안아준다. 동물은 움직이지 못하면 죽고, 식물은 움직이면 죽는다고 했던가. '땡큐'는 서서히 죽고 '외로워'는 다시 외롭다.

고양이 '외로워'의 도시 방랑기를 통해 원태연 작가는 현대인의 고독하고 외로운 삶을 투영한다. 소심함 속에서도 가슴 떨리는 삶을 쫓는 우리내 아름다운 삶을... 그리고 사랑을...



■ 본문 중에서

# 땡큐는 ... - 27p.
왠지 당신과는 '우리'가 되고 싶어요.
당신과 내가 우리가 되면 같이 하늘도 보고, 공기도 마시고, 지나가는 자동차도 보고
재미 ... 없을까요?

# 고양이가 오면 - 43p.
그리고 참 미리 얘기하는데요 ... 저는 상상력이 풍부하거든요.
그러니까 절 슬프게 하시면 안 돼요.
그러면 전에 없었던 일까지 상상하면서 슬퍼할 테니까요.

# 중독 [명사] - 53p.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
땡큐는 외로워 중독 외로워는 땡큐 중독.

# 마음 - 80p.
소심하다는 것은 상처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처가 있는 사람들은 미연에 그것을 방지한다.
또 ................................................ 상처받기 싫어서

# 나는요 - 125.
사랑을 하는 데 어떤 자격이 필요하다면 전 완전한 자격 미달인 셈이죠.
하지만 이런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저도 한 가지는 당신께 해드릴 수 있어요.
전 외로워봤고 지금도 충분히 외롭기 때문에 당신의 외로움을 같이 공감할 수는 있을 거예요.
당신만 좋다면요.

# 나랑 친구하면 안 돼? - 199p.
난 괜찮은 고양이는 아니지만 그다지 나쁜 고양이는 아니거든.
그리고 난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그걸... 하고 있는 것 같아...



■ 저자
_원태연 시인. 작사가. 수필가. 영화 연출가. 시나리오 작가. 뮤직비디오 연출가.
시집<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딴 생각을 해>,
<손끝으로 원을 그려봐 네가 그릴 수 있는 한 크게 그걸 뺀 만큼 널 사랑해>,
<원태연 알레르기>,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 <사용 설명서>. <안녕>,
수필 <사랑해요 당신이 나를 생각하지 않는 시간에도>
영화 연출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시나리오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작사 백지영 <그여자>, 현빈 <그남자>, 유미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
뮤직비디오 지아 <술 한잔해요>
출판 10년만의 복귀작 <고양이와 선인장>

_아메바피쉬 흰 종이를 문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사람들과 책과 만화,
일러스트 전시로 소통하는 그래픽 아티스트. 섬세한 라인드로잉과 화면을 가득 채우는
기하학적 구성. 독특한 색감이 특징이다. 웹진 <COMIX>와 <영 점프>, <계간만화>를
통해 다편 만화들을 발표, <나이키어패럴>, <헤지스>, <르까프 런던>, <필립스> 등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로봇의 마음을 샬랄라무지개(BMH)', '카페 헬로우' 등
개인전을 열었다. 지은 책으로는 <로봇 ROBOT>, <가면소년 Maskboy> 등이 있다.
www.amebafish.com 

_이철원 국내 일렉트로니카 음악계의 1세대 작곡가.
2010년 bob의 <nothing on yo>를 번안한 박재범의 솔로 데뷔곡 <믿어줄래>의 편곡,
전 동방시기 멤버들로 구성된 JYJ의 첫 앨범 <the beginning>에서
세계적인 팝뮤지션 카니예 웨스트, 로드니 저킨스의 곡들을 리믹스했다.
특히 <고양이와 선인장>을 연재하면서 실었던
<땡큐는 고양이가 이대로 가버리는 게 싫었습니다>가
시보레의 CF 배경음악으로 삽입되면서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고양이와 선인장>
원태연 지음
시루,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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